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제 쌍둥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조금 녹아내리듯 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졸려서! 2학기 들어서는 팔자에 없던 공부를 하겠노라고 마음 먹어서, 어째 잠의 신이면서도 잠을 쪼개고 쪼갠 탓에 길게 잠에 들어본 적이 없게 되었다. 이러다 전부 늑대가 잡아먹어버릴거야. 평일이든 주말이든 다를 건 없었다. 그나마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니까 조금 일정에 잠잘 틈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하면, 늦깍이 수험생은 그럴 틈이 없다. 그래서 놀랍게도 공부를 하다가, 지금은 쌍둥이에게 끌려 산책을 나온 길이었는데 신데렐라 됐다! 구두 한 짝 잃어버린 신데렐라, 코로리도 신발이 한 짝인 것은 아니고 양말이 짝짝이었다. 어쨌든 한 짝씩만 있으니까 신데렐라 같다. 코세이에게 얼른 자신이 신고 있는 양말을 봐달라고 아래를 가르킨다.
"둘이 싸웠나봐."
양말들은 언제나 똑같이 생긴 것 두개가 짝을 이루니 쌍둥이 같다. 근데 짝짝이로 신어 쌍둥이를 떨어트려놓은 것이고, 쌍둥이들을 떨어트려 놓았다니 싸운 것이라고 하고 있다. 똑같이 흰 양말인줄 알고 신었더니, 하나는 하얀 양말이 맞았지만 다른 발목 부분에 곰돌이 모양 캐릭터가 그려진 양말이다. 짝짝이 양말 신고서 산책 나온게 우스워서 쿡쿡 웃는 소리를 조그맣게 낸다.
무덥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여름이 끝났다는 말은 여름방학도 끝났다는 말.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던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들어 개학을 맞이한 우리 집에 큰 변경점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내 동생 코로리가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 무슨 바람인가 싶어 물어보니 자기는 꼭 대학을 가야겠단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예상이 되기도 하고 오히려 좋은 일이니까 열심히 응원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부를 안하다가 갑자기 하려는 것도 힘들테고 밤엔 원래 자지 않는데 학교에서도 잠을 안자고 공부하려니 잠이 상당히 부족할 것이다. 학업 스트레스 + 부족한 잠으로 인해서 살짝 날카로워진 리리의 건강도 그렇고, 걱정되는 점이 많아서 결국 주말인 오늘, 아르바이트는 쉬기로 하고 리리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
" 리리, 다 좋은데 너무 무리는 하지마. "
요즘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힘이 없거나, 늘어지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겠지. 고3 수험생 중에 안힘든 사람은 공부를 안하는 사람밖에 없다는 말이 있는만큼 많이 힘들겠지. 이걸 오빠로써 기뻐해야하나 아니면 걱정해야하나 갈피가 안잡히는 와중에 리리가 자신의 발 부분을 가리켰다. 얼마나 정신이 없으면 양말까지 짝짝이로 ...
" 그래 푸딩 사가자. 또 먹고싶은거 있어? "
대학에 대한 고민은 나도 하고 있지만, 나는 특출나게 잘하는 과목이 있으니 그걸로 밀어볼 생각이라 공부는 그렇게까지 하고 있지는 않았다. 따라서 리리보다 여유롭기 때문에 남는 시간은 요조라와 리리에게 투자하고 있었다. 오늘은 간만에 같이 산책도 나왔으니 하고싶은건 다 해주자는 생각이기도 했고.
" 주말엔 밀린 잠도 좀 자고. 잠 못자면 나중에 아프다니까? "
아프면 2~3일 날리는건 우습다. 차라리 조금씩 자두는게 시간을 더 많이 아끼는 지름길인데... 리리 입장에서도 마음이 급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푸딩을 사러 마트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무겁다.
잠 못자면 나중에 아프다는데, 코로리는 잠이니까 그 말에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잠 안 자는 양귀비들한테 코로리가 늘 하는 이야기었는데, 그걸 듣는 입장이 되었다니! 그렇다고 코로리가 그 양귀비가 되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잠깐 눈 붙였다 수준의 잠을 자더라도 간밤 푹 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잠과 피로의 사이를 잇고 다니는게 코로리였으니까! 그래도 자고 싶어! 잠의 신에게도 잠의 신이 필요해ー. 신계에서 있을 때를 생각하면, 일하는 건지 잠을 자는건지 알 수 없게 늘 몸 웅크리고서 콕 박혀 자고 있던 적이 태반인데 안 피곤하대도 자고 싶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쪽잠도 아직 안 잤다!
"포도맛 젤리랑 오렌지맛 사탕이랑 솜사탕 마시멜로랑 알록달록 시리얼이랑 요거트!"
또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았을 때 답을 미루고서 고민했었다. 잠을 너무 안 자면 입맛도 없어 음식도 잘 안 먹게 되고는 하는데, 코로리도 그런 것인가 싶었다면 오해다. 완벽한 오해다. 코로리는 먹고 싶은 것들을 추리고 추려내는 중이었다. 젤리도 한 가지맛, 사탕도 한 가지맛, 마시멜로도 한 가지. 요거트도 과일맛이 나는 것으로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시리얼과 먹기로 혼자만의 협의를 내려 결정된 것이다. 꼭 그 질문을 해주길 기다렸단 듯이 간식들이 톡톡 튀어나온다. 다 사갈 거냐는 듯 기대에 차서 코세이를 바라보았다. 저 먹고 싶은 것만 얘기했구나 싶어서 아차, 눈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웃으면서 덧붙인다.
"사탕, 오렌지 말구 레몬으로 할까!"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온다. 사실 쌍둥이가 산책가자고 했을 때는 산책갈 거면 자고 싶었지만, 나와보니 색색깔로 물들고 있는 가을이 예뻐서 나오기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무들이 전부 꼬까옷 입고 있지!
물론 적은 잠으로도 개운하게 잘 수 있는건 알고 있지만 잠으로 누릴 수 있는건 그런 것 이외에도 다양하다. 그러니까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거다. 물론 이 시간에 내가 머리나 만져주면서 재우는게 제일 좋다는건 알지만 계속 집에만 있는 것도 별로다 싶어 잠깐 데리고 나온 것이다. 가을이라 슬슬 단풍이 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 그래그래. 공부하면서 먹을 간식들도 좀 사고. "
말한걸 보면 하나 같이 달달한 것들인거 보면 공부하면서 먹을 생각인 것 같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간식을 많이 사주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번 2학기만큼은 적당히 고르면 원하는대로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 식비 조금 부족한건 좀 더 일하면 되는거니까. 그리고 애초에 많이 먹는 편도 아니라서 여기서 조금 더 늘린다고 쪼들린다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 오렌지도 사고, 레몬도 사면 되는걸. "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 와중에도 내 생각을 해준게 기특해서다. 얼마전엔 약간의 트러블로 서로 소동이 있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 같이한 가족이니만큼 이럴때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할 수 밖에 없나보다. 그렇게 길을 걸어가는데, 바람이 한번 불더니 낙엽으로 변해가는 잎이 어깨 위로 떨어졌다. 반 정도 갈색으로 변한 잎을 바라보던 나는 리리에게 말했다.
" 나는 만약에 대학을 간다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지도 몰라. 리리는 이 근처에서 다닐 생각이지? "
>>655 내일 공지에 나오겠지만 기본적으로 동아리가 테마가 되어서 내는 편이에요. 하지만 꼭 동아리가 아니어도 서로서로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서 부스를 낼 수도 있고 그냥 개인이 혼자 내고 싶다면 내도 괜찮아요! 딱히 반 하나당 부스 하나! 이렇게 강제하진 않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