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기지개를 켜며 토와는 천천히 돌아봅니다. 축제의 면면을 스르륵 녹아드는 듯 구경하던 토와의 귓가에..
-학생회가 카페를 한대요~ 같은 말을 토와는 들었습니다! 엔이 그 곳에 가게 된 것은 카페가 궁금한 게 아니라 그 카페를 하는 이들 중에서 아는 분이 좀 있기 때문입니다. 시미즈 회장님이라던가. 저번의 우미노카리에서 저랑 겨뤘던 분이라던가요. 그냥 평범한 카페라고 생각했는데...
"...?" 뭔가... 다른 느낌인데요? 라는 생각을 하는 토와입니다. 뭐지. 뭐가 다른 거지..? 같은 생각을 하지만(메이드와 집사에 의문을 못 느끼다니. 이런 걸 자주 봤을 수도 있었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토와 엔이 주위에 별로 신경을 안 써서 그런 건가?)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토와가 치렁치렁한 로브와 베일을 쓰고 있지 않은 교복과 가벼운 후드라는 점입니다.
"여기가 학생회가 하는 카페가 맞나 보네요" 고개를 끄덕거린 뒤 일단은 들어가보려 합니다.
토와가 들어오자 보이는 것은 참으로 이색적인 광경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성은 집사복, 남성은 메이드복을 입고 서빙을 하고 있는 작은 카페였으니까. 물론 학생회 멤버들은 그렇게 인원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잡일 담당까지 합치면 그렇게 인원이 또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확실한건 회장, 부회장, 서기, 회계. 4명은 다 홀로 나와있었고 당연히 아키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내 아키라의 눈이 토와에게 향했다. 하필 와도 왜 쟤가 온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아키라는 다 죽은 표정을 지었고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이런 곳에는 가장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아예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라고 속으로 절규하나 안타깝게도 지금 서빙으로서 자유로운 것은 아키라 뿐이었다.
"어, 어서 오세요. 주인님."
이어 아키라는 머리에 쓰고 있는 하얀 메이드 머리 장식을 손으로 정리하고 무릎보다 살짝 위까지 내려오는 치맛자락을 잡고 나름 우아한 자세로 인사를 했다. 물론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도 일이었다. 학생회장이 이런 것으로 물러설 순 없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애써 웃는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주인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몇 분이신가요?"
목소리는 정말로 활기차고 발랄한 목소리였으나 표정은 그에 반비례해서 정말로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으며 얼굴은 어느 순간 붉게 물든 상태였다.
시미즈 씨라는 물음에 아키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차라리 미시즈 아키코라고 칭하는 것이 나을까. 아주 살짝 고민하긴 했지만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도망치는 것 같았기에 그의 프라이드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시미즈 가문의 피를 이은 시미즈 아키라였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결국엔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물론 자리라면 있답니다."
애써 싱긋 웃으면서, 돌아가지 않는 것에 이어 짓궂은 웃음을 띄우는 그의 시선을 살며시 회피하면서 아키라는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저 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비어있는 테이블 자리 중 창가 자리에 안내하며 다시 한 번 치맛자락을 잡고 귀족 영애가 인사를 하듯, 우아한 자탤르 보였다. 물론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린 상태이긴 했지만.
"메뉴판은 여기에 있답니다. 얼마든지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이어 그는 쥐고 있는 메뉴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하는 것이기에 전문적인 것은 없었으나 주스라던가, 커피라던가, 가벼운 쿠키라던가, 치즈케이크 등. 정말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은 어느 정도 있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기에 카페에서 가볍게 즐기기에는 딱 합리적인 가격편에 해당했다.
그리고 메뉴판 맨 끝을 바라보면 정말로 작게 '요청할 시, 오이시쿠나레~ 를 해드립니다.' 라는 문구도 있었다. 물론 이것을 확인했을지, 아니면 보고도 넘길지는 토와의 자유였지만.
"자리가 있다니 다행이네요 메이드 양?" 다행으로 보이는 표정은 아니지만 다행이라고 일부러 말하면서 안내를 받습니다. 우아한 자태를 보고는 괘 하는 느낌이라는 감상일까요?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건 괜찮습니다. 해가 들이치는 곳이라고 해도.. 괜찮고요. 힘내라 선크림!
'전문적이진 않지만... 이런 카페라면 괜찮네요.' 같은 생각을 하며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오이시쿠나레...를 발견하고 맙니다.
"으음. 메이드양? 맨 마지막의 이거는 메이드양이 해주는 걸까요?" 장난스럽게 물어보면서 아 역시 메이드 카페에는 오므라이스 위에 이름 써주는 걸 직관하는 게 좋은데요~ 같은 말을 하는데. 그거 사실 폰으로 검색한 거라고 합니다. 슬쩍 테이블 위에 화면을 끄고 올려놓으려 하는구나..
메이드 양이라는 말에 아키라는 입술을 꾹 깨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집사 군이라고 해도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였겠지만. 아무튼 학생회장이 되면서 참 별별 것을 다 해본다고 속으로 한탄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손님의 앞이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주문을 기다렸다.
그리고 토와의 입에서 오이시쿠나레가 나오자 아키라는 순간 움찔했다. 이어 그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하면서 잠시 답을 고민했다. 물론 해주는 서비스야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직접? 아니. 이거 괜찮은건가? 그렇게 생각을 하다 아키라는 일단 정석적인 메뉴얼대로 그에게 대꾸했다.
"물론 그 서비스를 신청하면 하게 된답니다. 하지만 지목하는 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기에 있는 다른 메이드나 집사가 해주는 것을 원한다면 그쪽을 지목하셔도 괜찮아요."
그렇게 해줄거지? 라는 눈빛을 토와에게 보내면서 아키라는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 약하게 입술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지만 이내 그는 헛기침소리를 내면서 겨우겨우 표정을 진정시켰다.
"그렇다면 일단 저는 다른 곳으로 가볼테니, 주문이 정해지면 얼마든지 얘기해주세요. 주인님!"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다. 카페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 이상 한 사람의 상대만 계속해줄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로 정리를 하는 와중, 아키라에게 그렇게 이야기가 들려왔고 아키라의 표정은 그야말로 굳은 상태가 되었다. 아. 결국 시키는구나.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기로 했다. 지명을 받은 이상 피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당당히 맞서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킨 그는 주문한 디저트와 음료를 트레이에 담아 토와의 자리로 향했다.
"주문하신 디저트와 음료 나왔습니다. 주인님~"
이내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하이텐션으로 바뀌었다. 그야 기왕 하는 거, 정말로 제대로 프로의식을 가지고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이 또한 장차 시미즈 가문을 이어받아서 온천과 스파를 이어나갈 자가 당당히 맞서야 할 시련 아닌 시련이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후, 그는 샤랄랄라- 라는 효과음이 정말로 잘 어울릴 자태로 360도 턴을, 치맛자락을 잡고 돈 후에, 오른손을 들어 마치 마법지팡이를 흔드는 것처럼 흔들다가 디저트에 가리켰다.
"주인님이 맛있게 맛~~있게 드실 디저트야~! 시원하게 목을 적셔줄 음료수야~! 오이시쿠나레~☆
말을 한 이후 아키라는 잠시 침묵을 지키면서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회피했다. 당당하게 한 것은 좋았으나 그 부작용은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잘 봤다는 그 말에 대해서 아키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전에 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다 끝나면 따로 만나서 지워달라고 요청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애써 생글생글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손님 앞에서 화를 내거나 성을 내거나 불평을 할 순 없었으니까. 여긴 바로 그런 카페였고 경영, 그리고 접대의 기본은 바로 스마일이었다. 괜히 스마일은 0엔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물론 이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긴 그 정도로 인원이 넘치는 게 아니기에 그건 조금 곤란하답니다. 다 한 명씩 접대로 데려가면 기본적인 일을 할 이조차 없는걸요."
당연하지만 학생회 멤버는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었다. 다른 누가 한 명을 그대로 붙들고 있으면 다른 이들이 그만큼 그 일을 해야할테고, 메이드나 집사를 모두가 붙들고 있으면 아예 주문을 받고 기본적인 서빙을 할 이조차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양해를 바란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비어있는 찻잔에 차를 천천히 따랐다.
내면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상한 짓은 하지 않길 바라며 아키라는 애써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이상한 짓을 할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나중에 이 카페가 다 끝나고 반에서 만나면, 혹은 그 이전에 만나면 꼭 뭘 한거냐고 물어봐야겠다고 아키라는 굳게 다짐했다. 반드시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 집에 돌아가면 메모장에 꼭 적어둬야겠다고도 다짐하며 그는 천천히 차를 내려놓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몰랐지만, 그래도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니까 허가했답니다."
물론 자신이 조금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규정으로서 어긋나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회장이나 되어서 조금 부끄럽다고 막 금지를 시키거나 하면 되겠는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그 전에 알았다면 적어도 협상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었기에 아쉬운 감정이 그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녹아있었다.
"그래도 아주 잠깐만 지나면, 저는 완전히 해방이니까 그 순간만 바라보고 있어요!"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자신은 해방이 되고 남은 시간은 비번으로서 놀게 될테니 오로지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듯, 그는 굳은 목소리롤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테이블에 있는 티슈를 뽑은 후에 그의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아하...." 몰랐다는 것에 납득합니다. 이게.. 바로 하극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홀짝입니다. 부끄럽기는 해도 된다는 것은 좋지요? 학생회장으로써...의 일인가. 그러다가 잠깐만 지나면 끝난다는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아아. 이런 시미즈 씨의 모습을 학생 모두가 봐야 하는데 말이지요. 조금 더 일하실 생각은 없나요?" 그렇게 진지한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진심이긴 합니다. 그런 뒤..
"더 필요한 서비스..." 조금 고민하네요. 그치만 오이시쿠나레. 차 따라주기.. 그 외에 다른 서비스라면 생각나는 건 별로 없네요... 아키라에게는 다행인 거지요.
"각별히 생각나는 서비스는 없네요..." 그렇다고 해서 케이크를 포크로 먹여달라거나 그런 건 안 되는 게 당연하니까요. 라는 말을 하면서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면서 요즘 입시철이니까 꽤 흥미로운 광경들이 보이긴 하더라고요. 라는 말을 건넵니다. 예를 들자면 이자요이 양이 공부를 하고 있다거나..
애써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더 일을 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학생회장으로서 순찰도 돌아야하고 개인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학교 축제를 즐질 생각이기도 했으니까. 메이드 시미즈 아키라가 아니라 학생회장이자 학생인 시미즈 아키라로서의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더 필요한 서비스가 없다는 그 말에 아키라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겨우겨우 해방되었다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 와중에 이자요이. 즉 코로리의 이야기가 나오자 아키라는 흐응-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지만 살며시 고개를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이자요이 아가씨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아야 할텐데요. 뭐, 일단 가르쳐달라고 하면 가르쳐줄 생각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본 이미지가 있었기에 그다지 미덥진 못하다는 듯이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노력이나 변한 모습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확실히 공부를 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그렇게 바뀐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생각해봤지만 역시 나오는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어느 쪽이건 이자요이 아가씨가 지금이라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같은 반 친구로서 응원해줄 생각이에요. 아하하. 물론 그 아가씨는 놀리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특하고 대견하고 그렇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어서."
나중에 사적으로 이야기 시간을 가져서 이것저것 이야기라도 하는 것이 좋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의 이야기지만.
"조금 짖궂기는 하지요?" 그래도 원래 진지해보이는 이가 이렇게 뜻밖의 모습으로 나타나면 궁금해하고 좀 더 찔러보고 싶어지는걸요. 아무래도 그렇답니다. 라는 말을 하다가 코로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확실히 일시적일지도 모른다- 라는 평도 있기는 하려나요?" 그렇게 생각한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공부하는 것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어디로 갈지. 어떤 목표인지 모르니 조금 같은 반 학생으로써의 걱정은 조금 되기는 하더라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래도 대학에 가지 않거나 못하게 된다고 해도 자격증이나 그런 쪽도 있다는 말을 전할까말까 고민이긴 한 모양입니다.
"차나 디저트들은.. 괜찮네요."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적절한 보관과 취급 덕분일까요? 라고 생각하면서 홀짝이고는 한 잔을 더 따르려 합니다.
요조라의 페이스&바디 페인팅 부스는 복도 끝 어느 교실에 있었다. 평소 공실로 있던 교실 내부를 파티션으로 몇개의 공간을 나누고, 각 칸마다 개인 부스를 낸 학생들의 자리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요조라의 자리였고, 파티션과 파티션을 잇는 검은색 반커튼을 걷고 들어가면 작게 꾸며진 페인팅 부스가 나왔다.
당당하게 폼을 잡으며 들어온 여학생에게 보이는 건 천을 덮은 책상과 페인팅 도구들, 그리고 그 안쪽에 앉은 부스의 주인, 요조라다. 기모노풍의 유니폼을 입고, 파티션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있었는데, 낮게 내리뜬 눈이나 무릎 위 겹쳐놓은 손에 보이는 관절 무늬, 손님이 왔는데도 미동도 없는 모습이 잘 만든 마네킹을 놓은게 아닐까, 싶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금방 아닌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천천히 눈을 뜬 요조라가 삐걱이듯이 움직이며 말을 했으니까.
"어서, 오세요..."
금방이라도 낡은 소리가 날 것처럼,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느릿하고 뚝뚝 끊기는 말투는 기묘한 조합이지 않았을까. 요조라는 자신의 부스에 들어온 여학생을 잠시 응시하다가, 그 앞에 있을 빈 의자를 가리켰다.
"거기, 앉으세요... 주문은, 정하셨, 나요...?"
주문이라 함은 어느 부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지에 대한 것이다. 그렇게 묻곤 이쪽을 참고하라며 부스의 벽을 가리킨다. 그곳엔 '1회 1부위 100엔, 가능 부위- 얼굴, 팔뚝의 인접한 부근까지' 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 일명 메뉴판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코로리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는 것에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도 그녀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그 아이도 비슷한 생각이겠지. 물론 자신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굳이 거기에 코맨트를 붙이진 않았다. 아마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이상, 적어도 자기 앞가림은 확실하게 잘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아무런 말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 뭐, 나름대로 정성껏 만든거니까요. 무엇보다 오이시쿠나레를 외쳤는데 맛이 없다고 하면 정말로 곤란하답니다. 주인님."
그 부끄러운 자세와 대사를 외쳤는데 맛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서로 난감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아키라는 애써 스마일을 유지했다. 뭔가 맛없으니 한 번 더 하라고 할 것 같았기에. 물론 실제로 할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그 서비스는 오직 한 번만이기도 했고.
이어 그가 차를 따르려고 하자 아키라는 바로 옆에서 그의 잔에 차를 천천히 따랐다. 서비스는 여기까지. 이 이상은 자신도 다른 곳으로 가서 서빙을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저는 다른 곳의 주문을 받아야하니 혹시나 다른 서비스가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불러주세요. 주인님."
이어 그는 마지막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오른쪽 눈을 감아 살며시 윙크를 보내면서 붙잡지 않으면 다른 자리로 향하려고 했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입에 담는 토와를 바라보며 아키라는 웃으면서 나름 단호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그런 부끄러운 대사나 포즈는 한 번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정말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은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은 한 번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지는데. 역시 프로는 다른 것일까 싶어 그는 그들에게 괜히 감탄했다.
"별 말씀을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주인님이 지명한 메이드. 키라키라 아키라였습니다~!"
이어 마지막 인사까지 ㅡ물론 자신의 의지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ㅡ 확실하게 하며, 그는 치맛자락을 잡고 우아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괜히 머리에 쓴 머리 장식을 손으로 정리한 후, 다른 테이블로 도도도 달려갔다. 저기서 새롭게 주문을 받을 모양이었다. 표정이 굳어있는 것을 뽀면 또 오이시쿠나레 오더가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쪽이건 아마 아키라는 열심히 일했을 것이고, 토와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