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문이 넓다고 해야할까요..." "많은 게 다르긴 하더라고요." 외국의 이야기도 있지만 다른 존재에 대한 이야기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을 선에서 섞여 있군요.
"하긴.. 청룡 반지도 상품으로 땄으면 더 기쁘긴 했겠지요.." 사기로 결정했어도 아주 조금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토와주는 소원권이 아쉽긴 했을까? 상품이랑 사는 거랑은 다르긴 하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라.." 음료제조하는 걸 외우는 게 어려운가? 싶은 생각을 하지만 그럴수도 있겠다고 다시 생각하는 토와입니다. 토와도 레시피만 외우면 할 수 있어..! 경기를 일으키는 것에 농담을 한 본의는 충분히 충족시킨 것 같습니다. 아마 적극적으로 먹자고 했으면 아마 토와 쪽에서 빼지 않았을까?
"사주신다면 감사하죠." 그럼 저는 수박 주스로.. 라고 말합니다. 애플수박의 속을 파서 갈아서 수박 껍질 안에 담아주는 게 은근히 분위기를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느낌? 그렇게 만들어지는 걸 봅니다.
"저기가..." 확실히 좋아보이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자리에 앉습니다. 삼삼오오 모이거나. 둘이서 모이거나.. 하는 자리들을 보니. 지금이 딱 좋은 시기로군요. 토와는 앉아서 등불이 본격적으로 뜨기 전에 음식을 하나쯤 집어먹었으려나?
어느 순간 툭툭 팔을 건드리자. 고개를 돌려 마이리를 바라보는 토와입니다. 왜 그러는 건지 모른다는 듯한 의문은 표정에 옅게 드러났지만?
"라푼젤이라...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언뜻 장면을 본 기억은 나네요" 그게 떠오른 것인가? 하지만 토와주는 기억이 안나니 찾아보고 온 것. 그리고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런 의미요?" 모르는 건가? 생각해보면 토와가 알 것인가. 모를 것인가를 생각하자면 모른다가 조금 더 우세하지 않을까? 고개를 갸웃하고는 바다를 응시합니다. 등불이 떠돌고 배의 빛이 넘실거리니까 마치 바다에 반딧불이들이 무리지은 것 같이도 보입니다. 마치 바다로 ㄷ다라오라는 것처럼... 너무 오래 바다를 바라보면 안 좋아요. 그래도 하루 정도는 가롷게 바라봐도 좋을 겁니다.
으음 슬퍼라.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아쉽다는 듯 말하고는 소년을 따라 샘물에 손을 뻗으려 했다. 성실한 이들을 놀리는 것은 어찌 이리도 즐겁게 느껴지는 것인지 자기 스스로도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녀에겐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녀는 소년을 따라하는 것처럼 바가지를 들고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물을 퍼 올렸다. 샘물이 담겨있는 바가지에 손이 닿자 손끝에서부터 핏줄을 타고 올라오는 강인한 기운에 그만 놀라 들었던 바가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기에 스스로도 적잖이 당황한 듯 미소를 내비치던 그녀는 이내 소년에게 변명이라도 하는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하핫, 신에게 미움 받은 모양이네요. 다른 신의 향이 나서 그러는 걸까요?”
바가지를 주워 가지런히 정리해둔 후에 그녀는 저편에 있는 나가는 길을 가르킨 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는 몰랐던 일이라서 지금은 조금 놀라고 있는 참이지만, 뭐 그렇지요? 신에게 선택받은 혈통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자랑할만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저 초원의 목초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그만인 것. 아핫!! 아핫하하핫!!! 그런 점에서는 제가 키라키라짱에 대한 것을 제대로 봤던 것 같기도 하네요.”
커다란 욕심도 없이 커다란 책임감도 없이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그러해야만 한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빠져서는 앞을 보지 못하는 모습은, 전혀 아름답지 않으니까. 자신이 만나러 갈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자연을 지키는 것은 좋은 일이죠. 봄에 봤던 그 축제도 대단히 인상깊었답니다. 에에, 정말로 본가의 꽃놀이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바가지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그 모습에 아키라는 어?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당황한 표정까지 그대로 눈에 비친만큼 그녀의 변명보다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에 그는 집중했다. 애초에 저것은 그냥 물일 뿐이었다. 물론 아키라는 느끼지 못하는 고위신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지만. 아무튼 아키라에게 있어서는 그저 물일 뿐이었다. 특별히 말을 하진 않으며 말 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작게 숨을 내쉰 후 살며시 앞을 바라보며, 정확히는 나가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지럽거나 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얘기해요. 불편하거나 민폐라던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으니까요."
모르는 이건, 아는 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모르는 척 하기 힘들 뿐이었다. 물론 상대가 손을 거부한다면 그 또한 상대의 선택이었으니 그것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문제가 있으면 도와줄 수 있다라는 말을 할 뿐.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가볍게 발에 채이는 작은 돌맹이가 방해가 되지 않게 발로 차며 나아가면 어느덧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동굴의 공기와는 다른, 다시 숲의 공기가 살며시 느껴졌을 것이다.
"한번 정도는 카미야 씨가 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네요. 지금 물어보면 답해줄 수 있을까요?"
제대로 봤다. 적어도 그녀가 상상하고 있던 이미지와 자신의 이미지가 적중한단 의미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까.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는 듯, 그렇게 물으며 그는 따라오라는 듯, 천천히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갔다.
"사쿠라마츠리 말인가요? 그건...뭐, 저희 집안에서 하는 것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있던 꽃놀이 같은 거지만. 확실히 예쁘죠. 분홍색 눈이 있다면 그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요. 본가의 꽃놀이라. 카미야 씨의 본가의 꽃놀이는 어떤 느낌인가요? 거기도 분홍색 눈이 내릴 정도로 화사한가요? 뭐랄까. 카미야 씨는 눈이 상당히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런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더더욱."
물론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렇게 흔한 기회는 아니지 않겠는가.
상대방은 별 생각 없는데 본인이 설레발을 친 꼴이지만, 그는 딱히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넵, 그런 겁니다."하며 영문 모를 소리로 대충 굳혀버린 것이다. 그런 것보다는 불빛이 예쁘니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등불은 파도 물결에 맞추어 이리저리 흔들리고, 울렁이는 물 위에서 빛을 너울댄다. 수평선과 밤하늘의 경계가 흐리다. 수면을 둥둥 떠다니는 등불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가 중얼거린다. 대답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옆의 기색은 신경쓰지 않는다.
"역시 좋습니다, 축제라는 건. 특히나 이런 잔잔한 축제는 운치도 있고. 이곳의 신은 틀림없이 흡만하실 듯합니다."
마츠리는 결국 신을 향한 경외와 감사의 제인 동시 인간의 휴양을 위한 것. 그가 이 축제의 주인은 아니나 이번 호타루마츠리는 신으로서의 그와 인간으로서의 그가 보기에 둘 모두 챙기기엔 충분하니, 제법 호언으로 칭찬하는 말이다. 그가 다시 고개 돌려 토와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중 멀리서 일렁이는 불빛을 반쯤 등진 얼굴이, 보기 좋게 눈웃음을 짓는다.
"처음 장담한 만치는 즐겼습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약속 어긴 친구가 괘씸하니 토와와 한껏 재미나게 놀아야겠다는 그 소리다. 결국 장담한 만큼 성공했으니 이만하면 즐거웠고.
"그런 거지요.." 등불이 날아오르는 것 같고 반딧불이를 홀릴 만치는... 됩니다. 진짜 홀린다면 하얀 나비가 바닷물에 절어버리는 것처럼 끝은 참으로 비참하겠다만은.
"신이라... 그렇겠지요?" 조금 미묘한 말투이기는 하지만. 신이 흠향하기에 좋아보인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야. 이정도로 괜찮은 마츠리는 드무니까요. 마츠리의 본질이라던가 그런 것까지 들어가지는 않아도..
"그럼 손을 얹어주실 수 있나요?" 가볍게 손을 내미는 토와입니다. 당신은 어떠냐는 질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아직 남은 하나를 즐기자는 말이었으니. 파고들면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는 말이겠지요. 등불이 넘실거리는 바다 위에서 포크댄스를 추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밤바다가 낳은 아지랑이가 신기루를 모아서 그리 보일지도 모릅니다.
"운동신경은 나쁘지 않지만. 모래나 물 위에서 춤춰보는 건 처음이라서 발은 알아서 잘 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사실 조금 불안해하고는 있습니다. 발을 콱 밟으면 곤란하다고요. 아무리 가냘파 보이는 분위기라고는 해도 기본 키가 있으니 몸무게가 어쩔 수 없다고요?
너는 부끄럽다는 듯이 대답했으나, 내 벼려진 오감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너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래,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좋다는 말은 잔뜩, 예쁘다는 말도 잔뜩 해야한다. 평소보다 신경써서 온 모습이 마음에 들어차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러려고 만나걸요. 데이트 신청을 받고 곰곰히 생각했는데, 전 뭘 하든 좋을 것 같아요."
이것은 참말이었다. 나는 너랑 반딧불 보는 것도 좋고, 등불 보는 것도 좋고, 포크댄스라는 그 괴상한 춤을 추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네가 나를 끄는대로 따라가 몸을 밀착했다. 그 다 드러난 목선과 어깨에 닿을 듯 가까워지니 향이 더 짙어지는 듯했다. 코끝을 맴도는 향이 침샘을 자극하기라도 한 모양인가. 나는 침을 삼키며 길다란 혀를 목구멍속으로 잘 갈무리했다. 그렇지, 인간이 된 나는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되었으므로, 인내가 나의 천명인듯 굴어야했다. 오로지 잘 조리되어 나온 요리만이 나의 식량이지 야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냥을 해서는 결단코...
"기억할게요."
묘하게 차분한 어투가 성대부터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내가 신일적의 습관을 제대로 숨기지 못해서인듯 했으나 이정도는 문제가 없으리라. 너를 지켜보는 내 눈은 물밑에서 집요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잘 눈에 담아놓아야하지 않겠는가. 나는 혀를 쩝쩝거리며 걸음을 달리하였다.
어두우나 군데군데 불빛으로 길을 낸 동굴을 향하다 커다란 동공에 신성한 샘 하나가 나온다. 나는 그 모습에 매료되었는데, 고강한 힘을 추구하는 것은 미적인 감상보다는 다만 생존 본능에 가까울터이다. 나는 몸을 쭈그려 샘으로 손을 뻗었다. 찰퍽거리는 물은 낯익은듯 낯설다. 바짝 마르는 목을 한 번 축이고는 넋 잃고 샘을 보았다. 나는 언제쯤 이런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언제쯤 인간들과 섞일 수 있을까? 나는 요즘도 그 거대한 간극을 넘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조금 초조해져서였을까, 나는 스즈, 너에게 손짓하며 너를 불러세운다.
"이 샘을 잘 봐요. 분명 특별한 물일 거예요. 마시면 건강도 좋아질걸요? 왜요, 육각수? 그런 것도 있잖아요. 비슷한 걸거예요."
//답레와 갱신~~~ 시간이 쬐끔 촉박해서 나중에 정 안되면 썰 형식으로 풀어도 나는 괜찮을 것 같아
가볍게 응수하고는 토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손은 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다음 말을 들으니 이유를 알겠다. "참, 깜빡하고 넘어갈 뻔했습니다." 그는 손을 들어 토와의 손 위에 살며시 얹는다. 아른거리는 불빛으로부터 눈을 떼고 다시 일어나 모래땅을 밟고 빈 곳을 찾아 자리잡는다. 사람 둘이 충분히 움직이고도 남을 공간을 확인하고서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꼭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속삭이는데.
"이쯤에서 언명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윽고 그가 햇살처럼 환히 웃으며 말했다.
"저는 춤을 못 춥니다! 빙글빙글 도는 것밖에 모른답니다."
그리고 이 말만은 장난이 아니다. 생전 춤춰볼 일이 있었어야 기술이 느는 법이다. "그러니까 토와 씨야말로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어쩌면 저희, 춤이 끝나면 원수가 되어 있을지도." 살벌한 말을 하지만 그만큼 제 쪽에서도 책잡지 않을 거란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조금 들뜬 기색으로 씩씩하게 외쳤다.
"자, 갑니다!"
분명히 춤을 추는 분위기여야 하는데, 한 수 받으라 소리치는 제자처럼 도장에서나 볼 법한 소리를 한다. 그가 먼저 첫발을 떼고 박자를 세기 시작한다.
"어쩐지.. 다시 가보고 싶어지네요" 엔은 오늘은 혼자서 샘에 다시 가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느낀 것은 무언가가 건드려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갔을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면 곤란하겠네요.." 그래도 그러지 않을 거라는 근거는 없지만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익숙함의 차이여서 그런 걸까요? 조그만 페트병에 담긴 물을 가벼운 바람막이의 주머니에 넣고는 등산을 해서 개방된 샘에 간단한 예를 올리고는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 지키고 있는 샘을 바라보기 전에 그 옆의 신사를 좀 탐방하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세이 씨? 세이 씨도 신사라던가. 샘을 보러 오신 겁니까?" 반갑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려 합니다. 얼굴을 약간 가릴 만한 캡을 눌러쓴 토와였으니. 조금 낯선 모습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못 알아보기에는 해가 져가는 하늘 아래에서도 녹색은 반짝이고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