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뜻인지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면서, 지킬 앤 하이드가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 안경 회장님과 반짝반짝 남작 씨라거나! 다음에는 그렇게 불러볼까 고민하니, 별명을 하나로 줄이겠다며 햇님 남작이라는 별명을 만든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새로운 별명을 벌써 하나 더 지어뒀다. 하지만 아키라가 이 별명을 알게 되기는 아직 먼 것 같다.
"안경의 신한테 미움 받았어."
요즘 레몬 사탕에게 잡아먹히는 꿈을 꾸도록 매일같이 신경써주고 있는 누구도 안경을 썼고, 지금 제 목소리와 눈길을 모른 척 무시하고 있는 아키라도 안경을 썼다. 코로리는 사람도 무시하면 삐지는데 감히 신을 무시해! 입술을 삐죽거리나 싶더니, 곧 방긋 웃었다. 삐진 것이다! 제 나름 아키라가 물어보면 물어보는 대로 착실히 답해주었는데, 별로 인기 없을 거라니 악담ー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악담은 악담이니까ー이나 하고 묻는 것에는 대답도 안 해주고, 마주칠 때마다 잔소리만 하고. 삐졌다. 악몽 꾸게 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야 꿈을 빚는 것도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는 못 하니까.
"네에ー 책 드리겠습니다!"
품에 꼭 안고서 절대 안 줄 것처럼 하고 있던 책 다섯권을 아키라가 내민 손으로 건넨다. 아키라가 책을 받아 챙긴다면 카운터에서 나와 책방의 문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친절하고 상냥하다못해 공손하기까지 한 아르바이트생의 정석이다. 이런 상태로 별명 부르며 장난걸 리가 없으니, 아키라가 안경 회장님과 반짝반짝 남작 씨라는 별명을 알게 되기에는 먼 것이다!
"아니에요, 가미즈미 책방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어서 가보세요ー"
첫번째 연애 이야기에 재미있어 보인다며 흥미가 끌린 듯 하더니, 멈칫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고서 하는 말이 배웅 인사였다. 얼른 나가란다! 아키라가 책방을 나가면 그 뒷통수에 대고 저번처럼 또 메롱할 것만 같다.
>>602 그렇다고 막 엄청 살벌하게 사이가 나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반에서 상성 조금 안 좋은 애들끼리 티격태격하는 수준이기도 하고.. 저는 이런 관계 매우 좋아합니다! 원래 다 항상 사이 좋은 이만 있고 그런 것은 아니라구요! 사진이라. 아키라와 코로리가 같은 조에서 찍게 된다면...ㅋㅋㅋㅋㅋ 아마 은근히 티격태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606 코로리는 못봐~! 악몽 꾸기 쉬운 요소들은 거의 다 비호감이고, 무서운 건 악몽 꾸기 쉬우니까 안 좋아해! 점프스케어(갑툭튀)에 엄청 약하고, 잔인하거나 비주얼적으로 무서운 건 '무서워서 못 보겠어 。゚(゚´ω`゚)゚。' 보다는 '보기 싫어!' 라는 느낌이야 ( ´∀`)
수많은 취미가 있고 수많은 호불호가 있는만큼 연인끼리 그것이 겹칠 확률은 생각보다 낮다. 그래서 보통은 한번은 이쪽이 양보하고 한번은 저쪽이 양보하는 식으로 취향을 맞추곤하는데 만약 그럴 필요가 없다면 데이트 할때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겠지. 상대방이 즐겁지 않으면 데이트하는 의미가 없으니까. 그러다 렌 군의 질문에 나는 지금까지의 리리를 떠올려봤는데 ...
" 좋아하는건 모르겠지만 ... 무서워하는건 못본것 같네요. "
좋아했다면 아마 즐겨봤을텐데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좋아하는건 아닌것 같고 ... 그렇다고 무서운걸 볼때 반응을 보면 그런걸 무서워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그냥 찾아서 보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것 같다. 아마 렌 군이 싫어한다면 안보거나 놀리려고 일부러 데려가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는데.
" 아마 싫어한다고하면 일부러 보러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
아니면 반대로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려고 한번쯤은 데려갈 수도 있겠지만 여동생의 즐거움을 위해서 이건 비밀로 하기로 한다. 미안하지만 저한텐 여동생이 더 소중하니까요, 렌 군.
" 내기할게 뭐가 있겠어요. 가서 같이 맞으면 되는데. "
안그래도 더운데 저거 한번 맞으면 꽤나 시원해질 것 같다. 올라가면서 뿌려진 물에 의해 몸이 젖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서 가장 높은 미끄럼틀 앞에 선다. 안전요원의 말이 들려오고 그의 말에 따라서 자세를 취하고선 내려가는 물살에 몸을 맡긴다. 제일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가 경사가 꽤나 있었고 속도가 붙은 나는 마지막쯤엔 날아가듯이 물에 빠진다.
" 역시 워터파크는 이런 맛에 오는거긴해요. "
잔뜩 젖어서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됐지만 대충 털어내고선 다음은 오크통을 가리킨다. 근데 물의 양이 엄청난게 ... 저거 맞으면 서있기 힘들겠는데?
여름의 끝자락이 거의 다가오고 있었다. 이럴 때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키라는 해변가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앉아 수박을 먹고 있었다. 역시 여름하면 수박이고, 수박하면 여름이었다. 전 날, 미리 시원한 물에 푹 담가두고 바다에 오기 전에 잘라서 아이스박스에 따로 넣어오기 전까지 시원함을 쭉 유지한만큼 수박은 상당히 시원했다. 지금 여기에 혼자 왔냐라고 하면 물론 그는 혼자 왔다. 학생회 멤버들을 부를까, 혹은 친구들을 부를까 했지만 가끔은 혼자서 조용히 바다를 구경하고 즐기고 싶은 탓이었다. 그것을 떠나서 애초에 바다 근처에서 태어난 이들인만큼 뭘 새삼스럽게 바다에 오냐는 말들도 많았지만.
아무튼 철썩이는 파도를 돗자리에 앉아 조용히 구경을 하고 있던 그는 적당히 바다를 구경하다가 바다에 들어갈까 생각을 하며 그저 편안하게 수박 한 조각을 먹으면서 철썩이는 평화로운 바다를 봤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찾아오면... 이런 여유도 슬슬 끝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근처에 낯익은 이의 모습이 보였다.
호시즈키 요조라. 한번씩 잊혀질만 하면 보이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봤으니 인사 정도는 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돗자리를 잠시 떠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볍게 인사했다.
>>626 어쩌겠나요. 반 아이들이 그렇게 배정되었으니 담임 선생님이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몇 번 얘기했지만 아키라는 딱히 코로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정말로 싫어한다면 아예 신경도 안 쓰고 그냥 무시해버리겠지만... 그래도 나름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괜히 더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일을 키워버리는 케이스이다보니 확실히 코로리와는 상성이. (시선회피) 이건 다 아키라가 잘못한게 맞다. (머리 박기) 그렇게 귀를 막으면 아키라는 빤히 보다가 노트에다가 내용을 써서 보여주지 않을까 하고!
>>627 1.어. 아키라 노래 그렇게 잘 부르는 것은 아니고 춤은 좀 추니까 아마도 댄스 계열? 뒤에서 조용히 춤추는 그런 포지션이 아닐까 싶네요.
2.아키라:....(빤히) 아키라:어서 시원한 곳에 가서 쉬세요. 더위를 좀 약하게 먹은 것 같은데.(절레절레)
3.우와. 이건 진짜 어려운데 그나마 아키라는 후각을 포기할 것 같네요. 시각과 촉각 청각은 4DX 영화를 봐야해서 아키라는 절대 포기 못하고 미각은 맛있는 것을 포기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정말로 부들부들 하는 목소리로 후각을 고르게 될 것 같네요.
정말 뜬금없는 일이었다. 방바닥에 드러누워 창 밖 하늘을 보면서 부채질을 하고 있던 요조라에게, 대뜸 찾아온 마히루가 바다에 가자고 했다. 우미노카리 때 물개마냥 신나게 놀아놓고 물놀이가 부족한가보다. 요조라는 일단 귀찮다고 싫다고 해보았지만, 작정한 마히루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늘어진 요조라를 직접 들어서 데려가려 하길래 알았다고, 간다고 투덜대며 승낙한다. 그렇게 대충 짐을 챙겨 내려오니 바캉스 차림의 사요코가 현관에서 반긴다. 그 사이 부엌에서 도시락을 가져온 마히루와 함께, 셋은 차를 타고 가까운 해변가로 왔다.
"여긴 언제 와도 절경이네. 역시 여름엔 바다에 한번쯤 와줘야지." "매년 오는데, 뭐가 그렇게 좋대..." "그야 좋지! 나 대학 다닐 땐 말이야, 동기들이랑 바다 한번 놀러가려면 각 잡고 계획 세워야 했어. 그리고-" "아, 알았어 알았어. 나 놀러 갈 거야..." "어? 어. 너무 멀리 가진 말고." "어어..."
무슨 놀러와서 일장연설을 하려는 마히루를 피해 요조라는 해변을 걷는다. 우미노카리 때 입었던 수영복에 사요코가 묶어준 머리가 높게 흔들린다. 수영을 못 하는 요조라라서, 허리에 투명한 하늘색 튜브를 걸고 타박타박 모래사장을 걷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돌아보자 이게 누구야, 아키라였다.
"아, 시미즈 씨. 안녕하세요..."
걸어오면서 흘깃 보이던 파라솔의 주인이 아키라였나보다. 요조라는 고개를 기울여 아키라 뒤쪽에 보이는 파라솔을 보고, 주변도 둘러본다. 유달리 사람이 적은 해변가라서 그런지 1인용으로 보이는 파라솔과 돗자리가 눈에 띈다. 혹시, 하는 생각에 그런 물음을 입에 담아본다.
"시미즈 씨, 혼자, 왔어요...?"
늘 그렇듯 어떤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묻는 느낌이다. 확인차, 라는 느낌 말이다.
멀리서 볼 때는 잘 몰랐지만 가까운 곳에서 보니 묶은 그녀의 머리가 확연하게 보였다. 오늘은 이런 스타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가만히 눈에 담다가 자연히 그녀가 튜브를 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우미노카리에서는 적당히 하는 것 같던데 수영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일까? 그런 것치고는 3등을 한 그녀를 떠올리며 그는 괜히 분한 감정을 느꼈지만 애써 표현하진 않았다.
"네. 뭐, 가끔은 혼자서 바다를 즐기고 싶어서요. 정확히는 친구들이 매년 보는 바다인데 뭣하러 또 바다에 가냐고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혼자서 조용히 마지막 끝자락을 즐기고 2학기나 준비할까 싶어서."
내일 바로 개학인 것은 아니었으나 머지않아 개학이 찾아오고 그럼 자연히 2학기가 찾아오고 계절이 바뀔 때였다. 가미즈미의 가을에는 먹을 것이 풍부하지.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침을 꿀꺽 삼키나 그는 애써 아닌 척 하면서 스스로 머리카락을 살짝 정리했다.
"그러는 호시즈키 씨는... 혼자서 여기에 오진 않을 것 같고, 일행과 같이?"
적어도 자신이 아는 그녀는 굳이 혼자서 여기까지 올 이는 아니었다. 물론 자신이 그녀에 대해서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에 일행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이는 없었다. 어쩌면 혼자서 왔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뭐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굳이 더 그 관련으로 입을 열진 않았다.
>>633 삐빅, 추가 결제가 필요합니다. >>635 메인보컬 뺨치는 서브보컬 ... 이거 흥한다! 그리고 후각이 있어도 미각이 없다면 결국 맛을 못느끼는건 마찬가지니까 ... >>636 앗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성격 자체는 여전하겠지만요! 그리고 미각 고른 이유가 ... 똑같네요 (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