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마을은 참으로 소란스러웠다. 이리저리 물건을 흥정하고 광고하고 서로 깔깔대며 즐거운 듯 노니는 모습이 썩 나쁘지 않아 보여 잠시 멈추어 섰다. 물고기 잡기며, 달콤한 사탕과자며.... 당장 눈 앞을 어지럽히는 것은 많은데 딱히 하고픈 것은 없었다. 이따금씩 이렇게 무얼 해야할지 모를 때가 있다. 어두운 밤길을 헤메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하염없이 표류할 뿐인데, 내 마음을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히카쨩이 종이배로 등불 보낸다는데?" "에- 마지? 그러면 우리도 하나 할래?"
그렇다. 등불이라... 나는 턱을 만지작거리다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다 건너에 있을 신에게는 일만 늘리는 짓이라 조금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일테니 모르쇠 일관할까 싶다. 나는 걸음을 옮겨 상점가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간소하게 종이배를 접을 수 있는 종이와, 작은 등불을 팔았다. 가만히 줄은 서는데 마침 저기 아는 이의 얼굴이 보인다. 아하, 똑똑한 학자형 인간이었던가.
"거기-! 엔 선배-!* 여기요, 여기!"
나는 내가 잘 보이게 펄쩍 펄쩍 뛰었다. 손도 같이 흔들었으니 네가 나를 발견하는 건 시간문제일터였다.
"음... 네. 기모노를 빌려주신 줄은 입은 걸 보고서야 알아차리긴 했지만요." "어째서 빌려준 건지는.. 듣지 못했지만요." 치자라고 하셨던가..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그것이 파국의 금이었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 보고 느낀 것은 어울린다. 라는 감정이었습니다.
"그런 소원이었군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각자의 소원은 어떻게 건드리거나 하는 건 곤란한 일이니만큼. 적당한 반응을 고릅니다.
"효과가 있었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글쎄요.. 청소를 매일 하기는 하지만. 먼지가 조금은 덜 쌓이는 기분이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호타루마츠리 소원은 들어지고 있는 기분이기도 하네요. 라고 말합니다. 그야. 이런저런 것을 잘 즐기고 싶다라는 건 어쩔 수 없는걸요
"그럼.. 이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갈까요?" 약한 형광빛을 내는 토핑이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듯한 호타루마츠리 특제 아이스크림은 다행히도 품절된 맛은 없었습니다..
나는 순간 '사이카와 씨'라는 호칭이 낯설어서 고개를 한 번 기울였다가, 아차 싶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나에게는 성이란 것도 있었다. 한평생 이름 없이 살다가 다급히 만든 이름이라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다.
"에이- 그냥 편하게 미즈미! 라고 불러주세요."
나참, 성으로 부러면 썸은 언제 타고 연애는 언제 한단 말이냐. 물론 미디어 매체에서 배운 바, 성숙한 어른들은 서로에게 존칭을 쓰면서도 연애를 잘 하는 것 같다만 나는 고등학생, 속된 말로는 JK다 이 말씀. 청춘을 즐겨야할 나이에 서로 예의차려야 한다니! 나이대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절대 내가 예의 차리는 것에 약해서가 아니다.... 절대...
"네! 보니까 간단하게나마 등불을 띄울 수 있다 하더라고요? 참으로 낭-만적이지 않나요?"
나는 그리 말하며, 너에게 얼른 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음- 등불도 띄우고 바닷가도 같이 걷다보면 원래 없던 감정도 생기기 마련이다. 운이 좋으면 '썸'을 탈 수도 있는 좋은 기회다.
여성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되나? 나는 이해할 수 없으나 일단은 알겠노라고 느리게 답했다. "예에..." 그렇지만 그게 문제가 되는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내 친구들은 잘만 내 이름으로 부르는 데 아직 친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사실 친하고 안 친하고의 경계도 나는 잘 가늠이 안 됐는데, 비슷한 나이 또래면 금방 친구가 되지 않겠는가. 예전처럼 눈 잘못 마주치면 칼부터 꺼내고 보는 시대가 아닌데도 이런다. 나는 잘 모르겠어서 한숨을 푹 쉬었다. 누가 보면 기가 죽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같이 가자는 거예요. 한 사람보다 두 사람이 즐겁지 않겠어요? 전 누군가와 함께해야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라서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거든요."
실제로 나는 그랬다. 그야 그럴 것이, 굳이 인간의 몸을 둔갑하여 인간이랑 연애 좀 하겠다고 내려왔는데 나 혼자 밥 먹고 나 혼자 게임 하고 나 혼자 즐기면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그럴 바에 나의 뱀 친구들 끌어안고 잠이나 자는 것이 낫겠다.
"혹시 선배는 몰려다는 걸 싫어하는 편? 그래도 등불 띄우기를 같이하는 건 정-말로 재미있을 거예요. 기왕 등불 띄웠는데 저만 보면 무슨 재미예요?"
나는 검지를 들며 호언장담했다.
"뭐어-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저 혼자 외롭게 등불 보내고 저 혼자 마츠리 구경하다가 저 혼자 집에 가서 저 혼자 울고 있을게요."
개인적인 바램으로 소원을 빌어준 테츠야에게 아미카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테츠야에게 잠시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렇겠죠? 신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이상하고오.. 애초에 있는지부터 알 수 없으니까요~."
신이 되는건 애초에 그닥 좋은 일인가, 그것부터가 아미카에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애초에 평범한 인간이 바로 신이 되면 아무리 사소한거라도 엄청난 양을 감당해야 할탠데, 그렇다는건 정신이 버틸 수 있을지가 있을까? 뭐 신이 되면서 정신도 같이 강화될수도 있겠지만. 아미카는 그런 뒤 해변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내 토와의 옛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자신이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다는 말에 토와도 먼지가 덜 쌓이는 기분이라고 말을 해준다. 아무래도 제 말에 맞춰주는 듯한 말이었다. 그리고 호타루마츠리 소원은 들어지고 있는 기분이라기에 렌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단지 “저도요.”라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물어본다면 토와도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고 숨기진 않겠지만 조금 쑥쓰러운 탓이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는 말에 따라가니 호타루마츠리를 위한 특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어제는 왜 못봤을까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이라도 봐서 다행일까?
“토와 선배는 뭘 고를 생각이세요? 저는…. 반딧불이로 하려고요. 그게 제일 메인 아이스크림인 것 같고요.”
"...그렇게 원한다면 같이는 가 드릴게요" "몰려다니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사이카와 씨가 갑자기 쑥 들어오니까 당혹스러웠을 뿐이거든요." 물론 등불을 띄우는 건 토와도 조금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사실... 외롭게에서 이어지는 말이 조금은 신경쓰이기도 했고요. 거짓말이나 농담이라곤 해도...
"어쩔 순 없네요." 한숨을 쉬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등불을 파는 곳 쪽으로 발을 멏 걸음 옮겨서 미즈미와 가까워지려 합니다.
"등불은 어떤 걸 고르실 건가요?" 등불이 바다바람에 확 꺼지면 곤란하고. 그렇다고 많이 멀어지기도 전에 다 타버리는 것도 곤란하니까요.라는 말을 하면서 드불이나 종이배 종류를 골라보자고 하네요.
"종이배는 이게 가장 튼튼해 보이긴 한데. 말이지요." 균형이 잘 잡혀있어보인다고도 하네요. 멀리 가지도 못했는데 디집히면 그것도...
아미카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올리는 동작을 했다. 물론 띄울 생각은 크게 없었지만 구경하는 것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좀 덥긴 했어요~."
아미카는 손부채를 휘두르며 말했다. 뜨거운걸 별로 안좋아하는 아미카 입장에선 조금 힘들긴 했다. 아미카와 테츠야는 해변가로 걸어내려갔다. 어느새 해는 거의 졌고 어두운 하늘이 보였다. 해변가에 가까워질수록 뭔가 밝은게 보이는 것 같았다. 아미카는 햇볕도 안비추는데 눈 위에 손을 대고 그늘을 만들어 지켜봤다.
"그런가요... 다행일까요?" 어떤 소원을 빌었다고 하여도 그것을 이루는 건 본인 하기에 따른 것이라고도 생각하니까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아. 저기 있네요." 처음에는 반딧불 토핑이 있는 밤하늘 은하수같은 맛을 먹었고.. 다음에는 뭘 먹어볼까?
"반딧불이도 좋고..." 저는 다른 맛으로 고르려고요. 라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같은 맛이면 숟가락으로 떠서 맛을 보는 건 안되니까요.
"그래도 저 새카만 건 좀.. 그렇죠." 입 안을 새카맣게 물들이는 아이스크림이라니. 물론 어둠 속에서 눈만 빛나고 입 속까지 새카맣다면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토와는 반딧불이를 토핑으로 추가한 녹차에 가까운 맛을 고릅니다. 쌉싸름하면서도 달달한 것이.. 아주 좋네요.
시기는 방학이다. 학기중 평일에는 학교에서 수업이라도 들으니 좀 낫지만, 언제나 바쁘게 무언가에 열중하던 생활을 버려두고 할 일 없이 이렇게 덩그러니 남아 있는 휴일은 아직까지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가미즈미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타츠미야 씨는 여전하게 백수고, 별달리 학업에 열중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다―물론 수업 때 하는 만큼은 착실하게 따라간다― 남들 다 하는 아르바이트도 안 한다. 잠도 이미 지겨울 만큼이나 푹 자서 늦은 시간임에도 그다지 피로가 느껴지지도 않고, 주변 친구들은 앞에서 말한 갓생 프로젝트로 바빠 시간이 안 된단다. 이 말인즉, 그에게는 이미 다 둘러봐서 관광 마친 마츠리에 기웃거리기 말고는 할일이 그다지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여 시점은 현재, 해가 지고 객도 끊기어 사뭇 으슥해진 산길에 덩그러니 놓인 소년 뿐이다. 이곳이 조용하고 경치도 좋으니 사색하기엔 좋아서다. 내리막길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조성해놓은 계단 위에 앉아 무릎 위에 팔 괴고는 밤하늘만 이리저리 눈으로 좇는다. 그나마 반딧불이 날아다니니 눈요깃거리는 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신은 여름 밤 숲 한가운데에 앉아 있어도 모기 밥 취급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이라 생물이 아닌 별개의 것으로 취급받는지 물고기 피는 당기지 않는다는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가로운 상황에 이런 잡생각까지 드는데, 으음, 이렇게 죽치고 앉아있어봤자 한가한 건 달라지지 않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을 마친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고요한 산 속에 어울리지 않는 청색광이 빛을 발한다. 푸른빛을 보고 이끌린 날벌레―반딧불이 서식지에서 이러지 맙시다―들을 귀찮다는 듯 물려내고 무엇을 하려는가 하니, 폰을 가로로 눕히고 아이콘 하나를 터치한다. 게임사 로고가 스쳐 지나가고 보인 것은…… 귀엽고 멋지게 의인화된 쿠키 캐릭터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세상 적응이고, 그는 게임에 약하니 계발이고 개발인 것은 틀리지 않지만 아닌 밤중에 쿠키런은 아니지 않나? 그러나 그것을 지적해줄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앞으로 찾아올 손님에게도 그런 감성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소원을 빌든 본인 하기에달렸다는 그 말에 왠지 렌은 쑥쓰러움을 느껴 뺨을 긁적였다. 공감하는 바도 있어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이스크림은 꽤나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어떤 맛일지 궁금한 것도 있어서 조금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했고. 그러다 토와가 저 새까만 것이라고 말하기에 렌이 작게 웃었다.
"블랙소르베인가요. 까만 색하곤 다르게 상큼한 레몬맛이 나는데, 먹고나면 입 안이 까매지는 게 단점이죠."
렌은 토와가 녹차맛 아이스크림에 반딧불이 토핑이 올라간 아이스크림을 고르자 계산했다. 아이스크림은 금방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담은 컵과 스푼을 받은 뒤 렌은 자신의 몫을 한 입 떠 먹었다. 뭔가 달콤하면서도 슈팅스타 느낌이 나듯 톡톡 튀는 반딧불이 토핑에 렌은 꽤 맛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