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토와.. 사격은 간지나게 잘 했으면서 여기에서는 연전연패인가.. 뭐 상관없지만? 마이리가 그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야.. 그냥 혼자서 다니면 상관없잖아? 싶은 토와의 냉랭함이랑은 다르다고...
"농담이라고 말할까 고민하긴 했지만..." "인간불신이라니. 인간이 아니기라도 하신 건가요...는 농담이지만요?" 물론 농담입니다. 인간인데 인간불신이 걸리는 경우도 좀 있는 편이니만큼. 다만.. 실제로 그러한 존재들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니. 왜 같은 학생인 것을 인지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쪽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것에 신경이 좀 쓰이는 걸까요. 신경을 안 쓰는 게 좋을 텐데도, 자꾸 한번씩은 은근슬쩍 찔러보고 싶어지는 경향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원하신다면 같이 가죠." 슬슬 사람들이 마츠리를 즐길 타이밍이니. 적당히 산길을 걸어도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코로리는 정말 기쁜 모양이었다. 상기된 얼굴이 그것을 더 잘 보여주었다. 공양은 처음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이 작은 신님은 이제껏 받은 것 없이 계속 인간들을 돕기만 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사실 코로리가 어떤 일을 하는 신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래도 밤에 일하고 낮에 잔다는 것은 조금 알았다.
코로리가 손을 놓아주자 렌은 편히 내쉴 수 있었다. 악수… 같은 거지? 고마우니까. 응. 그럴 것이었다. 괜히 오해하면 불편해지니까. 요즘 여자애들은 손을 덥썩덥썩 잡으니까. 음, 그런 것이다.
렌은 코로리가 손에 남은 실삔은 보다가 다시 저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다 숙여달라는 말에 “네?” 하고 되물었다가 어느정도 감을 잡고 몸을 숙여주었다. 예상처럼 한쪽 머리카락에 실삔을 꽂는 듯 했다. 눈 앞에 손과 흰 팔이 왔다갔다 하고 조금 집중하는 듯한 코로리의 표정을 슬쩍 구경하다 이내 손이 떨어지자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
어떻게 꽂혀졌을지는 거울을 보지 않는 한 모르는 일이지만 렌은 아마 코로리가 했었던 것과 같은 X자 모양이 아닐까 생각했다. 렌은 코로리의 반응을 잠시 기다렸다.
생각해보니 너무 길 한가운데에 오래 서있었던 것 같아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음, 이제 다시 갈까요? 아무래도 오늘은 샘이 개방되는 날이니까…. 그 쪽으로 가는 거죠?”
그렇게 이야기한 건 왜였을까. 최근 들어서 연락을 하는 빈도가 잦았고 이따금씩 만나기도 했으며 학교에서도 잔뜩 아는 척을 하고 친하게 지내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한들 미즈미와 알고지낸 시간이 다른 친구들보다 많느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으며 오히려 압도적으로 적은 편에 속했다. 그런데도 조금은 용기를 내서 그렇게 이야기를 꺼냈던 것은 최근 들어 같이 보내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과 왜인지 모르게 같이 있으면 편하고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잘 기억해주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하자는 허락을 받은 후에 스즈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다. 심장이 몇 번인가 더 콩닥거리며 뛰는 것이 느껴졌고 괜히 뱃속이 간질간질하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날이 무슨 대단한 날이라도 되는 것 마냥 스즈는 몇 번이고 옷을 골랐다. 이전에 입었던 후리소데로 할까 하다가도 이번엔 새로운 것이 나을까 싶어 이것 저것을 몇 번이나 몸에 대보고 어떤 향수가 좋을지 몇 번이나 시향을 반복했다. 화장이며, 머리 세팅이며 하나하나 신경쓰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동굴 앞에 도착해서도 몇 번이나 작은 파우치에서 거울을 꺼내보며 머리를 정리하고 화장은 잘 되었는지 확인했다. 옷도, 화장도, 향수도 만족스러웠다. 몇 번이나 신경쓴 보람이 있다는 것일까. 데이트하자고 말을 꺼냈으면 정말 데이트처럼 해야겠지. 그러니까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완벽한 하루의 데이트를 위한 준비였다는 셈이다. 향수도 조금은 아찔한 향이 나는 어른스러운 것으로 골랐고 옷도 몇 번이나 몸에 대어보며 제일 예쁘고 귀여운 것으로 골랐다. 악세사리 하나하나도 신경써서 골랐고 심지어는 어떤 색으로 화장을 해야 제일 어울릴지도 고민했다.
먼저 동굴 앞에 도착한 스즈는 답지않게 인삿말까지 고민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예뻐보이고 싶다. 귀여워 보이고 싶다. 스즈를 보는 모든 사람이 저 아이와 연인이 되고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모두의 머릿속에 확실히 기억되고 각인되고 싶다. 잊혀지지 않도록, 더 깊게 이어질 수 있도록. 스즈는 괜히 거울을 들어 한 번 더 용모를 체크하고 손목을 들어 향수의 향을 체크했다. 약속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나온 것은 미리미리 못다한 준비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렇게나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랍니다? 라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도 있었다. 하나하나 전부 계산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데이트라는 것은 이렇게나 치밀하게 하나하나 계산해서 완벽히 상대방을 꼬시기 위한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정복전이라는 것이지.
" 아아- 모르겠다. 그냥 만나면..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 "
문제라면 그렇게 거창하게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머리가 안돌아가고 지겨워지는 법이다. 스즈는 모르겠다- 하고 말하며 옷이 더러워지지 않게 쪼그려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인간이 아니기라도 하냐는 말에 그는 멀뚱히 두 눈을 깜빡인다. 보통 인간불신이라는 말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보통인가? 반사적인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하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영문 모를 반문에 알쏭달쏭하는 평범한 반응처럼 보였을 것이다. 괜히 손가락으로 턱 짚고 과장해가며 고민하는 척을 하던 그가 흠, 하는 헛기침과 함께 답을 내었다. 눈을 가늘고 뜨고 검지를 척하니 세우며 근엄하게 말한다.
"제 정체를 눈치채다니 죽어주셔야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어조가 너무도 산뜻하여 어쩌면 없던 설득력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토와는 영리하니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서도. 당연히 그런다고 헛소리가 명언이 되는 일은 없었다. 그는 곧 실없이 웃었다.
"……저도 농담 해봤습니다. 그래도 방금 농담이라고 말해 버리셨다면 정말 인간 그만두기로 했을지도 모른답니다?"
농담의 농담, 이중적인 헛소리다. 평범한 인간을 가장하는 타츠미야가 인간을 그만둬봤자 쓰다듬어 달라는 침대 위의 순한 짐승(백수)밖에 더 되겠나. 읏차, 그가 기합소리와 함께 가뿐히 몸을 일으켰다. 가기 전에 금붕어부터 해결해야 했다. 조금 생각해봤는데, 기껏 잡았지만 직접 키우기는 역시 귀찮다. 그는 그깟 금붕어라고, 사고방식이 조금 구세대에 가까운 신이지만 한 번 맡아버린 일에는 의지가 집요해지는 성정이다. 그것을 본인도 알기에 금붕어 키우기에 진심이 되기 전에 노점 주인에게 돌려주고 나오기로 한다.
"완-전 감사죠. 고마우니 제 것 사는 김에 하나 사 드려도 되겠습니까?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팔더랍니다. 이번 축제 분위기에 맞추었는지 모양이 특이해서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답니다. 게 청춘 같으니 좋지 않습니까."
청춘을 운운하며 그런 늙은이 같은 말투를 쓴다는 점에서 이미 아웃이라는 걸 본인만 모른다.
실핀을 잘못 꽂으면 아플테고, 머리카락에 걸리면 따가울테고. 코로리는 인간에 비해서 자신은 통각에 조금 둔하다는 걸 알아서 꽤 신중했다! 입술 꼭 다물고 예쁘게 잘 꽂았다 싶으면 방긋 웃는다.
"렌 씨한테도 해주고 싶은데ー"
귓가에 장식한 모란을 톡 건들인다. 꽃잎 팔랑이는게 느껴졌다. 머리장식만 강요하자니 아직까지는 조금 부끄러워서, 원래 그러려던 척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듯 했다. 턱에도 닿지 않게 짧고 단정하게 잘린 옆머리카락은 넘겨도 다시 앞으로 스르르 내려온다.
"나는 꽃 없으니까 반딧불이야."
코로리는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이야기할게 있다고 했는데, 까마득히 잊고 마츠리에서 한껏 놀아버린 것 같다. 걸음을 맞춰 걷다보면 마츠리의 소리가 멀어져간다. 등이 걸려있는 대로 북쪽 산을 오르다보면, 신님들 결혼 너무 어려운데서 하지 않아?! 일부러 고른 것이 아니란 건 알아도 산을 오르다보면 있는 동굴 근처 신사에서 혼인 의식이라니, 정장과 드레스를 갖춰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인간들이 들으면 놀라겠다 싶다. 정장과 드레스 입고 누가 산을 타겠는가!
“으음, 그래도 꽃은 저랑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어울리는 코로리 씨가 많이 하는 게 꽃에게도 좋을 것 같고….”
렌은 도르륵 눈동자를 굴리며 딴청을 피워본다. 그렇지만 코로리가 지금이라도 당장 이런저런 꽃을 가져와서 머리카락을 장식한다고 하면 왠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그 모습을 하고 마츠리를 돌아다니면 아키라가 볼테고 나중에 놀릴 것이 분명했다. 으으음…. 다행인 점은 지금 코로리에게 꽃이 없다는 점일까.
“반딧불이 고마워요, 코로리 씨.”
렌은 작게 웃었다. 반딧불이라며 머리에 실삔을 꽂으며 준비하는 모습이 상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머리에 예상치 못한 삔을 꽂은 채 렌은 코로리와 함께 산을 올랐다. 아침마다 로드워크를 하고 부활동 동안 수영을 하는 렌에게는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으나 코로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피터팬이니까, 날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지 못할 걸 알면서 괜히 장난스러운 농담을 친다. 등불이 밝히고 있어도 아무래도 인적이 드믄 곳이라 으슥한 느낌을 준다. 현실에 이런 것은 무섭지 않지만 무서우라고 꾸며놓은 것들ㅡ귀신의 집이나 공포 영화 같은 것들ㅡ은 솔직히 무섭…지 않다. 그냥 싫을 뿐이다. 그래서 일부러 피하는 편인데 최근….
“코로리 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혹시 악몽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세요?”
정곡을 찔렸을 때, 아니라고 할 법도 하건만, 그걸 또 곧이곧대로 들켰다고 말해버리면, 아, 이 사람은 정말 성가시다. 이래저래 정말 성가신 사람이다. 매번 그리 생각하면서도 매번 매몰차게 밀어내질 않는다. 않는건지, 못 하는건지, 요조라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관둔다. 그러지 못할 걸 알면서도, 잠시 눈을 돌리고 그런 척을 한다.
물러서서 마저 먹고 가자 하니 코세이도 순순히 그러자 대답해온다. 아마 같은 판단을 했으리라, 여기며 같이 길 옆으로 비켜서서 각자 남은 타코야키를 먹는다. 요조라는 하나씩 집어 답삭답삭 입에 넣지만, 고명도 제대로 올리고 소스도 싹싹 긁어가며 말끔히 종이그릇을 비워낸다. 가까이 있던 쓰레기통에 빈 그릇 버리고 입가에 묻진 않았는지 손등으로 살짝 눌러보다가, 코세이가 손을 내밀며 묻는 말에 또다시 손 한번, 얼굴 한번 본다. 대답은 손 잡기 전에 나왔다.
"초코바나나... 랑, 아이스크림... 지금, 말고... 이따가..."
지금은 아무래도 뭘 사서 들고 다니기 애매하니까 말이다. 일단은 샘을 보고 나온 다음에 뭘 하던지 말던지 해야 할 것 같아, 이따가, 라고 덧붙인 요조라는 다시 손을 잡았다. 아까보다는 익숙하게, 약간의 머뭇거림을 담고서, 조심스레 손을 잡던 요조라는 하고 싶은 말, 에 고개가 자연스럽게 코세이에게 향한다. 딱히 들을 말은 없는데, 라고 의아하던 표정에 아주, 아주 약간의 놀람이 별빛마냥 스쳐간다. 반짝, 하고 지나간 표정 뒤로 고개를 얼른 돌려버린 요조라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짧게 대답한다.
"마음대로 해요... 상즈케(~~양/~~쨩 하는거)는, 하지 말구요..."
어린애 취급 하는 거 같으니까, 라며 반쯤 투덜거리듯 말하고 아까처럼 먼저 걸음을 내딛는다. 그렇게 다시 들어선 길을 따라 느릿느릿,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모두가 샘을 향해 가고 있으니 흐름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일도 없어보인다.
말없이 앞인가 그 아래 바닥 어디쯤인가를 보며 걷다보니, 늘어난 사람들 탓에 밀린 요조라가 코세이 쪽으로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두어번 팔이 스치거나 어깨가 닿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그 중에 한번은 요조라가 눈길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시선이 마주쳤을지는 또 모를 일이다. 마주쳤다면 재빨리 눈을 돌렸을거고, 아니라면 조금은 길게, 몇걸음 걷는 동안은 보았을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다시 앞을 보고 걷다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을 꺼낸다.
"저도, 그... 이름, 으로, 불러도... 괜찮... 으려나요..."
그 말 하며 잡은 손 아주 살짝 움직인 걸, 코세이는 눈치 챘을까, 아닐까. 돌아본들 요조라는 늘 같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언제 그런 말 했냐는 듯이 말이다.
웃음 소리가 났다. 코로리가 소리내면서 웃었고, 맑은 소리가 조금 울리다 흩어진다. 렌이 딴청 피우는 것을 듣고서는 그렇게 즐거웠다. 코로리가 금방이라도 꽃을 모아다 화관이라도 만들어 씌울 상상을 하고 있는 걸 콕 집혀 들킨 것 같아서였다.
"반딧불이는 후링 씨랑 어울려? 다행이다ー"
실핀을 빼낼 수도 있을테니까. 코로리는 반딧불이와 후링, 두 단어를 묶어보니 지금 종이봉투에 담겨 있는 후링이 생각났다. 비닐로 포장되어서 소리는 안 나겠지만 괜히 종이봉투를 살랑인다.
"팅커벨이 없는데!"
팅커벨의 날개에서 떨어지는 요정 가루, 그것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돕는다! 장난스러운 농담에는 코로리도 장난기 묻은 답을 하면서, 얼른 동굴이 나오길 바랐다. 아니면 팅커벨 나오면 좋겠어ー. 코로리는 등불 사이에서 팅커벨이 뽀르르 날아오르는 풍경을 상상했다.
"후링 씨, 악몽 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못 맡았나?! 르꽃단내를 못 맡았다. 다른 양귀비들의 향이 너무 짙어서 자고 일어났더니 오늘 꿈은 별로다, 싶은 정도의 악몽으로 뒤숭숭한 정도는 맡기 힘들기도 했다. 렌에게 가까이 가보지만 잘 모르겠다. 고개 갸웃이며 눈 깜빡이다 악몽 피하는 방법을 ㅁ떠올린다. 악몽을 피하는 방법이라고는 해도, 잠에 빠진 기억을 토대로 빚어지는 꿈을 코로리가 강제하지는 않았다. 꿈은 언제나 자유로웠다. 다만 잠에 방해가 되면, 특별한 꿈이 필요하면 그럴 때만 꿈을 직접 빚는다.
웃음이 후한 코로리 씨는 자꾸 웃는다. 웃는 것은 좋다. 불편하지 않으니까. 아무 말 하지 않고 속내를 감추는 이들은 불편하다. 차라리 싫은 것이 있다면 싫은 티를 내주는 것이 좋다. 이런저런 면에서 코로리는 기분을 알기 편해서ㅡ의미를 알기 어려울 때가 있긴 했지만ㅡ 좋았다.
피터팬 씨는 팅커벨이 없어서 날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통탄할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피터팬은 걸어서 산을 타야 하는 운명인 모양이다. 그러던 중 놀라는 목소리에 렌 또한 놀라 눈을 깜빡였다가, 안심하라는 듯 부연설명한다.
“아뇨, 악몽을 꾸는 게 아니라…. 악몽을 잘 꾸는 편은 아닌데, 최근 꿈에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경험을 해서. 자꾸 생각나는 게, 아무래도 꿈에 나오면 무서, 아니 싫을 것 같아서요.”
요조라와 함께 들어갔던 호러 컨셉 방탈출은…. 너무 무서, 아니 조금 버티기 힘들었다. 물론 요조라는 척척 문제를 해결해서 나왔지만ㅡ아무래도 시간 기록을 갱신한 듯 했다ㅡ 으으…. 호시즈키 씨 가만 안 둬. 복수할 것이다,라고 생각만한다. 렌은 요조라의 기백(?) 앞에서 조금 깨갱해지는 기분일 때가 있다.
“…둘 다,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악몽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들은 답은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할 것 같다. 응. 잠들 때 같이 있는 것도 꿈 속에 코로리가 나오는 것도 말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동굴이 보인다.
말끔하게 타코야끼를 먹어치우자 남은 것은 종이 상자뿐. 소스 같은 내용물이 흘러 넘치지 않게 잘 접어서 쓰레기통에 넣는다. 손가락으로 한번 입술을 훔치고서 뭘 먹고싶냐며 손을 내미니 대답이 돌아오고나서 조심스럽게 손이 잡힌다.
" 그럼 등불도 볼 수 있다고하니 샘을 보고 나와서 먹는걸로 해요. "
초코 바나나랑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얘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둘 다 인기있는 간식이니까.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하자 돌아본 그녀의 표정은 그 내용을 듣자 살짝 바뀌었지만 고개를 돌려버려서 잠깐 밖에 보지 못했다. 역시 아직까진 무리인걸까 싶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
" 앗,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요조라. "
뭔가 이름 뒤에 존칭이 안붙는게 어색했지만 이건 이것대로 금방 적응할거라 생각했다. 계속 고민하던게 하나 해결되어서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허나 점점 늘어나는 인파 때문에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앞을 볼 수 밖에 없었고 혹여 요조라가 부딪힐까 살짝 내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잠깐 실례할께요. "
조금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어깨나 팔이 살짝 부딪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인파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살짝 돌아보고 작게 미안해요라고 말하고선 다시 인파를 뚫는데 집중한다. 그러다 들려온 말에 나는 다시 그녀쪽을 바라본채로 망설임 없이 웃으며 얘기했다.
" 당연하죠. 언제나 환영이에요. "
그리고선 잡은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좀 더 손에 힘을 주고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가 금세 더워졌고 외투를 벗고 들어오지 않은게 살짝 후회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샘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는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
" 오 ... "
여러가지 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 감탄사만 연달아 뱉을 뿐이었다. 동굴 안에 커다랗게 있는 샘도 그렇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힘이란 ... 정말 신성하고도 고귀하게 느껴졌다.
마이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음식을_먹은_뒤_손에_묻었다면 - 냅킨으로 닦아. 성격적으로는 낼름 핥을 놈이지만 예의범절이 몸에 익어서 반사적으로 닦을 것부터 찾고 있어.
마이리: 헉 낭팹니다 이건 핥아야 했는데...!!!(?)
자캐의_약간_중간_엄청_화날때_단계별_반응
약간: 짜증을 내긴 하는데 아직은 장난스럽게 말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장난으로 열 내는건지 진짜 짜증난 건지 구별 못함... 여기서 눈치 없어서 계속 화나게 하면 중노로 감
중간: 역으로 차분해져. 방금까지 장난스럽게 말하다가 갑자기 딱딱. 예의max. 전령신 모드 on.하면 아무리 눈치 없던 사람도 얘 화났구나 하지 않을까... 이래도 계속 화나게 한다면 그냥 에휴ㅉㅉ,,, <<이러면서 그냥 본인이 자리 피해. 감정 누르고 누굴 대하는 건 익숙해서 어지간하면 여기서 머물다가 점점 가라앉게 되어있어.
엄청: 극도로 화가 나도... 일단 참는다... 얘를 이만큼이나 열받게 하다니 그 정도면 화나게 한 사람이 이 시대의 분노 메이커 분노의 지배자 분노 아티스트가 아닐까?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싸우는 수준까지 가지 않을까...🤔 가볍게 가자면 욕하면서 갑자기 빡 때려버리는 정도고, 심각하게 가자면 피 터질 정도겠네. 속 시원하게 때리면 그걸로 기분 살짝 풀려서 대노에서 소노로 내려가.
자캐의_의외인_설정 - 어~ 의외라고 생각한 설정은 아직 잘 모르겠어.... 딱히 의외 설정은 아니고 tmi 설정을 밝히자면 타츠미야 씨... 내가 타협하지 않았다면 양갈래 남고생이 됐을지도 몰라. 지금 지정한 픽크루로 반묶음이 안 돼서 시트 짜다가 내가 흑화할 뻔했거든...(진짜임)
"보통 그런 존재들은 죽어라고 하는 것보단 다르던데요.." "농담도 그렇게 크게 받으면 놀랍니다?" 장난스럽게 받고는 그냥 스리슬쩍 넘깁니다.
"정말 그만두셨다면 저도 곤란해지네요." 진짜 인간 아니게 되어서 원한 같은 거 받으면 전 곤란합니다? 입시생은 온갖 걸 조심한다고 하니까요? 라는 말을 합니다. 입시생을 생각해보세요. 온갖 곳에 치성 드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리고는 마이리가 말한 아이스크림에 반응합니다. 노출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긴팔이지만 더운 걸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닌 만큼 반응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아이스크림이요? 전 못 봤는데.. 타츠미야 씨가 괜찮다면 한 번 부탁해 봐도 되겠네요" 참고로 민트초코는 사주면 먹지만 제 돈으로는 안 사먹어요? 라는 농담을 합니다. 근데 엔이 민트초코 먹을 수 있나? 안 정했으니 넘어갈까.. 청춘을 운운하면서 말투가 낡았다는 딴지는 걸지는 않네요. 무안하게 만드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누구에게나 악의적인 걸 주지도 받지도.. 같은 거라서 그런가.
"가볼까요?" 가볍게 발을 떼지만.. 마이리가 가야 가지요. 하지만 대충 어느 구역인지는 짐작이 가나요?
"오, 그런 거 본 적 있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본 적 있으십니까? 귀신이나 외계인 같은 것들?"
그런 말을 하는 본인은 정작 귀신보다 더 높은 신이지만, 일부러 신에 관한 이야기는 쏙 빼놓는다. 그야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신보다는 귀신을 먼저 이야기하는 법이니까.
"원령이 된다면 저도 곤란하니 안 그러렵니다. 뭐, 이 이야기는 이쯤 하고…… 갑시다! 이렇게 된 거 오늘은 토와 씨랑 볼장 다 보고 내일 볼 친구 녀석이랑은 재미없게 놀아주고야 말겠습니다."
가볍게 말하며 그가 먼저 걸음을 떼었다. 말리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토와의 한쪽 팔을 슬쩍 잡고 가려 했을지도 모른다. 음식 노점과 게임 코너는 가까이 붙어 있었으니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조금 걸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띄었다.
"아마 민트초코는 아닐 겁니다. 무슨 맛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대충 이렇게 생겼는데, 제가 아이스크림 전문점 같은 덴 자주 안 가서요. 토와 씨는 이런 거 드신 적 있으십니까?"
쫄래쫄래 입간판 앞으로 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끝에는 아이스크림 사진이 있었다. 호타루마츠리라고, 밤에 환한 반딧불 컨셉인지 아이스크림에 형광빛 칩과 이런저런 토핑이 박혀 있다. 무난한 기본 맛도 있고, 밤하늘처럼 푸르스름한 군청과 보라색 섞여서 알록달록한 것도 있고. 아, 무엇을 넣었는지 완전히 검정색으로 까만 것도 있다. 맨 뒤의 것은 입이 새까매지니 길거리에서 먹으면 추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