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리가 손을 잡자 기분이 묘했다. 생각보다 손이 작은 탓도 있었고, 자신은 이런 저런 운동 때문에ㅡ수영이라고 해도 근력운동도 병행한다ㅡ 굳은 살이 박혀있는데 코로리의 손은 아무래도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조금 불편해 보였던 코로리의 표정도 조금 나아졌으니 그래도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누군가와 손을 잡았던 것이 언제였는지. 너무 오랜만이라 간질간질 신경이 쓰였다. 제 손에서 꼼지락거리는 손이 싫다기 보다는....
어쨌든 머리를 부딪힌 건 이래저래 정신이 팔려서였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코로리를 잡은 손에도 살짝 더 힘이 들어갔을 것이었다. 렌은 조금 머리를 숙이며 코로리를 잡지 않은 손으로 부딪힌 부위를 눌렀다. 앓는 소리를 희미하게 내며 아픔을 삭이는데 코로리가 놀란 목소리로 아픔아 날아가라 하며 말을 해준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아픔보다 손을 토닥토닥 쓰다듬는 것에 신경이 쏠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벌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혼잣말 했다가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숙였던 몸을 동굴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히 피면서 조금 찡그려졌었던 표정도 펴려고 한다. 머리를 감쌌던 손을 보니 피가 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아픔이 좀 가시자 흐릿하게 미소도 지어낸다.
"...덕분에 괜찮아진 것 같아요. 피가 나거나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게 세게 부딪히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머쓱함에 다시 가자며 걸음을 옮긴다. 민망함에 잡지 않은 손은 목덜미에 머문다. 이후로는 부딪히는 일 없이 동굴을 빠져나왔을 것이었다. 그리고 아주아주 커다란, 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넓은 호수같은 샘과 맞닥뜨린다면 렌은 아마 작은 탄성을 내었을 것이었다.
신의 존재는 믿는다니. 내가 아는 요조라라면 단칼에 그런게 어딨어요? 하고 말할 줄 알았는데 의외다. 그래서 눈이 살짝 커진채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대로 손을 잡아 당겨져서 천천히 남은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길을 걸어가면서 해준 이야기는 옛날의 한 사내의 이야기였다. 신과 만나 사랑에 빠진 그가 선택한 것은 내가 지금까지 선택한 것과 정반대의 것이었다.
" 해피엔딩이네요. "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니 반딧불이 머물던 숲길은 거의 끝나가고 어느새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해안가에 와있었다. 등불의 준비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바다 위엔 등불이 아직 떠있지 않았지만 돌아다니는 인원을 보니 그 준비는 거의 끝난 것 같았다. 이윽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바다 위엔 등불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었다. 마치 바다 위를 날아가니는 반딧불이처럼 등불들은 파도를 따라 넘실거리며 그 수를 더해가고 있었다.
"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했죠? "
모여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짝을 짓기 시작했다. 연인은 연인끼리, 부부는 부부끼리, 어린 아이와 손을 잡은 부모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서로 부딪힐 것 같기도 했지만 워낙 넓은 해안가라 솜씨 좋게 충돌을 피하며 춤을 추는 그들을 바라보았다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만약에 ... 내가 신이라면, 요조라는 어떨 것 같아요? "
그 누구에게도 해보지 않은 말을 지금 옆에 서있는 소녀에게 나지막히 해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은채로 물어봤지만 미소와 함께 스려있었던 장난스러움은 하나도 묻어나지 않는다.
장난의 신 같은 존재가 짓궂은 장난을 친 거라거나, 여기서 계속 느껴지고 있는 기운의 주인되는 신이 몸소 친 장난일 수도 있는 거라면 모를까. 코로리는 후링이라는 것부터 칭찬이었다도 알려주었는데도 렌이 벌 받았다거나 하면 속상하단 듯이 입술 삐죽였다. 잘못한게 무엇이 있다고 벌 받았다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칭찬에 인색해! 렌 씨 완전 칭찬 구두쇠ー. 벌 받을거면 이 좁고 작은 동굴이 벌 받는게 낫겠다.
"그래도, 이따가라도 다시 아프면 말해줘야 해? 또 해줄게!"
찡그리고 있던 렌의 표정이 펴지면, 코로리도 아프겠다며 걱정되어 찡그리고 있다가도 덕분에 괜찮아졌다는 말에 작게 웃었다. 코로리는 치유의 신 같은게 아니라 그럴 리가 없겠다. 하지만 렌이 흐릿하게라도 웃어보이니까 몇 번이고 다시 해줄 수 있었다. 방글 웃고서는 다시 가자는 렌과 발을 맞춘다. 동굴 안에서 샘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고, 길이 끊기면서 곧 발견할 수 있었다. 걸리버가 와서 샘이라고 부른거야?! 크기로 보나 깊이로 보나 샘보다는 호수 같은데 누가 샘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고위신의 기운도 여기서 제일 짙어진 것만 같다. 단순히 렌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이 좀 더 신경쓰여서 무감해졌다가, 샘을 보고서 퍼뜩 다시 고위신의 기운을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째서든 코로리는 무심코 렌의 손을 꼭 쥐었다. 용한테 잡아먹히는 꿈 꿀 것 같아ー 내 악몽은 아무도 못 지켜주는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그 얘기는 명확한 끝맺음이 없었다. 신을 사랑한 인간과 그 사랑을 받아들인 신이 행복했는지 어땠는지는, 마치 그 둘만의 일이란 것처럼 쏙 빠진 채 그들의 후손에 대한 것만 짤막히 이어질 뿐이다. 그러나 요조라는 그 얘기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옛날 얘기는 옛날 얘기이고, 당사자가 아닌 이상 기분도 감정도 함부로 말할 것이 아니니, 그냥 그랬구나, 하는 이 전개가 제일 마음에 든다. 아니었으면 이렇게 입에 담지도 않았을 것이다.
밤공기를 살랑이는 음악과 함께, 천천히 바다 위로 흘러가기 시작하는 등불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짝을 짓는다. 어른도 아이도, 서로 마주보고 손을 잡고서 제각기 빙글빙글 춤을 춘다. 바다 위를 수놓는 등불과 춤추는 사람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서 코세이와 함께 그 풍경을 바라보던 요조라는 옆에서 들린 말에 힐끔, 시선을 굴린다. 등불의 빛이 해상의 별처럼 담긴 검은 눈은 또다른 별세상 같다. 그 눈이 평소와 같은 미소지만 장난기는 싹 뺀, 그런 코세이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본다. 자신이 신이라면 어떨거 같냐는 물음에 요조라의 눈은 한번, 두번, 깜빡이고, 곧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말한다.
"딱히, 아무것도...? 지금까지 본, 이자요이 코세이, 라는 모습이... 전부, 가짜라면, 모를까... 그대로라면, 상관없어요... 뭐, 무슨 신, 인지... 궁금은, 하겠지만..."
신의 존재는 믿지만 신앙심은 없다. 그러니 지금 옆에서 손을 잡고 있는 이가 신이라고 해도, 요조라의 태도가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달라질 요소라 하면, 여태 만나고 대했던 모습들이 꾸며낸 가짜인 경우일까. 그것도 사정이나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코세이가 신인건 요조라에게 별거 아닌 일이라는 의미다. 문제도 아니고, 잘못도 아니며, 그냥 그렇구나, 하고 고개 끄덕일 뿐인 일이다.
"아, 그거라면, 사양이에요... 신관...? 무녀? 가 되라던가... 신도가 되라던가... 그런 소리, 하면, 라인 지우고, 앞으론 상대, 안 해줄... 거니까요..."
그저 자신이 싫은 일만 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그런 요조라의 대답은 진지한 코세이의 표정에 비해 가벼웠을 것이다. 가벼운 진심이었고, 생각이었다.
"어라, 동굴 벽에 귀 달리고 입구에는 학생회장님의 시퍼렇게 뜬 눈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시미즈 씨가 저 샘물 밑에 잠입해서 우리 이야기를 들으실지도."
농담이라도 누군가는 들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실없는 농담에 마찬가지의 농지거리 던진다. 그러는 본인도 이미 농담을 하며 아키라를 희생시켜버려서 자가당착이지만 . 그는 샘을 따라 빙 둘러 선 사람들을 피해 출구로 걸었다. 출입로는 좁고 사람은 붐비니 나가는 데도 시간이 든다. 그 시간동안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괜찮습니다. 일행이 몸이 안 좋다는데 너는 저기에서 쉬라 하고 자기 혼자만 물 마시고 사진 찍고 놀 것 다 즐기면 말입니다…… 좀, 사람이 참 치사해 보이지 않습니까."
마음씨 곱지 않은 신치고는 바른 말을 한다. 내가 양심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런 마음가짐인가? 그렇지만 끝까지 쿨-함을 고수하기엔 그는 제 편의도 소중한 신이었다. "정말입니까? 저야 좋습니다. 디저트 뷔페는 가보지 못해서 말입니다." 이용권 이야기에 바로 눈이 동그래진다.
대화를 몇 번 주고받는 시간동안 출구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밖으로부터 햇빛이 내리쬐고 숲으로부터 날아든 풀 내음이 바람결에 섞여든다. 동굴 내의 조명보다 밝은 빛에 눈을 끔벅거린 것도 잠시, "아, 저기로 가면 되겠습니다." 그는 곧 내려가는 길을 찾아 손으로 가리킨다. 그러다 토와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저 역시 눈길이 갔다.
"예, 이름이 호타루마츠리이니 그렇겠다 생각합니다. 저 신사는…… 음, 저기도 관리가 잘 됐군요."
무어라 말을 덧붙일까 하다 말기로 했다. 겉으로 보기엔 오래된 신사일 뿐이니 관계자가 아닌 자신이 아는 티를 내도 이상하고, 구태여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다. 적당히 얼버무리고 어깨를 으쓱한다.
*壁に耳あり障子に目あり: 벽에 귀 있고 장지에 눈 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과 같은 의미.
"샘물 밑..." 아 아키라가 샘물 밑에서 잠수하는 걸 떠올려버렸닼ㅋㅋㅋ같은 생각을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떠올립니다.
"음. 치사해 보이는 건가요? 어릴 적부터 그닥 아픈 적은 없어서 조금 낯서네요" 어질한 느낌이 왔다갔으니... 라고 말하다가.. 디저트 뷔페라는 이야기에.
"아. 아라이식 추첨기에서 뽑았는데 졸지에 2인 무료 이용권이 2개 생겨서 4인이 갈 수 있게 되었거든요" 기한이 넉넉하기는 한데. 여름 스페셜 트로피컬 디저트 뷔페는 끌리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열대과일을 신선하게 운송하여 만드는 디저트라니. 롱안, 망고, 망고스틴, 람부탄... 음. 소문으로는 두리안도 있다고는 하던데...
"시간이 되신다면 가는 것도 괜찮지요" "사실 힛앤붐 이벤트 때 워터파크와 스파 이용권도 있어서 언제 갈지.. 아니면 캐로캐로(*당근)에 올릴까 생각도 했고요.." 시간이 안 맞는다면 다른 분이랑 갈 수 밖에 없긴 합니다만... 이라고 덧붙인 뒤에 출구가 가까워지자 느릿하게 밖으로 시선을 줍니다. 반딧불이의 냉광이 어쩐지 눈빛과도 닮았을까.
"저거 비슷한 신사가 근처에 있던 적도 있었더라고요." 가볍게 말하며 그럼 가죠. 라는 말을 하는 토와입니다.
1. 자캐의 손발은 찬편 뜨거운편?! 더위추위 어느 쪽에 약한편?! 2. 체육대회 때 자캐의 포지션! 요즘 현실의 학교들은 체육대회하는 거 같던데 체육대회 날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어~! 3. 호타루마츠리 끝나면 방학이랬으니까!!! 방학을 맞이한 자캐의 평범한 하루는 어떤 느낌?!
>>151 이미 글러먹은 캡틴 모드가 된 저에게 할 일을 준다니!! 너무 늦었어요!! (도리도리) 하지만 안하면 또 이자요이가 아키라를 괴롭히는 시리즈가 나올테니..(끄적끄적)
1.아마 중간쯤일 것 같네요. 그냥 딱 평범한 온도 느낌? 참고로 아키라는 추위에 조금 더 강한 편이에요. 2.학생회장이 할 일은 오직 하나! 바로 총관리 아니겠나요?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체크할 거 체크하고 잡을 거 잡고 그런 느낌으로다가! 3.아니요. 방학이 시작되고 호타루마츠리가 시작된거니 반대에요! 음. 아마 가볍게 공부도 하고, 카페에 가서 홍차도 마시고, 때로는 산책도 하고, 친구들과 잡담도 나누고, 4DX영화관에도 가고, 도서길에 가기도 하고, 분수대 근처에서 더워서 헥헥 거리기도 하고.. 혹은 워터파크에 들어가서 놀 수도 있겠고, 스파 관리한다고 거기서 물놀이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경기는 출전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개인전 같은 것에나 참가하지. 반 경쟁전 같은 것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사실 학생회로서 이것저것 해야 할 일도 많을테니 말이에요. 어쩌면 학생회 대표로 나올지도 모르는거고! 4DX는 아키라에게 있어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흥미거리 중 하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