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없이 길을 걷고 있으니 옆에서 리리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돌아보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내 동생은 나를 바라보고 웃어보인다. 저 웃음은 비슷한 외모만큼이나 나와 리리가 비슷하게 공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리리가 짓는 미소를 잠깐 바라보다 이내 나도 같이 웃어보이자, 자기는 내 동생이라며 얘기를 한다.
" 그건 그렇지. "
어쨌든 우리는 신이니까 보고싶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과 그렇게 보는 것은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무슨 일이 있을때 보기만 하고 있어야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아무리 내가 오빠라지만 리리와 나는 결국 한날 한시에 태어났기에, 나도 동생 앞에서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주기는 힘들었고 지금이 딱 그러한 때였다.
" 당연히 그래야지. 네 방울소리는 누구보다 내가 잘 듣는다고 자신할 수 있어. "
꿈에 나타날 때는 항상 방울 소리를 내며 나타나고 그 방울 소리를 누구보다 많이 들은게 나다. 그러니까 헷갈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리리를 바라보고선 그래도 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마트에 도착한 나는 마트 바구니를 손에 들고 얘기했다.
" 아까 말했던 것들 사고 ... 저녁으론 뭐 먹고싶은거 있어? "
요리를 해줘야한다면 여기서 재료를 사서 가야하니까. 아니면 간만에 배달이나 시켜먹을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가을이 되면 자연히 낙엽이 천천히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된 것은 아니었으니 그렇게까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하나하나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것을 청소해야만 했다. 대대적으로 학생회 멤버들이 번갈아가면서 청소를 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이번에는 아키라의 차례였기에 아키라는 방과 후, 열심히 길가의 낙엽을 쓸고 있었다.
아직은 많진 않지만, 나중에 그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면 대체 어떻게 될런지. 그것을 생각하니 절로 한숨을 작게 나왔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발에 밟히는 나뭇잎을 대비를 이용해 살살 쓸면서 그는 학교 길을 청소했다. 차라리 커다란 나뭇잎이면 별 상관이 없었으나 솔잎 같은 것이 떨어지면 이것만큼 골치가 아픈 것도 없었다.
괜히 빗질을 좀 더 세게해서 잘 쓸리지 않는 솔잎을 옆 길가로 보내버린 후, 그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긴 했으나 아직 조금 더 지저분한 부분이 있었기에 그 부분을 청소하기 위해 그는 다시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때마침, 낯이 익은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이전 잠깐 놀이기구를 같이 즐겼던 이였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미소를 지어 이야기했다.
말보다 빠른 거! 고맙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하는 말을 하는데 낯가리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말하고 또 말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으로 옮기는게 나을 때가 있기도 하니까. 코로리는 팔을 활짝 크게 벌린다. 만약 떨어지게 된다면 그때까지의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바로 지금 당장도 아니기도 하니까.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모르는 거니, 적어도 코세이가 제게 갖고 있는 걱정은 털어주고 싶었다.
"안아줄까! 토닥토닥도 해줄게."
거절하면, 그런 거 없어?! 코세이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한 번 꼭 안고 토닥토닥해줄 때까지 길거리에서 대치전을 벌이게 될 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가라아게! 소세지, 햄, 돈카츠, 함바그ー"
또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었을 때와 다름없다! 절대 편식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두고 굳이 왜 당근, 피망, 가지, 버섯, 브로콜리, 양파, 마늘, 콩, 파, 호박 등등을 먹어야하는지 모르겠기 때문에 참 편식쟁이스러운 메뉴들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이번에도 아차, 눈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웃으면서 덧붙인다.
가을이라, 벌써? 아미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고등학교 1학년의 반도 이미 다 지나간 뒤였다. 그동안 잠도 많이 자고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었지. 가을답게 잠을, 아니 늘 그렇듯 잠을 많이 잔 아미카는 학교가 끝나자 가방을 싸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비몽사몽한 눈으로 계단을 걸어내려간 후, 아미카는 이제 뭘 해볼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때, 우연히 눈에 밟힌 낙엽을 치우는 현장에서, 학생회장이 보였다.
"아..안녕하세요..! 학생회장님! 네, 집에 가고 있었어요..!"
아미카는 조금 어색하게 아키라에게 인사했다. 그때 같이 놀이기구를 타고 다니긴 했어도 여전히 약간의 어색함은 남아있었다. 아미카는 학생회장인 아키라가 낙엽을 쓰는 것에 의문을 품고 물었다.
어색한 느낌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속으로 납득했다. 그녀와 자주 마주친 것도 아니고, 이전에 우연히 놀이기구를 같이 탄 정도. 그것도 그렇게 멋진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었으니 더더욱. 그 이외에는 우미노카리 때 잠깐 마주쳤었던가. 그녀가 4등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런 느낌의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가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아키라는 살며시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대대로 가미즈미 고등학교에선 이런 낙엽을 쓰는 일은 학생회 멤버들이 맡았거든요.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아니지만, 애초에 학생회는 학생들에게 봉사하는 기관이기도 하고. 그리고 오늘은 제가 당번이다보니."
그저 순번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발 밑에 밟히는 낙엽을 가볍게 옆으로 살며시 밀었다. 이 정도면 앞으로 15분 정도만 더 쓸면 다 끝내고 자신도 볼일을 보다가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아미카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의외인가요? 제가 이렇게 낙엽을 쓰는 거 말이에요."
하긴, 학생회장이면 조금 의외일 수도 있긴 하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아키라는 미소만 살짝 지으면서 두 손에 든 빗자루를 살며시 자신의 몸에 기대게 했다.
"오히려 학생회장이기에 이런 일을 더 뺄 순 없더라고요. 학생회장은 대체 뭘 하는거야? 우리에게만 일 시키고! 놀고 먹기만 하는 거 아니야?! 라는 말 같은 것은 들어서 좋을 것 없잖아요?"
어쩌면 이게 더 메인포인트라는 듯이 그는 일부러 목소리 톤을 바꿔서 정말로 누군가가 투덜투덜하는 톤의 목소리를 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색하긴 했는지 그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 헛기침 소리를 두어번 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어색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릏다고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고생이 많다는 말이 들려오자 그는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내 그는 오른쪽 팔을 살짝 쭈욱 귀에 붙여서 올렸다가 그 팔을 풀기라도 하는지 가볍게 뱅글뱅글 돌리다가 다시 팔을 아래로 내렸다.
"뭐, 지금이야 돌아가면서 하고 있지만 눈이 내리게 되면 그땐 일반 학생들도 와서 눈을 치워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에 비하면 지금 이건 약과기도 하고, 가을에는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겨울에는 도와줘! 라는 의미도 되니까... 마냥 고생인 것은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또 가미즈미에 눈이 오게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니 아키라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가미즈미는 특히나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하나였다. 물론 대폭설 수준은 아닐지도 모르나 발목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내리는 것은 예사였기 때문에 그는 괜히 으으.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겨울에 그렇게 눈이 내리면 이타니 씨의 도움도 필요하니... 그땐 모르는 척 하기 없기에요."
아미카는 양손을 모으곤 아키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초롱초롱한 눈은 아니었지만, 멋지다는 생각은 확실히 하고 있었다.
"정말요? 몰랐는데에.. 그래도..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학생회장께서 친히 요청도 해주셨는데 안 하면 안 되죠."
눈을 치워야 한다니, 약간 어디 군대 같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눈이 그렇게 많이 오면.. 반은 따뜻하니까 잘 잘 수 있겠지이~ 이렇게 생각하곤 혼자서 잠시 웃었다. 그래도 이럴땐 꽤 많이 동원될태니 그렇게까지 걱정되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 아미카는 솔잎을 들어올리며 보곤 말했다.
굳이 말하면 어차피 그 시기가 되면 해야하는 것이니 알려주는 것에 가깝고, 땡땡이 치면 안된다는 말에 가까웠지만, 또 어떻게 보면 요청이 되는 것일까. 일단 도와준다는 그 말에는 감사를 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성실하 모습을 다른 학생들도 본받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은 굳이 입밖으로 꺼내는 일 없이 혼자서 조용히 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야 굳이 말을 꺼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무튼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허리를 굽힌 후에 누렇게 물들어 땅에 떨어져있는 솔잎을 줏어들었다. 여름에는 녹색빛이었으나 지금은 가을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 어느덧 누렇게 물들어 땅에 떨어져 있었다.
"많이 지죠. 소나무도. 그리고 이런 류가 쓸기 제일 힘들더라고요. 차라리 일반 낙엽은 잘 쓸리기라도 하지. 이런 류는 쓸어도 잘 안 쓸리거든요."
참으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빗자루로 보란 듯이 살살 솔잎을 쓸려고 했지만 크기도 작을 뿐더러, 무엇보다 땅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느낌인지라 그다지 쓸리지 않고 있었다. 이어 발로 살살 차봤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와중에 비라도 내리면... 어제 비가 내리지 않은 것이 정말로 다행이에요."
여러모로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그는 가볍게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한 그는 다시 빗자루를 살며시 자신의 몸에 기댔다.
"이타니 씨도 내년에는 학생회에 한 번 들어와보실래요? 이런 작업도 나름 한 번은 해볼만한데."
당연하지만 너도 한 번 해볼래? 정도의 가벼운 말이었기에 그다지 진지함은 없었다. 그녀가 응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도 물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아마 언젠가 제가 청소를 해야 하는 날에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뭔가, 이런 것은 말하면 걸린다는 그런 것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누군가가 걸린다면 자신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아하하. 하는 난처한 웃음소리를 냈다. 괜히 낙엽을 조금 더 쓸기 위해서 빗자루를 잡은 그는 바로 눈앞에 있는 낙엽을 아주 살살 쓸었다. 먼지가 그녀에게 향하지 않도록. 물론 쓴다고 먼지가 이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내년에 가볼만한 동아리가 없다면 생각은 해보겠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마찬가지로 정말로 가볍게 대답했다.
"그럼 내년에 제가 아는 후배에게 이타니 씨가 학생회에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봐야겠네요. 그렇게 말하면 괜히 결과가 궁금해지거든요. 뭐, 생각보다 할 일이 많기도 하고, 정말로 노력해야 할 일도 많으니 그럴 마음이 없으면 안 가는 것이 베스트긴 하지만요."
물론 그녀가 책임감이나 일을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중간한 마음으로는 일을 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었다. 당장 내년 학생회장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새학기 한 달은 정말 피눈물 날 정도로 바쁘기 마련이었기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신은 그 시기를 어떻게 넘겼나 싶어 그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하하. 물론 내년에 이타니 씨가 학생회장이 되어있다거나 하면 정말 놀랄지도 모르겠네요. 아. 그렇게 되면 적어도 학기말에 인수인계 받으러 저와 1:1 레슨을 해야하니... 그런 것을 피하고 싶으면 절대로 입후보하지 말기."
"잠이 많아도 얼마든지 일을 할 순 있죠. 다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거지."
그녀가 학생회에 내년에 들어갈지의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잠이 많다고 해서 그런 일을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키라는 동의하지 않았다. 잠이 많으면 어떤가. 매사를 게으르게 행동한다거나, 땡땡이를 친다거나. 그러지만 않으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땡땡이를 친다고 해도 자기 앞가림 잘하고 할 일을 잘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기도 했고. 아무튼 공약을 떠올리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작게 웃었다. 떠올리려고 해도 떠올릴 수가 있을까. 작년에 그녀는 학교에 없었는데.
"이타니 씨가 유급을 한 것이 아닌 이상 제 공약은 아마 떠올리기 힘들걸요. 학생회 선거는 연말에 있으니까요. 이타니 씨가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전 이미 당선되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거고요. 아무튼... 공약이라. 뭐, 별 건 없었어요. 그냥 이 학교의 1년이 그 어떤 때보다 즐거웠으면 좋겠다. 라던가, 동아리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거라던가. 그 외에 예산의 현실화라던가."
대충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적어도 자신은 할 일을 다 하고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나 과연 학생들이 이 1년이 즐겁게 느껴질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 부분은 자신이 노력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아직 기한이 남아있으니 최대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제 머리를 가볍게 긁적였다.
"학생회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라면... 가미즈미 고등학교에 온 것을 후회하는 이가 없는 것 정도일 것 같네요. 여기에 와서 정말로 좋았다라던가 그런 거 있잖아요? 이 학교에 괜히 왔다. 이런 생각 대신에 그런 생각들이 많아지길 바랬고, 지금도 그것을 모토로 일하고 있어요."
정말로 소박하지만 정말로 어려운 그 목표를 입에 담으며 그는 괜히 다른 곳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제 남은 기간은 50%. 자신이 얼마나 앞으로 더 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곧 미소를 지었다.
학생회장, 아키라의 선언에 따라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축제인 가미즈미제가 개최되었다. 이전부터 준비하던 이들은 각각 마음이 맞는 이, 혹은 동아리 단위로 체험형 부스를 세웠고 여기저기에는 노점이 들어와 학교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제법 커보인다고 해도 결국 학교 축제 느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거창한 것은 없었으나 청춘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또 없지 않았을까?
부스를 내서 즐기는 것도 자유, 부스없이 돌아다니면서 축제를 즐기는 것도 자유. 그 모든 것이 자유인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각각 자유로운 사복을 입으며, 이 시기에 마음대로 드나드는 외부인들과 같이, 혹은 같은 학교 사람들, 그것도 아니면 같은 반 친구들과 같이 즐겁게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귀신의 집, 연극, 콘서트, 그림 전시 등등. 정말 다양한 부스가 올해도 세워졌고 여기저기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러퍼지고 있었다. 올해 역시 수많은 이들이 가미즈미제를 즐기러 온 모양이었으나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고 난동을 부리거나 말썽을 일으키는 이들을 잡기 위해 학생회 멤버들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으며 눈이 번쩍이고 있었으니까.
어딘가에서는 집사, 혹은 메이드 카페를 열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잘 둘러보면 의외의 인물이 의외의 복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올해의 가미즈미제 역시 왁자지껄 신나는 분위기가 그야말로 한가득이었다.
/6월 6일부터 6월 12일까지 즐겁게 학교축제인 가미즈미제를 즐겨주세요! 부스로 뭐가 있는지는 여러분들의 상상과 창작으로 채우시면 된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제 학생회장 생활이 헛된 것은 아닌 것 같네요."
어차피 모든 이를 다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최대한 많은 이에게 만족을 주고 후회를 주지 않는 것이 그의 목표라면 목표였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아미카가 긍정적인 어조로 이야기를 하자 자연히 아키라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눈앞의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참으로 뿌듯하다고 느끼나 그는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너무 풀어진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물론 보여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의 성정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올해는 이것저것 많이 나왔죠. 귀신의 집이라던가, 메이드 카페라던가, 집사 카페라던가. 뭐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이 나와서 최대한 허락을 했어요. 너무 위험한 것은 다 제외시켰지만. 뭐가 있을진 당일에 가서 구경해보세요. 아마 이번에는 여러모로 즐길 것이 많을 것 같거든요."
물론 계획서 그대로 진행될 때의 이야기였지만 어지간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벌써부터 기대를 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괜히 뿌듯한 표정을 짓다 다시 입을 열었다.
"같이 구경하고 싶은 이가 있으면 여기저기 구경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혼자서 즐기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즐기는 것이 좋잖아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하나 혼자 즐기건 누군가와 같이 즐기건, 그것은 각자의 자유였다. 아키라가 그것을 간섭할 이유도 없었고 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도 자신 역시 올해는 틈이 나면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두 어깨를 으쓱할 나름이었다.
"말해두지만 저는 기획서를 보고 합당하면 통과시킬 뿐이지, 제 개인 취향을 섞은 적은 없어요."
적어도 거기에는 비리가 없다는 듯,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자신의 취향대로만 했으면 부스는 대부분이 온천과 스파 관련이 아니었을까 스스로 생각을 해보기도 하며 일단 그는 자신은 떳떳하다는 듯이 당당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물론 아예 취향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렴 어떨까. 일단 기본적인 선은 지켰으니 스스로가 생각할 때 문제는 없었다.
아무튼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그녀가 묻자 아키라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계획이라고 해야할지. 아무래도 학생회로서 순찰을 도는 일이 대부분일 것 같네요. 외부인도 찾아오는만큼 사고가 터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 외에는 학생회에서도 일단 비밀리에 뭔가를 한다고 하는데, 이건 저에게도 굳이 알려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카페 종류라고 들었기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거기서 일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외에는... 아직까진 프리한 편이에요."
바쁠때는 바쁘고 일도 해야하지만 적어도 자유로울때는 자유로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럼 자신은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을 했다. 학생회 멤버들 중 자유로운 이와 같이 노는 것도 좋을 것 같고, 3학년 친구들과 같이 적당히 둘러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뭐, 어찌되었건 그때 가서 정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같이 구경할 사람의 경우를 물은 거라면. 글쎄요. 딱히 약속은 없기 때문에. 그와는 별개로 과연 이 축제를 어떻게 즐길까 궁금한 이는 있긴 하네요."
굳이 누군지는 이야기하지 않으며 아키라는 그 정도로 말을 끝냈다. 아무튼 자신도 구경할 이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거니 생각을 하며 그는 다시 한 번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누구랑 구경하더라도 즐거운 축제 되길 바랄게요.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시기로만 따지자면 다음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