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리가 의문을 표하지만 렌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살래 저을 뿐이었다. 이따가 다시 아프면 또 해주겠다는 것에 작게 웃는다.
커다란 샘 앞에 도착하자 렌은 동굴 밖에서부터 나던 물내음이 여기서 기인했구나 생각한다. 맑고 푸른 냄새에 괜히 들뜨는 기분을 느꼈다. 수영장의 소독약 냄새도 좋아했지만 역시 자연적인 바다 비린내나 강물 비린내, 물에서 나는 히끄무레한 내음들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었다. 바닥까지 비출 듯이 맑은 물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서 어느새 어두워진다. 그 광경을 보다가 문득 코로리가 손을 꼭 잡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코로리에게 묻는다.
"빨리 나갈까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샘이야 자세히 보려면 내일 또 와도 되고ㅡ사실 내일 혼자 다시 올 생각이었다ㅡ 아무래도 코로리가 동굴에 들어가는 것부터 꺼려하는 것 같았으니 더더욱 그랬다. 렌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더니 이내 코로리에게 몸을 숙여 소근소근 귓속말한다. 말에는 장난기가 조금 묻어있다.
"사실 아키라 선배, 그러니까 학생회장님이 있더라고요. 눈에 띄기 전에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샘에 가까이 왔을 때 가이드를 하느라 이쪽을 보지 않고 있던 아키라를 발견했다. 워터파크 아르바이트나 이런저런 이유로 시야가 넓은 편이라 금방 발견한 것이지만. 샘에 같이 오는 이를 기대한다고 했던가. 왠지 그 말에 부끄러워진 탓이다.
'모르는 척 해서 미안해요, 아키라 선배.'
사실 굳이 숨긴다는 것도 아니고 오래 있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불편해 하는 코로리에게 빨리 나가도 상관없다는 일종의 표현을 해준 셈이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딱 거기까지. 그들이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날 신계에 올라가서 수소문한다면 그 결말을 알 수도 있겠지만 ... 굳이 이야기의 진실을 찾아서 좋을 것은 없다. 각자가 원하는대로 생각하면 되니까. 아마 이 등불과 음악은 꽤나 오래 이어지겠지. 본격적으로 등불 놀이가 시작되고 내 말에 그녀는 날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 나는 한번도 요조라를 속여본 적은 없으니까 안심해도 좋아요. "
굳이 속일 필요도 없었고 그냥 내가 하고싶은 말을 쭉 해왔으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당당하다. 애초에 신이라고 격식 차리는 일도 별로 없으니까. 나를 모시는 사람도 없고 신사도 없는데 내가 품위를 유지한답시고 고급진 어휘를 구사할 필요도 없다. 언제나 말하지만 별은 모두의 위에서 반짝이고 있으니까, 그것들의 신인 나도 언제나 옆에 있는 것이다.
" 아 절대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도 좋아요. 그런 관계가 되면 더 불편할 뿐인걸요. "
하지만 이어진 말에 웃음이 터진 나는 재밌다는듯이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관이나 무녀 같은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신들을 보면 격식 없이 지내는 신들도 있었지만 역시 내가 보기엔 불편할뿐이었다. 애초에 날 모시는 사람이니까 어떻게든 불편해질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재밌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까보다 훨씬 많아진 등불들을 바라본다.
" 그렇다면 하나만 더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
여전히 음악은 잔잔하지만 춤을 추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무르익어간다. 요조라의 손을 잡은채로 나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이번엔 그녀를 바라보지 않고 바다쪽만 바라보면서 말했다.
>>100 아미카는 얼떨결에 남자의 손에 이끌려 군중을 해치고 동굴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신이 답답해 보였을까, 왠지 모를 박력감하고 친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왠지 자신을 어리게 보고 있는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이라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어느새 동굴 안에 있는 샘에 도착하자 아미카는 잠시 말을 못하다가 말을 꺼냈다.
"아, 저.. 감사해요..!"
동굴안에 있는 호수인지 샘인지는 어쨌든 확실히 넓었다. 그리고 확실히 장관이었다. 아미카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을 떠마실만한게 있나 찾았다.
방해하기 싫어ー 물 좋아하잖아. 동굴이 무서운 것도 아니고, 고위신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것에 껄끄러워서 금방 나가자니 렌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렌이 물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고, 샘이 궁금하기도 하다 말한 것도 기억하니까. 눈 딱 감고 동굴에 들어오기로 맘 먹은 것처럼, 이번에도 눈 딱 감고 참으면 되지 않을까 싶자니 렌의 표정이 조금 걱정스러워하는 듯하다. 걱정할 건 아니라고 눈웃음 지으려고 했는데 실패한다.
"회장님 여기 있어?!"
렌의 귓속말에 맞추어서 조그맣게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놀랐다는 건 크기가 작아도 드러난다. 마츠리에 아키라가 있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샘에 있을 줄은 몰랐다! 눈웃음은 무슨 동그랗게 뜨인다.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놀리겠다고 했었는데, 여기서는 기가 꺽여서 장난쳤다가 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안 그래도 아키라와는 만날 때마다 곧잘 투닥거려서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오늘 진짜로 용한테 잡아먹힐 지도 몰라! 코로리는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었다. 왠지 체육시간에 땡땡이 치려는 기분이 들었다. 방학 중인데다 학교도 아닌데!
"후링 씨 미안해. 빨리 나갈래ー"
회장님은 다른 날에 꼭 놀려줄테니까! 설마 샘에만 있지는 않겠지이. 시무룩한 목소리로 사과한 코로리는 동굴을 나선다기보다는 탈출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렌과 잡은 손을 꼭 쥐고있는 채 동굴을 나서려고 했는데, 잘못하면 아예 앞장서서 렌을 끌고 나가버릴 것 같다! 아마 그렇다면야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고서야 렌과 속도를 맞출 생각을 했을 것이다.
>>194 어쩔 수 없지........ 만약 이벤트 기한 내 못 한다면!!!! 모든 사람이 아키라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꿈꾸게 하는 거로 대체할게.............
갑자기 생각난건데 코로리의 사라진 설정 중에 부적판매() 라는 설정이 있었어...... 시험기간마다 불티나게 팔린다는 밤새기 부적(?)...... 학교에서 판매라니 이런설정 괜찮나 싶어서 폐기했었지~! 다른 친구들도 폐기된 설정 있으면 뭔지 궁금하다....... 궁금하다........~!
오. 밤샘 부적이라니. 그건 그거대로 확실하게 효능은 뛰어나고 인기가 많을 것 같지만... 코로리가 순수하게 그런 목적으로 팔 것 같진 않은데요! 밤새기 부적이라고 해놓고 재워버리는 거 아니에요? (흐릿) 아키라는... 그냥 정말 예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원래 초기안은 청룡신의 아들이라는 설정이었어요. 다만 지금은 폐기되었지만요.
호수가 있는 동굴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풀며 말했다. 두번 다시 봐도 정말 넓은 크기의 호수였다. 그런데 이렇게나 넓은데도 물이 더러워보이지가 않는다니 정말로 가능 한 일인걸까? 보통 맑은 물이 있는곳이라고 해도 모래쯤은 있으니 흔들리면 탁해지기 마련인데 신기하게도 여러 사람이 물을 마시려해도 그저 물은 잔잔히 그 투명함을 유지했다.
"저어기."
물을 떠마실만한 걸 찾는 눈치인 모습에 바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음.. 뭔가를 잘 찾지 못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