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에." 그거요. 라고 말하다가 토와는 요조라의 주문에 호화스럽다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토와의 주문도 호화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조라랑 같이 테이블에 놓으면 테이블이 꽉 차다 못해 적당히 먹지 않으면 넘칠 위험도 있다고요? 그런 뒤에 대답이 늦었긴 하지만 들었다. 이니까 신경쓰지 않습니다.
"나중에 가보면 인기일지도 모르니 오전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농담같이 말하기는 하지만.. 나름 가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건 진심입니다.
"오컬트 부에 잡혀서 알바를 했거든요." 별 건 아니고.. 분위기를 잡고 타로를 조금..? 이라는 말을 합니다. 정말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용하다... 는 말이 슬쩍 흘러나오기도 하니.
"오후는 쉬는 것도 좋겠네요." 그치만 저는 이틀 한정이라서 오후에도 돌아가봐야 하지만요. 라는 말을 하며 이런 점심시간 아니면 못 나오겠다는 말을 하면서 이런 축제는 꽤.. 오랜만이네요. 라고 말하며 토와는 소매를 살짝 걷습니다. 치렁치렁한데 크림 같은 거 묻으면 대참사라고요.
요조라와 토와의 주문을 받아간 점원은 분명 조리파트에 가서 호들갑을 떨 것이 분명하다. 분명 주문한 사람은 둘인데, 주문 내용은 그래보이지 않을테니까, 한창 때의 학생들에게는 한바탕 꺄륵거릴 만한 소재일지도 모른다. 축제의 들뜬 분위기와 북적이는 사람들은 늘 그런 흐름을 만들기 마련이었다.
"오려면, 아침 일찍, 오세요...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
올지도 모를 듯한 토와의 말에 그리 답하고, 페인팅이 그려지지 않은 뺨에 손이 닿도록 턱을 괸다. 토와는 뭔가 했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오컬트부에서 타로를 했다는 말이다. 타로인가. 코세이도 그런 걸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요조라는 점이라던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 관심이 없었다. 점을 보기보다 그걸 구경하는게 더 재미있달까. 오후는 그래볼까 생각하며 토와의 치렁치렁한 옷을 본다.
"그러고보니, 제 쪽에, 온 사람들 중에... 타로가 어쩌니, 하던데, 그거 토와 씨... 였나 보네요... 많이 바빴겠어요. 그쪽도..."
특이한 옷차림으로 간단한 타로를 보는데 꽤 잘 맞추더라는, 그런 얘기를 들은게 생각나 슬쩍 말로 꺼낸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도 가볼까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오전 중에 갔다면 토와 쪽도 분명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오후와 내일도 해야 한다니, 토와의 체력이 받쳐줄까 싶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제 상황에 누굴 걱정하나 싶어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중얼거린다.
"축제야, 매년 떠들썩 했지만... 올해는, 좀 더, 그런 거 같네요...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요..."
그야 멀리서 볼 때와 직접 참가할 때의 체감은 다른 법이니 말이다. 요조라는 새삼 이 학교 축제가 이랬구나, 생각하며 노점에 앉은 사람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눈으로 둘러본다.
토와가 한정적으로 받았다는 말을 하길래, 요조라도 오후엔 그렇게 해볼까 생각한다. 아니면 제한 없이 하다가 조금 일찍 마무리한다던가,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본격적인 것도 아니고, 적당히 즐기려고 하는 거니까,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첫날부터 너무 지쳐버리면 다른 날은 놀고 싶지도 않을 텐데, 그건 곤란하고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오후는 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요조라가 말했다.
"오후는, 오전보다, 시간이 기니까... 잘 조절, 해야겠네요... 체력이라던가..."
지쳐서 걸을 힘도 없어지면 마히루가 데리러 오겠다고 설레발을 칠 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게 해야지, 하고 다짐하던 요조라는 토와의 말에 의외란 듯 눈을 깜빡인다.
"올해가 처음, 이요...? 아, 전학, 왔었나 봐요...?"
그렇다면 이 학교의 축제가 처음이란 것도 이해가 되지만, 어쩐지 그것만 있을 거 같진 않은 느낌이다. 자세히 물어볼까 어쩔까, 고민하는 도중, 쟁반에 접시를 한아름 얹어 들고 점원이 왔다. 생각보다 일찍 순번이 돌아왔나보다. 점원은 요조라와 토와의 테이블에 가져온 접시들을 한가득 늘어놓고, 맛있게 드세요 라고 말하곤 돌아갔다. 갓 구운 팬케이크에 각종 토핑이 수북히 올라간 접시와 아마도 티백으로 우려냈을 홍차가 담긴 찻잔이 요조라의 몫이다. 일단은 나왔으니 먹기부터 할까 싶어, 같이 나온 포크를 든다. 들고서 잠시 토와의 앞을 보곤, 지나가듯이 묻는다.
"단 거, 좋아, 하나봐요...?"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토와의 이미지는 어쩐지 말차에 담백한 다과를 좋아할 듯 보였으니까, 여기서 주문한 음식을 보니 다시금 의외란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뭐, 사실이야 아무래도 좋으니, 요조라는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부분부터 살짝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딱 노점에서 파는 그런 맛이지만, 지금은 몸에 스며들만큼 맛있었다.
"오후는 오전보다 길죠..." 저는 점심이 좀 길고..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까지 하긴 하겠지만요. 라고 말합니다. 타로 같은 것의 분위기를 내는 게 어스름 쪽이 괜찮다는 말을 합니다. 어쩌면 내일은 오전이나 점심은 빼고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네요.
"그렇죠.. 올해 전학을 온 거라서요." 어째 아주 작은 시골이나 아주 큰 도시 둘 중 하나여서 이런 곳의 축제같은 건 묘하게 낯선 느낌이라고 말하네요. 오히려 큰 도시는 축제가 애매하게 열리는 감이 있을지도. 그리고 나온 음식들을 보니 꽤 괜찮아 보입니다.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그렇습니다. 노점 치고는 괜찮네요.
"단 거는.. 아주 좋아한다고 하긴 그렇죠?" 그래도 하루 정도 이렇게 먹는 것 때문에 뭔가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 거니까요. 라고 말하는데 단 거 많이 먹으면 당뇨된다 같은 건 넘어갑시다. 하루 그렇게 먹는다고 그렇게 안된다. 토와는 얌전히 음식을 잘라서 먹어봅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어스름이 내릴 쯤이면 저녁이려나, 토와의 말을 들으며 오늘 마무리가 몇시였던가 생각해본다. 그렇게 늦게까지는 아니었던 같은데. 오후를 시작하기 전에 시간부터 확인해야겠다. 그리고 시간대별로 분배를 하면 되겠다고, 얼추 머릿속으로 정리해간다.
"올해군요... 애매한 시기에, 왔네요...?"
보통 수험을 앞둔 해에 전학은 잘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토와는 딱 그 시기에 전학을 왔으니 왜?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가미즈미 고교가 입시에 혜택 같은게 있던가? 특별히는 없을텐데, 그런게 아니라면 개인사정이려나, 빙글빙글 도는 생각에 꼬리를 슬쩍 잘라주고, 갓 나온 팬케이크에 집중하기로 한다.
"아, 그냥 보통, 정도인가봐요... 음, 뭐, 오늘 하루 정도야..."
요조라도 토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간식을 오늘만 먹는 건 아니니, 조금은 뜨끔했을지도 모른다. 그야 집이 화과자 가게를 하고 있고, 요조라 자신도 간식을 너무 좋아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듬뿍 올린 생크림이며 아이스크림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해보였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요조라가 아니었다. 생크림과 함께 푹 떠서 야무지게 한입 먹고, 곁들여진 과일도 먹으며 얘기한다.
"토와 씨는, 대학, 가나요...? 간다면, 어디로...?"
요즘 이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주변의 진로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토와도 3학년이랬으니 어떨까 하는 생각에 던진 물음이었다.
"약간.. 곤란한 사정이 겹쳐서요." 시골 쪽에서 계속 있어도 저는 괜찮은데 학교가 그렇지 않더라고요. 라는 말은. 요즘 시골 학교가 폐교된다거나 그런 이슈가 있었다는 느낌이긴 하다..
"그렇죠.. 하루 정도 먹어치운다고 해서... 뭔가 일어나진 않겠죠." 그리고 머리를 엄청 쓰는 느낌이라서 머리에서 당분을 강렬하게 원한다고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그러다가 대학 질문을 하자 잠깐 나이프를 멈춥니다. 그러고보니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나.. 라고는 해도 일상에서 안 드러난 것 뿐 추천입시 때문에 이래저래 하고 있었다고요. 일단은 대답해주려 합니다.
"음. 추천 입시 허가를 받아서 도쿄대에 지원하게 되었네요." 그냥 일반 입시로 가는 것도 가능하니까 도전해보는 거지만요? 라고 말하면서 나이프로 음식을 썰어서 입에 가져다넣습니다. 무척 아무렇지도 않게 가미즈미에 가미즈미 대학이 있다면 거기 간다는 식의 말을 한 느낌인데..?
들은 대답으로 보아, 토와의 전학은 이전 학교에 뭔가 문제가 있었나보다. 시골이라는 걸 보니 폐교나 그 비슷한 거였을까, 라고 요조라도 간단히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가미즈미도 지방인데 여기보다 더 외진 곳에서 살았던 걸까. 더 외진 곳이라, 잘 상상이 안 된다. 그런가보다 여기기로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머리가 당분을 원한다라... 저도 그렇긴, 하네요..."
페인팅도 꽤나 집중해야 해서,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생각난게 달달한 음식이었다. 그걸 지금 이렇게 먹고 있으니 머리도 배도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뒷일은 이후의 자신에게 맡기기로 하고, 테이블에 놓인 시럽을 가져와 몇입 먹은 팬케이크 위로 한바퀴만 두른다. 메이플시럽, 이 아닌 그런 향만 나는 저렴한 시럽이지만 지금은 맛만 좋으면 그만이었다.
"오, 도쿄대인가요...? 추천받을, 정도면... 성적, 좋은가보네요..."
지나가는 식으로 물은거라 토와의 대답에 요조라의 반응은 담담하다. 도쿄대인가, 그러고보니 처음 도서실에서 마주쳤을 때도 단어장을 보고 있었지, 학년이 달라서 잘 모르지만 토와의 성적은 상위권인 듯 하다. 추천을 받을 정도면 확실하겠지. 여태 공부와 담 쌓고 살았던 요조라로서는 공부를 잘 한다는게 어떤건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저 그럴려나, 하는 생각만 슬쩍 해보고, 깊게 파고들진 않는다. 그럴만한 관계도 아니니 말이다.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거라던가, 있어요...?"
굳이 궁금한 거라면 어느 대학을 가느냐보단 대학에 가서 뭘 할지 쪽이었으므로, 이 역시 가볍게 묻곤 잠시 홍차로 입가심을 한다. 접시의 팬케이크는 벌써 반이나 줄어 있었다.
"오히려 공부같은 걸 할 때에는 덜한 편인데. 몸이랑 머리랑 같이 쓰면.." 당분이나 에너지나 휴식을 갈구하곤 하더라고요. 라는 말을 합니다. 약간.. 몸보다는 정신이 더 지치는 느낌이어서 그런가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런 건 넘어갑시다. 어쩔 수 없지요.
"뭐 그렇죠.. 편차치는 높은 편이에요." 무던하게 대답하고는 음식을 먹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꾸준히 먹는 중이네요.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게 있냐는 물음에는 미약하게 고민하는 듯합니다.
"이과 3류를 생각하고 있거든요." 토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공부도 좀 하고있고. 추천입시의 요강도 제대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도쿄대만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문과 123류 이과 123류 총 6개 계열로 교양학부로 모집하는 듯하다. 이과 3류는 의학부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다고. 문과는 1류를. 이과는 3류를. 종합적으로는 이과 3류를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호시즈키 씨는 3학년 올라가게 될 테니.. 대학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가볍게 물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