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고 하나 그렇게 평을 내버리는 그녀의 말에 대해서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생각했다. 거울에 비친 것이 타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류의 사람.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을 보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말 없이 발을 바닷가에 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괜히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신비한 사람이었다. 건방지지만 그러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치 이 세상에 속해있지 않은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이런 이를 본 적이 없거늘. 정말 세상은 넓고 사람이 많다는 생각으로 결론지으며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웠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내년에도 여기에 있다면 첫 날에 꼭 돌아보세요. 더욱 아름답고 신비할테니까. 기회가 된다면, 제가 또 여기 어딘가에 있을테니, 가이드를 요청하셔도 좋고요."
물론 자신이 첫 날에 일을 안 한다는 가정하지만. 내년의 일정까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내년에 그녀와 마주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내년이면 자신은 가미즈미 고등학교를 졸업할테고 그녀는 그래봐야 2학년이었다. 상대 쪽에서 자신의 얼굴이나 키라키라짱이라는 별명을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자고로 졸업생들은 그렇게 하나하나 잊혀가는 것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표정에 절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또 볼 수 있으면 봐요. 자신감 넘치는 멋진 꽃 님."
그녀가 자신을 칭한 단어. 비유가 아니라고 하니 그는 장난끼를 살짝 담아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불렀다. 이렇게 부른다고 한들 반응 하나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뭐 어떻겠는가. 가끔은 이런 것도 좋은 것을.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달빛을 뒤로 하며, 처음에 자신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노점이나 돌아보며 조용히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원래 저걸로 막레를 받아볼까 했지만.. '거울'이라는 것을 보고 그냥 막레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막레를 드릴게요! 수고했어요!
나는 샘물을 보기 위해 웅크린 몸을 쭉 펴고 고개를 틀었다. 뭐가 초조한지 밝지만은 않은 얼굴로, 그 영험한 곳에 우두커니 너가 서있다. 나는 너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과연 그 좋아가 어떤 의미일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친구들에게 좋다라는 말은 신물나게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는 거냐며 마음 졸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떨지 나는 모른다.
"있죠, 스즈. 나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라서... 좋아, 라는 건 사귀자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친구로서 좋다는 의미인가요?"
나는 다소곳 손을 모으고 손끝끼리 엉켜 놓아 꼼지락거리고 있었는데, 할 말을 정리하느라 그렇다. 교제, 좋다. 결혼, 좋다. 나는 인간과 섞여서 뭐든 하면 좋겠다,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다만 내가 원한 건 그뿐만이 아닌지라... 막상 목전에 놓인 상황에서는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신생이었다. 일단 사귀어 놓으면 사랑이라는 감정도 깨닫고 인간을 이해할 날이 오리라 생각해두었으나... 나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고, 그건 너에게도 미안해지는 일이다. 내가 인간들에게 무정하나 지켜야할 도리가 무엇인지 정도는 안다.
나는 생각을 갈무리하고 눈을 굴려 주변을 살폈다. 샘 안에는 사람이 한 둘만 있는게 아니라서, 말을 조심하게 된다. 고르고 골라 나는 너에게 고한다.
"내가... 감정에 무뎌. 일정 수준 기쁘고, 슬픈 건 느낄 수 있지만 복에 겨운 행복이 뭔지, 애가 타들어가는 고통과 슬픔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난 어렸을 적에 못 배워서, 모조리 덮어버리고 잠들어 버려서 전부 놓쳐버렸거든."
나는 표정을 잃고 무뚝뚝해져서는 차갑고 굳은 손을 뻗었다. 너를 끌어 내 앞에 앉히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잘 모아서 비녀로 모아둔 머리카락덕에 내가 고개를 숙여도 얼굴이 훤히 보였을 것이다. 그 얼굴에 감정이 거의 담기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 정도는 거울 없는 나도 안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실 잘 몰라. 같이 있어서 기쁘고 즐거운 건 있지만 그게 사랑이라 일컫을 정도로 특출나거나 특별한 감정이 아닌 건 알아."
나는 뱀처럼 기어가는 시선을 위로 하고는, 너를 마주보았다.
"그러니까 잘 설명해줘야해. 네가 말하는 좋아는 어떤 좋아야? 내가 너에게 보답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일까?"
인간으로 살면서 줄곧 속이며 살았지만, 지금은 못하겠어. 난 네게 그런 못된 짓하기 싫단 말이야. 나는 너에게 작게 속삭였다.
스즈는 조금 당황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페이스는 유지하려했다. 주변 아이들을 보면, 이런 느낌으로 흘러가는 그림이 많았으니까. 그 앞에 다소곳이 앉게된 스즈는 아무런 표정없이 바라보려 했다. 책에서 읽었을때 여자아이는 이런 표정으로 이야기해야 진심이 느껴진다고 배워버렸으니까. 스즈는 그렇게 무표정, 조금은 우수에 찬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 그게 다인걸. 미즈미가 좋아. "
친구로서인지, 사랑한다는 것인지. 스즈는 그 말에도 그냥 미즈미가 좋아. 하고 답할 뿐이었다. 하면 안되는 말을 하여 혼나는 어린아이라도 된 마냥 고개를 살짝 숙이고 하는 말을 담담히 듣던 스즈는 응. 하고 조금 더 확실히 말하려했다.
" 예쁘다고 해주는 미즈미가 좋아. 매일 연락해주는 미즈미가 좋아. 어리광을 받아주는 미즈미가 좋고 날 기억해주는 미즈미가 좋아. "
확실히 해야한다는 것 쯤은 알고있다. 그럼에도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겠지. 당혹감, 부끄러움, 후회, 긴장 그 따위의 것들. 스즈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달은 보이지 않지만 말야.
" .... 아까 밖에서 봤을때 달이 예뻤어. 그 달을 계속 같이 보고 싶어."
말이 빙빙 돌고있다. 누구 앞에서던 당차고 할 말을 하는 스즈였지만 이런 때라면 역시 그냥 그 나이대의 여자아이가 되어버린다.
" 친구 이상으로 미즈미가, 내 중요한 사람으로, 미즈미가 좋다는거야. "
고개를 들고 미즈미를 바라보던 스즈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레이디 마음을 몰라주는건 최저야. 어떤 대답이던 좋으니까 듣고싶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얘기하면.. 그 모르는 감정들, 스즈로 배워가면 되는게 아닐까...는 말도 더해볼래. 아 - 이제 몰라. 나는 몰라! "
>>527 코로리는 진짜 도련님이라고 부르려고 햇다구.... 이제 호타루마츠리 끝날테니까........... 아키라 마츠리 마지막날 잠들면, 온세상 사람들이 아키라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꿈 꾸게 해주고 싶대~~~! 해도 돼?!? 그리고 만약 꾸게 된다면 비행기는 태워준게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