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머리를 같이 써서, 라는 토와에게 아마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고, 요조라도 한마디 거들었을 것이다. 혼자 하는 공부나 그림과는 달리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정신이 지치는거라고 말이다. 지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보람과 즐거움도 있긴 했다.
"이과 3류...?"
편차치가 높다는 말에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거린 요조라였지만, 그 뒤에 나온 이과 3류라는 말은 낯설게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대학의 자세한 건 알아보지 않아 못 알아들은게 당연했다. 마히루도 예체능계로 가서 그런 쪽과는 연이 없기도 했고. 포크질마저 잠시 멈출 만큼 의아해하던 요조라, 곧 나중에 찾아보자고 생각하며 다시 팬케이크를 먹는다. 생크림과 과일의 오묘한 조합을 혀끝으로 만끽하다가 돌아온 물음에 음, 하는 소리를 짧게 흘린다.
"고민, 중이긴 해요... 원래, 갈 생각, 없었는데... 같이, 다니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요조라가 장차 하고픈 일은 경력과 실력이 중요시되고 학력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 대학은 애초부터 선택지에 없었다. 그랬던 장래에 대학을 간다는 선택지가 생긴 건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그래서, 적어도... 겨울, 까지는, 결정하려구요... 갈지, 안 갈지..."
가게 된다면 전공은 뭘로 할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니, 그런 쪽으로 생각 중이라며 덧붙이곤 얼마 남지 않은 팬케이크를 차츰 비워간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그런 것이 포함되어서 그렇다는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는 괜찮은데... 사람에게서 정보를 얻어내고 라포를 형성하고 타로를 볼 때 집중하는 것이니.. 음 생각해보니 피곤하고 심력이 소모가 많다는 건 어쩔 수 없지...
"도쿄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문과 123류, 이과 123류 총 6개의 무리로 전부 교양학부라고 하더라고요." 대충 그정도만 알아도.. 아니 알지 않아도 사는 데엔 큰 문제는 없으니까요. 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에 걸맞듯 토와의 말 또한 그다지 진지하지 않고 그렇다더라~ 정도의 가벼운 말이었습니다.
"3학년 후반에 고민하는 것보다는 2학년 후반에 고민하는 건.. 해내려고 노력할 만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전공이 정해져있다는 건.. 음.. 대학만 선택하면 된다. 니까 좀 준비가 된 느낌이라고 저로썬 생각되네요." 어떤 결론을 내리던 간에 스스로가 납득한다면 괜찮을지도 모르죠. 같은 말을 하며 음식을 먹어가면 꾸줂 먹은 탓인지. 점시는 적절하게 비워지고 있습니다. 음료까지 마시고 나면 그 호화스러운 음식들은 싹 없어져있네요.
교양학부라는 말은 마히루가 대학에 대해 얘기해줄 때, 언급한 적도 있는 것 같다. 뭐라고 했더라, 어지간히 성적 좋고 연구나 실험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간다고 했던가, 그 얘기를 들으며 어렴풋이 과학자나 철학자를 떠올렸던 것도 같다. 토와도 그 비슷한, 연구자나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 걸까. 그런거라면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생각하며, 남은 팬케이크 위에 과일과 생크림을 적절히 분배한다. 그리고 한입씩 잘라 입에 넣는다.
성적은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협회로부터 몇몇 대학의 입학 추천서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중에 코세이가 가려는 곳과 같은 곳이 있을지는 미지수라서, 공부 쪽도 신경을 쓰긴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성적을 생각하면 어딜 가든 힘들겠지... 에잇, 생각하지 말자, 머릿속을 한번 밀어내고 마지막 팬케이크를 떠서 입에 밀어넣는다. 다양한 토핑으로 범벅이던 팬케이크는 이제 전부 요조라의 뱃속으로 들어갔고, 남은 홍차도 입가심으로 비워졌다. 토와와 마찬가지로 빈 접시에 빈 잔을 내려놓은 요조라는 구비되어 있던 냅킨으로 입가를 정리하며 말했다.
"대학을 간다는 거, 자체가 저로서는... 새로운 준비를 하는거라, 선택하기도, 좀 막막하긴, 하지만요... 어떻게든, 되겠죠. 늘 그랬으니..."
늘, 어떤 일이든,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곤 했다. 대학 역시 그럴거라고 생각하며 이제 슬슬 자리를 정리하려고 한다. 아직도 노점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으니 말이다.
"이만, 일어날까요...? 더 앉아있기엔, 밖에,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웨이팅 중인 대기열을 턱짓으로 한번 가리킨 요조라는 주머니에서 지폐와 잔돈을 꺼내 팬케이크와 홍차의 값을 추린다. 나가는 길에 바로 낼 수 있도록 한 손에 챙겨들고서, 토와가 일어날 준비를 하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거죠." 검색을 하거나 하는 걸 막지는 않지만 굳이 여기서 줄줄이 늘어놓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같은 생각으로 토와는 적당히 화제를 돌립니다. 추천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실기 쪽이라면 예? 체? 라고 생각해보지만 굳이 그런 걸 캐묻는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으니 입을 다무려 합니다.
빈 접시만 남은 것을 적당히 정리해서 공간을 만듭니다. 냅킨이나 그런 걸 올려놓을 데도 필요하다고요?
"어떻게든 되긴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 아니라면.. 개인적으론 그렇게 생각해요" "아. 그건 그렇네요" 일어나자는 말에 토와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대기열이 길어질수록 길어지는 사람들의 얼굴이 좀 사나워지는 것을 느낀 모양입니다.
"확실히 좀 일어나는 게 필요해보이기는 하네요" 주머니에서 지폐나 잔돈을 꺼내려고 겉옷인 로브의 여밈을 살짝 풀어서 안에 받쳐 입은 교복의 안주머니를 들여다봅니다. 돈은 충분하군. 돈을 꺼낸 뒤에 다시 여미고는 일어나려 하네요.
장바구니에 들어간 것만 보고 말한건데 리리의 품에는 오렌지맛 사탕이 세봉지나 더 들려있었다. 이러면 오렌지맛의 전세 역전인가. 아무래도 포도맛은 리리에게 첫번째는 되지 못하나보다. 리리가 마시멜로를 찾는 것을 도와주며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 나는 토끼를 닮은 것 같지는 않은데. "
알록달록한 마시멜로가 장바구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며 이 정도면 일주일은 집에 간식이 풍부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끼니를 그냥 이것들로만 때워도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정말 그러고싶다면 잔소리 폭격을 기대해야겠지만 말이다. 여름방학때 놀러가서? 하고 뒷말을 기대했지만 사고회로가 과부화 되는건지 얼굴이 빨개지다가 정신 못차리고 무릎을 가져다가 박는다.
" 리리, 괜찮아? "
세게 부딪힌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플 수 있으니까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잠깐 말이 없다가 이내 렌 군에 대한 발언 금지를 요청한다. 에,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나는 사건의 전모를 알아챈 것 마냥 한껏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리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 렌 군 말만 들어도 부끄러워하는거야? 세상에 한번도 못 본 모습인데. "
렌 군한테 다 말해줘볼까~ 싶었지만 이건 진심으로 화낼 것 같으니까 하지 말아야지. 여동생의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하면서도 귀여워서 나는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가 쓰다듬어준다.
시간이 빠듯한 자리가 아니었다면, 좀 더 대학에 관한 것이라거나 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말을 추리며 짧게 끊게 된 건 저 밖의 대기열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주문하고 먹는 동안에도 빈 자리가 날 때마다 사람이 채워지곤 했으니, 접시를 다 비운 테이블에 꽂히는 시선이 따갑지 않을 리가 없다. 맛나게 먹은 것도 자칫하면 체할 만큼, 이라고 요조라는 생각했으니까.
"네에, 이만 나가죠..."
토와가 로브 사이로 안쪽을 확인하고 일어나려 하기에, 요조라도 따라 일어선다. 그러자 잽싸게 점원이 다가와 테이블 정리를 시작하는 걸 보면, 바깥 대기열의 압박이 적잖게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치워지는 테이블을 뒤로 하고 간이 카운터로 다가가 자신의 몫을 계산한다. 노점 치고 살짝 비싼 감이 없잖아 있었으나, 나름 맛있게 먹었으므로 만족하기로 한다. 계산을 마친 후엔 토와도 낼 수 있게 잠시 비켜섰다가 같이 바깥으로 나왔을 것이다.
"으, 배부르니 졸리다..."
대기열에 치이지 않는 곳까지 떨어져선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린 말이다. 오전 내내 바쁘고 지금은 배부르게 먹기도 했으니, 그야 졸릴 만도 하다. 아직 점심시간은 좀 남았기에 어디 가서 짧게 눈이라도 붙일까 싶다. 한 30분 정도는 쪽잠할 수 있겠지...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자리, 고마웠어요..."
가기 전, 요조라는 토와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덕분에 저 대기열에 끼이지 않고 빠르게 먹고 나올 수 있었으니까, 고맙다는 말은 나름 진심이었다.
부딪혔던 무릎을 내려다보면, 내 무릎도 눈토끼 돼 버렸어ー. 빨갛게 부딪힌 자국이 생긴 무릎에다가 짝짝이로 신은 양말까지, 정신 머리를 어디에 쏙 빼놓고 다니느냐고 잔소리 듣기 좋아보였다. 잔소리 들어도 할 말 없게 졸려서, 부끄러워서 라는 이유로 정말 정신없었으니까. 괜찮냐고 물어보는 쌍둥이의 목소리가 들리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세차고 과할 정도로 끄덕인 이유는 세이가 렌 씨 이야기해서, 부끄러워져서 부딪친 거잖아! 그러니까 더 물어보기 금지야!
"금지라니까아!"
이야기 금지라고 한 것에 이름 언급도 포함이었나보다! 코로리는 금지라고 세번이나 말했는데, 또 귓가에 속삭이니 팟 거리를 벌리며 떨어졌다. 아직도 얼굴 붉히고 있었는데, 또 생각나게 하면 계속 붉힐 수 밖에 없다. 코로리는 코세이가 또 속삭이지 못할 정도로 거리를 벌린 후 눈 가늘게 뜨며 쳐다본다. 머리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하면서도 이번만큼은 계속 가늘게 뜬 눈을 유지했다!
"가라아게도 먹을 거야. 세이 바보."
그러고서 홀랑 과자 코너를 벗어나버린다. 어디로 갔는지 찾기 어려울 것은 없었다. 쌍둥이가 신이라는 것 말고도, 사야할 목록이 정해져있으니 코너만 잘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코로리는 소세지만 또 왕창 집어들고서 있었을 것이다. 양이 작아 다 먹지도 못하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아마도 오늘 마트에 있는 내내 이럴 것 같다. 무사히 장보기가 끝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