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로 장면이 바뀐 후에는, 누군지 모를 이름 없고 얼굴 없는 사람들도 무수히 있었지만 울어버렸으니까 안 돼, 부끄럽잖아! 울어버린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저가 생각났다는 말을 들었으니,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만 꿈속의 워터파크에서도 렌은 물에 젖어있고 코로리는 뽀송했는데, 지금도 그래서 조그맣게 웃었다. 툴툴거리는 듯한 표정의 렌에게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듯 포갰던 손을 토닥거린다.
"앗차. 간지러ー"
땋아둔 머리카락 끝이 뺨에 닿으면, 처음에는 물기에 놀라 흠칫 떨었고 다음은 간지러워서 어깨가 작게 들썩인다. 물세례 두번에 대한 장난이 이제서야 돌아온 건가 싶기도 하고, 그게 아니면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장난인가 싶어 렌을 바라보려고 하니 튜브가 돌아갔다. 그리고 튜브 위에 하나만 있던 렌의 손이 두개로 늘었다. 튜브를 꽉 잡으라는데, 렌을 마주보고서는 튜브를 꽉 잡을 공간이 없다. 뒤돌아 튜브를 잡자니 렌을 못보게 되니까 싫고. 그래서 조금 남짓한 공간에 손을 얹어두었다. 이러면 되려나 싶자니 튜브가 출렁였고, 뒤로 밀린다! 조금 놀ㄹ 튜브에 얹어두고 있던 손이 렌의 팔 위로 옮겨졌다. 렌을 잡고서 고개를 살짝 돌리니 뒤로 진행하는 방향의 차마 땋이지 못한 짧은 길이의 앞머리나 옆머리 등의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바다와 하늘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귀 뒤로 꽂아 넘겨보려고 해도 다시 돌아오고 말아 간지럽다. 아니, 머리카락만이 간지러운 건 아닌 것 같다. 파도가 너울치는 것도 간지러운 것 같고, 즐거운 기분이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렌을 다시 보면, 바라보는 시야가 낮아져 있었다. 바닷물 아래로 푹 들어가있으니까.
"렌 씨, 멋있다ー 고 하면 부끄럽지!"
이미 말해버렸지만 멋있다고 말하는 대신이라는 듯이 렌의 곱슬진 머리카락 위로, 렌을 잡지 않고 있는 손을 얹으려고 했다. 오전에 학교에 수영부 훈련을 다녀온 것 같은데, 저와 만나서 또 수영을 하고 있으니 피곤하지 않을까 싶다. 렌이 고갯짓을 한다는 등 피하지 않으면 포담포담 쓰다듬으려고 한다. 칭찬하면 부끄러워하니까 다른 칭찬이야!
캐프틴. 집에 왔다는 것이에요! 저녁 휴게소에서 먹고 왔다는 것이에요! 고로 배가 빵빵하다는 것이에요!
그런고로 신입은 안녕하세요!! 중요사항으로 이 스레에는 코세이-요조라 , 렌-코로리 , 스즈-미즈미 이렇게 커플이 3쌍이 있고 아오노미즈류카미라는 청룡신님이 물을 줬다는 이야기가 있고 지금은 가미즈미 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있다는 것, 그리고 내일부터 가을 시즌이라는 것만 알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눈을 뜨기 직전에 요조라가 무어라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잠결에 들은 말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 무리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어떤게 무리인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잠들기 직전에 내가 한 말에 대해서 그렇게 대답한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뜨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평소처럼 시선을 마주쳤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녀도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뭐가 됐던 괜찮았다.
" 그래도 괜찮아요. "
옆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본채로 다리를 쭉 펴며 한 말이었다. 요조라를 바라보지 않은채로 한 이야기긴 했지만 아까 그 말에 대해서 대답한 것이라는건 그녀도 알 수 있겠지. 내가 다리를 펴자 그녀도 나를 따라 다리를 쭉 편다. 치맛단 아래로 쭉 뻗은 새하얀 다리가 눈에 들어오고, 옅은 청귤향이 코끝을 스쳤다가 사라진다. 정말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그녀가 살짝 기대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더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잡는다.
" 그럼 계속 같이 있기로 해요. 등교도, 하교도, 점심시간도. "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손에 요조라의 손이 살포시 올라온다. 잡지는 않고 그저 얹어놓은 손을 살짝 바라본 나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내 손가락을 끼워넣어서 깍지를 껸다. 여름이라 조금 답답할 것 같아서 꽉 잡지는 않은 상태로 웃으며 대답한 나는 그녀의 무릎이 닿는 것을 느끼고 그녀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피부가 하얘서 조금 빨개진 것도 눈에 잘 보인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친 나는 그녀의 앞머리쪽으로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 사쿠라마츠리때 기억나요? 내가 꽃잎 털어주려고 이렇게 손을 뻗었더니 피했잖아요. "
처음은 성공했는데 두번째는 피하는 속도가 상당했었지. 걷는 속도랑은 또 다른 스피드라 살짝 놀랐던 기억도 있다. 나는 가져가던 손을 그녀의 머리 앞에서 멈추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 이젠 안피할거라고 생각하니 좋아서 웃음이 나오네요. "
어쩌면 장난으로 몇번쯤은 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와는 의미가 다를테니까. 멈췄던 손을 다시 머리쪽으로 가져갔고 그녀가 피하지 않는다면 잘 정리해둔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게 조금씩 쓰다듬어주었을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싫은 감정은 더욱 아니라서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더위가 서서히 사그라들고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느덧 하늘은 너무나 맑고 높은 푸른빛을 보였고 그에 따라 방학도 끝을 맺어 2학기를 맞이했다. 방금 전까지 더웠던 더위가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서서히 시원해지는 것이 누가 봐도 가을 날씨 그 자체였다. 짧았던 하복은 이제 서서히 다시 길어지며 춘추복으로 바뀌었다.
자연히 이 시기에는 여러모로 가미즈미가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가미즈미 고등학교는 1년에 한번씩 하는 학교 축제를 준비했고 그에 따라 학생회 멤버들 역시 검토를 위해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가미즈미 고등학교는 반 단위로 축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 단위로 축제를 준비했기에 상대적으로 축제를 즐기는 학생의 수가 조금 더 많았고 동아리 특색에 맞춘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되는 편이었다.
산은 점차적으로 시간이 지나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바람은 점점 더 시원해지며 여기저기서 마츠리를 위한 특별한 음식들을 준비하기에 마을 여기저기에선 이런저런 신제품들을 내며 맛있는 향기가 가득 풍겼다.
천고마비.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는 말에 걸맞게 올해도 어김없이 가미즈미에는 맛있는 향이 한 가득 풍겼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열기를 식히며, 점차적으로 차가워지는 밤 공기를 맞이하며.
/조금 빠르지만 가을 공지에요! 5월 30일부터 6월 26일까지 가을 시즌이 되겠습니다!!
일단 참가자 리스트는 이렇고..룰은 저번 오너 진실게임과 비슷해요! 단지 캐입으로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이번에도 꿈메타에요! 깨어나면 자연히 다 잊거나 이런 꿈을 꾼 것 같은데? 정도의 기억은 가능해요! 주의할 점은 처음에 질문하는 이는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질문리스트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에요! 다이스로 답을 할 사람을 정해도 되고 그냥 한 사람을 딱 지목해도 되는 것이에요!
>>484 큭! 그건 따지기 않기에요!! 어차피 실제로 일어날 일도 아닌데!! (시선회피) 으아. 그만두세요! 코로리주! 제가 호타루마츠리도 개최했기 때문에 커플이 된 것 아닙니까!
저번에도 이랬던 거 같은데! 내가 꿈을 잊을 리가 없는데?! 흐리멍텅하게 기억나는 저번의 꿈ー왕게임 이벤트ー을 어떻게든 되짚어보려고 하지만 또렷히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잠의 신으로서 석연치 않았지만, 내가 질문이래! 방학 숙제들을 꺼내와서 이 문제의 정답은 무엇이느냐고 물어봐도 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겠다. 코로리는 곰곰 생각했다. 이나잇대 인간들 사이에서 진실게임이라는건 보통 풋풋하고 달달하던데, 그렇다면 응당 그런 질문을 해줘야하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코로리 말고는 죄 인간들이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을 만큼 많이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없다?!"
내가 꾸게 해줄 수도 있다구?!
/ 질문 받는 사람은.... .dice 1 6. = 5 ~! 스즈를 마지막에 넣고 코로리 빼고서야!
뭔가 진실게임을 하게 된 것 같은데 왜 하게 되었는진 그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하고 있다는, 거기다가 아는 이들이 대부분인 이 자리에 모여있는 것 자체가 그는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아무튼 질문을 하는 것은 코로리. 그리고 답을 하는 것은 자신. 이게 무슨 일인 것인지. 왜 굳이 자신을 딱 지목하는 것인지. 이상하네. 저번에도 이런 일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지으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답을 해야 하는 것 같았으니 그는 작게 숨을 내뱉었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을 정도로 많이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라. ...음. 전에 봤던 슈퍼 히어로 물의 주인공 정도가 떠오르는데. 그러니까 영화 주인공인데 이런 것도 일단은 해당이겠지요. 워낙 재밌게 봤거든요. 그래서 괜히 꿈에서도 한 번 또 보고 싶네요."
회피인지, 아니면 정말로 딱 그 정도인지. 적어도 자신은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고 자부하며 아키라는 약하게 숨을 내쉰 후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낯이 익은 이 중 한 명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럼 저는 회피할 수 없게 질문을 해볼게요. 단 둘이서 호타루마츠리의 그 등불을 보고 싶은 이가 우리 학교 학생 중에 있다?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