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의 반응에서 서늘한 날, 혹은 그에 준하는 기분을 느꼈지만, 요조라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시선도 태도도 그대로였으니, 상대에 따라선 시비가 붙어 말싸움으로 번졌을지도 모를 순간이었으나,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키라가 고개를 젓든 한숨 비슷하게 숨을 내뱉든 상관없이, 요조라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요조라가 조금만 말을 순화했더라면 이렇게 날 선 분위기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태도도 조금만 유순하게 했더라면, 분명 좋은 대화가 되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요조라의 사교력은 그래주지 못 했다. 아직은 그 정도로 순응하지 못 한 탓이지만, 그럼에도 이 분위기의 책임 대부분은 요조라인 것이 맞다. 맞지만, 요조라의 생각은 아무렴 뭐 어때, 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가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당연히도 변명이나 상황을 무마해 보려는 말은 안 한다. 돌아서는 아키라를 보고도 잡기는 커녕 물끄러미 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봐도 더 이야기할 것은 없다는 말에, 요조라는 조용히 어깨를 으쓱이고 말했다.
요조라는 자신의 말을 마치고 마저 휘익 돌아선다. 묶지 않은 머리 길게 흩날리고, 여름용 원피스자락 시원하게 흔들린다. 아키라와는 등진 채, 다른 말도, 붙잡지도 않는다면, 그대로 천천히 걸어 서서히 멀어졌을테다. 헐거워진 안경 한번 슥 올리고, 잘 다져진 산책로를 따라 흔들흔들, 유유자적 걸어나갔을테지.
이 이야기는 더 안 할래! 코로리는 이 주제로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마녀에게서 인간의 다리와 목소리를 맞바꾼 인어공주도 아니면서 고개만 끄덕끄덕 몇번 흔들어서 대답했다. 토와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게 참 다행이었다.
"응, 타타!"
안고 있던 인형을 흔들어보인다. 이름을 불러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인형이 반갑게 구는 것 같은 모양이다.
"바로 앞에서 나와도 괜찮으니까ー"
답답해서 거북하다는데, 억지로 끌고 갈 생각도 이유도 없다. 코로리는 토와가 힘들어한다면야 타타도 품에 안겨줄 각오를 끝냈다. 풋사과 씨 지금도 시들었는데 더 시들면 큰일이라구. 역시 아쿠아리움은 무리라는 말이나 꺼려하는 행동이 없었다면 코로리는 아쿠아리움으로 발을 옮겼을 것이다. 거북하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기대된다거나 신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만 발걸음까지도 감추지는 못한다.
나는 네가 어렵다. 물론 태초부터 인간들은 어려운 존재이긴 했으면서도... 원하는대로 (아님) 물고기도 내쫓아 줬는데 왜 울상인 건지. 아니면 역시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이쯤되니 의문인 것이 '왜 나에게 화를 내지 않지'였다.
"슬플 땐 울어주고, 화날 땐 짜증내고, 행복할 땐 웃어주고. 난 그런 거 잘 몰라.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어떻게 알아. 너는 그럼 언제 행복한데?"
그렇지만,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를때에는 어쩐단 말인가. 도무지 필설로는 이해되지 않는 그런 것들이 있는데, 나는 오래전에 그러한 것들을 죄다 덮어버리고 삼켜버려서 아픈 배 붙잡고 무시해버렸다. 나는 너의 말을 복습하려는 듯 중얼거리다 이어지는 말에 또 괜히 마음이 찔려서...
"...그정도로 싫어하진 않아. 그냥, 그냥. 네가 잘 행동하면 나도 안 싫어 했거든. 그런 걸로 신경쓰지마. 사람이 살다보면 미움 좀 받을 수 있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이러는 것도 필설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였는데 불연듯 짜증이 나다가 화가 풀리고 괜히 가시 세우는 이것의 근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고, 또 무던한 축생이었을 뿐인데 최근 들어 -그게 100년 전쯤인가- 자꾸만 바뀌려 든다. 코노에가 나의 몸 일부를 돌려주며 함께 놓고간 감정 부스러기들도 설명되지 않을 무언가였는데, 나는 얻고도 상실한 듯 여즉 길을 헤메고만 있다.
"...정말? 외할머니 이야기를 했어? 또 무슨 말 안하디?"
분명한 것 하나, 나는 그 사실만으로도 기쁠 수 있는 생명이더라. 나는 턱을 지탱하던 손을 의자에 짚고 자세를 바로했따. 너를 향한 몸은 수면 위에 머리 올린 물뱀이다. 녀석이 나를 보는 시선이 어째 곱지 않다. 굳이 다지자면 다수의 의구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내가 중요한 건 그게 아닌지라, 너에게 되물었다.
"왜, 그냥 궁금할 수도 있지. 빨리 말해봐. 원래 내가 남의 집 사정에 궁금한 게 많아."
...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변명거리를 더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적이 없어서? 아니면 원래 태생이 좀 음침하다? 나는 상식이 없다? 전부 괴상하고 기이한 말뿐이라 생각을 접는다.
"타타군요." 이름을 듣고는 나쁘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여 긍정합니다. 그리고.. 아쿠아리움 쪽에 가서 앞에서 나와도 된다는 말일까? 싶지만...
아쿠아리움은 무리. 라기보다는 조금 거북하지만 음... 수준이기 때문에 아쿠아리움으로 코로리와 함께 가려고 했을 겁니다.
"시기 이전에는 괜찮은데.." 그런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다. 느낌인 걸까? 아쿠아리움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직 본격적인 아쿠아리움 안이 아니라 은은한 불빛이 있을 겁니다.
"아쿠아리움 안내책자가 있네요." 같이 보실래요? 라고 묻습니다. 아마 안에는 아쿠아리움의 행사 일정이나(상어에게 먹이주기나 물고기들의 쇼나.. 닥터피쉬 체험이나.. 펭귄 쇼라던가) 아쿠아리움의 안내도가 있을 겁니다. 아쿠아리움의 자랑은 해저 터널같이 꾸며둬서 물고기의 유영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저 터널도 있다고 하네요. 휴양지를 만들 때부터 설계하여. 해저터널을 아크릴로 만들어 섬 주위의 물고기들이나 그런 것들을 볼 수 있게 꾸며놨다고 하네요.
"소중한 사람들하고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그 사람이 행복해서 웃음 지을 때라거나. 같이 맛있는 것을 먹을 때라거나. 소소하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라거나. 너는 그런 적 없었어? 몸 속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느낌 말이야."
렌이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이야기했다. 렌에게 행복이란 그런 것이었다.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많이 성취한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렌에게 행복함의 반댓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외로움이라고 답하리라.
"나는.... 나는 내가 나도 모르게 너한테 뭘 잘못한 줄 알았지. 그게 아니면 됐어."
렌은 신경쓰였던 것은 단지 그것 뿐이었다는 듯 조금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미즈미와 조금 비슷한 표정이었을까. 렌은 대체로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주려고 하고 잘 지내려고 하지만, 굳이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을 맞추려고 하진 않았다. 그러기엔 자신이 소모해야 할 에너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어머니가 한 외할머니에 대한 말에 아무래도 기뻐하는 듯 하다. 자세를 바로하며 자신에게 좀 더 묻고싶어하는 모습에 렌은 물음표를 띄운다. 이상한 여자애. 렌은 미즈미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도리어 질문했다.
무슨 시기를 말하는 건지, 이전이라 괜찮다는 건 이후에는 안 괜찮다는 것일텐데 아쿠아리움 이야기이려나 싶은 코로리는 토와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하지만 캐물으려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하기 꺼려할 수도 있으니까 한 번 물어보기만 하고서 안내책자로 시선을 옮긴다. 때마침 같이 보겠느냐고 물어봐주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터널 가구 싶ー"
해저 터널이래! 바닷속을 걸으면 물고기들은 깜짝 놀랄까?! 무심코 생각한대로 바로 말해버렸다가, 쭈뼛쭈뼛 토와를 쳐다본다. 바닷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아예 바닷속에 만들어둔 터널을 가고 싶다고 말해버렸다니 자연스레 눈치를 보게 된다! 풋사과씨 완전 양귀비인데다가 의자에서 잠들 정도구, 거북하다구 했는데ー 아쿠아리움의 좀 더 안쪽을 들여다보면, 본격적으로 수족관이 늘어져있는지 푸르게 아룽아룽 그림자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그림자에 물고기나 다른 동물들이 움직이며 지는 그림자까지 더해져서 넘실넘실 일렁인다. 코로리는 말하다말고 멍때린 것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갈 수 있다아! 해저 터널에 가는 꿈이나 아예 바닷속으로 퐁당 빠져 들어가는 꿈을 만들 수도 있고, 그런 꿈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본 적 없는 곳을 오롯이 남의 것에 의지해서 꾸며내거나 구경하는 것보다야 내 거가 더 좋잖아! 토와의 농담에 방글 웃으면서 답한 코로리는 해저 터널을 향해 가볍게 발을 옮겼다. 터널로 가는 길에도 천장에 닿을만치 높고 커다란 수족관들이 반짝거려서 구경을 하면 점점 더 들떴다.
"풋사과 씨, 펭귄 좋아해?"
코로리는 책자를 떠올려보았다. 펭귄 쇼는 해저 터널을 지나가면 볼 수 있었던 것이 언뜻 기억나고, 천장에 달려 있는 안내 표지가 해저 터널과 펭귄 쇼를 같은 방향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고래인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구경을 하면 할 수록... 표정이 옅게 미소지은 것에서 바뀌지가 않네요. 감탄이나. 흥미나 그런 것도 점차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저 평탄한 반응이네요. 펭귄을 좋아하냐는 코로리의 물음을 듣고는. 아 그랬었나. 싶은 생각을 합니다.
"싫어하진 않네요." 아쿠아리움에서 볼 쇼 중에서 가장 괜찮아보여서요. 라고 답하면서 해저 터널의 입구가 보이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광경 자체는 괜찮네요." 라면서 해저 터널에 들어서면 초입부터 커다란 가오리가 몸을 활짝 펼친 채 날아다니는 광경이나. 여러 은빛으로 빛나는 물고기 무리가 보이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천천히 보면서 걸어가죠." 펭귄 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서 토와가 걸음을 옮깁니다.
음. 대체로 의견이 없어보이니 그냥 왕게임으로 가도록 할게요! 캐입 진실게임은 또 언젠가 할 기회가 있을터!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왕은 최대 2명에게 지령을 내릴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라는 것보다는 특정한 행동을 지시하는 것을 권장할게요! 아무래도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것은 글로 묘사하는 것이 조금 힘들 수도 있고 그렇다보니!
그럼 일단 1번째 왕을 돌려보도록 할게요! 참고로 이건 그냥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 점은 참고해주세요! 즉, 이런 일이 있었나 정도의 어렴풋하게 꿈 속의 일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조금 힘들수도 있다는 이야기에요!
그래. 너는 웃는 모습이 코노에를 닮았다. 나의 시선은 여즉 너를 향해있었는데, 내가 그리던건 어쩌면 그 웃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만 그 웃음에 대해 아는 것이 몇 없다. 그 웃음을 가리고만 거대한 장막, 슬픔이라는 감정도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나는 역시 너희가 웃는 게 좋더라.
"그래."
나는 느릿하게 수긍한다. "몸 속 따뜻해지는 기분은 잘 몰라. 그렇지만 기분이 아주 이상해질때가 있어. 날 것을 잘못 삼켜서 고생하는 기분과도 같더라." 라고 말하며 고개를 드는데 오호라 통재라,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말에 나는 불연듯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그런데, 소중한 사람이라니. 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내가 느끼기에도 장난기 담긴 목소리였다. 너도 슬슬 짝을 찾고 결혼을 할(아님) 나이니까 이성에게 부쩍 관심이 생겼을 것이다. 내가 비록 너에게 못되게 굴긴 했어도 관계가 관계다 보니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행운은 몰라도 무운 정도는 빌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곱게 넘길수는 없어 나는 잠시 고민한다.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저의는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네게 느끼는 의구심과, 그 의구심 끝이 향하는 곳 역시... 둘 모두 내 혀 위에 올라 두 갈림길처럼 갈팡질팡하는 듯 했다. 나는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너에게 묻는다.
"왜? 너는 내가 너희 엄마랑 어떻게 아는 사이일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상 답은 정해졌다. 마치 이렇게 작게 속삭이는 듯 했다. 네 엄마가 네게 뭘 알려줬지?
잘못 걸렸다, 오늘은 확실히 잘못 걸렸다. 딱 봐도 나보다 키가 10cm는 더 커보이는 선배를 들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10회나 해야 한다니? 아미카는 차라리 이 상황에서 도망칠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아냐, 아냐 안돼! 내가 좋아하는 케니와 오카다가 65분간 경기를 펼쳤을때 도망갔어? 끝까지 경기를 끝내고 5성 만점에 7성을 받았잖아! 이걸 성공한다면 6성이 되는거야(?)'
"시..실례할께요~..선배니임..!"
아미카는 조금 힘빠진 목소리로 말하며 왠지 약간 자신과 분위기가 비슷해 보이는 선배를 누우라고 한 뒤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렸다. 확실히 쉽진 않았지만 어찌저찌 들어올리는데는 성공했다.
"첫번째 칭찬이라며언.. 확실히 가볍다..?"
이후 다시 앉았다가 빠르게 일어났다.
"달달한 냄새도 나고오.."
또 다시 빠르게 앉았다가 일어섰다. 무릎이 좀 아픈 것 같았지만 여러 스턴트를 위해 무릎을 희생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며 참았다.
"피부도 깨끗하..시네요.."
아미카는 곡소리가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았다. 이후에도 시력이 좋다, 검은 머리가 예쁘다, 차도녀 같다 등 별별 칭찬을 했다. 이제 2번 남았다.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정신이 들고보니 손에 숫자가 적힌 막대를 들고 있었다. 막대에 적힌 숫자는 2, 그리고 미션을 수행할 사람은 6번과 2번... 2? 난가? 나야?
"...뭐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6번인 사람을 발견한다. 곤란하달까, 당황스러운 건 서로 마찬가지인 듯 하다. 그야 그렇겠지, 이런 자리에서 그것도 첫번째라니, 빠르게 해서 끝내는게 좋겠다 싶어 6번 여학생이 하는대로 가만히 있는다. 자신보다 키 작은 여학생이 어떻게 자신을 들고 열번이나 앉았다 일어나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보다, 지금은 고생한 여학생의 격려가 먼저일 듯 해서, 끝난 뒤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한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왕으로서 명령을 내린 이가 이자요이의 성을 지닌 누군가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교류가 한 번도 없었지만 어째서 알 것 같냐고 물으면 그것이 바로 꿈 속 파워이기에. 속으로 '이자요이. 이자요이!! 또 나를!!' 이라는 마음 속 큰 외침은 당연히 입 밖으로 나올 일이 없었다. 여동생에 이어서 오빠되는 작자까지. 물론 이건 꿈 속이었기에 그리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고 일어나면 코세이의 성이 이자요이인 것도 모두 잊어버릴테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아무튼 아미카에게 애교를 부리라고 하니 아키라는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애교를 부려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부려야하는지 애매하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도 왕게임. 시미즈의 이름을 걸고 (Feat.어디의 소년탐정)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볼을 힘껏 부풀린 후에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볼을 콕 찍었다.
이상한 장소. 신의 장난일까? 그렇다면 무슨 이유일까? 악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카루타는 자리에 벌렁 누워버립니다. 아, 좋다. 이렇게 쉬다보면 알아서 보내줄 테지요. 보내주지 않는다면 보내고 싶게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누워서 귀여운 인간들의 재롱을 보니, 손에 들린 막대에 왕이 적혀있지 뭡니까.
"아- 내가 왕! 그래, 내가 왕이 될 상이긴 하지!"
폭군은 아니고요? 소맷단에서 주사위를 꺼낸 너는 어딘가 쎄하게 웃습니다.
"그럼~ 우리 쉽고 즐거운 거 해요~ 여기서 먼저 나온 사람이 나중에 나온 사람을 꼬옥~ 쓰다담♡ 해주면서 요시요시♡ 오늘도 간바레♡ 해주기?"
연속으로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품을 하며 아키라의 애교와 그걸 받아주는 아까의 여학생의 미션을 바라본다. 이런게 재밌나, 흐응. 손으로 턱 괴고 눈만 깜빡이다가, 새로운 막대를 뽑는다. 이번엔 4번이네. 그리고 미션은 4번과 5번...?
"또야..."
그나마 연속이 아닌게 나은 걸까. 4번 막대를 휘적이며 5번을 찾는데, 아, 왜 또 5번은 저 사람이야... 하, 짧은 한숨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별거 아닌거 빨리 하고 끝내버리자, 라며 코세이에게 다가가다가 예전에 마히루가 가르쳐준게 생각난다. 설마하니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왠지 지금이라면 해볼 만도 할 거 같다.
뭐... 한번 쯤이야...?
코세이 앞으로 가서 잠시 응시하다가 팔을 든다. 키 차이가 좀 있지만 발꿈치를 들면 얼추 맞는다. 그대로 끌어안고, 한 손으로 코세이의 뒷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미션에 나온 대사를, 코세이에게만 들리게끔 귓가에 소곤소곤.
"요시요시...오늘도, 간바레..."
귓가에 하느라 뺨이라던가 닿은거 같은데, 잠깐이니까 상관 없으려나. 불평 할테면 하던가. 그런 표정으로 그렇게 미션을 끝내고 떨어져 자리로 돌아간다.
자리로 돌아가기 무섭게 다시 뽑힌 걸 보고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아무리 사람이 적다지만 그래도 세번은 너무하지 않니. 뽑은 막대를 노려보지만 막대는 잘못이 없다. 아, 됐어. 이것도 빨리 하고 끝내면 돼. 돌아나가서 2번인 사람을 본다. 그런데, 어라, 방금 미션 냈던 사람이네.
"봐줘...? 누굴, 나를...?"
독바로 서니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는 시선 차갑다. 스읍, 작게 숨 들이쉬고 손 들어 상대와 맞잡는다. 희고 가는 손은 말랑하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르는 손은 아니다. 이젤이며 캔버스며 절대 가볍지 않으니까 말이지.
기합소리 없이 손에 힘 꾹 넣으며 자세 낮추고 밀어붙인다. 결과는 딱 한순간이지 않았을까.
또 이자요이인가? 그보다 나에게 애교를 시킨 이가 아니던가. 오호라. 통재구나. 아키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복수를 할 기회가 찾아오다니.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합법적인 복수이다. 이내 아키라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자신이 가짖고 있는 숫자 6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코세이에에게 찾아간 후에 고개를 끄덕인 후 그의 무릎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빤히, 정말로 빤히 코세이의 눈을 바라봤다. 어떻게 보면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일단 호의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내 눈앞에 있는 나에게 부끄러움을 준 이자요이의 피를 이은 자.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으나 정말로 빤히, 정말로 빤히 바라보는 것이 1분이 아니라 1시간도 가능할 듯 보였다.
정말로 뚫어져라, 만약 시선만으로 구멍이 난다면 그의 두 눈에 구멍이 날 정도로 정말로 뚫어져라 바라보던 아키라는 시간이 지나자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잠의 신인 내가 이런 거 걸릴 리가 없지! 코로리는 정말로 즐거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이런 꿈을 만든 적은 없어서 당황스럽기야 했지만, 이렇게 재미난데 상관없다는 거였다. 깨어나거든 잊어먹는다는 사실도 모르고, 일어나게 되면 다들 놀려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리가 왕이 되었다! 2번한테는 내 국어 숙제 해달라 하구, 4번한테는 수학 숙제 해달라구 해두 되는걸까?! 하지만 정말 그렇게 했다가는 저런 왕 당장 끌어내려버리자는 소리를 들을 거 같아서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1번은 첫째 공주님이야! 이거로 사과머리하면 돼!"
하트모양 장식이 달린 커다란 리본 머리 끈이었다! 빨간 하트와 분홍색 리본끈이 심하게 화려하고 눈을 끈다.
사실 왕 된 사람은 누가 무슨 번호를 들고 있는지 알고 있는거 아닐까. 다 보고서 미션 할 사람을 고르는게 아닐까. 하지만 자신을 뽑아서 대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렇지만 이게 우연이라면 또 무슨 우연이란 말인가...
5가 적힌 막대를 바닥에 떨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으으, 앓는 소리 난 듯도 싶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떨리는 손으로 코로리에게서 고양이귀 머리핀을 받아온다. 주섬주섬 머리를 매만져 두 갈래로 나누고, 각각 묶어서 양갈래로 만든 다음, 고양이귀를 반듯하게 펼쳐서 머리핀을 그럴듯한 위치에 딱딱 착용한다.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 표정에 생기는 없었으며 눈빛 역시 흐릿했다.
머리를 다 묶고선 역시나 죽은 눈으로 토와를 본다. 그래, 이 사람도 같은 처지긴 해... 그리고 말없이 손을 내밀어 토와의 손을 잡는다. 얌전히 잡고 있다가 턴이 바뀌면 얌전히 놓았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아키라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물론 방금 전의 그것보다는 좀 나은 것 같긴 하다만, 지령이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지금 이거 나를 가지고 서커스를 시키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다시 한 번 시미즈가의 이름을 걸고 (Ver.모 소년탐정) 그는 이 지령을 수행하기로 했다. 물론 잠시 자신에게 지령을 내린 렌을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긴 했지만.
아무튼 이자요이 코로리. 같은 반 여학생이기도 한 그녀의 모습을 아키라는 잠시 조용히 바라봤다. 이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는 그녀를 가푼하게 자신의 등으로 업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 업히는 것은 조금 내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 금방 끝낼테니까요."
별명도 그렇고, 전의 행동도 그렇고. 잠시 그런 것을 떠올리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아키라는 코로리가 떨어지지 않게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3번 반복했다. 아마 대충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꽤 안정적이었을 것이다. 이어 빠르게 끝을 낸 그는 약하게 숨을 내뱉고 다시 한 번 균형을 잡고 코로리가 떨어지지 않게 오른쪽으로 두 번 돌았고 잠시 그녀가 어지럽지 않게 텀을 줬다가 왼쪽으로 세 번 돌았다. 한 번에 많이 도는 것이 아니었기에 비틀거리는 일은 없었고 마지막으로 휘파람을 세게 휙 불면서 그는 코로리를 아래로 내려줬다.
"수고했어요."
이어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두 손을 탈탈 턴 후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쉬지 않고 한 번에 돌라는 말은 없으니까 이 정도는 세이프지 않겠는가.
"아. ...이걸로 전에 비행기 태워주기로 한 약속은 지킨거예요."
물론 일어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거 아니겠냐는 식으로 생각하며 아키라는 싱긋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아키라가 잠시 조용히 바라볼 때 괜히 지레 겁먹었다! 세상 모든 것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가, 이런 벌칙을 수행시키도록 한 왕을 바라보는 건 그럴 수 있다지만 나 아무짓도 안 했는데 왜 나한테도 그래! 한숨까지 쉬구! 억울해서 업으려고 할 때 발버둥쳐버릴까 생각했지만 업으려는 쪽보다야 업히는 쪽이 엉덩방아 찧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다.
"학생회장님, 삐진거면 가자미라구 불러버린다."
코로리는 얌전히 업혀있기만 하면 끝나는 벌칙이라 안 그래도 조금 미안한가 싶었는데, 이런 말을 들어버리니 너무 못되게 굴었나 싶어졌다. 착하고 마음 넓은 신인 내가 용서해줄까! 앉았다 일어났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허술하게 잡고 있다가 제대로 붙잡았다.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 때도 잘 잡고 있다가 휘파람 소리가 나면 그때부터 내려갈 준비를 했다. 업혀있는 동안 저번의 약속을 이걸로 지켰다고 할까 싶었다. 레고 밟는 정도의 악몽보다는 약한 거 같기야 했지만, 나 착하고 마음 넓은 신이니까!
"회장님이 수고했ー"
뭐야! 난 그렇게 하라구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키라가 먼저 비행기 태워주기로 했던 약속 이야기를 하며 웃어버렸다! 코로리는 어이가 없어졌고, 말하던 것도 끝맺지 못하고 끊겼다. 멋대로 비행기 태운 거라고 하면 반칙이라며 따지고 들기에는 다들 함께 게임 중이었던 거니까, 자리에 돌아가서 앉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코로리가 아키라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얍삽해!
과정이야 어떻든 주의를 돌리는 데는 성공했으니 된 것이겠지. 후미카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다시금 조용히 발을 내딛는다. 천천히 가는 게 좋지 않냐 말한 것치곤 여전하게도 본인에게는 힘든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앞질렀던 걸음도 옆에서 동행하는 모양으로, 다시 엇비슷한 위치로 맞추어졌다.
"그래."
정확하게 필요한 대답만을 하고 묵묵한 걸음만을 옮길 뿐이다. 이번에도 후미카는 조금 뒤에 뜸을 들이다 물었다.
"너는 혼자 다니니?"
직접 묻긴 했지만 조용한 자리를 찾는다 했으니 그렇겠거니 생각한다. 제 경우엔 같이 다닐 친구가 있다. 하지만 인간 친구의 경우 느릿느릿하게 구경하려는 자신의 박자에 맞추지 못할 테고, 신의 경우엔…… 저부터가 워낙 혼자 나돌길 편해하는 성격이니, 서로 성격이 어떤지 아는 사이이니 알아서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 걸으며 고개 들어 완만하게 뻗은 산길의 윗자락을 살펴본다. 꼭대기까지 그리 멀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일지 모르지만.
날것을 잘못 삼켜 고생하는 거랑 비슷하다는 말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부러 태클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느낀다는데 뭐라고 할 말도 없었고. 그런데 대뜸 좋아하는 사람을 묻는다. 렌은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미즈미를 본다. 그러고보니 아키라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가. 아니, 그건 마츠리를 같이 가고 싶은 이에 대한 물음이었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소중하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가족이나 친구들도 있을 수 있는 건데."
렌이 조금 샐쭉한 표정으로 미즈미를 보았다. 장난치는 것을 다 아는 모양새이다. 그런 장난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렌은 도리어 저에게 또 물음을 던지는 것에 눈을 깜빡였다가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 이내 평상시의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그야 네가 먼저 우리 어머니에 대해 물어봤잖아. 아냐, 됐어."
렌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그런 생각을 애써 떨쳐내려고 했다. 어머니가 신이든 신이 아니듯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또 그렇게 캐고 싶지도 않았고, 이 여학생이 수상하게 구는 것도 굳이 파헤쳐서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앞으로 괜히 시비 걸지 마. 또 그러면 좋아하는 애 괴롭히는 초등학생처럼 네가 나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할테니까."
렌은 답지않은 심술을 부린다.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겠지만. 그저 다음부터는 건들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별 타격은 없지만서도 그냥 생긴 모습이나 행동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소하게 시비를 걸리는 것도 썩 기분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슬슬 시간이 끝났는지, 안내원이 안내를 하기 시작한다. 다시 발을 씻을 물을 주고 발을 닦으라는 타월도 건네준다.
해저터널에 들어서면 발을 딛는 바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투명하게 바다를 비추었다. 머리 위도, 양 옆도 푸른 바닷속이었고 이따금 반짝이는 빛은 바다 위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여기까지 새어 들어온 것 같았다. 터널 안의 있는 모두가 머리카락 색이 어떻고, 무슨 색 옷을 입었든간에 똑같이 파랗게 덮히고 있다. 코로리는 푸르게 변한 타타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빛을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아서 잼잼 쥐어보았다. 파란 보석 가루가 뿌려지는 거 같아! 쥐어지지는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딘가에 담긴 것 같다.
"응, 꿈보다 예뻐! 반짝반짝ー"
커다란 가오리의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그림자 아래서 잠시 검푸르다가 다시 푸르기만 하면 가오리가 지나간 방향을 쫓았다. 아쉽게도 터널 가장자리에서도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투명한 벽 쪽으로 가까이 가도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
"아냐, 토끼 해두 괜찮은데!"
벽 쪽으로 다가가 멈춰서서 터널 너머 바닷속 풍경을, 바닷속에 갇힌 듯 바닷속은 아닌 오묘함을 구경하던 코로리는 토와의 말에 다시 걸음을 옮겼다. 토와의 옆으로 돌아와 속도를 맞춰 걷는다. 토끼 해도 괜찮다는 건 걸음 속도를 내어도 괜찮다는 거였고, 코로리는 토와를 바라보며 고개를 조금 갸웃인다. 아직은 괜찮을 걸까?!
>>309 앗 나야말로 잘 부탁해! 샘, 반딧불, 등불 구경은 필수라구 했었지....... 우연히 마주치는 거 아니면, 코로리는 마츠리 같은거 잘 갈거라서 호타루마츠리 구경갔다가..... 샘 구경할 수 있다는 이야기 듣고 렌한테 연락할 수도 있을 거 같기는 해! 저샘 있는 동굴 앞에서 의식하는 거니까 그거 생각나서?!
"파란색은 조금 그렇긴 하더라고요." 원인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을 굳이 마주하지 않았기에 별 의미는 없습니다. 해저터널에 들어서면 토와도 코로리도 전부 파랗게 보입니다. 변하지 않는 거라면 마치 스스로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녹색으로 빛나는 것 같은 녹색 눈 정도일까요?
"꿈이요.. 그러고보면..관련이 있으셨죠." 그러니까 이름이 말이다. 그론 생각이 들었기에 그저 가볍게 말하면서 예쁘긴 예쁘다고 긍정합니다. 가오리가 멀어져가고. 은빛 물고기떼가 흘러가고.. 해파리가 몇 마리 존재하고... 열대어는 없지만 열대어는 아쿠아리움 내부의 해저터널처럼 꾸며둔 곳에서 보는 게 가능할 테니.
"조금 걸어도 좋고.. 조금 빠르게 걸으면 펭귄 쇼는 좀 일찍 가서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겠네요" 슬쩍 속도를 올립니다. 그래도 느긋하게 걷다 보면 펭귄 쇼를 하는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코로리의 노을빛 눈동자도 어스푸름하게 물들었는데, 풋사과라는 별명을 지은 이유였던 토와의 눈은 여전히 녹빛이 짙었다. 코로리는 풋사과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아ー 응, 자장자장 잘 자라ねんねんころり."
그러다가 토와가 잠의 신 이야기를 하는 줄만 알고서 순간 멈칫거렸다. 어두운 밤, 꿈 없는 단잠에 들 이름 뜻이 마음에 들어서 별 고민없이 휙 정해버린 이름 이야기라는 걸 조금 늦게 알아챘다. 떠올려내서 다행이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냐구, 무서운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해버릴 뻔 했잖아! 검은 정장과 나이프, 총 같은 것이 곧잘 나오는 느와르 영화같은 류를 떠올리고 있었던 코로리다. 코로리가 토와에게 들이밀 수 있는 거라고는 아쿠아리움에 오기 전 뽑은 인형 뿐이었지만!
"그럼 해파리보다만 빨리 걷자!"
속도를 올린 발걸음에 맞추었다. 터널 너머 해파리떼를 바라보니 해파리가 유유히 바다를 가로지르는 것을 앞지를 수 있을 것 같다.
>>3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렌이라면 그 말에 신에 관한 어떤 거를 말하는 건가? 생각하면서 그 날이 호타루마츠리 날이니 아키라에게 들었던 신화를 떠올릴 것 같구. 그래서 "네? 호타루마츠리 관련된 이야기인 거에요?"하고 물어볼 것 같지. 그럼 코로리는 뭐라고 답하려나? 선레는 나로구만~ 내일 낮에 시간 있으니 그 때 올려둘게. 코로리주는 편할 때 이어주면 될 것 같아.
"저희 친척들은.. 확인하지 못한 이들은 몰라도 아는 사람들은 전부 이런 느낌이더라고요." 역광에도 눈은 빛나는 그런 눈이다. 굳이 더 공통점을 찾고자 하면 있겠지만 그건 말을 줄이자. 색은 본인 빼고는 죄다 파란 계열이지만... 사실 푸르다가 초록색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아슬아슬하게 들어가려나? 뭔가 기분이 나쁜 기억이 날듯말듯하긴 한데..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렇지요" "전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요." 딱히 이상하다의 범위에 드는 이름까지는 아니긴 하다. DQN이름을 검색해보면 온갖 사례가 튀어나오니. 엔 정도면 비교적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특이한 이름이어서 조금 기억해 두고 있었으니까요" 해파리보다만 빨리 걷자는 말을 하자 그러도록 하죠.라면서 걸어가면 유유히 떠다니는 해파리들을 지나치게 될 것이다.
"펭귄 쇼는 곧 시작할 건데. 혹시 다른 걸 보시겠다면 헤어져도 상관은 없어요." 가벼운 권유입니다.
>>320 코로리 그런 신화 이야기는 모르지만 아마 렌이 그런 이야기 들었다구 이야기하면 그거 다 진짜일 거 같다구 할 거 같네! 렌이 그렇게 물어본다면.......... 비밀 이야기니까 비ー밀! 후링 씨 뭐 입었어?! 하면서 안 알려주고 다른 이야기할 거 같 ( ◠‿◠ ) 만나서 해줄 이야기다 그거지~! 아 응, 선레는 편할 때 써줘! ( ´∀`)
가족이라고 해도 쌍둥이 하나, 친척은 없다. 그래서 쌍둥이의 이야기만 하면서 웃었다. 노랗게 타는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며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노을색과 꼭 닮았으니, 코로리는 밤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은 이 눈동자 색이 좋았다. 다들 안 자려고 해두, 밤에는 그래도 하나둘씩 퐁당퐁당 잠에 빠지니까!
"풋사과 씨 이름, 토와 밖에 모르지만 예쁘다구 생각하는데ー"
시험을 대체로 했던 미술 조별과제에서 같은 조가 되어 만났을 때, 토와라고 밖에 듣지 못 했었는데다 풋사과라고만 불렀으니 이름을 까먹지 않은게 어딘가 싶다. 코로리는 직접 고른 성씨에 직접 지은 이름이라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다. 잘 어울린다거나 예쁘다는 칭찬도 들었던 이름이니, 신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면 정체가 탄로나기 좀 쉽겠다는 것만 빼고는 대만족이다. 봐, 특이한 이름이라구 하잖아. 여기가 이상한 나라였으면 좋았을텐데ー.
"왜, 나도 펭귄 만날래!"
펭귄은 오로라 아래까지 가야 만날 수 있잖아! 코로리는 펭귄 쇼 공연장까지 가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같이 쇼를 보고서도 아쿠아리움의 다른 콘텐츠들을 다 해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도 남을테니까!
>>338 왜 많고 많은 단어 중에 그거인데?! 라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긴 해요! 음. 그리고 사실 어디까지나 아키라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라서. 아키라는 딱히 코로리를 나쁘게 보거나 안 좋게 보거나 하진 않거든요. 전에도 살짝 언급은 되었지만 같이 놀면 재밌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은 하고 있어요. 잔소리하는 것은 아무래도 학생회장+같은 반 이라는 입장상.
"쌍둥이 오빠가 있었나요?" 코세이와 만나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모른다. 토와가 타 반을 만날 일이 적은 것도 있던가? 이름을 토와밖에 모른다는 말에 잠깐 멈칫합니다. 나 그러고보니 풀네임을 가르쳐준 적 없었나? 보통 보고서에는 보통 풀네임이 같이 쓰여지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잠깐 돕니다.
아니 토와주도 그건 예상 못했으니까...
"'토와 엔'이에요." 한자로 쓴다면 永久 円 정도일까.라고 생각합니다. 토와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이름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아무튼.. 이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아주 오래된 것이니까요" 그러면 들어갈까요? 라고 말하며 펭귄 쇼에 들어가면 한산한 자리입니다. 펭귄 몇 마리가 무대 위에서 놀거나 돌로 둥지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게 보이네요.
>>339 반반 나뉘어있다는게 포인트였지~! 지킬앤하이드가 더 나았을 거 같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 ´∀`) 코로리가 아키라 안 싫어한다고 말하면 해결되려나?! 햇님이랑 도련님 정도의 별명은 그대로일테지만.... ( ^∀^) 그리고 뭐 잔소리는..... 아키라가 옳은게 맞으니까......
>>341 이럴수가! 아키라가 신이 아니라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었어!! (털썩) 토와주와는 꽤 여러 번 돌렸었는데!
>>342 그렇게 말을 한다면 아키라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기야 할 것 같네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아키라의 저 생각은...직접적으로 입 밖으로 꺼낸 것이 이번 왕게임 뿐이고 그조차도 꿈에서 깨어나면 잊어버릴테고, 아키라가 굳이 또 언급을 할까 싶기도 하고. 물론 그 전에 아주 살짝 일상에서 언급을 한 적은 있지만 코로리가 기억할지는 모르겠고. (시선회피) 아앗..ㅋㅋㅋㅋㅋ 도련님은 안 없어지는군요. 아무리 봐도 그겄 때문에 나를 놀리는구나 정도의 인상은 안 사라질 것 같네요.
복도에서 스쳐지나가다, 3학년 남학생 중에 코로리와 너무 닮았다 싶어 알 수도 있을 것이었다. 특히나 눈이 똑닮기도 했고 쌍둥이니만큼 비슷한 인상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교복 명찰에 적혀있을 이자요이라는 성은 흔한 편은 아니니까.
"상해버렸다ー"
쓴 웃음을 보자마자 상해버렸다면서 고개를 작게 도리도리 저었다. 풋사과 씨, 이름 싫어하면 계속 풋사과 씨라고 불러야겠다!
"풋사과도 오래된 거 같으면 다른 거로 바꿔줄게! 다음은 청포도야!"
원래 곧잘 별명을 바꾸기도 했고, 풋사과가 빨갛게 익는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포도도 청포도와 적포도가 있으니 청포도에서 포도가 되는 거로 바꾸면 되겠다 싶었다. 사과가 제일 마음에 들기야 했지만, 동글동글 포도가 조금 더 닮았을지도 몰라! 청포도를 이야기할 때 방긋 웃었고, 자리가 널널해서 원하는 자리가 있다면 나란히 앉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펭귄들은 귀여웠고, 코로리는 이름 이야기를 하면서 상했던 풋사과가 쇼를 보고서 싱싱해지길 바라며 곧 시작되는 쇼를 구경했다. 쇼가 끝나고서도 토와만 괜찮다면 아쿠아리움을 더 돌아다녔을 지도 모르겠
>>344 상황은...... 만드는 것!!!!!! 할 수 있다!!!!! 엮이는 걸 안 좋아하는게 아니라 땡땡이 못하게 해서(=못 자게 해서) 그런거니까!!!!! 사실 투닥거리는 것도 귀엽기는 한데 '코로리가 자신을 별로라고 생각한다' 고 생각하는게 쪼오금 안쓰러워서........ 가미즈미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밖에 없는데 。゚(゚´ω`゚)゚。 도련님은........ 너무 도련님이니까!!!! (`・ω・´)
글치... 아까부터 머리에 이명이 울려... 그래서 하던거만 대충 해놓고 씻고 누워보려구~ 아 마츠리 일상 해야지~ 음 역시 그게 무난하긴 할 텐데, 요조라가 가미즈미 전설 그림 그리는 걸 코세이 만나기 전~ 한 2시간쯤 전에 한다고 하려고 하거든~ 이거 코세이가 보는 쪽으로 할래? 아님 못 보고 원래 얘기했던 저녁시간에 보는 걸로?
그래서 씻고 자리 깔았지~ 오늘따라 이불이 푹신해~ 와~ 어~ 음~ 그걸 얘기했을려나... 아마 했..지 않을까나? 라인 켜고 보낼까 말까 말할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그날 밖에서 그림 그리는거 하는데 약속시간 이전이니까 늦진 않을 거라고~ 반바퀴 돌려서 얘기했을 거 같아~
그림 본거는 얘기하는구나~ 그렇군 그렇군~ 시작부터 즐겁겠는걸~ 응 약속장소는 거기로 하구, 초반에 그림그리는거 넣어야하니까 내가 선레 쓸게~ 이따 오후 느즈막히 올릴 수 있겠지만... 음 어쩌면 쪼금더 늦을지도 모르고 그렇긴 한데~ 너무 늦진 않게 올릴게~ 일단은 좀 자고...
호타루마츠리. 사쿠라마츠리처럼 크고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축제였고. 게다가 렌은 이전에 아키라로부터 호타루마츠리 기간동안 공개되는 샘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데에다가 아키라가 열심히 준비했다고 하니 궁금증도 일어 마츠리 첫 날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낮 보다는 저녁부터 활기를 띄는 축제이다보니 렌 또한 여름 해가 느즈막히 지기 시작할 때에 집을 나섰다.
옷은 가볍게 흰 셔츠에 짙은 남색의 얇은 여름 바지를 꺼내 입었다. 렌은 옷장 안에 흰셔츠와 흰 티가 굉장히 많은 편이었는데ㅡ거의 50%에 달한다ㅡ 어느 티를 꺼낼까 고민하다가 호타루마츠리니까 가슴 포켓에 작고 노란 별 세 개가 나란히 자수로 박혀 포인트가 들어있는 옷으로 했다. 나란한 별 세 개는 오리온자리를 뜻하니 여름이 아닌 겨울과 관련된 것이지만.... 반팔 셔츠로 나온 것으로 보아 옷을 만든 이도 옷을 입는 이도 그닥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노을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산책 겸 걸음을 걷는데 렌은 휴대폰이 울렸다. 코로리 씨, 라고 적힌 화면에 렌은 작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서로 친구를 하기로 한 이후로 이런 저런 소소한 연락을 주고 받곤 했기 때문이었다. 귓가에 들리는 밝은 목소리는 비밀 이야기가 있다며 마츠리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던 중이었기에 알겠다며 이런 저런 말을 하다 전화를 끊었다. 끝내 무슨 이야기인지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네버랜드 관련된 이야기면 아무래도 아키라가 알려주었던 신화에 관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그렇다면 샘에 같이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아키라가 옆에 같이 올 사람을 기대하겠다고 장난처럼 말했던 것이 떠올라 잠시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가 이내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린다.
마츠리가 시작되는 노점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거의 져서 남빛의 하늘 색이 덮여져 있을 때였다. 하지만 노점의 위쪽에 달린 등불들 덕에 하나도 어둡지 않았을 터였다. 이제 거의 도착했다고 어디서 만날지 물으려고 하는데 저 입구 앞에 마중나온 코로리가 보였다. 지난 번에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놀랐는지 딸꾹질을 한 코로리가 생각나 이번에는 멀리서부터 코로리 씨, 하고 부른다.
묘하게 언제 애인 데려오냐고 성화인 엄마아빠처럼 굴고 있다만, 기분탓이다. 아무튼 나 때는 이 나이때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랬는데... 아무튼 내가 답지 않게 흥분을 하여서 오늘 대화를 어그러뜨렸나 본데 나는 모르는 척 딴청을 피우며,
"아니, 남에 엄마한테 관심 좀 가질 수도 있지..."
변명답지도 않은 변명을 꿍얼거리는 것이었다. 하여간 억울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어어, 네 엄마가 나한테 와서 내 밥도 잡아주고 옷도 입혀주고 해줄 거 다했어'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제 오랜 후손을 구경나왔다는 후미카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비밀을 지켜왔는지 의문이다.
"좋아하는 사람 괴롭히는 바보가 어디있어? ...나도 네가 잘 했으면 심술 안 부려. 나한테 잘하든가."
제길... 이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어째 말이 이어질 수록 사이가 나빠지는 것만 같은데 이게 맞나 싶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 인사 안 온 건 괘씸하다 이말이다. 물론 내가 안 찾아간 것도 있고, 아빠 닮았다며 짜증을 낸 것도 맞지만 아무튼 내 잘못 아니다.
"...아무튼, 다음에 봐."
나는 네가 건낸 수건을 대충 닦는 시늉을 하고 -어느새 물기가 사라져 있었다- 대충 자리를 옮겼다. 너도 나도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심사가 엉클린 모양이다. 산이나 오르면서 마음의 안정이나 찾아볼까 싶다.
//이걸로 막레... 이대로... 이대로 괜찮은 거 맞지?? 이러다가 둘이 어느날 주먹다짐 하는 거 아니냐며....... 아무튼 일상 수고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즈미주 막레 잘받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즈미 꿍얼꿍얼 거리는 거 귀엽잖아~ 둘이 오해는 풀었으니(?) 다음에는 더 친해지지 않을까? 그런데 미즈미 자기도 애인 없으면서 렌한테 그러는 거냐구~~~ㅋㅋㅋㅋㅋㅋ 일상 너무 재미있었어~~ㅋㅋㅋㅋㅋㅋ
>>393 사실 애 낳고 손 잡고 와야지!! 드립까지 치려고 했는데 삼진 에바로 고히 집어 넣었어.... ㅋㅋㅋ 오해 풀린거 맞아??? 아.. 아무튼 다음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마인드야 ㅋㅋㅋㅋㅋ 나도,,,, 쬐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재미있게 했어~~~ 암튼 일상 수고 많았당~~~~
그리고 스즈주는 저녁에 온다고 했으니까 음음 나도 한 8시 이후로 시간이 날 것 같네 그때 상의해봐야겠어
반딧불이들이 밤하늘을 밝히니까! 밤하늘 색을 따라서 검은색 혹은 어두운 남빛 옷을 고르려다, 반짝반짝 빛나는 반딧불이들을 생각하고는 밝아진 하늘이라며 연한 하늘빛 옷을 골랐다. 반딧불이들이 세상을 밝혀도 어두워진 하늘이 밝아지지는 않겠지만 아무렴 사쿠라마츠리 때는 교복을 입고 놀았던게 아쉽다고 옷을 골라입은거니 교복 차림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느긋하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는, 치맛단에 나이프 플리츠 스커트와 같은 주름이 잡혀 있어서 팔랑거리는 원피스가 오늘의 호타루마츠리 룩이었고, 그래도 노랑이 제일 반딧불이같지! 연노란색과 파란색의 실핀 두 개도 귓가에 엇갈려서 X 모양으로 꽂았다. 머리카락이 검고, 실핀 둘이 각각 파랗고 노랗게 밤하늘 속 반딧불이다.
"앗."
치링ー 했다! 코로리는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그쪽으로 빙글 돌아보았다. 마츠리의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목소리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곧 방글방글 웃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치링ー 했으니까 후링 씨지! 마츠리에 놀러 나왔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의 대화가 언뜻 듣기로 동굴이 열려서 샘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코로리는 바로 렌이 생각났다. 신이 되는 방법 중 한 가지, 의식을 치루는 건 그 동굴 근처 신사 앞에서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주고 받은 이야기들도 중에 그런 이야기도 있었고, 신과 관련된 것이니까 알려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 결과로 지금 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렌 씨 안녕!"
렌을 발견하고 나면, 가만 서서 기다리는게 아니라 렌의 앞까지 다가간 코로리는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노을질 때 쯤 나왔던 것 같은데 기다리고 있다보니 하늘이 짙고 파랗게 깔려 있었고, 후링 씨도 파랗다! 셔츠 앞주머니에 있는 나란한 별 셋 자수는, 쌍둥이가 별의 신인 덕에 어느 정도 별자리를 아는데다 오리온 자리는 겨울철 제일 찾기 쉬운 것이라서 금방 알아챘다. 수학여행의 플라네타리움에서 만나고온 별자리이기도 했다.
코로리를 부르자 그녀가 자신의 쪽으로 빙글 돌며 저를 발견했다. 렌은 저를 보며 반가워하며 웃는 모습에 자연히 입가에 미소를 건다. 코로리가 밝게 인사를 하며 다가오자 팔랑거리는 원피스 자락이 눈에 띄었다. 노란 등불의 빛에 하늘빛 원피스는 언뜻 연두빛으로 보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코로리 씨. 오래 기다리셨어요?”
마츠리를 구경하고 있어도 괜찮았을 텐데, 괜히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민망하다. 까맣고 긴 머리카락 사이에 평소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머리장식이 보이자 호타루마츠리의 들뜬 분위기에 꾸미고 나온 걸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코로리가 또 의미 모를 말을 한다.
“사냥꾼이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 것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데려왔다는 것은 제가 가져왔다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냥꾼이 떠오를 만한 것이 없었다. 렌은 코로리와 마츠리 입구 쪽으로 걸으려고 하며 가볍게 이야기를 꺼냈다.
“코로리 씨는 일찍부터 축제 구경중이셨나보네요. 저도 일찍 나올 걸 그랬나..... 그나저나 비밀이라니, 어떤 재미있는 거라도 있었어요?”
자신을 부를 정도로 신난 무언가가 있던 걸까? 하늘에 뭉게뭉게 뭉게구름이 잔뜩인 날 고래떼라며 연락했었던 것처럼. 게다가 비밀이라고 하면 없던 궁금증도 생기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자신이 늦게 와서 뭔가 놓친 거라면 조금 아쉬울 것 같기도 했다.
렌이 신이었다면.... 어머니를 따라 물의 신이 아닐지~ 어머니가 맑고 밝은 얕은 물같은 느낌에 인간 친화적인 신이었다면 렌은 깊은 심해나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 같은 느낌이려나. 잠수부들이나 다이버들을 좋아할 것 같지. 아무래도 물속 깊이 들어오는 이들의 행운을 빌어주는, 상징물로 따지면 고래 꼬리같은 느낌이려나? 고래 꼬리 장식이 뱃사람들의 불운을 막아준다거나 그런 이야기가 있으니까.
>>449 아키라가 신이라.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견습 느낌의 아오노미즈류카미 2대라던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지네요. 자신의 선대처럼 고위신이 되어야한다고는 생각하는데 어떻게 수행해야할지 알 수 없어서 일단 인간과 의식을 맺는게 나을까 싶어서 나타나긴 했지만 학생회장 일이라던가 다른 이런저런 일 때문에 그쪽은 전혀 손도 못 대고 그냥 열심히 일하는데만 집중하고 타의적으로 수행을 쌓고 있는 아직 미숙한 신이라던가.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캡, 토와주 코세이주 안녕~~!!! 좋은 오후~ 오, 아키라 신은 아오노미즈류카미 2대 느낌이라니 뭔가 무슨 느낌인 지 알 것 같아. 아오노미즈류카미님도 역시 은퇴하고 해외여행 라이프를 즐기고 싶으신 것이겠지?(아님) 인간을 사귀는 것보다 학생회 일에 치이는 거냐구 ㅋㅋㅋ큐ㅠㅠㅠㅠ
영원이나 순환의 신인 토와도 엄청 멋있을 것 같아. 역시 추상적인 개념이 잘 어울리는 느낌?
아, 그럼 그 세계관에는 아키라 학생회장님에 코세이 학생회 임원을 볼 수 있는 거야? 뭔가 보고 싶다 그 세계관~~ 코세이 >>좋은 회사 들어가서 돈 많이 벌기<< ㅋㅋㅋㅋㅋㅋ 대기업 들어가면 딱 좋은 그런 느낌인데??
오래 기다렸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코로리의 머리카락은 쉽게 부스스해지는데, 오늘은 실핀을 꽂고 나와서 그 부분만큼은 얌전했다. 오래 기다렸느냐고 물어도 코로리의 대답은 장난스러운게 아니라면 언제나 아니라고 답하는 편이었다. 코로리는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까 이 잠깐의 기다림이 크게 느껴지지는 못했다. 실제로도 많이 기다린 것 같지도 않았고.
"응, 사냥꾼 씨! 여기에."
사냥꾼 씨 여기 있는데! 후링 씨가 데려온 게 아니라, 사냥꾼 씨가 멋대로 쫓아왔나봐! 코로리의 손가락 끝이 렌이 입고 있는 셔츠 주머니를 가리킨다. 별이 나란히 놓인 것을 바라보며 가리키던 코로리는 거기서 시선을 위로 올려 렌을 바라본다. 조금 목소리 크기를 낮추더니 쉬잇, 모르는 척 할게! 하고서 말한다. 몰래 쫓아온 사냥꾼이라면, 사냥꾼을 모르는 척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렌과 함께 발을 맞춰 다시 마츠리 쪽으로 향한다.
"이런 거 좋아하니까! 꿈에서만 본 거구."
신계에서는 잠을 자거나 신으로서 일하거나 둘 중 하나 밖에 없는 생활이었으니, 인간들의 꿈 속 알록달록 다양한 풍경들이 얼마나 반짝거려 보였는지 덕분에 인간계까지 내려와버렸으니 말이다. 마츠리의 입구를 바라보면 코로리가 막 마츠리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어두컴컴해진 하늘 아래서 등불이 빛을 밝히고 있었다. 여름 냄새가 나는 바람도 좋고, 해가 떨어졌다고 낮보다 선선해진 공기나 마츠리를 즐기듯 사람들 북적이는 소리도 좋았다.
"비밀 이야기는, 의식 이야기야."
비밀이라거나 재미있는 거라도 있었냐고 물으면 생긋 개구지게 눈웃음만 지었다. 답을 안 해주려고 그러나 싶을 때 까치발을 들어서 최대한 렌의 귓가에 가까이서 소근거리는 것이다.
코로리..... 코로리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우선 장래희망은 각본가일거 같다~! 연극이나 뮤지컬 쪽?! 그리고 밤에 밤샐 필요는 없어졌지만, 창작은 밤에 잘되는 법~! 밤에 이것저것 써보고 상상해보고 하다가 잠 못 자서 여전히 낮에 자고 있을 거 같아 (*´ω`*) 수업시간에 자고, 체육 시간 땡땡이치고, 가끔 깨있으면 다른 거 하고 있고..... 아마 연극부에서 부활동도 하고 있겠지, 3학년이기도 하고 부장이려나?!
여름의 문턱이었나 싶던 계절은 어느샌가 한여름에 접어들고, 여름방학이 시작한게 바로 얼마 전인데 벌써 호타루마츠리가 열리는 날이 왔다. 마을은 아직 해도 저물지 않았건만 마츠리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일찍 문을 연 노점들을 찾으며 즐거워하는 소리 울린다. 본래 호타루마츠리는 규모나 인원이 그리 큰 마츠리가 아니라지만, 올해는 전에 열렸을 때보다 확실히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SNS로 홍보 아닌 홍보를 한 탓, 아니 덕일까, 아무튼 그런 결과였다.
"...으, 사람... 보기만 해도, 멀미... 할 거 같아..." "뭐야, 너 무대 공포증 있었어? 아니 공황장애였나." "그런 거 없어... 옷이나 내 놔..." "어어, 자, 팔 들어."
어디선가 그런 대화가 오고 갈 쯤, 마츠리의 첫 날을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해변 근처에 길게 설치된 조형물에 조금씩 관심이 끌린다. 전지를 가로로 길게 뽑은 듯한 종이를 그리 거창하게 세워두었으니 이게 뭔가 싶긴 할 거다. 게다가 종이는 새하얗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다. 자유예술인가, 싶지만 근처에 사람이 몇 있어서 종이에 가까이 가지 못 하게 한다. 그런 행위는 조금씩 더 사람이 모이게 하고, 관심과 흥미는 점점 높아진다. 그런 사람들 사이로 청아한 방울 소리 들리며 누군가 나타났다.
소리 따라 시선을 돌리면 가장 먼저 검은 하오리와 옷에 그려진 하얀 파도의 무늬가 눈에 띈다. 소매도 자락도 넉넉한 하오리와 그저 하얄 뿐인 상하의를 입은 그 인물은 역시나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키가 제법 있고 넉넉한 옷으로 인해 호리호리한 남자인가 싶다가도, 지나가며 살랑이는, 하나로 모아 흰 끈으로 정갈하게 묶은 검은 머리칼을 보면 아니 것도 같다. 느닷없이 나타난 인물은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며 천천히 장지의 한가운데로 걸어간다. 걸을 때마다 차랑차랑 울리는 방울 소리는, 가느다란 발목에 걸린 발찌의 방울로부터 나는 것이다. 방울 소리와 함께 걷고 함께 멈춘 인물은 느릿하게 손을 올리고 허리를 숙이며 모인 사람들을 향해 예를 표한다. 그리고 돌아서 빈 종이를 향해서도 같은 행동을 하자, 미리 기다리던 걸로 보이는 다른 사람이 나와 그 혹은 그녀에게 무언가 건네주고 간다. 새까만 먹물이 담긴 잔과 깨끗한 붓 한 자루다. 눈에 띄는 차림으로 카구라라도 한판 출 것 같던 그 인물은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혹은 예상대로, 붓과 먹을 들고서 종이로 다가선다. 새하얀 붓 끝에 먹물을 머금어 들고, 주저 없이 종이 위에 찍었다. 그리고 내달리다시피 그림을 그려나갔다.
종이 위로 번짐과 동시에 붉은 빛 감도는 먹물은 황폐해진 마을과 그로 인해 고통받고 떠나가는 사람들을 그린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 한명만은 남아 땅을 되살리려 노력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다. 엎드려 통곡하는 이의 눈물 역시 검고도 붉은 빛이 돈다. 그렇게 그려나가는데도 발목의 방울은 무서우리만치 조용하다. 먹이 번져갈수록 붉게, 붉게 나타나는 그림을 종이의 3분의 1에 걸쳐 묘사를 하고 나면 인물은 돌연 붓을 멈추고 한걸음 물러난다. 잠시 쉬었다 하려나보다, 싶지만 곧 새로운 붓과 새로운 먹물 전해진다. 쉴 생각 따윈 없는 듯, 그림은 계속 이어진다. 유일하게 남아 통곡하는 이의 위로 세 손이 뻗어지며, 이번엔 푸른 빛이 보이는 먹물이 한 신의 모습 그려진다. 메마른 땅에 물을 내려주는 그 신의 모습은 용을 닮았다. 붓을 옮겨 새로이 그리자 이번엔 은은한 금빛이 그려지는 선에 반짝인다. 금빛을 두른 그림 역시 한 신의 모습을 묘사한다. 인자한 빛을 내려주는 신의 모습은 빛 그 자체 같기도 하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 사이로, 세번째 신의 모습도 그려나간다. 분명 먹물이건만 엷게 번지는 연분홍색이 흩날리는 꽃잎을 표현하고, 거대한 초목, 그 중에서 꽃나무와 동일시되는 신이 그 한 장면 가득 채운다. 물과 빛과 초목, 세 의미와 상징을 지닌 풍경을 남은 반에 그리고 나면, 다시 붓과 먹을 바꾸고, 남은 공간에 그 후의 얘기를 담는다. 되살아난 이 땅 위에 홀로 남았던 사람은 신으로부터 대대손손 이 땅을 지킬 것을 명 받고, 이제 더이상 검붉은 눈물 흘리지 않게 된 이는 감읍하며 그 명 받든다. 그 뒤로 오랜 시간, 오랜 세월에 걸쳐 마을은 번성하고, 이윽고 지금에 이르른다. 짙은 푸른색 번지는 먹물로 현재의 가미즈미까지 얼추 묘사해내고 나면, 아무것도 없던 장지는 이제 하나의 전설로 가득 채워져있다. 차랑, 맑은 방울 소리 끝으로 돌아선 인물은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인사를 올리고, 돌아서 퇴장한다. 이후 그림은 아홉 폭 병풍처럼 장면이 구분지어지도록 약간씩 움직여져서 보기 좋은 전시물이 되었을 것이다.
장장 한시간 반에 아우르는 긴 퍼포먼스를 마치고 퇴장한 인물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가면을 벗었다. 푸하, 하는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이마의 땀을 닦는 이는 다름아닌 요조라였다. 하오리 덕에 보이지 않겠지만 내의도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집중했고 그만큼 체력도 할애했으나, 쉴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잠시 열만 식히고 약속에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고생했다 정말. 그런데 이대로 괜찮겠어? 놀다가 쓰러지는 거 아냐?" "약... 먹으면, 돼...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체력도 저질인게, 뭐 됐다. 무리다 싶으면 노점으로 와. 나도 나가 있을 거니까." "어어..."
옆에서 마실거니 부채질이니 챙겨주는 마히루와 함께 한번 집으로 돌아간 요조라는 미리 기다리던 사요코의 도움을 받아 새로 옷을 입었다. 유카타를 어레인지한 원피스는 위에서 아래로 진해지는 푸른색에 밑자락엔 잔잔한 파도 무늬가 프린트 되어있고 허리를 두른 오비도 그에 맞춘 색에 보일락말락한 무늬가 있다. 옷 다 입으면 화장도 새로 하고, 머리도 올려서 수국 장식의 칸자시 꽂으니, 다시 나올 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러면 누가 봐도 그림 그린 사람과 동일시 하지 않을 거라며 자신만만해 하는 마히루들과 함께 돌아온 요조라는 홀로 떨어져 코세이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가는 길 살짝 휘청일 뻔 했지만, 천천히 움직이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현기증은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조금은 방심 어린 생각을 하며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던 코세이를 발견하고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이자요이 씨..."
손에 작은 주머니 가방을 들고 이번엔 옷과 어울리는 여름용 샌들을 신은 요조라는 잠시 코세이 앞에서 머뭇거렸을 것이다. 평소처럼 지그시 보는 것도 아니고 시선을 살짝 피하고서 괜히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이다. 그러다 힐끔, 눈치를 보듯 보고, 손을 움직여 자신의 팔을 만지작거리다가, 뒤늦게 덧붙인다.
"좋은... 저녁, 이네요..."
그 한마디 하는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싶지만 평소의 요조라를 생각하면 그럴 만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조금은 달라진 인사를 건네고서 다시금 코세이를 힐끔 보는 요조라였다.
코로리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별 세개가 있는 자수를 가리켰다. 그제야 렌은 별 세 개가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영 그 의미를 확실히 하지 못하는 것은 오리온 자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나중에 그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아, 그래서 그 때 그렇게 말했구나, 하고 알아채겠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쉿, 소리를 내며 모른척 한다는 그 말에는 조금 웃음을 흘리고 만다.
“사냥꾼이 온 줄 알면 반딧불이들이 도망갈지도 모르니까요?”
나름 코로리의 말을 해석한 결과였다. 그 뜻이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비슷한 의미를 통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꿈은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되곤 하니까, 그런 것과 비슷한 걸까.
“그럼, 코로리 씨는 이곳에 내려온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거에요?”
축제를 꿈에서만 보았다는 건 아마 그런 뜻이 아닐까? 축제나 여러 것들을 신기하게 보는 것들이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닌 모호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것은 아직 인간계가 서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해가 떨어지니 한여름이었지만 선선해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개구지게 웃으며 대답을 하지 않던 코로리가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코로리가 까치발을 들어 귓가에 무어라 말하려고 하기에 살짝 몸을 숙여주었다.
귓가에 소근거리는 소리는 조금 간지러웠지만 웃지 못했던 것은 그 이야기가 생각치 못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렌은 눈을 깜빡이며 코로리를 내려다봤다. 의식이라고 한다면 생각나는 것은 이전에 말했던 신이 되는 의식이려나.
“저에게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는 해요.”
렌이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신과 사랑에 빠지는 인간이라니.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정이라는 것은 이성이나 판단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기에 더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 마츠리하고 관련이…, 코로리 씨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코로리에게 물음을 던지려고 하다가 문득 눈에 보이는 것에 말을 잠시 끊고 한 노점을 가리켰다. 매년 여름마다 수제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을 여는 아저씨인데 매년 가미즈미에 오기는 하지만 항상 있는 분은 아니라서 눈에 보일 때 사먹지 않으면 전에 사먹었던 아이스크림이 그 해의 마지막 아이스크림이 될 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항상 계시는 분이 아닌데, 저 아저씨 수제 아이스크림 맛있거든요.”
렌이 민망한 듯 뒷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원래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게다가 다음에는 자신이 산다고 했으니 이번 계산은 자신이 할 셈이었다.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코로리는 보통 사람들이 듣고서 곧바로 이해하게 말을 하는 편은 아니었고, 그래서 대화가 이어진다거나 오히려 코로리가 생각치 못한 부분을 꿰인다거나 하는 일은 드물었다. 놀라서 싫은 쪽이냐고 하면, 정반대였다. 뜻밖에 선물을 받게 된 어린 아이가 하듯 놀라서 크게 뜨인 눈이 눈꺼풀 내려올 때 깜빡하고 뜨이는 것이 아니라 활짝 웃는다. 사냥꾼 씨가 몰래 온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는데 후링 씨가 말해준게 더 좋아!
"응, 후링 씨는 역시 후링이네ー"
꿈이 반짝반짝한단들 코로리가 빚은 것이 아니라 꿈의 주인들을 토대로 빚어진 것이니까, 반짝반짝한 것은 분명 꿈의 주인들 몫이다. 그래서 새삼 렌을 후링이라고 부르는 것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게 웃었다.
"내려오고 나서 입학했으니까 이제 3개 접는 중이야."
손가락 하나 접고, 손가락 둘 접으면 엄지와 검지는 접히고 가운데 손가락이 접힐락 말락한다. 인간계에 내려온지 햇수로 3년 정도 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 처음 인간계에 내려와본 신도 있을테니 신들 사이에서는 나름 3년차 선배라고 으스대겠지만, 인간계에서 나고 자란 인간 앞에서 으스대지는 못한다. 거기다 신사가 있다거나 공양을 받는다거나, 어느 집안에서 모신다거나 하는 일은 코로리에게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서 더욱이 인간계와 교류가 없었다. 바람 살랑거릴 때 언제나 맡아지는 꽃단내는 신계에서도 열심히 맡았던 향인데, 가까우면서도 멀었다.
"지금은 가능성 있어도 하면 안 돼!"
코로리는 까치발을 내리고서도 너무 깜짝 놀라서 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순수히 놀라기만 했다. 혼인 의식이라구, 평생을 함께하기로 하는 건데! 벌써 결혼해버리면 큰일인 거잖아! 꿈에서도 나중에 크면 결혼할 거라구 하는데! 유치원 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대부분이 결혼이라고 하면 멋진 어른이 된 미래를 상상하는데, 고등학교에 다니는 렌이 그걸 모를 리는 없을테다. 신의 기준이 아니라 인간들 보기에도 고등학생 밖에 안 됐으니 이렇게나 놀라버리고 말았다!
"응, 오늘 마츠리에서 응?"
깜짝 놀라서 가슴 붙잡은 채 대답하던 코로리는 아이스크림 이야기에 또 다시 렌을 바라본다. 고개 갸웃이다 민망해보이는 제스쳐를 보고는 조그맣게 웃었다. 웃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렌 씨 아이스크림 좋아해? 나도 좋아해!"
코로리는 인간계의 음식을 좋아했고, 흔히들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을 가진 종류를 좋아했다. 아이스크림은 두 조건에 다 부합했다! 코로리는 수제 아이스크림 노점이 어디있는지 렌의 시선을 향했던 쪽을 살펴보았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여름이 한창인 이때, 가미즈미 마을은 또 한번 분주하다. 봄에 사쿠라마츠리가 있다면 여름엔 호타루마츠리라는 또 다른 큰 축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규모 자체는 조금 작지만 다른 의미로 볼게 많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분주한 것이다. 물론 저번처럼 노점이 많이 나오기도 할테고. 그리고 호타루마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 나도 아르바이트를 쉬고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향한다.
조금 길어진 뒷머리가 답답해 꽁지머리로 묶어낸 나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살짝 만져준다. 최근에 이렇게 준비한게 한 손으로 꼽기도 힘든데. 평소 쓰던 안경을 벗어놓고서 무엇을 입고 나갈까, 고민하다가 흰색 반팔 셔츠를 입고 무릎까지 오는 진청색 반바지에 앞부분을 살짝 넣어서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하카마를 어레인지한 검은색 겉옷을 걸친다. 이래봬도 바람이 잘 통해서 시원하기도 하니까. 거기에 검은색 샌들을 신어주면 외출 준비 끝. 나가기 전에도 몇번이고 거울을 바라보고 나서야 현관을 나선다.
오늘 만나기 전에 호시즈키양은 그림을 그리고 간다고 했다.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한참 답이 없다가 대강 장소만 알려주었다. 굳이 올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직접 그림을 그리는걸 본 적은 없으니 알았다고해놓고 몰래 가서 지켜볼 예정이었다. 다행히도 금방 온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호시즈키양이 알려준 장소 근처였다. 못찾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사람들이 모여있고 큼지막한 종이까지 있으니 금새 찾을 수 있었다. 웅성대는 인파 사이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누군가 걸어나온다.
큼지막한 하오리라 몸의 선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가면마저 쓰고 있었기에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곤 길게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가 가지런히 모여서 묶여있는 것뿐이었지만 난 요조라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윽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붓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폐해진 땅에서 홀로 있는 남자부터 그 앞에 나타난 세 명의 신들, 그리고 신들과의 약속과 그 이후의 일들까지 장엄하게 그려진 그림은 어느새 끝이 나있었다. 그림에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은 이런걸까. 신계에서도 아름답다 엄청나다, 하는 그림들은 많이 봤지만 이런 느낌을 주는 그림은 몇 없었던 것 같은데.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요조라를 보고서 나도 인파 사이를 빠져나와 약속 장소로 향한다. 다행히도 먼 곳은 아니라서 금방 걸어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금방 그녀가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당히 차려입은 모양새라서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고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말에 웃으면서 답했다.
" 좋은 저녁이에요, 호시즈키양. 오늘은 평소보다 더 예쁜데요? "
이거 쑥쓰러워하는건가. 평소엔 보기 힘든 모습이라 신기하기도 했지만 괜히 티내면 싫어할테니까 모른척하며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다 좋은데 하나 걱정되는게 있었기 때문이다.
" 그림 잘봤어요. 근데 그렇게 하고나면 힘들 것 같은데 괜찮아요? "
그림 그리는 시간만해도 꽤 되었으니 그녀의 체력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가 체력이 약해서 걱정하는게 아니라 그렇게 하고나면 누구든 힘들어하는게 당연하니까 그렇다. 나는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가 손을 뻗으며 얘기했다.
자신의 추측이 맞았는 모양인지ㅡ아니다ㅡ 웃으면서 긍정의 말을 하는 코로리를 보며 렌은 겉으론 티를 안 내도 속으로는 뿌듯해했다. 물론 정답은 아니더라도 출제자가 만족한 답변이니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것일까. 여전히 후링이라는 뜻은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웠으나ㅡ반짝거리고 예쁘고 좋은 소리가 난다는 뜻인가? 생각했지만 다 저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ㅡ 상황을 보면 좋은 뜻이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이제 인간계에 내려온 지 3년에 들어선다는 말에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했다. 진짜로 신님인 거구나. 하는 생각이 이럴 때 들곤 했다. 그러다 코로리가 깜짝 놀라며 하는 말에 렌 또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눈을 깜빡인다.
“그…야, 그렇죠…? 지금 당장이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음…. 생각해보면 시, 아니 하늘의 존재가 굳이 인간을 사랑해서 결혼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는데 굳이 중언부언 붙이지는 않았다. 인간이 신을 만날 일도 굉장히 적은 확률일 것 같은데다가 신이 무슨 이득이 있어서 인간과 결혼을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양의 신화를 봐도 신이 인간과 결혼하는 일은 다 끝이 좋지 않았던 것 같고. 물론 신과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행히 반응을 보니 코로리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네, 좋아해요. 아, 전에 빙수도 맛있었는데.”
그 집 빙수를 참 잘 했었지. 렌은 코로리와 발맞춰 아이스크림 노점으로 향했다. 소프트한 느낌의 아이스크림은 종이 그릇이나 아이스크림 콘에 스쿱으로 퍼서 주기도 하고,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하드도 팔고 있었다. 웬만한 맛의 아이스크림은 다 있을 터였다. 렌은 아이스크림 아저씨에게 인사한 뒤 코로리에게 물었다.
“코로리 씨는 어떤 걸로 하실래요? 소프트도 맛있고 하드도 맛있어요. 아, 이번엔 계산 제가 할테니까.”
이번에는 전처럼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지갑을 꺼냈다. 렌은 아마 소다맛 하드를 먹을 예정이었는데, 속으로는 집으로 가기 전에도 계시면 하나 더 사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호타루마츠리 1일차. 아무래도 첫날이 가장 바쁠 거라고 판단한 아키라는 결국 어머니에게 이야기해서 첫 날의 일을 자신도 돕겠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어머니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지만 그래도 납득하고 알겠다는 말과 허락했다. 아키라가 이렇게 강하게 고집을 부리면 부모님조차도 막을 수 없었기에 차라리 첫 날 일을 돕게 하는 것이 나은 길이라고 판단한 탓이었다. 어차피 뭐라고 해도 아키라는 놀러가지 않고 일을 도울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렇다면 아오노미즈류카미님에게 보내는 의식의 춤은 네가 추거라. 다 가르쳐줬을테니까 아직 잊진 않고 있을테지?"
"네. 어머니."
시미즈 가문이 호타루마츠리때 반드시 하는 것 중 하나. 그것은 아오노미즈류카미에게 감사 제사를 올리는 것과 동시에 당주가 대대로 의식의 춤을 바쳐 신이 내린 사명, 즉 언제까지나 가미즈미에서 생명의 근원을 지키겠다고 맹세를 바치는 것이었다. 물론 시미즈 가문이 그런 사명을 받았다는 것은 전통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것을 믿던, 믿지 않던 대대로 시미즈 가문은 맹세를 바쳤다. 아키라 역시 그에 대해서 이의는 없었다. 집안에서 1년마다 하는 나름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었으니까.
잠시 시간을 내 가미즈미에 전해지는 전승을 테마로 그린 그림을 구경하고, 방명록에 '그림 속에 담긴 강렬한 분위기와 정성. 잘 봤어요. 즐거운 호타루마츠리를 보내세요. -시미즈 아키라 ' 라는 문구를 남긴 아키라는 산을 올라 낡은 신사로 향했다. 물론 굳이 글을 남길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수학여행에서 한 번 보러 오라고 말을 했으니 문구 정도는 남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였다. 정말로 안 가면 상대 쪽에선 무안할지도 모르니까. 물론 아닐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더는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자신의 자유대로 했을 뿐이기에.
아무튼 신사로 돌아온 그는 미리 준비된 전통 의상. 정확히는 신사를 지키는 자, 칸누시가 입는 하얀색 전통복으로 갈아입었다. 하얀 소매 부분이 좀 큰 것 같았지만 그 정도는 당연히 넘길 수 있었다. 나중에 제대로 치수를 재서 좀 더 자신의 사이즈로 맞춘 것을 입기야 하겠지만 지금 입은 것도 그렇게까지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작게 숨을 내쉬며 그는 오로지 제를 올리는 제단 앞에 서서 신사 건물만을 바라봤다. 뒤의 사람들이 뭘 하는가 싶어 구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나 그는 그 쪽에는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사실 아는 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무안했기에 더더욱.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춤의 절차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흘러가던 시간이 지나 때가 되었다.
신사에서 조용히 울리는 분위기 있는 전통풍 음악 역시 시미즈 가문에서 준비한 음악이었다. 그 음악에 맞춰 아키라는 살며시 두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마치 좌절한 사람마냥,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숙였으나 이내 다시 일어나느 사람마냥 다시 힘껏 일어나며 리듬을 타며 그는 왼쪽으로 사르르 움직이며 왼팔을 살살 흔들다가 왼쪽으로 힘껏 뻗다가 내렸고 오른쪽으로 사르르 움직이며 오른팔을 살살 흔들다가 오른쪽으로 힘껏 뻗은 두 팔을 내렸다. 이어 두 팔을 있는 힘껏 들어올려 시선을 힘껏 하늘 위로 향하니 마치 그 위에 뭔가가 있고, 그 무언가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살며시 두 팔을 아래로 내려 자신의 가슴가로 가져와 교차하여 팔짱을 하듯, 자신의 어깨 위에 올리며 두 무릎을 땅에 꿇어 경배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원을 그리는 그의 표정이 상당히 진지하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신에게 바치는 맹세의 마음을 담은 춤. 그것은 그야말로 오랜 전통 속의 사명을 지키고자 하는,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그저 시미즈 가문의 이들만이 제대로 알고 있는 의식의 춤이었다. 누군가는 그 의미를 알 것이고 누군가는 모를테지만, 그런 것은 아키라에게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은 시미즈 가문의 차기 당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었으니까.
여러 동작 끝에 마지막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다시 원을 그린 후, 제단으로 돌아온 그는 눈을 감고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이 땅에 생명의 근원을 내려주신 신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오랜 약속을 지금 여기서 깨뜨리지 않고 지키리라 맹세하겠습니다."
춤을 마치고 짤막한 제를 마친 후, 아키라는 가장 먼저 신사에 기도를 올렸다. 그 내용이 무엇인진 밖으로 말을 내뱉진 않았기에 아무도 알 길이 없었으나 어쩌면 신사의 주인이었던 옛 신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소원을 굳이 들어주려고 할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것을 마친 소년은 옷을 갈아입고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에는 철문으로 막혀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으나, 철문이 열려 그 안이 개방된 동굴 안의 깊은 샘은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이를 맞이했다. 신 이외에는 아무도 느낄 수 없는 깊은 신성함을 가득 품으며.
/독백 한 편과 함께 갱신!! 일단 이런 것이 있었다 취급이긴 한데 봤다고 처리해도 좋고 안 봤다고 처리해도 상관없고. 그 부분은 알아서들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깜짝 놀랐어ー 별 내리는 줄 알았어! 지금 당장이라는 뜻은 아니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놀란게 가라앉은 코로리다. 가슴 붙잡고 있던 손도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안도하듯 휴 숨 내쉬는 소리가 난다. 렌도 눈 동그랗게 뜨고서 깜빡인걸 보면 작은 오해였을 뿐이었나보다 한다.
"필요가 아냐, 사랑하니까! 마음대로 안 되는 건 똑같지이."
사랑을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감정은 알 것 같았다. 잠을 못 자서, 제대로 자지 않아서 피곤해하는 자들을 보면서 밉다고 못났다고 하지만 결국은 품게 되는 것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랑하게 되면 미워하는 것도 맘껏할 수가 없다고들 하니까 코로리가 양귀비 대하는 것과 닮았다 느낀다. 나 소홀히 했다구 나도 양귀비들 소홀히 할 수는 없다구. 나도 엄청 삐져서, 그래! 나없이 잘 살 수 있나 보자구! 하고 싶지만 못 하겠으니까아. 그러니 굳이 인간을 사랑한게 아니라, 사랑하고보니 인간이었던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 인간에게서 지의 기운을 얻어 빠르게 고위신이 되고 싶은 경우도 있겠다 생각하니, 아차 싶다.
"신님들은 인간이랑 사랑에 빠지면, 그래서 의식을 올리면 많ー이 높은 신 될 수 있기는 해."
또 까치발을 들고서 렌의 귓가에 속삭거린다. 코로리는 고위신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다. 고위신보다야는 아이스크림이 더 좋아!
"다음에는 다른 맛 먹자!"
사줄게, 하고 말할 뻔 했던 걸 바꾸었다. 친구라고 했으니 뇌물이랄지 그런 단어는 잊어먹기로 했다. 그래도 그때 빙수가 맛있었다니 코로리가 만든게 아님에도 왠지 뿌듯했다. 뭘 좋아하는지는 친해지면서 차차 알아가자고 했던 렌이 생각난다. 물이랑 그 카페의 빙수랑 아이스크림! 벌써 세개나 알아! 친해지면서 차차 알아가자는 말은, 아는 만큼 친해졌다고 말해도 되는게 아닐까! 코로리는 세개만큼 친해졌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친해진 건지, 몇개만큼 친해져야 많이 친해졌다고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지만 분명 친해진 것은 맞다고 생각했다. 친구 만든 것도 대단한데, 순조롭게 친해지고 있지 않나! 코로리는 속으로나마 스스로가 대견하다 칭찬한다. 기분이 들떴으니 아이스크림 노점에 도착해서, 렌을 따라 아이스크림 아저씨에게 하는 인사도 조금 더 밝았다.
"나는ー 렌 씨랑 똑같은 거!"
알록달록 맛 별로 색이 다른 아이스크림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살짝 표정을 찌푸릴 정도로 고민하다 결국은 못 골랐다! 지갑을 꺼낸 것을 보고서는 카페에서의 일을 생각하고서 웃는다. 친구라구 했으니까!
렌은 코로리의 말에 걸음을 멈출 정도로 놀랐다. 필요가 아니라고 하는 말에 렌은 잠시 제가 부끄러워졌다.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까. 이득을 따지는 것은 인간들의 속물적인 모습일지도 몰랐다. 렌은 잠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여 뒤통수를 헝클였다가 다시 들었다.
“그렇네요. 제가 잘못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조금 후련한 표정이었을까. 물론 이어지는 코로리의 귓속말에 조금 웃었지만, 단순히 인간과 사랑에 빠졌을 때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네, 다음에 이 아저씨를 또 만나게 되면요.”
매일 만날 수 있는 노점이었으면 좋으려만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코로리가 자신과 같은 것으로 먹겠다고 하자 렌은 소다맛 하드를 두 개 시켰다. 계산을 하자 아저씨는 준비된 하드 두 개를 건네주었다. 렌은 하나는 자신이 들고 하나는 코로리에게 건네었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자 찬 기운이 입 안에 가득 차는 것 같았다. 하드이지만 부드럽고 단단한 느낌이라 베어먹어도 이가 막 아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단단한 하드도 베어먹는 편이었지만.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렌이 코로리를 보면 아마 코로리가 앞장 서는 대로 따라갈 것이었다. 다른 노점에 하나 더 들리든 바로 북쪽 동굴로 가든 상관없었다.
사복을 보여주는게 처음도 아니고, 이전과 다른 점은 머리를 올려 장식한 것 뿐인데, 그걸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데 요조라는 어쩐지 그래보인다. 기분 탓이라기엔 저 머뭇거림이 결코 무시해서가 아닌 의식하고 있기 때문임이 드러난다. 그러니 평소보다, 라는 그 말만으로도 요조라는 괜히 투덜거렸다.
"별로, 그렇지도, 않거든요... 그러는, 이자요이 씨는..."
투덜투덜, 말을 하던 요조라가 그제야 시선을 옮겨 코세이를 똑바로 쳐다본다. 늘 쓰던 안경이 없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인상에 짧게 묶인 꽁지머리, 심플하지만 깔끔한 차림과 하카마를 연상시키는 겉옷이 잘 어울린다. 키만 큰게 아니라 체격도 좀 있어서 간단히 입어도 잘 어울... 아니 잠깐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요조라는 급히 생각의 흐름을 끊고 대충 둘러댄다.
"뭐, 봐줄, 만은, 하네요..."
그래, 딱 봐줄 만 한 정도, 라고 생각을 흐지부지 해버린다. 지금은 그저 오늘만 무사히 넘기자고 스스로에게 되새기고 있는데 그런 말이 들릴 줄은 몰랐다.
"그, 그거... 봤어요...? 아, 안, 안 봐도, 된다니까...!"
체력을 걱정하는 말은 둘째치고, 분명히 라인으로는 안 온다고 했으면서! 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정작 나오는 건 이를 악물고 내는 앓는 소리 뿐이다. 그야 라인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꼭 지킬 필요는 없는 거였으니까, 왜 왔냐고 따질 수 없는 걸 요조라도 알기 때문이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사요가 해준 화장이 무너지니 손도 못 대고 눈 내리깔며 입 꾹 닫은 표정 고스란히 내보인다. 괜히 말했다고, 괜히 가르쳐줬다고 자신을 탓해도 이미 지나간 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도 그냥 넘기자, 신경쓰지 말자, 며 당혹스러움을 진정시킨 요조라는 아래로 내렸던 시선 들어 코세이의 손을 한번, 얼굴 한번 번갈아 본다. 그 손에 다른 의미 없는지 탐색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또 조금 고민하다가, 슬며시 손을 내밀어 코세이의 손에 얹는며 중얼거린다.
"오늘은, 동행... 이니까, 그런, 거에요... 떨어지면, 찾기, 힘드니까..."
그런 이유가 있어서 손을 내주는 거라고, 자기변명 같은 말을 하며 얹은 손은 후덥지근한 날에 비해 서늘하다. 어찌됐든 손을 내준 요조라는 괜히 고개를 노점들이 늘어선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 래서... 뭐부터, 할 거... 에요...?"
뭐 없으면 정석 루트만 돌고 끝내야지, 생각하며 괜시리 한걸음 옆으로 멀어진다. 그래봐야 손을 잡고 있어서 의미가 없는데 말이다.
사복차림을 봤다고 해도 오늘은 뭔가 특별히 신경 쓴 것 같아 보였다. 화장도 평소랑 좀 다르고 ... 새하얀 피부와 잘어울리는 옷차림이라서 괜히 보고 있으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칭찬해준건데 역시 반응은 예상한대로라서 나는 평소처럼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래도 요조라가 봐줄만하다고 했으니 만족스럽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내가 그림을 봤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 아, 보면 안되는거였어요? 그림 그리는거 한번쯤 보고 싶어서 몰래 갔는데. 미안해요. "
뭔가 앓는듯한 소리를 내는게 내가 보면 안되는거였나보다. 뭔가 간다고하면 오지말라고할 것 같아서 그랬던건데 다음엔 솔직히 얘기해야겠네. 조금 미안한 기색을 풍기며 서있으니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오는 느낌이 든다. 순순히 잡아줄거란 생각은 안했는데 조금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동행이라서 그렇단다.
" 그럼 놓치지 않게 꼭 잡아요? "
잡은 손을 아프지 않게, 하지만 놓치지 않게 꼭 잡으면서 얘기한 나는 그녀의 말에 잠깐 고민에 빠진다. 사실 뭘하던 재밌겠지만 체력 문제도 있고 사람도 많으니까 적당히 할 것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 밥은 먹었나?
" 저녁 아직 안먹었으면 가볍게 길거리 음식 같은걸로 때울까요? 식당은 분명 북적일테니까요. "
아마 내로라하는 집들은 하나 같이 웨이팅이 걸려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까 그런거 기다릴 시간에 가볍게 해결하고 다른거 하러 가는게 더 이득이라 생각한다.
" 참, 수학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호시즈키양을 한번도 못마주쳤네요. "
라인으로 불러낼까 싶었지만 마츠리에서 만나기로 했고 나를 마주치는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그런 얘기는 안꺼냈다.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우뚝 멈춰서면, 코로리도 한 발자국 정도 먼저 앞서나갔다가 렌이 멈췄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한 발자국 뒤로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고 있으면 한숨까지 쉬고, 머리까지 헝클여서 코로리는 어쩔 줄을 모른다. 무슨 말실수를 해서 화가 났는지 아니면 뭔가 꺼리는 일을 맞닥뜨렸는지, 갑자기 아픈걸 수도 있고 피로가 몰려왔을 수도 있다. 뭐부터 물어봐야하나 안절부절하고 있으면 고개를 든 렌의 표정이 후련했다. 오늘 별님들 다 도망갈 것 같아!
"머리카락 씨 멀미나겠다ー"
아무래도 렌은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으니 헝클였다면 멋대로 뻗쳤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리는 상상했던 상황 모두 아닌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응, 아이스크림도 좋아!"
카페의 빙수 이야기였지만, 아이스크림이어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내년을 약속해버렸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의 내년은 아직 나중 일이라고 미루며 생각하지 않았다. 렌이 건네준 아이스크림을 받아 잘 먹겠습니다아ー 하고 한 입 물었다. 소다맛 아이스크림은 파란 물보라 맛이 났다. 아이스크림 조각을 우물거릴수록 표정에 맛있다는게 드러난다. 하늘은 조금 더 짙어졌다. 의식을 올리는 신사는 북쪽의 산을 올라야 해서 등을 달아놨다고 해도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코로리는 북쪽 동굴로 가려고 했다. 가려고 했다!
"렌 씨, 후링 씨, 웬디 씨!"
얼마나 다급하면 렌을 부르는 호칭이 다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코로리가 한 노점을 발견하고는 우뚝 멈춰섰다. 무슨 노점을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가면과 부채, 선향불꽃, 머리장식 등 축제 때 즐기기 좋은 소품들을 가득 진열해둔 노점이었다. 여기서 더 자세히 보자면 조금이지만 그 사이 코로리의 눈길을 확 잡아끈 후링들이 걸려 있었다!
1.기본적으로는 도련님이지만 코로리가 만든 아수라라던가 태양이라던가, 마사히로가 만든 키라키라쨩이라던가. 엄청 많을 것 같네요. 굳이 마음에 드는 별명은...(침묵) 아키라는 어느 쪽도 그리 좋아하는 별명은 아닐 것 같네요. 그래도 태양은 그나마 나을지도요! (다른 비교대상이 너무 압도적)
2.바꿀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굳이 바꿔야한다면 올백 스타일을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3.그립톡은 없고 휴대폰케이스는 갈색이에요. 여닫는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그런 케이스랍니다. 잠금화면은 북쪽 산에 있는 그 동굴의 철문으로 해뒀고 배경화면은 그때그때 따라서 다르긴 한데 지금은 가미즈미 바다 풍경으로 해뒀을 것 같아요.
>>565 장음과 장음이 없는 스쨩의 차이는 중요한 거군요! 우와. 히메컷이나 깨끗한 장발이라. 그 스즈는 뭔가 진짜 이미지가 확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에요!! 뭔가 화면이 둘 다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는 스즈의 마음이 아주 잘 드러나는 것 같네요! 친구 오토바이에 앉아서 찍었다는 것은 곧 그 사진을 찍을 때도 친구랑 있었다는 이야기니까요!
같이 가보자고 하자마자, 마츠리에 와서 렌에게 연락했던 이유는 까맣게 잊어먹은 것처럼 노점으로 향해버렸다. 분명 다른 것들도 많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야, 후링이니까! 후링이 울리는 소리와 모양을 좋아했고, 후링과 닮아서 방울도 좋아했다. 호타루마츠리라서 그런지 꼭 밤하늘에 반딧불인지 별인지 모를게 반짝이는 듯이 그림을 그려넣은 후링이 제일 눈에 띄었다. 탄자쿠ー후링의 줄 끝에 매달려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부분ー도 어두컴컴한 밤하늘 같았다. 여름인 만큼 바다같은 후링도 있고, 금붕어가 노니는 후링도 있고.
"엄청 많ー이 좋아해!"
렌이 물어보자마자 바로 답이 나왔다. 한치의 거짓도 없고, 거짓이라고 의심할 여지도 없이 화사히 웃는 건 덤이었다. 코로리는 가만히 서서, 그리고 조용히 후링을 바라보며 구경하고만 있었는데, 좋아한다는 티가 너무 흘러넘쳐서 어딘가 알 수 없게 소란스러웠다.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까먹었다가 손에 녹아내린 방울이 톡 떨어지면 그때서야 입에 물었다.
"렌 씨, 렌 씨. 나 두개 사려고 하면 잡고 뛰어가야 해."
꽤 비장했다. 코로리는 우선 제일 눈에 띄기도 했고, 반딧불이 친구! 호타루마츠리가 떠오르는 후링을 골라서 고리 부분이 되는 부분을 손가락에 걸어 쥐었다. 치링거리는 소리가 났고, 렌의 구경이 끝나면은 결제하려는 듯이 렌의 무엇을 보고 있나 시선을 좇아본다.
별거 아니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코세이가 기어이 예쁘다고 하니 요조라의 표정이 뚱해졌을 것이다. 또 한차례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하지만, 희미하게 붉어진 귀는 미처 생각을 못 했는지 고스란히 보였겠지. 그러다가도 미안해하는 코세이에 그건 아닌데, 라며 괜히 웅얼거리기도 한다. 보면 안 되는 건 아닌데, 보이는게 어쩐지 부끄러워 그랬단 말은 역시 하지 못 하고, 잡아오는 손에 요조라의 손 고이 맡기며 한마디 툭 내뱉는다.
"다음엔... 말, 미리, 해요... 온다고..."
다음이 있을지 모르지만, 혹시나 있다면 그러라는 의미다. 안 올거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알고 당황하는 건 이번 한번이면 충분하다. 어차피 온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거고, 차라리 그 편이 마음 편할 거다. 그러니까 이건 그런 의미일 뿐이라고, 요조라는 속으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말이다.
아무튼 이제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어 꺼낸 말에 코세이는 저녁 얘기를 꺼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낮부터 깨어있었고 먹은 거라곤 과자 몇개에 이온음료가 전부였다. 옷 입고 뭐하고 하느라 바빴으니, 저녁은 당연히 못 먹은 상태다. 그걸 깨닫자 새삼 배가 고픈 것이 느껴진다. 요조라는 오비로 감싸인 배 한번 내려다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먹을거야, 많으니까... 타코야끼, 같은, 거면... 괜찮겠네요..."
줄 서야 하는 식당 같은 건 요조라도 사양이다. 그런 곳 갈 바엔 길거리 토스트 사먹고 말지. 게다가 지금은 앞에 이것저것 먹을게 더 많은데 굳이 식당 찾아갈 이유가 없었다. 서로 의견이 맞았으니 요조라가 반보 앞서서 걸어나간다. 노점들이 줄줄이 늘어선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다가, 수학여행 얘기에 힐끔, 코세이에게 시선이 향한다. 그림에 쓰인 먹물처럼 새까만 눈이 한번 깜빡이고, 다시 앞을 보며 대답한다.
"그럭저럭... 즐겼네요... 가는 곳, 마다... 마주친, 사람이... 있어서..."
꼭 그렇지만도 않았지만, 식물원이나 놀이공원, 산책로에서 마주친 사람은 있었다. 덕분에 기억에 남는 일도 생겼으니, 요조라로서는 드물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혹시나 해서 틈틈히 폰을 본 건 절대 말 안 하겠지만.
"이자요이 씨는요...?"
물음을 받았으니 예의상 되묻는 거 뿐이다. 그래 그냥 그런거다. 요조라는 애써 앞을 보며 꿋꿋하게 걸었다.
1. 요조라 별명은 현재 요루 뿐이라~ 맘에 드는 것도 이것 뿐이지~ 이유는 비꼬는거나 왜곡 없이 심플해서~ 2. 헤어스타일 체인지? 요조라 지금 스트레이트니까~ 곱슬곱슬하게 만들어볼까! 길이는 어깨에 딱 닿을 만큼 짧게! 그래도 염색은 안 할 거 같네~ 3. 떨어뜨려도 안심되는 다이어리형 케이스 쓰고있어~ 그립톡은 안 쓰고, 잠금화면은 호시즈키당 문양 사진, 배경화면은 새로운 화과자 사진이나 마히루가 만든 과자 사진이나 가끔 자기가 그린 그림 찍어서 쓰기도 해~
>>573 이쪽은 뭔가 다른 머리스타일은 안 나올 것 같으니 뇌내상상을 해보는 중이에요! 뭔가 조금 다른 색다른 이미지가 나올 것 같긴 하네요!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호시즈키당과 화과자, 그리고 과자는 요조라가 정말로 좋아하는군요. 배경화면으로 쓸 정도라면 말이에요!
중학교 때라던가 애기 때 불리던 별명 같은 걸 생각했었는데 별명빌런이 내자식이었네 (⌒▽⌒)............
>>552 마음에 드는 별명 고르기 난이도 헬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미안해 아키라야~! 2번 올백?! 포마드?! 수트?! 아키라 수트 입고 포마드에 향수 뿌리고 손목시계 찰그락 푸는 광고 찍어준다고?! 잠금 화면 철문인거 잠겼다는 거 같구 귀여워~! 병원은 잘 다녀올게, 가기 싫어서 미루고 미룬거였는데........ 업보로 당겨졌다 (・∀・)
>>560 풋사과랑 공부벌레 왠지 이어지는 느낌이라 귀엽다~! 토와..... 별명도 본명도 아웃인 느낌인거구나..... 이왕 아웃인거 깜찍이프리티천사토쨩 같은 느낌으로 불러버리면 어떻게 되려나 ( ^∀^) 매직하면 찰랑찰랑 묶었을 때 이쁠거 같구~! 휴대폰은 심플과 블랙인가!!
>>565 스줏치 스쨩 둘 다 귀여워~! 스즈니까 벨 같은 거도 지어주고 싶어서 코로리가 벼르고 있다구 ( ´∀`) 검정 염색?! 히메컷?! 깔끔청순 느낌의 장발?!!!?! 보고 싶다면?!!?? 배경화면잠금화면 나도 보고 싶다 스즈 완전 화보 느낌 잡지에 나올 것 같이 찍었을 것만 같아~!
>>567 병원을 미룬 참치의 최후인거지..... ( ´ ▽ ` ) 어릴 때 별명같은 거도 없는거려나~! 후링은 완전 좋은 뜻 맞으니까~! 앗 기르면 꽁지머리 해주나?! 곱슬머리인 채로 기르는거면 여름마다 더워서 묶고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잠금화면이랑 배경화면은 이어지는 느낌이라 귀엽다, 밝기도 다르구~! 답레는 여유롭게 써주라구~!
표정이 뚱해지자 뭔가 말실수를 했나 싶었지만 약간 빨개진 귀를 보면 부끄러운 모양이다. 피부가 하얀 편이라 그런 변화는 좀 더 잘 보이는데,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역시 고양이 같아서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을 잡아오며 하는 요조라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 다음엔 꼭 보러 갈께요. "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또 온다면 꼭 보러가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림 그리는 모습, 개인적으로 멋있기도 했으니까. 다음엔 옆에서 혹은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보 앞서 나가는 요조라를 천천히 따라간다. 시간은 아직 많으니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수많은 노점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곳을 막 지나면서 꺼낸 수학여행 얘기에 대답한 그녀는 반대로 물어온다.
" 여기저기 많이 다녔나보네요. 저는 몸도 별로 안좋았고 피곤해서 그냥 방에만 있었어요. "
수학여행 가기 전날부터 컨디션이 조금 별로였는데 출발해서 체크인하고 들어오니 몸상태가 별로라서 그냥 푹 쉬는 것으로 마음 먹었었다. 수학여행 일정을 맞춘다고 아르바이트를 주말까지 해서 그런것 같았다. 둘쨋날부턴 몸이 좀 괜찮아져서 돌아다닐까 했지만 괜히 마츠리때 아플까봐 푹 쉬자고 생각했고.
" 그래도 호시즈키양을 못본건 좀 아쉽네요. 분명 사복차림이었을텐데. "
지금처럼 분명 예뻤을꺼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덧붙이며 웃어준 나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다. 굉장히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는데, 먹다가 뭘 흘리면 좀 곤란하니까 한 입에 먹을 수 있는게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적당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당고와 타코야끼를 하는 노점을 찾았다.
여름이 한창이다. 낮의 강렬한 햇빛과 습기가 밤에도 가실 리는 없으나. 바다에서 땅으로 부는 해풍이 소금기까지 몰고 오는 것에 비해선 밤에는 땅에서 바다 쪽으로 가는 바람이 슬쩍 불기 시작하니. 괜찮겠지.
얇고 소재가 괜찮은 긴팔옷을 입은 엔은 호타루마츠리의 개막을 지켜봅니다.
"행사가 꽤 좋네요" 누군가가 그려내는 그림과... 학생회장인 것 같은 이의 춤을보고. 개막을 맞이합니다.
'혼자서라도 샘이랑 반딧불이랑.. 보는 게 괜찮겠습니다.' 느릿하게 마츠리 현장을 둘러봅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지만. 적절히 한산할 때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격을 해봅니다. 꽤 본격적인 자세네요. 전문 사격인은 아니지만. 그냥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기엔 그런..
몇 번 잡아보더니. 사격장을 휩쓸고는 뭐 들고 다니기 애매하니. 다 놓아두고는 들고 다닐 수 있는 하나만 들고는 금붕어뜨기 노점에서 구경하기 시작합니다. 거기에서 누군가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보통 누군가랑 같이 오는 것이니...
"저도 하나 하려고요." 타츠미야를 발견하고는 간단하게 말을 붙이기 위해 하나 결제하고는 옆에 앉아서 금붕어를 뜨려 하는 타츠미야를 지켜봅니다. 그야. 집중하는데 방해했다가 실패하고 그걸 돌릴 확률은 원천차단이지요?
누군가와 다음을 기약하는게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벌서 두번, 같은 사람과 다음에, 를 말한다. 다음이라는 약속은 이제 정말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요조라는 흘깃 시선을 내려 잡은 손을 본다. 마히루나 사요, 부모님 외의 사람과 손을 잡은 건 대체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 그러고보니 코로리와 악수를 한 적은 있지만, 그건 악수니까 논외일까, 아닐까, 답 내릴 수 없는 자문자답은 적당히 머릿속에서 잘라낸다. 아직은 그 끝에 닿기가 두려우니.
수학여행에서 실컷 돌아다닌 요조라와 달리 코세이는 그닥 한게 없나보다. 모처럼이니 좀 놀면 좋았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냐는 시선으로 어느새 나란히 선 코세이를 힐끔 보고, 참나, 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속 빈 소리는, 1절만 해요... 계속 들어도, 기분, 좋을거... 없으니까..."
사람들 사이로 들어오니 묘하게 차분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자기방어인지, 그리 중얼거리는 요조라의 눈은 언제나처럼 검고 차갑다. 앞서 보였던 당황스러움을 비롯한 여러 감정들은 이미 식어 그 뒤로 묻어놓은 듯이, 코세이가 찾은 타코야키 노점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러면, 되겠네요... 부족하면, 다른 거도... 있고..."
타코야키 한 팩이면 포만감은 들거 같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주변에 달달한 것도 많으니, 가는 길에 하나쯤 더 사먹으면 비율이 맞을까, 그러고보니 이쪽 라인에 호시즈키당의 노점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타코야키 냄새가 솔솔 나는 노점으로 다가간다. 마침 앞사람이 떠난 직후라 바로 주문할 수 있어보인다. 노점 앞에서 요조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놓고, 타코야키를 주문한다.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갚을 치를 동전을 찾으며 코세이에게 묻는다.
"저, 간장 소스, 맵지 않은 걸로, 한 팩, 이랑... 이자요이 씨는, 뭘로...?"
한팩 삼백엔 두팩 오백엔이라는 메뉴판을 곁눈질로 보고, 동전 하나를 쥐고서 코세이가 주문을 하면 내려고 했을 것이다. 잔돈 잘랑거리느니 동전 하나로 깔끔히 계산해버리는게 나을 테니까 말이다.
코로리는 신이 난 것처럼 노점으로 향했다. 후링을 굉장히 좋아하는지 눈이 반짝이는 것처럼 후링만 요리조리 살펴본다. 후링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
렌은 분명 처음엔 그저 별 생각 없이 물어본 말이었으나, 코로리가 저를 후링 씨 후링 씨 불렀던 탓에 민망한지 목덜미를 매만진다. 오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화사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괜히 간지러운 기분이다.
“…알겠어요.”
두 개를 사지 않게 말려달라는 말에 렌 또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한다. 웃음은 전염이 된다고 하던가. 코로리는 웃음에 후한 편인 것 같았다. 코로리는 이내 엄청난 선택을 앞둔 사람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후링을 고르기 시작했고 렌은 이전에 수학여행에서 산 유리모빌ㅡ썬캐쳐 비슷하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예쁜 소리도 난다ㅡ이 있었기에 후링보다는 다른 장식품들을 바라봤다.
유리 후링을 파는 것처럼 장신구들도 유리느낌이 나는 반짝이고 반투명한 것들이었는데ㅡ플라스틱으로 유리느낌을 낸 것 같기도 하다ㅡ 생각보다 세공이 정교했다. 여러 장신구들을 둘러보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붉은 모란 머리장식을 조금 고민하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코로리의 시선이 느껴지자 렌은 잠시 코로리를 보더니 뺨을 긁적이다 노점의 주인에게 이거 혹시 무겁나요? 하고 묻는다. 장신구를 파는 여인은 아니라며 크기는 커 보이지만 가볍다며 너스레를 떤다. 겹겹의 꽃잎은 붉게 하늘거릴 것 같고 노란 꽃술이 안에 숨어 있었다.
“그럼 이거랑, 이거…. 아, 선향불꽃도 좀 주세요.”
렌은 작고 흰꽃들이 여러개 모여 장식된 머리장식 하나와 방금까지 보고 있던 모란 장식을 가리켰다. 여인은 웃으며 하나 하나 투명한 비닐로 소포장한 뒤 선향불꽃과 함께 작은 종이가방에 넣어주었다. 렌은 값을 치루고 종이가방을 받고 나서야 코로리에게 묻는다.
“구경은 다 하셨어요? 아, 이거 동굴을 넘어가면 해변가가 나오는데 거기서 하면 예쁠 것 같아서요. 어때요?”
렌은 그러다 아차 싶었는지 여인에게 불 붙일 것이 있는지 묻는다. 라이터라거나 성냥 같은 것 말이다. 아무래도 렌은 불을 붙일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해변가를 이야기한 것은 의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마 동굴이나 샘과 연관있지 않을까 추측했던 것이었는데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이런이런. 너무 칭찬이 과했나보다. 사실 느낀 그대로를 말한 것뿐이기는 하지만. 아까의 기색은 다 어디로 가고 평소의 요조라로 돌아온 것에 대해선 좀 아쉽지만 새로운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간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손을 잡은채 앞으로 가던 나는 그녀와 함께 어느 타코야끼 노점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기 위해 손을 놓았는데 잠깐 잡고 있던 손이 왜이리 어색한지.
" 아 저도 같은걸로. "
내가 내려고했는데 어느새 500엔 동전을 쥐고 있던 요조라가 계산해버린다. 이미 만들어져있던 것을 포장해서 건네주는거라 계산은 빨랐고 각자의 손에는 타코야끼가 들려있었다. 갓 만든 것처럼 뜨겁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딱 먹기 좋은 타코야끼였다. 뜨거운게 제맛이라는 사람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들고 가면서 먹기엔 이런 음식이 제일 좋다.
" 오늘 샘이 개방된다는 얘기 들었어요? "
호타루마츠리 때는 시미즈 가문이 관리하는 샘이 특별히 열리는 날이다. 학생회장님이 속해있는 가문이기도 한데, 이런 특별한 날에 열리는만큼 사람들도 꽤나 모이곤 했다. 그리고 호타루마츠리에선 빠질 수 없는 루트이기도 하고.
" 샘에 대한 전설을 들어본적 있나요? 신과 인간에 대한. "
더 높은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신들에겐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 하지만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은 인간들에겐 그저 전설에 불과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알고 있을지 모르고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 그 동굴 속 샘에서 신과 인간이 영원을 맹세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그렇게 되면 둘은 영원에 가까운 생을 함께 할 수 있다고해요. "
누군가는 진부하다고, 누군가는 로맨틱하다고 할 법한 이야기이다. 특히나 신을 믿지 않는 인간들에겐 그저 그런 전설에 불과한 이야기. 내 옆에 그녀도 그러할까. 내 본 모습을 보고도 이런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보건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직 잠결에 눈 부빗거리면서도 처음 렌을 보고서 했던 말은 후링이었다. 좋아하는 물건의 이름으로 별명으로 지어 부른다면, 당연히 칭찬이다! 칭찬을 하는 이유는 꽤 여러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꽃단내가 나질 않아서였는데, 비밀을 잘 지키고 있다거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거나. 착하고 예쁘다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고 사냥꾼과 반딧불 이야기도 좋았다. 그래도 잠 안 자고 밤 새고 그러면 바로 양귀비니까!
"하나만 골랐어!"
렌 씨가 뛸 일 없다! 코로리가 신계에서 지내는 곳은 정말로 많은 후링이 걸려 있었다. 등나무 꽃 늘어지듯 후링이 대신 피어 자리잡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서 직접 흔들지 않는 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걸 다 누가 모았을까! 당연히 코로리였다. 언젠가 걸 자리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는데, 다행히 하나만 골랐으니 뿌듯해하고 대견해하는 목소리다.
"노을이 여기도 있네ー"
렌이 보고 있던 머리장식을 보면, 붉은 꽃잎에 노란 꽃술이 꼭 노을지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입 밖에 소리냈다. 자신도 눈동자 색이 꼭 그러니까 여기에도 있다며 반가워하듯 했다. 머리장식을 고민하고 있는 건 어머니의 몫을 고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코로리도 쌍둥이 줄 선물을 고를까 싶었다. 제일 화려하고 눈에 띄는 머리장식을 골라간다거나, 우스꽝스럽게 생긴 가면을 사간다거나 하면 어떠려나 이제서야 후링이 아닌 다른 것들도 구경해보았다. 그러다 렌이 결제를 하려는 거 같으면 코로리도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멈칫해버린다.
"응? 응! 반딧불이들이 렌 씨도 친구인 줄 알겠다!"
구경을 다 했는지 따위를 묻는 평범한 질문들인데 조금 허둥거린다. 렌을 바라보지도 못 했다. 코로리는 자신이 허튼 말을 하기 전에, 말할 새가 없도록 행동을 바삐 했다. 후링을 하나 사고, 렌이 물은 질문에 라이터가 있다고 하니 그것도 사겠다고 같이 사버린다. 후링은 비닐로 포장되었고, 라이터와 함께 종이가방에 담긴다.
"빨리 가자, 응!"
주의를 좀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느낀다! 렌이 산 머리장식 두개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노을이라는 말을 해버려서, 렌의 어머니가 갖고 있는 눈 색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서 붉은 머리장식이 꼭 제 선물같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어머니에게 머리장식을 두개 선물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이 붉은 모란일 수도 있는 것이지 않겠냐고 생각을 지우기 바빴다. 코로리도 자신이 남들보다 지나치게 상상을 잘 한다는 건 알아서 더욱 더 그랬다. 그치만 만약에 내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나 공물 같은 거도 별로 안 받아봤으니까! 생각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약을 상상하면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양말을 걸어둔 아이처럼 들뜨며 설레버리니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동굴로 가려는 발걸음이 무척 빠르다. 체육 선생님이 보면 서운해하겠다!
두 개의 주문이 연달아 들어가자마자 나온 타코야키는 딱 먹기 좋게 따끈따끈하다. 요조라는 혀가 약해 뜨거운 걸 먹는데 한참 걸려서, 이 정도가 적당했다. 진갈색 소스 위로 가다랭어포가 춤추는 타코야키를 받고 코세이에겐 묻지도 않은 채 계산을 해버린다. 불만 있으면 말해보란 심산이었지만, 아무 말도 없으니, 요조라도 그저 받은 타코야키를 이쑤시개로 콕콕 건드리기만 했다.
식힐 것 없이 먹기에 딱 적당해 보여서 막 하나 찔러서 들어올리려는데, 코세이가 오늘 열린다는 샘에 대한 얘기를 꺼내온다. 아, 그건가. 요조라는 속으로 생각하며 타코야키를 들어 입에 넣었다. 푹신하게 씹히는 반죽 안에 문어조각이 쫄깃하게 씹히고, 간장소스와 가다랭어포의 조합이 절묘하다. 한김 식어서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니 지금 이보다 맛있는게 어디 있을까 싶다. 그렇게 입으로는 타코야키를 즐기며 코세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신과 인간인가... 곧 한입 삼킨 요조라가 느릿하게 말을 꺼낸다.
"최근에... 들었던, 가미즈미의, 전설에서... 그 샘이... 신이 내려준... 거라고, 하긴, 했지만... 그런, 전설이... 있다는 건, 못 들었네요...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닌지...?"
그런 전설이 있었다면 수학여행 때 아키라가 말 안 해줬을 리 없다는게 요조라의 생각이었다. 시미즈 가문이 후손이란 것만 얼레벌레 숨겼지, 그 외의 내용은 제대로 말해줬으니까, 그리고 전설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면 절대 누락될 리가 없을거다. 사람들은 그런 부분만큼은 잘 전하고, 그런 사례도 요조라는 하나 알고 있었다. 잠시 타코야키를 굴리며 말할까 말까 고민한 요조라는 그 한알을 더 먹고나서 마저 말했다.
그렇게 말한 요조라의 시선이 힐끔, 코세이를 보았다. 말을 들은 반응을 보는 건지, 그냥 본건지, 새까만 눈동자는 순간적으로 스쳐갈 뿐이라 알기가 어렵다. 마치 무슨 얘기를 할 듯한 말을 꺼낸 요조라였지만, 그 외의 말은 안 하려는 건지 홀로 노점 앞을 벗어나 길가로 몸을 돌린다. 다른 손님이 타코야키 노점에 오고 있었으니 그걸 위해 비켜준 것 같으면서도 갈 길이나 마저 가자는 듯 보인다. 늘 그렇듯이, 그랬듯이 말이다.
1.정말로 잘 다루는 편이에요. 한국 버전으로 따진다면 액셀도 진짜 무리없이 잘 다루는 편에 가까울 것 같고. 물론 그렇다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2.어..어.. 명청수? (아키라:.....(죽은 눈))
3.글...쎄요. 이건 진짜 안 떠오르긴 하는데. 메이드 복을 입는다고 한다면 일단 그래도 어느 정도는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키라는 익숙치 않아서 괜히 뚱한 표정을 지을 것 같네요. 이런 것은 조금 더 귀여운 남자애들이나 여자애들이 입어야하는데. 라는 느낌으로 중얼거릴지도 모르겠고요.
1. 그냥 보통 정도? 가르쳐주면 쓸 줄 아는 수준인데~ 최근 포토샵이나 드로잉 프로그램 해볼까 생각중이래~ 2. 어, 어... 성야천? 월야천? ㅋㅋㅋㅋㅋ 같은 한자를 쓴다는 가정 하에~ 천 성월, 정도 되려나~ 3. 오호 메이드복~? 사실 요조라는 주기적으로 메이드복을 입지~ 왜냐하면 호시즈키당 점원복이거든~ 기모노 메이드복~ 입고서 카운터 지키는게 전부겠지만 ㅋ.ㅋ 그러니까 별 생각 없음~
컴활1급을 딸진 모르겠지만 아마 시도한다면 충분히 따지 않을까 생각해요. 함수도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니! 아무튼 성이 청수니까 한국 버전이면 그냥 청수인걸로!! (글러먹었어) 엗. 아키라는 귀엽지 않은데요! 저기 저 다른 귀여운 캐릭터들이 얼마나 많은데 최근 인성 논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아키라가 어딜 명함을..(절레절레)
>>693 포토샵.... 일러..... 요조라 이제는 디지털드로잉까지 하는구나!!!! 손목 조심해 。゚(゚´ω`゚)゚。 꼭 같은 한자 아니어도 뜻 통하면 되고 한글 순우리말도 있으니까~! 천 성월 예쁘다고 생각해, 마히루는 어떠려나?! 남매니까! 그리고 뭐.............? 나 왜 이제 알았어..... 다음에 요조라는 꼭 호시즈키당에서 만나도록 할게
>>688 1. 인터넷은 프로레슬링 찾아보려고 중간 레벨, 프로그램들은 쪼랩입니다! 아마 파워포인트도 겨우 다룰것 같네요..! 2. 음..이아미? 별명은 군대가 될 것 같긴 하지만.. 3. 부끄러워하는건 당연하죠. 좀 으으..거리며 눈물..까진 아니더라도 좀 힘들어할 것 같긴 하네요! 아니면 자면서 현실도피 하려할수도?
>>695 귀엽지 않다고 누가 그래!!!! 그것이야말로 필시 논란이 될 발언 (`・ω・´)
>>697 테츠야..... 정보 시간이나 기술 시간에 컴퓨터하면 뚝딱 끝내놨을거 같은 느낌~! 임철야....... 철야.......? 철야......... 코로리가 이름을 정말 싫어하겠는걸 ( ´∀`)..... 3번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 기억 갖고 갈래~!
확실히 인간들 사이에선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뜻해서 딱 먹기 좋은 타코야끼를 하나 입에 넣고서 씹으면서 무엇을 얘기해줄까 고민하다가 이어진 요조라의 말에 그녀를 바라본다. 신과 인간이 맺어진 이야기라 ... 내가 모르는 이야기인것 같아서 흥미가 생긴다. 입 안에 있던 타코야끼를 씹어넘기고서 물어보려고하자 그녀는 홀로 노점을 벗어나버린다.
" 글쎄요, 저도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니까요. "
확실히 들은 이야기는 맞다. 인간에게 들은 이야기는 아닐뿐. 그녀를 따라 노점을 나와 옆에서 발걸음을 맞추어 천천히 걷는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았고 앞으로 좀 더 많아지겠지만 아직까지 인파에 휩쓸린다, 정도까진 아니었다.
" 그 이야기는 궁금해지네요. 신과 인간이 맺어졌다니. "
사실 그렇게까지 특이한 케이스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만 해도 인간과 혼인하셔서 알콩달콩 잘 살고 계시니까. 하지만 그런 구전이 인간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사실 흔히 내려오는 설화에서는 그런 경우가 꽤나 많으니까 ... 그녀가 알고 있을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런 류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 제가 아는 이야기에선 신과 인간이 맺어지면 ... 인간은 죽고 다시 태어나 신이 되어 사랑하는 신과 영원히 함께한다고 했었죠. "
누가 들어도 해피엔딩인 이야기지만 언제나 현실은 이상보다 좋지 않은 법이다. 이상이 최고라면, 현실은 최악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하고 결국 뒤돌아섰다. 누구보다 그들의 행복을 바라면서 ... 바라보기만 했다.
"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
무언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내 꾹 삼키고선 웃으며 얘기한다. 이젠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그럼에도 웃으며 감정을 감추고 그녀를 바라본다. 밤과 같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칭찬이라는 말에 어떤 점을 칭찬하는 건지 물어볼까하다가 괜히 민망한 소리만 잔뜩 들을 것 같은 기분에 그만 둔다. 코로리는 다행히 말했던 대로 후링을 하나만 고른 듯 했다. 뿌듯해 하는 모습이 심부름을 성공한 아이같은 느낌이다.
보고 있던 꽃장식을 보던 중 코로리가 노을이라고 하자 렌은 조금 들킨 듯 해 말이 없다.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노란 수술이 마치 부끄러워 붉은 빛을 두르고 사라지는 햇님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다. 결제를 마치고 말을 이으려 하는데 코로리가 허둥지둥 바삐 움직인다. 렌은 잠시 의아하게 느꼈다가 이내 빨리 가자는 코로리의 말에 작게 웃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려나. 어느새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곤 빠르게 걷는 코로리의 뒤를 몇 발자국 따라 걷다가 이내 멈추었다. 그리곤 저 멀리 가버리려는 코로리를 부른다.
“코로리 씨.”
그리곤 부스럭거리며 종이 가방에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모란 꽃을 꺼내곤 코로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보여준다. 다행히 크기에 비해 무겁지 않다.
“선물이에요. 그,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조금 쑥쓰러운 듯 웃었을까. 노점이 잔뜩 들어선 거리는 북적거리고 조금은 소란스럽고 이리저리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 어수선했지만…. 렌은 괜히 숨겼다가 짜잔ㅡ 하는 것은 못하는 편이었다.
아무튼 여담이나 수학여행에서 아키라가 산 선물은... 음. 원래는 마츠리 파트너에게 주려고 한거였지만 이렇게 되었으니..그냥 이후에 저랑 맨 처음에 돌리는 이에게 주는 것으로! 원래는 파트너 특화선물로 하려고 했는데 이젠 공용이다! 하하하! 필요없으면 갖다 버리라구! (끌려감)
>>608 보자보자보자~~~ 아무래도 미즈미다 보니까 이래저래 막 치대고 싶은 생각이 드네ㅋㅋㅋㅋㅋㅋㅋㅋ 응 그럼 스즈즈가 먼저 연락했다는걸로? 최근에 연락 자주 하면서 친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여기서 쐐기를 박겠다는 생각으로 "마츠리때 스즈랑 데이트할래?" 하고 직구를 던진것으로 >:3!
다른 생각, 다른 생각, 아냐, 아예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아! 그게 쉽지는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면 다행히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불행히도 아이스크림은 녹아서 사라진다. 막대기를 쓰레기통에 버릴 때 계속 생각나는 이것도 같이 버리자고, 잊고서 동굴로 가는 길만 떠올리자고 되새겼다. 물론 잘 안 됐다. 얼마나 머릿속이 바빴으면 렌이 부를 때까지 혼자 앞질러 가고 있단 것도 몰랐다! 내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거 부끄럽단 말야, 나도 작아져서 퐁당 빠지고 싶어ー. 마츠리 입구에서 만났을 때처럼 렌에게로 몇 걸음 옮긴다. 마주 서도 마주 보지는 못 했다.
"응?"
정말 바보같은 표정으로 렌을 바라본다! 나, 진짜 선물받는 거야? 크리스마스도 생일도 아닌데?! 만약을 상상했던게 진짜가 되면, 꿈이 현실이 되었다고 하면 누구나 조금 얼빠지지 않을까. 코로리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고, 렌이 손 위에 올려 보여주고 있는 아까의 꽃 장식을 바라본다. 얼굴색이 꽃과 닮아간다. 혼자 그렇게 생각해버렸던 것부터 그게 진짜였단 것도, 어쩔 줄 모르고 혼자 성큼성큼 걸어갔던 거나 렌을 바라보지도 못했던 거나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와아, 뜨거워ー"
여름이라 더워서, 햇빛이 뜨거워서라는 말은 통하지도 않을 거짓말이다. 코로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두 뺨에 손등을 대보았다. 얼굴이 뜨겁다고 느낀게 기분탓은 아니었다. 코로리는 원래 꽂아두었던 실핀 두개를 빼었다. 렌에게서 선물받은 머리장식을, 조심스레 비닐 포장을 열어 그 자리에 달아본다. 예쁘게 제대로 장식했는지, 정말 잘 어울릴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미 이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여전히, 렌 씨 못 쳐다봐! 조금 쪽팔리고 부끄럽고 민망한 것이다. 물론 그만큼 기쁘고 설레어서 선물을 전해주고 비어버린 렌의 손을 두 손으로 쥐려고 했다. 고개 숙여 감사인사한다! 단순히 시선을 발끝으로 떨군 것도 같지만.
"고마워, 잘 어울릴 거라구 생각해. 근데 나 선물, 공양도 별로 모르겠으니까ー 처음이라고 생각하니까 고맙다고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ー"
>>711 왠지 남매하면 오빠가 여동생한테 컴퓨터 뭐 건들었느냐고 소리치는게 생각나지~! 세이가 리리한테 컴퓨터 건들었냐고 말하기도 하려나?! 리리는 잘 못 다룰 거 같구~! 이름은 혜성.... 코세이도 북극성 생각나니까~! 메이드복 입구 있으면 리리가 심부름 시킬지도 (⌒▽⌒)
>>714 토와 역시 컴퓨터도 잘할 거 같았지~! 발표자료 엄청 잘 만들거 같구?! 구원영..... 한자 같은 거려나?! 같은 한자같은데~! 메이드복은 그래도 바로 다른 옷으로 갈아입거나 하진 않으려나?!
>>734 피피티는..... 템플릿 다운받으면 끝이니까!!! 엑셀 함수 쓰는게 더 어렵지 않나 싶구?! 이름짓기 어렵지~! 청련은...... 청순가련이냐고 놀림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구?! 메이드복 입고 부끄러워하는 거 귀여워~!
>>740 「신」 이라니.... 잘할 수.. 잇을까?? 미즈미... (지그시...) 아무튼 노력해볼게 ㅋㅋㅋㅋ이잉 당연히 괜찮지 물론 미즈미는 속으로 하...... 고백 언제하려나보다 ㅎ 거리고 있겠다만야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샘 보면서는 애가 좀 넋놓고 보고 잇을 것 같긴 하네 ㅋㅋㅋㅋㅋ 아무튼 좋아좋아 바로 일상에서ㅓ 보자! 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 11시라.............. 혹시 선레만 누가할지 정하고 내일 진행해도 될까? ㅠㅠㅠㅠ 내가 늦어서 지금은 자러 가야 할 것 같아서 히잉 ㅠ
축제를 즐기기 위한 타츠미야 씨의 계획은 완벽했다.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 암기는 물론 동선과 시간계획까지 세워놓고, 돈은 얼마나 쓸 예정이며 어디서 무엇만은 꼭 하겠다는 목표까지 철저하게 정했는데! …이것 참, 아깝게도 그 장대한 계획은 시작하기 1시간 전에 무산되고 말았다. 같이 축제를 즐기기로 약속한 반 친구가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약속을 하루 뒤로 미루게 된 것이다.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그도 알겠다 말은 했지만 한동안은 아주 거하게 삐져줄 테다. 삐죽 튀어나온 입을 하고선 북적북적한 사람들의 사이를 건너, 조금 숨통이 트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시점은 현재에 이르렀다. 이제 이 다음이 문제다. 이미 축제 한복판까지 왔으니 그냥 돌아가기는 허전하고, 혼자서 놀기엔 좀 심심하다. 그렇게 해서 주위를 서성서성 떠돌다 노점 코너에서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미리 가고자 했던 곳을 구경하면 내일 있을 재미가 퇴색되니 음식이나 장식품 같은 물건은 다음날에 보기로 하고, 미리 짜놓은 계획에 없었던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게임에 약하지만 그건 인터넷이나 게임기로 하는 디지털- 종류의 것에만 한정이다. 아날로그로 몸 쓰는 건 그럭저럭 한다. 아암, 명색이 타츠미야竜宮인데 금붕어를 못 잡아서야 쓰나. 무리 없이 한 마리를 건져내고선 저 혼자 의기양양하게 있다, 그가 뒤늦게 인기척을 느끼고 옆을 보았다. 그리고 우왁, 하는 비명을 작게 내뱉는다.
"깜짝 놀랐잖습니까. 언제 오셨어요? 하도 소리 없이 움직이셔서 누가 보면 귀신인 줄 알겠습니다."
아니다. 그냥 본인이 고기잡이에 열중해서 모르고 있었던 것뿐이다. 인사보다도 경망스레 호들갑부터 먼저 떤다. 노르스름한 눈이 토와의 손에 들린 것으로 향한 건 그 다음이다.
"오, 토와 씨도 한 판 하시렵니까? 넵, 그럼 저는 즐기시는 동안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왜, 방해 없는 공정한 경쟁. 페어- 플레이다 그 말입지요."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라는 말에 요조라는 반문하지 않는다. 요조라 역시 들은 이야기였으니, 코세이도 그렇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다만 그 이후를 얘기할지 말지는 아직 안 정했다. 그렇기에 노점에서 벗어났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걷기 시작한다. 걸으며 간간히 타코야키를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아니나다를까 코세이는 요조라의 얘기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도 요조라는 앞을 보며 타코야키를 먹을 뿐이다. 얘기할 생각이 없는 걸까? 아니면 그저 사람에 치이지 않게 걷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느릿느릿 걷고 있지만, 이따금 코세이를 돌아본다. 그중 한번이 때마침 코세이가 표정을 감춘 순간이었고, 요조라의 눈은 그런 코세이의 반응을 응시한다. 불그스름하게 색을 입힌 눈매 속 검은 눈동자는 깜빡거리다가 앞으로 돌아간다. 거둔 시선 대신 목소리가 자리 채운다.
"표정은, 아니라고... 생각, 하는 거, 같은데요... 그, 해피엔딩..."
전설의 진상이나 엔딩이 어떤가는 둘째 치고, 코세이의 반응은 요조라도 익히 아는 것이다. 익숙하다 여겼지만, 느닷없이 찾아오는 무언가를 삼켜낼 때의 그것, 그 순간의 무언가, 그럴 때의 느낌과 반응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알았지만, 아는 건 그 뿐이다. 요조라는 요조라였으니까, 그래서 다음 말을 그렇게 이어버린다.
"먹고, 생각하죠... 후식, 없으면, 아쉬우니까..."
한발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는 건 요조라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그걸 알 리가 없지만.
호타루마츠리는 첫 날에 하는게 이것저것 많아서 그런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는다. 요조라가 걷고 있는 길도 샘으로 가는 길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조금씩 더 늘어나는게 보인다. 더 가면 치이지 않는 건 무리일 듯 하니, 부지런히 타코야키를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 쯤, 길가에 잠깐 서 있을 만한 빈 곳이 나오자 그쪽으로 코세이의 겉옷을 살짝 당긴다. 멈춰서 먹고 가자는 신호였다.
"부딪혀서, 쏟으면, 아깝잖아요... 먹고, 가요... 거의 다, 먹었고..."
언제 그렇게 먹었는지, 요조라의 타코야키는 반 이하로 남아있었다. 그야 먹는 속도는 남들과 같았으니까 당연하다. 걷는 걸 멈춰서 다른데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자 요조라는 조금 먹는 속도를 높인다. 그렇다고 볼 가득 우겨넣고 그런 건 아닌데, 조금은 볼록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줄도 모르고 코세이를 힐끔, 봤겠지만.
축제를 즐기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본 행사는 저 산 위쪽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 문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혼자서 갈 거.. 조금 느긋하게 가도 시간은 괜찮겠지요.
"등불이 저 멀리 떠내려가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의외로 시간대에 따를 것 같고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자신을 발견하고는 작은 비명소리에 그렇게 놀랄 만한 것이었나?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옆에 형광녹색같은 빛의 눈이 빤히 쳐다보면 우왁은커녕 끄야악! 도 가능할 듯.
"언제 오기는...이라고 하기엔 그렇지요." 어차피 혼자서 첫 날을 보내야 하는 터라.. 혼자서라도 돌아다닐 참에 타츠미야 씨를 발견했지만..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1. 캐릭터는 컴퓨터를 얼마나 잘 다루는 편?! 프로그램 같은 것도 포함해서! 검색이나 유튜브나 게임 같은 기본적인 기능은 알지만 그 이상은 아직 무리... 완전 컴맹이야. "엥 컴퓨터가 고장난 것 같습니다" 하길래 보면 모니터 코드 뽑혀있고... "제 부족한 식견이나마 근화하자면 프로그램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사료됩니다" 하길래 또 봐주면 얘 프로그램 설치도 안 한 상태에서 바로가기 아이콘만 클릭하고 있음....
....배운다면 금방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몰라서 그래~
2. 만약 한국 국적을 가졌다면 캐릭터는 무슨 이름을 가졌을까?! 음~ 용찬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츠미야니까 용(龍)씨.... 그리고 tmi 설정으로 마이리의 인간 이름은 하츠미야마이리(初宮参り)라는 행사에서 따온 이름이거든... 아마츠코토시로가 인간 성을 정한 다음 이름은 뭘로 정하지? 하고 고민하다 의식의 흐름으로 타츠미야.... 타츠미야... 하츠미야.... 앗 하츠미야마이리<< 하고 대충 정했다는 설정이야.
하츠미야마이리는 대충 설명하자면 아기가 생후 1개월을 넘긴 걸 기념하기 위해 신사에 가는 첫 참배인데, 그래서 용씨에 참배를 약간 변형해서 찬배라고..... 응... 진짜 이상하지만 그렇다....😊
3. 오늘은 일본에서 메이드의 날이래~! 그런고로 캐릭터가 메이드복을 입는다면 어떤 느낌?! 어떤 반응?! https://picrew.me/share?cd=tzW9fiYeug #Picrew #胸の大きさをカスタムできるメーカー (이하생략)
완전.... 즐기시는데....? 그냥 옷 예쁘다고 하시는데....? 고등학생이 한 번쯤 이런 걸 입어봐야 청춘이라고 말하시는데...??(?)
>>688 늦었지만~! 1. 캐릭터는 컴퓨터를 얼마나 잘 다루는 편?! 프로그램 같은 것도 포함해서! ??: 이건 마우스라고 하는 코로리: 찍찍 쥐야? (클릭해봄) 찍찍 소리 안 나는데!
2. 만약 한국 국적을 가졌다면 캐릭터는 무슨 이름을 가졌을까?! 성씨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은 그루가 생각나~! 순우리말 그루잠의 그루! ( ´∀`) 아마 세이가 오씨니까 오씨려나?! 나무 다섯그루가 되었다~!
3. 오늘은 일본에서 메이드의 날이래~! 그런고로 캐릭터가 메이드복을 입는다면 어떤 느낌?! 어떤 반응?! 하늘색이었다면 앨리스 같았을 거라구 하지 않을까?! 하지만 코로리 검정색 좋아하니까 검은 앨리스라니 뭐라니 체셔랑 하트여왕이랑 카드병정이랑 시계토끼랑 모자장수랑 기타 등등 찾으러 간다고 하지 않을까 (⌒▽⌒)
>>77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 인간이 한명 태어나고 늙어 수명이 다할때까지 꼬집고 있는 거 아니냐구~!
뒷 이야기는 해줄 생각이 없는건지 그저 걷기만 하는 요조라를 따라가기만 할 뿐이었다. 말해달라고 해도 말해주는건 그녀의 마음이니까, 말해주고 싶어질때가 온다면 그때는 말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허나 나를 돌아보던 시선이 내 눈 속에서 무언가를 읽은듯 했고, 정확하게 파악해냈다.
" 호시즈키양은 못 속이겠네요. "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고서 정면을 바라본다. 호타루마츠리를 맞아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거리는 더욱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었고 특히나 인기가 많은 샘에 가까이 갈수록 노점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 그럴까요? "
먹고 생각하자는 말과 쏟으면 아까우니 서서 다 먹고 가자는 말에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확실히 더욱 많아진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려면 다 먹고 가는게 좋을듯 했다. 부딪혀서 쏟는게 아깝기도 하겠지만 옷에 흘린다면 그것 또한 대참사다. 타코야끼를 좀 더 속도를 내서 먹고 있으니 요조라도 평소보다 좀 더 빠르게 먹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반 이하로 남아있던터라 먹는데 집중해서 금방 다 먹을 수 있었고 중간중간 시선이 마주칠때마다 웃기만 했다.
" 다 먹었네요. 또 먹고 싶은거 있어요? 마시고 싶은거라던가. "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손을 다시 내밀었다. 먼저 손을 잡을까 했지만 그건 싫어할 것 같았기에. 앞에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니 그녀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아 맞다, 오늘 꼭 하고싶은 말이 있었는데. "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이제야 기억 나버렸다. 나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다가 헤헤, 하고 웃는 표정으로 요조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을까요? "
웬만해선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자주 없었기에 큰 맘 먹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안된다고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일단 시도는 해보는 것으로.
"에에이, 일부러 놀래킨 게 아니라 김이 샙니다. 그래도 절 생각해서 그러셨다니 감사는 하겠습니다."
놀라긴 했지만 경악이 아닌 깜짝 정도의 호들갑이다. 그는 금방 다시 시시덕거리기 시작한다. 별달리 재미있는 일도 없건만 뭐가 그리 좋은지 만면이 활짝 폈다.
"아, 아깝군요. 한 번 더 합시다. 그런데 여기 올챙이도 있고 말입니다? 개구리면 몰라 올챙이는 좀 못난데- 잡아도 데려갈 사람 있을지나 모르겠습니다."
음, 이제 시작하려는 사람 옆에서 이렇게 한가한 소리만 하려면 좀 얄미워 보이려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잠시 말 멈추고 아직 남은 뜰채를 꺼내 물고기 건지기를 다시 해보았다. .dice 1 10. = 1 결과가 어떻든간에 그는 손에 묻은 물을 툭툭 털어내고는 가벼운 말투로 답했다.
"네에, 원래는 친구랑 오려 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일이 생겨 오늘 약속이 무산되어버렸답니다. 해서 아쉬운대로 여기서 놀기나 하고 있었습죠. 토와 씨는 어떻습니까?"
렌은 얼떨떨한 표정의 코로리 때문에 조금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생각했던 반응 보다도 더 격한 반응에 더 민망해져서, 조금 더워지고 만다. 아니, 여름이니까 더운 게 당연하겠지만.
코로리가 손 위에 올려둔 모란을 가져가자 이내 손이 가벼워진다. 아니 마음이 가벼워진 것일까. 아냐, 생각보다 모란이 무거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닌가, 무거운 건 마음이었나. 어찌되었든 선물을 받아주니 다행이다.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기뻐해주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바로 모란꽃을 머리카락에 고정시키는 모습에 렌은 잠시 그 모습을 보며 기다려주었다. 거울도 없는데 금방 장식을 달아내는 것이 대단하다. 너무 무겁거나 장식하기 어려울까봐 걱정했는데 기우였던 모양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잘 어울려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이내 코로리가 빈 손을 두 손으로 꼭 쥐자 순간 말을 먹고 숨을 먹었다.
“……..”
렌은 잡히지 않은 손으로 뒷목을 쓸어본다. 뜨끈뜨끈하다. 바닥으로 간 코로리의 시선과 달리 렌의 시선은 잠시 밤하늘 어딘가를 떠돈다. 물에 빠졌을 때에는 늘 침착해야 한다. 렌은 조금 숨을 고르며 다시금 코로리의 까맣고 동그란 머리꼭지를 내려다본다. 횡설수설한 코로리의 말이 끝나자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가 가까스로 다시 열었다.
“…잘 어울려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말주변이 없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는데, 이 순간은 조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손은 여전히 목덜미를 매만진 채 잠시 시선은 옆으로 도망친다. 잡힌 손은 어찌할 바 모른다. 세게 잡힌 것도 아닌데 마치 그물에 걸린 것 같다.
>>779 오.... 반딧불이가 예쁘긴 해도 어쨌든 벌레인데 손 위에 올려놓고 아무렇지도 않다니 아키라 대단해....
>>78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코로리를 위해 햄스터 모양 무선마우스를 보여주고 싶어... 그리고 오그루라는 단어도 있었구나.... 처음 알았어 :ㅇ 죽을 때까지 기억해야지...(?)
>>783 단발에...... 복슬복슬......? 이건 햄스터...? 다람쥐....? 아기천사....??? 흑임자모찌떡....???? 갸악 어떡해 너무 귀여워..~~!! 실제로 머리 이렇게 잘라볼 계획은 아직 없으려나~~
>>785 뒤에서 눈총만 주지 않는다면 몇 번 실패하고 앗!하고 터득하지 않을까~ 키오스크는 그래도 (본인 기준)컴퓨터보다는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타츠미야 씨야.... 그치 역시 청춘은 메이드복이지~~~ 그러니까 다들 축제 때 메이드복 입어주기다? 믿는다? 진짜 믿고 있다???
"집중하는데 왁 하고 놀래켰다가 원망을 듣고 싶지는 않아서요." 원망같은 거 하실 거였나요? 같은 말을 물어보는 토와입니다.
"올챙이도 나쁘지는 않지만..올챙이는 기르다가 놓아주어야 한다던가. 하는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아니. 아니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고는 완전 실패한 뜰채를 보고는 한번 더 할까. 싶다가도... 그리고는 마이리의 사정을 듣고는... 아쉬운 대로 놀고 있다는 말에. 슬쩍 쳐다봅니다. 상관없다고 여겨서 그런 것이었을까?
"그런가요.. 저도 혼자이긴 합니다. 이것 참.." "으음. 저는 같이 가겠다고 말할 이가 없어서 그냥 혼자 다니기로 했으니까요." 처지가 비슷하네요.라고 말하며 토와는 한 판 더 해봅니다. .dice 1 10. = 4
"농담이긴 합니다만. 같이 다니시지 않겠습니까?" 호타루마츠리의 본행사 같은 것도 혼자서 즐기기엔 그렇고..라고 말하면서도 진지하지 않네요. 받아들일 거면 받아들이고 아닐 거면 안 하라는 쿨함?
앗, 또 성공해버렸다. 생각지 못한 데서 재능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나 의외로 금붕어 잡기 천재였을지도. 제 몫의 통 안에서 헤엄치는 고기들 내려다보며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그는 이어지는 말에 눈썹을 아래로 휙 휘며 우습다는 듯 웃었다.
"저 그렇게 속 좁지 않습니다. 만일 토와 씨 때문에 놓쳤대도 고작해야 뜰채 하나 값인데 그리 쪼잔하게 굴면 사람이 참 못 씁니다."
이건 진심이다. 신이 되어서 고작해야 올챙이 한 마리 값 때문에 잔뜩 골내는 일은 좀… 추하지 않은가. 절대 그런 신은 되지 말아야지.
그리고 그는 슬쩍 저를 향하는 시선을 느끼고는 눈을 반짝이며 저 역시 상대를 마주본다. 왠지 모르게 좋은 예감이 든 탓이다. 이것은 단순한 직감이 아니라 전령신의 감각이 말하는 사실로, 인간이 뜨겁고 찬 온도를 피부로 느끼는 감각에 틀린 데 없듯이 그가 느낀 순간부터 아마츠코토시로의 '앎'은 곧 사실이 된다. 기다린 대답이 돌아오자 그는 반색을 했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진심이 가득 담긴 몸짓에 실수로 제 통을 쳐서 엎어버릴 뻔하고, 그것을 겨우 붙잡아 세우는 난리가 잠깐 있었다. "어, 올챙이 얘기를 했더니 이 녀석이 들었나 봅니다. 어떻게 딱 이게 잡힌답니까." 민망함을 감추려 딴소리를 하고서 그는 잠시 목소리를 골랐다. 큼, 하는 군기침까지 하고서야 대답을 이을 수 있었다.
"그 말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농담이라며 취소해버리는 일 없어야 한다는 것 아실 거라 믿습니다. 아니면 저, 두 번이나 버려지고 상처 받아서 인간불신이 생겨버릴지도 모릅니다."
바닥에 그림자가 있다. 등불이 이리저리 비추어서 옅은 그림자가 흔들린다. 마츠리의 거리는 노점들과 이리저리 오가고 웃고 떠들며 가득 차있었기 때문에 어지럽다. 꿈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았다. 꿈 속에 들어가면 꿈의 주인의 것이 코로리에게 스며드는데, 지금도 전혀 낯선 느낌에 코로리의 것이 아닌 무언가가 발끝부터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아니, 이미 풍덩 빠졌다. 말도 여전히 횡설수설에 얼굴도 계속 더우니까. 공양 받으면 이런 느낌일까?! 이런게 선물이라서, 다들 그렇게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나 봐. 코로리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릴 것 같았다.
"렌 씨가 잘 골라서, 잘 어울리는 거니까!"
얼굴에 열감 느껴지는게 수줍었지만 웃었고, 렌을 바라보았다. 잡았던 손도 놓을 수 있었다. 그저 한 가지 바랐다. 모란보다는 뺨이 덜 붉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서 코로리는 놓은 손 안에서 데구룩 구르는 것이 있어서 바라보면 아까 빼두었던 파랑과 노랑 실핀이다. 깜빡깜빡 실핀을 보다가 렌을 바라본다. 렌 씨도 밤하늘인데ー. 검은 머리카락에 파랗고 노랗게 반딧불이었던 것이 렌에게도 똑같이 가능했다.
"렌 씨, 렌 씨. 숙여줄 수 있어?"
렌이 높이를 맞춰준다면, 렌이 피하지 않는다면 코로리는 조심조심 실핀을 꽂았을 것이다! 코로리가 처음 하고 있던 것처럼 X 모양으로. 렌이 선물해준 머리장식에 비하면 소박했지만, 보답하고 싶다며 머리장식을 사오는 것보다 이 실핀을 덜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
올챙이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토와.. 사격은 간지나게 잘 했으면서 여기에서는 연전연패인가.. 뭐 상관없지만? 마이리가 그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야.. 그냥 혼자서 다니면 상관없잖아? 싶은 토와의 냉랭함이랑은 다르다고...
"농담이라고 말할까 고민하긴 했지만..." "인간불신이라니. 인간이 아니기라도 하신 건가요...는 농담이지만요?" 물론 농담입니다. 인간인데 인간불신이 걸리는 경우도 좀 있는 편이니만큼. 다만.. 실제로 그러한 존재들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니. 왜 같은 학생인 것을 인지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쪽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것에 신경이 좀 쓰이는 걸까요. 신경을 안 쓰는 게 좋을 텐데도, 자꾸 한번씩은 은근슬쩍 찔러보고 싶어지는 경향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원하신다면 같이 가죠." 슬슬 사람들이 마츠리를 즐길 타이밍이니. 적당히 산길을 걸어도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코로리는 정말 기쁜 모양이었다. 상기된 얼굴이 그것을 더 잘 보여주었다. 공양은 처음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이 작은 신님은 이제껏 받은 것 없이 계속 인간들을 돕기만 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사실 코로리가 어떤 일을 하는 신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래도 밤에 일하고 낮에 잔다는 것은 조금 알았다.
코로리가 손을 놓아주자 렌은 편히 내쉴 수 있었다. 악수… 같은 거지? 고마우니까. 응. 그럴 것이었다. 괜히 오해하면 불편해지니까. 요즘 여자애들은 손을 덥썩덥썩 잡으니까. 음, 그런 것이다.
렌은 코로리가 손에 남은 실삔은 보다가 다시 저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다 숙여달라는 말에 “네?” 하고 되물었다가 어느정도 감을 잡고 몸을 숙여주었다. 예상처럼 한쪽 머리카락에 실삔을 꽂는 듯 했다. 눈 앞에 손과 흰 팔이 왔다갔다 하고 조금 집중하는 듯한 코로리의 표정을 슬쩍 구경하다 이내 손이 떨어지자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
어떻게 꽂혀졌을지는 거울을 보지 않는 한 모르는 일이지만 렌은 아마 코로리가 했었던 것과 같은 X자 모양이 아닐까 생각했다. 렌은 코로리의 반응을 잠시 기다렸다.
생각해보니 너무 길 한가운데에 오래 서있었던 것 같아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음, 이제 다시 갈까요? 아무래도 오늘은 샘이 개방되는 날이니까…. 그 쪽으로 가는 거죠?”
그렇게 이야기한 건 왜였을까. 최근 들어서 연락을 하는 빈도가 잦았고 이따금씩 만나기도 했으며 학교에서도 잔뜩 아는 척을 하고 친하게 지내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한들 미즈미와 알고지낸 시간이 다른 친구들보다 많느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으며 오히려 압도적으로 적은 편에 속했다. 그런데도 조금은 용기를 내서 그렇게 이야기를 꺼냈던 것은 최근 들어 같이 보내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과 왜인지 모르게 같이 있으면 편하고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잘 기억해주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하자는 허락을 받은 후에 스즈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다. 심장이 몇 번인가 더 콩닥거리며 뛰는 것이 느껴졌고 괜히 뱃속이 간질간질하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날이 무슨 대단한 날이라도 되는 것 마냥 스즈는 몇 번이고 옷을 골랐다. 이전에 입었던 후리소데로 할까 하다가도 이번엔 새로운 것이 나을까 싶어 이것 저것을 몇 번이나 몸에 대보고 어떤 향수가 좋을지 몇 번이나 시향을 반복했다. 화장이며, 머리 세팅이며 하나하나 신경쓰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동굴 앞에 도착해서도 몇 번이나 작은 파우치에서 거울을 꺼내보며 머리를 정리하고 화장은 잘 되었는지 확인했다. 옷도, 화장도, 향수도 만족스러웠다. 몇 번이나 신경쓴 보람이 있다는 것일까. 데이트하자고 말을 꺼냈으면 정말 데이트처럼 해야겠지. 그러니까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완벽한 하루의 데이트를 위한 준비였다는 셈이다. 향수도 조금은 아찔한 향이 나는 어른스러운 것으로 골랐고 옷도 몇 번이나 몸에 대어보며 제일 예쁘고 귀여운 것으로 골랐다. 악세사리 하나하나도 신경써서 골랐고 심지어는 어떤 색으로 화장을 해야 제일 어울릴지도 고민했다.
먼저 동굴 앞에 도착한 스즈는 답지않게 인삿말까지 고민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예뻐보이고 싶다. 귀여워 보이고 싶다. 스즈를 보는 모든 사람이 저 아이와 연인이 되고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모두의 머릿속에 확실히 기억되고 각인되고 싶다. 잊혀지지 않도록, 더 깊게 이어질 수 있도록. 스즈는 괜히 거울을 들어 한 번 더 용모를 체크하고 손목을 들어 향수의 향을 체크했다. 약속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나온 것은 미리미리 못다한 준비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렇게나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랍니다? 라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도 있었다. 하나하나 전부 계산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데이트라는 것은 이렇게나 치밀하게 하나하나 계산해서 완벽히 상대방을 꼬시기 위한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정복전이라는 것이지.
" 아아- 모르겠다. 그냥 만나면..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 "
문제라면 그렇게 거창하게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머리가 안돌아가고 지겨워지는 법이다. 스즈는 모르겠다- 하고 말하며 옷이 더러워지지 않게 쪼그려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인간이 아니기라도 하냐는 말에 그는 멀뚱히 두 눈을 깜빡인다. 보통 인간불신이라는 말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보통인가? 반사적인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하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영문 모를 반문에 알쏭달쏭하는 평범한 반응처럼 보였을 것이다. 괜히 손가락으로 턱 짚고 과장해가며 고민하는 척을 하던 그가 흠, 하는 헛기침과 함께 답을 내었다. 눈을 가늘고 뜨고 검지를 척하니 세우며 근엄하게 말한다.
"제 정체를 눈치채다니 죽어주셔야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어조가 너무도 산뜻하여 어쩌면 없던 설득력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토와는 영리하니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서도. 당연히 그런다고 헛소리가 명언이 되는 일은 없었다. 그는 곧 실없이 웃었다.
"……저도 농담 해봤습니다. 그래도 방금 농담이라고 말해 버리셨다면 정말 인간 그만두기로 했을지도 모른답니다?"
농담의 농담, 이중적인 헛소리다. 평범한 인간을 가장하는 타츠미야가 인간을 그만둬봤자 쓰다듬어 달라는 침대 위의 순한 짐승(백수)밖에 더 되겠나. 읏차, 그가 기합소리와 함께 가뿐히 몸을 일으켰다. 가기 전에 금붕어부터 해결해야 했다. 조금 생각해봤는데, 기껏 잡았지만 직접 키우기는 역시 귀찮다. 그는 그깟 금붕어라고, 사고방식이 조금 구세대에 가까운 신이지만 한 번 맡아버린 일에는 의지가 집요해지는 성정이다. 그것을 본인도 알기에 금붕어 키우기에 진심이 되기 전에 노점 주인에게 돌려주고 나오기로 한다.
"완-전 감사죠. 고마우니 제 것 사는 김에 하나 사 드려도 되겠습니까?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팔더랍니다. 이번 축제 분위기에 맞추었는지 모양이 특이해서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답니다. 게 청춘 같으니 좋지 않습니까."
청춘을 운운하며 그런 늙은이 같은 말투를 쓴다는 점에서 이미 아웃이라는 걸 본인만 모른다.
실핀을 잘못 꽂으면 아플테고, 머리카락에 걸리면 따가울테고. 코로리는 인간에 비해서 자신은 통각에 조금 둔하다는 걸 알아서 꽤 신중했다! 입술 꼭 다물고 예쁘게 잘 꽂았다 싶으면 방긋 웃는다.
"렌 씨한테도 해주고 싶은데ー"
귓가에 장식한 모란을 톡 건들인다. 꽃잎 팔랑이는게 느껴졌다. 머리장식만 강요하자니 아직까지는 조금 부끄러워서, 원래 그러려던 척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듯 했다. 턱에도 닿지 않게 짧고 단정하게 잘린 옆머리카락은 넘겨도 다시 앞으로 스르르 내려온다.
"나는 꽃 없으니까 반딧불이야."
코로리는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이야기할게 있다고 했는데, 까마득히 잊고 마츠리에서 한껏 놀아버린 것 같다. 걸음을 맞춰 걷다보면 마츠리의 소리가 멀어져간다. 등이 걸려있는 대로 북쪽 산을 오르다보면, 신님들 결혼 너무 어려운데서 하지 않아?! 일부러 고른 것이 아니란 건 알아도 산을 오르다보면 있는 동굴 근처 신사에서 혼인 의식이라니, 정장과 드레스를 갖춰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인간들이 들으면 놀라겠다 싶다. 정장과 드레스 입고 누가 산을 타겠는가!
“으음, 그래도 꽃은 저랑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어울리는 코로리 씨가 많이 하는 게 꽃에게도 좋을 것 같고….”
렌은 도르륵 눈동자를 굴리며 딴청을 피워본다. 그렇지만 코로리가 지금이라도 당장 이런저런 꽃을 가져와서 머리카락을 장식한다고 하면 왠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그 모습을 하고 마츠리를 돌아다니면 아키라가 볼테고 나중에 놀릴 것이 분명했다. 으으음…. 다행인 점은 지금 코로리에게 꽃이 없다는 점일까.
“반딧불이 고마워요, 코로리 씨.”
렌은 작게 웃었다. 반딧불이라며 머리에 실삔을 꽂으며 준비하는 모습이 상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머리에 예상치 못한 삔을 꽂은 채 렌은 코로리와 함께 산을 올랐다. 아침마다 로드워크를 하고 부활동 동안 수영을 하는 렌에게는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으나 코로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피터팬이니까, 날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지 못할 걸 알면서 괜히 장난스러운 농담을 친다. 등불이 밝히고 있어도 아무래도 인적이 드믄 곳이라 으슥한 느낌을 준다. 현실에 이런 것은 무섭지 않지만 무서우라고 꾸며놓은 것들ㅡ귀신의 집이나 공포 영화 같은 것들ㅡ은 솔직히 무섭…지 않다. 그냥 싫을 뿐이다. 그래서 일부러 피하는 편인데 최근….
“코로리 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혹시 악몽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세요?”
정곡을 찔렸을 때, 아니라고 할 법도 하건만, 그걸 또 곧이곧대로 들켰다고 말해버리면, 아, 이 사람은 정말 성가시다. 이래저래 정말 성가신 사람이다. 매번 그리 생각하면서도 매번 매몰차게 밀어내질 않는다. 않는건지, 못 하는건지, 요조라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관둔다. 그러지 못할 걸 알면서도, 잠시 눈을 돌리고 그런 척을 한다.
물러서서 마저 먹고 가자 하니 코세이도 순순히 그러자 대답해온다. 아마 같은 판단을 했으리라, 여기며 같이 길 옆으로 비켜서서 각자 남은 타코야키를 먹는다. 요조라는 하나씩 집어 답삭답삭 입에 넣지만, 고명도 제대로 올리고 소스도 싹싹 긁어가며 말끔히 종이그릇을 비워낸다. 가까이 있던 쓰레기통에 빈 그릇 버리고 입가에 묻진 않았는지 손등으로 살짝 눌러보다가, 코세이가 손을 내밀며 묻는 말에 또다시 손 한번, 얼굴 한번 본다. 대답은 손 잡기 전에 나왔다.
"초코바나나... 랑, 아이스크림... 지금, 말고... 이따가..."
지금은 아무래도 뭘 사서 들고 다니기 애매하니까 말이다. 일단은 샘을 보고 나온 다음에 뭘 하던지 말던지 해야 할 것 같아, 이따가, 라고 덧붙인 요조라는 다시 손을 잡았다. 아까보다는 익숙하게, 약간의 머뭇거림을 담고서, 조심스레 손을 잡던 요조라는 하고 싶은 말, 에 고개가 자연스럽게 코세이에게 향한다. 딱히 들을 말은 없는데, 라고 의아하던 표정에 아주, 아주 약간의 놀람이 별빛마냥 스쳐간다. 반짝, 하고 지나간 표정 뒤로 고개를 얼른 돌려버린 요조라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짧게 대답한다.
"마음대로 해요... 상즈케(~~양/~~쨩 하는거)는, 하지 말구요..."
어린애 취급 하는 거 같으니까, 라며 반쯤 투덜거리듯 말하고 아까처럼 먼저 걸음을 내딛는다. 그렇게 다시 들어선 길을 따라 느릿느릿,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모두가 샘을 향해 가고 있으니 흐름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일도 없어보인다.
말없이 앞인가 그 아래 바닥 어디쯤인가를 보며 걷다보니, 늘어난 사람들 탓에 밀린 요조라가 코세이 쪽으로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두어번 팔이 스치거나 어깨가 닿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그 중에 한번은 요조라가 눈길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시선이 마주쳤을지는 또 모를 일이다. 마주쳤다면 재빨리 눈을 돌렸을거고, 아니라면 조금은 길게, 몇걸음 걷는 동안은 보았을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다시 앞을 보고 걷다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을 꺼낸다.
"저도, 그... 이름, 으로, 불러도... 괜찮... 으려나요..."
그 말 하며 잡은 손 아주 살짝 움직인 걸, 코세이는 눈치 챘을까, 아닐까. 돌아본들 요조라는 늘 같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언제 그런 말 했냐는 듯이 말이다.
웃음 소리가 났다. 코로리가 소리내면서 웃었고, 맑은 소리가 조금 울리다 흩어진다. 렌이 딴청 피우는 것을 듣고서는 그렇게 즐거웠다. 코로리가 금방이라도 꽃을 모아다 화관이라도 만들어 씌울 상상을 하고 있는 걸 콕 집혀 들킨 것 같아서였다.
"반딧불이는 후링 씨랑 어울려? 다행이다ー"
실핀을 빼낼 수도 있을테니까. 코로리는 반딧불이와 후링, 두 단어를 묶어보니 지금 종이봉투에 담겨 있는 후링이 생각났다. 비닐로 포장되어서 소리는 안 나겠지만 괜히 종이봉투를 살랑인다.
"팅커벨이 없는데!"
팅커벨의 날개에서 떨어지는 요정 가루, 그것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돕는다! 장난스러운 농담에는 코로리도 장난기 묻은 답을 하면서, 얼른 동굴이 나오길 바랐다. 아니면 팅커벨 나오면 좋겠어ー. 코로리는 등불 사이에서 팅커벨이 뽀르르 날아오르는 풍경을 상상했다.
"후링 씨, 악몽 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못 맡았나?! 르꽃단내를 못 맡았다. 다른 양귀비들의 향이 너무 짙어서 자고 일어났더니 오늘 꿈은 별로다, 싶은 정도의 악몽으로 뒤숭숭한 정도는 맡기 힘들기도 했다. 렌에게 가까이 가보지만 잘 모르겠다. 고개 갸웃이며 눈 깜빡이다 악몽 피하는 방법을 ㅁ떠올린다. 악몽을 피하는 방법이라고는 해도, 잠에 빠진 기억을 토대로 빚어지는 꿈을 코로리가 강제하지는 않았다. 꿈은 언제나 자유로웠다. 다만 잠에 방해가 되면, 특별한 꿈이 필요하면 그럴 때만 꿈을 직접 빚는다.
웃음이 후한 코로리 씨는 자꾸 웃는다. 웃는 것은 좋다. 불편하지 않으니까. 아무 말 하지 않고 속내를 감추는 이들은 불편하다. 차라리 싫은 것이 있다면 싫은 티를 내주는 것이 좋다. 이런저런 면에서 코로리는 기분을 알기 편해서ㅡ의미를 알기 어려울 때가 있긴 했지만ㅡ 좋았다.
피터팬 씨는 팅커벨이 없어서 날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통탄할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피터팬은 걸어서 산을 타야 하는 운명인 모양이다. 그러던 중 놀라는 목소리에 렌 또한 놀라 눈을 깜빡였다가, 안심하라는 듯 부연설명한다.
“아뇨, 악몽을 꾸는 게 아니라…. 악몽을 잘 꾸는 편은 아닌데, 최근 꿈에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경험을 해서. 자꾸 생각나는 게, 아무래도 꿈에 나오면 무서, 아니 싫을 것 같아서요.”
요조라와 함께 들어갔던 호러 컨셉 방탈출은…. 너무 무서, 아니 조금 버티기 힘들었다. 물론 요조라는 척척 문제를 해결해서 나왔지만ㅡ아무래도 시간 기록을 갱신한 듯 했다ㅡ 으으…. 호시즈키 씨 가만 안 둬. 복수할 것이다,라고 생각만한다. 렌은 요조라의 기백(?) 앞에서 조금 깨갱해지는 기분일 때가 있다.
“…둘 다,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악몽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들은 답은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할 것 같다. 응. 잠들 때 같이 있는 것도 꿈 속에 코로리가 나오는 것도 말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동굴이 보인다.
말끔하게 타코야끼를 먹어치우자 남은 것은 종이 상자뿐. 소스 같은 내용물이 흘러 넘치지 않게 잘 접어서 쓰레기통에 넣는다. 손가락으로 한번 입술을 훔치고서 뭘 먹고싶냐며 손을 내미니 대답이 돌아오고나서 조심스럽게 손이 잡힌다.
" 그럼 등불도 볼 수 있다고하니 샘을 보고 나와서 먹는걸로 해요. "
초코 바나나랑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얘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둘 다 인기있는 간식이니까.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하자 돌아본 그녀의 표정은 그 내용을 듣자 살짝 바뀌었지만 고개를 돌려버려서 잠깐 밖에 보지 못했다. 역시 아직까진 무리인걸까 싶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
" 앗,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요조라. "
뭔가 이름 뒤에 존칭이 안붙는게 어색했지만 이건 이것대로 금방 적응할거라 생각했다. 계속 고민하던게 하나 해결되어서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허나 점점 늘어나는 인파 때문에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앞을 볼 수 밖에 없었고 혹여 요조라가 부딪힐까 살짝 내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잠깐 실례할께요. "
조금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어깨나 팔이 살짝 부딪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인파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살짝 돌아보고 작게 미안해요라고 말하고선 다시 인파를 뚫는데 집중한다. 그러다 들려온 말에 나는 다시 그녀쪽을 바라본채로 망설임 없이 웃으며 얘기했다.
" 당연하죠. 언제나 환영이에요. "
그리고선 잡은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좀 더 손에 힘을 주고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가 금세 더워졌고 외투를 벗고 들어오지 않은게 살짝 후회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샘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는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
" 오 ... "
여러가지 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 감탄사만 연달아 뱉을 뿐이었다. 동굴 안에 커다랗게 있는 샘도 그렇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힘이란 ... 정말 신성하고도 고귀하게 느껴졌다.
마이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음식을_먹은_뒤_손에_묻었다면 - 냅킨으로 닦아. 성격적으로는 낼름 핥을 놈이지만 예의범절이 몸에 익어서 반사적으로 닦을 것부터 찾고 있어.
마이리: 헉 낭팹니다 이건 핥아야 했는데...!!!(?)
자캐의_약간_중간_엄청_화날때_단계별_반응
약간: 짜증을 내긴 하는데 아직은 장난스럽게 말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장난으로 열 내는건지 진짜 짜증난 건지 구별 못함... 여기서 눈치 없어서 계속 화나게 하면 중노로 감
중간: 역으로 차분해져. 방금까지 장난스럽게 말하다가 갑자기 딱딱. 예의max. 전령신 모드 on.하면 아무리 눈치 없던 사람도 얘 화났구나 하지 않을까... 이래도 계속 화나게 한다면 그냥 에휴ㅉㅉ,,, <<이러면서 그냥 본인이 자리 피해. 감정 누르고 누굴 대하는 건 익숙해서 어지간하면 여기서 머물다가 점점 가라앉게 되어있어.
엄청: 극도로 화가 나도... 일단 참는다... 얘를 이만큼이나 열받게 하다니 그 정도면 화나게 한 사람이 이 시대의 분노 메이커 분노의 지배자 분노 아티스트가 아닐까?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싸우는 수준까지 가지 않을까...🤔 가볍게 가자면 욕하면서 갑자기 빡 때려버리는 정도고, 심각하게 가자면 피 터질 정도겠네. 속 시원하게 때리면 그걸로 기분 살짝 풀려서 대노에서 소노로 내려가.
자캐의_의외인_설정 - 어~ 의외라고 생각한 설정은 아직 잘 모르겠어.... 딱히 의외 설정은 아니고 tmi 설정을 밝히자면 타츠미야 씨... 내가 타협하지 않았다면 양갈래 남고생이 됐을지도 몰라. 지금 지정한 픽크루로 반묶음이 안 돼서 시트 짜다가 내가 흑화할 뻔했거든...(진짜임)
"보통 그런 존재들은 죽어라고 하는 것보단 다르던데요.." "농담도 그렇게 크게 받으면 놀랍니다?" 장난스럽게 받고는 그냥 스리슬쩍 넘깁니다.
"정말 그만두셨다면 저도 곤란해지네요." 진짜 인간 아니게 되어서 원한 같은 거 받으면 전 곤란합니다? 입시생은 온갖 걸 조심한다고 하니까요? 라는 말을 합니다. 입시생을 생각해보세요. 온갖 곳에 치성 드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리고는 마이리가 말한 아이스크림에 반응합니다. 노출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긴팔이지만 더운 걸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닌 만큼 반응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아이스크림이요? 전 못 봤는데.. 타츠미야 씨가 괜찮다면 한 번 부탁해 봐도 되겠네요" 참고로 민트초코는 사주면 먹지만 제 돈으로는 안 사먹어요? 라는 농담을 합니다. 근데 엔이 민트초코 먹을 수 있나? 안 정했으니 넘어갈까.. 청춘을 운운하면서 말투가 낡았다는 딴지는 걸지는 않네요. 무안하게 만드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누구에게나 악의적인 걸 주지도 받지도.. 같은 거라서 그런가.
"가볼까요?" 가볍게 발을 떼지만.. 마이리가 가야 가지요. 하지만 대충 어느 구역인지는 짐작이 가나요?
"오, 그런 거 본 적 있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본 적 있으십니까? 귀신이나 외계인 같은 것들?"
그런 말을 하는 본인은 정작 귀신보다 더 높은 신이지만, 일부러 신에 관한 이야기는 쏙 빼놓는다. 그야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신보다는 귀신을 먼저 이야기하는 법이니까.
"원령이 된다면 저도 곤란하니 안 그러렵니다. 뭐, 이 이야기는 이쯤 하고…… 갑시다! 이렇게 된 거 오늘은 토와 씨랑 볼장 다 보고 내일 볼 친구 녀석이랑은 재미없게 놀아주고야 말겠습니다."
가볍게 말하며 그가 먼저 걸음을 떼었다. 말리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토와의 한쪽 팔을 슬쩍 잡고 가려 했을지도 모른다. 음식 노점과 게임 코너는 가까이 붙어 있었으니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조금 걸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띄었다.
"아마 민트초코는 아닐 겁니다. 무슨 맛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대충 이렇게 생겼는데, 제가 아이스크림 전문점 같은 덴 자주 안 가서요. 토와 씨는 이런 거 드신 적 있으십니까?"
쫄래쫄래 입간판 앞으로 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끝에는 아이스크림 사진이 있었다. 호타루마츠리라고, 밤에 환한 반딧불 컨셉인지 아이스크림에 형광빛 칩과 이런저런 토핑이 박혀 있다. 무난한 기본 맛도 있고, 밤하늘처럼 푸르스름한 군청과 보라색 섞여서 알록달록한 것도 있고. 아, 무엇을 넣었는지 완전히 검정색으로 까만 것도 있다. 맨 뒤의 것은 입이 새까매지니 길거리에서 먹으면 추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처음엔 물귀신인 줄 알았던 분은 본 적 있지요?" 말을 도대체 누가 붙여야 할지 곤란하다고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말을 걸게 되었기도 하고요. 라는 말을 하다가 그때도 여름이었네요. 라고 약간은 아련해지는 표정을 짓습니다. 여름의 아른거리는아지랑이가 가냘픈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 같기도 하나요?
"부딪히고 결국은 합의를 봤지만요" 느리게 말하며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듯이 눈을 반쯤 접어 미소를 짓고는. 재미없게 놀아준다는 말에 약속을 어겨서라면 돌아볼 필요는 없으니까요. 라고 말하며 입가를 가리고 미소를 짓나요?
"아. 그렇죠." 가자는 말에 발을 떼면서 민트초코는 아닐 거라는 것은.. 다행이면서도 다행이지는 않지요. 가끔 짖궂은 사람이 눈깔이 녹색이고 머리카락도 염색하면 갈색이니까 그야말로 민트초코 컬러링! 그러니 민트초코도 좋아할 것이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댈 때가 있다니까요? 민초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런 논리를 대는 이들에게는 단호하게 반민초입니다. 라고 말해줄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이네요. 맛 설명만 잘 듣는다면 뭘 먹어도..." "음. 저 새카만 건 빼고요." 입 안이 완전 새카매지면 어두운 곳에서 입을 벌리고 무어라 말하는 게 호러가 될 수도 있겠다는 말을 하면서 마치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같은 군청색과 파란색이 섞인 가운데 은색의 팔이 반짝반짝한 아이스크림에 관심을 가집니다. 마치 은하수 밤하늘에 보이는 반딧불이같은 모양이네요.
도발적인(아님) 스즈의 답장은 나를 놀라게하기 충분했다. 딱 낮잠 잘 시간이 끝나가던 차에 온 제안인지라 나는 내가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전에 만난 잠의 신이 나에게 장난이라도 치나 했다. 언제 깨나 시계도 두어번 보고 핸드폰으로 재미있는 영상도 보고 밤잠 잘때가 되어서 하품에 나올때쯔음에 이게 꿈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러겠노라 답하고 가만히 누워 곰곰히 생각했다. 데이트할 때는 뭘 입어야하지?
여하튼, 나는 유카타를 챙겨입고 답지 않게 머리도 높게 묶어 비녀로 장식했다. 팔찌도 골라끼고 웃는 연습도 잘 해내었다. 어영부영 모양새를 냈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여지껏 데이트 신청을 해본 적은 있어도 받아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다소 설레어 있는 상태였다. 나는 동굴을 향해 걸음을 나섰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나는 잠시 서서 한산한 거리를 훑다가 천천히 걸음을 이어나갔다. 날이 좋았다.
"스-쨩. 일짝 나왔네?"
봄날에 만난 스즈라는 인간은 사교성도 좋아서 곧잘 나에게 말을 붙이고는 했다. 나 역시 목적이 있고 말을 먼저 거는 편이라 우리 둘은 자주 대화했다. 그 덕에 나는 어색하지 않게 스즈를 대할 수 있었다. 나는 스즈에게 다가가다 말고 너를 재빨리 훑었다. 꿇어앉은 뒷모습조차 화려하다. 내 후각이 너의 냄새가 달라졌음을 인지한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쓴 티가 났다고 해야하나. 야베- 엄청 꾸미고 나왔잖아. 게다가 나는 평소보다 일찍 출발한 터라 10분 일찍 온 상태였다. 그런데 먼저 와 있는 너의 모습을 보니 내가 너를 얕봤나보다. ...나도 뭐라도 더 할 걸 그랬나. 나는 내가 더 꾸미고 자시고 할 게 없는 걸 알면서도 그리 생각했다.
"예쁘게 꾸미고 왔어요. 빛나는 것 같아."
나는 그리 말하며 마구 박수를 쳐주었다. 그래, 내 인간 세상 경력으로 이렇게 꾸미려면 적어도 2시간... 그 시간이면 낮잠을 자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너의 팔짱을 슥 끼며 동굴 앞에 선다. 차가운 바람이 동굴로부터 밀려나왔다.
무서운 꿈이 된다는 건 무서운 일을 겪은 거잖아! 이런, 안심하라고 설명해주었겠지만 이번에는 악몽을 꾸느냐고 걱정을 하는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걱정하는 눈치다! 인간 세상에 무서운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악몽도 끝없이 다양해서 어느 일을 겪었는지 알 수가 없다. 뭘 좋아하는지는 친해지면서 차차 알아가는 거랬는데, 싫어하는 것도 똑같을까. 코로리는 눈을 도르륵 굴린다.
"더 친해지면 싫어하는 거도 물어봐도 돼?"
아까 전 아기자기하게 소품을 파는 노점을 발견했을 때, 코로리는 렌을 이름 말고도 후링과 웬디로 두번 더 불렀다. 그때 피노키오가 없었던 이유는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쟁이 피노키오보다는 서로 비밀을 아는 친구가 더 좋았기 때문에 사라졌다.
"…그래서 매일매일 조심하고 있으니까아."
나 미워하거나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소리 매일매일 듣고 있는걸. 좋은 소리도 분명 있겠지만, 싫은 소리가 먼저 들리고 오래 남는 건 신이라고 별 다를게 없었다. 잠이 길어지면 죽음이랑 다를 바 없고 잠이 가까우면 위험하다는 건 안다. 그래서 렌이 무엇이 위험하다고 한건지는 모르지만 그저 위험할 것 같다는 말 때문에 조금 풀이 죽었다가, 나도 잠 자기 싫다는데 자장자장 해주고 싶지는 않단 말야, 근데 안 자면 힘들어 하잖아! 푹 잘 수 있게 하느라 얼마나 고생하는 지도 모르면서. 나쁜 꿈 막아주고, 깨워주고, 많이 꾸고 싶어하는 꿈도 빚어주고ー시계토끼보다 바쁘다구, 나! 나 귀한 줄 모르면 바보랬지! 두 손으로 뺨을 꾹 밀어 올려 생각을 환기한다. 마침 커다란 동굴이 보였고 동굴 앞에 세워진 낡은 신사도 하나도 눈에 들어왔다.
마음대로 하라니까 사양도 없다. 예상은 했지만, 게다가 대답하자마자 바로 요조라라고 불러버리는 바람에 기분이 묘해진다. 그러고보니 최근엔 계속 이름 아닌 성으로만 불리거나 가족들과 사요에게 약칭을 불린 적 밖에 없었다. 이름 그 자체를 불렸던 건, 아마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던거 같은데, 그러면 낯설만도 하다. 단지 그 뿐이라며 요조라는 생각한다.
"...괜찮아요..."
사람들에 밀려 부딪히자 코세이는 잡은 손으로 요조라를 끌어당겼다. 거리가 있는 것보단 가까이인게 확실히 덜 부딪히고 걷기도 수뤌하다. 아니, 코세이가 길을 터주기 때문일까. 그러면서 미안하다길래, 요조라는 됐다고 하려다 말을 바꿨다. 괜찮다고, 그렇게 대답하고 가다가, 자신도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냐는 물음에 코세이는 흔쾌히 대답한다. 언제든 환영이라는 대답에 요조라는 힐끔 보고 고개를 작게 끄덕이기만 했다.
어느새 꼭 잡은 손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다보니, 길은 점점 산길로 바뀌고 특유의 서늘한 공기도 흐른다. 가는 동안은 그저 걷는 거에 집중하느라 별 대화는 없었다. 말없이 걷다보니 개방된 동굴 입구가 보여 조심히 그 안으로 들어가본다. 머리가 부딪히지 않게 살짝 숙이며 들어가자 동굴 안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운, 거대한 공동이 나온다. 샘이라기엔 너무 거대해 호수라 불러야 맞을 것 같은 그 규모를 보고 요조라도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여태 살았던 마을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었으니까.
"여기, 오는 건, 처음인데... 엄청나네요... 그렇지만, 조금, 무서울지도..."
신성한 기운을 느끼지 못 하는 요조라에게 이 어마어마한 샘의 전경은 뭐랄까, 의식이 살짝 어그러질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무서운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비유하자면 그렇다. 아마 혼자였다면 곧장 나가버렸을지도 모르겠다고, 요조라는 말없이 생각했다.
"저기, 샘물... 마시는 거, 같은데... 마실 거에요...?"
샘과 동굴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샘 가장자리 어디쯤이었나, 준비된 바가지 같은 걸로 샘물을 떠서 마시는 사람들이 보이길래, 요조라는 그쪽을 가리키며 묻는다. 자신은 딱히 마실 생각이 들지 않지만, 코세이는 그럴 생각이 있을지도 모른다. 대신 요조라는 샘에 가까이 가고 싶지 않으니 가겠다면 손을 놔주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릴 셈이었다. 아니라면 조금 더 보고 나가자고 할 것이다.
"그, 별 건 아니고. 친구랑 같이 호러 컨셉 방탈출을 하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사실적이고 무, 아니 꺼림칙하게 만들어 놔서, 꿈에 나오면 좀... 많이... 싫을 것 같아서요."
저렇게 걱정스러운 눈치로 조심조심 물어보는데 굳이 말하지 않을 이유도 없어서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괜히 민망하고 부끄러운 탓에 말이 조금 뚝뚝 끊긴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평소에 무서움을 많이 타는 건 아니고, 그냥 만들어낸 공포물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게 좀 싫어서..."라고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사실 저도 모르게 불쑥 나온 혼잣말이었고, 위험하다는 게 그 뜻이 아닌데 제 말을 오해했는지 코로리가 푹 풀죽는 모습에 도리어 렌이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코로리 씨가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요. 제가 코로리 씨한테.... 그러니까, 제가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 잠결에, 그 꿈결에 그.... 코로리 씨한테 실수 할까봐...."
렌은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얼굴을 잠시 손 그늘 아래 가린다. 당황해서인지 괜히 귓가가 홧홧하다. 원래 잠결이나 꿈결에는 현실성이 없다보니 충동적이기도 하고 감정적이기도 하지 않는가. 게다가,
"그리고... 꿈 속에 코로리 씨가 나타나면 제 기억 속의 코로리 씨인지 진짜 코로리 씨인지 모를 것 같으니까 더.... 게다가 전에 꿈 속에서도 다짜고짜 잡아당겼었던 것 같은데...."
처음 코로리가 꿈에 나타났을 때, 물에 빠진 사람인 줄 알았었다. 사실 코로리 씨가 꿈에 나타났을 때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할 자신이 없다.
"어쨌든 코로리 씨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사실 무해함에 더 가깝지 않나 싶고...."
말 한 마디 잘못 꺼냈다가 중언부언 말이 길다. 렌은 시선을 돌리며 뒷머리를 만지작거린다. 제가 지금까지 본 코로리는 그랬다. 순수하고 솔직하고 아이같아 보여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몰랐다. 물론 자신이 코로리를 많이 본 것은 아니니 다른 면모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도착한 동굴 주변에는 낡은 신사가 하나 있었다. 하지마 그 신사는 낡았을지언정 초라하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쓸고 닦고 하며 관리하는 태가 났다. 렌은 궁금증에 신사의 쪽으로 가까이 갔다. 동굴이 개방되어서일까. 조금 물내음이 나는 듯 했다. 렌은 신사 앞에서 합장을 하며 신의 공간에 발을 디딘 것에 인사를 올렸다.
그리곤 코로리에게 물었다.
"결혼 의식이라고 하면.... 사랑의 맹세 같은 걸 하는 건가요? 혼인서약서라던가... 아니면 혼인신고서 같은 걸 제출하나...?"
영 엉뚱한 곳을 짚는다. 인간의 결혼식이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결혼을 했다고 함은 혼인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코로리가 결혼식장이라고 했지만, 고즈넉한 신사는 결혼식장보다는 동사무소에 가까운 것 같아 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누군가와 깊은 연이 있었겠다는 건 추론할 수 있었지만 아마츠코토시로는 낭만 없고 그다지 마음씨 고운 신도 아니라서, 그저 고개를 갸웃하며 분위기 깨는 소리나 하고 있다. 어떻게 만나서 무얼 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알 수 없으니 우습고 맥빠지는 상황밖에 떠오르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럼요. 약속을 어겼다는 서로 간의 신뢰도 문제지만 말입니다, 계획이 어그러지는 순간부터 돌려놓아야 할 절차와 사태가 더욱 복잡해지니 저는 그 문제를 더 싫어하는 편이랍니다. 이런 약속 정도야 중대한 것은 아니라 그나마 다행스런 일입죠."
그가 느낀 앞일은 어연간해서는 바뀌지 않지만, 하늘의 일은 하늘의 존재에게서 내려오는 법. 다른 신이나 영적 존재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다면 어긋나거나 오차가 생기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그러면 이제 전령신은 아찔한 뒷목과 쓰려오는 배를 붙잡고─신이라서 나빠질 혈압도 위산도 없지만─ 일을 틀어지게 한 신에게 찾아가 양해를 구하거나, 그것마저 거절당하면 처음부터 내사를 다시 살피며 전언의 오류를 다잡고 제 신격이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매끄럽게 수정한 후 다시 전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 과정이 특히 어렵다. 기껏 위엄 있게 이런 일이 생길 것이다 예고했는데 며칠 뒤에 다시 나타나서 '아~ 실수했네, 미안!' 이렇게 말해버리면 제 위엄은 어디로 가겠는가. 생각하려니 다시금 지난날의 업무 스트레스가 떠오를 것만 같다…….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일정이 망쳐지는 일은 싫다. 그가 토와를 올려다보며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말입니다. 제가 친구와 꼭 가봐야겠다 마음먹은 장소도 오늘 다 구경할 생각인데, 저와 오래 어울려 주시겠습니까?" 샘에 들렀다 반딧불 구경하고, 바다에도 갈 생각이다. 느긋하게 둘러볼 예정이라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토와의 눈길이 향한 곳은 밤하늘과 은하수를 닮은 아이스크림이다. 이왕 사먹을 거라면 각자 다른 것을 골라도 좋겠다 싶어 그도 간판을 기웃기웃 살핀다. 검은 것도 궁금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이에 검은 물이 끼게 생겼다……. 지저분해 보이니 그건 싫다. 대신에 빨간 건 없나? 그는 붉은색을 좋아했다. 황갈색 시선이 늘어놓아진 글들을 죽 훑어 내려가다 사진 하나에서 멈추었다. 바다에 뜬 등불을 표현하듯 주홍과 노랑이 어우러진 모양의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럼 저는 저걸로 하겠습니다."
두 명 몫의 계산을 마치고 판매원이 내어준 아이스크림을 받아 한 입 먹은 그의 표정이 묘해진다. 맛은 있는데 이것저것 섞여서 정확히 무슨 맛인지 헷갈린다.
"그건 어떤 맛입니까? 저는, 음……. 이게 뭐지? 자몽에 치즈케이크? 그런 느낌입니다."
"아니요.. 탑돌이하던 중에 나타나셨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젖어 계셨거든요. 그 존재님은 발목까지만 담그셨다 주장하시는데 그렇게 젖어계시면..." 그 말을 듣고는 할말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네...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슬쩍 얼버무리고는 어그러진다. 같은 말에 그런가.. 싶습니다.
"그렇군요..." 약속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구나. 정도로 끝납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야... 토와 엔은 전령신의 업무같은 거 모르는걸요?
"그건 제가 말씀드려야 하는 부분인걸요." 샘물 마셔보는 거에. 반딧불에. 등불에. 포크댄스까지 알뜰하게 하려는데. 빼시면 저도 곤란한걸요? 라는 말을 가볍게 하다가 아이스크림을 받아들려 합니다. 자몽에 치즈케이크라는 말을 듣고는 토와도 아이스크림을 베어뭅니다.
"음....음...." "블루베리나 산딸기 계열맛에... 라벤더가 옅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오. 톡톡 튀기도 하네요." 음. 가장 비슷한 건 슈팅스타같은 느낌일까? 하는 말을 합니다.
"맛이 괜찮네요." 다만 입술에 반짝이가 옅게 발라져서 립글로즈를 바른 듯한 느낌은 되었지만...?
평소에는 개방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샘의 크기도 크기지만 맑음의 정도도 남달랐다. 관광지로 열어둔다면 분명 금방 더러워지겠지. 거기에 여기서 느껴지는 신력은 정말 엄청난 것이라, 이곳을 더럽힌다면 신의 진노를 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감탄하면서 샘을 보고 있으니 옆에선 무섭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 그럼 손 꼭 잡고 있어요. "
우리 같은 신들이 아닌 인간들에게는 어쩌면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그냥 샘을 보는 것뿐인데 뭐가 무섭냐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직접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자연이 주는 위압감이라는 것은 직접 겪어봐야만 아는 법. 마치 절벽 끄트머리에 서있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발끝이 간지러운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샘물을 바가지로 떠서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 굳이 안마셔도 될 것 같아요. "
마시려면 가까이 다가가야하는데 요조라는 가까이 안올 것이고 그럼 손을 놔야한다. 무섭다고 했는데 손까지 놓으면 좀 걱정되기도 하니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 나는 샘에서 거리를 두고 좀 천천히 돌아보고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구경 많이 했으니 나갈까요? "
많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이런 전경을 봤으면 된거니까. 사진이라도 남겨둘까 했지만 다음에 와서 찍겠다고 마음 먹으며 천천히 밖으로 나가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잠깐 인파에 휘말렸지만 금방 빠져나올 수 있었고, 동굴을 빠져나와 시야가 탁 트이자 나는 숨을 길게 내쉬고선 말했다.
" 다음은 등불을 보러 갈 차례인데, 그 전에 아까 먹고싶다는 것들 사러 갈까요? "
분명 가는 길에도 노점이 한가득일 것이다. 물론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은 숲길이라서 큰 노점이 들어서긴 힘들긴 하지만 ... 노점 수레 정도는 들어와있을법 하니까. 정 없으면 해안가에서 사도 괜찮을 것이다.
걱정한 것보다는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렌이 말하면서 유달리 말이 뚝뚝 끊기길래 무서운 걸 싫어한다는게 부끄러워서 그런가 싶었다. 무서운 걸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서 코로리는 고개를 갸웃였다. 무서워하길래 깨운 잠이 몇 밤인지 세지도 못해! 그리고 코로리도 그런 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잠을 자는데 방해되는 카페인을 싫어하는데, 악몽꾸기 좋은 공포 소재들도 비호감인 편이었다.
"후링 씨가 양귀비되는 건 싫은데ー"
렌에게 자신의 힘을 담아서 줄만한 물건이 없어서 고민이다. 머리핀을 주기에는 새것도 아닌 물건이고, 양귀비는 이미 너무 많다구. 놀겠다고 안 자, 공부한다고 안 자, 일 한다고 안 자, 맨날 안 잔대.
"렌 씨, 그. 정말 내가 옆에 있어도 악몽은 안 꾸지만 내 힘이라구 할까, 담아주거나 전해줄 수도 있으니까아."
안절부절한 목소리에 오해가 털실뭉치처럼 엉켰다는 걸 알았다. 렌이 말한 위험은 그게 아니었고, 코로리가 말했던 나는 이 몸을 말한게 아니었고. 코로리는 하도 꿈 속을 돌아다니다보니, 몸은 분명 쌍둥이와 같이 지내는 집에 자고 있어도 저 멀리 도심 속 아파트에 사는 양귀비에게 가있고는 하니 몸에 묶여있기에는 조금 광범위했다. 코로리의 오해는 풀렸으니 렌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설명하는데, 나… 신처럼 안 보이는 거야? 렌의 목소리로 자신이 조심해야할 것 같다거나, 무해하다거나 하는 말이 이어진다. 보건실에서 저가 렌을 순식간에 훅 재워버린걸 까먹어버린걸까 하는 생각도 드는 코로리다. 신이 인간한테 조심하는게 맞잖아! 나 무서워하는 건 싫지만, 나쁜 신은 아니지만! 원래 인간들은 신 같은 거 보면 조금은 겁내는 거 아니었냐구! 신이라는 걸 들켰을 때는 신이 아니라고 생각해달라 간절했는데, 지금은 신이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졌다. 초대받지 못한 요정님처럼 모두 자장자장해버릴 수도 없는데!
"나 꿈에서는 꼭꼭 숨어서 안 보여! 렌 씨 꿈에는… 렌 씨 찾아간거니까 보이게 한거구."
무엇보다 코로리가 직접 재우려고 하면 물건에 힘을 담아주거나, 몇 번 닿아서 힘을 전한 것과는 달리 쉽고 깊게 잠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꿈 속까지 직접 깨우러 간 것이기도 했다! 사고치고서 수습하느라 바빴던 것이다.
"영원히 사랑해ー 하고 약속하고서 입맞추는 거가 혼인의식이랬어."
신사에 들어갈 때는 그렇게 인사하는 건가봐! 렌을 따라서 합장을 올리고 인사했다. 이 신사가 모시는 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신사가 신들의 결혼식장으로 쓰이고 있다는 건 알까 궁금했다. 그러고서 렌의 질문에 답을 하더니, 검지를 입술 위로 올리고 이것도 비밀이야? 라며 생글 웃는다.
양귀비는 또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 생각하다가 이내 괜히 이야기했다는 듯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고. 아직 꿈에서 나온 적은 없으니까….”
안 나왔으면 좋겠지만 나온다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그냥 기분이 나쁠 뿐이니까. 처음에 물었을 때에도 가볍게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었고.
그러다 렌은 코로리의 이어지는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을 모호하게 한 코로리의 잘못일지, 아니면 제 착각이 문제일지. 코로리를 처음 만난 것은 아주 비현실적인 감각이었지만 울고 웃고 딸꾹질하고 놀라는 모습은 너무 인간적인 것들이라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여전히 잠의 신인 코로리는 모르는 것 투성이고ㅡ코로리는 무언가를 정확히 설명하는 편은 아니다ㅡ 자신은 그저 코로리의 한 단면만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럼 꿈 속에서 만나는 코로리 씨는 다 가짜 코로리 씨겠네요.”
이제 헷갈릴 일은 없을 터였다. 꿈에 코로리가 나올 일은 없겠지만 꿈에서 또 코로리를 만나면 그 때처럼 놀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뭔가 왠지 놀림받은 기분에 렌은 이마를 짚었다가 이내 심술을 담아 키 작은 코로리의 까만 머리통을 손끝으로 툭툭 두드리려 했을 것이었다.
“어쨌든…. 제 꿈 속에는 찾아오지 마세요. 찾아오면 친구 안 할 거야.”
코로리가 다른 사람들 꿈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피터팬인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제 꿈속에 몰래 들어와 제 꿈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 찾아온다고 진짜로 친구 안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금제는 되지 않을까. 평소에 꿈을 많이 꾼다거나 잠을 잘 못잔다거나 하지는 않으니 괜찮을 거라 지레 짐작한다.
앞의 이야기가 어찌 흘러가든 신사를 구경하고 비밀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었다. 그나저나 사랑을 맹세하는 건 맞춘 건가? 그리고…
“동화 같은 이야기이네요.”
말 그대로 동화같은 이야기인 것 같다.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입맞춤이라니 말이다. 이곳에 있는 신사라고 함은 아오노미즈류카미님의 신사인 것일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넓은 신임에 분명했다. 자신이 신이라면 제 신사 앞에서 이름 모를 커플들이 계속 찾아 오는 것은 싫을 것 같다고 생각해버린다.
뭐, 사실 저 신사는 신사라기보다는... 신계와 인간계를 이어주는 통로 같은 곳이기도 해서. 신이 저기 저 신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신계로 통하는 통로가 형성된답니다. 우연히 휘말리는 이들도 있는데... 그런 이들이 바로 카미카쿠시된 이들이에요. 공식 설정입니다. 이거.
"지칭어가 굉장히 특이하십니다? 음, 어쨌거나 그런 경험도 있었다는 이야기군요. 그에 비하면 저는 참 사람답지 않습니까."
'존재님'이라는 표현은 꽤 이상하지 않은가. 꼭 정말 사람이 아니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어쩌면 토와가 정말로 인간 아닌 무언가와 마주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뭐, 세상은 넓으니 그럴 수도 있는 법이지. 가미즈미만 해도 신들이 한가득인 판에. 아무튼간에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사람답단 호언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니리라. '아암, 그렇고말고'라고 말하듯이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찬을 한다. 제 나름대로 신경써서 특이하게 굴지도 않았고, 비인간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평범한 사람은 자신의 평범함을 어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
"어, 정말입니까? 그럼 꼭 끝까지 노는 겁니다? 그러면 말이죠, 이야기 꺼낸 김에 이제 동굴부터 가보지 않으시렵니까?"
그는 한층 더 들뜬 기색이다. "저도 마침 그리하고 싶었는데, 저희 하이파이브-라도 할까요?" 기색만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인 모양이다. 다른 건 몰라도 가미즈미의 명물(아마도)이라는 샘에는 꼭 가야 한다! 인간들이야 그런 것쯤은 그냥저냥 들어줄 만한 지역 전설이라 생각하겠지만 신으로서는 그리 여길 수 없다. 모처럼 높은 신이 문을 열어주었으니 들러야 신지상정이다.
웅장한 샘이 주는 괴리감을 무섭다고 표현하니 옆에서 손 꼭 잡고 있으란다. 이미 잡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새삼 잡은 손이 의식되는거 같아서, 괜히 고개를 반대로 하고 중얼거린다. 그래도 놓진 않았으니 싫은 건 아니라고 보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손을 잡은 채로 샘물을 마실거냐 물었고, 코세이는 안 마셔도 되겠다고 했다. 그 대답에 요조라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였, 을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니 대답은 모를 일이다.
요조라가 나가자고 하기 전에 코세이가 나갈까요, 하고 물어와서, 고개를 끄덕이곤 샘과 동굴을 뒤로 했다. 들어올 때처럼 사람들에 조금 치여가며 나오자, 미지근하게 와닿는 공기가 제법 반갑다. 감상하느라 내부의 서늘함을 눈치 못 챘었는지 드러난 팔다리가 조금 차구나 싶다. 하지만 밖은 후덥지근하니 금방 더워지겠지, 생각하며 잠시 옷에 뭔가 묻지는 않았는지 살핀다. 고개를 살짝살짝 돌려가며 치마자락 같은 부분을 보다가 옆에서 코세이가 묻는 말에 반사적으로 시선이 향한다. 놀란건지 어쩐건지, 동그래진 요조라의 눈이 깜빡깜빡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휙 바꾸고 고개도 앞으로 돌리고 대답한다.
마츠리의 이름이 호타루마츠리니까, 메인은 샘이 아니라 반딧불 구경인 거다. 마침 여기서 내려가는 길이 구경하기 좋은 길이라 했으니 일단 그 길로 내려가고 나서 뭘 할지 정하면 될 것이다. 그러고보니 등불 구경하는 곳 근처에서도 뭔가 한다는 거 같았는데, 뭐였더라, 가보면 알겠지, 같은 생각을 가볍게 한 요조라는 저멀리 반딧불이 보이는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손을 잡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끄는 모양새가 되었겠지.
올라왔던 길보다 훨씬 짙은 어둠이 깔린 그 길은 평소라면 선뜻 걸음을 내딛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수많은 반딧불들이 등불을 대신해 반짝이고 있어서, 되려 홀리듯 걷게 된다. 그래도 어두운 건 어두운거니 천천히 걸어야 했고 다들 그런 모양인지 붐빈다는 느낌은 덜하다. 길을 제외한 숲과 수풀 속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움직이는 반딧불들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던 중, 요조라가 말을 꺼냈다.
"아까... 왜, 해피엔딩... 아니라고, 생각, 했어요...?"
어둠 속에서 반딧불을 보던 요조라의 눈이 소리없이 코세이에게 향한다. 요조라는 단지 그 한마디를 하고 다른 말은 더하지 않는다. 재촉도, 사양도, 권하지 않고, 말하고 싶으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다.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반딧불 쪽으로 돌렸다.
"예전에는 요비스테.. 비슷하게 했었습니다만.. 지금은 뭐라 불러야 할지 애매해서 그렇지요." 사람답다는 마이리의 말에는 동공을 조금 좁히기는 하지만. 평범해보이려 노력하는 듯함을 조금..눈치는 챌 수 있을까? 그렇다 해도 굳이 평범하게 보이려고 굳이 노력하지는.. 같은 말을 하지는 않겠지. 그걸 왜 말하나..
"저야말로요." 동굴부터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는 아이스크림을 조금 핥습니다. 입술이 묘하게 반짝반짝거리는 걸 본인은 모른다니. 아쉽긴 하네. 그래도 입가가 반짝이는 게 아니라 다행 아닐까? 마이리의 질문에 조금 고민합니다.
"체력 자체는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앉아서 하는 일이나 평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산은 호언장담은 할 수 없겠네요. 라고 말하며 작은 물이랑 군것질거리 정도는 있는 게 좋겠네요. 라고 생각하네요.
"그럼.. 먹으면서 가볼까요?" 사람은 많으니 길을 잃을 걱정은 없다는 점은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로 저쪽을 가리킵니다. 완벽하게 샘이 있는 방향이군요.
웹박수로 문의 들어온게 하나 있는데 일단 현 상황은 알고 있지만 제가 공식적으로 뭔가를 얘기할 그건 아닌 것 같기에 현 시점에선 노코맨트 할게요. 사실 제가 그 관련으로 뭔가를 얘기하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번 이벤트가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는 우선 조용히 있겠습니다.
벌써 호타루마츠리라니~! 아미카는 시간이 빠른 것 같다고 느껴졌다. 오늘은 뭘 하며 즐겨볼까, 그렇게 친구와 연락하며 집을 나선지 3분 후, 친구가 갑자기 위급한 일이 생겼다며 축제에 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을 해왔다. 아미카는 당황했고, 어찌해야할지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나왔으니 축제를 즐기는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일단 가보기로 했던 동굴로 가보기로 했다. 아미카는 동굴로 가는 속도를 내보기로 하며 슬슬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반대편에서 나온 남자와 부딪히고 말았던 것이다. 해머링이라도 맞은 듯한 충격에 아미카는 머리를 만지며 부딪힌 남자에게 말했다.
미미한 탐색의 기류가 서로에게 감돌건 말건, 이제 그는 이 주제에 관해선 관심이 떠났다. 토와에게 자신은 모를 경험이 있거나, 자신의 정체가 신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눈앞의 관심사로 인해 휙 밀려나버렸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묻으셨습니다."
토와의 대답을 잠자코 듣던 그는 대답 대신 딴소리를 했다. 입가를 톡톡 두드리고선 실웃음을 짓는다. 당연히 사람은 무언갈 먹으면 입술에 자국이 남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조차 다르지 않다. 그러는 저도 입 밖으로 은근하게 녹진거리는 끈기가 신경쓰였는지 손등으로 입술을 톡톡 더듬고 있었다.
"으음, 이것 때문에라도 물은 있어야겠습니다. 아니면 수돗가에 가거나."
그 말을 하고서 그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가까운 매점으로 가 물 두 병을 구해왔다. 냉장고에 넣어 알맞은 온도로 식은 물병을 척하니 내밀고서, "가십시다!"라며 외친다. 하지만 의욕은 한가득이래도 그만큼 속도가 나지는 않았다. 사람이 많아 척척 올라가면 다른 사람을 밀쳐버리게 되니 조금 그렇다. 몇 걸음을 가다가 잠깐 멈추고, 잠시 쉬었다 다시 몇 걸음을 올라가니 체력관리는 어렵지 않을 테다.
이 마을의 동굴에는 샘이 있고, 가미즈미사가의 컨셉은 이 샘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축제에서 불법적인 침입을 하지 않아도 그 샘을 구경할 수 있었으니 설령 혼자라고 해도 반드시 동굴에 가야만했고 모두가 친구나 가족. 그리고 연인과 같이 샘에 왔을때 쓸쓸히 평소에 입는 옷과 다르지 않게 빠르게 갈아입고 그 장소로 갔다. 그저 동굴 안에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깊은 호수. 그것을 보고 역시 오기를 잘 했다는 만족감에 혼자 작게 미소를 짓고 이제 목적은 다 했으니 돌아가려는 찰나ㅡ
"아이고!"
머리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분명 여기서 더 같은 충격을 더 받았다면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충격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조심했어야지!"
한번은 부딫힌 상대에게 그리고 한번은 자신에게 충고하며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키가 작은걸 보니 중학생일까.
"뭐, 나는 괜찮아. 너는 어때?"
머리를 부딫혀서 머리에 피가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테지만 나중에 이 일로 귀찮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하며 물어보았다.
종잡을 수 없는 곳이자 널뛰는 곳이어서 엉터리 꿈에도 꿈인 줄 모르고 빠져든다. 훨씬 더 무서운 꿈을 꿀 수도 있는거고, 그게 바로 오늘밤일 수도 있는 거구ー 친구니까 남들보다 한 번 더 볼 수도 있는 거지! 향기나지 않는 꽃 장식이 어색한가 했더니, 늘 맡던 꽃단내가 드물어서였다. 코로리는 손을 뻗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꿈 속으로 찾아갈 때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 하나만 쥐려고 했다. 이번에 쥐었다면 가만히 쥐고 있는게 아니라 코로리의 손가락 끝이 톡톡톡 세번 두들겼을 것이다.
"응, 렌 씨가 만든 가짜."
꿈 속에서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고 다녔다가, 꿈 꾼 사람들이 깨어나고 나서 코로리를 알아보기라도 하면 어떡하겠나! 모두의 꿈 속에 나타나는 한 사람이라니 괴담같은 이야기고, 이상하게 여겨지기 좋으니 드러내지 않는다. 툭툭? 노크한거야? 렌의 손이 닿았던 곳을 한 번 쓰다듬어보고는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고민해보지만 알 수 없다. 눈을 뎅글하게 뜨고서 깜빡거린다. 자장자장 잘 자라고 남들 쓰다듬어준 적이야 많아도, 코로리의 머리를 인간이 만진 적이 있던가. 심지어 툭툭 두드린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후링 씨가 엄청 힘든 꿈 꾸고 있어도?"
머리에 손이 닿았던 것보다 더 놀랄 일이 남아있다니, 얼마나 놀랐으면 이번에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말을 하려는 듯 열었다가 닫히고, 무슨 말을 못하다 겨우 눈썹을 추욱 늘어뜨리고서 입을 열었다. 친구하지 못 하는 건 싫은데 꿈 속에 찾아가야만할 때는 어떡해야할지 몰랐다. 꿈에서 괴로워하면 잠을 지켜주는 것이 업 중 하나였는데, 제 업과 친구를 저울에 올려둔다니 저울질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싫다고 하면, 지금 친구 안 하게 되는거야? 답을 듣기 전이었디만 고개가 느릿히 끄덕거린다. 그럴 일 없기를 바란다.
"나는 인간들 이야기가 더 동화같아ー 성 같은 곳에서 왕자님, 공주님처럼 입고서 약속하는 거!"
코로리에게는 이 신사야 신계로 넘어가는 대문이고, 남의 집 앞인 느낌이었다. 인간의 이야기가 더 동화같은 건 인간이 신화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 싶다. 문득 신사 너머 동굴을 바라보면, 동굴 안쪽으로 나 고위신이라고 외치는 기운이 슬금슬금 느껴졌다.
놀랄만한 얘기를 한것 같지는 않은데 요조라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는 깜빡인다. 반응이 귀여워서 살짝 웃어버렸지만 금세 바뀐 표정에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잠깐 본 것에 만족하고 있으니 반딧불을 구경해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반딧불이 보이는 곳으로 앞서간다. 자연스럽게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천천히 걸음을 맞추어 평소라면 짙은 어둠이 깔려있을 숲길로 향한다. 숲길은 평소와 다르게 수많은 반딧불들이 날아다니고 있어서 어둡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신비로운 분위기만이 감돌고 있었다.
" 아까 그 이야기 말하는거에요? "
신사에서 신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인간은 죽고 난 뒤에 살아서 영원에 가까운 삶을 함께 한다는 이야기. 많은 설화는 이렇게 엔딩을 짓는 경우가 많고 해피엔딩이라고 결론 짓는다. 그리고 나도 분명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녀의 물음에 살짝 웃어버린 나는 잠깐 고민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인간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그 중에선 분명 소중한 사람도 있을거에요. 그렇다면 ... 영원을 살아가는 인간은 그런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떠나가는걸 버틸 수 있을까요? "
정확히 말하자면 영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다. 지금 이자요이 코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름 없는 별의 신도 손을 잡고 있는 이 소녀의 삶을 몇개를 이어 붙이더라도 도달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아왔으니까.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 이젠 더이상 만날 수 없음에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데.
" 그리고 그런 인간을 사랑하는 신은 ... 그런 인간을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
그것이 두려워서, 나는 한발자국을 내딛지 못하고 결국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감정이란 무뎌지기 마련이라서 너무나도 슬펐던 감정도 지금에 와서는 그저 한켠이 아려오는 정도로 끝이 나지만, 그런 아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느끼고 감내하는 것을 두고 보기가 힘들었다.
" 어쩌면 그 신은 겁쟁이일지도 모르죠. "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레 겁먹었으니 겁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의 손을 더욱 꼭 잡을뿐이었다. 이런 미묘한 거리감을 좁힐 수 없는 것도 어쩌면 내가 겁쟁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아서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선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 여기는 어두우니까 별이 참 잘보일꺼에요. 저번에 얘기했었죠, 같이 별을 보고 싶다고. "
지상에는 반딧불이 빛나고 밤하늘은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하늘과 그녀를 이따금 번갈아보면서 해안가로 이어진 숲길을 쭉 따라 걸어갈 뿐이었다.
그 일단은 인간이 자신의 생을 다 한 후에 그 영혼이 저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따로 신으로서 태어나게 되는 방식이거든요. 읽다보니까 뭔가 혼인 의식을 치룬 그 시점에서 바로 신이 된다는 식으로 읽어버려서! 혹시 그 점으로 잘못 아시는 것이 있으면 정정해주려고 했는데 제대로 아시는 것 같으니 다행이에요!
그 이왕 말이 나왔으니 아무래도 신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다 아는 사실이기에 혼인 의식에 대해서 다시 설명을 하자면...
일단 인간과 신이 서로 사랑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천의 기운과 지의 기운이 모이는 포인트 지점에서 영원을 맹세하며 입맞춤을 하게 되면 서로의 눈에만 보이는 고유한 문양이 서로의 손등에 세겨지는 방식이에요. 신의 몸에 그 인간이 흐르고 있는 지의 기운이 공유되어서 신의 경우는 바로 고위신이 되는 방식이에요.
단 목적을 달성했다고 신이 인간을 배신하게 되면 그 즉시 신은 더 이상 신이 아닌 무언가. 정말로 추악하고 괴상한 무언가가 되어 평생을 고통 속에 떠돌아야하고 인간이 신을 배신하게 될 경우 그 인간도 죽음이 차라리 나을 정도의 천벌을 받게 된답니다.
인간의 경우는 생을 다 하고 저승으로 가야 하는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않고 신으로서 다시 태어나게 되는 방식이고요. 그렇게 영원이라는 기간이 약속되는 것이랍니다.
신들은 기본적으로 다 아는 이야기니까 혹시 헤깔렸다 하는 분들은 다시 한 번 복습해주세요!
왜, 요즘 사람들은 이런 '옛날 이야기'나 재미있는 볼거리 없고 몸도 움직여야 하는 등산 같은 거라면 질색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자신과 같은 오래 묵은 것들이 완전히 사장되진 않았나 보다. "그렇지만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힘내봅시다." 그가 싱글거리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둥그렇게 솟은 동굴의 위쪽 벽이 이제는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보인다. 사람 하나가 편안하게 몸 펴고 있기에도 불편해 보일 만큼,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작은 굴 같기도 했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신의 기운이 아니었더라면 전령신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음, 그냥 동굴 감상하고, 동굴 공기나 쐬고 물 마시는 정도? 특별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의 내려준 자리인데 여기서 술을 퍼마시거나 게임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이 샘의 주인이 흔쾌히 이곳을 관광지로 열었고, 편하게 노는 것 좋아하는 전령신이라지만 이런 장소에서는 최소한의 엄숙은 갖추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런 행동은 인간들 상식에서도 금지고.
길게 늘어섰던 줄이 점차 줄어들어 어느새 코앞까지 오고, 안내를 받아 좁다란 통로를 천천히 걸었다. 바람 없는 길목이 한동안 이어지다 어느 순간 청량한 수기水氣가 훅 끼쳐온다. 샘의 앞까지 도착한 것이다. 호수라 이름 붙여도 정확할 듯한 물을 보니, 괜스레 제 기분 역시 시원하게 풀리는 듯하다. 잠시 조용히 샘의 밑을 내려다보던 그가 씩 웃으며 옆을 돌아보았다.
"그렇네요... 사람이 많은데.. 반딧불은 잘 있으려나요.." 보통 사람이 많으면 흩어지는 편 아닐까 싶지만. 잘 있다면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차례가 되어서 들어가면 뭔가. 청량한 듯한 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생각을 하다가 뭔가 묻어둔 것을 들추는 듯한.. 그런 오싹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ㅇㅖㅇ...적ㅇㅣㄴ... -그건 치자라고 생각하자꾸나. 감동이라던가. 있는가 없는가.같은 말이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모를 표정으로 호수를 빤히 쳐다봅니다. 마치 파란 등 두 개가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아득함을 느끼다가. 마이리의 말에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신을 다잡아야죠.
"조금.. 숨이 막히네요." 왜 그런건지 모른다는 듯 조금 숨이 거칠어진 느낌입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물을 떠서 조금 마시고는 손을 씻으려 합니다. 온당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태워버리는 것처럼.
"어째서 그게 떠오른 걸까..."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말하고는 마이리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는 객관적으로는 대단한 곳이네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달콤한 향은 환상입니다.
"항상 구경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계속 있어도 좋겠지만.." 반딧불이나 등불을 보려면 지금은 나가야 하겠네요. 라고 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