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라의 어깨를 끌어안고 야키소바 노점으로 가면서 아무래도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아니 그래도 가족의 일인데 주제 넘은 참견이 아니냐는 생각이 계속 대립했다. 그래서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머릿속의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을 하려니까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그냥 입을 꾹 닫고 노점으로 향했다. 허나 노점엔 자리가 없어서 포장만 할 수 있는 곳인가 싶었는데 요조라가 따로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말을 해주었다.
" 가져가다가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 "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까 분명 가져가다가 부딪혀서 떨어뜨리는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메뉴를 확인하니 간단하게 간장맛과 매운맛이 있었는데, 일단 1인분만 사서 나눠먹고 다른걸 더 먹는게 좋아보였다.
" 간장맛 1인분만 사고 다른걸 더 먹어요. "
맛있는게 이렇게나 많은데 평소에도 자주 먹을 수 있는 야키소바로 배를 다 채우면 좀 억울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간장맛 1인분을 주문하고선 이번에도 내가 재빠르게 결제를 해버린다. 야키소바는 빠르게 만들어져서 팩에 담겨서 봉투에 들어가 내 손에 들린다. 아마 들고 가다가 부딪힐까봐 배려해주신 것이겠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나는 요조라의 손을 꼭 잡은채 테이블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 어후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
테이블 하나를 잡아서 앉을 수 있었다. 역시 마츠리 답게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정신을 조금이라도 팔아버리면 여기저기 부딪힐것 같았다. 휴우, 하고 길게 숨을 내쉰 나는 받아온 젓가락을 반듯하게 갈라서 요조라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한 입 먹기 전에, 잠시 머뭇거렸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 아까 얘기한 옷 말인데요 ... 이거 가족 일인데 제가 좀 주제넘은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여서 말이에요. 하지말라는건 아니지만.. "
아무래도 이게 내가 참견해도 되는 일인가 싶어서 계속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말을 꺼낸 이상 끝은 내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선 말했다.
간장맛과 매운맛, 한 팩에 반씩 담는 것도 된다니까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간장맛만 한 팩 주문하는 걸 보고 매운 걸 싫어하나, 하고 생각한다. 요조라도 매운 걸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굳이 담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지만, 이번에도 계산을 놓친 건 좀 불만스러운 일이긴 했다. 자신보다 빠르게 돈을 꺼내서 내는 코세이를 보며 요조라의 입술이 잠깐이지만 삐죽 튀어나오고, 작게 중얼거린다.
"나도 돈 있는데에..."
세상에, 돈을 못 내서 불만인 모습이라니. 작게 종알대다가도 코세이가 손을 잡아오면 같이 꼭 잡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간다. 혼자 다닐 때랑 다른 건 잡은 손 하나 뿐인데, 이 손 하나가 참 든든하고 마음이 놓인다. 평소라면 조금 스치는 걸로도 짜증이 났겠지만 지금은 잡은 손에 의지해 코세이를 따라가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거리를 잠깐 걸어,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된 공터에 다다른다.
"그러게요. 작년보다, 많은 거 같아..."
마침 딱 남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마자 요조라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러고보니 마히루가 이번에도 SNS에 뭔가 올렸다던가 했는데, 그 영향이 없진 않을 거 같다. 도움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코세이가 쪼갠 젓가락을 받아든다. 그리고 막 먹으려는 참에 코세이가 말을 꺼내자 요조라도 멈춰서 바라보았다. 꺼내기 전에도, 하면서도 머뭇거리며 한 그 말은, 기쁘면서도 조금은 미안해지는 말이었다.
말을 다 들은 요조라는 가타부타 말없이 테이블을 바라본다. 잠시 그러다가, 시선을 피한 코세이를 바라본다. 이내 결심한 듯 젓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코세이 옆으로 다가간다. 고개를 살짝 숙여서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얼굴에 표정은 잘 보이지 않고, 그 상태로 코세이 옆에 선 요조라가 한 행동은, 앉아있는 코세이를 옆에서 꼬옥 안아주려 했다. 그렇게 안아준 다음 뺨에 짧게 입맞춤을 해주려 하며, 작게 소곤거린다.
"코세이가, 신경 쓰인다고 했으니까, 안 입을게요. 저한텐, 코세이 기분이, 더 중요하니까요."
신경쓰이게 해서 미안해요, 라는 말을 얼른 덧붙이고 요조라는 제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내려놨던 젓가락을 다시 들고, 우물쭈물하다가, 식기 전에 먹자며 야키소바를 콕콕 건드렸겠지. 분장 탓에 얼굴에 별 변화는 없었지만, 무심코 넘긴 머리카락 아래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입술을 삐죽이는 요조라를 보고선 귀엽다는듯이 웃으며 대답하고선 조심히 요조라를 테이블로 데려갔다. 사람이 많아서 그만큼 이상한 사람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 더 조심이다. 내가 앞에서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니까 요조라는 갈라지는 사람들 사이에 위치하는 모양새가 되어서 많이 부딪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작년엔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
작년까지만 해도 인간계에 남아있는건 그저 리리가 원해서였으니까.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좀 더 쾌적한 삶을 살아야해서 그런 것이었고 학교 공부를 하지 않은 것도 그저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서였다. 리리가 좀 더 지내고 싶다고 한다면 계속 살 의향은 있었지만 주변에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정반대의 입장이고 인간계에 엄청 오래 눌러 살 것 같았기에 조금씩 이것저것 신경을 더 쓰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야키소바를 먹을 준비를 하며 계속 생각하던 말을 꺼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주제 넘은 이야기라서 말하는 내내 자신이 없었다. 내가 싫다고해도 가족이 필요하다고하면 입어야하는거 아닌가.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가장 홍보가 잘 되는 법이니까 내가 지나친 간섭을 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요조라가 테이블에서 일어났을때 정말 놀랐다. 이대로 가버리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요조라가 향한 곳은 내 옆이었고 그대로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앉아있은 나를 서서 끌어안아준거라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볼에 느껴진 감촉만큼은 선명했다.
" 에, 아 ... 아니에요. 미안할 필요는 없어요. "
갑작스러운 입맞춤이라 잠시 멍해졌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답했다. 하지만 얼굴이 좀 뜨거워져서 잠시 손부채질로 열기를 좀 날려보낸다. 요조라의 얼굴은 생각보다 변화가 없었지만 무심코 보인 귀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것이 나와 같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 얼른 먹고 다른 곳도 갈까요? "
일단 눈 앞에 있는 야키소바를 먹자고 생각하며 먼저 한 젓가락 가져와서 입에 넣었다. 마음의 짐이 덜어져서 그런가 아까 먹은 야키토리보다 훨씬 맛이 잘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