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은 매일 알려준다는 그 말에 웃는다. 코로리의 말에는 무슨 힘이라도 있는 건지 듣기만해도 웃음이 나서 큰일이다. 문자로든 전화로든 코로리의 말이 전달된다면 아무래도 계속 웃음이 날 것 같았다. 익숙해지지 않겠다는 그 말도 고맙게 다가온다. 온 몸으로 자신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이 신이 렌은 한없이 기껍다.
렌은 코로리가 한 말에 쑥쓰러운 듯 눈을 깜빡이다 작게 웃는다. 이 신님 정말 좋아한다고 표현한 이후부터 빠꾸가 없다. 계속 직진이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해서 사랑스럽다.
렌은 선향불꽃을 다른 손으로 옮기고 코로리와 가까이 있는 쪽의 손을 들어 조금 흐트러진 코로리의 머리카락을 조금 정리해주려고 했다. 붉은 모란 꽃장식에 얽혀있는 검은 실들을 조금 걷어내며 말한다.
“제 눈에는 코로리 씨가 더 예쁜데.”
렌도 조금 얼굴이 붉어진다. 어째 불꽃은 제대로 보지 않고 서로서로만 보는 느낌이다. 뻘쭘해진 불꽃은 사르르 사라지고 렌은 뺨을 긁적이다가 뼈만 남은 불꽃들을 정리한 뒤 코로리에게 손을 내민다.
“이제…. 춤 추러 가실까요, 공주님?”
낯간지러운 말을 잘도 꺼낸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안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코로리가 손을 잡는다면 벤치에서 일어나 이번에는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것이었다.
조금이지만 부끄러웠다. 그래서 일부러 더 내숭을 부렸다. 스즈는 즐겁다는듯이 웃으면서 그렇지 않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아타리마에쟝~'하고 말하고 있었다. 먼저 데이트를 요청했다. 그게 무슨 뜻이었느냐면, 오늘의 스즈는 정말 준비 만전이라는 뜻이었다. 완전히 못을 박고 꼬시기 위해서 정말 정말 제대로 준비하고 왔다. 머리색을 고려해서 옷의 색을 생각했고 너무 화려하진 않은 것으로 골랐다. 축제인만큼 조금은 더 수수해보이면 좋을까 싶어 여기저기 꽁꽁 싸매서 잔뜩 가렸지만 동시에 목선을 드러내고 어깨를 살짝 드러내서 아찔한 모습까지 챙기고 거기에 향수까지 뿌려 더욱 더 머릿 속을 헤집어 놓을 생각이었다. 평소보다 더 웃고, 더 대담하고, 더 발칙하게. 그게 오늘의 준비였다.
" 그으래~? 나랑 하는건 다 좋다구? "
그게 뭐야~ 하면서 웃은 스즈는 살짝 주먹을 말아쥐고 톡톡톡 하고 미즈미의 어깨를 쳤다. 눈썰미가 좋다고 했다. 스즈는 그 말에도 속으로는 '하? 아타리마에쟝!' 하고 생각했다. 데이트 준비라는 것은 내 준비만 끝낼 것이 아니고 상대가 평소와 무엇이 다르고 얼마나 신경썼는지를 알아채 주는 것도 포함이다. 스즈는 그럼 뭘 할까~ 하고 중얼거리며 팔짱을 끼고있던 미즈미의 팔을 자기 품 안에 꾸욱- 하고 끌어안았다.
" 원래 이런건 데이트 신청한 사람이 생각해야 하는거니까~ "
샘을 보고 그 다음은 반딧불이다. 벌레는 싫어하지만 벌레가 아닌 예쁜 빛이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즈는 다음건 다음에 생각하고 우선 샘으로 가자며 발걸음을 조금 재촉했다. 하나하나 전부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움직인다. 데이트라는건 이런것이다. 여자아이는 원래 이런 것이다. 스즈는 자신과 하는 모든 것이 즐겁단 말에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한 발 앞질러 나가곤 뒤를 돌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미즈미를 바라보았다.
" 그럼 오늘의 내 모습을 잘 기억해줘야한다? "
그리곤 가만히 눈을 마주보았다. 밝은 머리색과 매칭되는 후리소데. 살짝 미소짓고있는 입가에 또렷히 바라보는 눈동자. 수수해 보이도록 꽁꽁 싸매고 있으면서 도발적으로 드러낸 목선과 어깨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뿌린 향수까지. 스즈는 아무 말 없이 그리 바라보다가 다시 옆자리로 돌아왔다.
>>901 ㅋㅋㅋㅋㅋㅋ털날리는 집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코로리는 멧밭쥐해서 털을 조금 줄이자…..
>>903 기숙사생도 작은 화분 키울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사할 때나 방 옮길 때 번거롭긴 하지? 식물은 지식으로만 아는 토와씨~
>>904 코로리가 도시락 싸려고 하면 도와주는거야? ㅋㅋㅋㅋㅋ 뭔가 귀엽다~ 남매 캐미 너무 귀여워~~
>>905 맞아 무언가를 키운다는 건 정말 관심이 많이 필요한 것이니까. 6개월을 못가는 구만~~ 식물 키우는 거 어려워~~
스즈주 이사…. 이사 정말 힘들지 고생했어~~!!!
>>912 ㅋㅋㅋㅋㅋ 말장난 두번째 일상 때 나왔었지. 코로리 자각 못하는 거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도 너무 즐거웠으니까 오케이야. 그런데 코로리 아파하는 것 보니까 내 마음도 아파서…윽… 그런데 코로리가 옆에서 비키니라도 입고 있으면 제 옷 벗어서 입혀놓으려고 할 것 같은데. 싫다고 하면 팔 안 넣은 채로 그냥 지퍼 올려버리기.
렌은 식물이나 동물같은 것은 손이 많이 가기도 하고 끝까지 돌봐 줄 자신이 없어서 안 키운대. 그런데 집에 고양이 사료 한 봉은 있는데 집 근처에 고양이가 집에 찾아와서 야옹 울면 퍼서 주기도 하고. 그렇게 찾아오는 고양이가 5마리…(…)
>>918 렌의 작은 습관…. 민망하거나 부끄럽거나 할 때 뺨을 긁적이거나 뒷목을 매만지거나 머리카락 만진다거나 하는 것이 있지. 레일 앞에 설 때 목을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까닥이고 서는 루틴이 있어.
하루에 있었던 얘기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얘기하긴 하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것 같다. 아, 다른 얘기였나. 뭐,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그냥 사격 결과를 본다. 이번엔 크게 빗나가버려서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에 반해 상대방은 하나 쓰러뜨렸다. 이젠 동률이네.
.dice 1 100. = 68 70이상시 쓰러짐
이젠 명사수가 아니면 가망성이 없기에 대충대충 쏘기로 마음 먹었다. 인형이나 정 안되면 저 싸구려 사탕이라도 가져가야지. 하나는 맞췄으니까 말이야.
" 전국 단위라니 대단한데요? "
우리 학교에서 1등이어도 전국에선 그렇게 석차를 찍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 과학은 어쩔 수 없이 공부했었고 나머지는 등한시하는 나에게는 까마득하다고 할까. 애초에 그렇게 공부를 할 수 있다는게 대단한거다.
" 편한대로 불러주세요. "
우리 쌍둥이를 둘 다 알고 있는 사람은 ~군이나 ~양을 붙여서 부르던가 아예 이름을 부르곤 했다. 요비스테라곤 해도 두 명을 구분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나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 그런 동굴 안에 크게 샘이 있다니. 거기에 평소에는 개방되지 않는 곳이라 그런가 되게 맑기도 하더라구요. "
코로리는 원래 머리 만져주는 걸 좋아했다! 손으로 머리카락 얼기설기 쓸어내리는 것이나, 빗으로 사락사락 빗는 것도 좋아했다. 불안하다든지 초조할 때마다 그러는 버릇이 있을 정도로. 그래서 렌이 머리카락을 조금 정리해주면, 꽃 장식에 얽힌 머리카락들을 걷으며 정리해주면서 그런 말을 하면 렌과 맞추고 있는 눈을 꾸욱 감아버렸다. 아까, 아까 렌의 손이 머리 위에 닿아 토닥일 때는 아팠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서 못 견디겠더라.
"거울 못 봐서 그래ー"
누가 누구한테 예쁘대! 방금 웃은 걸 찍었어야 했어. 찍어서 보여줄 걸! 다시 눈 떴을 때 작은 불꽃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었다. 제일 예쁘다한 사람의 옆자리에 있으니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코로리는 렌이 내민 손을 보면 바로 답싹 잡아버린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미 손을 잡은 후에 들었다.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할 줄 알았다면 답싹 잡지는 못 했을 것 같은데 이미 늦었다. 귀 끝 빨갛게 붉히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무도회장이라고 말했던 것 때문이려나 싶어, 코로리가 공주님이라면 렌에게는 왕자님, 기사님… 말 못해! 부끄러워 말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 렌 앞에서 마음 먹은대로 된 적이 있었나 싶다. 숨기려고 한 건 다 말해버렸는데 지금도 똑같다.
"…렌 씨는 왕자님이야, 기사님이야?"
우물쭈물 물어보는 목소리가 작다.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로 향하는 중이라 여전히 들리는 노랫소리 위로 사람들 소리도 점점 커지는데, 목소리는 작기만 하다. 크게 물어볼 수 있을 리 없다!
"그랬을 지도 모르겠네요" 애초에 가족 사이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까지 알지도 모르니까요..
"전국 단위라고 해도.. 한 해에 열에서 스물정도는 있으니까요.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지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토와지만, 사실 전국의 학생 중에서 20위 미만이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긴 하죠. 본인은 그다지.. 라고 하지만.
"그러면 코세이 씨. 정도로 부르겠네요." 고개를 끄덕인 토와는 그렇게 말한 뒤, 맑았다라는 말을 하는 코세이에게 그랬다고 말하려 합니다.
"물이 맑고.. 마실 만하더라고요." 당시 상황을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어째서 답답하거나.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걸까요..." 의문을 가진 듯한 말을 무심코 하면서 느릿하게 총을 쏘고 쓰러진 것을 알아차립니다. 아 하나 쓰러뜨렸다. 이제부터 다 쓰러뜨리면 얻을 순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었으니. 대충 몇 발 쏘고는 그만두려 합니다.
>>938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되게 재밌는 생각난게... 싸해진 요조라랑 안경 벗고 머리 까매진 코세이랑 한 자리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뭔진 몰라도 분위기 세상 끝장나겠다 살벌 그자체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부르고 등따시니 별 생각을 다하네~ ㅋㅋㅋㅋㅋㅋㅋ
렌은 눈을 꾹 감아버리며 항변하는 코로리의 모습에 웃음을 꾹 참았다. 그리곤…. 부끄러워 하는 것 같으니까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 같지? 렌은 속으로 웃음을 흘리며 코로리와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들어간다. 그 와중에 코로리가 하는 말에 대답도 한다. 코로리가 아주 작은 말로 말하더라도 렌은 아마 다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온 신경이 코로리에게 집중되어 있을 터였으니까.
“…기사님이 좋을 것 같아요. 지켜주고 싶으니까.”
인간이 신을 지킨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제가 보니 신도 고민하고 놀라고 아프고 슬프고 눈물짓는 매우 인간적인 존재였다. 아프지 않게 지켜주고 싶었다. 신이 혼자 완전한 존재라면 신관이나 신도는 왜 필요하겠는가.
사람들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한쪽 손은 잡고 한쪽 손은 등이나 어깨에 댄 채 빙글빙글 돌며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다가 여자 쪽이 빙글 돌고 그러는 단순 동작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렌은 숨을 딱 참고 코로리의 팔 아래로 손을 넣어 그 등을 감쌌다. 너무 가까운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심장이 쿵쿵 뛰었지만 다른 이들도 다 하는데 자신이 못할 게 어디있겠는가. 코로리가 제 어깨 위에 손을 얹으면 조금씩 다른 이들을 따라 몸을 움직일 것이었다.
>>942 일단 그 날 상태 보고~~~ 내가 일정이 정확한 편이 아니라~~!!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꼭 참여할 거니까!!!!!
싸해진 요조라랑 안경 벗고 까매진 코세이랑 한 자리에 있으면 렌렌코로리가 쭈굴하고 있을 거야. …. 그거밖에 생각이 안난다 ㅋㅋㅋㅋㅋ
>>945 나도 우리 렌이 좋아해줘서 고맙구….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야지 ㅋㅋㅋㅋ 그 와중에 선생님은 못사귄다고 하니까 하지말라고 하는 거 귀여웠어~ 응 지퍼행~~(지퍼 채우기) 코로리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입을텐데 금새 구명조끼 가져와서 위험하다고 입혀버리기.(…) 남들 시선보다 코로리가 먼저니까(?) 닳는다니 ㅋㅋㅋㅋㅋㅋ 엄청 만져대기는 했지(?) 나중에 수영 시합하는 거 보러 오는 일상 하면 되지.
전국에 학생이 몇명인데 그 안에서 두자릿수 석차 안에 드는건 대단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지금 저기서 우리의 사격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계시는 노점 사장님에게도 물어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테니까. 이번에 쏜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인형을 지나가버렸다. 이젠 가망이 없네.
아키라: 서기군. 혹시 토요일에 시간 돼? 서기군: 되는데요.. 그건 왜요? 아키라: 나랑 같이 영화 보러 가는 게 어떤가요? 무려 4DX라고요. 유메: 안 돼. 아키라: 어째서? 유메: 그 날 서기군은 약속이 있을 거야. 나.랑. 아키라: 서기군: 저 아직 간다고 대답 안 했거든요…. 코로리: 풋사과 씨! 아무것도 안했는데 혼나는 경우는 없지? 토와: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코로리: 아 다행이다~ 나 숙제 하나도 안했는걸! 토와: [잘생겼/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르시스트형 마사히로: 아 제가 좀ㅎ
겸손형 렌: 제가요? 에이ㅎㅎ 아녜요~
뭐지형 테츠야: ? 감사합니다!!! 마히루: 요조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요조라: 좋은...소식부터... 마히루: 네가 잃어버렸다던 그 시계 찾았어 요조라: 응? 진짜야? 나쁜 소식은? 마히루: 세탁기에서 조각조각난 채로. 요조라: 타이요: 주말에 뭐하실 겁니까?? 카루타: 글쎄, 바다나 가볼까 합디다. 타이요: 오, 누구랑 말입니까? 카루타: 미정이네요 타이요: ? 미정이가 누구입니까? 전혀 들어본 적 없었습니다만.. 카루타: (진심인가) [배달의 민족 리뷰] 츠무기: 세세하게 좋았던점 안좋았던점 적고 감사인사까지 빼놓지 않음. 별점은 3점 주려다 미안해서 4점 줌 토와: 말 없이 별점만 줌 테츠야: 리뷰 맨 앞에 'TRPG부 부장 후지모리입니다' 꼭 붙임 마이리: [맛있으면 울리는 사이렌] 에에에에에엥ㅔ에ㅔㅔ에에에엥에엥
해변가에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 서면, 렌의 손이 등 뒤에 닿는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 같아서 조금 움찔거린 코로리는, 렌을 따라해야 하나 싶었다. 똑같이 렌의 등을 감싸려는 듯이 팔을 뻗어보니 모양이 이상하다. 렌이 이미 제 팔 아래로 손을 넣어서, 코로리가 렌의 팔 아래로 손을 집어넣을 수가 없다. 눈 바빠질 시간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양을 바라보았다. 한 쪽이 상대방의 등을 받쳐주면, 다른 한 쪽은 상대방에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코로리는 민망함을 느끼면서 렌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얹었다고도 못할 만큼 힘을 주지 못하고, 손가락 끝이나 겨우 닿은 듯 싶다. 등 뒤에 있는 렌의 손만으로도 충분히 민망해, 부끄러, 못 닿아!
"…잘 부탁해요, 기사님."
목소리는 더욱이 작아졌다. 이렇게나 거리가 가까우니까 들리지 않을 리는 없겠지만. 렌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코로리는 정말 말했던 대로 고개 숙여 렌의 발을 바라보았다. 밟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남들 하는 것 컨닝하기도 바쁘고 렌이 움직이는 것에 맞춰 움직이기도 바쁘다. 그런 와중에 원피스 자락이 움직임에 따라 팔랑거려서 렌의 발을 가리고는 했다. 그래서 아무리 고개 숙이고 있어도, 렌의 발이 안 보이고는 해서 밟을 것만 같았다. 렌이 정말 솜씨좋게 피할 수 있더라면 밟는 일은 없겠지만.
사실 그의 말을 '멋지다'라는 간단한 단어로 일축하기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뭐, 솔직한 감상으로 그가 좋은 차기 당주감이라던가, 시미즈 가문이 지금까지 지역 유지로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마음가짐이었기 때문이었을것 같다던가. 그렇다고 직접 말해버리기엔 너무 부담이 될 것 같아 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저도... 굳이 따지면 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
하늘을 살짝 쳐다보며 말했다. 빼곡하게 별이 들어찬 하늘이었지만 신들이 거주할만한 공간 정도는 있지 않을까. 우주인데 말야. 나는 다시 고개를 원위치하고 시미즈씨를 따라 길을 걷기 시작했다.
" 아, 잠시만요. 아메링고를 사 와 달라고 부탁 받아서요. "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갓 만든 아메링고를 사다주고 싶었지만, 시간을 보아하니 산길을 갔다 오면 가게가 이미 문을 닫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서둘러 다녀왔다. 축제 때마다 같은 사람이 오는지 낯이 익은 가게 아주머니께 링고아메 6개를 주문했다. 마침 남아 있는 링고아메가 딱 6개였다. 나는 봉지에 든 링고아메를 하나 꺼내 회장께 내밀었다.
" 하나 드세요. "
마지막 떨이인 것 같아서 6개 다 사드렸는데, 우리 집 가족은 5명이지 뭐에요. 그렇게 덧붙이며 다시 길을 재촉했다. 사실 그가 거절한다 해도 다시 봉지에 집어넣고 나중에 먹어도 상관은 없었다.
렌은 잘 부탁한다는 코로리의 말에 작게 웃었다. 이렇게 또 별명이 하나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리에게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었다. 그저 코로리가 불러주는 것으로 충분했으니까.
렌은 아무래도 운동을 많이 했던 터라 몸을 쓰는 일이면 어느정도 곧잘 해내어서 어설프더라도 그래도 남들을 따라 움직일 수 있었지만, 코로리는 말했던 대로 이리저리 눈동자가 굴러가기 바빠보였다. 그런 모습도 귀엽게 보이는 건 아무래도 제가 코로리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인가 보다.
코로리의 까만 머리꼭지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모란꽃이나 제 손에 닿는 코로리의 체온이나 모두 자신을 혼미하게 한다. 하지만 그것에 마냥 취할 수는 없는 것이 아무래도 코로리가 발을 밟을지도 모르기 때문일까. 코로리가 발을 밟는다고 해서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런 일이 있으면 코로리가 매우 미안해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최대한 발을 피해본다. 그리곤 작게 웃으며 코로리의 귓가에 속삭인다.
“내년에는 좀 더 연습해서 올까요?”
아마 연습을 하고 온다면 렌이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을 함께 볼 수 있을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반짝임들이나, 그 와중에 아주 밝게 빛나는 서로의 모습이라거나. 아름다운 노랫소리나 취할 것 같은 분위기들을.
코로리는 활짝 핀 꽃 같았고, 결국 반딧불이는 그 꽃을 차지해버리고 말았다.
/막레!!! 월요일부터 정말 수고 많았어~!! 오래 돌리느라 고생했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렌이를 좋아해주고 고백 받아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잘부탁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