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정방향...은 좋은 카드는 아니긴 하네요. 당연하지만요" 느릿하게 카드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그 카드는 죽음 뒤에 다시 떠오름을 상징하기도 하니까요..." "쉽게 말하자면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을 함의하고도 있습니다." 세이 씨의 질문에서는...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같은 느낌이네요. 무언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진실을 알아차리거나.. 예를 들자면 무신론자가 신의 존재를 증명받는 일이라던가.. 같은 일이지요. 그에 따라서 고민이 생긴 것으로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아가야 하는 것은 여자 교황이네요." 그것은 대립. 조화. 이중성을 나타냅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고민에서 조화를 이루라는 것에 가까울 것 같네요.
"수영 선수로 나간다고 해도 감독이나 그런 쪽의 자격증 공부 또한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고. 수영 선수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또다른 것을 생각해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어디까지나 손에 쥐어야 하지. 휘둘려선 안 되는 것이라는 듯 빤히 바라보면 그 녹색 눈이 당신을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방해물은.. 황제네요." 권위적이거나 지배자거나. 상급자를 상징하네요. 스트레스나. 상급자와의 마찰은 주의해야겠네요. 그게 심리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받는 식으로 방해가 될 수 있겠네요.
"혹은 권위자의 권력이 방해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런 방해에서 당신에게 힘을 주거나 헤쳐나갈 지략은...
"...?" 다음 카드를 보는 토와는 렌을 빤히 보네요.
"...연인 카드네요." "지금... 음.. 기간적으로는 호타루마츠리 쯤인가..? 연애를 하고 계신가 봅니다." 연인 카드는 결혼같은 좀 진지함보다는.. 풋풋한 갓 만난 연인에 가까운 만큼... 근시일 전에 연애를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네요. 라고 말하며 카드에 손을 얹습니다.
"연인과의 연애로 힘을 받거나. 연인이 능력이 있다면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겠다.. 정도네요." 스트레스를 해소받거나. 연인의 영향력같은 것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라고 볼 수 있는 점괘가 나왔다고 설명하고는 다음 결과를 뒤집어보면..
"그리고 완성." 모든 재생과 윤회의 끝인 완성이네요.
"현재의 격변에서 나아감의 조화를 방해하는 스스로의 것을 연인과 함께 헤쳐나가서..." 어쩌면 연인 카드와 조합하면 결혼..이라고 볼 수도 있네요.
"벌써..라고 하면 벌써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시미즈 가문의 사람으로서 태어났고, 당연하게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니까요."
누군가는 가문에 잠식된 것이 아니냐. 정말로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데 그렇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아키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신의 집안이었다. 가미즈미의 온천과 스파를 지키고 더더욱 유명하게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고 아마 이후로도 흔들릴 일은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은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녀의 평에 괜히 기분 좋게 웃으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리고 저렇게 물어보고 말을 하는 그녀라면 아마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나중에라도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거라면 충분하지 않겠나. 라고 생각하며, 아직 인생을 그리 오래 살지 못한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만족스러움을 느끼면서 그는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그러니까 앞으로 20년만 기다려보겠어요? 진짜 엄청나게 발전된 온천과 스파를 볼 수 있을테니까요. 아. 20년이 안되면 30년?"
현 자신의 부모님 나잇대가 되면 자신도 뭔가 이것저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해보기도 하며 아키라는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는 잠시 시간을 확인한 후,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다만 이타니 씨가 뭔가를 하려고 마음 먹고 이 학교에서 뭘 한다고 해도 제가 이후에 듣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그게 좀 아쉽네요."
결국 그 수많은 먹고싶은 것들 중에서 고른건 소시지랑 햄이었다. 겸사겸사 가라아게도 좀 사서 샐러드를 만들까 싶다. 내가 손을 내밀자 리리는 손을 꼭 잡고서 두리번거렸는데, 그러다가 내가 렌 군에 대해서 물어보자 눈에 띄게 당황한다. 얼굴 붉어지는거 보니까 부끄러워하는거야? 신선한 반응에 나는 재밌다는듯이 웃으며 답변을 기다렸다.
" 나도 둘이 같은 대학 갔으면 좋겠어. "
리리 혼자 보내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안놓이거든. 장난스런 웃음으로 대답한 나는 잡은 손을 이끌고 간식코너부터 들렀다. 어차피 장을 볼 품목들은 이미 정해놨으니까 간식을 고르게 하는게 더 좋아보였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렌 군은 2학년이라 대학을 1년 늦게 들어가겠네? 그럼 리리 혼자서 1년을 보내야하는거잖아.
" ... 리리, 내가 재수하라고 그럼 화낼꺼지? "
아무리 생각해도 1년을 다른 곳에 혼자 보낸다그러면 너무 걱정될것 같은데. 이 모습을 요조라가 본다면 분명 약간 잔소리를 했을것이 분명하다. 리리가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마음이 계속해서 생긴다. 에휴ㅡ, 하고 한숨을 내쉰 나는 못들은걸로 하라고 말하고서는 레몬 사탕 한봉지를 집어서 바구니에 넣었다.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라는 말부터 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격변…. 이긴 했지. 아무래도 조용하고 단조롭던 렌의 일상이 코로리를 만나고 많이 흔들렸다. 코로리가 신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가 신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되고. 그 전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는 했었지만 최근에 더 생각이 깊어진 것도 그 영향이 있기도 했다.
다음 카드는 여자 교황. 자격증 공부나 아니면 또다른 방향을 같이 생각하라는 그 말에 렌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빤히 바라보는 경고의 표정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수영 선수로의 진로가 잘 안 되더라도, 해양 구조나 그런 쪽을 생각하고 있기는 했거든요. 물론 지금이야 선수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기는 하지만요.”
렌은 토와의 말에 피드백을 하듯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방해물에 렌은 작게 침음을 흘렸다. 떠오르는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름 때부터 제가 기록이 좋아지자 선배 중 몇 명이 저를 싫어하고 그래서 조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긴 했는데…. 부딪히지 않으려고 피해다니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곤 해서….”
렌은 원래가 다른 이의 기분에 예민하고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편이긴 했다. 그렇다고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하게 구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자잘한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고. 자신이 3학년이 되면 절로 없어질 상대이긴 했지만 그때까지 매일매일 보는 관계인 게 문제이긴 했다.
그러다 연인 카드라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토와의 눈빛에 렌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게다가 결혼을 말하는 것에 렌의 시선이 흔들리기까지 했다. 렌은 눈을 가리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움에 몸을 움츠렸다.
“그, 엄청 용하시네요. 토와 선배….”
요즘 연애 중인 것도 호타루마츠리 쯤에 만난 것도 다 맞거든요….하고 작게 우물쭈물 덧붙인다.
토와가 너무 맞는 말만 한 데다가 결론이 너무 부끄러워서 렌은 어쩔 줄 모른다. 사실 경쟁에 스트레스 받는 편인 렌이 선수를 계속 해볼까 했던 것도 코로리의 영향이 있었고, 다른 이들의 시기 질투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에 코로리의 영향이 없다고는 전혀 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5 코로리가 자수 뜬 손수건 선물하면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쓰는 것도 아까워 할 것 같지? 귀여워.... 코로리 폭신한 데 앉아서 뜨개나 자수 놓고 있는 상상하면 너무 귀엽다.... 코로리 축제 노점에 잠 잘 오는 부적 뜨개인형이라고 팔아도 잘 팔릴 것 같지.... 귀여워서라도 사가지 않을까 사람들이.
"어쩔 수 없죠. 1학년과 3학년의 벽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는 내년이면 졸업을 해야만 하고."
그리고 졸업생이 졸업한 학교에 자주 드나들 순 없는 법이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경영을 배우려면 좋건 싫건 조금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히 이 학교에 계속 다니는 이들 중 정말로 친밀한 이가 아니라면, 사실상 소식을 듣기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마츠리에서 마주친다면 모를까. 딱 그 정도의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조심스러운 물음에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붙잡았다고 한다면 그녀 쪽이 아니라 자신 쪽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아미카에게 이어 이야기했다.
"아니요. 제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야말로 하교를 하는 이타니 씨를 붙잡아둔 것이 아닐까 싶은걸요. 아무튼 말 나온 김에 저는 마저 낙엽을 쓸고 정리를 해야겠어요. 조심해서 들어가보세요."
그녀 쪽에서 특히 더 할 말이 없다면 아마 그는 제 몸이 기대게 한 빗자루를 들고 다시 낙엽을 천천히 쓸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 많이 남지 않았으니 길어봐야 15분.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청소를 한 후, 그는 학생회실로 돌아가서 조금만 서류를 보다가 자신 역시 하교를 할 생각이었다.
"오래도록 가까이 했으니까, 라는 말은 오컬트부는 아니지만 타로를 오래 하셨다는 말인가요?"
렌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부끄러움을 흩어낸 뒤, 토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토와의 카드가 스르륵 다시 섞이고 정리되는 것을 조금 신기하듯 바라보다가 다른 질문이 있느냐는 질문에 렌은 조금 고민했다.
최근에 고민이라고 하면.... 평소에도 어머니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머물다라 가곤 했는데, 마츠리에서 산 머리장식을 선물했을 때에도 기뻐하시고는 다른 말씀이 없으셨다가 이번 달에 집에 오셨던 적에 여자친구를 사귀었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딱히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순 없었지만.... 어쨌든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어머니가 코로리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렌은 복채를 조금 더 내면서 토와에게 물었다.
"저희 어머니가 제 여자친구를 궁금해 하는데 과연 어떨지... 조금 고민이 되어서요. 관련해서 간단하게 봐주실 수 있을지..."
소개를 한다고 해도 못할 것은 없었으나 여자친구를 사귄 일이 처음이기도 하고 또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영 예상이 안가기에 더 고민이 되는 것이었다. 고민한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서도.
렌은 정확히 말하지 않고 웃음을 흘리는 토와의 모습에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토와가 고민을 들어주고 덱을 내밀자 렌은 세 장을 고심하여 골라 내밀었다. 좋은 해석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신이었고 아버지가 그저 인간이었다가 두 분이 좋지 않게 헤어지시게 된 것이라면 제가 코로리와 사귀는 것에 대해 안 좋게 보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머니가 신이라면 벌써 코로리가 신이라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dice 1 2. = 2 1일 경우 .dice 0 21. = 17 .dice 1 2. = 1 2일 경우 .dice 1 4. = 1 .dice 1 14. = 9 .dice 1 2. = 1
.dice 1 2. = 1 1일 경우 .dice 0 21. = 7 .dice 1 2. = 2 2일 경우 .dice 1 4. = 4 .dice 1 14. = 8 .dice 1 2. = 2
.dice 1 2. = 2 1일 경우 .dice 0 21. = 20 .dice 1 2. = 1 2일 경우 .dice 1 4. = 2 .dice 1 14. = 9 .dice 1 2. = 2
렌은 조용히 카드를 뒤집으면서 토와의 해석을 기다렸다. 이미 전의 점괘가 너무 딱맞게 나와서 놀란 것도 있었으므로 더더욱.
그러니까, 원래라면 코로리는 졸업하는 3학년이 된 게 아쉬워서 졸업하고나면 코세이에게 인간계에서 좀 더 놀고 싶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가미즈미 고등학교에 재입학해서! 이름과 모습만 바꾸면 쌍둥이 둘의 완벽한 비밀일 거라고 생각했으니, 제 쌍둥이만 설득하면 인간계에 좀 더 있을 수 있다고 믿었다. 신계에 있을 때도 인간계로 내려가겠다고 불쑥 말하니 반대하다가도 걱정된다며 같이 인간계로 내려와주었기도 하고, 인간계에 있고 싶어한다면 같이 있어주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서, 사랑하는 인간과 비슷한 시간을 살고 싶었다. 그러니까 재입학 말구 대학교 가야지! 코세이와 손 잡지 않고 있는 빈 손으로 얼굴에 손부채질을 한다. 여름은 다 끝났는데, 가을인데 너무 덥다.
"응?!"
여기서?! 갑자기?! 재수?! 당황스럽다! 오늘따라 제 쌍둥이가 왜 이렇게 놀라게 하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재수하면 렌과 같이 대학교 1학년을 시작할 수 있다거나, 같은 대학을 목표로 하기 쉬워진다는 것은 좋았다. 그렇지만 재수라는게 이렇게 덜컥 할 이야기도 아니잖은가. 아무리 인간계에서의 시간은 신계에 비하면 찰나 뿐이라고는 해도, 언제까지나 신이라는 본업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코로리는 눈 동그랗게 뜨고서 코세이를 바라본다. 못 들은 걸로 하라니 고개를 끄덕거리고 간식을 고른다. 푸딩과 포도맛 젤리랑 오렌지맛 사탕이랑 솜사탕 마시멜로랑 알록달록 시리얼이랑 요거트를 찾는 눈이 바빴다. 그런데 또 놀랄 이야기를 한다.
1. 갑자기 자캐를 뒤에서 툭! 치면서 왁!!! 하고 소리쳐서 놀래킨다면 어떤 반응?!?!?! 2. 누군가와 싸웠을 때 화해하는 방법~! 일단 맛있는 것 먹고 진정한다거나 먼저 다가간다거나 생각이 정리될때까지 기다리기 같은 거~!!! 3. 인간관계는 넓다 vs 좁다 / 얇다 vs 깊다?!?!
이번 점괘도 렌에게 알 듯 말 듯 하면서도 어느정도 이해가고 와닿는 것이 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기를 바랐지만 최악도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점괘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특히 어머니에 관한 것들은 아직도 미지로 남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떻게 손을 대거나 생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어쨌든 두 사람 다 렌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었으므로 렌이 중간에서 어떻게든 노력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겠지만서도. 그래도 그것에 대해 타로를 하고 이야기 함으로서 렌은 조금 고민이 덜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 점괘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감사해요, 토와 선배. 고민도 많이 덜어졌고요.”
점을 보는 것은 뭐랄까, 무언가를 대신 결정을 해주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미래를 상상해보면서 불안감을 덜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첫 날 부터 이렇게 점괘가 딱딱 맞아서, 내일은 소문나서 사람들이 다 몰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렌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소문을 내고 다닐 이 중에 렌이 한 명일 것이었다. 점괘가 엄청 잘 맞는다면서 말이다.
/와…. 소름 돋는다…. 렌 어머니가 신이고 렌 아버지가 인간으로 안 좋게 끝난 것도, 렌 어머니가 렌을 지켜낸 것도… 렌 어머니가 아직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고 칩거하고 있는 것도, 결과적으로 렌이 신인 코로리를 만나는 것도 렌 어머니한테 영향을 끼칠 거구. 소오름….. 다들 토와(주)의 타로 점을 보세요… 세상에….
>>42 1.아마 정말로 깜짝 놀라서 빠르게 뒤를 돌아볼 것 같네요. 그 이후는 이제 아는 사람이냐 모르는 사람이냐로 나뉠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이면 무슨 장난을 이렇게 치냐고 괜히 투덜거릴 것 같고 모르는 이라면 당신 누구에요? 나 알아요? 같은 눈빛으로 빤히 바라볼 것 같네요. 아무런 말 없이 말이에요.
2.음. 일단 시간을 가지고 약간 거리를 둘 것 같아요. 그리고 좀 생각을 정리한 후에 화해를 시도하려고 할 것 같네요. 대체로 온천 물에 들어가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그런답니다!
"불안을 덜 수도 있고 불안을 더할 수도 있긴 하지요" 하지만 불안이 덜어졌다면 다행입니다. 라는 말을 하며 훅 하고 초를 불어 끄면. 분명 초는 꺼졌음에도 천막의 안은 묘하게 밝아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제 마법은 끝났답니다." 한 사람에게 허락된 마법은 제한되어 있으니만큼. 이라고 말하네요. 정보가 완벽하게 제로같으면 그건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썬 만족한 듯 보여서 토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인기라는 말에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부채로 얼굴을 가리네요.
"하지만 저는 한정된 것만 받을 테니까요." 개인적 친분으로 받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전 한정이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렌은 토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안 좋은 점괘가 나오면 불안이 더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쨌든 오늘 자신의 점괘는 좋기도 했고 또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기에 이렇게 타로카드를 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토와가 부드럽게 웃어보이자 렌도 마주 미소를 지었다. 토와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긴 귀한 것일 수록 더 한정적인 것이니까요.”
토와의 말에 렌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끝이라는 듯 토와가 인사를 하자 렌도 고개를 숙이며 마주 인사한다.
“네. 감사합니다. 아르바이트 힘내세요.”
그리고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기 직전에 말을 건넨다.
“아, 아르바이트 언제 끝나세요? 끝나면 저기 노점에 맛있는 거 많이 팔던데 같이 먹어요. 라인 할게요.”
하고 살갑게 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을 걷고 나갈 것이었다. 아마 이후 토와에게 라인이 가지 않았을까. 그 라인에 답을 하고 어울려줄지는 토와의 선택이겠지만.
/막레…! 토와주 수고 많았어…! 정말로 타로를 봐줄 줄은 몰랐는데 두 번이나 봐줘서 고맙고 엄청 찰떡이라서 소름 돋았다. 멋있어…
잠도 안자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걸 가족인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 갑자기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하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봤을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같이 있고싶은 마음이겠지. 그래서 아무 말 안하고 하고싶은만큼 하라고 했었다. 쌍둥이가 나란히 인간과 사랑에 빠져버렸고 결국 많은 것이 바뀌었다니, 어디 소설의 내용으로 나올법하다.
" 눈 많이 오는 곳 ... 북쪽으로 가면 괜찮지 않을까? "
북쪽은 유빙도 떠다니니까. 먼 옛날에 나그네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닐때 보러간 적이 있었다. 한겨울에 눈도 많이 오는 그 동네는 더 북쪽에서 흘러온 유빙들을 볼 수 있다. 그것 또한 장관이라 여행 가기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아직 겨울이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장소는 좀 더 고민해도 될 것 같지만. 리리가 담는 간식들을 살펴보다가 포도맛만 세개가 있는 것에 웃는다.
" 포도맛만 너무 많이 사면 오렌지맛이 슬퍼해? "
오렌지맛 사탕이 한 봉지 툭 하고 떨어지는걸 보고 한 얘기다. 평소 같았으면 너무 많다고 적당히 빼라고 했겠지만 오늘은 리리가 먹고싶은만큼 고르는 날이니까 아무 말 없이 장바구니만 들고 서있다. 그러다 핸드폰을 들어서 간식이 잔뜩 들어있는 사진을 찍어서 요조라에게 보낸다. ' 이자요이 남매 과자 파티 ' 라는 말과 함께 보내놓고선 감자맛 과자를 하나 집어서 넣는다.
" 렌 군은 무슨 음식 좋아하는지 알아? "
이제 슬슬 리리한테도 요리를 가르칠때가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말하는 것이다. 연인에게 도시락 선물이라니 렌 군도 분명 좋아할테니까. 같은 남자로써 알 수 있다.
간단한 점심을 때우러 토와는 노점으로 향했습니다. 타로 알바는 오늘치는 끝난 것 같네요. 그래서인지 옷차림은 똑같았지만(약간 긴 로브스러운 옷+베일) 베일은 걷어서 머리 뒤쪽으로 넘겨진 상태입니다.
"으... 뭔가 심력을 많이 쓴 듯한 느낌입니다." 노점의 테이블에 엎드리고는 약한 불평을 한 다음 노점의 메뉴를 봅니다. 확실히 당분을 보충할 수 있는 구성이네요. 이런 것을 놓치긴 그렇지요. 꽤 인기가 좋을 법하지만 토와는 이런 방면에도 운이 있는지. 남은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여기 인기 좋네요. 만석이야 만석.
아침부터 부스를 열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는게 이렇게 귀찮, 아니 힘든 일인 줄, 요조라는 새삼 깨달았다. 일부러 자리도 외지고 잘 안 보일 곳으로 골랐는데, 한 두명 다녀가더니 오전 내내 쉴 틈도 없이 사람이 몰렸다. 덕분에 느긋히 하려던 당초 계획과 달리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요조라의 손에서 붓이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얼추 시간이 되자, 급히 하던 사람까지만 마무리를 짓고 휴식 표시를 책상에 올린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애써 외면하며 자리를 정리해놓고 일어선다. 아, 당분이 필요해, 단 것이 너무나 절실한 순간이다. 분명 노점들 중에 달달한 걸 파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흘러오는 단내를 코끝으로 쫓아가니, 밀가루 반죽 구워지는 냄새가 너무나 매혹적인 노점이 나왔다. 그런데, 자리가...?
"하..."
점심시간이라 쉬러온 사람과 먹으러 온 사람들로 이미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그렇지만 요조라는 이미 이곳에서 파는 디저트의 냄새를 맡아버렸고, 먹어야만 직성이 풀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름 매의 눈으로 테이블을 둘러보다가, 자리가 남아보이는 테이블을 하나 찾아낸다. 이미 한 자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아는 얼굴이었기에, 요조라는 총총히 그 테이블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토와 씨, 맞죠...?"
멀리서 봤을 때는 얼굴만 봐서 잘 몰랐는데, 가까이 와보니 머리에 베일이며 옷이며 어라,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다. 혹시 모르니 확인차 이름을 불러보며 얼굴을 다시 보자, 음, 누가 봐도 토와다. 이 사람도 뭔가 부스를 하고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테이블을 남는 자리를 가리킨다.
"지금... 빈 테이블이, 없어서 그런데... 합석, 괜찮을까요...?"
배고프고 지치긴 했지만, 그런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 그건 자신의 사정일 뿐이니까. 그래도 저번 수학여행 때처럼 비실거리지는 않고 그냥 평범하게 말을 걸었다는 차이는 있었을지도.
요조라 입장에선 토와의 옷차림이 의외네 싶었지만, 사실 남말할 처지는 아니다. 감색 웃옷에 단풍 무늬가 있는 짙은 갈색 치마를 두른, 일본풍 메이드복에 얼굴엔 아침에 그려넣은 자물쇠 그림의 페이스 페인팅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니까. 배고픔과 피로에 주변도 살피지 않고 와서 그렇지, 오는 내내 제법 시선을 받았었다. 요조라가 그걸 눈치채는 건 조금 더 이후가 되겠지만 말이다.
"안녕하세요."
합석을 물어본 뒤에 생각난건데, 토와를 부르기만 했지, 인사를 안 했더란다. 그래서 요조라도 뒤늦게 고개를 꾸벅였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토와가 별 말 없이 합석을 허락하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덧붙이며 빈 자리에 앉는다. 일단 자리를 찾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단박에 허기와 공복감이 몰려온다. 금방이라도 배가 뭐라도 달라고 요동칠 듯한 예감에, 요조라는 대화보다 토와가 가리키는 메뉴로 시선을 돌렸다. 베스트니 시그니처니, 어차피 노점 음식인데 뭐가 저리 많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다 먹어버려야지. 빠르게 메뉴를 훑고 시킬 것을 정한 요조라, 어디 손 남는 점원이 근처로 오길 기다리며 말한다.
"오전부터, 꽤나 다녀간, 모양이에요. 여기... 테이크아웃, 한 거, 많이 봤기도 하고..."
페인팅 받는데 크레이프 들고 와서 먹는 사람도 있었으니, 단언컨데 이번 축제에서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곳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 오후는 오죽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때마침 한 점원이 지나가는 걸 본 요조라가 점원을 부르려 했다. 그 순간, 문득 토와는 아직일 듯 싶어 돌아보며 물었다.
"저, 주문 정했는데, 토와 씨는요...?"
따로 주문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지금처럼 바쁠 때는 주문을 한번에 넣는게 조금이라도 빨리 나올테니까 말이다. 토와가 정했다고 하면 점원을 불렀을거고, 아니라면 조금 더 기다렸을 것이다.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는 다시 엎드리거나 하진 못할 테니. 잠깐 테이블을 바라보지만. 나중에 들어가서 푹 쉬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합니다. 토와 또한 조금 정신을 차리고 나면 요조라의 옷차림이 보통의 교복과는 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자물쇠 페이스페인팅이라니.
"페이스페인팅은 어딘가에서 받은 건가요?" 가벼운 질문을 하면서 토와는 오전부터 다녀갔다는 말에 자리 잡은 건 운이 좋았네요. 라고 말합니다. 들고 다니면서 먹는 것도 괜찮지만 자리에서 느긋하게 먹는 것도 나름의 멋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점원을 부르려는 것에 메뉴를 슬쩍 훑으며 간단하게 정하려 합니다. 이게 괜찮겠네요. 들고 먹기엔 그렇지만 맛은 가장 좋아보이는 느낌으로?
"어. 저도 정했으니까요." 괜찮습니다. 라고 답하며 점원을 부르면 방금 정했으면서도 능숙하게 이거랑 이거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게 보통이 아닐 겁니다. 아무래도 노점은 신속함이 생명이니만큼 바빠보이긴 해도 그만큼 빠르게 나오는 편이려나? 아니면 주문 즉시 제조하는 터라 최대한 빠르게 해도 가벼운 담소는 나눈 뒤에 나올지도?
오렌지맛 사탕은 코로리의 품에 3봉이 더 안겨져 있었다. 코로리는 오렌지맛이 슬퍼한다는 말에 무슨 뜻인지 이해 못하고서 고개 갸웃였다. 포도맛만 너무 많이 사지 않았는데. 오히려 오렌지맛이 1봉 더 많았다. 그러니 오렌지맛이 슬퍼한다면, 오렌지만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라는 이유 밖에는 안 떠오른다. 코로리는 코세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유유히 마시멜로를 찾는다.
"가면 세이 닮은 눈 토끼 만들래."
눈 오는 날 만드는 토끼는 새하얗고 붉은 눈을 갖고 있다. 코세이와 같다! 코로리는 하얀 마시멜로를 보니 눈 토끼가 절로 떠올랐다. 물론 집어든 건 솜사탕색의 알록달록한 마시멜로다.
"응, 여름방학 때 바다 놀러가서ー"
그때 물어봤었노라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안 돼, 안 돼, 안 돼ー! 회상하지를 못 하겠더라! 저에게 주의해야할 것들에 대하여 물어보길래 답하고서, 코로리도 렌에게 주의해야할 것이 있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물어보았다가 말 못 해, 생각도 금지야. 절대 안 돼! 허수아비가 되고 싶어ー. 그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었다. 가정식을 제일 좋아한가거나, 오니기리도 꽤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걸 떠올리려고 했을 뿐인데 '물어봤었고, 들었다' 라는 문장에 찍힌 그 쉼표에 있었던 일 덕에 다시 새빨개졌다. 정말로 졸릴 새가 없다! 대신 정신 못차리는 건 똑같아서, 앞에 있던 조금 키 낮은 진열대를 못 보고 콩 무릎 부딪힌다. 아파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한참 말 못하고 있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세이, 렌 씨 이야기 금지야. 금지. 절대 금지."
품에 있던 오렌지맛 사탕과 골라집은 마시멜로를 부끄러워서, 뜨거워서 녹을 것 같아. 겨우 바구니로 옮겼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한숨 돌린 후에야 요조라는 자신이 부스에서 차림 그대로 왔다는 걸 깨달았다. 토와의 물음이 들린 것도 그 때였다. 그제사 생각난 얼굴의 그림에 혹시 망가지진 않았나 하고 폰을 꺼내 액정에 비춰본다. 다행히 뺨의 자물쇠 그림은 무사했고, 괜찮긴 하지만 부스로 돌아가면 살짝 고치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 코세이한테도 고쳐줄지 물어볼까. 다 먹은 뒤 라인을 보내자고 생각하며 폰을 치마 주머니에 넣는다. 때마침 점원이 왔으므로 주문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럼 저는, 팬케이크에 과일 토핑 전부랑, 아이스크림 한 스쿱, 아니 두 스쿱에, 생크림도 듬뿍 올려주세요... 아, 그리고 홍차도 한잔..."
앉은 김에 느긋히 먹고 갈 셈이었으므로, 제법 호화스럽게 주문을 넣는다. 두 사람 분의 주문을 받아적은 점원은 보시다시피 주문이 밀려서 조금 늦는 점 양해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같은 생각을 하며 턱을 괴려던 요조라는 조금 전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는게 생각나 뒤늦게나마 말했다.
"이거, 제가 그린, 거에요... 이런거, 그려주는 부스, 하고 있거든요... 거창한 건, 아니고, 간단한 것 뿐이지만..."
아무래도 학생이 하는 부스다보니 그릴 수 있는 범위나 쓸 수 있는 재료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주문도 평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의 생각은 감히 요조라가 예상할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오후는, 쉴까 고민 중이네요... 토와 씨는, 뭘 하셨길래, 그런 옷을...?"
오전 내내 부스를 떠나지 못 했던 요조라였기에, 누가 뭘 하는지 요조라는 잘 몰랐다. 애초에 관심이 없는 것도 한몫 했겠지만 말이다.
"네에." 그거요. 라고 말하다가 토와는 요조라의 주문에 호화스럽다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토와의 주문도 호화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조라랑 같이 테이블에 놓으면 테이블이 꽉 차다 못해 적당히 먹지 않으면 넘칠 위험도 있다고요? 그런 뒤에 대답이 늦었긴 하지만 들었다. 이니까 신경쓰지 않습니다.
"나중에 가보면 인기일지도 모르니 오전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농담같이 말하기는 하지만.. 나름 가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건 진심입니다.
"오컬트 부에 잡혀서 알바를 했거든요." 별 건 아니고.. 분위기를 잡고 타로를 조금..? 이라는 말을 합니다. 정말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용하다... 는 말이 슬쩍 흘러나오기도 하니.
"오후는 쉬는 것도 좋겠네요." 그치만 저는 이틀 한정이라서 오후에도 돌아가봐야 하지만요. 라는 말을 하며 이런 점심시간 아니면 못 나오겠다는 말을 하면서 이런 축제는 꽤.. 오랜만이네요. 라고 말하며 토와는 소매를 살짝 걷습니다. 치렁치렁한데 크림 같은 거 묻으면 대참사라고요.
요조라와 토와의 주문을 받아간 점원은 분명 조리파트에 가서 호들갑을 떨 것이 분명하다. 분명 주문한 사람은 둘인데, 주문 내용은 그래보이지 않을테니까, 한창 때의 학생들에게는 한바탕 꺄륵거릴 만한 소재일지도 모른다. 축제의 들뜬 분위기와 북적이는 사람들은 늘 그런 흐름을 만들기 마련이었다.
"오려면, 아침 일찍, 오세요...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
올지도 모를 듯한 토와의 말에 그리 답하고, 페인팅이 그려지지 않은 뺨에 손이 닿도록 턱을 괸다. 토와는 뭔가 했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오컬트부에서 타로를 했다는 말이다. 타로인가. 코세이도 그런 걸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요조라는 점이라던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 관심이 없었다. 점을 보기보다 그걸 구경하는게 더 재미있달까. 오후는 그래볼까 생각하며 토와의 치렁치렁한 옷을 본다.
"그러고보니, 제 쪽에, 온 사람들 중에... 타로가 어쩌니, 하던데, 그거 토와 씨... 였나 보네요... 많이 바빴겠어요. 그쪽도..."
특이한 옷차림으로 간단한 타로를 보는데 꽤 잘 맞추더라는, 그런 얘기를 들은게 생각나 슬쩍 말로 꺼낸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도 가볼까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오전 중에 갔다면 토와 쪽도 분명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오후와 내일도 해야 한다니, 토와의 체력이 받쳐줄까 싶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제 상황에 누굴 걱정하나 싶어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중얼거린다.
"축제야, 매년 떠들썩 했지만... 올해는, 좀 더, 그런 거 같네요...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요..."
그야 멀리서 볼 때와 직접 참가할 때의 체감은 다른 법이니 말이다. 요조라는 새삼 이 학교 축제가 이랬구나, 생각하며 노점에 앉은 사람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눈으로 둘러본다.
토와가 한정적으로 받았다는 말을 하길래, 요조라도 오후엔 그렇게 해볼까 생각한다. 아니면 제한 없이 하다가 조금 일찍 마무리한다던가,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본격적인 것도 아니고, 적당히 즐기려고 하는 거니까,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첫날부터 너무 지쳐버리면 다른 날은 놀고 싶지도 않을 텐데, 그건 곤란하고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오후는 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요조라가 말했다.
"오후는, 오전보다, 시간이 기니까... 잘 조절, 해야겠네요... 체력이라던가..."
지쳐서 걸을 힘도 없어지면 마히루가 데리러 오겠다고 설레발을 칠 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게 해야지, 하고 다짐하던 요조라는 토와의 말에 의외란 듯 눈을 깜빡인다.
"올해가 처음, 이요...? 아, 전학, 왔었나 봐요...?"
그렇다면 이 학교의 축제가 처음이란 것도 이해가 되지만, 어쩐지 그것만 있을 거 같진 않은 느낌이다. 자세히 물어볼까 어쩔까, 고민하는 도중, 쟁반에 접시를 한아름 얹어 들고 점원이 왔다. 생각보다 일찍 순번이 돌아왔나보다. 점원은 요조라와 토와의 테이블에 가져온 접시들을 한가득 늘어놓고, 맛있게 드세요 라고 말하곤 돌아갔다. 갓 구운 팬케이크에 각종 토핑이 수북히 올라간 접시와 아마도 티백으로 우려냈을 홍차가 담긴 찻잔이 요조라의 몫이다. 일단은 나왔으니 먹기부터 할까 싶어, 같이 나온 포크를 든다. 들고서 잠시 토와의 앞을 보곤, 지나가듯이 묻는다.
"단 거, 좋아, 하나봐요...?"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토와의 이미지는 어쩐지 말차에 담백한 다과를 좋아할 듯 보였으니까, 여기서 주문한 음식을 보니 다시금 의외란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뭐, 사실이야 아무래도 좋으니, 요조라는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부분부터 살짝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딱 노점에서 파는 그런 맛이지만, 지금은 몸에 스며들만큼 맛있었다.
"오후는 오전보다 길죠..." 저는 점심이 좀 길고..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까지 하긴 하겠지만요. 라고 말합니다. 타로 같은 것의 분위기를 내는 게 어스름 쪽이 괜찮다는 말을 합니다. 어쩌면 내일은 오전이나 점심은 빼고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네요.
"그렇죠.. 올해 전학을 온 거라서요." 어째 아주 작은 시골이나 아주 큰 도시 둘 중 하나여서 이런 곳의 축제같은 건 묘하게 낯선 느낌이라고 말하네요. 오히려 큰 도시는 축제가 애매하게 열리는 감이 있을지도. 그리고 나온 음식들을 보니 꽤 괜찮아 보입니다.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그렇습니다. 노점 치고는 괜찮네요.
"단 거는.. 아주 좋아한다고 하긴 그렇죠?" 그래도 하루 정도 이렇게 먹는 것 때문에 뭔가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 거니까요. 라고 말하는데 단 거 많이 먹으면 당뇨된다 같은 건 넘어갑시다. 하루 그렇게 먹는다고 그렇게 안된다. 토와는 얌전히 음식을 잘라서 먹어봅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어스름이 내릴 쯤이면 저녁이려나, 토와의 말을 들으며 오늘 마무리가 몇시였던가 생각해본다. 그렇게 늦게까지는 아니었던 같은데. 오후를 시작하기 전에 시간부터 확인해야겠다. 그리고 시간대별로 분배를 하면 되겠다고, 얼추 머릿속으로 정리해간다.
"올해군요... 애매한 시기에, 왔네요...?"
보통 수험을 앞둔 해에 전학은 잘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토와는 딱 그 시기에 전학을 왔으니 왜?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가미즈미 고교가 입시에 혜택 같은게 있던가? 특별히는 없을텐데, 그런게 아니라면 개인사정이려나, 빙글빙글 도는 생각에 꼬리를 슬쩍 잘라주고, 갓 나온 팬케이크에 집중하기로 한다.
"아, 그냥 보통, 정도인가봐요... 음, 뭐, 오늘 하루 정도야..."
요조라도 토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간식을 오늘만 먹는 건 아니니, 조금은 뜨끔했을지도 모른다. 그야 집이 화과자 가게를 하고 있고, 요조라 자신도 간식을 너무 좋아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듬뿍 올린 생크림이며 아이스크림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해보였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요조라가 아니었다. 생크림과 함께 푹 떠서 야무지게 한입 먹고, 곁들여진 과일도 먹으며 얘기한다.
"토와 씨는, 대학, 가나요...? 간다면, 어디로...?"
요즘 이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주변의 진로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토와도 3학년이랬으니 어떨까 하는 생각에 던진 물음이었다.
"약간.. 곤란한 사정이 겹쳐서요." 시골 쪽에서 계속 있어도 저는 괜찮은데 학교가 그렇지 않더라고요. 라는 말은. 요즘 시골 학교가 폐교된다거나 그런 이슈가 있었다는 느낌이긴 하다..
"그렇죠.. 하루 정도 먹어치운다고 해서... 뭔가 일어나진 않겠죠." 그리고 머리를 엄청 쓰는 느낌이라서 머리에서 당분을 강렬하게 원한다고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그러다가 대학 질문을 하자 잠깐 나이프를 멈춥니다. 그러고보니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나.. 라고는 해도 일상에서 안 드러난 것 뿐 추천입시 때문에 이래저래 하고 있었다고요. 일단은 대답해주려 합니다.
"음. 추천 입시 허가를 받아서 도쿄대에 지원하게 되었네요." 그냥 일반 입시로 가는 것도 가능하니까 도전해보는 거지만요? 라고 말하면서 나이프로 음식을 썰어서 입에 가져다넣습니다. 무척 아무렇지도 않게 가미즈미에 가미즈미 대학이 있다면 거기 간다는 식의 말을 한 느낌인데..?
들은 대답으로 보아, 토와의 전학은 이전 학교에 뭔가 문제가 있었나보다. 시골이라는 걸 보니 폐교나 그 비슷한 거였을까, 라고 요조라도 간단히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가미즈미도 지방인데 여기보다 더 외진 곳에서 살았던 걸까. 더 외진 곳이라, 잘 상상이 안 된다. 그런가보다 여기기로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머리가 당분을 원한다라... 저도 그렇긴, 하네요..."
페인팅도 꽤나 집중해야 해서,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생각난게 달달한 음식이었다. 그걸 지금 이렇게 먹고 있으니 머리도 배도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뒷일은 이후의 자신에게 맡기기로 하고, 테이블에 놓인 시럽을 가져와 몇입 먹은 팬케이크 위로 한바퀴만 두른다. 메이플시럽, 이 아닌 그런 향만 나는 저렴한 시럽이지만 지금은 맛만 좋으면 그만이었다.
"오, 도쿄대인가요...? 추천받을, 정도면... 성적, 좋은가보네요..."
지나가는 식으로 물은거라 토와의 대답에 요조라의 반응은 담담하다. 도쿄대인가, 그러고보니 처음 도서실에서 마주쳤을 때도 단어장을 보고 있었지, 학년이 달라서 잘 모르지만 토와의 성적은 상위권인 듯 하다. 추천을 받을 정도면 확실하겠지. 여태 공부와 담 쌓고 살았던 요조라로서는 공부를 잘 한다는게 어떤건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저 그럴려나, 하는 생각만 슬쩍 해보고, 깊게 파고들진 않는다. 그럴만한 관계도 아니니 말이다.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거라던가, 있어요...?"
굳이 궁금한 거라면 어느 대학을 가느냐보단 대학에 가서 뭘 할지 쪽이었으므로, 이 역시 가볍게 묻곤 잠시 홍차로 입가심을 한다. 접시의 팬케이크는 벌써 반이나 줄어 있었다.
"오히려 공부같은 걸 할 때에는 덜한 편인데. 몸이랑 머리랑 같이 쓰면.." 당분이나 에너지나 휴식을 갈구하곤 하더라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약간.. 몸보다는 정신이 더 지치는 느낌이어서 그런가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런 건 넘어갑시다. 어쩔 수 없지요.
"뭐 그렇죠.. 편차치는 높은 편이에요." 무던하게 대답하고는 음식을 먹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꾸준히 먹는 중이네요.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게 있냐는 물음에는 미약하게 고민하는 듯합니다.
"이과 3류를 생각하고 있거든요." 토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공부도 좀 하고있고. 추천입시의 요강도 제대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도쿄대만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문과 123류 이과 123류 총 6개 계열로 교양학부로 모집하는 듯하다. 이과 3류는 의학부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다고. 문과는 1류를. 이과는 3류를. 종합적으로는 이과 3류를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호시즈키 씨는 3학년 올라가게 될 테니.. 대학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가볍게 물어봅니다.
몸과 머리를 같이 써서, 라는 토와에게 아마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고, 요조라도 한마디 거들었을 것이다. 혼자 하는 공부나 그림과는 달리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정신이 지치는거라고 말이다. 지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보람과 즐거움도 있긴 했다.
"이과 3류...?"
편차치가 높다는 말에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거린 요조라였지만, 그 뒤에 나온 이과 3류라는 말은 낯설게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대학의 자세한 건 알아보지 않아 못 알아들은게 당연했다. 마히루도 예체능계로 가서 그런 쪽과는 연이 없기도 했고. 포크질마저 잠시 멈출 만큼 의아해하던 요조라, 곧 나중에 찾아보자고 생각하며 다시 팬케이크를 먹는다. 생크림과 과일의 오묘한 조합을 혀끝으로 만끽하다가 돌아온 물음에 음, 하는 소리를 짧게 흘린다.
"고민, 중이긴 해요... 원래, 갈 생각, 없었는데... 같이, 다니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요조라가 장차 하고픈 일은 경력과 실력이 중요시되고 학력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 대학은 애초부터 선택지에 없었다. 그랬던 장래에 대학을 간다는 선택지가 생긴 건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그래서, 적어도... 겨울, 까지는, 결정하려구요... 갈지, 안 갈지..."
가게 된다면 전공은 뭘로 할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니, 그런 쪽으로 생각 중이라며 덧붙이곤 얼마 남지 않은 팬케이크를 차츰 비워간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그런 것이 포함되어서 그렇다는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는 괜찮은데... 사람에게서 정보를 얻어내고 라포를 형성하고 타로를 볼 때 집중하는 것이니.. 음 생각해보니 피곤하고 심력이 소모가 많다는 건 어쩔 수 없지...
"도쿄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문과 123류, 이과 123류 총 6개의 무리로 전부 교양학부라고 하더라고요." 대충 그정도만 알아도.. 아니 알지 않아도 사는 데엔 큰 문제는 없으니까요. 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에 걸맞듯 토와의 말 또한 그다지 진지하지 않고 그렇다더라~ 정도의 가벼운 말이었습니다.
"3학년 후반에 고민하는 것보다는 2학년 후반에 고민하는 건.. 해내려고 노력할 만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전공이 정해져있다는 건.. 음.. 대학만 선택하면 된다. 니까 좀 준비가 된 느낌이라고 저로썬 생각되네요." 어떤 결론을 내리던 간에 스스로가 납득한다면 괜찮을지도 모르죠. 같은 말을 하며 음식을 먹어가면 꾸줂 먹은 탓인지. 점시는 적절하게 비워지고 있습니다. 음료까지 마시고 나면 그 호화스러운 음식들은 싹 없어져있네요.
교양학부라는 말은 마히루가 대학에 대해 얘기해줄 때, 언급한 적도 있는 것 같다. 뭐라고 했더라, 어지간히 성적 좋고 연구나 실험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간다고 했던가, 그 얘기를 들으며 어렴풋이 과학자나 철학자를 떠올렸던 것도 같다. 토와도 그 비슷한, 연구자나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 걸까. 그런거라면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생각하며, 남은 팬케이크 위에 과일과 생크림을 적절히 분배한다. 그리고 한입씩 잘라 입에 넣는다.
성적은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협회로부터 몇몇 대학의 입학 추천서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중에 코세이가 가려는 곳과 같은 곳이 있을지는 미지수라서, 공부 쪽도 신경을 쓰긴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성적을 생각하면 어딜 가든 힘들겠지... 에잇, 생각하지 말자, 머릿속을 한번 밀어내고 마지막 팬케이크를 떠서 입에 밀어넣는다. 다양한 토핑으로 범벅이던 팬케이크는 이제 전부 요조라의 뱃속으로 들어갔고, 남은 홍차도 입가심으로 비워졌다. 토와와 마찬가지로 빈 접시에 빈 잔을 내려놓은 요조라는 구비되어 있던 냅킨으로 입가를 정리하며 말했다.
"대학을 간다는 거, 자체가 저로서는... 새로운 준비를 하는거라, 선택하기도, 좀 막막하긴, 하지만요... 어떻게든, 되겠죠. 늘 그랬으니..."
늘, 어떤 일이든,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곤 했다. 대학 역시 그럴거라고 생각하며 이제 슬슬 자리를 정리하려고 한다. 아직도 노점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으니 말이다.
"이만, 일어날까요...? 더 앉아있기엔, 밖에,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웨이팅 중인 대기열을 턱짓으로 한번 가리킨 요조라는 주머니에서 지폐와 잔돈을 꺼내 팬케이크와 홍차의 값을 추린다. 나가는 길에 바로 낼 수 있도록 한 손에 챙겨들고서, 토와가 일어날 준비를 하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거죠." 검색을 하거나 하는 걸 막지는 않지만 굳이 여기서 줄줄이 늘어놓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같은 생각으로 토와는 적당히 화제를 돌립니다. 추천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실기 쪽이라면 예? 체? 라고 생각해보지만 굳이 그런 걸 캐묻는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으니 입을 다무려 합니다.
빈 접시만 남은 것을 적당히 정리해서 공간을 만듭니다. 냅킨이나 그런 걸 올려놓을 데도 필요하다고요?
"어떻게든 되긴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 아니라면.. 개인적으론 그렇게 생각해요" "아. 그건 그렇네요" 일어나자는 말에 토와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대기열이 길어질수록 길어지는 사람들의 얼굴이 좀 사나워지는 것을 느낀 모양입니다.
"확실히 좀 일어나는 게 필요해보이기는 하네요" 주머니에서 지폐나 잔돈을 꺼내려고 겉옷인 로브의 여밈을 살짝 풀어서 안에 받쳐 입은 교복의 안주머니를 들여다봅니다. 돈은 충분하군. 돈을 꺼낸 뒤에 다시 여미고는 일어나려 하네요.
장바구니에 들어간 것만 보고 말한건데 리리의 품에는 오렌지맛 사탕이 세봉지나 더 들려있었다. 이러면 오렌지맛의 전세 역전인가. 아무래도 포도맛은 리리에게 첫번째는 되지 못하나보다. 리리가 마시멜로를 찾는 것을 도와주며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 나는 토끼를 닮은 것 같지는 않은데. "
알록달록한 마시멜로가 장바구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며 이 정도면 일주일은 집에 간식이 풍부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끼니를 그냥 이것들로만 때워도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정말 그러고싶다면 잔소리 폭격을 기대해야겠지만 말이다. 여름방학때 놀러가서? 하고 뒷말을 기대했지만 사고회로가 과부화 되는건지 얼굴이 빨개지다가 정신 못차리고 무릎을 가져다가 박는다.
" 리리, 괜찮아? "
세게 부딪힌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플 수 있으니까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잠깐 말이 없다가 이내 렌 군에 대한 발언 금지를 요청한다. 에,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나는 사건의 전모를 알아챈 것 마냥 한껏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리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 렌 군 말만 들어도 부끄러워하는거야? 세상에 한번도 못 본 모습인데. "
렌 군한테 다 말해줘볼까~ 싶었지만 이건 진심으로 화낼 것 같으니까 하지 말아야지. 여동생의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하면서도 귀여워서 나는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가 쓰다듬어준다.
시간이 빠듯한 자리가 아니었다면, 좀 더 대학에 관한 것이라거나 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말을 추리며 짧게 끊게 된 건 저 밖의 대기열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주문하고 먹는 동안에도 빈 자리가 날 때마다 사람이 채워지곤 했으니, 접시를 다 비운 테이블에 꽂히는 시선이 따갑지 않을 리가 없다. 맛나게 먹은 것도 자칫하면 체할 만큼, 이라고 요조라는 생각했으니까.
"네에, 이만 나가죠..."
토와가 로브 사이로 안쪽을 확인하고 일어나려 하기에, 요조라도 따라 일어선다. 그러자 잽싸게 점원이 다가와 테이블 정리를 시작하는 걸 보면, 바깥 대기열의 압박이 적잖게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치워지는 테이블을 뒤로 하고 간이 카운터로 다가가 자신의 몫을 계산한다. 노점 치고 살짝 비싼 감이 없잖아 있었으나, 나름 맛있게 먹었으므로 만족하기로 한다. 계산을 마친 후엔 토와도 낼 수 있게 잠시 비켜섰다가 같이 바깥으로 나왔을 것이다.
"으, 배부르니 졸리다..."
대기열에 치이지 않는 곳까지 떨어져선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린 말이다. 오전 내내 바쁘고 지금은 배부르게 먹기도 했으니, 그야 졸릴 만도 하다. 아직 점심시간은 좀 남았기에 어디 가서 짧게 눈이라도 붙일까 싶다. 한 30분 정도는 쪽잠할 수 있겠지...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자리, 고마웠어요..."
가기 전, 요조라는 토와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덕분에 저 대기열에 끼이지 않고 빠르게 먹고 나올 수 있었으니까, 고맙다는 말은 나름 진심이었다.
부딪혔던 무릎을 내려다보면, 내 무릎도 눈토끼 돼 버렸어ー. 빨갛게 부딪힌 자국이 생긴 무릎에다가 짝짝이로 신은 양말까지, 정신 머리를 어디에 쏙 빼놓고 다니느냐고 잔소리 듣기 좋아보였다. 잔소리 들어도 할 말 없게 졸려서, 부끄러워서 라는 이유로 정말 정신없었으니까. 괜찮냐고 물어보는 쌍둥이의 목소리가 들리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세차고 과할 정도로 끄덕인 이유는 세이가 렌 씨 이야기해서, 부끄러워져서 부딪친 거잖아! 그러니까 더 물어보기 금지야!
"금지라니까아!"
이야기 금지라고 한 것에 이름 언급도 포함이었나보다! 코로리는 금지라고 세번이나 말했는데, 또 귓가에 속삭이니 팟 거리를 벌리며 떨어졌다. 아직도 얼굴 붉히고 있었는데, 또 생각나게 하면 계속 붉힐 수 밖에 없다. 코로리는 코세이가 또 속삭이지 못할 정도로 거리를 벌린 후 눈 가늘게 뜨며 쳐다본다. 머리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하면서도 이번만큼은 계속 가늘게 뜬 눈을 유지했다!
"가라아게도 먹을 거야. 세이 바보."
그러고서 홀랑 과자 코너를 벗어나버린다. 어디로 갔는지 찾기 어려울 것은 없었다. 쌍둥이가 신이라는 것 말고도, 사야할 목록이 정해져있으니 코너만 잘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코로리는 소세지만 또 왕창 집어들고서 있었을 것이다. 양이 작아 다 먹지도 못하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아마도 오늘 마트에 있는 내내 이럴 것 같다. 무사히 장보기가 끝날 지 모르겠다.
"으으.." 기지개를 켜며 토와는 천천히 돌아봅니다. 축제의 면면을 스르륵 녹아드는 듯 구경하던 토와의 귓가에..
-학생회가 카페를 한대요~ 같은 말을 토와는 들었습니다! 엔이 그 곳에 가게 된 것은 카페가 궁금한 게 아니라 그 카페를 하는 이들 중에서 아는 분이 좀 있기 때문입니다. 시미즈 회장님이라던가. 저번의 우미노카리에서 저랑 겨뤘던 분이라던가요. 그냥 평범한 카페라고 생각했는데...
"...?" 뭔가... 다른 느낌인데요? 라는 생각을 하는 토와입니다. 뭐지. 뭐가 다른 거지..? 같은 생각을 하지만(메이드와 집사에 의문을 못 느끼다니. 이런 걸 자주 봤을 수도 있었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토와 엔이 주위에 별로 신경을 안 써서 그런 건가?)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토와가 치렁치렁한 로브와 베일을 쓰고 있지 않은 교복과 가벼운 후드라는 점입니다.
"여기가 학생회가 하는 카페가 맞나 보네요" 고개를 끄덕거린 뒤 일단은 들어가보려 합니다.
토와가 들어오자 보이는 것은 참으로 이색적인 광경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성은 집사복, 남성은 메이드복을 입고 서빙을 하고 있는 작은 카페였으니까. 물론 학생회 멤버들은 그렇게 인원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잡일 담당까지 합치면 그렇게 인원이 또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확실한건 회장, 부회장, 서기, 회계. 4명은 다 홀로 나와있었고 당연히 아키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내 아키라의 눈이 토와에게 향했다. 하필 와도 왜 쟤가 온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아키라는 다 죽은 표정을 지었고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이런 곳에는 가장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아예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라고 속으로 절규하나 안타깝게도 지금 서빙으로서 자유로운 것은 아키라 뿐이었다.
"어, 어서 오세요. 주인님."
이어 아키라는 머리에 쓰고 있는 하얀 메이드 머리 장식을 손으로 정리하고 무릎보다 살짝 위까지 내려오는 치맛자락을 잡고 나름 우아한 자세로 인사를 했다. 물론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도 일이었다. 학생회장이 이런 것으로 물러설 순 없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애써 웃는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주인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몇 분이신가요?"
목소리는 정말로 활기차고 발랄한 목소리였으나 표정은 그에 반비례해서 정말로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으며 얼굴은 어느 순간 붉게 물든 상태였다.
시미즈 씨라는 물음에 아키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차라리 미시즈 아키코라고 칭하는 것이 나을까. 아주 살짝 고민하긴 했지만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도망치는 것 같았기에 그의 프라이드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시미즈 가문의 피를 이은 시미즈 아키라였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결국엔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물론 자리라면 있답니다."
애써 싱긋 웃으면서, 돌아가지 않는 것에 이어 짓궂은 웃음을 띄우는 그의 시선을 살며시 회피하면서 아키라는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저 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비어있는 테이블 자리 중 창가 자리에 안내하며 다시 한 번 치맛자락을 잡고 귀족 영애가 인사를 하듯, 우아한 자탤르 보였다. 물론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린 상태이긴 했지만.
"메뉴판은 여기에 있답니다. 얼마든지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이어 그는 쥐고 있는 메뉴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하는 것이기에 전문적인 것은 없었으나 주스라던가, 커피라던가, 가벼운 쿠키라던가, 치즈케이크 등. 정말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은 어느 정도 있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기에 카페에서 가볍게 즐기기에는 딱 합리적인 가격편에 해당했다.
그리고 메뉴판 맨 끝을 바라보면 정말로 작게 '요청할 시, 오이시쿠나레~ 를 해드립니다.' 라는 문구도 있었다. 물론 이것을 확인했을지, 아니면 보고도 넘길지는 토와의 자유였지만.
"자리가 있다니 다행이네요 메이드 양?" 다행으로 보이는 표정은 아니지만 다행이라고 일부러 말하면서 안내를 받습니다. 우아한 자태를 보고는 괘 하는 느낌이라는 감상일까요?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건 괜찮습니다. 해가 들이치는 곳이라고 해도.. 괜찮고요. 힘내라 선크림!
'전문적이진 않지만... 이런 카페라면 괜찮네요.' 같은 생각을 하며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오이시쿠나레...를 발견하고 맙니다.
"으음. 메이드양? 맨 마지막의 이거는 메이드양이 해주는 걸까요?" 장난스럽게 물어보면서 아 역시 메이드 카페에는 오므라이스 위에 이름 써주는 걸 직관하는 게 좋은데요~ 같은 말을 하는데. 그거 사실 폰으로 검색한 거라고 합니다. 슬쩍 테이블 위에 화면을 끄고 올려놓으려 하는구나..
메이드 양이라는 말에 아키라는 입술을 꾹 깨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집사 군이라고 해도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였겠지만. 아무튼 학생회장이 되면서 참 별별 것을 다 해본다고 속으로 한탄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손님의 앞이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주문을 기다렸다.
그리고 토와의 입에서 오이시쿠나레가 나오자 아키라는 순간 움찔했다. 이어 그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하면서 잠시 답을 고민했다. 물론 해주는 서비스야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직접? 아니. 이거 괜찮은건가? 그렇게 생각을 하다 아키라는 일단 정석적인 메뉴얼대로 그에게 대꾸했다.
"물론 그 서비스를 신청하면 하게 된답니다. 하지만 지목하는 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기에 있는 다른 메이드나 집사가 해주는 것을 원한다면 그쪽을 지목하셔도 괜찮아요."
그렇게 해줄거지? 라는 눈빛을 토와에게 보내면서 아키라는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 약하게 입술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지만 이내 그는 헛기침소리를 내면서 겨우겨우 표정을 진정시켰다.
"그렇다면 일단 저는 다른 곳으로 가볼테니, 주문이 정해지면 얼마든지 얘기해주세요. 주인님!"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다. 카페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 이상 한 사람의 상대만 계속해줄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로 정리를 하는 와중, 아키라에게 그렇게 이야기가 들려왔고 아키라의 표정은 그야말로 굳은 상태가 되었다. 아. 결국 시키는구나.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기로 했다. 지명을 받은 이상 피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당당히 맞서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킨 그는 주문한 디저트와 음료를 트레이에 담아 토와의 자리로 향했다.
"주문하신 디저트와 음료 나왔습니다. 주인님~"
이내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하이텐션으로 바뀌었다. 그야 기왕 하는 거, 정말로 제대로 프로의식을 가지고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이 또한 장차 시미즈 가문을 이어받아서 온천과 스파를 이어나갈 자가 당당히 맞서야 할 시련 아닌 시련이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후, 그는 샤랄랄라- 라는 효과음이 정말로 잘 어울릴 자태로 360도 턴을, 치맛자락을 잡고 돈 후에, 오른손을 들어 마치 마법지팡이를 흔드는 것처럼 흔들다가 디저트에 가리켰다.
"주인님이 맛있게 맛~~있게 드실 디저트야~! 시원하게 목을 적셔줄 음료수야~! 오이시쿠나레~☆
말을 한 이후 아키라는 잠시 침묵을 지키면서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회피했다. 당당하게 한 것은 좋았으나 그 부작용은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잘 봤다는 그 말에 대해서 아키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전에 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다 끝나면 따로 만나서 지워달라고 요청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애써 생글생글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손님 앞에서 화를 내거나 성을 내거나 불평을 할 순 없었으니까. 여긴 바로 그런 카페였고 경영, 그리고 접대의 기본은 바로 스마일이었다. 괜히 스마일은 0엔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물론 이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긴 그 정도로 인원이 넘치는 게 아니기에 그건 조금 곤란하답니다. 다 한 명씩 접대로 데려가면 기본적인 일을 할 이조차 없는걸요."
당연하지만 학생회 멤버는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었다. 다른 누가 한 명을 그대로 붙들고 있으면 다른 이들이 그만큼 그 일을 해야할테고, 메이드나 집사를 모두가 붙들고 있으면 아예 주문을 받고 기본적인 서빙을 할 이조차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양해를 바란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비어있는 찻잔에 차를 천천히 따랐다.
내면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상한 짓은 하지 않길 바라며 아키라는 애써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이상한 짓을 할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나중에 이 카페가 다 끝나고 반에서 만나면, 혹은 그 이전에 만나면 꼭 뭘 한거냐고 물어봐야겠다고 아키라는 굳게 다짐했다. 반드시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 집에 돌아가면 메모장에 꼭 적어둬야겠다고도 다짐하며 그는 천천히 차를 내려놓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몰랐지만, 그래도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니까 허가했답니다."
물론 자신이 조금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규정으로서 어긋나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회장이나 되어서 조금 부끄럽다고 막 금지를 시키거나 하면 되겠는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그 전에 알았다면 적어도 협상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었기에 아쉬운 감정이 그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녹아있었다.
"그래도 아주 잠깐만 지나면, 저는 완전히 해방이니까 그 순간만 바라보고 있어요!"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자신은 해방이 되고 남은 시간은 비번으로서 놀게 될테니 오로지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듯, 그는 굳은 목소리롤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테이블에 있는 티슈를 뽑은 후에 그의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아하...." 몰랐다는 것에 납득합니다. 이게.. 바로 하극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홀짝입니다. 부끄럽기는 해도 된다는 것은 좋지요? 학생회장으로써...의 일인가. 그러다가 잠깐만 지나면 끝난다는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아아. 이런 시미즈 씨의 모습을 학생 모두가 봐야 하는데 말이지요. 조금 더 일하실 생각은 없나요?" 그렇게 진지한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진심이긴 합니다. 그런 뒤..
"더 필요한 서비스..." 조금 고민하네요. 그치만 오이시쿠나레. 차 따라주기.. 그 외에 다른 서비스라면 생각나는 건 별로 없네요... 아키라에게는 다행인 거지요.
"각별히 생각나는 서비스는 없네요..." 그렇다고 해서 케이크를 포크로 먹여달라거나 그런 건 안 되는 게 당연하니까요. 라는 말을 하면서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면서 요즘 입시철이니까 꽤 흥미로운 광경들이 보이긴 하더라고요. 라는 말을 건넵니다. 예를 들자면 이자요이 양이 공부를 하고 있다거나..
애써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더 일을 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학생회장으로서 순찰도 돌아야하고 개인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학교 축제를 즐질 생각이기도 했으니까. 메이드 시미즈 아키라가 아니라 학생회장이자 학생인 시미즈 아키라로서의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더 필요한 서비스가 없다는 그 말에 아키라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겨우겨우 해방되었다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 와중에 이자요이. 즉 코로리의 이야기가 나오자 아키라는 흐응-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지만 살며시 고개를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이자요이 아가씨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아야 할텐데요. 뭐, 일단 가르쳐달라고 하면 가르쳐줄 생각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본 이미지가 있었기에 그다지 미덥진 못하다는 듯이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노력이나 변한 모습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확실히 공부를 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그렇게 바뀐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생각해봤지만 역시 나오는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어느 쪽이건 이자요이 아가씨가 지금이라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같은 반 친구로서 응원해줄 생각이에요. 아하하. 물론 그 아가씨는 놀리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특하고 대견하고 그렇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어서."
나중에 사적으로 이야기 시간을 가져서 이것저것 이야기라도 하는 것이 좋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의 이야기지만.
"조금 짖궂기는 하지요?" 그래도 원래 진지해보이는 이가 이렇게 뜻밖의 모습으로 나타나면 궁금해하고 좀 더 찔러보고 싶어지는걸요. 아무래도 그렇답니다. 라는 말을 하다가 코로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확실히 일시적일지도 모른다- 라는 평도 있기는 하려나요?" 그렇게 생각한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공부하는 것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어디로 갈지. 어떤 목표인지 모르니 조금 같은 반 학생으로써의 걱정은 조금 되기는 하더라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래도 대학에 가지 않거나 못하게 된다고 해도 자격증이나 그런 쪽도 있다는 말을 전할까말까 고민이긴 한 모양입니다.
"차나 디저트들은.. 괜찮네요."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적절한 보관과 취급 덕분일까요? 라고 생각하면서 홀짝이고는 한 잔을 더 따르려 합니다.
요조라의 페이스&바디 페인팅 부스는 복도 끝 어느 교실에 있었다. 평소 공실로 있던 교실 내부를 파티션으로 몇개의 공간을 나누고, 각 칸마다 개인 부스를 낸 학생들의 자리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요조라의 자리였고, 파티션과 파티션을 잇는 검은색 반커튼을 걷고 들어가면 작게 꾸며진 페인팅 부스가 나왔다.
당당하게 폼을 잡으며 들어온 여학생에게 보이는 건 천을 덮은 책상과 페인팅 도구들, 그리고 그 안쪽에 앉은 부스의 주인, 요조라다. 기모노풍의 유니폼을 입고, 파티션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있었는데, 낮게 내리뜬 눈이나 무릎 위 겹쳐놓은 손에 보이는 관절 무늬, 손님이 왔는데도 미동도 없는 모습이 잘 만든 마네킹을 놓은게 아닐까, 싶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금방 아닌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천천히 눈을 뜬 요조라가 삐걱이듯이 움직이며 말을 했으니까.
"어서, 오세요..."
금방이라도 낡은 소리가 날 것처럼,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느릿하고 뚝뚝 끊기는 말투는 기묘한 조합이지 않았을까. 요조라는 자신의 부스에 들어온 여학생을 잠시 응시하다가, 그 앞에 있을 빈 의자를 가리켰다.
"거기, 앉으세요... 주문은, 정하셨, 나요...?"
주문이라 함은 어느 부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지에 대한 것이다. 그렇게 묻곤 이쪽을 참고하라며 부스의 벽을 가리킨다. 그곳엔 '1회 1부위 100엔, 가능 부위- 얼굴, 팔뚝의 인접한 부근까지' 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 일명 메뉴판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코로리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는 것에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도 그녀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그 아이도 비슷한 생각이겠지. 물론 자신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굳이 거기에 코맨트를 붙이진 않았다. 아마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이상, 적어도 자기 앞가림은 확실하게 잘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아무런 말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 뭐, 나름대로 정성껏 만든거니까요. 무엇보다 오이시쿠나레를 외쳤는데 맛이 없다고 하면 정말로 곤란하답니다. 주인님."
그 부끄러운 자세와 대사를 외쳤는데 맛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서로 난감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아키라는 애써 스마일을 유지했다. 뭔가 맛없으니 한 번 더 하라고 할 것 같았기에. 물론 실제로 할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그 서비스는 오직 한 번만이기도 했고.
이어 그가 차를 따르려고 하자 아키라는 바로 옆에서 그의 잔에 차를 천천히 따랐다. 서비스는 여기까지. 이 이상은 자신도 다른 곳으로 가서 서빙을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저는 다른 곳의 주문을 받아야하니 혹시나 다른 서비스가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불러주세요. 주인님."
이어 그는 마지막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오른쪽 눈을 감아 살며시 윙크를 보내면서 붙잡지 않으면 다른 자리로 향하려고 했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입에 담는 토와를 바라보며 아키라는 웃으면서 나름 단호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그런 부끄러운 대사나 포즈는 한 번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정말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은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은 한 번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지는데. 역시 프로는 다른 것일까 싶어 그는 그들에게 괜히 감탄했다.
"별 말씀을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주인님이 지명한 메이드. 키라키라 아키라였습니다~!"
이어 마지막 인사까지 ㅡ물론 자신의 의지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ㅡ 확실하게 하며, 그는 치맛자락을 잡고 우아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괜히 머리에 쓴 머리 장식을 손으로 정리한 후, 다른 테이블로 도도도 달려갔다. 저기서 새롭게 주문을 받을 모양이었다. 표정이 굳어있는 것을 뽀면 또 오이시쿠나레 오더가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쪽이건 아마 아키라는 열심히 일했을 것이고, 토와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원하는 그림을 보여달랬더니, 나온 건 왠 레슬러의 사진이다. 요조라는 이쪽으로 관심이 없었기에 레슬러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래서 두 사진에서 얼굴 위주로 번갈아보며 어느 쪽이 좀더 그리는 보람이 있을까 고민한다. 쉬운 건 전면인 쪽이 쉽겠지만, 보람은 해골 쪽이 더 있을 것 같다. 요조라는 반쪽 해골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해드리죠... 그런데, 목까지, 하실... 건가요...?"
사진대로라면 목에도 그림이 있어서 이 손님의 후드티 차림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요조라는 또 잠시간 손님의 얼굴을 응시하곤,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후드티, 벗지, 않으실, 거라면... 적당히, 보이는 부분까지만, 해드릴게요..."
어차피 굳으면 벗겨지고 하는 일회성이니까, 머리카락과 옷으로 커버되는 부분까지는 그려줄 수 있다 말하고, 주섬주섬 그릴 준비를 시작한다.
후드티를 벗는 여학생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반쯤 장난 삼아 이런 사진을 들고 온게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진심이었나보다. 취향이려나, 그렇다면 꽤나 독특하네, 나중에 얘기할 거리가 생겼다고, 짧게 생각하며 여학생이 앉은 의자로 다가간다.
"조금, 시간이... 걸릴, 테니까,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요..."
요조라의 의자는 기본 의자였지만 손님용은 일부러 교무실에서 빌려온 의자였다. 아무래도 페인팅 받는 시간이 있다보니,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있게끔 해주려는 의도였다. 특히 지금처럼 오래 걸릴 것 같은 작업을 할 때는 유용하다. 요조라는 직접 의자의 등받이를 뒤로 기울여주고 손님의 키에 맞춰 의자의 높이도 조정했다. 어찌 보면 미용실에서 머리를 해주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페인팅을 해줄 쪽으로 자신의 의자와 책상을 끌어와 앉은 요조라는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를 얘기했다.
"앞머리는, 제가, 핀으로 올렸다가, 끝나면, 내려드릴게요... 너무, 두꺼워지지 않게, 하긴 할 건데... 그래도 조금은 짙게, 될거 같으니, 알아두고..."
옆에서 달그락거리며 핀 집는 소리를 내던 요조라, 검은색 실핀 몇개를 들고서 여학생의 앞머리를 고정시키려 하며 덧붙인다.
"제일, 중요한 거... 제가 됐다고, 할 때까지, 절대, 눈... 뜨면, 안 돼요... 눈에, 물감, 튈 수도, 있으니까요..."
인지, 하셨죠? 짧은 확인을 마치면 요조라의 조심스런 손길이 보드라운 연갈색 머리카락을 집어 핀으로 넘겨두고, 곧 눈 감으세요, 라는 말과 함께 붓과 팔레트를 들어올렸을 것이다.
이내 아키라는 살짝 못미더운 표정으로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타로카드 점이 그렇게 잘 맞는다고 하니 한번 재미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덧붙여서 아키라는 점을 그렇게 믿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토와를 바라보며 가볍게 인사를 한 후에 넌지시 용건을 이야기했다.
"여기가 되게 잘 맞는다고 해서. ...가미즈미 온천과 스파의 미래를 타로로 볼 수 있나요?"
가능하면 자신이 경영을 하게 된 이후로. 그렇게 말을 덧붙이며 그는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물론 볼 수는 있지만 거시적인 면 밖에는 볼 수 없지요." 세세한 톱니바퀴는 하나만 빠진다고 해도 삐걱거리며 이 보는 행위가 그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라고 말하며
"미래를 본다라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 것 중 하나만 골라잡는 것이니까요..." "질문이 너무 넓긴 하니. '가미즈미 온천과 스파가 번성할 것이냐' 정도로 줄인다면 좋겠네요" "스프레드는 무엇으로 하시겠나요?" 정하신다면 그 스프레드대로 카드를 뽑아주세요. 라고 속삭이며 테이블에 흐트러진 카드들을 손을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모두 모여 하나의 덱이 만들어진 채로 늘어집니다.
일단 보이는게 그럴듯하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라던 마히루의 조언 비스무리한 말을 참고한 덕분이었다. 괜히 초보티 내면 받는 사람도 불안해져서 없던 사고도 생긴다고 했다. 요조라는 앞머리를 꼼꼼히 올려놓은 뒤, 필요한 물감의 뚜껑을 풀어두고 붓을 스펀지에 찍어 적셨다. 붓이 말랑해질 정도로만 물을 먹인 후, 팔레트에 물감 몇몇개를 떠서 덜어놓고 붓에 묻히기 시작한다.
"음... 말은 괜찮은데, 입 근처를, 할 때는... 조용히 해주세요... 물감, 먹어도 제 책임, 아니니까..."
그런 실수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그런 당부도 하곤 물감을 충분히 묻힌 붓을 든다. 좀 차가워요, 라고 미리 말하곤 얼굴에 붓을 댄다. 먼저 하얀색으로 얼굴의 반을 가르는 선을 가늘게 긋고, 왼쪽 얼굴에만 흰 물감을 최대한 얇고 선명하게 칠한다. 부드러운 붓과 미끈한 물감의 감촉이 섞여서 꽤 복잡미묘한 느낌이 들었을지도.
아미카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괜히 방해가 될까봐 말았다. 아마 지금 쯤 붓에 물감을 묻히고 있으려나? 미술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아미카는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네. 먹어도 생명에 지장은 없겠죠?"
아미카는 슬슬 좀 코스프레할 선수의 기믹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좀 다크하고, 어둡고 죽음에도 가깝고? 물론 불편해하면 바로 멈출 생각이었지만. 붓이 얼굴에 닿자 잠깐 놀라 조금 움찔한 아미카는 가만히 붓질을 받았다. 조금 간지럽다고 해야하나, 미끄럽다고 해야하나 이상한 느낌이었다.
"으음.. 악마 카드네요." 다행인 점은 역방향이라는 거에요. 라고 부드럽게 말합니다. 악마 카드의 정방향은 사슬에 옭아매인 채의 좋지 않은 카드지만. 현재 상황이 운이 좋다는 것이긴 하네요. 라고 말합니다. 해방되고, 금전도 좋은 일들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네요.
"이건... 검 5 정방향이네요." 질문자께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이 카드라면.. 보통 통용되는 뜻보다는 조금 다른 쪽의 해석이 결합되겠네요. 라는 말을 합니다.
"보통은 패배, 타락, 불명예를 뜻하지만 금전운에서는 스스로의 이득을 챙기고 금전적인 면을 신경쓰게 된다는 말이 되니까요. 번성이란 그런 면도 존재하니.. 이렇게 해석이 되네요.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챙겨야 하지만 자신만을 챙기먼 주위에서 원성이 인다고도 하는 카드니. 주의해 주세요."
그리고 방해물의 카드를 뒤집자 흠.. 하는 침음이 들립니다.
"탑이네요." 타로 카드 중 그야말로 손에 꼽는 최악의 카드. 그것도 정방향이 나왔지만. 동시에 방해물이기에 이해하는 인선입니다.
"스스로가 방해네요." 이것은 인간이 쌓은 탑. 토와의 눈이 아키라를 바라봅니다. 변화한 이가 아등바등 무리하게 밀어붙이게 된다면 그것이 스스로의 기반을 갉아 와장창. 하고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지요. 가미즈미 온천이나 스파의 번영을 위해 무언가 하게 된다면. 그걸 잘 살펴보시는 게 좋겠네요.
"그리고.. 왜 이렇지..." 라고 중얼거리는 것은 죽음 카드 정방향이 나와서입니다.
"그러나 그 격변이 동시에 일을 헤쳐나가는 일이 된다니." 어쩌면 이것은 당신 스스로가 주위의 인망을 유지하며 온천과 스파를 어느 정도 개혁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겠군요. 라는 말을 하며 결과를 상징하는 카드를 뒤집자.
갱신이야 다들 좋은 밤~! ( ´∀`) 축제 이벤트 내일까지만 하는거야?! 주말동안 돌리려고 했는데 못 돌리겠다......... 。゚(゚´ω`゚)゚。 메이드 아키라도 토와 타로도 페이스/바디페인팅 해주는 요조라도 신난 아미카도 신의 힘으로 확률 100% 코세이도 전부 만나고 싶었는데~~~!!!
일단 아키라는 조용히 점괘에 귀를 기울였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지금은 꽤 좋긴 하지만 자신 때문에 온갖 역경이 생길 수 있고 여러모로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성공을 하게 된다는 의미일까. 아직 자신이 미숙하다는 것을 점괘가 보여주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점은 점일 뿐이니까요. 그냥 재미로 본 거기도 하고. 그다지 결과는 신경쓰지 않을 참이에요. 미래가 정해져있다..라는 말은 믿지 않기도 하고요."
어디까지나 자신은 재미로 봤을 뿐. 이 자체에 흔들릴 생각은 없다는 듯이 그는 확고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나름 재밌는 결과였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참고하도록 할게요. 무리한 개혁이라. 딱히 생각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때가 되면 또 모르니까요. 뭐, 일단 이 정도만 보도록 할게요."
어차피 자신이 알고 싶었던 것은 이것 뿐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주머니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을 꺼낸 후에 자리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여학생에게 보이지 않았겠지만, 움찔하는 순간, 요조라도 피식하고 웃을 뻔 했다. 사실 이 손님 말고도 다른 손님들 할 때도 그랬다. 얼굴에 닿으면 다들 움찔 한번씩 하더란 말이지... 그래도 살짝 웃음을 참아 넘기고, 조심조심 붓질을 한다. 간간히 말에 대답도 해주면서 말이다.
"이 물감은, 괜찮아요... 그렇지만, 노란색, 유화 물감은... 안 돼요. 그건, 독이 들었거든요..."
물감에 대해 말 나온 김에, 옛날옛날, 어떤 여자가 변심한 연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노란색 유화 물감을 탄 차를 먹여 그 숨이 멎게 했다는 얘기를 짧게 풀어준다. 그리고, 뭐랬더라, 여자도 같이 마셨던가, 내연녀를 불러 마시게 했었나, 결말이 잘 기억나지 않아 그냥 그랬다는 식으로 얘기하곤, 하얂게 칠해진 얼굴 위로 손부채질 몇번 한다.
어서 오세요! 코로리주! 음. 그렇다면 그냥 기간이 겹쳤다고 하고 축제는 축제대로, 마츠리는 마츠리대로 돌릴 수 있게 하면 문제 해결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축제는 예정대로 월요일 0시까지. 그와는 별개로 마츠리 상황은 마츠리 상황대로 토요일 0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로. 이렇게 되면 겹치는 구간이 생기겠지만..이건 그냥 서로 선택하는 것으로!
먹어도 괜찮지만 노란색 물감은 위험하다라, 어차피 노란색은 칠할 부분이 딱히 없으니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뭔가 좀 조심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러고보니 유화라고 하니 물감에 무슨 마약 성분이 있었다던가 그런 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저어.. 이게 유화는 아니겠죠?"
아마 아니겠지만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아미카는 좀 어이 없는 질문을 했다.
"네, 조심해야죠."
눈에 붓의 감촉이 느껴지자 아미카는 제발 눈이 중간에 떠지는 일이 없길 빌며 무심코 눈에 힘을 좀 주었다. 아직 찡그린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하나 더 볼 것이냐는 물음에 아키라는 잠시 고민과 갈등을 시작했다. 그야 뭐, 한 번 정도 더 본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겠지만, 지금 와서 그것을 본다고 해도 의미가 있을까라는 것이 순수한 그의 의문이었다. 하지만 재미로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약하게 숨을 내쉰 후에 토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398 헉 아냐 캡틴 편한대로 해줘~!! 축제 못 놀아도 마츠리 제대로 놀면 된다구~~!!!! 축제 일상 구경했으니까 괜찮다구, 아키라가 오이시쿠나레 하는 것도 똑똑하게 봣으니까!!!! (^∇^)
아미카주 안녕, 좋은 밤이야~! (*´∀`*)
손 비는 참치들 없는 거 같지만 그래도.... 일상 구한다고는 해볼게 ( ´∀`) 넘겨도 된다구!
그리고 오늘도 질문들!!! 바빴어서 오랜만인 느낌~!!! 1. 자캐가 마지막으로 울었던 때는?!? 2. "단점이 뭐야?" 하고 물어본다면 무엇을 말할까!!! 3. 혼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면 자캐는 뭘 먹을까~~!! 뭘 요리한다든지 배달시킨다든지 굶는다든지 외식이라든지?!!!?
물론 몸에 쓰는 전용 물감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런 독한 유화 물감은 아니긴 했다. 그래도 사람 심리라는게, 좀 짖궂은 면이 있기 마련이다. 여학생의 어이 없는 질문에 요조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별거 아닌 듯 대답했다.
"아닐, 거에요... 아마..."
안심을 시켜주진 못할 망정 불안이 솟을 만한 대답이라니, 역시, 라고 할까. 담담하게 말한 요조라는 아무렇지 않게 페인팅을 이어간다. 눈 조심하라고 하자 눈가에 힘 들어가는게 보여서 다시금 실소 할 뻔 했지만, 무사히 웃지 않고 침착하게 물감을 칠했다. 눈가에 검은 칠을 하고, 다음은 입술과 입가에 대감 검은 칠하고, 다시 하얀 물감으로 해골의 디테일을 살린다.
"목, 시작할테니, 간지러워도, 참아요..."
얼굴을 대강 마무리하고 목에도 작업에 들어간다. 시작하기에 앞서 아까도 했던 주의를 한번 더, 특히 너무 움직이지 말란 주의를 주곤 목에도 얼굴에 했던 것과 같으면서 다른 페인팅을 한다.
>>402 왜 그걸 똑똑하게 본 거예요!!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거예요!! (기억 속의 지우개 발동)(안됨)
1.눈물이야 꽤 여러 번 흘렸고 작년에도 성적이 잘 안 나왔을 때 속상해서 울었으니... 일단 딱 그 정도가 될 것 같네요. 2.아키라:글쎄요. ...너무 잔소리가 많은 점? 일단 그렇게 불평하는 반 친구가 있다보니. (싱긋) 3.음. 그냥 혼자서 조용히 해결할 것 같아요. 카레라던가! 아키라 카레 좋아하니까요!
단적으로 말해서 무리라니. 이렇게 희망이 박살날 수가 있나. 물론 그는 점을 믿지 않지만, 그래도 대놓고 이렇게 들으니 아무래도 기분이 애매한 것은 사실이었다. 일단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내면서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안경이 흘러내릴 정도로 크게 당황하는 결과긴 했지만,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이 참으로 애쓴다 라는 느낌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점은 점일 뿐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크게 믿진 않겠어요. 그럼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연애 운 같은 것도 심심한데 보도록 할까요. ...아니요. 딱히 누굴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고..."
적당히 말 끝을 흐리면서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봐줄 수 있겠냐는 듯이 그는 토와를 가만히 바라봤다.
1. 감정적으로 운거려나? 음~ 초등학교 6학년 쯤이 마지막이려나~ 그 뒤론 울기보다 그냥 지치기만 해서~ 2. 단점~ 너무 많은데? ㅋ.ㅋ 사람을 대하는게 어렵다, 고 하겠지 지금은~ 3. 일단 냉장고를 연다 > 항상 간식이 있다 > 먹는다 > 냉동실도 열어본다 > 또다른 간식이 있다 > 그냥 먹는다/해동시켜서 데워먹는다
>>410 모두의 일상은 언제나 즐겁게 보구 있답니다~!!!! ( ´∀`) (코로리: 어디서 잔소리대마왕이 날 아가씨라고 부르는 기분이 들었어, 으ー)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번 코로리 얘기잖아~! 성적 안 나와서 운 거 넘 안쓰럽구 。゚(゚´ω`゚)゚。 카레는 직접 만드는거야?! 고기 많이 넣자~!!
>>413 감정적으든 뭐든! 초등학교 6학년..................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 지쳐서 눈물도 안 난다는 거 같구...... 단점이 많다니 무슨 소리!!!! 장점도 많아서 반짝이는데!!! (⌒▽⌒) 간식은..... 큰 호시즈키씨의 솜씨려나!!?
>>402 1. 눈물 글썽글썽이면 아마 작년에 경기 보다가 너무 명경기라 운 일이겠죠? 그게 아니고 펑펑 운 일은 중학교때 친구랑 싸우고 울었던 일? 나름대로 잘 넘어갔지만요~! 2. "음..잠이 많아아.." 3. 적당히 바깥에 나가서 굶지만 않을 정도로 샐러드 같은걸 사먹을 것 같네요!
>>418 경기 때문에 운거 너무 귀엽고 찐팬같아서 경기란 경기 전부 티켓팅 해주고 싶어~!!!! 중학교때 친구랑 싸운건 무슨 일이었는지 몰라두 잘 끝나서 다행이다 (*´∀`*) 잠이 많은 건...... 단점이 아니라고 외치는 신이 잇으니까 괜찮아!!!! (`・ω・´)!!!! 3번 샐러드 간단해서 좋지 뒷처리도 쉽구!!
>>422 요조라....... 양파 썰게 해서라두 눈물샘에 눈물 채워주고 싶어........ 。゚(゚´ω`゚)゚。 우는것도 힘 드는 일이라 울 일도 한숨쉴 일도 없는게 최고!!!! 지만......... 무엇이 요조라의 장점이 안 보인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선녀를 데리고서...?????? 신메뉴 시험작.... 나 호시즈키 옆집으로 이민 및 이사가서 친한 이웃될래 (⌒▽⌒)
>>417 좋아하는 음식 정도는 직접 만들 수 있지요! 아키라는! 고기도 많이 넣고 감자도 많이 넣고 호박도 많이 넣고 그런답니다! 참고로 약간 매운 쪽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ㅋㅋㅋㅋㅋ 그리고..단점으로 코로리가 늘 말하니까 내 단점인가보다. 하고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426 호.....박........ 아키라 어른이구나 (^∇^) 매운 카레 맛있지!!! 그리고 밥 먹으러가려다 발목 잡힌 이유.......... 리리야 잔소리한다고 그만 말해........ 아키라는 다 맞는 말 하는건데........ 같은 반이라는 이유 하나로 생면부지 타인에게도 신경써주는 상냥한 사람이라고 칭찬해!!!!!
토와가 말하는 것을 들으며 아키라는 우선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거, 혹시 자신의 뒷조사라도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음. 소리를 내면서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굳이 자신의 뒷조사를 하면서까지 연애사를 파해칠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뭐, 비슷한 일은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긴 한데. 아니.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의 집안. 즉 시미즈 가문이 부담스럽기에 헤어지고 싶다고 했었던가. 그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담을 준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아키라는 약하게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은 시미즈 가문을 부정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도 시미즈라는 성에 자부심이 있었기에.
"어디까지나 재미로 본 거지만 나쁘진 않네요.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 있다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딱히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이 이상 그를 붙잡아둘 순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3개나 봐준다고 고생했어요. 다음에 답례로 밥이라도 한 번 살게요. 그럼 점괘 힘내시고요."
꽃을 좋아해서 그렇게 해달라고 한 걸까. 그걸 요청했던 사람은, 분명 기뻐보이는 얼굴을 하고 나갔었다. 그러면 좋아하는게 맞겠지. 모두가 만족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마음에 든다며 갔던게 생각난다. 이 손님도 그럴까. 요조라는 문득 어떨까 싶어 눈 감은 손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작업에 다시 집중했다.
"음... 이제, 마무리 해드릴게요..."
가는 붓으로 디테일 살리기가 끝나자 쥘부채를 꺼내 칠한 부분 위주로 가는 바람을 살랑살랑 일으킨다. 최대한 얇게 칠하긴 했지만 그래도 부분 부분 두께가 있었고, 그만큼 덜 마른 부분도 있었으니까, 조금이라도 잘 마르도록 부채질을 해준다. 그런 다음 앞머리의 핀을 빼고 앞머리의 정리까지 마치면, 비로소 작업이 끝난다.
"의자, 올릴게요... 거울, 보고, 확인하세요..."
여학생이 놀라지 않게 조심히 의자의 등받이를 올려주고, 사이즈는 작지만 여러 면을 볼 수 있는 삼면경을 들어 여학생 쪽으로 비춰준다. 거울에 비치는 얼굴엔 언뜻 보기에도 섬뜩한, 반해골이 된 여학생이 비치고 있었을 것이다.
>>492 요조라랑 친해지기 열혈 진행중...!!!! 증명사진은 원래 다들 그렇지만 과연 가미즈미의 미모의 아이들까지......? 맞다맞다 아마 축제 일상 못 돌릴 거 같기두 하구..... 만약 코로리가 요조라가 하는 부스 가서 그려주고 싶은거 아무데나 그려달라고 햇으면 뭐 그려줬을까?!?!!? 요조라의 갓아트...... 받구 싶었는데 。゚(゚´ω`゚)゚。
>>496 음~ 하긴 잘생긴 애들은 증명사진도 잘 나오긴 하더라... (먼산) ㅋㅋ 그럴까봐 마츠리에서도 화과자 노점 옆에서 해주는 걸로 할까 하긴 했는데~ 코로리가 왔으면~ 한쪽 눈에 빨간 꽃이 핀 것처럼 하고 그 아래로 꽃 덩굴 살짝 늘어진 거 그려주지 않았을까~ 꽃은 아마 장미일거 같고, 색도 눈 색에 맞춰서 붉은색~노을색 번지는 느낌으로 했을거야~
아미카는 축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아미카는 조금 긴 외투와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가느다라게 뜬 눈과 얼굴 반쪽에만 이루어진 페이스 페인팅은 조금 무..섭다기 보단 중2병스럽게 보였다. 아미카는 이 모습을 사진이라도 찍을까 하다가 왠지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이 있어서 잠시 기억을 곱씹어 봤다.
분명 이름이..렌..렌 선배였지? 아미카는 렌의 어깨를 뒤에서 톡톡, 두드리더니 매우 어둡지만 아미카에겐 반갑게 느껴지는 인사를 했다.
관에서 누워서 자다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말에 렌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이어지는 말에 렌은 다비 알렌이라는 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수영 선수라면 알았겠지만 관심 분야가 다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어찌 되었든 렌에게 있어서 아미카의 첫인상과 지금의 모습이 매우 달랐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전에 만났을 때에는 말끝을 늘이는 버릇이 있는 나른한 인상의 중학생같은 느낌의 여자애였는데 지금은 조금 건방진 꼬맹이 같은 느낌이려나. 나름의 컨셉인가 생각해서 딱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던 아미카의 얼굴에 그려진 분장은 일반인이 보아도 섬세하고 공이 들어간 것이기에 렌이 물었다.
“얼굴에 그린 건 스스로 한 거야? 엄청 잘 그려졌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느낌이었다. 아미카가 나름 차려입은 것에 비해 렌은 흰 티에 가볍게 수영부 저지를 걸쳐입고 청바지를 입은 것 뿐이라 더더욱 비교되는 느낌이려나.
최근에 울었던 것....? 렌이 우는 거라.... 뭔가 스포츠 물에서 나오는 것처럼 말이지 작년에 기록이 잘 안나와서 울었다거나 팀 대회에서 져버렸다거나 해서 분해서 우는 느낌이 떠오르네~ 현실적인 건 코로리주가 말했듯 대파 얼려서 보관하려고 잔뜩 썰다가 눈 빨갛게 눈물 그렁그렁한 느낌이 떠오르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546 앗 뭔가 운동부 아이들의 엄청 정석적인 느낌?!?! 주인공 성장 스토리 하나 보는 느낌이구 그렇지만 마음 아프구 。゚(゚´ω`゚)゚。 대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파 썰어둬서 보관하면 편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귀여워 。゚(゚´ω`゚)゚。 。゚(゚´ω`゚)゚。 。゚(゚´ω`゚)゚。
코로리는 엄청 잘 울어! 일때문에 매일매일 울고 있을 거 같으니까. 어린 아이 악몽만 들어갔다 나오면 눈물 흘릴 거 같지~! 애기들은 악몽 속에서 잘 울고, 애기들은 매일매일 자고, 악몽 꾸는 애기들은 매일밤 한명 넘게 꼭 있을 거구. 물론 이런건 닦고나면 그치겠지만~!!!! 제일 힘들게 우는 건.......... 역시 이번에 재워준 잠이 누군가에게 마지막 잠일 때려나.....?
>>554 렌이 잘못이 아닌데 왜 렌이 머리를 박아~!!!! 렌이 덕분에 웃은 적이 훨씬 더 많은데 (`・∀・´)!!!!!! 꿈 속 감정 동기화 때문이니까 코로리도 익숙하다구~! 너무 심한 악몽만 아니라면~!!! 영면의 잠은 진짜루.... 그렇지.... 아는 얼굴이면 더 그런거야 당연하구. 그래도 업이니까 힘내고 있어 괜찮아~! ( ´∀`)
할로윈 질문 가을 마지막쯤에 물어보려고 아끼고 있는데 가을 되자마자 계속 물어보고 싶어져........ 할로윈 분장..... 생각만해두 귀여울 거 같으니까....
>>561 아무래도 코로리가 한창 일할때 렌이 깨어있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가끔 밤에 깨서 물 마시거나 할 일이 있지 않을까나... 나아아아중에 같이 살 일이 잇다면...?() 유령신랑신부 코스튬 너무 귀여울 것 같은데 ;ㅁ; 코로리는 마녀 분장도 귀여울 것 같지...
캡 어서와~~~!!! 아키라는 학생회장이니까 맨 앞이 어울리지 않냐구~
토와 검은색 베일 엄청 신비롭구...! 상상해도 너무 귀엽고 멋있다... 토와의 트레이드 마크는 눈이니까 눈을 안 가리는게 역시 포인트려나!
>>567 와사비 잘못 먹고 코 찡~~ 해져서 눈물나는 것도 눈물났으니까 우는거라구, 괜찮다구?!?!?! 작년 겨울쯤에 왜 울었으려나?!!
>>568 깨어있지 않아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오케이라구, 아마 자고 있는 렌이 손 잡구서 진정하지 않을까~~!!! 나아아아중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 맞아 나아아아중을 기약하자 ( ´∀`) 마녀 분장이라구 하면 바다 일상 이야기 생각나서 렌은.... 헨젤인가...? 라는 생각 밖에 안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
>>570 아키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아키라한테 최고의 악몽은 4DX 영화관이 생기는 꿈일지도 모르겠다........ ( ´∀`)
>>579 1.그럼 침착하게 유메나 다른 학생회 멤버들에게 우산 같이 쓰고 가면 안되냐고 요청을 할 것 같네요! 2.크게 우산 취향은 없어요. 그냥 있는 것을 쓰는 편에 가까워요. 3.온천에 사람 많이 오는 날. 추우니까 몸 데우려고 오는 날. 이건 반쯤 농담이고 그냥 보면서 정신이 차분해지는 날이라고 하네요.
>>58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쟁 선포라니 그럴리가~~~!!!! 아키라한테 코로리가 잠의 신이고 잠과 꿈을 관리한다구 들키면 어떻게 될까 싶구 (⌒▽⌒) 앗 학생회들도 없으면!!!! 혼자일 때 비가 오면?!?!! 우산 취향 그냥 있는 것을 쓴다....? 오호라..... 핫핑크색에 리본과 하트 무늬에 레이스가 달린 깜찍한 우산도? 온천에 사람많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 오는거 보면 추적추적 뭔가 상쾌하지~!!!!
>>582 사실 코로리가 다른 이는 몰라도 아키라에겐 죽어도 안 들키려고 할 것 같아서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싶지만... 확실한 것은 아키라는 코로리가 신이라는 것을 알고 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해도 크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그렇게 따지면 이쪽의 뒤에는 아오노미즈류카미님이 있거든요?! 공부나 하시죠. 잠의 신님! 이러면서 신에게 잔소리를 하는 인간이 될지도..(아님) 음. 학생회들도 없으면 아마 편의점까지 뛰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정말로 그것밖에 없다면 그것을 쓰고 가기도 해요. 막 우산은 크게 가리고 그러는 편은 아니라서요. 물론 구멍이 났거나 망가진 것은 별개지만!
>>583 앗 그런 것보다는 그거 생각했어, 저번에 그 꿈 꾸게 한게 이자요이 씨냐고 잔소리하려나 ( ´∀`) 싶었거든~!!!! 아키라 태도 안 바뀐단건 말해줬으니까 기억하구 있다구~~~ 앗 진짜 쓰고 가는거야?!?!? 아키라 집의 우산... 전부 그것으로 바꿔버리기~!!!! 학생화도 없으면 편의점까지 뛰는거려나! 마중 부탁은 안 하는거야?!
>>584 ㅋㅋㅋㅋㅋㅋㅋ 그쪽 말이로군요! 그쪽이라면 아마 적어도 3일 동안은 코로리에게 엄청난 눈빛 공격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런 말도 안하지만 그저 빤히 바라보는 느낌 있잖아요? 그 느낌으로 정말로 빤히, 빤히 바라보고 있을 것 같네요. 마중을 나와달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다들 바쁠테니 아키라는 혼자서 조용히 해결하는 편이랍니다. 물론 비가 너무 거세게 온다면 그건 어쩔 수 없겠지만요.
1. 폰을 꺼낸다 > 마히루를 호출한다 > 완-벽 아니면 그냥 비맞고 간대~ 이슬비 정도는 맞아도 괜찮대~ 2. 장우산을 좀더 좋아하구 밝은색에 무늬 있는 걸 좋아해~ 무늬는 색과 조합만 잘 되면 뭐라도 괜찮구~ 3. 음~ 비만! 오면 그냥 그런 날이지~ 천둥번개가 친다? 그럼 이제 그 날은 절대 밖에 안 나가고 일일 히키코모리 되버리는거야~
>>585 요조라주가 예쁘게 잘 만들어줬으니까 당연하지~!!!! ( ´∀`) 알아보기 쉽게 캐릭터성 잘 살려줘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구~!!! 다시 안녕, 좋은 저녁이구~!!!
실제로 코로리가 아키라 뒤에서 걷게 된다면.... 뒤에서 발 밟으려고 아키라 발만 보고 걸을 지도 (⌒▽⌒)
>>586 앗 하긴 토와는 기숙사생이니까 학교 옆으로 뛰면 되려나 싶구?!? 예보 확인하고 좀 더 공부......... 역시 공신...... 공부의 신...... 단색 장우산~~~ 눈색 맞춰서 녹색도 이쁠거 같구 그냥 깔끔 블랙도 좋을거같구? 습기..... 습기는 싫지.... 끈적끈적 (・∀・)
>>587 눈빛 공격 당하는거냐구 (⌒▽⌒) 코로리 그러면 어차피 들켰다는 가정하니까 그러면 또 꾸게 해버린다고 협박하면서 도망갈지두 ( ´∀`) 아키라..... 효자야...... 효자란 거 알았지만 효자야............ 아키라를 위해 학교에 우산 분실물 백 개정도는 모아둬야겠어
>>588 큰 호시즈키씨 일해라 (⌒▽⌒) 왠지 요조라는 우산도 예쁘게 잘 골라쓸거 같지?!? 장우산 좋아할 거 같았구~!!! 쪼금 별개로 요조라는 양산도 있을까?!? 천둥번개 치면 폭우니까 집에 있어야지 휴교다~!! (이사장님: ?)
가미즈미의 가을은 참으로 먹거리가 풍부해지는 시기였다. 물론 가을은 추수 시기이기도 하니 먹거리가 풍부해지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 가미즈미는 물이 상당히 좋아서 그런지 주변에 먹거리가 상당히 많이 맺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슈카쿠마츠리는 바로 그런 식재료들을 이용해서 각자의 개성적인 요리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경우에 따라선 정식으로 팔기도 하는 축제였다. 이 시기에는 정말 그 어느 때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노점이 생겨나는 것이 특징이었고, 가미즈미 밖에서도 자신들이 만든 창작 요리를 내걸러 찾아오기도 했다.
불법적인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면 이 시기에는 정말 기본적인 신고만 하면 노점을 세워서 요리를 만들어서 팔 수 있었기에 어떻게 보면 정말 다양하고 평소에는 먹기 힘든 요리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마츠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학생은 물론이며 노인들까지도 마음껏 요리를 만들어서 대접할 수 있었기에 요리의 길을 꿈꾸는 이들에게 있어서 이 마츠리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행사인만큼 가미즈미에 있는 식당들은 모두 이 마츠리를 노리고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려 하고 있었다.
또한 이 시기는 할로윈과도 살짝 겹치기 때문에 다양한 할로윈 복장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물론 할로윈 복장만이 아니라 전통 의상을 입는 이들도 많았으며, 그냥 평상복을 입는 이들도 많았다. 어디까지나 그 부분은 그냥 개개인의 자유였다.
아무튼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맛있는 냄새가 가미즈미 마을을 뒤덮기 시작했다. 풍요롭고 맛있는 슈카쿠마츠리가 시작된 것이었다.
/6월 11일부터 6월 18일까지 슈카쿠마츠리를 즐길 수 있어요! 노점의 요리는 여러분들이 창작으로 만들어주세요! 물론 자신이 직접 노점을 열어도 괜찮답니다! 할로윈 복장을 하는 것도 자유에요!! 그리고 학교 축제는 예정대로 일요일까지는 즐길 수 있으니 이 또한 참고해주세요!
타로를 봐주는 오컬트부의 천막은 검보라빛의 은은한 광택이 도는 천이었습니다. 저녁의 장막이 내려앉은 천막은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약한 더위도 싹 날아가버려 오히려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공간 안에서 복채를 안내받고 토와가 있는 천막의 천을 걷고 들어온다면 눈을 빼고는 베일로 가리고 있고, 뒤쪽에도 길게 늘어져는 있지만. 앉아있어서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요. 옷도 치렁치렁한 편이네요. 테이블 위에는 타로 카드가 흩어져 있네요.
"어서오세요." 코로리가 들어오면 그렇게 말하는 토와의 눈이 어쩐지 어두운 곳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은은한 조명이 안을 밝히고 있고 핀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있음에도 말이지요. 어쩐지 안이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한 기분입니다.
사람들이 포도밭ー 포도농장이야! 포도 한 송이에 포도알이 많이도 달려있고, 포도밭에 가면 그런 포도가 몇 송이고 달려있고, 포도농장은 포도밭이 크게 이룬 곳이다. 코로리는 학교에서 열린 축제에 놀러온 사람들을 보고서 하루 종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축제 부스를 내는 것도 자유로워서 부스들을 이것저것 다 체험하느라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닐수록 사람들도 엄청 많이 만나서, 처음에는 포도밭이라고 생각했는데 포도농장이 되고 말았다. 포도향은 안 나고 양귀비 향만 나는게 문제였지만!
"풋사과ー 청포도 씨! 맞지!"
부스들을 다 체험해보려고 하던 코로리니까, 분위기 나게 자리잡고 있는 오컬트부의 천막을 지나칠 이유는 없다! 천을 걷어 들어오니 베일로 가리고서 앉아있는 청포도 씨 맞아! 와 눈을 마주쳤다. 눈만 남기고 다 가리고 있지만, 그 눈이 보이고 목소리도 알고 있으니까 반가워하고 있다. 맞느냐고 물어본 건 우쭐대는 용이었나 보다. 속삭이는 목소리에 방긋 웃으며 답한다.
"응, 타로 보러 왔어. 청포도 씨 타로도 볼 줄 알아?"
코로리는 마주보는 자리에 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분위기가 신비롭고 몽환적이라 타로의 신님이 보면 좋아하겠다!
선배님이라, 그러고보니 이 여학생, 적어도 같은 층에서 마주친 기억은 없다. 애초에 마주친 사람의 수가 손에 꼽기는 하지만, 비슷한 인상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 1학년일 것이다. 요조라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여학생이 내민 200엔을 받아들었다. 동전 두닢은 동그란 통 속에 딸랑거리며 떨어졌고, 요조라의 나른한 시선이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럼, 축제, 재밌게 보내요..."
저렇게 본격적으로 페인팅을 받기까지 했는데, 최대한 즐거운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학년이라면 더더욱. 그러라는 의미로 가는 뒷모습에 손을 흔들어 줬을 것이고, 다음 사람이 들어오기 전, 짧은 사이에 하품을 늘어지게 했겠지. 축제도 좋지만, 그냥 가서 놀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621 끝나지마 。゚(゚´ω`゚)゚。 。゚(゚´ω`゚)゚。 。゚(゚´ω`゚)゚。 시간의 신님 시간을 돌려주세요~!!!!
>>626 비 그칠 때까지 자고 일어났더니 비가 더 많이 오구 있으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검은색의 뾰족한 장우산.... 뾰족해야하는 이유는 뭐려나?!?! 아미카 검은색 좋아했어?!?! 비오는날 습기 때문에 무거운 느낌 알지알지~~!!! 자고 싶구~~~
>>629 리리가..... 우산이 있을까?!! 있다면 꼭 마중가겠지만?! 장우산이 좋은 이유.... 뭐지?!! 뭐려나?!?!?! 궁금하다악....... 비오는 날 비 구경 좋아하는구나!!! 세이가 비구경하는데 천둥번개소리 듣고 놀란 리리가 딸꾹질해서 방해되는거 아닌가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633 헉 뱀파이어 분장!! 카페 호시즈키!!!! (관전모드) >>635 ㅋㅋㅋㅋㅋ 리리도 없으면 그냥 맘 편하게 편의점에서 하나 사서 쓰고 가지 않을까 싶네요. 비오는날엔 진짜 멍하니 쏟아지는 빗방울들 구경하고 있을 것 같고 ... 천둥번개 치는데 리리 딸꾹질 들리면 빵 터져서 웃으면서 옆에 앉으라고 손짓할 것 같은걸요.
공부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타로까지 할 수 있다니, 코로리에게 팔방미인이 욕심쟁이었다. 욕심쟁이라고 하면 칭찬같은 느낌은 별로 안 들겠지만, 칭찬이었던 것이다! 코로리는 구경하듯 테이블 위의 타로 카드들을 바라보다가, 어떤 것을 볼 지 묻는 질문에 고개를 길게 기울인다. 질문 세가지를 골라내야 하는건데, 그러면서도 포괄적이지 않아야 한다니 질문 고르기가 꽤 어려웠다.
"응ー 내가 꼭꼭 감추고 있는 엄ー청 커다란 비밀이 있는데, 앞으로 알게 되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해ー."
이내 질문 하나를 말한다. 코로리가 꼭꼭 감추고 있는 엄ー청 커다란 비밀은 신이라는 거! 밝히는 거는 상관없지만, 들키는 거는 이제 그만 들키고 싶단 말이야. 학교라는 곳보다 조금 더 큰 곳으로,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게 된 이상 코로리에게는 중대한 사항이었다. 맹신하지는 않겠지만서도 한 번 물어봐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0명이라고 한다고 조심성없이 다닐 것도 아니었지만!
카드를 섞고. 그것에서 단 한장만을 뽑아내는 것을 보고는 가라앉은 눈 안에 일렁이는 녹색이 카드를 바라봅니다.
"운명의 수레바퀴. 정방향이네요." "요즘 큰 변화가 있었나요? 예를 들자면 그 비밀을 들켰다거나요?" 큰 변화와 질문을 결부하자면 그 비밀을 들킨 적 있기 때문에 변화를 상징하는 이런 게 나왔을수도 있고.. 굉장한 비밀이니만큼 이런 카드가 나오는가 보네요. 라고 속삭이듯 말합니다.
"들키지 않느냐. 들키느냐. 라는 것은 수레바퀴로군요." 이 카드는 변화의 필요성을 말하는 카드이기 때문에, 그대가 들키지 않으려면 그대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야기한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라면 같은 이유로 들키겠지요.
큰 변화와 들킨 비밀이라고 하면, 렌 씨잖아! 두번이나 비밀을 들켰지만 둘 중에 큰 변화라고 하는 쪽을 비교한다면 하나가 두드러졌다. 비밀을 들켜서, 신이라는 사실을 들켜버려서 시작된 연이 연인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인이 생겼다는 건, 사랑이라는 것도 잘 모르더니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큰 변화일 수 밖에 없어서 코로리는 머릿속에 남자친구가 바로 떠올라버렸다! 얼굴 붉힐 것만 같아서 손등을 얼굴에 대었다. 뜨거워지면 안 돼, 적포도는 청포도 씨가 될 거라구!
"응, 들켜서… 그렇게 만났는데, 연애하게 됐으니까."
목소리가 조금 작게 기어들어간 것 같다면 기분 탓은 아니었다. 마주보고 앉아있는데다 테이블 하나 사이니까 듣지 못할 정도로 작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잘 드러났다.
"똑같은 이유로?!"
자다가 들켰는데! 똑같이 들키고 싶지 않다! 코로리는 토와의 말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신뢰하는 듯 하다. 맹신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맹신할 것 같다.
"정확하게는.. 변화하거나. 고여 있는 그 안일함이 해가 되겠지요" "백 년의 시간동안 변화하지 아니한다면 그건 운명이 녹슬기 충분한 시간이지 않나요?" 라고 말하면서 다른 질문은 있으신가요? 라고 속삭입니다. 연애중이라는 걸 들은 토와는.. 그러고보면 여기 온 분 중 연애하는 분도 좀 있었다는 걸 상기합니다. 그 중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일까요?
"이건.. 똑똑함과는 살짝 다르긴 하지만요." 그러나 그것이 하늘에 닿아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뽑힌 카드를 다시 덱에 집어넣고 테이블에 흐트러뜨립니다. 질문을 한다면 다시 섞어 내밀겠군요.
잠은 한결같아! 언제나 다를 것 없이 인간들을 대해왔고 대하려는 코로리는 이 말을 할 수 없어서 입술만 작게 삐죽였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을 하지만, 다른 질문은 있냐는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인다. 첫 질문은 신스러웠다면, 두번째 질문은 좀 더 인간스러운 질문이었다. 얼굴 붉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질문은 너무 민망해서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대학교 다닐 수 있을지 궁금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기로 했지만, 대학교를 갈 수 있을지 없을 지, 좋아하는 사람의 대학 입시 여부도 그 무엇 하나 아는 게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같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단 기대는 품어도 괜찮으니까!
"그치만..." 그 말에 토와의 눈이 코로리를 바라봅니다. 일렁거리는 듯한 빛이 담긴 눈이 바라보다가 접혀서 사라집니다.
"본질을 변화시키라는 말이 아니에요." "선한 본질을 악하게 만들라는 그런 극적인 변화도 상관은 없지만..." 그 비밀에 닿아있는 본질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더 배우고. 다른 관점으로 보는 넓은 시야를 함양하자에 더 가깝습니다. 라고 속삭이듯 말하며. 토와는 같은 대학교를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면. 그 질문을 생각하며 카드를 뽑아 주세요." 테이블 위에 어지러이 섞인 카드를 분명 손은 한두번밖에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데 가지런히 정리된 카드를 펼쳐서 뽑으라고 합니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큰일나, 싫어! 다들 잠 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될 수도 있다구! 악몽 밖에 꾸지 않는 잠 자는 숲 속의 공주, 사랑의 입맞춤을 받아도 깨어날 수 없는 저주라고 하면 그건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질 못한 동화책이 되고 만다. 코로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언제까지나 인간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절대 없다! 그 이후로 주어지는 속삭임에는 귀 기울였다. 100년 동안 그 비밀 지키기는 영 어렵겠다는 결과가 아닌게 어딜까!
"지금 엄청 긴장되는데ー 5개 뽑을래ー!"
코로리는 머릿속으로 계속 질문을 떠올렸다. 질문이 점점 바람으로 변해서 곤란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대학교 다닐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대학교 다니게 해줘! 로 바뀌어서 계속 다시금 질문으로 바꾸어 상기해줘야했다. 아까는 1장이었지만 이번에는 5장, 코로리는 더더 신중하게 5장을 골랐다.
"5는 변화와 진보를 상징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 카드의 그림을 보시면 경쟁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대학교 가기 위해서 공부를 안 하고 있었다면 공부를 시작했다거나.. 그런 쪽을 나타내네요.." 입시 경쟁에 뛰어드셨네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당신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쟁취네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열정적인 쟁취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다만 연애운적으로 보자면 완성을 경험한 왕이라는 키워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연애를 시작했다거나 고백같은 걸 받거나 주는 성공을 경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네요.. 연애를 시작한 걸로 보이니.. 축하드려요?라는 말을 하는 토와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쟁취하려는 데에 방해물은.." 컵 5번 카드.
"당신의 과거네요." 당신이 과거에 신경쓰지 않았던 것은 이 컵 3개처럼(컵 5카드엔 컵이 5개 나와있음) 쏟은 물이 되었지만. 당신을 지탱하는 게 있기에 이 방해되는 자신의 과거를(공부하지 않고 잠자기만 했다거나 하는 그러함) 방해물로써 인식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라는 말을 하고는. 같은 반이었기에 과거를 조금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합니다.
"힘을 주는 것이나 헤쳐나갈 지략은..." 카드를 뒤집자. 세계의 역이 나옵니다.
"음..." 조금 고민이 길어집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유급이나 재수겠네요." 세계의 정이 완성이기에 그 역은 미완성일 수 밖에 없지요. 라고 말합니다. 혹은 위기감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라고 말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스스로의 미완성을 직시하고,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미완성이나 그런 걸 말한 것은.. 이 카드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검 6의 역. 이것은 정방향이었다면 이동, 진행하는. 그런 뜻이지만. 역이면 반대로 발이 묶이거나, 진행이 지지부진해진다는 뜻이 되니까요. 세계의 역 카드와 결부시킨다면 이동을 하지 않는다. 라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만일 과거를 극복하고 쟁취해낸다면 '떨어질 일이 없다'로도 가능하지만. 극복하지 못한다면 애정운에서조차도 좋지 않을 것을 암시합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카드를 짚네요.
"물론 모든 점은 엿보는 것이며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그 존재들의 운명은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속삭이듯 말하는 토와의 목소리는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집니다.
안 하던 걸, 평생 안 할 줄 알았던 걸 하려니 더 고역이었다! 졸음을 갖다주고, 잠을 청구하고 기억과 바람을 토대로 꿈을 빚는 일에 영문법이 필요하고 방정식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꿈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으니까! 그런 걸로 잡아두면 오히려 안 된다구! 코로리는 입시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말에 지쳤다는 듯이 웃는다. 잠의 신 쪽을 내려놓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도 없어서 24시간이 꽉 차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었더라면 지독한 양귀비 향이 나고 있을 일정이다.
"축, 축하해줘서 고마워어."
연애 축하라니, 간지러웠다. 쟁취라는 말을 하길래 대입에서 꼭 원하는 대학에 원하는 학과로 입학하는 그런 쟁취를 뜻하는 줄 알아서 연애운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물론 처음부터 질문이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대학에 갈 수 있느냐를 물어보기야 했지만! 코로리는 귀 끝이 조금 뜨겁게 느껴졌는데, 붉어졌겠지만 천막 안이 어두워서 잘 안 보이길 바라보았다. 청포도 씨 베일 내가 하고 싶어! 축하받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방해물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니 더 부끄러워진다. 방해물이 과거라니, 공부 안 하고 잠만 잤던 걸 콕 집어 말하는 것 같다!
"바빠서… 밤에는 바쁘단 말이야…."
억울해하고 있지만 이 억울함을 토와에게 쏟아내봤자이다. 하지만 지금 공부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대입에 있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아니 아예 불길에 발을 집어넣어뒀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코로리는 조금 추욱 풀이 죽어서 토와의 말을 잠자코 기다렸다. 힘을 주는 것이나 헤쳐나갈 지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눈을 크게 뜨고서 놀랄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제 쌍둥이와 마트에 장을 보러갔다가, 그 가는 길에 재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급은, 코로리는 재입학이나 유급은 좋았다. 대학교를 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정말로 재입학해버렸을 지도 모른다.
"위기감은 방금 더 많이 느껴버렸어ー"
겨울이 훌렁 지나가면 좋겠지만, 또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입은 빨리 끝내고 싶지만 졸업은 미루고 싶었다. 코로리는 뽑았던 카드들을 바라보다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나쁜 생각만 하면 계속 나쁜 생각만 하게 된다. 아예 안 된다, 아니다라고 부정당한 것도 아닌데 마냥 풀 죽어 있기는 싫다!
"그래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웃으면서 졸업할 거라구, 청포도 씨 졸업식 날 같이 사진 찍어야 해?"
신님보다 더 신님같이 말했지?! 보통 생각하는 신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무언가 성스럽고 경건하고, 위엄있으며 경외로운 그런 이미지가 팟 떠올랐던 코로리였다. 토와에게서 신이라는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것만 아니었더라면 신이냐고 물어봤을 것만 같다.
"그럼 기다릴래!"
여기저기 바쁘더라도, 시간이 난다면 찍을 수도 있을 지 모른다고 여지를 준다면 코로리는 기다리겠다고 선뜻 답했다. 졸업식날 모두하고 사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다같이도 찍구, 둘씩만으로도 찍구. 졸업앨범이 있지 않냐고 한다면, 정작 졸업앨범에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고 학교에 와서 하는 마지막 행사인 졸업식 사진은 없으니까!
"다른 질문은ー"
퍼뜩 잔소리쟁이들이 떠올랐다.
"나, 잔소리쟁이들이 있는데ー 잔소리 없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이거 물어볼래!"
잔소리없는 정말로 사이좋은, 그림에 그린 듯한 쌍둥이가 된다거나 혹은 사이좋은 반 친구가 된다거나!
"신이라..." "신들은 기운으로 신을 알아본다고 하니.. 신이 아닌 것은 알아보기 쉬울지도 몰라요?" 라는 말을 하면서 옅은 미소를 짓는 토와는 코로리를 잠깐 바라봅니다. 어쩐지 눈이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을 주네요. 실제로 신이라는 걸 알아차리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기다린다는 것에 그렇다면 저도 적당히 해결하기는 해야겠네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잔소리쟁이들이요?" 으음.. 보통 한 명을 대상으로 하는 편이기는 하네요. 라고 말하면서 한 사람을 정해서 그 대상과 가능할지 물어보며. 카드를 뽑아주세요. 라면서 흐트러지고 가지런해지는 걸 두어 번 반복한 카드덱을 펼쳐 뽑으라고 내밉니다.
누가 알려준거야?! 어느 신님이 알려준 이야기인거야?! 세간에 그런 이야기가 떠도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꿰뚫어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옅은 미소까지 지으며 정확한 말을 하면 왠지 들킨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코로리는 어색하게 답해버린다. 첫번째 질문에서 뽑았던 타로 카드가 생각난다. 운명의 수레바퀴 그림이 머릿속에 동실동실 떠다녔다.
"한 명 만이야?! 그럼ー 응, 골랐다아!"
세이는 그래도 쌍둥이니까! 가족이구 서로 많이 생각하고 아껴주고 있으니까! 반면 싫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미워하지 않는단 말을 듣더라고 신뢰가지 않는 사이의 학생회장님은, 과연 타로는 무슨 이야기를 해줄 지 궁금했다. 코로리는 속으로 회장님이랑 잔소리 없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보며, 이번에도 신중히 카드를 뽑는다. 이번에는 3장 뽑는 거니까, 아키라를 생각하며 카드를 3장이나 뽑으니 왠지 타로카드에 안경이나 햇님이 그려져 있을 것 같았다. 그런 타로 카드가 있는지도 몰랐지만!
"....잔소리를 할 만한데.. 선은 넘지 않는.. 그런 일이 있네요." 만일 심각한 질문에 이 카드가 나왔으면 와 망했네.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라는 말을 하며 토와는 탑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라는 그런 대변혁은 아니다. 라고 말하려 합니다. 이게 원인이라면.. 일종의 악연 같은 거죠.
"비유하자면.. 앙금이 있는?" 그리고 다음 카드를 뒤집자. 또 역이 나옵니다.
"펜타클 왕의 역..." 자존심이 상해서 관계가 악화되어가는 것이네요. 이쪽이 상했을 수도 저쪽이 상했을 수도 있지만. 이쪽이 자존심이 상한다.. 보다는 자존심이 상하게 해서.에 가까운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하다가.
"권위적으로 대하는 게 있었다... 는 것도 있을지도요?" 그리고는 다음 카드를 뒤집으면.
"세 개 다 역이네요." 모두 정방향이나 모두 역이라던가 그런 것의 확률이 있음에도 꼭 뚫고 나오곤 하죠.
"지팡이의 왕 역." 결국. 의심으로 인해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겠군요. 라는 말을 합니다. 쟁취해내고 완성을 지속하는 카드가 뒤집혔으니. 의심이 들고, 쟁취하기 힘든.. 즉 실패하는 것이네요. 라고 말하면서.
"독단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진솔하게 터놓고 말하는 그런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독이 되어 진행되는 것에 휘둘리는 것이 나온 만큼이요. 라고 말하네요.
타로를 잘 모르긴 했지만 뒤집어져 있는 탑, 뒤집어져있는 사람 그림이 좋은 뜻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직감은 맞아버렸다. 어느 카드도 좋게 풀이되는 것이 없었다! 잔소리를 할 만한데 선은 넘지 않는 일이라면, 1학기에는 등교하는 모든 날마다 매일매일 있었다. 앙금이 있는지 고민해보자니 코로리는 딱히 앙금은 없었다, 말하고 싶은데 하나 있었다. 양귀비로 피었던 것! 잔소리나 잠 깨운 것은 봐준다고 해도 양귀비로 피어나기 까지하면 앙금이 생긴 것 같았다. 코로리는 뭐라 말할 수 없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1학년 때부터 매일매일 같은 반이었으면 큰일났을 거야.
"진솔하게 터놓으면… 해결은 되겠지마안."
잠의 신이라서 밤에 일하느라 잤던 것 뿐이다, 잠 안 자면 뭐라하는 것 뿐이다 하고 해명하면 끝날 일이긴 한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권위적으로 대하는게 있었다는 건, 학생회장인 쪽의 이야기겠거니 싶었는데 오히려 저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코로리는 고민하듯 끙 앓는다. 쉽사리 말할 수 있는 거였으면 타로에 물어볼 일도 없었을테니까.
"고민해볼래ー 그래도 청포도 씨 타로, 청포도 씨 닮았네!"
타로가 똑똑하다는 말이었다! 똑똑함과는 다른 느낌이라고는 했지만.
"잔소리쟁이 씨랑 친해지게 되면, 청포도 씨한테 산타클로스 하라구 할게!"
만약 아키라와 사이가 좋아진다면, 친구가 된다면 이건 전부 토와의 타로 덕분이니 토와에게 선물을 하라고 시킨다는 거였다. 그래서야 친구가 될 수 있으려나 싶다!
"카드 중에는 뒤집힌 게 비교적 좋은 뜻인 경우도 있지만요?" 예를 들면 달이라던가 말이에요.
"의심과 실패... 하지만 이것은 수단이니. 수단에 휘둘리지 않고 나아간다면 그 수단을 좀 더.. 잡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까. 목적에 다다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무시하고 다른 걸 찾아도 상관없고.따라가다가 손을 놓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다..도 괜찮다는 것이었을까.
"음... 그런가요..?" 산타클로스는..적당히 이해하고는 카드를 다시 모아서 덱으로 되돌리고는 초를 불어 끕니다. 마법은 끝. 이라고 속삭이면. 어쩐지 안이 더 밝아지고 화사해진 듯한 느낌이 납니다.
"더 이상은 못하니까요." 지금 여기에 허락된 것이 다 되었다는 것 같음을 코로리는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학생회장을 햇님이라고 부르고는 했으니, 코로리는 그래서 달이 나오지 않은 거라고 확신했다. 달이 나올 때 뒤집힌 달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이렇게 풀이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 건 전부 햇님이기 때문이라고 덮어버린다.
"졸업할 때 같이 사진찍을 수 있을 만큼 힘내야겠다."
촛불이 입바람에 후 꺼지면 천막 안은 분명 어두워져야 하는데 밝아진 기분이 들어서 코로리는 다시 한 번 천막 안을 둘러보았다. 타로 카드도 깔끔히 정리되었고, 정말 마법에 걸렸던 것만 같은 느낌에 꿈 속인 것 같았다. 꿈이 아니라는 건 잘 알았지만 조금 붕 뜬 기분이 들었다. 한 발 자국 정도 허공에 발을 디딘 듯이 몽환적이다.
"응, 엄청 재밌었다아! 나도 타로 연습해서 잘 하게 되면 청포도 씨 봐줄게?"
마주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올 때처럼 천을 걷어 나가는 듯하더니 고개만 빼꼼 내밀고 들어와서 그렇게 말했다. 손도 집어넣어 흔들며 안녕, 잘 자!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조라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는 점이 많지만 역시 전에 미술 수행평가를 도와줬을 때처럼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그리는 정도이지만 여전히 그정도 까지는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러고보니 주변에 얼굴이나 팔 등에 페이스페인팅을 한 사람들이 보였던 것을 보니 아무래도 요조라의 작품이겠거니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자신은 축제 기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는데 무언가를 하는 것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나면 들려서 이온음료 캔이라도 시원한 걸로 하나 가져다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미카가 머랭 쿠키를 받아 오물오물 먹는 것을 보니 왠지 햄스터가 연상되었다. 뭔가 무서워 보이게끔 분장을 했지만 역시 그리 무서워 보이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자그마한 몸집이나 따뜻한 색감의 머리색 때문이려나.
“보드 탈 줄 알아? 아니면 소품?”
렌이 아미카가 내려놓은 보드에 눈길을 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궁금한 모양이었다.
/아이고 늦어서 미안...! 기력이 없어서 쓰러져 있었다. 등장 노래도 잘 들었다구~~!!! 아미카 귀여워.....
아미카는 둘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이런 우연이 다 있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입을 오물오물거리던 아미카는 그래도 지금은 컨셉을 지켜야하지 않나 해서 슬그머니 다시 보드를 들더니 입쪽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꿀꺽, 머랭을 삼켰다. 보드에 대한 질문에 아미카는 보드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 그냥 코스프레로 한거라서요. 이것도 여동생에게 빌려온거랍니다."
근데 여동생은 왜 이런 접이식 보드를 가지고 있던거지? 이상함을 느낀 아미카는 보드를 뻔히 바라보곤 말했다.
렌은 뺨을 긁적였다. 물론 아침 조례만 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옆자리라고 뭔가 더 친하거나 하지는 않지만서도. 그래도 여자친구의 쌍둥이 오빠의 여자친구 되는 그런 관계이긴 하지만 그렇게 친하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뭐어, 나쁜 관계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 친해지는 거야 조금씩 친해지면 되는 것일테니까.
“여동생이라니, 부럽네. 앞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샀을 수도 있고, 아니면 후배님 몰래 연습했을 수도 있고 한 것 아닐까?”
렌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미카도 동생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제 주변에는 형제자매가 있는 집이 많구나 싶었다. 외동이라 부러운 것들이 많기는 했다.
“바퀴를 보면 사용감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걸.”
초심자라면 보드를 격하게 다루지는 않으니 바퀴를 보면 열심히 탔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사서 모셔만 두고 있는지 알 수 있을 터였다.
>>76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렌: 아니 글쎄 오로라씨가...(그거 아님) 어차피 계속 마주칠수밖에 없으니 천천히 친해지것지뭐~(생각없음) 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열심히 해서 뻗어있는 요조라 조금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고생하네, 쉬엄쉬엄 해." 하고 캔만 두고 갈 것 같구. 그리고 정답! 렌이다! ㅋㅋㅋㅋㅋㅋ
렌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역시 친하고 좋은 사이가 맞는 모양이다. 괜히 프로레슬링을 시청하는 두 여자애들을 떠올리자 뭔가 부럽기도하고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해골 페인팅이니까 조금 갈라져도 그 나름대로 컨셉같지 않아?"
그리고 이어지는 아미카의 말에 작게 웃어보인다.
"엄청 잘 즐기고 있나보네. 참, 저쪽에 타로카드 봐주는데 엄청 잘 맞으니까 시간 괜찮으면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마술부가 마술 공연도 하는 것 같던데. 또 학생회에서도 카페를 한다던가...? 그렇게 들었던 것 같아."
타로카드는 토와에게 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는데 지금도 하고 있으려나 하고 고개를 갸웃해보인다. 학생회 카페는 아직 가보지않아서 아직까진 메이드 카페를 하고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지만. 나중에 아키라가 메이드복을 입고 서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렌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렌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아미카는 스케이트보드를 들어올리는 포즈를 처음으로 취했다. 그 다음은 좀 다르게 스케이트보드를 들어올린 뒤, 스케이트보드를 내려놓고도 폼을 잡으며 몇장 찍었다. 아미카는 사진을 다 찍은 후 휴대폰을 받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해요, 렌 선배님!"
휴대폰에 찍힌 사진들을 보며 나중에 흑역사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뭐 괜찮을거라 생각해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한 아미카는 밝게 사진을 봤다. 컨셉은 잠시 잊은것처럼.
슈카쿠마츠리, 가미즈미 마을에서 가을에 열리는 성대한 축제는 다른 마츠리보다 한참 많은 노점들이 열리는 날이다. 외부에서도 자신이 만든 요리를 사람들에게 팔고자 넘어오는만큼 평소보다 열리는 노점의 수는 많은게 당연했지만. 다양한 요리를 맛보러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오는만큼 마을은 평소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내가 일하는 카페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결국 그날 준비한 것들이 너무 빨리 떨어지게 되었고 점장님은 평소보다 빨리 카페 문을 닫기로 마음 먹고선 직원들을 모두 내쫓았다.
" 가서 놀아! "
뒷정리는 자신이 할테니 가서 놀라는 말과 함께 직원들을 모두 문 밖으로 쫓아낸 점장님께 유리문 너머로 인사를 드리고서는 축제가 한창인 곳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각종 요리들의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아서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각기 다른 요리들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들어오고 볶고 찌고 굽는 노점들의 소리도 귀를 즐겁게했다. 하지만 오늘은 따로 약속이 있었으니 아쉬운 마음을 안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 뭐라도 사둘까. "
그래도 일하다 오는건데 뭐라도 사둘까 싶어서 가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니 수제 초콜릿을 파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적당히 작은 사이즈의 초콜릿을 샀고, 요조라와 나눠먹을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매해, 매계절마다, 가미즈미에서 마츠리가 열리면 호시즈키당은 어김없이 노점을 냈다. 계절에 맞춘 그림으로 치장한 노점은 보기에 좋았으며 깔끔한 가판에 늘어놓은 다과들은 먹음직스러웠다. 항상은 아니지만 신메뉴도 나오곤 해서, 가미즈미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아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슈카쿠마츠리도 그렇지 않을까, 라고 예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현실은 누군가는 했을지도 모를 예상을 박살낸 노점이 나왔지만 말이다.
그 노점 안에서 요조라는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마히루와 그의 친구들을 구경 중이었다. 할로윈 주간이 끼이는 마츠리답게, 요조라도 마히루도, 노점에 참여한 모두 독특한 분장을 하고 손님맞이며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누구 한 명 노는 이 없이 바쁜 와중에, 요조라만 덩그러니 앉아서 구경하고 있으니, 제아무리 넉살맞은 마히루라도 짜증이란게 안 날 수가 없다.
"요루...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도와주지? 응? 바쁜거 보이잖아?" "에, 그렇지만, 나, 할 줄 아는거... 없는 걸... 곧, 나갈거구..." "그냥 하기 싫다고 해라, 어? 요걸 확 그냥." "흥이야..."
금방이라도 꿀밤을 쥐어박을 듯한 마히루의 모습에 요조라는 혀를 쏙 내밀곤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노점을 나온다. 어차피 코세이와 약속이 있어서 슬슬 나오려던 참이었다. 또각또각, 굽이 약간 있는 구두 소리가 요조라 걸음마다 울린다.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 주변에서 온갖 맛있는 냄새들이 요조라의 발목을 잡았지만, 멈추는 일 없이 제시간보다 이르게 약속한 장소에 도착한다. 저번엔 코세이가 먼저였던거 같은데, 오늘은 자신이 먼저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저 멀리 코세이가 보여 그쪽을 바라보며 한 손을 흔든다.
"코세이-"
이제는 보기만 해도 활짝,은 아니지만 베시시 웃는 정도로 표정이 풀린 요조라였으나, 할로윈 분장 덕에 조금은 으시시해보이지 않았을까. 평소보다 더 창백하게 화장을 하고, 다크서클을 일부러 진하게 칠해 눈이 패인 듯이 보인다. 거기에 길게 늘어뜨려 그린 아이라인, 짙은 핏빛으로 칠한 입술이 음침함을 더한다. 화장도 화장이지만 옷 역시 평소랑 다르다. 어깨와 쇄골이 훤히 드러나는 오프숄더형 블라우스, 교복보다 훨씬 짧고 딱 붙는 가죽 미니스커트, 다리를 감싼 스타킹, 그리고 구두까지, 온통 검은색 일색에 자세히 보면 손톱까지 검게 물들였다. 그런 모습으로 연하게 웃으면서 입술이 벌어지자 평소보다 뾰족해보이는 송곳니가 그 사이에서 반짝, 했을 것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이번엔 요조라가 먼저 와있었다. 이번에 열리는 노점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파격적인(?) 옷을 입고 있어서 나는 살짝 놀라며 요조라에게 다가갔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바로 온거라서 검은색 면 반바지에 7부 하얀색 셔츠를 앞쪽만 넣어서 정리하고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왔기에 같이 서있으면 색의 대비가 좀 도드라질 것 같기도 했다.
" 오늘은 좀 신선하네요. "
그래도 예쁘다는건 변함이 없는지라 손을 잡으면서 웃어주었다. 아마도 뱀파이어 컨셉을 잡은듯한데 평소의 요조라의 이미지와도 생각보다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프숄더에 가죽 미니스커트를 입은 요조라를 볼 날이 또 언제 오겠나싶기도 하고. 오늘은 어디로 놀러가볼까, 고민하다가 일단 손에 들려있던 초콜릿을 보여주며 말했다.
" 오다가 생각나서 사왔어요. 수제 초콜릿을 팔더라구요. "
그렇게 크진 않아서 반으로 나눠서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반으로 나눠서 주려다가, 요조라의 손톱을 보고선 잡고 먹기 불편할 것 같아서 조금 떼어서 입으로 가져다주었다. 연인인데 이 정도는 해도 되는거 아닌가?
코세이가 가까워지면 요조라도 몇걸음 걸어서 곁으로 다가간다. 요조라가 신은 구두는 5센치의 낮은 굽이지만, 원래 키가 크다보니 훌쩍 높아져서 코세이와 시선을 마주기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전엔 턱을 약간 들며 올려다봐야 했다면, 지금은 눈동자를 살짝 올리는 걸로 충분하다. 분장 탓에 음침해지긴 했어도 코세이를 보는 시선은 반짝반짝, 기뻐보였을 것이다.
"할로윈, 이니까, 나름, 신경 좀 써봤어요."
요조라의 분장과 옷차림을 본 코세이가 신선하다고 해주며 손을 잡으면, 작게 웃으면서 손을 마주 잡는다. 내내 밖에 있던지라 요조라의 손은 조금 서늘했겠지. 그런 손으로 자신의 손보다 큰 코세이의 손을 꼭 쥐었다가, 손가락을 겹치는 정도의 약한 깍지를 끼운다. 그 정도는 부끄러운 기색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손을 잡고 어딜 갈까 하려다가, 코세이가 내민 초콜릿을 보고 짙게 분장한 눈을 깜빡인다.
"와서, 이것저것, 사먹어도 되는데... 그래도, 생각해줬다니까 기쁘네요."
일부러 코세이랑 노점 돌면서 먹으려고 여태 군것질을 참고 있었는데, 만나자마자 참은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줄 줄은 몰랐다. 전보다는 솔직하게 기쁘다고 말한 요조라는 입을 조금 벌려 코세이가 내민 초콜릿 조각을 받아먹는다. 그런데 초콜릿 먹는 것 치곤 좀 크게 벌린거 아닌가 싶더니, 덧붙인 인조 송곳니로 코세이의 손가락 끝을 콕 건드린다. 순간 따끔, 할 정도이지 않았을까. 그래놓고 요조라는 아무것도 안 한 척 초콜릿을 오물거린다. 혀끝에서 살살 녹는 초콜릿은 맛도 식감도 요조라 취향에 딱이어서, 절로 감탄이 나왔을 것이다.
"이거 맛있다... 자요, 코세이도."
짧지만 솔직한 감상을 말하곤, 요조라도 초콜릿을 한입 크기로 떼어 코세이에게 내민다. 손톱은 딱히 불편하지 않은지 손을 잘 쓰는 요조라였다.
요조라는 원래도 키가 큰 편이라서 나랑 나란히 걸어다녀도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어서 그런지 눈높이가 얼추 비슷했다. 그래서 요조라의 눈을 좀 더 볼 수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가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씩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할로윈이라서 좀 신경 썼다는 말에 생각해보니 가을이라 할로윈도 부쩍 가깝게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밖에 있어서 그런가 잡은 손은 조금 차가웠기에 내 손으로 금방 따뜻해지기를 바라면서 조금 더 꼭 잡아주었다. 기쁘다고 말하는 요조라를 보고 나도 같이 웃어주고선 초콜릿을 조금 떼어주자 요조라가 초콜릿을 받아먹다가, 자신의 송곳니로 내 손가락을 살짝 찔렀다. 실수인가 싶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는걸 보면 장난친 것이겠지.
" 맛있다니 다행이에요. "
수제초콜릿이라 좀 비싸긴 했지만 요조라의 마음에 들었다는 생각에 순수하게 기뻐서 웃은 나는 요조라가 건네준 초콜릿을 받아먹었다. 확실히 마트에서 사먹는 초콜릿들과는 현저하게 다른 맛이라 비싼게 값어치는 톡톡히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초콜릿을 조금씩 나눠먹으면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나는 일단 밥이라도 먹자는 생각에 노점들을 둘러보았다.
" 아직 밥 안먹었죠? 저번처럼 뭐라도 사먹는게 좋을 것 같은데 ... "
저번엔 타코야끼를 사먹었었지. 호타루마츠리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용기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런 관계는 상상도 못했겠지. 그렇게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다가 이내 눈에 들어온 가게가 있었다. 아까부터 무언가 맛있는 굽는 냄새가 난다싶더니 야키토리 가게가 있던 것이다.
작은 장난을 쳤지만 코세이가 달리 뭐라고 하지 않아서, 요조라의 장난기는 조금 더 솟아오른다. 이런 분장을 해주면서 마히루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리가 없다. 평소라면 헛소리 하지 말라며 전부 흘려들었겠지만, 최근의 요조라는 아니었다. 마히루가 알려주는 간질간질한 장난을 치고 싶은 상대가 생겼으니까, 이번엔 흘려듣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뒀었다.
초콜릿을 받아먹은 요조라가 맛있다고 하니, 코세이는 기쁨이 담긴 웃음을 보여준다. 그런 표정을 보고 있으면 가슴 안쪽이 간질거린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저런 표정을 지어준다는게 지금도 종종 믿기지 않아서다. 믿지 않기에는 마주 잡은 손이 참 따뜻하고 든든해서, 이젠 그런 생각도 아주 잠깐 스치기만 한다. 잡지 못할 이상이 아닌, 현실임을 인지하게 된다.
"코세이 오면, 같이 먹으려구, 기다리고 있었죠. 간식도, 참았는 걸."
같이 초콜릿을 먹다가, 밥 아직이냐는 말에 요조라가 중얼거린다. 계속 노점에 있으면서, 뭐든 집어먹을 기회는 많았고 먹을 것도 많았지만, 코세이와 같이 맛있는 걸 먹어야지 하는 일념으로 참았다. 참으려니 유혹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으나, 덕분에 코세이가 준 초콜릿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니 이득이다. 그렇지만 빈 속에 먹을게 들어가니 바로 허기짐이 느껴져서, 코세이가 가리킨 야키토리를 보고 저도 모르게 침부터 꼴깍 삼켰다. 그 침 삼키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느껴지던지, 혹시나 들렸을까, 눈치 한번 보는 시선 있다. 늘 하는 힐끔, 그것이다. 그러곤 태연한 척 말하려 한다.
"좋아요. 저거, 간단하게 먹구... 다른 것도 먹어요. 오늘은, 먹을거 엄청, 많으니까요."
모든 노점을 다 간다던가, 그런 건 역시 무리겠지만, 눈에 띄는 건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코세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었고 하니, 간단히 먹고 돌아다니자 얘기하며 먼저 걸음을 내딛는다. 요조라의 걸음은 전에 비하면 걸음걸이도 제법 단정하고 보통에 가까워져서, 길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도 같이 걷는데 힘들지 않았을거다. 그래도 요조라는 괜히 사람들에 치이는 척, 코세이의 팔까지 꼭 잡으며 나란히 걸었겠지. 둘이 그렇게 야키토리 노점으로 다가가면 때마침 앞사람이 자리를 비워 바로 고르고 주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다니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분명 노점들 사이에 있었을테니 뭐든 먹고싶은 욕구가 강했을 것이다. 거기에 내가 알바가 끝난 시간이 꽤나 늦은 시간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오래 참았을텐데 ... 아니, 애초에 배가 고플 것 같다. 일단 초콜릿을 좀 더 먹여두고 눈에 들어온 야키토리 가게를 가리키자 요조라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일단 시작은 저기로 할까. 가는 동안 내 팔을 꼭 잡고 요조라를 평소처럼 내쪽으로 살짝 당겨준다.
" 그래도 너무 먹으면 탈나니까 적당하게 골라서 먹어요. "
야키토리는 허기를 달래는 것일뿐이고 마츠리의 묘미는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괜히 하나의 음식을 많이 먹어서 다른 맛있는 음식들을 먹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곤란하다. 마침 노점에 들어가니 앞서 먹던 사람이 자리를 나왔고, 그 자리에 앉은 나는 메뉴를 확인했다. 여러가지 부위들로 만드는 야키토리들은 하나 같이 다 맛있어보였지만 그래도 조금만 먹어야하니까 파와 닭다리살이 골고루 끼워져있는 닭꼬치를 소금구이로, 닭목살이 들어간 꼬치를 양념구이로 해서 주문했다.
" 사람들이 다들 쳐다보던데. 되게 인상적인가봐요. "
뱀파이어 분장을 했으니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요조라는 그냥 평소처럼 걸어가더라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큼 예쁘기 때문에 그 시너지가 배가 되는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내 앞에 앉아있는 요조라는 정말 예뻐서 금방이라도 꼭 껴안아주고 싶지만 꾹 참고 있었으니까. 대신 손을 뻗어서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 마츠리 기간 내내 그 복장으로 있는거에요? "
그래도 좀 노출이 있는 복장이라 걱정스런 시선으로 물었다. 마케팅의 일환이긴 하겠지만 남자친구 입장에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잘 걸을 수 있음에도 코세이에게 꼭 붙자, 코세이도 요조라를 당기며 챙겨준다. 붙어 걸어서 불편할 법도 한데, 그런 내식도 없이 받아주는게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마히루가 괜히 그런 말을 했구나, 못 하던 걸 잘 하게 되었어도 안 그런 척 하라던 그 말이 체감된다. 그렇지만 코세이라면 일부러 그래도 다 받아줄 것 같아서, 괜한 내숭은 조금 줄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 음, 물론 그럴 거에요..."
너무 먹으면 탈나니까, 라는 말에 뜨끔한게 아니다. 절대! 이미 머릿속으로 열댓개 정도 되는 노점 음식들을 떠올리긴 했지만, 아무튼 아닌 건 아닌거다. 허나 걱정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요조라의 표정은 애써 침착하려는 티가 조금 난다. 맛있는 것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지는 요조라였기에,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그랬어요? 먹을 거 말곤, 관심이 없어서, 몰랐네요."
야키토리 노점은 포장이 주였지만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있어서, 방금 사람이 나간 자리에 바로 앉을 수 있었다. 평소보다 짧은 스커트라 조심히 앉은 요조라는 풀어놓은 머리를 살살 쓸어모아 뒤로 넘기다가, 코세이의 물음에 그 자세 그대로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을 넘기느라 들어올린 팔로 인해 옴폭 패인 쇄골이나 가는 어깨가 도드라진다. 검은 옷 일색이라 피부가 흰 것도 눈에 띄었겠지. 말끔하게 머리를 넘기고 조금 의자를 당겨 앉자 코세이의 손이 뻗어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살짝 눈을 내리감고 쓰다듬을 받은 요조라, 코세이의 걱정 어린 시선과 말에 아니라며 곧이 곧대로 대답하려다, 아닌 척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태연히 고개를 끄덕이곤 그렇게 대답한다.
"노점, 매일 열어야, 하니까요. 오빠도, 할 건데... 저만, 안 할 순, 없잖아요...?"
사실 노점은 마히루와 그 지인들로 운영되고 있어서 요조라는 이번에 크게 도울게 없었다. 그러니 오늘만 이벤트성으로 분장하고 나머지 날은 안 해도 되지만, 괜히 아닌 척, 매일 해야 하는 척 하며 그런 말을 또 중얼거린다.
"내일은, 유령신부, 였나... 아니다, 서큐버스였나...? 그런 거랬어요."
막 즐겁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싫은 것도 아닌 듯, 담담하게 말하는게 포인트라면 포인트겠다. 정말로 할 것 같은 뉘앙스가 담기게끔 말이다.
어깨가 드러난 오프 숄더라서 그런지 유독 그쪽에 시선이 쏠린다. 거기에 원체 피부가 하얀 요조라라서 검은색 옷을 입고 있으니 더욱 도드라져보인다. 쓰다듬을 받는 요조라를 보면서 역시 고양이 같다, 라고 생각하며 내일도 비슷하게 입냐고 물어보자 요조라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긴 호시즈키당에서 운영하는 곳일테니까 요조라가 빠지는 것도 좀 그렇긴하지. 그래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 그렇구나. "
여기서 하지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냥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복장에 대해서 뭐라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유난히 사람이 많은 마츠리라서 좀 더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가족들이 하는 일이니까 쌩판 남인 내가 끼어들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그러는 사이에 주문한 야키토리가 나왔고 나는 소금구이를 들어서 한조각을 빼먹는다.
" 괜찮을거라고 생각해요. "
괜한 걱정일테니까. 요조라만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오빠도 있고 다른 직원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괜찮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써 웃어보이고선 다시 한조각을 빼먹는다. 맛은 있지만 조금 싱숭생숭해서 그런지 맛을 음미하지는 못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살짝 심경이 복잡하다.
" 그래서 오늘은 뭐하고싶어요? "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 것 같아서 단칼에 잘라버리기 위해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린다. 마츠리이니만큼 음식 노점 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있었으니까.
어떤 반응을 할까 싶었는데, 그렇구나, 괜찮을거라고 생각해요, 라는 말이 반응의 전부였다. 얼굴도 큰 변화 없이 웃고 있어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나보나, 싶다. 이러면 괜히 안 하려던 것도 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괜한 심통이지만 요조라는 아직 그걸 몰랐다. 모른다고 만사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코세이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그렇겠죠..."
조금만 신경 써서 코세이의 표정을 봤다면 표정의 어색함을 알 수 있었을 텐데, 한순간의 심통이 요조라의 눈을 가렸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코세이가 그랬던 것처럼, 요조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히 중얼거리고 갓 나온 야키토리를 집어든다. 파와 살코기가 번갈아 끼워진 꼬치구이는 향만으로도 입 안에 군침이 돌 정도였으나, 막상 입에 넣은 맛은 그닥 맛있지 않다. 첫입만 그런 걸까 싶어 재차 한입 더 먹어봐도, 맛은 변함없다. 기대한 만큼 맛있지 않아 어쩐지 기분도 덩달아 가라앉을 것 같다. 그 탓에 다소 멍한 표정으로 우물거리던 요조라는 코세이의 물음에 드물게도 흠칫 놀라듯 반응했다.
"으응? 음, 글쎄요. 그냥 먹으면서, 돌아다녀도 되고... 여기랑 반대쪽은, 사격 같은 거, 있댔으니까, 그쪽으로 가서, 놀아도 좋을거 같고..."
원래 하고자 했던 노점 간식 순회나, 아예 구역을 넘어가서 놀이형 노점들을 돌거나, 요조라가 생각했던 건 그 정도라서 그렇게 대답하곤 꼬치구이를 오물오물 먹는다. 쫄깃하게 구워진 고기와 달큰하고 아삭하게 익은 파는 정말 맛있지만, 꼬치 하나를 다 먹어도 어쩐지 맛있다 하는 생각이 안 든다. 그래서인가, 꼬치 하나만 겨우 먹고 손을 내린 요조라가 눈을 깜빡이다가 코세이에게 묻는다.
"맛있어요? 이거..."
요조라에겐 코세이가 꼬치를 잘 먹는 듯 보였을테니, 자신이 이상한건지, 정말 맛이 없는건지, 확인을 하고 싶은 물음이었다.
요조라의 답변이 시원치 않아서 얼굴을 한번 바라봤지만 별거 없다는듯이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선 말없이 다시 시선을 돌린다. 뭔가 알 수 없는 기류가 흘렀고 그것이 어색했지만 이유를 몰라서 그냥 넘기기로 생각했다. 그냥 요조라가 개인적으로 입어보고 싶다고하면 걱정된다고 한마디 정도는 하겠지만 가족의 일이니까 더이상 다가갈 수가 없는게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말을 하자니 지나친 간섭 같고.
" 이걸로는 부족할테니까 일단 저녁부터 먹고 생각할까요? "
여기서 저녁을 모두 해결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물었을때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아하니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건 예전에도 못보던건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놀라는 모습까지 보이는건지. 같이 있는게 즐겁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까지 하는 바람에 나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 음, 그냥 먹을만한데요. "
아무리 맛있다고는 해도 노점이니까 그 맛에는 한계가 있는 법. 맛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엄청 맛있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었다. 대충 허기를 때울 정도의 맛이었기에 나는 요조라의 말에 답을 하고선 손에 들고 있던 꼬치를 다 먹어버린다. 그래도 허기가 좀 가시는 느낌이라 다른 꼬치로 손을 가져갔다. 이번엔 양념이 발려있는 닭목살꼬치다.
" 혹시 피곤하면 말하기에요. "
지금의 모습을 보아도 어딘가 조금 느낌이 이상한게 피곤한것 같기도 했다. 요조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일을 하다가 여기에 온거라 피곤할테니 혹여 무리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그렇게 가격이 좀 나가지만 감칠맛 하나는 최고인 닭목살을 한 입 먹어본다. 역시 닭 한마리에서 별로 나오지 않는 부분이라 가격은 좀 있었지만 그 값어치를 하는 맛이다.
요조라가 심통이 나는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전엔 거의 마히루가 이유였고, 그럴 때마다 티격태격하며 바로 풀었으니 지금 같은 꿍함을 느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코세이를 상대로 마히루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요조라는 살짝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슴을 지그시 누르는 돌덩이가 입맛을 없애는 줄도 모른 채, 였다.
이후에 뭘 할지는 저녁부터 먹고 생각하자길래, 요조라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어차피 주변에 먹을 건 많으니, 그 중에 뭘 먹을지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오는 길에 본 노점들 중엔 작은 사이즈의 오코노미야키나 야키소바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조금씩 먹다보면 저녁으로 충분할 거고, 디저트는 천천히 걸으면서 골라도 되겠지. 아니면 호시즈키 노점으로 가도 될 거다. 가면 앉을 자리도 있고, 보여주고 싶은 디저트도 있으니까, 라며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 조금은 답답함이 줄어드는 것도 같다. 그 덕에 요조라도 남은 꼬치에 손을 뻗을 수 있었다.
"코세이가 그렇다면야..."
코세이도 맛은 그냥 먹을 만 하다고 했으니, 자신의 입에도 그렇게 느껴지는게 당연하겠구나 싶었다. 새로 집은 닭목살도 그저 그런 맛이라 노점 수준이 뭐 그렇지, 하고 넘긴다. 그래도 전이었으면 좀 더 맛있게 먹었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려는 걸 무시하고 꼬치를 뜯다가 코세이의 말에 힐끔, 본다. 피곤하면, 이라. 딱히 피곤한 건 아니었으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다.
"괜찮아요. 오기 전에, 쉬었으니까... 코세이도, 무리는 말아요..."
계속 노점에 있다가 나온 요조라와 달리 코세이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온 거니까, 피곤한 건 되려 코세이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 코세이야말로 피곤하면 말하라고, 그렇게 답하곤 닭목살 꼬치를 마저 뜯어먹는다. 먹을 수 있을만큼 먹고 꼬치를 내려놓고선, 자리에 미리 놓여있던 종이냅킨으로 손과 입가를 정리한다. 꼬치 두개가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딱 허기만 달래는데는 적당했다. 바로 다른 곳으로 가도 괜찮을 만큼, 이었다.
계속해서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예전에 느껴본 것 같기도 한데 그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영 도움이 되지도 않았고. 결국 복잡한 생각을 머리 한구석에 밀어넣고서 손에 든 꼬치만 먹을 뿐이었다. 꼬치 두개는 허기를 달래는 용도이고 본격적인 메인디쉬는 그래도 탄수화물이 들어간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 다음은 야키소바나 먹을까요? "
그래도 든든하기로 따지면 야키소바가 괜찮지 않나 싶다. 아직 꼬치도 다 먹지 않았지만 먹는건 끊어지면 안된다고, 먹는 내내 주변을 탐색한 결과 도출해낸 결과였다. 괜찮다는 요조라의 말에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 나는 남아있던 꼬치를 마저 다 먹고선 계산을 했다. 예전엔 요조라한테 많이 얻어먹었으니 이번엔 내가 살 차례다.
" 다 먹었으면 가요. "
노점을 나오니 아까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진듯했다. 아까도 사람들이랑 부딪힐까봐 조마조마하게 걸었는데, 지금은 더 사람이 많아져서 계속해서 부딪힐 것만 같았다. 나는 상관 없지만 요조라가 걱정이라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 조금 답답해도 참아줘요. "
그렇게 말하고선 요조라의 어깨를 감싸안듯이 안으려했다. 이렇게 하면 요조라는 사람들이랑 부딪히지는 않겠지. 불편하면 허리를 끌어안으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대로 야키소바 노점으로 향하려 했다.
Q.시트 만들다가 도중에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시트스레에 남기기는 조금 부끄러워서 여기로 와서 질문드려요!! 여기 내옆신 어장은 오너가 사전에 말하지 않고 장기간 어장에 오지 않을경우에 시트 처리를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만약에 시트가 내려가거나 동결될경우엔 최대 며칠 이상 무통보 잠수여야 하는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A.아무래도 스레 기간이 그렇게 막 엄청 길게 되어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각 계절당 한 달. 그리고 현 시점 가을 시점이며 다음 달의 겨울 시즌이 끝나면 엔딩 예정) 특별히 기간을 정해두진 않았어요. 확실한건 동결은 미리 얘기만 안하면 제가 크게 터치를 하지 않을 생각이고... 무통보 잠수라기보다는 편파 멀티나 그런 쪽에 대해서는 제보를 받거나, 혹은 제 눈에 진짜 너무 심하게 보일 정도로 띄이면 상판 룰에 의거하고 있어요. 결론은 바쁘다고 말만 미리 해주시면 저도 크게 터치를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요조라가 천천히 꼬치를 뜯으며 생각하는 동안, 코세이는 주변을 보며 어디로 갈지 정해놨나보다. 다 먹자 바로 야키소바 얘기를 하길래 요조라도 좋다고 대답하곤 계산을 하려 했지만, 코세이가 좀 더 빨랐다. 다음 건 자신이 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리가 나기 무섭게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걸 보고 인기가 좋네, 같은 생각도 한다.
같이 노점을 나오자 잠깐 사이 더 많아진 사람들의 물결이 앞을 막아선다. 그렇다고 못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요령이 없으면 계속 치이며 다닐 것 같은 흐름이다. 손만 잡아선 걷기 힘들겠다 생각하던 요조라에게, 코세이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손이 아닌 어깨를 감싸온다. 자연스레 코세이의 품에 가까워지자 이런 길가에서 조금 부끄럽단 생각에 귀끝이 붉어진다. 그래도 밀어내거나 하지 않고, 요조라도 코세이의 허리에 팔을 감고서 꼭 붙는다. 그리고 같이 걸어 야키소바 노점으로 걸어간다.
가던 중 요조라는 뭔가를 말할 듯이 입을 달싹였으나, 망설이듯 하다가 관둔다. 그저 코세이만 한번 힐끔 보고 노점으로 가는 걸음을 맞출 뿐이다. 야키소바 노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금방 도착했을 것이다. 앞선 야키토리 노점처럼 별도의 자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포장한 사람들이 들고 어디론가 가는 걸 보면 앉을 곳이 있는 듯 하다. 요조라도 오던 길에 그런 곳을 보았기에 얘기했다.
"여기는... 포장해서, 저쪽에서 먹어야 해요... 테이블이랑 의자, 있거든요..."
원래는 공터인 곳에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둔 곳이 있다며, 자신들도 그리로 가는게 편할거라고 말한다. 타코야끼라면 모를까, 야키소바는 들고 먹기 좀 그런 음식이니까, 번거롭더라도 사서 그쪽으로 가자고 하며 노점 가까이 다가간다. 메뉴는 매운맛과 간장맛 두가지에 1인분씩 팩에 담아주는 식이었다. 한 팩에 반반씩 담는 것도 가능하단 문구를 보고, 코세이를 보며 묻는다.
"1인분씩, 할까요...? 아니면 하나만 사고, 다른 걸 좀 더 곁들이거나..."
가는 길에 각종 샐러드를 팩에 담아 파는 곳이나 특이한 토스트를 파는 곳도 있었다고 말하며, 주문을 코세이에게 맞춰주려 했을 것이다.
요조라의 어깨를 끌어안고 야키소바 노점으로 가면서 아무래도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아니 그래도 가족의 일인데 주제 넘은 참견이 아니냐는 생각이 계속 대립했다. 그래서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머릿속의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을 하려니까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그냥 입을 꾹 닫고 노점으로 향했다. 허나 노점엔 자리가 없어서 포장만 할 수 있는 곳인가 싶었는데 요조라가 따로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말을 해주었다.
" 가져가다가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 "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까 분명 가져가다가 부딪혀서 떨어뜨리는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메뉴를 확인하니 간단하게 간장맛과 매운맛이 있었는데, 일단 1인분만 사서 나눠먹고 다른걸 더 먹는게 좋아보였다.
" 간장맛 1인분만 사고 다른걸 더 먹어요. "
맛있는게 이렇게나 많은데 평소에도 자주 먹을 수 있는 야키소바로 배를 다 채우면 좀 억울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간장맛 1인분을 주문하고선 이번에도 내가 재빠르게 결제를 해버린다. 야키소바는 빠르게 만들어져서 팩에 담겨서 봉투에 들어가 내 손에 들린다. 아마 들고 가다가 부딪힐까봐 배려해주신 것이겠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나는 요조라의 손을 꼭 잡은채 테이블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 어후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
테이블 하나를 잡아서 앉을 수 있었다. 역시 마츠리 답게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정신을 조금이라도 팔아버리면 여기저기 부딪힐것 같았다. 휴우, 하고 길게 숨을 내쉰 나는 받아온 젓가락을 반듯하게 갈라서 요조라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한 입 먹기 전에, 잠시 머뭇거렸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 아까 얘기한 옷 말인데요 ... 이거 가족 일인데 제가 좀 주제넘은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여서 말이에요. 하지말라는건 아니지만.. "
아무래도 이게 내가 참견해도 되는 일인가 싶어서 계속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말을 꺼낸 이상 끝은 내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선 말했다.
간장맛과 매운맛, 한 팩에 반씩 담는 것도 된다니까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간장맛만 한 팩 주문하는 걸 보고 매운 걸 싫어하나, 하고 생각한다. 요조라도 매운 걸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굳이 담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지만, 이번에도 계산을 놓친 건 좀 불만스러운 일이긴 했다. 자신보다 빠르게 돈을 꺼내서 내는 코세이를 보며 요조라의 입술이 잠깐이지만 삐죽 튀어나오고, 작게 중얼거린다.
"나도 돈 있는데에..."
세상에, 돈을 못 내서 불만인 모습이라니. 작게 종알대다가도 코세이가 손을 잡아오면 같이 꼭 잡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간다. 혼자 다닐 때랑 다른 건 잡은 손 하나 뿐인데, 이 손 하나가 참 든든하고 마음이 놓인다. 평소라면 조금 스치는 걸로도 짜증이 났겠지만 지금은 잡은 손에 의지해 코세이를 따라가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거리를 잠깐 걸어,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된 공터에 다다른다.
"그러게요. 작년보다, 많은 거 같아..."
마침 딱 남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마자 요조라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러고보니 마히루가 이번에도 SNS에 뭔가 올렸다던가 했는데, 그 영향이 없진 않을 거 같다. 도움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코세이가 쪼갠 젓가락을 받아든다. 그리고 막 먹으려는 참에 코세이가 말을 꺼내자 요조라도 멈춰서 바라보았다. 꺼내기 전에도, 하면서도 머뭇거리며 한 그 말은, 기쁘면서도 조금은 미안해지는 말이었다.
말을 다 들은 요조라는 가타부타 말없이 테이블을 바라본다. 잠시 그러다가, 시선을 피한 코세이를 바라본다. 이내 결심한 듯 젓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코세이 옆으로 다가간다. 고개를 살짝 숙여서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얼굴에 표정은 잘 보이지 않고, 그 상태로 코세이 옆에 선 요조라가 한 행동은, 앉아있는 코세이를 옆에서 꼬옥 안아주려 했다. 그렇게 안아준 다음 뺨에 짧게 입맞춤을 해주려 하며, 작게 소곤거린다.
"코세이가, 신경 쓰인다고 했으니까, 안 입을게요. 저한텐, 코세이 기분이, 더 중요하니까요."
신경쓰이게 해서 미안해요, 라는 말을 얼른 덧붙이고 요조라는 제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내려놨던 젓가락을 다시 들고, 우물쭈물하다가, 식기 전에 먹자며 야키소바를 콕콕 건드렸겠지. 분장 탓에 얼굴에 별 변화는 없었지만, 무심코 넘긴 머리카락 아래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입술을 삐죽이는 요조라를 보고선 귀엽다는듯이 웃으며 대답하고선 조심히 요조라를 테이블로 데려갔다. 사람이 많아서 그만큼 이상한 사람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 더 조심이다. 내가 앞에서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니까 요조라는 갈라지는 사람들 사이에 위치하는 모양새가 되어서 많이 부딪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작년엔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
작년까지만 해도 인간계에 남아있는건 그저 리리가 원해서였으니까.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좀 더 쾌적한 삶을 살아야해서 그런 것이었고 학교 공부를 하지 않은 것도 그저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서였다. 리리가 좀 더 지내고 싶다고 한다면 계속 살 의향은 있었지만 주변에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정반대의 입장이고 인간계에 엄청 오래 눌러 살 것 같았기에 조금씩 이것저것 신경을 더 쓰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야키소바를 먹을 준비를 하며 계속 생각하던 말을 꺼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주제 넘은 이야기라서 말하는 내내 자신이 없었다. 내가 싫다고해도 가족이 필요하다고하면 입어야하는거 아닌가.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가장 홍보가 잘 되는 법이니까 내가 지나친 간섭을 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요조라가 테이블에서 일어났을때 정말 놀랐다. 이대로 가버리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요조라가 향한 곳은 내 옆이었고 그대로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앉아있은 나를 서서 끌어안아준거라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볼에 느껴진 감촉만큼은 선명했다.
" 에, 아 ... 아니에요. 미안할 필요는 없어요. "
갑작스러운 입맞춤이라 잠시 멍해졌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답했다. 하지만 얼굴이 좀 뜨거워져서 잠시 손부채질로 열기를 좀 날려보낸다. 요조라의 얼굴은 생각보다 변화가 없었지만 무심코 보인 귀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것이 나와 같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 얼른 먹고 다른 곳도 갈까요? "
일단 눈 앞에 있는 야키소바를 먹자고 생각하며 먼저 한 젓가락 가져와서 입에 넣었다. 마음의 짐이 덜어져서 그런가 아까 먹은 야키토리보다 훨씬 맛이 잘 느껴졌다.
코세이를 안아주며 가려졌던 표정은, 미안함이 섞인 미소였다. 조금은 신경 써줬으면 싶어서 했던 자신의 말 때문에, 코세이도 적잖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게다가 머뭇거리며 했던 말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음을 요조라도 알았다. 그렇게까지 신경쓰이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라는 생각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요조라는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온 행동이 포옹과 뺨의 입맞춤이었고, 자리로 돌아와 코세이의 얼굴을 보니 부끄럽지만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조라의 귀가 붉어진 것처럼, 코세이의 얼굴도 발갛게 물든 걸 보고 그제야 마음 편히 웃음짓는다. 조금 전 코세이를 반길 때처럼 베시시 웃곤 얼른 먹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든다. 야키소바는 그새 살짝 식었지만, 딱 먹기 좋을 만큼이었고 맛도 잘 느껴졌다. 전에 먹었던 야키토리보다 맛있다고 느껴져서, 앞으로 괜한 장난은 치지 말자고 생각한다. 굳이 그런 장난을 더 치지 않아도 코세이가 자신을 생각해주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한결 편해진 분위기로 야키소바를 먹고, 다른 곳도 갈까 하는 말에 그러자며 얘기한다.
"그래요. 둘러보면서, 여러가지 하나씩 사구, 이런 자리 있으면, 거기 앉아서 먹고, 그러면 좋을 거 같아요. 따로 자리를 만든 노점도 있을테니까..."
그렇게 얘기하던 요조라는 문득 마히루가 운영 중인 노점도 테이블을 꺼내놓을 거라던게 생각난다. 한바퀴 돌고 가서 느긋하게 앉으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입에 든 소바면을 얼른 삼키고 덧붙인다.
"식사는, 이걸로 충분할 거 같으니까, 간식거리 이것저것 사서, 저희 노점으로 가요. 앉을 자리, 만들어 둔댔거든요. 가면,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
순간, 그걸 보여줘도 될까, 싶었지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코세이가 싫다하면 안 가면 그만이기도 하니, 가고 싶으면 가자고 말하며 야키소바를 맛잇게 먹는다. 그러다보니 1인분 팩이 비는 건 금방이었을 것이다.
요조라의 미소를 보자 더욱 예쁘게만 느껴진다. 예전 같았으면 보기도 힘들었을 미소인데 그 미소를 나에게 보여준다니 볼때마다 이게 꿈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된다. 요조라에게 너무 빠져있는건 아닐까 싶었지만 그게 문제가 되는건 아니니까 더 많이 빠져들기로 했다. 너무 과도한 몰입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까보다 훨씬 편해진 분위기로 야키소바를 한 입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아까 카페에서 맞이한 손님이 사실 나처럼 인간계에 내려온 신이었던 것과 엄청난 카페 진상에 대한 얘기 등등, 소소한 일상을 공유한다.
" 그래도 괜찮을까요? 가보고는 싶지만 괜히 민폐가 아닐런지 ... "
내가 간다면 또 챙겨준다고 움직일 것 같아서 그랬다. 환영해주는건 좋지만 한창 바쁜 노점에서 나 때문에 추가적으로 일이 생기는건 미안하니까. 그래도 보여주고 싶다는게 있다니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가겠다는 의미다. 야키소바 1인분은 둘이서 나눠먹자 금세 없어졌지만 아까 야키토리도 먹어서 그런걸까 배는 적당히 차서 기분이 좋았다. 쓰레기는 근처 쓰레기통에 잘 분리수거를 하고, 언제나처럼 손을 잡으려다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선 요조라를 향해 말했다.
" 팔 껴안고 가는게 더 나을 것 같은데, 괜찮으면 이리 붙을래요? "
그니까 팔짱을 끼고 가자는 이야기다. 손을 잡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팔짱 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물론 요조라가 싫다고하면 얌전히 손을 잡고 갈 생각이었다. 어찌됐던 간식을 사들고 가야하니까 나는 요조라와 함께 노점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식사는 대충 해결했고 간식으로 먹을만한거라면 당고가 제일 만만하고 타코야끼도 작은 거라면 간식으로 먹을만 했다.
" 당고 사갈까요? "
근데 일단 먼저 보이는게 당고라서 나는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쫀득한 맛이 기억나서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오늘은 잠의 신 대신, 잠의 마녀야ー! 과자집에서 사는 잠의 마녀! 할로윈과 슈카쿠마츠리의 시기가 조금 겹쳐, 코로리는 둘 다 마음껏 즐기겠다는 듯이 마녀라며 옷을 차려입고 마츠리에 나왔다. 어린 아이들이 'Trick or Treat!' 하고 외친다면 챙겨줄 간식 바구니도 손목에 꼭 걸고 있었다. 호박 모양 바구니로 호박 꼭지 달린 덮개까지 있는 바구니 안은 전부 사탕과 초콜릿, 젤리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츠리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기는 하겠지만 간식들은 집에 가져가서도 먹을 수 있다. 마녀처럼 입겠다며 입은 옷이 하얀 오프숄더 블라우스 원피스에, 검은 코르셋과 붙어있는 겹치마, 망토까지 꼭 두르고 챙 넓은 마녀 모자도 꼭 쓰고 나왔다. 망토가 겉감은 새카만데 안감은 붉은 것이 포인트였고, 리본으로 묶어 여며둔 멋진 마녀다! 코로리는 2학기 들어 공부만 하다 놀러나온 것에 들떠 발걸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놀러다니보니 입은 무거웠다. 인간 세계 음식 엄청 맛있다구, 신계 음식 먹으면 인간들 전ー부 악몽 꿀거야?! 먹고 싶은게 왜이리 많은지!
"회장님?"
그렇게 마츠리를 뽈뽈뽈 돌아다니다보니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팬케이크를 파는 노점인가보다 하고 왔더니 아키라가 있는 것이다. 코로리는 청포도 씨 타로…. 아키라를 보자마자 축제 때 토와가 봐주었던 타로가 생각났다. 툭 터놓고 진솔하게 대화하는게 필요하단 말들이 기억났다.
"도련님이 왜 여기서 팬케이크 만들구 있어!"
기억났다고 그렇게 행동한다는 건 아니었다! 회장님이 완전 완전 좋은 사람이라구 생각 안 되면 절대 신이란 거 안 알려줄 거니까!
슈카쿠마츠리의 가장 큰 특징은 평소에는 음식을 팔지 않은 이라고 할지라도 노점을 내서 음식을 팔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고등학생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키라는 올해는 자신도 노점을 세웠고 팬케이크를 팔면서 장사를 하는 중이었다. <두근두근 신비로운 팬케이크> 라는 간판까지 직접 만든 것으로 보아 나름 이전부터 준비를 꽤 한 모양이었다.
메인 메뉴는 팬케이크였으며 그 외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생과일 주스도 여럿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옆에 믹서기가 여러 개 있고 뒤에 과일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보면 직접 갈아서 주스를 제공하는 모양이었다. 그 어떤 것도 섞지 않은 순수한 생과일 주스도 여럿 준비되어있는 것을 보면 역시 허투로 준비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아."
다음 손님을 맞이하려고 하자 보이는 낯익은 얼굴은 자신과 같은 반인 여자애의 얼굴이었다. 이자요이 코로리. 2학기 들어서는 그다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었던가. 뭔가 공부를 되게 열심히 시작한 것 같았기에 방해하지 않으려고 말을 굳이 걸지 않았건만, 이런 곳에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그는 참 인연도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이 아니에요. 아무튼 슈카쿠마츠리니까요. 저 같은 학생도 노점을 내서 음식을 만들 수 있기에 냈고요. 그래서 뭐 주문하실 거예요? 팬케이크도 있고 과일 주스도 있는데."
말을 마친 후, 그는 고개를 내린 후에 천천히 반죽을 제작 중이었다. 아무래도 그 손솜씨가 한두 번 한 것이 아닌지 꽤나 전문적이었다. 물론 정말 전문점의 그것에 비하면 한참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보니 이자요이 씨. 최근 공부를 시작한 것 같던데. ...무슨 심경의 변화인진 모르겠지만 힘내요."
코세이를 만나며 생긴 변화 중 제일 큰 변화는 표정이었다. 어지간한 일로는 변할 일 없던 표정이, 지금은 코세이를 만나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잠시 꿍해졌더라도, 금방 풀어진 표정을 짓게 된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코세이는 알까. 사실 몰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변화를 몰라줘도, 변화의 계기가 되어주었단 것 만으로도 요조라에겐 고맙고 소중하다.
둘은 같이 야키소바를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코세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던 요조라는 그게 정말이냐며 눈을 깜빡이거나, 진상 얘기에 공감하듯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얘기도 해준다. 최근 어떤 공모전이 있었고, 거기에 어떤 그림을 냈는데 또 입상을 해서, 조만간 전시회가 열릴 거고, 등등의 얘기를 하다보니 야키소바는 금새 바닥났다. 다 쓴 젓가락을 빈 팩에 내려놓은 요조라는 같이 정리를 하며 말했다.
"안 오면 왜 안 데려왔냐고, 되려 더 귀찮게 할 거에요. 그럴 바엔, 그냥 가서, 귀찮게 하는게 나아요."
자신과 달리 마히루는 사람과 치대는 걸 좋아하니까 괜찮다고,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인 코세이를 보며 싱긋 웃는다. 그리고 같이 걸어가려다, 손 대신 팔짱을 묻는 말에 냉큼 팔과 팔을 걸어 꼬옥 붙잡는다. 너무 가까이 잡은게 아닐까 싶은 만큼 말이다. 팔짱을 끼고,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섞어 걸어가다가, 당고를 발견한 코세이의 물음에 그쪽을 바라보고 얼른 응! 하고 대답한다. 고개까지 크게 끄덕이며 대답하더니 하는 말이 그렇다.
"저기 당고랑, 그 옆에 단호박 타르트도 하나 사요. 저기, 노랑노랑한 단호박 크림, 듬뿍 올라간 거."
당고 노점을 가리키는 코세이의 손을 옆으로 조금 움직여 가리키는 곳엔 여러가지 미니 타르트를 파는 노점이 있다. 그 중 단호박 특유의 황금빛 크림이 올라간 것이 요조라의 눈에 들었나보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당고도 어지간히 기대되는지, 노점 가까이 가면 당고의 종류나 소스는 무얼할지 꽤나 고심하는 모습도 보였을 것이다. 코세이 옆에 찰싹 붙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