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지 못하는 언어들을 눈으로 훑으며 너에게 묻는다. 이 인간은 공부도 잘했는데 그 때문인지 가끔 내가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하고는 했다.
"앗."
나는 잠시 굳어있다가 급하게 글씨를 고쳐 썼다. i를 찍찍 긋고, 에이씨, 하필이면 e 위치도 애매하다. i를 검정색으로 동그랗게 없애고 e 옆에 a를 끼워넣는다. 예쁘게 쓴 글씨에 무색하게 금세 볼품없어지고 만 나의 종이배이다. ...무슨 상관이야. 배가 잘 뜨고 등불이 잘 타기만 하면 되지.
"저, 그래도 love는 잘 쓰지 않았어요? 영어 늘은 것 같죠?"
무엇보다도 나는 긍정적이고 쾌활한 신이라 틀린 것보다는 맞은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나는 네가 나에게 영어가 늘었다, 호응해주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한 번 물었다.
"자, 이제 가봅시다. 어디에서 띄워볼까요?"
나는 펜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등불과 종이배를 잘 챙겨서 훌훌 떠났다. 바로 앞이 바다였으니까 걷는데에는 멀리 걸리지도 않는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노소부정이며. 이역의 곳에서 돌아온 것. 기쁘고 즐거움만이 가득하길. 육신에서 화한 단단함으로 기억할 것이니." 그 색이 무척이나 고와 위안을 얻었구나. 정도의 말이네요. 라고 말하는데. 그게 진심인지 거짓인지 모를 표정입니다. 평온하고도 부드럽군요. 영어를 고치는 건... 그래도 고치려는 의지는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글쎄요... 잘 했다고 칭찬해주길 바라는 건가요?" 저는 보통 이런 책을 봐서요... 라고 말하면서 크로스백에서 영어 원서를 보여주는군요. 진짜 원서야. 일본어라고는 단 한마디도 없어!
"적어도 한페이지정도는 무리없이 읽는다면... 잘 했다고 말해다릴 순 있어요." 영문학을 적절히 해삭하고 그 시대의 연관점을 찾는 등도 하는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그런 것도 그러니.
"그래도 러브라도 쓸 수 있으시니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고는 이제 슬슬 띄울 시간이네요. 너무 늦어지면 밤바다가 애매하고. 낮에 띄우면 먼바다로 잘 나가질 않으니까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너는 열심히 게임중인데... 참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게임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는데도 그렇게 느꼈을 정도인데 너 스스로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약간의 애잔한 마음을 담아 죽어서 쓰러져버린 쿠키를 지켜보다가, 너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응. 실력은 왜 늘리고 싶은데? 좋아하는 인간이 게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대?"
나는 인간들의 게임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흥미 느끼는 부분은 그 외의 것으로 게임을 하는 인간들의 표정 변화였는데, 그들은 기뻐하다가도 절망하고 슬퍼하고 그러다가 금세 즐거워했다. 나는 옆에서 턱을 괴고 게임을 구경하면서 인간의 얼굴을 지켜보면 되는 일이었다. 실눈은 이래서 참 편하다. 아무튼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게임을 해본 적이 몇 없었다. 때문에 게임 역시 잘하는지 못하는 지 모른다.
"사이카와 미즈미. C반 맞아. 너어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너를 지켜보다, 아는 척을 좀 해보려 하는데, 바로 옆반에서 느껴지던 신의 흔적이 너의 것이었나 싶다. 이곳에서 신은 흔한 존재였으나, 그렇다고 동질감마저 잃을 정도는 아니다. "B반에 누구?" 나는 느리게 물었다. 신이랑 통성명은 이번이 두번째인 것 같다. 겸사겸사 안면을 트면 후에 좋을터이니 이참에 통성명도 마치고 친분도 쌓아야겠다. 그간 너무 혼자만 살아오지 않았던가.
게임을 잘하냐는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보이지는 않겠지만 눈을 왼쪽 위로 한 번, 오른쪽 아래로 한 번 굴렸으며 내 손가락 끝을 꿈틀거려봤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내 게임 실력에 대해 확신이 없지만... 내 눈에 들어온 너의 점수는 지금까지 내가 본 점수 중 가장 낮아서 뭘 해도 너보다는 잘할 거라는 맥 없는 확신이 든다.
"응. 잘해. 줘봐, 내가 보여줄게."
나는 마치 처음 만난 친구에게 자신을 뽐내기 위해 없는 말 지어내는 유치원생처럼 굴고 있다. 우리 아빠는 총리거든 어쩌고... 거리는 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쇠 일관해버리는 것이 나의 악습이었다.
.dice 1 100. = 68 1~30 : 완전 못함 시작하자마자 점프도 못하고 죽음 30~70 : 못함 마이리랑 비슷하게 죽음 70~90 : 의외로 선방 잘하진 못해도 그럭저럭 했음 90-100 : 놀랍게도 너무 잘한 나머지 신기록 달성
나는 옛말에는 어느정도 식견이 있어 말 해석이 어렵지는 않았다. 감히 해석해보자면, 죽은 자들을, 죽어가는 자들을 위로하고자 한 말인가 싶은데 너의 표정은 흔들림도 그늘도 없구나. 내가 아는 인간들은 대부분 죽음에 초연하지 못했다. 나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기울이다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그냥 복을 빌어주는 그런 것들인가 싶다. 또래답지 못하지만 나이에 비해 영특한 것이 티가 나나보다 하고 넘어간다.
"칭찬을-"
말을 이으려는데 마침 크로스백에 영어 원서가 나온다. 와, 단언하건데 내 주변 인간들 중에 저런 걸 들고다니는 사람은 몇 없다. 내 나이 또래들이라면 영어 독해 100제, 그래머 완전 정복, 이런 것들이나 들고 다닌단 말이다. 특히 내가 같이 어울리는 무리들은 더더욱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칭찬 받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해주시면 좋죠!"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음.... 줘보세요."
나는 손을 내밀어 영어 원서를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침음도 흘려보고 눈썹도 이리저리 움직여본 결과...
"종이! 랑... 어... 영어! 내요. 여기 페이지도 있고... 48페이지..."
이정도면 많이 읽었다 싶다. 너에게 냉큼 책을 돌려준다. 나는 저런 기이한 것과 다시는 상종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 신은 공부 안해도 된다.
어느새 도착한 바닷가에 해풍에 파도가 철퍽인다. 나는 몸을 쪼그려 물가로 가서 그 짠내와 맹렬한 물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나는 바다와 사이가 썩 좋지 않은데, 내 말을 잘 듣지도 않을 뿐더러 들어갔다 나오면 온 몸에 소금기로 가득 해지는 것도 싫었다. 나는 종이배를 그 위에 올려놓고는 가만히 저 멀리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마사히로는 특별한 감정이 담긴 것 같지 않은 미소를 흘리며, 마치 익숙하다는 듯이 어디에선가 낡은 메모장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다지 진심으로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핫, 어떨까요. 그래요 어떨까요. 요비스테를 하지 말라는 의미보다는 더 깊을지도 모르지요. 참고로 저희 집안에선 가족이나 친척도 전부 별명으로 부른답니다. 누군가의 이름에는 영혼이 깃들기에 이름을 부르는 순간마다 영혼이 조금씩 빠져나간다. 이것이 인간에게 수명이 있는 이유라고, 그리 가르침 받았거든요.”
그렇기에 사람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서로를 인지하는 행위이다. 마사히로는 오래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본인이 했던 말은 아니었지만 어찌되건 지금은 카미야 대사에서는 자신이 했던 말로 전해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좋지 않나 싶기도 했다. 마사히로는 생각했다. 그러한 형식의 구전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애초에 자신이 신사를 만들도록 한 이유는 약소해지는 이들과 함께 잊혀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삶을 향한 발버둥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신들은 그다지 없었으나 그럼에도 나름대로 계획은 성공하여 지금은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신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던 아이의 이름이 그러했다. 아이가 살아있을 때에는 분명 이름을 불러주었던가. 그녀는 그랬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히히히핫!!! 으헤하하핫!!! 아아, 에에. 최대한 많이 웃으며 살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옛 현인들이 말하기를 인간은 웃는 얼굴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 웃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 해야한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웃음은 세상을 구하지 않나요?”
마사히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평소와 같은 사람같지 않은 웃음을 짓고 소년을 따라 손가락을 들어 반딧불이를 그 위에 태워보았다. 이런 반응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는 그러는 편이 더욱 즐거울 것이라 말하고는 자세를 바로잡아 반딧불이를 날려보냈다. 그것만으로, 웃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듯이. 그 잠시간의 침묵.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소년이었다.
“어머나, 이걸 제게?”
그녀는 놀랐다는 듯 팔찌를 받아 들었다. 푸른색이 특징적인 나비 모양의 팔찌. 제법 값이 나가 보이는 것이라 그런지 그녀는 연신 감사를 표하고는 달빛에 팔찌를 비추어 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신과는 어울리는 모양이니까. 우연이라는 것은 이리도 재미있는 것일까.
“아하핫, 감사하게 받도록 할게요. 꽃은, 제가 있으니 괜찮지 않나요? 꽃에 나비가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드릴 것이 없으니 그러면, 다음에 만날 수 있다면 그때에는 재미있는 선물을 드리는 것도 괜찮겠네요.”
1개 뭔데 1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왠지 1의 저주 걸린거 같아~~ 아... 그래 그거 풀면 되겠다!
요조라의 TMI! 유령이라는 호칭에 대해서! 이거는 요조라가 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코세이를 보고 유령 같다고 한게 시작 같지만, 사실 가족간 설정 내에 끼어있던거다~ 간간히 언급했듯 마히루도 연인인 사요코도 가미즈미 고교를 나왔는데, 아마 당시에도 많든 적든 학생으로 위장한 신은 있었겠지? 그중에 위화감이나 또래 같지 않은 분위기를 가진 이들도 있었을거고? 마히루가 그런 그들을 가리켜 유령 같다, 라고 지칭한게 시작이었다~ 현실에 있지만 어딘가 붕 뜬 느낌이 든다고 해서 유령이라고~ 요조라가 코세이와 두번째 만남에서도 유령이란 호칭을 고수한 이유 역시 저것과 동일~
>>444 아미카는 받고 고맙다며 인사한 후 집에 가서 적당한 곳에 물 받아놓고 꽃아놓은 뒤 간간히 컴퓨터 할때마다 보고 그럴 것 같네요.
아, 아미카가 장미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미카가 좋아하는 레슬러가 자기 와이프에게 프로포즈할때 일화 때문인데, 새벽 4시에 깨워서 후지산에 일출보러 가자고 한 후에 페라리에 태워서 가고 일출 보면서 장미꽃 100송이를 준 뒤 자기랑 태그팀 해달라며 청혼했다고 하는 일화를 들어서 그렇다네요. 장미꽃 100송이 값이 대략 165000엔 정도였다는데
"뭔가를 바라고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뭘 준다고 하면 거절은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다음에 당신을 만나는 것은 가을이 될까요? 봄에 한 번, 그리고 여름에 한 번.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또 마츠리 부근쯤 언젠가가 되려나요?"
3학년인 자신, 그리고 1학년인 그녀. 사실상 접점은 전무했다. 자신이 1학년 교실로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녀가 3학년 교실이나 학생회실로 찾아올 일도 없지 않은가. 사실상 오늘 이렇게 만나는 것도 어찌보면 참으로 우연 아닌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도 그렇게 말하는 것일테고 자신도 그렇게 말하는 것일터였다. 적어도 아키라의 생각엔 그러했다.
"그리고 방금 그 가르침. 저야 옳고 그르고를 판단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정말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그 이름을 부를 수 없겠네요. 참고로 묻는건데, 제가 부르는 '카미야 씨'도 거기에 해당하는 건가요?"
가족이나 친척도 모두 별칭으로만 부른다. 말 그대로 성으로라도 부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녀에게 있어서 카미야는 이름이 아니라 성이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을 시미즈가 아니라 키라키라짱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그렇다면 성으로 부르는 것도 역시 해당이 되는 것일까.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의문을 품으며 그는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녹색 반딧불이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산길을 내려왔다. 잠시 멈춰서서 그 반딧불이를 조용히 구경해보기도 하고, 날아오는 이들을 손에 태워보다가 바람을 살짝 불어서 날려보내기도 하며.
"아무튼 꽃이라. 후후. 자신을 꽃이라고 부르는 이는 처음 봤는걸요? 뭐,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그런 당당한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이 뭐라고 한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되게 멋지잖아요?"
괜히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는 저 앞에 있는 반딧불 모양의 동상이 있는 신사를 가리켰다. 이제 산길을 다 내려온 모양이었다. 저 앞에선 정말로 조용한 해변가가 펼쳐져 있었고 그는 그 상태에서 뒤로 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여기까지네요. 첫날이라면 여기서 포크댄스를 추도록 음악도 나오고, 저 바다에는 등불도 펼쳐져서... 그야말로 바다의 반딧불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지금은 첫날이 아니니까요. 그런만큼, 제 안내는 여기서 끝이 되겠네요. 만족스러웠나요? 카미야 씨."
>>444 왜 이걸 자신에게 주냐는 듯이 두 눈을 가만히 깜빡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받아주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고맙다는 말도 분명히 전할테고요.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역시 그냥 넘기긴 힘드니 뭐라도 하나 사주겠다면서 학교 매점으로 향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은 다음 날, 뭔가 장신구 하나 정도를 가지고 와서 어제의 답례라면서 줄지도 모르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