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갱신이야!! 은서주는 안녕이야! 음. 일상이라. 사실상 화요일인가 수요일부터 쭉 구하고 있었기에 돌려보고 싶긴 한데.. 문제는 내가 아침 10시에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운동을 하러 나가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는 접속이 힘들다는거네. 그래도 괜찮다면?
그냥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하는 거지만 말이야! 건강검진 전에 한 번 받았는데 조금 안 좋게 나온 것이 몇개 있어서 그 부분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것저것 끊고 있지. (눈물 핑)
아무튼 은서주가 괜찮다면 나도 오케이야! 그렇다면 가볍게 재회 상황으로 돌린다고 가정하고.. 선우가 저녁 시간에 공원이나 이런 곳으로 다롱이를 산책시키면 은서가 조금은 관심을 보이려나? 그러니까 개가 귀엽다기보다는 그냥 옛날이나 지금이나 선우가 데리고 있는 개는 리트리버니 말이야.
아앗 어른의 사정이 있었구나. (눈물) 사실 나도 운동을 좀 하긴 해야 하는데 말이야. 건강한 걸 내 몸이 거부하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아지를 좋아하기도 하니 무의식 중에 눈 정도는 가지 않을까? 다만 아직 선우랑 은서가 서로 못 알아본 상태고... 은서가 '아 저 강아지 귀엽네' 하는 정도로 바로 낯선(?) 사람한테 다가갈 성격이 아니다 보니 선우에게 다가가게 하기엔 동기가 부족한 거 같긴 하네. 혹시 선우가 어릴때랑 외모도 많이 바뀌었을까? 어릴때의 모습이 상당히 남아있다면 바로 알아보진 못해도 음? 싶어서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아니라면 다롱이가 사람 좋아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면 은서 근처로 다가왔다가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던가, 다소 클리셰긴 하지만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면서 대화하게 된다던가, 뭐 이런식으로 붙여 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그 부분이 사실 제일 힘들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이 스레 처음 생각할 땐 그렇게 알아보는 것까지도 재미 중 하나일까 싶어서 일부러 재회하는 설정으로 잡아본거기도 하거든. 강아지 귀엽네로 다가온다기보다는 그냥 아예 눈길조차 안 주는거와 눈길은 줄 수도 있다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이를테면 눈길조차 안 주는 사람은 사실 옆에 누가 지나가는지도 잘 관심을 안 가지잖아? 눈에 확 띄는게 아니면! 눈길은 줄 수도 있다고 하다면 그래도 서로 얼굴 정도는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리고 선우의 얼굴은 아무래도 어릴적의 느낌이 남아있어. 다만 머리스타일이 바뀌었고 소극적이고 조용하던 분위기가 외향적인 느낌으로 바뀌었다 뿐이지. 은서 쪽은 어떨지도 궁금하긴 하네. 그러면 섞어서 은서가 뭔가를 떨어뜨리고 다롱이가 그것을 보고 왈왈 짖어서 은서에게 알리려고 하고 그것으로 서로 마주했다는 느낌은 어떨까?
일단 한 번 흘끔하고 말더라도 눈길은 줄거야! 어릴적의 느낌이 남아있다면 아마 강아지를 봤다가 자연스레 선우 얼굴도 보게 되고, 어딘지 익숙한 느낌에 자기도 모르고 좀 오래 들여다보게 될지도 모르겠네. 은서의 경우는 외모가 많이 바뀌었다기 보단 분위기가 바뀐 쪽! 물론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ㅋㅋㅋㅋㅋ 젖살이 빠졌다거나, 키가 조금 컸다던가, 머리가 살짝 길어졌다던가 하는 외향적 차이가 아주 없진 않지만 스타일 자체가 크게 바뀌진 않았고 겉모습보단 분위기가 많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지. 앗 괜찮을 것 같다. 그러면 선레는 내가 써올까? 아니면 다이스?
동물원 근무가 끝이 나고 집에 돌아오면 대략적으로 저녁 7시 30분쯤이었다. 그의 근무 타임은 평일에 하루, 그리고 토,일 중 하루를 쉬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근로자들이 대체로 주말에 이틀 연달아 쉬긴 하겠으나 동물원은 오히려 주말이 피크타임이었기 때문에 주말에 다 쉴 순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주말 이틀을 전부 일을 돌리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에 둘 중 하루를 쉬게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가 일하는 주말 날짜였고 그는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왔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동물들을 돌보는 일은 그에게 있어서 삶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물론 가끔은 위험한 일이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이 일의 재미 중 하나였으니까. 그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는 그는 언제나 자신이 기르는 골든 리트리버인 다롱이를 산책하는 일은 늦게라도 꼭 병행했고 저녁 9시 무렵, 그는 어김없이 다롱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커다란 몸집이라 움직이기 싫어할만도 하건만 착실하게 즐겁게 앞으로 걸어가는 다롱이를 이끌며 그는 공원 쪽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공원을 두 바퀴 가볍게 돌고 다른 코스로 한 번 돈 후에 집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다롱이가 속도를 내서 앞으로 달리더니 전방을 향해 왈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은서는 살짝 당황했다.
"야. 야. 다롱아. 다롱아. 왜 그래? 어?"
갑자기 짖는 다롱이의 모습에 은서는 다롱이를 재지시키려고 했으나 바로 눈앞에 떨어져있는 뭔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선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었다. 거리와 방향, 각도등을 모두 확인했을 때, 아무래도 저 여성이 떨어뜨린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꽤 긴 검은머리 여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를 불렀다.
"저기요! 지금 이거 떨어뜨린 것 같은데! 잠시만 확인 좀 해주시겠어요?"
/그리고 이 선레를 남기고 난 잠시 좀 다녀올게!! 답레를 남겨두면 다녀와서 나도 바로 이어볼게!! 그럼 나중에 보자! 은서주!
주말 저녁. 은서는 사람이 적은 한적한 장소를 찾아 공원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덥지도 않은 해가 다 진 저녁 시간대에 청바지에 검은색 후드티까지 껴입고선 구부정한 자세로 공원을 배회하는 꼴이 수상한 사람이 있다며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주말에는 부모를 끌고 놀러 나온 어린아이들로 조용할 틈이 없을 공원이건만, 이미 9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공원은 한산하기만 했다. 요컨대 담배 피우기 딱 좋은 시간과 장소다 이거야.
적당한 장소를 찾아 멈춰 서려던 은서는 가볍게 조깅을 즐기는 한 여성의 모습을 보고서 생각을 바꿨다. 설마 이 시간에 산책코스를 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산책코스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까지 들어가기로 하며, 검정색 야구모자를 꾹 눌러쓴 뒤마저 길을 가려던 은서는 갑자기 짖기 시작하는 강아지와 저를 불러세우는 남성의 목소리에 당황하며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네?"
남성의 말에 바지와 후드티 주머니를 뒤지던 은서는 제게 라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체 언제 떨어뜨린 걸까. 늘 생각하는 거지만 여성 청바지는 주머니가 너무 작단 말이지. 안심하고 뭘 넣어 둘 수가 없다.
"아, 감사합니다. 제 거 맞네요. 떨어뜨린 줄도 몰랐는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허리를 숙여 라이터를 주워들었다. 허리를 숙임과 동시에 등허리에 뻐근함이 자연스럽게 몰려온다. 20대 중후반에 벌써 이 모양이니 나이를 더 먹어선 몸 상태가 어찌 될는지. 잡생각은 뒤로하고, 은서는 라이터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으며 커다란 몸집의 강아지를 바라봤다. 리트리버구나. 어릴 적에 같은 동네에 살던 소꿉친구도 이렇게 생긴 강아지를 키웠었지. 그러고 보니 강아지의 목줄을 손에 쥔 남성도 그 친구와 닮아 있었다. 닮긴 했는데... 세월도 너무 많이 흘렀고, 기억속의 그 분위기가 아닌지라 확신은 없었다. 은서는 저도 모르게 강아지와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을 번갈아가며 빤히 쳐다보았다. 물론, 강아지를 바라볼 때에 미소가 동반 된 눈인사는 잊지 않는다.
거리가 있었기에 뭔진 몰랐지만 라이터인 모양이었다. 자연히 흡연을 하는 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상대가 담배를 피건 술을 먹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적어도 선우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일 중 하나였다. 물론 제 얼굴에 담배연기를 후욱 내뱉는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날 정도로 아직 세상이 각박하진 않으리라 그는 믿었다.
"천만에요. 애초에 제가 발견한 것도 아니고 이 애가 발견한 것인걸요."
이내 그는 살짝 허리를 굽힌 후, 자신이 끌고 온 골든 리트리버인 다롱이를 살살 쓰다듬었다. 기분 좋게 쓰다듬을 받던 다롱이는 이내 그녀를 바라보며 뭔가를 기대하는지 헥헥 소리를 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살짝 눈동자를 치켜세우는 것이 그 기대감이 보통 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동물에 대해서 잘 모르면 모를 수도 있겠지만.
"얘도 참.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그리고 개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면 이 아이. 한번 쓰다듬어줄 수 있을까요? 지금 물건을 주워줬으니까 칭찬해달라고 이러는거거든요. 어릴 때부터 남이 뭘 떨어뜨리면 이렇게 알려주고 쓰다듬받는 것을 즐기던 애라서. 그런데..."
다롱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부탁을 하며 그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침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정면으로 그의 시선에 들어왔고 그는 눈을 깜빡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덩달아 바라봤다. 그러다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제 어깨 위에 올려둔 묶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괜히 만지다가 물었다.
"제 얼굴에 혹시 뭐라도 묻었나요? ...어라."
제대로 보게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두 눈을 조용히 깜빡였다. 최근 자신이 본 사람 중에는 없었으나 요상하게 낯익은 느낌이 있었다. 허나 그 낯익은 느낌의 원인을 잘 파악하지 못하며 그는 괜히 제 뺨을 살살 긁적이면서 가만히 머리를 굴렸으나 떠오르는 것은 없었는지 그는 두 눈을 여러 번 깜빡이다 조용히 질문했다.
"헌팅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절대로 오해 없었으면 해서 미리 그런 거 아니라고 이야기를 할게요. 혹시 최근에 어디에서 본 적 있나요? 우리? 이를테면 동물원이라거나, 동물원이라거나, 혹은 동물원의 사파리라던가."
/운동을 마치며 갱신이야! 이제 집에 돌아온 나는 집에서 뒹굴거릴거야!! 다들 안녕! 그리고 주현주는 주말근무 화이팅!!
제 주인에게 쓰다듬을 받은 강아지는 이내 은서에게서도 무언가를 바라는 것만 같은 모습으로 은서를 올려다보았다. 동물을 직접 키워 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동물-특히 강아지와 자주 놀았던 그녀에겐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이 아이의 경우엔 강형욱 훈련사를 데려올 필요도 없이 노골적이긴 했다만.
"그런가요?" "착하다. 착해~ 찾아줘서 고마워."
은서는 남성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보다 한층 높은 톤의, 애교가 조금 섞인 목소리로 강아지를 칭찬하며 강아지의 얼굴 앞으로 손을 뻗었다. 코앞으로 손을 내밀어 냄새를 먼저 맡게 해 준 뒤에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는다. 사람이 사람 말을 알아듣듯이 제 감사 인사를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개는 똑똑한 동물이니 톤으로나마 알아듣겠거니 싶었다.
남성의 질문에 은서 역시 느릿하게 두 눈을 깜빡였다. 만난 적이 있는지 그도 아니면 기분 탓이었는지, 긴가민가한 탓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었는데 단순 기분 탓이 아니었음을 상대가 확인시켜 주었다. 다만 확실한 건, 동물원에서 인연은 아니었다. 동물은 좋아하지만 구태여 동물원에 찾아가진 않는다. 회사 사람도 아닌 것 같고. 게다가 최근에 본 사람이라 하기에는 기억이 지나치게 어렴풋하고 모호하다.
"아, 죄송해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 너무 닮으셔서 저도 모르게." "동물원에 가진 않아서..."
그보다 동물원이 세 번이나 나왔다. 동물원에 자주 가는 걸까, 아니면 직원? 강아지에게 시선을 한 번 더 건넨 뒤, 은서는 말없이 머리를 굴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한데, 만약 착각이면 어쩌지-하는 것이 문제였다. 다들 모르는 사람을 친구로 착각해서 인사를 건네곤 이후 흑역사에 몸부림치며 이불을 걷어차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어설프게 옛친구의 이름을 꺼냈다가 상대 입에서 '아닌데요'라는 대답이 나와 흑역사가 적립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멋쩍게 웃으며 상대를 떠보기로 한다.
자신의 손으로 냄새를 맡게 해주는 행동에 선우는 아주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은 바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으면 쓰다듬었지. 자신의 냄새부터 확인시켜주려는 경우는 잘 못 본 탓이었다. 개와 꽤 많이 접하는 사람이라거나, 혹은 이미 경험이 있다던가.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추측을 하던 선우는 다롱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자신을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이 좋은지 다롱은 조금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애교를 부리듯 작게 헥헥 소리를 내며 꼬리를 더욱 살랑살랑 흔들었다.
한편 아는 사람과 너무 닮았다는 그 말에 어쩌면 그녀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게 어디인가? 동물원에서 정말 인상깊은 행동을 한 사람이어서 자신의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닌가 했지만, 동물원에 가진 않는다는 말에 선우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디인가? 애초에 자신은 이곳에 정말로 오랜만에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안면이 있을리가 없었다. 아니, 물론 학생 시절에는 살고 있긴 했지만 그로부터 10년이나 지나지 않았던가. 10년이면 강산이 바뀔 시간이었기에 그는 좀처럼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아. 그래요? 우연이네요. 저도 여기에 살았거든요. 물론 학생 때 부모님 일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었지만요."
10년 전, 그러니까 중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7살. 부모님의 일 사정으로 인해 그는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야만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27살이 된 지금, 자신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 이전에도 몇 번 이곳에 오긴 했지만, 옛 친구들의 연락처를 아는 것도 아니고 다시 찾기도 조금 무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는 굳이 찾진 않고 있었다. 그저 좋은 추억으로 남겨놓을 뿐. 허나 이렇게 문답이 오가니 그는 가만히 두 눈을 깜빡하며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확실히 낯이 익긴 했으나 적어도 자신이 기억하는 그 분위기는 아니었다. 물론 자신도 분위기가 바뀌었을테니까 그러지 말란 법은 없긴 하지만...
"혹시 이건 진짜 혹시인데 어릴 때 놀이터 같은 곳에서 리트리버 본 적 있지 않나요? 이를테면 끌어안고 오는 이를 본 적이 있다던가..."
이건 정말로 혹시나 해서 던지는 물음이었다. 만약 아니라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상대도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이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 이. 그러니까 특히나 친했던 3명 중 한 명의 얼굴이 남아있었다. 정말로 그립고 보고 싶었던 이였기에, 어릴적 사진을 몇 번을 봤는지. 10년이나 시간이 지났지만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었으나 확신은 없었다. 지금 여기에 그 사진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니야! 괜찮아!! 일단 이 답레를 남기고 나는 밥을 먹으러 가볼게! 난 여유롭게 잇는 거 완전 좋아하니까 진짜로 괜찮아!
애교를 피우듯이 헥헥거리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강아지를 보니 옛 생각이 생생하게 피어올랐다. 어릴 적, 같이 놀던 친구-엄밀히 말하면 오빠지만-가 강아지를 키웠었고, 그는 강아지를 꽤 자주 놀이터에 데리고 왔었다. 은서네 집은 동물을 키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가 데리고 오는 강아지와 뛰놀며 대리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거 정말 우연이네요. 제가 알던 그 사람도 학생 때 다른 데로 이사를 갔었는데."
말로는 우연이라 했으나, 이쯤 되니 단순한 우연은 아니리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요소가 그게 아니라 외치고 있었다. 무의식은 이미 어릴 적 친구와 재회했다고 확신하고 있는지, 점점 기분이 들뜨기 시작한다. 뒷말을 할 때쯤엔 저도 모르게 말이 빨라진 탓에 헛기침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모여 놀던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다. 연락은 자연스럽게 끊겼고, 이후 고향에 돌아올 기회조차 없었다. 때때로 떠오르긴 했었지만, 기억은 희석되기 마련이라 어느새 그리움도 그때뿐, 제 인생 하나 챙기기 버거워 거의 잊고 지내다시피 했었다. 그런데 이리 모호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불쑥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 아주 잊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상대의 질문에 은서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놀이터, 그리고 리트리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어릴 적의 기억 중 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였던 것을. 10년이란 세월은 무시할 게 못 되었는지, 제 기억 속에 남아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으나, 그 점은 피차일반이었다. 방금 그의 질문으로 상대가 기억 속의 친구가 맞았음과 상대 역시 자신을 기억하고 있음을 동시에 확인했다. 오랜만의 재회에 들뜬 은서의 입에서는 '본 적 있다'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이름이 확신과 함께 튀어 나갔다.
"선우 오빠? 선우 오빠 맞지?" "나 은서야."
나 기억하지? 라고 묻듯이 선우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지난 10년간 많이도 바뀌어버린 그녀였지만, 반가움이 가득 서린 미소는 철없던 시절의 미소와 닮아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