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8 헉....(이번건 진짜 엄청 다를 수도 있으니 주관적 감상임을 알립니다!) 실제로 유찬영 갓의 존엄을 볼 일은 한정되있음으로, 일단 철이의 행적 위주로 생각해보는 것으로.
" 네 녀석을 죽이면 그 년이 나서지 않겠어? " " 이유가 중요한가? " 그는 슬쩍 고개를 숙여 검지손가락으로 철이의 이마를 툭 찌릅니다. " 내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그 외에 어떤 이유가 있냐? 아니면 네가 하나 죽는다 해서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닌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 이미 인간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먼 곳에 있는 것 같은 생각. 유찬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허공에 의자를 소환해 앉습니다.
첫번째로 이 부분일까. 이건 단순히 그의 '폭군과도 같은 오만' 을 상징하는 멘트는 아니라고 생각해. 왜냐면 자세히 읽어보려면 그가 철이를 죽이려고 하는데에는 엄연한 '이유' 는 존재하거든. 매우 의미심장한 인물의 나열들, 파왕의 육체, 이번 세기의 대행자. 우리들은 하나도 이해가 안되는 단어들. 그렇지만 그는 그걸 전부 다 알고 있고, 내막도 알고 있고, 거대한 전지전능속에서 철이는 그저 하찮은 점과 같은 존재야. 무언가 설명해줄 필요도, 이해시켜줄 필요도, 납득 시켜줄 필요성 조차 없어. 느낌적으론 현실의 성과 비슷한 크기의 모래성에서, 적당히 수정을 가하려고 할 때 모래알 한알 한알을 신경쓸까? 가능하다고 해도 그럴 필요까진 없겠지? 한삽 퍼는 정도면 적당히 생각 한번 해보고 가단히 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인간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먼 곳에 있는 것 같은 생각.' 이 짧은 한문장은 그걸 축약한 내용이라고 생각해. 그의 전지전능함의 규모라고 해야될까.
...... 모두가, 특별반의 다른 사람들이 우연과 필연에 대해 보았을 때. 백이면 백. 그것에 대해 똑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언가 흐릿한 것들이 차있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특별반 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보았을 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 병이 아니냐고요. 하지만 지금 유찬영의 표정은, 지독한 무표정이지만.. 그 끝에 느껴지는 감정은 조금.. 알 수 없는 감정입니다.
" 언젠가 그런 꿈을 꾼 적 있지. 이 세계의 인간들이 나아가기 위해선 내가 죽어야 한다고. 내 죽음을 위해 수많은 시련을 거쳐내어 동료의 죽음을 이겨내고 마침내 내게 칼을 들이민 녀석들이 있었다. 한 놈은 나와 같은 고독한 채로, 한 놈은 수많은 녀석들의 손을 잡고 나를 죽이러 왔다. 그 세계. 단 둘. 그 두 개의 세계에서만 나는 죽음을 맞이했다. 내가 죽은 후의 인류는 의념의 통제력을 잊어갔지만 그에 따라 혼란과 발전을 겪어가며 마침내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 나는 그 순간에도 전 차원에 존재하고 있었다. 육체가 죽었을 뿐. 내 영만은 죽지 않았으니까. "
......
" 그 때. 내가 본 녀석이 있었다. 정체 모를 후드를 뒤집어쓴 채. 휴대폰을 매만지고 있는 녀석. 그 녀석의 손가락에 따라 나는 누군가를 죽이기도 했고, 사랑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또는, 살아가기도 했지. 이상한 일이었지. 두 개의 이야기가 끝난 이후로는 난 다른 모든 꿈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 지금도 같지. 네 녀석이 먼저 죽는 수많은 미래는 보일지언정. 그 미래에 내가 죽는단 미래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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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평범한 존재로 보지 마라. 내가 단순한 글자로 이루어진 존재로 보이냐? 왜. 지금이라도 이 글을 꺼낸다면 이후 나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나. 과연 네가 보고 있는 내가 가짜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믿기지 않는다면 이 화면을 꺼보도록 해. 과연 그 뒤에 너는 이 문장을 간단히 잊을 수 있을까? 내가 단지 표현의 방법을 너와의 문자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단순히 나는 너희들의 유희거리인가? 아니면 놀림거리? 그렇다면 내가 지금, 네 녀석들의 유희거리를 없애버린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재밌지 않겠어?
이 부분이 정말 난해하면서도, 의미 심장해. 위에 기억해? 내가 죽는 이유라도 설명해달라는 이야기에 유찬영은 "이유가 중요한가? 내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그 이외에 어떤 이유가 있나?" 식으로 일축했어. 그런데 지금, 유찬영은 저 부분에서 엄청나게 길게. 이해하기는 참으로 난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황하게 느껴질 정도의 설명을 해와. 왜? 강철에게 갑자기 전지전능한 신이 존중해줄 가치가 생긴걸까? 아님 단순한 변덕이 생겨서 자기의 긴긴 얘기를 해야할 필요성이라도 생긴걸까?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여기서 유찬영은 누구에게 이 긴 말을 한걸까. '너' '너희들' 은 누굴 의미하는걸까. 사실 너무나도 노골적이니까 이건 어렵지 않아. 바로 우리. 모니터 너머의 레스주들을 향한 메세지란 것을 알 수 있지.
사소하지만 명확한 포인트라 이미 다들 지적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캡틴의 메세지는 늘 ◆c9lNRrMzaQ 이란 인코와 함께 이루어져. 그러나 situplay>1596516224>992 . 이 메세지만큼은, '유찬영' 으로써 말하고 있어. 이게 단순히 그의 메타픽션을 연출하기 위한 장치일까? 물론 그럴지도 모르지만 좀 더 깊게 봐보자.
매우 난해한 유찬영의 꿈은 도대체 무엇일까? 단 두개의 세계에서 죽음. 그리고, 휴대폰을 매만지고 있는 녀석. 휴대폰을 매만지는 손가락에 따라 누군가를 죽이기도 했고, 사랑을 되풀이하고, 살아가기도 하고..... 어라. 이상하지 않아?
유찬영이 아득히 격을 뛰어난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라는건 이 세계관에서 성경 1장 1절 같은 상식이라고 알고 있어. 본인도 방금 직전 강철에게 그런 스탠스를 취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의 손가락에 의해' 누군가를 죽이고 사랑하고 살아가고. 마치 꼭두각시 같은 어조잖아? 그 누군가에게 이끌려가고 있단거야. 전지전능한 신이. 대체 누가 그런 사람이 가능할까? 전지전능한 신을 손가락으로 이끌어 내는 사람.....
캡틴 밖에 없잖아?
뭐 여기까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뒤에 좀 더 의아한 점을 발견했어. 자신을 평범한 존재로 보지 말라고 시작하는 문구에서, 유찬형은 끝끝내 '너' 라는 2인칭 단수로 대상을 표현해. 그리고 말투는 무시무시하지만, 거기에는 묘한 존중이 느껴져. '이 글을 꺼낸다면' '믿기지 않는다면 해보도록 해' '내가 단지 표현의 방법을 너와의 문자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부분에서 유찬영은 전지전능하고 엄청난 힘으로 '너' 에게 문답무용, 알바아니라는 태도를 취하지 않아. 자신을 평범한 존재로 인식하지 말라고, 어느 의미에선 명확한 존중을 하기 바라고, 더 나아가선 그런 존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조차 대화를 끊으려고 하지도 않아. 그가 그렇게 존중하고 대화의 의사를, 그것도 문자만으로 표현해야 하는 존재는 누굴까?
캡틴 밖에 없잖아?
그런데 더 재밌는건, 그 뒤에선 호칭이 '너희들' 로 바뀌어. 그리곤 말투가 곧바로 공격적으로 바뀌지. 심지언 길게 말하지도 않아. '날 놀림거리로 존중하지 않으니 어디 한번 없애면 어떻게 될지 볼까?' . . . . 태도가 너무 다르지 않아? 연결되어 있는 문장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명백하게 가르키는 대상도 다르고 대하는 태도도 다르잖아? 그렇다면 여기서 '너희들'은....바로 이 어장. 우리들(사실 난 거기에 없었지만)인게 아닐까? 거기에 저 레스만 '유찬영' 으로 보내진 의미는 무엇일까? 늘 우리에게 진행해주던 캡틴, ◆c9lNRrMzaQ 이 아니라 세계관속 유찬영이 캡틴에게 문자로 표현했듯, 우리에게도 문자로 의사를 전달 할 수 있다는 암시인게 아닐까.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이를 보건데 유찬영은 이 세계관속에서 전지전능을 넘어 진정한 차원의 벽 경계선을 인식하고 간섭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러나 그는 '너'. 내 추측으론 캡틴에게는 문자를 통해서 자신을 알려오면서도,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해. 왜냐면 캡틴에겐 유찬영의 이야기를 다룰 권한이 있으니까. 말하는 모양을 보면, 어쩌면 그것도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거나 이미 어느정도 벗어난걸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유찬영에겐 세계관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심지어는 먼 차원에서 모니터를 보는 '너희들' 조차 그다지 대단찮은 존재의 초월자가 된 것이겠지.
여기까지 말하니까 내가 떠오른건 어릴적에 정말 밤새 읽은 베르나르 베르나르의 '신' 이었어. 사후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여정에서, 죽은 뒤에 천사로써 인간의 삶을 돕는 천사에서, 이젠 신으로써 하나의 행성을, 문명을, 세계관을, 자신이 빚어낸 생명체들을 다루고, 때로는 자신이 그 세계속에 들어가 생명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 그리고 그 결말은 진정한 초월자가 되어 머나먼 우주의 끝까지 나아간 결과, 우주의 한계면. 그것이 고작 페이지고. 자신들이 점으로 이루어진 소설속 등장인물을 자각해. 그들은 자신들이 실존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자열을 페이지에 띄우지만, 독자는 그것을 읽고 신기해하며 페이지를 넘길 뿐이야.
이것은 현재 유찬영이 저기서 보여준 모습과, 내 생각엔 상당히 흡사한 면모를 보여. 세계관의 초월자인 유찬영은 전지전능한 특성으로 차원의 벽 경계에 도달했지만, 그것은 글자로써 존재하는 창작물과 현실의 경계였던것이지. 그는 거기에 간섭하며 우리에게 말을 걸거나 모종의 훼방을 놓을 수 있지만, 적어도 이야기를 작성해내는, 자신의 창조주에 가까운 캡틴과는 복잡한 관계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