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히로는 특별한 감정이 담긴 것 같지 않은 미소를 흘리며, 마치 익숙하다는 듯이 어디에선가 낡은 메모장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다지 진심으로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핫, 어떨까요. 그래요 어떨까요. 요비스테를 하지 말라는 의미보다는 더 깊을지도 모르지요. 참고로 저희 집안에선 가족이나 친척도 전부 별명으로 부른답니다. 누군가의 이름에는 영혼이 깃들기에 이름을 부르는 순간마다 영혼이 조금씩 빠져나간다. 이것이 인간에게 수명이 있는 이유라고, 그리 가르침 받았거든요.”
그렇기에 사람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서로를 인지하는 행위이다. 마사히로는 오래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본인이 했던 말은 아니었지만 어찌되건 지금은 카미야 대사에서는 자신이 했던 말로 전해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좋지 않나 싶기도 했다. 마사히로는 생각했다. 그러한 형식의 구전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애초에 자신이 신사를 만들도록 한 이유는 약소해지는 이들과 함께 잊혀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삶을 향한 발버둥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신들은 그다지 없었으나 그럼에도 나름대로 계획은 성공하여 지금은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신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던 아이의 이름이 그러했다. 아이가 살아있을 때에는 분명 이름을 불러주었던가. 그녀는 그랬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히히히핫!!! 으헤하하핫!!! 아아, 에에. 최대한 많이 웃으며 살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옛 현인들이 말하기를 인간은 웃는 얼굴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 웃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 해야한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웃음은 세상을 구하지 않나요?”
마사히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평소와 같은 사람같지 않은 웃음을 짓고 소년을 따라 손가락을 들어 반딧불이를 그 위에 태워보았다. 이런 반응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는 그러는 편이 더욱 즐거울 것이라 말하고는 자세를 바로잡아 반딧불이를 날려보냈다. 그것만으로, 웃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듯이. 그 잠시간의 침묵.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소년이었다.
“어머나, 이걸 제게?”
그녀는 놀랐다는 듯 팔찌를 받아 들었다. 푸른색이 특징적인 나비 모양의 팔찌. 제법 값이 나가 보이는 것이라 그런지 그녀는 연신 감사를 표하고는 달빛에 팔찌를 비추어 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신과는 어울리는 모양이니까. 우연이라는 것은 이리도 재미있는 것일까.
“아하핫, 감사하게 받도록 할게요. 꽃은, 제가 있으니 괜찮지 않나요? 꽃에 나비가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드릴 것이 없으니 그러면, 다음에 만날 수 있다면 그때에는 재미있는 선물을 드리는 것도 괜찮겠네요.”
1개 뭔데 1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왠지 1의 저주 걸린거 같아~~ 아... 그래 그거 풀면 되겠다!
요조라의 TMI! 유령이라는 호칭에 대해서! 이거는 요조라가 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코세이를 보고 유령 같다고 한게 시작 같지만, 사실 가족간 설정 내에 끼어있던거다~ 간간히 언급했듯 마히루도 연인인 사요코도 가미즈미 고교를 나왔는데, 아마 당시에도 많든 적든 학생으로 위장한 신은 있었겠지? 그중에 위화감이나 또래 같지 않은 분위기를 가진 이들도 있었을거고? 마히루가 그런 그들을 가리켜 유령 같다, 라고 지칭한게 시작이었다~ 현실에 있지만 어딘가 붕 뜬 느낌이 든다고 해서 유령이라고~ 요조라가 코세이와 두번째 만남에서도 유령이란 호칭을 고수한 이유 역시 저것과 동일~
>>444 아미카는 받고 고맙다며 인사한 후 집에 가서 적당한 곳에 물 받아놓고 꽃아놓은 뒤 간간히 컴퓨터 할때마다 보고 그럴 것 같네요.
아, 아미카가 장미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미카가 좋아하는 레슬러가 자기 와이프에게 프로포즈할때 일화 때문인데, 새벽 4시에 깨워서 후지산에 일출보러 가자고 한 후에 페라리에 태워서 가고 일출 보면서 장미꽃 100송이를 준 뒤 자기랑 태그팀 해달라며 청혼했다고 하는 일화를 들어서 그렇다네요. 장미꽃 100송이 값이 대략 165000엔 정도였다는데
"뭔가를 바라고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뭘 준다고 하면 거절은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다음에 당신을 만나는 것은 가을이 될까요? 봄에 한 번, 그리고 여름에 한 번.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또 마츠리 부근쯤 언젠가가 되려나요?"
3학년인 자신, 그리고 1학년인 그녀. 사실상 접점은 전무했다. 자신이 1학년 교실로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녀가 3학년 교실이나 학생회실로 찾아올 일도 없지 않은가. 사실상 오늘 이렇게 만나는 것도 어찌보면 참으로 우연 아닌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도 그렇게 말하는 것일테고 자신도 그렇게 말하는 것일터였다. 적어도 아키라의 생각엔 그러했다.
"그리고 방금 그 가르침. 저야 옳고 그르고를 판단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정말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그 이름을 부를 수 없겠네요. 참고로 묻는건데, 제가 부르는 '카미야 씨'도 거기에 해당하는 건가요?"
가족이나 친척도 모두 별칭으로만 부른다. 말 그대로 성으로라도 부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녀에게 있어서 카미야는 이름이 아니라 성이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을 시미즈가 아니라 키라키라짱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그렇다면 성으로 부르는 것도 역시 해당이 되는 것일까.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의문을 품으며 그는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녹색 반딧불이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산길을 내려왔다. 잠시 멈춰서서 그 반딧불이를 조용히 구경해보기도 하고, 날아오는 이들을 손에 태워보다가 바람을 살짝 불어서 날려보내기도 하며.
"아무튼 꽃이라. 후후. 자신을 꽃이라고 부르는 이는 처음 봤는걸요? 뭐,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그런 당당한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이 뭐라고 한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되게 멋지잖아요?"
괜히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는 저 앞에 있는 반딧불 모양의 동상이 있는 신사를 가리켰다. 이제 산길을 다 내려온 모양이었다. 저 앞에선 정말로 조용한 해변가가 펼쳐져 있었고 그는 그 상태에서 뒤로 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여기까지네요. 첫날이라면 여기서 포크댄스를 추도록 음악도 나오고, 저 바다에는 등불도 펼쳐져서... 그야말로 바다의 반딧불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지금은 첫날이 아니니까요. 그런만큼, 제 안내는 여기서 끝이 되겠네요. 만족스러웠나요? 카미야 씨."
>>444 왜 이걸 자신에게 주냐는 듯이 두 눈을 가만히 깜빡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받아주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고맙다는 말도 분명히 전할테고요.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역시 그냥 넘기긴 힘드니 뭐라도 하나 사주겠다면서 학교 매점으로 향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은 다음 날, 뭔가 장신구 하나 정도를 가지고 와서 어제의 답례라면서 줄지도 모르겠고요.
스즈는 들릴듯 말듯 작게 말했다. 기억하겠다는 말에도, 혹시 되묻는 말이 있었다면 그 말에도 스즈는 어물쩡 넘어가며 말을 흩뿌렸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던가 잊어도 좋다던가 따위의 말로. 스즈는 자신의 모습을 눈에 잘 담으라고 이야기했지만 동시에 스즈는 미즈미의 하나하나를 눈에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
" 물... "
물이라. 스즈는 뭐가 또 맘에 안들었는지 꿍한 표정으로 미즈미를 바라보았다.
" 레이디의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은 최저야- "
말은 그렇게 했다만, 스즈는 물을 떠서 마시곤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친구들은 여기서 신과 같은 신성하고 영험한 기운을 느꼈다지만 스즈는 글쎄-라는 말로 방관했을 뿐이다. 천천히 다가가서 미즈미의 어깨를 톡톡 친 스즈는 여전히 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 지금은 물을 보지말고 날 봐줘 "
불이 들어와 어둡지는 않은 동굴이다. 전기로 연결된 불이지만 물과 만나면 조금은 신비하고 신성한 분위길지도 모른다. 스즈는 미즈미의 손을 잡고 위치를 조정해 자신의 등 뒤로 일렁이는 물과 예쁜 조명이 자신을 비추게끔, 그리고 그 모습이 온전히 보이게 섰다.
“글쎄요. 의외로 얼마안되어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꽃은 언제나 피는 법이니까요. 게다가 오늘 만난 것을 생각해보면 우연도 어느정도는 믿을만하지 않나요?”
그녀 역시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매일같이 학교 안을 방황하다 누군가와 만난다던가 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그렇게 다닐 시간은 그녀에게도 소년에게도 없었다. 구태여 만나려 한다면 역시 직접 가야하는 것인데 일부러 서로를 만나러 가기에는 그다지 연이 있는 것 역시 아니었다. 봄과 여름 지나가다 만나게 된 들꽃 같은 사이니까.
“후후 어떨까요. 이곳에 와서야 그렇게 불리고 있는 거지만 그런 식으로 불리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집안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답니다. 그야, 모두 카미야니까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하물며 친척들도 성이 같으니까 부를 수 없답니다. 무엇보다, 같은 뿌리에서 자란 가지니까요.”
산길을 완전히 내려오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길이 긴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주변의 풍경에 넋이 나가버렸다고 하는 편이 올겠지만 그래도 이런 것은 마음에 든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꽃의 신이라서 그런 것일까. 자연이 그대로 있는 모습은 어쩐지 마음 한구석을 시리게 만들고 있는 듯 했다.
“어머나, 비유가 아니었는데. 아하핫, 핫하핫!!! 그렇게 말한다면 키라키라짱은 역시 거울에 비친 것이 타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류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렇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저기 저 멋진 사람은 대체 누굴까-하고 그렇게 생각해버려요. 키라키라짱은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답니다. 두 번 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일에 흥미를 가진 사람은, 믿을 수 있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여름이었지만 여전히 밤 바람은 서늘했다. 밤의 해변가에는 신발을 벗고 노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물보라가 일어날 정도로 격렬한 모습은 없었다. 마사히로는 그 사람들을 따르듯 어떠했냐 물어보는 소년을 지나쳐 게다를 벗고는 발 끝을 바닷가에 담그고는 무언가 떠오른 듯이 소년을 바라보았다.
“에에, 제법 만족스러웠답니다.”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자신이 늦게 왔기 때문이니까. 그다지 그 이외에는 무어라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