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역시 친하고 좋은 사이가 맞는 모양이다. 괜히 프로레슬링을 시청하는 두 여자애들을 떠올리자 뭔가 부럽기도하고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해골 페인팅이니까 조금 갈라져도 그 나름대로 컨셉같지 않아?"
그리고 이어지는 아미카의 말에 작게 웃어보인다.
"엄청 잘 즐기고 있나보네. 참, 저쪽에 타로카드 봐주는데 엄청 잘 맞으니까 시간 괜찮으면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마술부가 마술 공연도 하는 것 같던데. 또 학생회에서도 카페를 한다던가...? 그렇게 들었던 것 같아."
타로카드는 토와에게 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는데 지금도 하고 있으려나 하고 고개를 갸웃해보인다. 학생회 카페는 아직 가보지않아서 아직까진 메이드 카페를 하고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지만. 나중에 아키라가 메이드복을 입고 서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렌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렌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아미카는 스케이트보드를 들어올리는 포즈를 처음으로 취했다. 그 다음은 좀 다르게 스케이트보드를 들어올린 뒤, 스케이트보드를 내려놓고도 폼을 잡으며 몇장 찍었다. 아미카는 사진을 다 찍은 후 휴대폰을 받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해요, 렌 선배님!"
휴대폰에 찍힌 사진들을 보며 나중에 흑역사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뭐 괜찮을거라 생각해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한 아미카는 밝게 사진을 봤다. 컨셉은 잠시 잊은것처럼.
슈카쿠마츠리, 가미즈미 마을에서 가을에 열리는 성대한 축제는 다른 마츠리보다 한참 많은 노점들이 열리는 날이다. 외부에서도 자신이 만든 요리를 사람들에게 팔고자 넘어오는만큼 평소보다 열리는 노점의 수는 많은게 당연했지만. 다양한 요리를 맛보러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오는만큼 마을은 평소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내가 일하는 카페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결국 그날 준비한 것들이 너무 빨리 떨어지게 되었고 점장님은 평소보다 빨리 카페 문을 닫기로 마음 먹고선 직원들을 모두 내쫓았다.
" 가서 놀아! "
뒷정리는 자신이 할테니 가서 놀라는 말과 함께 직원들을 모두 문 밖으로 쫓아낸 점장님께 유리문 너머로 인사를 드리고서는 축제가 한창인 곳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각종 요리들의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아서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각기 다른 요리들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들어오고 볶고 찌고 굽는 노점들의 소리도 귀를 즐겁게했다. 하지만 오늘은 따로 약속이 있었으니 아쉬운 마음을 안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 뭐라도 사둘까. "
그래도 일하다 오는건데 뭐라도 사둘까 싶어서 가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니 수제 초콜릿을 파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적당히 작은 사이즈의 초콜릿을 샀고, 요조라와 나눠먹을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매해, 매계절마다, 가미즈미에서 마츠리가 열리면 호시즈키당은 어김없이 노점을 냈다. 계절에 맞춘 그림으로 치장한 노점은 보기에 좋았으며 깔끔한 가판에 늘어놓은 다과들은 먹음직스러웠다. 항상은 아니지만 신메뉴도 나오곤 해서, 가미즈미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아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슈카쿠마츠리도 그렇지 않을까, 라고 예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현실은 누군가는 했을지도 모를 예상을 박살낸 노점이 나왔지만 말이다.
그 노점 안에서 요조라는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마히루와 그의 친구들을 구경 중이었다. 할로윈 주간이 끼이는 마츠리답게, 요조라도 마히루도, 노점에 참여한 모두 독특한 분장을 하고 손님맞이며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누구 한 명 노는 이 없이 바쁜 와중에, 요조라만 덩그러니 앉아서 구경하고 있으니, 제아무리 넉살맞은 마히루라도 짜증이란게 안 날 수가 없다.
"요루...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도와주지? 응? 바쁜거 보이잖아?" "에, 그렇지만, 나, 할 줄 아는거... 없는 걸... 곧, 나갈거구..." "그냥 하기 싫다고 해라, 어? 요걸 확 그냥." "흥이야..."
금방이라도 꿀밤을 쥐어박을 듯한 마히루의 모습에 요조라는 혀를 쏙 내밀곤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노점을 나온다. 어차피 코세이와 약속이 있어서 슬슬 나오려던 참이었다. 또각또각, 굽이 약간 있는 구두 소리가 요조라 걸음마다 울린다.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 주변에서 온갖 맛있는 냄새들이 요조라의 발목을 잡았지만, 멈추는 일 없이 제시간보다 이르게 약속한 장소에 도착한다. 저번엔 코세이가 먼저였던거 같은데, 오늘은 자신이 먼저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저 멀리 코세이가 보여 그쪽을 바라보며 한 손을 흔든다.
"코세이-"
이제는 보기만 해도 활짝,은 아니지만 베시시 웃는 정도로 표정이 풀린 요조라였으나, 할로윈 분장 덕에 조금은 으시시해보이지 않았을까. 평소보다 더 창백하게 화장을 하고, 다크서클을 일부러 진하게 칠해 눈이 패인 듯이 보인다. 거기에 길게 늘어뜨려 그린 아이라인, 짙은 핏빛으로 칠한 입술이 음침함을 더한다. 화장도 화장이지만 옷 역시 평소랑 다르다. 어깨와 쇄골이 훤히 드러나는 오프숄더형 블라우스, 교복보다 훨씬 짧고 딱 붙는 가죽 미니스커트, 다리를 감싼 스타킹, 그리고 구두까지, 온통 검은색 일색에 자세히 보면 손톱까지 검게 물들였다. 그런 모습으로 연하게 웃으면서 입술이 벌어지자 평소보다 뾰족해보이는 송곳니가 그 사이에서 반짝, 했을 것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이번엔 요조라가 먼저 와있었다. 이번에 열리는 노점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파격적인(?) 옷을 입고 있어서 나는 살짝 놀라며 요조라에게 다가갔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바로 온거라서 검은색 면 반바지에 7부 하얀색 셔츠를 앞쪽만 넣어서 정리하고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왔기에 같이 서있으면 색의 대비가 좀 도드라질 것 같기도 했다.
" 오늘은 좀 신선하네요. "
그래도 예쁘다는건 변함이 없는지라 손을 잡으면서 웃어주었다. 아마도 뱀파이어 컨셉을 잡은듯한데 평소의 요조라의 이미지와도 생각보다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프숄더에 가죽 미니스커트를 입은 요조라를 볼 날이 또 언제 오겠나싶기도 하고. 오늘은 어디로 놀러가볼까, 고민하다가 일단 손에 들려있던 초콜릿을 보여주며 말했다.
" 오다가 생각나서 사왔어요. 수제 초콜릿을 팔더라구요. "
그렇게 크진 않아서 반으로 나눠서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반으로 나눠서 주려다가, 요조라의 손톱을 보고선 잡고 먹기 불편할 것 같아서 조금 떼어서 입으로 가져다주었다. 연인인데 이 정도는 해도 되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