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처럼 좋아했다. 예전에는 인간들이 내게 금을 바치던 산 제물을 바치던 신경조차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 요즘에는 이런 사소한 일에도 쉽게 기뻐하는 걸 보아 나도 나이가 들긴 했나보다. 성장을 했다는 게 이런 의미일까?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전 원래 이렇게 말을 걸고는 하는 걸요? 사람이랑 대화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나는 내게 다가온 널 위해 비켜서서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렇게 두명이 서도 괜찮은만큼의 공간이 생겼다. 나는 너의 옆에서 등불을 이래저래 골라보다 나는 적당한 크기의 것을 골랐다. 푸른 색인게 마음에 들었다는 게 제일 큰 이유였다.
"전 이거 할래요."
그러고는 몸을 쭉 빼어내 네가 추천한 종이배를 보았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진실이겠거니 싶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종이배가 뒤집어질 것 같으면 자신이 잘 재촉해서 다시 방향을 잡게 할 요량이었지만 좋은 게 좋은거다. 나는 그 두개를 집어 계산대에 올려두었다. 옆에는 종이배에 소원을 적을 수 있게 펜도 빌려주고 있었다. 나는 그 곳에 자리를 잡고 고민했다.
긴 수학여행이 끝난 뒤, 가미즈미로 돌아온 학생들은 제각각 흩어진다. 대부분은 여행의 여독을 풀기 위해 귀가하고, 개중에는 뒤풀이라며 또 놀러가는 무한체력들도 있다. 요조라는 그 중에서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쪽이다. 같은 반에서 뒤풀이를 한들 권해올 사람 없으며, 귀갓길 같이 걸을 사람 없다. 큼직한 캐리어 드륵드륵 끌며 가족이 기다릴 집으로 돌아간다.
어김없이 영업 중인 호시즈키당의 앞에는 요조라가 수학여행에 가기 전에 그린 냇가와 반딧불 풍경의 천막이 팔락인다. 양 끝에 자그마한 유리 후링을 달아, 가는 바람이라도 불면 차랑차랑 울리는 소리 곱다. 가게 앞에 도착한 요조라는 손끝으로 후링을 톡톡, 건드려보곤 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눈이 딱 마주친 사람은 다름아닌 마히루다. 유니폼 대용인 짙은 남색 진베이 차림의 마히루가 요조라를 반긴다.
"다녀왔어..." "오, 왔냐. 선물은?" "보자마자 선물... 타령이냐..." "그러라고 용돈 줬는데 당연히 할 만 하지 않냐? 그래서 선물은? 깜빡한 거 아니지?" "당연하지... 무슨 경을 칠라고, 그걸 깜빡해..." "그래~ 샀음 됐어. 올라가서 저녁 먹기 전까지 쉬어." "응..."
언제나와 같은 남매의 대화를 하고 요조라는 캐리어와 함께 가게 너머 집으로 향한다. 가게와 집의 경계선인 문을 지나 들어가려는데, 마히루의 목소리 뒤늦게 들려온다.
"아, 맞다. 좀 피곤하겠지만 씻고 내 방에 가 봐. 사요 와 있어. 옷 다 됐대." "어, 어어... 알았어..."
수학여행을 다녀오니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호타루마츠리에 입고 갈 옷들과 함께 사요코가 와 있단다. 보기 드물게 표정이 밝아진 요조라는 잰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집에 들어갔다. 지금은 부모님도 가게에 계셔서 들을 사람 없지만, 그래도 습관이 된 귀가인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간다. 캐리어는 대충 자신의 방에 밀어두고 잽싸게 마히루의 방 앞으로 가, 문을 똑똑 두드리자 안에서 고운 여성의 목소리가 대답해온다. 요조라는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가, 간만에 보는 사요코와 반가움의 포옹을 한다. 사요코는 요조라가 가족을 제외하고 스스럼 없이 접촉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한차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은 사요코가 자연스럽게 그 옆에 앉은 요조라를 살짝 끌어당겨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한다.
"요루 어서와요. 저번 마츠리 이후니까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음, 잘 지냈어요?" "응, 그럭저럭... 사요 언니는...?" "저도 늘 똑같죠. 그래도 최근은 즐거웠답니다. 요루의 옷을 만드는 동안은요." "언니, 히루, 닮으면 안돼..." "어머, 티나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연인인 걸. 자, 그럼 저녁 먹기 전에 옷을 입어볼까요?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와요." "응..."
다녀오라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손길을 받은 요조라가 일어나 방에서 나간다. 오래지않아 방으로 돌아온 요조라는 평상시 집에서 입는 헐렁한 한벌옷 차림이다. 그 사이 옷을 꺼내 준비를 해둔 사요코가 요조라를 다시금 반기고, 곧장 퍼포먼스용 옷부터 입어본다. 새하얀 무명의 한벌옷 위에 품이 낙낙한 검은 하오리를 걸치자 언뜻 보아선 선이 가는 소년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하의가 약간 짧아서 발목이 드러나는 점이 신경쓰인 요조라가 이리저리 돌아보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요코가 웃으며 말한다.
"바지가 좀 짧죠? 일부러 그런 거에요. 당일날, 발목에 방울을 채울 거라서, 옷이 걸리적거리면 안 되니까요. 히루가 제안해줬답니다." "우...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걱정 마요. 잘 어울릴 거에요. 자, 다음은 이거 입어야죠?"
사요코의 재촉에 볼을 부풀리던 요조라는 다시 옷을 갈아입는다. 유카타를 닮은 원피스와 간소화된 오비 한 세트, 였지만 일전에 요조라가 수락한 건 보통 유카타였다. 이건 또 왜 이런 모양이 됐을까, 하는 얼굴로 팔랑팔랑한 치마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뒤에서 오비를 매어주던 사요코가 기다렸단 듯 말해온다.
"이것, 그림 그린 후에 입을 거잖아요? 그러면 기본 유카타는 꽤나 답답할 듯 해서, 한번 새롭게 만들어봤어요. 제가 보기엔 잘 어울리는데, 마음에 안 드나요?" "그건, 아닌데... 좀, 화려하지 않나, 싶어서..." "화려하긴요. 데이트에 입고 갈 거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죠." "데, 데이트라니, 그, 그런 거 아닌...!" "약속까지 미리 잡고 만나는데 데이트가 아니라니, 우리 요루~ 내숭도 참~ 아니면 부끄럼 타는 거에요? 어머 귀-여-워~" "아, 아닌, 아닌데... 우으으..."
누가 마히루의 연인 아니랄까봐, 정곡을 콕 찔러 당황시키는 재주 한번 기가 막히다. 사요코는 당황해하는 요조라를 보며 웃고, 웃음소리를 들은 요조라가 불만스럽게 사요코를 본다. 그에 태연히 미소를 띄운 사요코가 요조라를 살살 달래어 뒤돌려 앉혔다. 옆으로 슬쩍 봐도 보일만큼 입술을 내밀고 삐진 요조라의 얼굴을 본 사요코, 웃음을 참으며 요조라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훑는다. 긴 손가락으로 새까만 머리카락의 물결을 쓸어내리고, 미리 꺼내둔 빗을 들어 빗질을 한다. 빗질 특유의 소리 잔잔히 울리는 가운데 잠시 술렁인 요조라의 마음이 차분해진다. 얼마간 빗질을 하다가, 이쯤 하면 되었겠지, 생각한 사요코가 말을 꺼내본다.
"요루, 이건 정말,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놀리려는거 아니고, 정말 궁금한 건데 말이에요." "그냥 말해... 도망간다...?" "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그 약속, 요루가 먼저 말 꺼낸 건 아니죠?" "응..." "그럼 상대가 먼저 꺼낸 걸 텐데, 왜 수락한 거에요?" "...그건, 왜 궁금한데...?" "그야, 요루는 여지껏 친구도 만들지 않고 지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마츠리를 같이 볼 약속이라니, 그것도 남자애랑, 궁금하지 않을 리가 있을까요?" "언니... 완전 히루 같아..." "네에, 칭찬으로 들을게요. 그래서 왜인가요?" "...뭐... 그냥..." "그냥, 인가요? 정말 그냥?" "끈질겨..."
요조라가 투덜대며 고개를 움찔한 탓에 빗질이 잠시 멈춘다. 사요코는 말없이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다시 손을 대보고, 거부 반응이 없자 빗질을 이어간다. 그대로 얼마간 말없는 시간이 지난다. 요조라에게서 더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자, 사요코는 슬그머니, 조심스레 말했다.
"있죠, 요루? 저는 요루가 아니고, 그 상대도 아니기 때문에, 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얼 생각하는지 몰라요. 그래서 뭐가 뭐라고 딱 말해줄 순 없지만, 이건 말해줄 수 있어요. 요루는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요루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는 요루가 그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그 말에 힐끔 돌아보는 요조라의 시선 있다. 새까만 눈은 고개를 뒤로 기울이고 살짝 치켜뜬 눈으로 사요코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더는 말 나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이 지나고 의외의 반문 나온다.
"왜, 그래야 하는데...?" "그래야 요루에게 좋으니까요. 물론 상대에게도요." "내가, 내 생각을 하는데, 그게 왜...?" "아마 상대는 그 생각을 하는 단계는 지났을 테니까, 요루도 거기 발맞추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서로 생각이... 어긋나는 경험은, 썩 좋지 않으니까, 가능하면 안 하는 쪽이 좋지 않겠어요?" "잘 모르겠어..." "어머, 정말 몰라요? 사실 다 알고 있는 거, 이 언니에겐 다 보이는데요?" "눈의 착각, 이야..." "그럴까요~ 후후, 짜잔, 머리도 끝, 이에요."
명랑한 웃음소리 내며 사요코가 머리에서 손을 떼고 거울을 요조라에게 내민다. 둥근 탁상거울 속, 요조라의 검은 머리카락은 색색의 수국을 본뜬 장식이 찰랑이는 칸자시에 꽂혀 올려져있다. 투명하리만치 희디 흰 색에서 보라색을 아우르는 수국의 꽃말은 변덕, 혹은 진심. 마치 요조라의 내심을 꿰뚫는 듯한 장식의 모양새에 사요코를 흘겨보지만, 능청맞기가 마히루 저리 가라 급인 사요코는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을 뿐이다. 칫, 작게 혀를 찬 요조라는 거울을 돌려주며 중얼거린다.
"그 생각, 이란 거... 조금, 해보긴, 할게..." "네, 좋은 대답이네요. 그럼 머리도 올려봤으니, 이제 옷 다시 갈아입고, 음, 그간 있었던 일들도 들려줄래요? 수학여행 얘기는 이따 저녁 먹고 다같이 듣기로 하구요." "응..."
얄밉고 능글맞은 사요코지만, 그래도 지금은 요조라에게 또다른 가족이나 마찬가지라, 언제 흘겨봤냐는 듯 온순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후는 언제나와 같은 저녁시간으로 흘러간다. 어느새 밤이 깊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후엔, 적막한 방 안에서 요조라 홀로 그림을 그리며, 혹은 창가에 기대 밤하늘에 뜬 별을 헤아리며, 길디 긴 생각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내려진 하나의 결론은... 이제와서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겠지. 이미 다 아는 후일담일 테니 말이다.
"음.. 그런가요?" 말을 거는 게 그런 성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만큼 다른 이와 대화하는 게 애매하다는 성격도 있으려나. 라고 생각하네요. 그런 뒤 등불을 골라 봅니다. 토와는... 푸른색 등불을 고른 미즈미를 보고는 그 색이 괜찮은 걸까요.. 라고 생각하머 다른 푸른색 등불을 들어올렸다 내렸다.. 고민합니다. 그야. 푸른색이 바다에 침몰해버린다면.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잖아요?
"전 이걸로요." 결국... 푸른색을 들어올리고는 종이배를 골라보다가 소원에 관한 말을 하는 것을 듣자 미즈미를 바라봅니다.
"아 소원인가요..." 조금 고민하는 토와입니다.
"저는 소원은 잔뜩 빌어서.. 적을 거라곤 약간의 애도 정도겠네요" 사이카와 씨는 소원을 적을 건가요? 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토와입니다. 종이배에 온갖 언어를 섞어서 뭐라뭐라 적는데... 미즈미가 해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난 제법 오랜시간동안 샘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쪼그려 앉아 물이 모이고 흩어지고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원래 하는 일이 그거인지라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물에 담긴 기운은 분명 고위의 신격이라 조금 신기했던 것 같다. 땅거미가 지고 온통 어두워져서, 동굴 안과 밖에 구분이 모호해질때즈음에 나는 쫓겨나다시피 동굴 밖으로 나왔다. 너무 늦어졌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나는 어깨 한번 으쓱이고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나는 홀로 걸어와서 홀로 내려가는 길이라 걸음을 재촉할 일이 없고, 또 구태여 인간의 모습을 가져다와 붙여 스지 않아도 되어서 참 편했다.
아마 반쯤 내려오는 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반딧불들을 잡기 위해 손을 이리저리 휘적이기도 하고 가만히 서서 하늘의 별 보듯 반딧불을 보고 있었다.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은 눈으로 본 것도 아니고, 소리로도 들은 것이 아니며, 필연적으로 느껴지는 무언가라 나는 네가 신임을 바로 깨닫는다. 머리를 쭉 빼고 동태를 살피는데 저 멀리서 반딧불답지 않은 빛이 퍼져있다. 그곳에는 신 하나가 쪼그려 앉아 뒤통수를 부여주고 있을 뿐인데, 이렇게 보니 작은 콩벌레 같았다. 악의는 없고, 그냥 느껴지는 인상이 그랬다. 나는 능구렁이 담 넘 듯 다가가 너의 등에 섰다. 조용히 움직인다고 네가 나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진 않지만, 내 오랜 관습이 관습인지라 그렇게 숨 죽이게 되어있다.
"그거, 재밌어?"
어차피 주변에 인간이 듣고 있을 가능성은 없어 뵈니, 굳이 인간인 척 굴 필요는 없겠지. 나는 몸을 숙여 눈 시린 화면을 보는데, 맛있어 보이는 인간들이 이리저리 열심히 도망가고 있다. 나의 인간 친구 몇이 이런 게임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대체 왜 피식자의 입장에서 도망가는 것을 즐겨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를 일이다.
생명의 근원이 끊기고 정말로 황폐해졌던 가미즈미에 신이 나타나 생명을 되돌려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미즈미에는 다시 생기가 돌았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제대로 마을을 만들었고 과거에는 매말랐으나 신의 힘으로 다시 푸른빛이 돌게 된 바다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갔다.
자연히 가미즈미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해서 물고기를 잡았고 자연히 누가 더 물고기를 많이 잡는, 말 그대로 누가 더 능력이 뛰어난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게 되었다. 허나 말만으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자연스럽게 경쟁을 하는 구도가 이어졌으나 이미 한 번, 생명이 끊어진 땅이었던만큼, 또 다시 그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워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과열되지 않도록, 자신들만의 경기를 만들어냈다.
일정시간 동안 물 속에 들어가 오로지 '바가지' 만으로 물고기를 많이 잡아내는 사람이 이기는 아주 간단한 경기. 그리고 그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이뤄낸 이는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로서 수많은 이들에게 칭송 받았다. 그런 경기가 매년마다 이어졌고 그것이 바로 '우미노카리'이다.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에도 그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난만큼 방식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으나 그래도 전체적인 틀은 비슷했다. 물 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바가지'를 이용해 일정시간 내에 많이 잡아내는 경기로서 원래는 바다에서 이뤄졌으나 위험성이 대두된 이후, 상대적으로 안전한 냇가에서 이뤄진 적도 있으나 요즘에는 워터파크의 파도풀을 이용해서 바다를 구현해 그 곳에서 경기가 치뤄졌다. 물고기들은 물고기들의 스트레스를 감안하여 스트레스를 전혀 받을 일이 없으나 일반 물고기와 생긴 것과 움직임이 비슷한 로봇 물고기를 이용했다. 즉, 워터파크의 파도풀장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 로봇 물고기들을 일정시간 내에 많이 잡는 경기이다.
성인부와 학생부로 나뉘어져 우미노카리는 진행되었으며 자연히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오로지 학생부에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토너먼트로 이뤄지는 이 경기에서 최종적으로 우승을 하게 되면 '바다의 왕'이라는 칭호와 함께 순금으로 만든 작살 모양의 트로피를 받을 수 있었다.
허나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이들 역시 매년마다 우미노카리를 준비하는 이들이 만드는 특별주화를 이용해 가볍게 배팅을 하면서 놀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오로지 우미노카리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배팅에서 많은 주화를 따낸 이들은 그것을 이용해서 기념상품과 교환할 수 있었다. 디자인은 매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작년의 주화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정말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이기도 했다.
우미노카리를 미리 연습할 수 있도록 워터파크 측에선 단 3일간 무료입장을 허용했다. 파도풀 내부에서 우미노카리를 연습할 수 있었으며 그 외 여름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 역시 이 시기에 워터파크를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대한 손해는 가미즈미 마을에서 보상해주고 있었기에, 특히 시미즈 가문이 여러모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었기에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미노카리의 시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우미노카리는 5월 21일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될 예정이에요!! 진행형 이벤트로서 시작이 되며, 경기에 참가하는 경기부, 그리고 경기에 참여하진 않지만 누가 이길지 배팅을 해서 주화를 따는 배팅부로 나뉘게 된답니다! 반드시 둘 중 하나에만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 명심해주세요!! 어디에 참가해도 괜찮으니 정말로 자유롭게 해주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5월 16일 0시부터 5월 21일 이벤트가 시작하기 전까지 우미노카리를 연습하거나 그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등으로 일상을 할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아아 거기 말이죠. 예전부터 술과 춤은 신이 가장 기뻐하는 공물중의 하나였으니까요. 꼭 한 번 보고 싶었은데... 음, 내년에도 이곳에 있다면 좋갰지만 그건 잘 모르겠네요. 아버지의 일이 정리되고 나면 돌아갈 것 같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춤은 키라키라짱이 직접 춘건가요?"
그런 거라명 억지를 부리더라도 1년 쯤은 더 남는것도 괜찮겠네요. 마사히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저 멀리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무리 지어서 걸어 다니는 사람글의 모습은 그녀를 매료하기에는 충분했다.
"아하핫,그랬으면 좋겠지만 조금 더 무서운 거랍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아이들이 이렇게나 해냈다고 어머니에게 자랑하는 그런 느낌일까요? 저로서는 조금 더 활기차도 좋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다가오는 소년의 답에 그녀는 놀라움을 숨기지 않은 채로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다시 웃어 보였다. 이런 답도 어떻게 보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잠시 자신이 했던 것을 되돌아 보았다. 최대한 최근의 학생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런 행동과는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내가 신경쓰고 있지않은 부분에서는 이런 시선때문에 받아들이는게 어려운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좋네요. 에에. 하지만 몇가지 이유가 있답니다. 별칭은 단순히 친애의 의미. 이름을 부르는 것은 특별하다는 의미니까요. 아직은 서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서로가 이름을 부르는 것은 천박하다ー 그렇게 배워왔답니다."
주위에서는 은근히 날아다니는 벌레의 소리에 섞여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려왔다. 경치가 아름답다느니 간혹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소심한 목소리도 섞여있었고 조금은 옅은 물냄새가 현장감을 더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저는 정말로 키라키라짱이 만드는 미래가 기대되어서 그러는 거랍니다. 처음에 이 학교를 본 순간부터 생각해온 동경이랍니다. 학생들의 선두에서 각양각생의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면, 그야 기대할 수 밖에요."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때이른 꽃무릇이 쥐어져 있었다. 선명한 진홍색으로 피어난 꽃을 소년에게 전하며 마사히로는 웃어보였다.
"아하핫, 핫하하핫!!! 물론 아무래도 좋은거랍니다. 키라키라짱이 그렇게 샹각한다면 저는 그런 거에요. 하지만 그러네요. 아직 한가지 부족한게 있어요."
마사히로는 곧이어 마치 따라하라는 듯이 양 검지를 입가에 대고는 말했다.
"잘 웃는 사람ー이라던가. 전부터 생각했지만 키라키라짱에게는 웃음이 부족하내요. 저랑 있을때만 그런 것 같지만서도."
나는 힐끗 그 푸른색 등불을 보고는 괜히 마음에 들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색이 겹친다? 커플 템을... 맞췄다? 사랑을....한다....? 나는 그렇게 결론내리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로서 나에게 썸 타는 인간이 무려 15명... 15명인 셈이다. -완전 개소리다-
"애도요? 주변에 죽은 사람..."
이리저리 쓰여진 언어는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라 잘은 모르겠어서 나는 그리 물으려다가, 적절한 질문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들은 죽음에 진지했으므로 나는 급하게 말을 튼다.
"이 아니라!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었나요?"
음, 이정도면 아주 매끄러운 드리프트-아니었다-였다. 내가 생각해도 순발력있게 잘 해결본 것 같다. 스스로가 제법 뿌듯해져서 나는 빙그레 웃어보인다.
"제 소원은- 음-"
나는 결혼이라 쓰려다 찍찍 긋고는, 좀 더 근본적인 소원을 빌어보자 고민에 빠졌다. 결혼은 해도 고위신이 못되면 말짱 도루묵인지라... [LOVE & PIECE] 라고 적어놨다. 그래 사랑과 평화, 참 좋은 말이다. 나는 이제 영어 실력도 제법 물 올라 이런 간단한 단어 쯤은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미즈미는 오타의 존재를 몰랐다...- 나는 짠 소리를 내며 너에게 보여주었다.
썸을 타는 것이라고 토와는 생각하지 않겠지만 미즈미는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푸른 등불 가지고 그렇게 하면 차라리 교복을 입은 가미즈미 고교생들 전부랑 같은 교복이니까 썸을 탄다고 하실 거냐고 물을 것 같은데. 미즈미는 그..그렇네! 라면서 받아들일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슬픈 일도 기쁜 일도 모두 날려보내는 식이지요." 느리게 말하면서 푸른 등불을 들어올려 빛에 비춰봅니다. 소원을 적는 것을 봅니다. 뭘 적는지 궁금해하다가... 사랑?
"사랑과 조각...?" 사랑과 조각?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뭔가. 조각같은 걸 원하시는 건가요? 라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러다가 오타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peace에요" 평화를 의도하신 거라면 말이지요. 라고 가볍게 말하고는 종이배와 등불을 조립해봅니다. 종이배마저도 화륵 태워버리고 가라앉아버리겠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왜 하느냐 하면 요즘 젊은 인간들 사이에서는 게임은 필수적인 취미고, 그의 신생에서 이렇게까지 못하는 일이 드물어 그런다. 게임을 재미로 즐기는 것이 아닌 의무적인 정진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사는 것이 팍팍하고 재미가 없다지만 어떡하겠나. 그는 원래 이렇게 태어난 것을. 그는 지금껏 재미없이도 잘 살았다. 한창 집중해서 스테이지를 헤쳐가던 중 등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뒤돌지 않고, 두 눈으로 보지 않고, 다른 종류의 것으로 '보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기운이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손의 반응속도가 느려져서 쿠키가 구멍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렇지만 오늘은 구멍 구출 쿠폰이 무료라 곧바로 그것을 사용해서 재도전한다. 그러나 그렇게 다시 달리기 시작한 쿠키는 얼마 가지 않아 시무룩하게 쓰러져버렸다. 순전히 실력 문제로 장애물에 박아버린 것이다. 점수는, 아직 최고점을 갱신하지 못했다.
그도 덩달아 시무룩해진 얼굴로 화면에서 눈을 뗀다. 눈길을 돌려 바라보는 대신 고개 들어 제 뒤에 선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한다.
"다른 이들은 감질이 나서 한다는데, 저는 다만 그런 감각은 몰라 실력이 늘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으음, 느낌이 익숙지 않기에 그렇겠거니 짐작했지만 면식이 있는 신은 아니다. 다만 학교에서라면 스쳐가며 본 적은 한 번쯤 있다. 60여명 정도의 인원이 같은 층에 있으니 한 번도 보지 못하기는 힘들다. "성함이 어떻게 되셨죠, 분명 C반이셨던 것 같은데." 슬쩍 지나가며 본 기억을 더듬어, 손가락 하나를 척 들고 추리라도 하듯 눈을 가늘게 한다. 게임은 아직 완전히 종료하지 않아 점수가 뜬 화면이 아직까지 번쩍번쩍 요란하다. 그가 그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요. 하지만 언젠가 제가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니. 미리 말해두는데 여기선 안 보여줄 거예요. 아직은 좀 부족해서."
나중에 확인한 것이었으나 동작에 아주 살짝 실수가 섞여있었기에 얼마나 속으로 분해했던가. 그렇기에 아직은 좀 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내년 이 시기에는 꼭 제대로 마스터를 하겠다고 그는 마음 먹었다. 물론 그녀가 그것을 볼 지는 알 수 없었으나, 만약 본다고 한다면 조금 더 연습하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적어도 자신의 인식에 있어서 그녀는 눈이 높았으며, 그런 그녀에게 좋은 평을 받으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좋은 평가가 될테니까.
"그건 단순히 요비스테를 하지 말라는 의미 아닌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요비스테지. 별칭을 부르라는 의미는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저도 요비스테는 안하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요. 가족이나 친척을 제외하면 다 성으로 부르고."
이를테면 카미야 씨처럼. 물론 딱 한 시기. 요비스테로 부른 이들이 있긴 했으나, 그것도 옛 이야기였다. 아니. 그래봐야 3~4년 전 이야기일까. 아무튼 자신의 말에 대한 대답을 들으며 아키라는 입을 꾹 닫았다. 조금의 과대평가가 아닌가 생각을 하나 들어서 기분 나쁜 말들은 아니었다. 이내 자신에게 전해진 진홍색 꽃. 하지만 이름이 모를 그 꽃을 바라보면서 아키라는 대체 언제 그녀가 저런 꽃을 쥐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 없지 않았나? 혹시 평소에 꽃 여러 송이를 가지고 다니나? 그런 생각을 잠시 하지만 적어도 마른 것이 아닌 것을 보면 금방 꺾은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들려오는 말에 아키라는 안경 너머로 두 눈동자를 깜빡거렸다.
"웃음..이라. 생각도 못한 것을 거론하시네요. 하지만 당신과 있을 때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물론 지금은 웃고 있지 않지만... 후후. 그래요. 생각도 못한 말이었는걸요. 그거."
설마 웃음을 거론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허나 그녀에게만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야 당연히 자신도 사람이고 웃을 수 있으니까. 꽤 재밌는 말이기도 하며, 생각도 못한 말에 괜히 웃음소리를 내며 그는 근처까지 날아온 반딧불이를 손바닥 위에 태웠고 가만히 그 불빛을 바라보다 하늘 위로 날려보냈다.
"하지만 성격이 그렇게 막 호탕하게 웃는 편은 아니어서. 그래도 웃긴 웃거든요. 저도. 아. 맞아. 잊고 있었네. 사실은 수학여행에 갔을 때 호타루마츠리를 혹시 같이 보는 이가 있으면 하나 선물해줄까 싶어서 따로 산 것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일에 집중해버려서 그냥 학생회 멤버 중 하나에게 줄까 싶었지만... 뭐 이것도 인연이겠죠. 받고 싶으면 받고, 필요없으면 거절하시고. 당신과 함께 갈 것을 예상했다면 맞춤 선물로 꽃과 관련된 뭔가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내 그는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비 모양의 장신구가 달려있는 비즈 팔찌를 하나 꺼냈다. 꽤 고운 재료로 만들었는지 빛이 아름답게 반사되는 것이 적어도 싸구려 상품은 아니었으리라.
"받을래요? 그냥 같이 여기까지 돌아줬으니 주는 선물이라는 느낌이긴 한데."
/그리고 수학여행때 샀던 무언가는 이거! 사실 파트너가 확실했다면 맞춤이었겠지만.. 누가 될지 몰랐기에 그냥 적당히 공용선물이라는 것으로. 일단 처음이 마사히로주였으니까 마사히로에게 프레젠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