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이를 안아주며 가려졌던 표정은, 미안함이 섞인 미소였다. 조금은 신경 써줬으면 싶어서 했던 자신의 말 때문에, 코세이도 적잖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게다가 머뭇거리며 했던 말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음을 요조라도 알았다. 그렇게까지 신경쓰이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라는 생각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요조라는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온 행동이 포옹과 뺨의 입맞춤이었고, 자리로 돌아와 코세이의 얼굴을 보니 부끄럽지만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조라의 귀가 붉어진 것처럼, 코세이의 얼굴도 발갛게 물든 걸 보고 그제야 마음 편히 웃음짓는다. 조금 전 코세이를 반길 때처럼 베시시 웃곤 얼른 먹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든다. 야키소바는 그새 살짝 식었지만, 딱 먹기 좋을 만큼이었고 맛도 잘 느껴졌다. 전에 먹었던 야키토리보다 맛있다고 느껴져서, 앞으로 괜한 장난은 치지 말자고 생각한다. 굳이 그런 장난을 더 치지 않아도 코세이가 자신을 생각해주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한결 편해진 분위기로 야키소바를 먹고, 다른 곳도 갈까 하는 말에 그러자며 얘기한다.
"그래요. 둘러보면서, 여러가지 하나씩 사구, 이런 자리 있으면, 거기 앉아서 먹고, 그러면 좋을 거 같아요. 따로 자리를 만든 노점도 있을테니까..."
그렇게 얘기하던 요조라는 문득 마히루가 운영 중인 노점도 테이블을 꺼내놓을 거라던게 생각난다. 한바퀴 돌고 가서 느긋하게 앉으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입에 든 소바면을 얼른 삼키고 덧붙인다.
"식사는, 이걸로 충분할 거 같으니까, 간식거리 이것저것 사서, 저희 노점으로 가요. 앉을 자리, 만들어 둔댔거든요. 가면,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
순간, 그걸 보여줘도 될까, 싶었지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코세이가 싫다하면 안 가면 그만이기도 하니, 가고 싶으면 가자고 말하며 야키소바를 맛잇게 먹는다. 그러다보니 1인분 팩이 비는 건 금방이었을 것이다.
요조라의 미소를 보자 더욱 예쁘게만 느껴진다. 예전 같았으면 보기도 힘들었을 미소인데 그 미소를 나에게 보여준다니 볼때마다 이게 꿈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된다. 요조라에게 너무 빠져있는건 아닐까 싶었지만 그게 문제가 되는건 아니니까 더 많이 빠져들기로 했다. 너무 과도한 몰입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까보다 훨씬 편해진 분위기로 야키소바를 한 입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아까 카페에서 맞이한 손님이 사실 나처럼 인간계에 내려온 신이었던 것과 엄청난 카페 진상에 대한 얘기 등등, 소소한 일상을 공유한다.
" 그래도 괜찮을까요? 가보고는 싶지만 괜히 민폐가 아닐런지 ... "
내가 간다면 또 챙겨준다고 움직일 것 같아서 그랬다. 환영해주는건 좋지만 한창 바쁜 노점에서 나 때문에 추가적으로 일이 생기는건 미안하니까. 그래도 보여주고 싶다는게 있다니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가겠다는 의미다. 야키소바 1인분은 둘이서 나눠먹자 금세 없어졌지만 아까 야키토리도 먹어서 그런걸까 배는 적당히 차서 기분이 좋았다. 쓰레기는 근처 쓰레기통에 잘 분리수거를 하고, 언제나처럼 손을 잡으려다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선 요조라를 향해 말했다.
" 팔 껴안고 가는게 더 나을 것 같은데, 괜찮으면 이리 붙을래요? "
그니까 팔짱을 끼고 가자는 이야기다. 손을 잡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팔짱 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물론 요조라가 싫다고하면 얌전히 손을 잡고 갈 생각이었다. 어찌됐던 간식을 사들고 가야하니까 나는 요조라와 함께 노점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식사는 대충 해결했고 간식으로 먹을만한거라면 당고가 제일 만만하고 타코야끼도 작은 거라면 간식으로 먹을만 했다.
" 당고 사갈까요? "
근데 일단 먼저 보이는게 당고라서 나는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쫀득한 맛이 기억나서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오늘은 잠의 신 대신, 잠의 마녀야ー! 과자집에서 사는 잠의 마녀! 할로윈과 슈카쿠마츠리의 시기가 조금 겹쳐, 코로리는 둘 다 마음껏 즐기겠다는 듯이 마녀라며 옷을 차려입고 마츠리에 나왔다. 어린 아이들이 'Trick or Treat!' 하고 외친다면 챙겨줄 간식 바구니도 손목에 꼭 걸고 있었다. 호박 모양 바구니로 호박 꼭지 달린 덮개까지 있는 바구니 안은 전부 사탕과 초콜릿, 젤리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츠리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기는 하겠지만 간식들은 집에 가져가서도 먹을 수 있다. 마녀처럼 입겠다며 입은 옷이 하얀 오프숄더 블라우스 원피스에, 검은 코르셋과 붙어있는 겹치마, 망토까지 꼭 두르고 챙 넓은 마녀 모자도 꼭 쓰고 나왔다. 망토가 겉감은 새카만데 안감은 붉은 것이 포인트였고, 리본으로 묶어 여며둔 멋진 마녀다! 코로리는 2학기 들어 공부만 하다 놀러나온 것에 들떠 발걸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놀러다니보니 입은 무거웠다. 인간 세계 음식 엄청 맛있다구, 신계 음식 먹으면 인간들 전ー부 악몽 꿀거야?! 먹고 싶은게 왜이리 많은지!
"회장님?"
그렇게 마츠리를 뽈뽈뽈 돌아다니다보니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팬케이크를 파는 노점인가보다 하고 왔더니 아키라가 있는 것이다. 코로리는 청포도 씨 타로…. 아키라를 보자마자 축제 때 토와가 봐주었던 타로가 생각났다. 툭 터놓고 진솔하게 대화하는게 필요하단 말들이 기억났다.
"도련님이 왜 여기서 팬케이크 만들구 있어!"
기억났다고 그렇게 행동한다는 건 아니었다! 회장님이 완전 완전 좋은 사람이라구 생각 안 되면 절대 신이란 거 안 알려줄 거니까!
슈카쿠마츠리의 가장 큰 특징은 평소에는 음식을 팔지 않은 이라고 할지라도 노점을 내서 음식을 팔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고등학생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키라는 올해는 자신도 노점을 세웠고 팬케이크를 팔면서 장사를 하는 중이었다. <두근두근 신비로운 팬케이크> 라는 간판까지 직접 만든 것으로 보아 나름 이전부터 준비를 꽤 한 모양이었다.
메인 메뉴는 팬케이크였으며 그 외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생과일 주스도 여럿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옆에 믹서기가 여러 개 있고 뒤에 과일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보면 직접 갈아서 주스를 제공하는 모양이었다. 그 어떤 것도 섞지 않은 순수한 생과일 주스도 여럿 준비되어있는 것을 보면 역시 허투로 준비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아."
다음 손님을 맞이하려고 하자 보이는 낯익은 얼굴은 자신과 같은 반인 여자애의 얼굴이었다. 이자요이 코로리. 2학기 들어서는 그다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었던가. 뭔가 공부를 되게 열심히 시작한 것 같았기에 방해하지 않으려고 말을 굳이 걸지 않았건만, 이런 곳에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그는 참 인연도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이 아니에요. 아무튼 슈카쿠마츠리니까요. 저 같은 학생도 노점을 내서 음식을 만들 수 있기에 냈고요. 그래서 뭐 주문하실 거예요? 팬케이크도 있고 과일 주스도 있는데."
말을 마친 후, 그는 고개를 내린 후에 천천히 반죽을 제작 중이었다. 아무래도 그 손솜씨가 한두 번 한 것이 아닌지 꽤나 전문적이었다. 물론 정말 전문점의 그것에 비하면 한참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보니 이자요이 씨. 최근 공부를 시작한 것 같던데. ...무슨 심경의 변화인진 모르겠지만 힘내요."
코세이를 만나며 생긴 변화 중 제일 큰 변화는 표정이었다. 어지간한 일로는 변할 일 없던 표정이, 지금은 코세이를 만나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잠시 꿍해졌더라도, 금방 풀어진 표정을 짓게 된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코세이는 알까. 사실 몰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변화를 몰라줘도, 변화의 계기가 되어주었단 것 만으로도 요조라에겐 고맙고 소중하다.
둘은 같이 야키소바를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코세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던 요조라는 그게 정말이냐며 눈을 깜빡이거나, 진상 얘기에 공감하듯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얘기도 해준다. 최근 어떤 공모전이 있었고, 거기에 어떤 그림을 냈는데 또 입상을 해서, 조만간 전시회가 열릴 거고, 등등의 얘기를 하다보니 야키소바는 금새 바닥났다. 다 쓴 젓가락을 빈 팩에 내려놓은 요조라는 같이 정리를 하며 말했다.
"안 오면 왜 안 데려왔냐고, 되려 더 귀찮게 할 거에요. 그럴 바엔, 그냥 가서, 귀찮게 하는게 나아요."
자신과 달리 마히루는 사람과 치대는 걸 좋아하니까 괜찮다고,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인 코세이를 보며 싱긋 웃는다. 그리고 같이 걸어가려다, 손 대신 팔짱을 묻는 말에 냉큼 팔과 팔을 걸어 꼬옥 붙잡는다. 너무 가까이 잡은게 아닐까 싶은 만큼 말이다. 팔짱을 끼고,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섞어 걸어가다가, 당고를 발견한 코세이의 물음에 그쪽을 바라보고 얼른 응! 하고 대답한다. 고개까지 크게 끄덕이며 대답하더니 하는 말이 그렇다.
"저기 당고랑, 그 옆에 단호박 타르트도 하나 사요. 저기, 노랑노랑한 단호박 크림, 듬뿍 올라간 거."
당고 노점을 가리키는 코세이의 손을 옆으로 조금 움직여 가리키는 곳엔 여러가지 미니 타르트를 파는 노점이 있다. 그 중 단호박 특유의 황금빛 크림이 올라간 것이 요조라의 눈에 들었나보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당고도 어지간히 기대되는지, 노점 가까이 가면 당고의 종류나 소스는 무얼할지 꽤나 고심하는 모습도 보였을 것이다. 코세이 옆에 찰싹 붙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