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적은 잠으로도 개운하게 잘 수 있는건 알고 있지만 잠으로 누릴 수 있는건 그런 것 이외에도 다양하다. 그러니까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거다. 물론 이 시간에 내가 머리나 만져주면서 재우는게 제일 좋다는건 알지만 계속 집에만 있는 것도 별로다 싶어 잠깐 데리고 나온 것이다. 가을이라 슬슬 단풍이 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 그래그래. 공부하면서 먹을 간식들도 좀 사고. "
말한걸 보면 하나 같이 달달한 것들인거 보면 공부하면서 먹을 생각인 것 같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간식을 많이 사주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번 2학기만큼은 적당히 고르면 원하는대로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 식비 조금 부족한건 좀 더 일하면 되는거니까. 그리고 애초에 많이 먹는 편도 아니라서 여기서 조금 더 늘린다고 쪼들린다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 오렌지도 사고, 레몬도 사면 되는걸. "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 와중에도 내 생각을 해준게 기특해서다. 얼마전엔 약간의 트러블로 서로 소동이 있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 같이한 가족이니만큼 이럴때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할 수 밖에 없나보다. 그렇게 길을 걸어가는데, 바람이 한번 불더니 낙엽으로 변해가는 잎이 어깨 위로 떨어졌다. 반 정도 갈색으로 변한 잎을 바라보던 나는 리리에게 말했다.
" 나는 만약에 대학을 간다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지도 몰라. 리리는 이 근처에서 다닐 생각이지? "
>>655 내일 공지에 나오겠지만 기본적으로 동아리가 테마가 되어서 내는 편이에요. 하지만 꼭 동아리가 아니어도 서로서로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서 부스를 낼 수도 있고 그냥 개인이 혼자 내고 싶다면 내도 괜찮아요! 딱히 반 하나당 부스 하나! 이렇게 강제하진 않는답니다!
분명 사랑에 빠졌을 거야! 아니면 잔소리의 신이 안경 쓴 인간이랑 사랑에 빠져서, 안경을 쓴 모두에게 잔소리를 잘하게 하는 마법을 걸었을 거야. 코로리는 안경과 잔소리가 분명 상관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집에 있는 잔소리꾼과 학교에 있는 잔소리꾼을 생각하고서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기까지 한다. 그래도 학교 쪽은, 2학기 들어서 코로리가 공부를 시작한 덕에 조금 괜찮아진 것 같기도 했다. 체육시간은 여전히 땡땡이치려고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업 시간에 깨어있다는게 어디인가!
"일할 때도 먹을래ー"
쌍둥이들의 밤은 언제나 길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고서부터는 실제로 해도 짧아지고 있어서 일할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일할 때 먹을 주전부리도 없으면 서운하다. 물론 코로리는 입이 짧아 잔뜩 사놓고 몇개 못 먹어서, 가을 도토리 줍는 다람쥐처럼 간식들을 모아놓게 되기야 했었지만. 코세이가 쓰다듬어주면 방긋 웃는다. 쌍둥이라 오빠라고 안 부른다고 해도 말뿐이지, 어디까지나 오빠는 오빠였다.
"멀리 갈 수 있으면 갈거지만, 그래도 여기가 좋아."
코세이의 어깨 위에 앉은 낙엽을 줍는다. 세이랑, 떨어지게 되겠지. 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도 있는 이야기다. 너무 많을 시간을, 신으로도 인간으로도 어떤 기준으로 생각해도 까마득한 시간동안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처음 떨어지게 되겠구나 싶으니 조금 추욱 처진다.
안경의 신님과 잔소리의 신님은 서로 인연이 없을텐데. 나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리리를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이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같은 진부한 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분명히 싫어할테니 꾹 참는다. 잔소리를 하고싶지는 않지만 뭔가, 바라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말이 나온다. 오빠라곤 하지만 거의 부모님 같은 느낌이다. 흐음, 하고 작게 숨을 내쉰 나는 리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길어지는 밤은 그만큼 우리의 일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학업까지 동시에 해결하려면 이번 가을과 겨울은 리리에겐 꽤나 힘들지 않을까.
" 사실 우리가 서로를 인지한 순간부터 한번도 떨어져본적이 없으니까. "
신으로써 자각을 가졌을때 옆에 있던 내 동생은 그로부터 까마득한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내 옆에서 떨어뜨려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렴풋이, 언젠가는 떨어져야한다는걸 다짐하고 있었는데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니 가슴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다. 지금 당장 리리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너무나도 많다.
" 나는 왜 이렇게 자신이 없는건지. "
최근에 계속 드는 생각을 일부나마 조금 털어본다. 언제나 챙겨줘야할 것만 같았던 여동생이 이젠 떠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한건지. 어린아이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 그 허전함을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