갱신이야! 요새 정신이 없어서 느긋하게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이 잘 없다보니 답레는 좀 걸릴 것 같아 ㅠㅠ 그래도 늦어도 내일까진 들고 올게...! 여튼 상태가 나아진 거 같다니 다행이고 컨디션 관리 잘 하길 바랄게! 선우주 주현주 두 사람 다 오늘 하루 화이팅!
우유도 한 잔 시키자는 말에 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았다, 싶은 안도감이 전신을 휩싸며 긴장이 풀린다. 치즈케이크랑 우유, 내가 마실 건-뭐 에스프레소 빼고 적당히 아무거나 괜찮으려나.
"... 응 무조건 약속할게."
서러움이 서린 눈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주현의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은서는 저 역시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주현의 새끼손가락에 살포시 걸어보려 한다. 복잡한 감정이 담긴 듯 보이는 두 눈을 마주 보고 있으려니 가슴 한쪽이 따끔따끔 아파진다.
"도, 도장 찍고 서명도 할래?"
유치하긴 하지만. 그보다 요즈음엔 복사에 코팅인지까지 나온 모양이던데,-아니 애초에 요새 애들이 손가락 걸고 약속 같은 걸 하나?-은서가 기억하기로는 서명까지가 끝이었다.
"그러게... 이러고 있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어릴 때 생각나네." "아, 케이크랑 우유 내가 사 올게. 다른 거 더 먹고 싶은 건 없어?"
잠시 추억이 전해주는 아련함 이제껏 연락하지 못했음에서 오는 미안함이 한데 섞여, 오랜만에 감성적으로 되었던 은서는 퍼뜩 현실로 돌아와 종종걸음으로 카운터로 향한다. 치즈 케이크, 우유 한잔과... 오늘은 망고라떼로 할까. 그리고 주현이 위의 메뉴에 더해 추가로 요청한 것이 있다면 그것까지 주문을 마친 뒤 진동벨을 받아 자리로 돌아왔을 것이다.
아이들과 자주 하는 이야기들이기에, 더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익숙한듯 하는 약속. 새끼 손가락을 마주걸고, 엄지까지 마주대는 것. 은서 언니가, 정말 다시 온거구나. 뭐어, 요즘에는 복사 코팅 종류랄까, 로봇 버전 계약서버전 등등 많긴 하더라. 어려워서 그냥 기본으로 놀아주고는 있지만.
"진짜, 추억이네- 언니랑 형이랑 장난 꽤나 많이 쳤었는데."
문방구에서 게임하고, 군것질거리를 사와 놀이터 정글짐에 걸터앉아 놀고... 그랬던 때는 아직도 주현에겐 자신의 추억중에 최고의 추억이였다.
"치즈케이크 한조각이면 충분하지- 아, 언니는 요즘 쉬는시간에 뭐해? 운동은 제대로 하고 있어?"
운동 제대로 안하고 있으면 저녁 조깅때 루트를 조금 바꿔 언니를 데리고 같이 조깅해서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것도 생각해볼 방안이기에, 한 번 물어보는 주현이였다.
말은 그리하면서도 결국엔 주현과 엄지를 마주 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약속은 어기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아 선우 오빠? 그러고 보니 선우 오빠도 이쪽으로 돌아왔던데..."
셋이서 다 같이 모여 노는 것은 차지하고, 주현이와 대화를 한 것 자체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형이라는 호칭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잠시 헷갈렸었다. 은서로서는 아직 선우와 주현이 재회한 것을 모르기에, 혹 주현이 이 소식에 놀랄 수도 있다 생각해 말끝을 흐려가며 조심스럽게 정보를 전달했다.
주문을 마치고 돌아온 은서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바로 수초 전에 받아와 울릴 리가 만무한 진동벨을 확인한다. 이거 왜 안 울려. 어릴적이라고 제대로 된 운동을 한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학생 때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나름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지금은 그냥 글러 먹은 어른이지만.
보통 손가락 걸고 약속-같은 걸 하는 건 어린애들일 텐데, 어린이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 치곤 살벌하지 않은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약속은 잘 지키자고 속으로 다짐한다.
"둘이 이미 만났어?" "맞아, 선우 오빠 되게 많이 바뀌었더라. 하긴 10년이나 지났으니... 주현이 너는 크게는 안 바뀌었지만."
은서가 게슴츠레하게 떴던 눈을 이번엔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아니 이미 둘이 만났었단 말인가. 집 앞에 있었다는 걸 보면 선우가 먼저 찾아갔었던 모양이다. 선우보다도 늦게 주현을 찾았다는 것엔 다시금 양심이 아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마지막 말에는 작게 너털웃음을 지었다. 주현이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어릴 적 같이 놀던 삼인방 중에서는 그나마 적게 바뀌지 않았나 싶었다. 그만큼 잘못은 했을지언정 주현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편안함을 주었고.
"아니, 아니, 수련회 갈 나이는 지났잖니?" "무엇보다 언니 출근 시간도 매일 아슬아슬하니까..."
정말 5분에서 길면 10분 전에야 도착하는 수준이니 기상 후 출근까지 운동을 끼워 넣을 여력은 없다. ... 물론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은서가 보기에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닌 무언가였다.
선우 오빠는 형씨, 본인의 아버지는 아저씨. 꽤 독특한 호칭이지만 뭐... 요새는 여자애들이 연상 남자에게 오빠 대신 형 소리 하는 게 마냥 드문 경우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인제 와서는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저게 주현이니까.
"7시 5분."
7시도 아니고 7시 반도 아니고 하다못해 7시 10분도 아니고 7시 5분이다.
"음? 아니... 너도 네 일이 있고 힘들지 않겠어? 알람 소리 듣고 못 일어난 적도 없으니까 마음만 받는 게 어떨까 싶은데..."
퇴근 마중이 그냥 마중은 아닐 것 같단 말이지. 먼 곳을 응시하던 은서는 진동벨이 울리자마자 "내가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진동벨과 함께 사라져 카운터에서 에스프레소에 타 마실 우유, 본인이 마실 망고 라떼, 그리고 치즈 케이크를 두 조각-한 사람당 한 조각씩은 먹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받아 돌아왔다.
"자, 먹자."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군더더기 없는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누가 봐도 티 나게 주제를 돌리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