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배신, 따돌림, 패배, 실패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실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망이야 말로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 중에서 당연 최고의 상실감을 찍어버리는 현상입니다 실망을 안겨주든, 실망을 하게되든, 그것은 당신의 기억속에 강하게 남아 앞으로 이루어질 모든 행동에 스며들것입니다
허무맹랑한 꿈을 가지신적은 있으십니까? 어렸을 때 하던 철없는 소리를 한 순간 인생의 목표로 잡고 나아가다 보면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알게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음 행동은 두가지로 나뉘어지는데, 우선 9할의 사람들이 목표를 낮추거나 포기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1할의 사람은 설령 몽상이고 말이 안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꾸준하게 걸어가죠.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비웃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이며, 몇몇은 불쾌해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곁에서 그 꿈을 긍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매우 힘이 될 것 입니다.
그 사람과 함께 노리던 목표를 부정하고 다른 길로 빠지기 전 까지는요
방황은 힘든 것 입니다 상실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파도에 휩쓸려도 방치한채 둥실 떠돌아다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주변에 아무도 남아있는게 없을 것 입니다 이제와서 뭘 해볼까 싶어도 쉽지 않겠죠 하지만 그래도 아직 품고있는 목표를 위해서 나아갈 의지가 있다면....
현준혁은 쓰던 일지를 멈추고 펜을 내려두었다.
처음 헌터로서의 아버지를 봤을 때 부터, 형이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고 가디언이 된 순간 그리고 특별반에 들어간 순간 영월전쟁에서 승리한 그 순간 까지 단 한번도
나는 내가 헨리 파웰이 그려나가던 헌터의 모습을 구현하고 더 큰 미래까지 나아갈 수 있음이 몽상이라고 여긴적이 없다 상대가 오스트리아의 사자왕이든, 천자라 불리는 한가의 패륜아든 상관없다.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내가 제대로 들은게 맞나? 그, 그러니까 지금....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이 미치광이 경마를 보러 왔다고? 귀한집 하프라 그런지, 성격이 애 같아서 그런지, 이미 푹 빠질대로 빠졌다. 큰일 났다. 골드 드래곤 부모가 근처에서 훈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이대로 가다간 애 버린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못본다.
"아저씨가 남 함부로 참견하는건 꼰대 같아서 안좋아하는데, 유하 너는 관리 좀 받아야겠다. 어."
드물게도 진지한 얼굴로 얼굴을 슥 들이밀곤 얘기했다. 아저씨가 아빠 대용이 될 순 없다만, 임시 보호자 노릇 정도는 할 수 있을....있을까? 애 버리는 것 보단 낫겠지....
"일단 밥 먹으면서 얘기 해. 지난번 곱배기 라멘인가 뭔가던 사줄테니까. 한창인 애가 굶으면 되냐? 잘 먹고 다녀야지."
나는 눈 앞의 소년을 보면서 짧게 단언했다. 방금 본 기술들은 재밌지만, 어디까지나 아저씨에 비해서 1:1 승부에서 대응력이 좋단거지 진짜 무투파인 녀석들과 붙으면 쉽지 않겠지. 골드 운운하는거 보면, 본직은 상인에 가까운 것 같고. 그러나 본인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하여, 꼴사납던, 약하던, 살아남으려고 하는 놈이 살 수 있는 법이다.
"진흙에 면상을 쳐박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훌륭하다. 아저씨적으론 말이지. 싸움을 잘한다고 다 잘 풀리는 세상도 아니겠지."
적어도 나는 거너로써 그런 방법을 추구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어설프게 '나는 강하다'라고 허세를 부리는 것 보단, 아저씨적으로 고평가인 것은 확실하다.
"흠...그러고 보면 소개가 늦었구나. 아저씨는 윤시윤이라 한다. 이번에 특별반 편입온."
그 말을 들으면 토고는 최근 단톡방에 별 기괴한 노인네 같은 인사를 올린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어. 아저씨는 대충 30~40대라고 보면 돼. 15살이라고 되있지만 거 뭐시냐, 복잡한 사정이 있어."
그렇다고 마냥 깎듯이 대할 필요는 없다고도 덧붙여둔다. 여럿이 지적했듯 전생자란 얘기는 믿기 쉽지 않은게 분명하니까. 내 나이가 15세인 이상, 내가 나답게 말하는건 그렇다치고 애들한테 존중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우습다. 애초에, 정작 그 과거도 기억 안나는 것 투성이니까 말이지. 담배 정도는 피게 해줬으면 좋겠다만서도.
"한준혁이인가가 신입 실력 볼겸 간단한 의뢰라고 데려갔더니 네임드더구나."
강산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며 시원스럽게 털어놓았다. 사실 별로 죽은 것도 아니고, 본인도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엔 '신고식 대신으로 쳐라!' 라면서 짬을 때렸으니 이렇게 골먹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토고는 그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려고 했다. 교실에 워낙 들어가질 않아서 생각이 느렸지만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자유롭고 나쁘게 말하면 단합이 안되는 특별반의 공지에서 말이다.
'임마가 가가?'
본인을 아저씨라고 칭하는 그를 보고 토고는 중2병에 걸렸나 생각했다. 물론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지만... 15살에 아저씨라 칭하며 어른스러운 분위기...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둘이 나중에 술 한 잔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닮은 사람과 이 자칭 '아재'와 말이다.
"니 그기가? 이상한 약 먹고 꼬맹이 되가꼬 무면허로 사람 마취시키다가 탐정놀이 하는 가?"
>>292 그렇다!! 본 실력을 낸 오현이가 12% 유하가 10% 아저씨가 3% 정도의 비율로 합쳐서 25%의 전력 상승이 이뤄지지! >>306 강산주 어서와요!! 그리고 헉 고마워요 ㅠㅠㅠ 답레쓰느라 바빠서 이제 봤어 >>307 꼬신다니!? 조크에 어른의 여유로 돌려줬을 뿐! >>324 확실히....물론 이거 때문에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고 있으니, 요령이 없는 아저씨인 것도 맞지만!
라임은 작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웃음을 지었다. 결국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아까는 귀걸이를 찾는 데에 정신이 팔려 대강 흘려들었는데, 열다섯 꼬맹이가 스스로를 아저씨라 부르며 3인칭 화법을 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이상했단 말이다. 차라리 나이를 몰랐다면 동안이구나 하고 넘어갔을 텐데, 학생 명부를 조회해 나이를 확인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마치 풍선에 바람을 억지로 불어넣어 펑 터뜨린 기분이었다.
"진짜... 웃기지 말라고. 열다섯 살한테 귀엽다는 소리 들어도 별로 안 기쁘거든? 귀엽다고 했으면이 아니라, 정말 귀엽다고 했으면 발등을 세게 밟아줬을 거야."
종종 쉰 소리로 조잘거리던 라임은, 앞에 먼지라도 낀 것마냥 손으로 부채질하는 시늉을 하다가, 여전히 웃음기 서린 눈으로 시윤을 올려보았다.
"그러니까... 너는 왜 자꾸 본인을 아저씨라고 하는 건데? 이건 날 억지로 웃기려는 수작이야."
"어어. 뭐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아저씨 옛날에 좀 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기억도 실력도 거의 다 잃고 애송이 되고 어."
똑똑한 친구는 이래서 좋다. 구체적으로 설명 안해줘도 그나마 그럴듯한 내용으로 연상시켜주니까. 그리고 사실 아주 틀린말도 아니다. 이상한 약은 아니고, 어디 뭐 이상한 의념이나 스킬이라도 맞은 것 같고 꼬맹이가 되었다기 보단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거지만, 대략적인 맥락은 맞잖아. 어어.
"탐정은 아니고 저격수지만. 마취할바엔 보내버리는게 빠르니까. 허허."
고개를 끄덕 끄덕 거리면서도, 생각해보면 유하에겐 이 근거가 나름 먹혔던 것 같아서 떠오른듯 덧붙인다.
"근거 대라 하면 특별한건 없지만, 방금 보여준 역성혁명은 대충 그 가물가물한 기억의 잔재로 쏘는거고. 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