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뚱해지자 뭔가 말실수를 했나 싶었지만 약간 빨개진 귀를 보면 부끄러운 모양이다. 피부가 하얀 편이라 그런 변화는 좀 더 잘 보이는데,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역시 고양이 같아서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을 잡아오며 하는 요조라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 다음엔 꼭 보러 갈께요. "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또 온다면 꼭 보러가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림 그리는 모습, 개인적으로 멋있기도 했으니까. 다음엔 옆에서 혹은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보 앞서 나가는 요조라를 천천히 따라간다. 시간은 아직 많으니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수많은 노점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곳을 막 지나면서 꺼낸 수학여행 얘기에 대답한 그녀는 반대로 물어온다.
" 여기저기 많이 다녔나보네요. 저는 몸도 별로 안좋았고 피곤해서 그냥 방에만 있었어요. "
수학여행 가기 전날부터 컨디션이 조금 별로였는데 출발해서 체크인하고 들어오니 몸상태가 별로라서 그냥 푹 쉬는 것으로 마음 먹었었다. 수학여행 일정을 맞춘다고 아르바이트를 주말까지 해서 그런것 같았다. 둘쨋날부턴 몸이 좀 괜찮아져서 돌아다닐까 했지만 괜히 마츠리때 아플까봐 푹 쉬자고 생각했고.
" 그래도 호시즈키양을 못본건 좀 아쉽네요. 분명 사복차림이었을텐데. "
지금처럼 분명 예뻤을꺼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덧붙이며 웃어준 나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다. 굉장히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는데, 먹다가 뭘 흘리면 좀 곤란하니까 한 입에 먹을 수 있는게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적당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당고와 타코야끼를 하는 노점을 찾았다.
여름이 한창이다. 낮의 강렬한 햇빛과 습기가 밤에도 가실 리는 없으나. 바다에서 땅으로 부는 해풍이 소금기까지 몰고 오는 것에 비해선 밤에는 땅에서 바다 쪽으로 가는 바람이 슬쩍 불기 시작하니. 괜찮겠지.
얇고 소재가 괜찮은 긴팔옷을 입은 엔은 호타루마츠리의 개막을 지켜봅니다.
"행사가 꽤 좋네요" 누군가가 그려내는 그림과... 학생회장인 것 같은 이의 춤을보고. 개막을 맞이합니다.
'혼자서라도 샘이랑 반딧불이랑.. 보는 게 괜찮겠습니다.' 느릿하게 마츠리 현장을 둘러봅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지만. 적절히 한산할 때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격을 해봅니다. 꽤 본격적인 자세네요. 전문 사격인은 아니지만. 그냥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기엔 그런..
몇 번 잡아보더니. 사격장을 휩쓸고는 뭐 들고 다니기 애매하니. 다 놓아두고는 들고 다닐 수 있는 하나만 들고는 금붕어뜨기 노점에서 구경하기 시작합니다. 거기에서 누군가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보통 누군가랑 같이 오는 것이니...
"저도 하나 하려고요." 타츠미야를 발견하고는 간단하게 말을 붙이기 위해 하나 결제하고는 옆에 앉아서 금붕어를 뜨려 하는 타츠미야를 지켜봅니다. 그야. 집중하는데 방해했다가 실패하고 그걸 돌릴 확률은 원천차단이지요?
누군가와 다음을 기약하는게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벌서 두번, 같은 사람과 다음에, 를 말한다. 다음이라는 약속은 이제 정말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요조라는 흘깃 시선을 내려 잡은 손을 본다. 마히루나 사요, 부모님 외의 사람과 손을 잡은 건 대체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 그러고보니 코로리와 악수를 한 적은 있지만, 그건 악수니까 논외일까, 아닐까, 답 내릴 수 없는 자문자답은 적당히 머릿속에서 잘라낸다. 아직은 그 끝에 닿기가 두려우니.
수학여행에서 실컷 돌아다닌 요조라와 달리 코세이는 그닥 한게 없나보다. 모처럼이니 좀 놀면 좋았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냐는 시선으로 어느새 나란히 선 코세이를 힐끔 보고, 참나, 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속 빈 소리는, 1절만 해요... 계속 들어도, 기분, 좋을거... 없으니까..."
사람들 사이로 들어오니 묘하게 차분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자기방어인지, 그리 중얼거리는 요조라의 눈은 언제나처럼 검고 차갑다. 앞서 보였던 당황스러움을 비롯한 여러 감정들은 이미 식어 그 뒤로 묻어놓은 듯이, 코세이가 찾은 타코야키 노점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러면, 되겠네요... 부족하면, 다른 거도... 있고..."
타코야키 한 팩이면 포만감은 들거 같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주변에 달달한 것도 많으니, 가는 길에 하나쯤 더 사먹으면 비율이 맞을까, 그러고보니 이쪽 라인에 호시즈키당의 노점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타코야키 냄새가 솔솔 나는 노점으로 다가간다. 마침 앞사람이 떠난 직후라 바로 주문할 수 있어보인다. 노점 앞에서 요조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놓고, 타코야키를 주문한다.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갚을 치를 동전을 찾으며 코세이에게 묻는다.
"저, 간장 소스, 맵지 않은 걸로, 한 팩, 이랑... 이자요이 씨는, 뭘로...?"
한팩 삼백엔 두팩 오백엔이라는 메뉴판을 곁눈질로 보고, 동전 하나를 쥐고서 코세이가 주문을 하면 내려고 했을 것이다. 잔돈 잘랑거리느니 동전 하나로 깔끔히 계산해버리는게 나을 테니까 말이다.
코로리는 신이 난 것처럼 노점으로 향했다. 후링을 굉장히 좋아하는지 눈이 반짝이는 것처럼 후링만 요리조리 살펴본다. 후링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
렌은 분명 처음엔 그저 별 생각 없이 물어본 말이었으나, 코로리가 저를 후링 씨 후링 씨 불렀던 탓에 민망한지 목덜미를 매만진다. 오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화사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괜히 간지러운 기분이다.
“…알겠어요.”
두 개를 사지 않게 말려달라는 말에 렌 또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한다. 웃음은 전염이 된다고 하던가. 코로리는 웃음에 후한 편인 것 같았다. 코로리는 이내 엄청난 선택을 앞둔 사람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후링을 고르기 시작했고 렌은 이전에 수학여행에서 산 유리모빌ㅡ썬캐쳐 비슷하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예쁜 소리도 난다ㅡ이 있었기에 후링보다는 다른 장식품들을 바라봤다.
유리 후링을 파는 것처럼 장신구들도 유리느낌이 나는 반짝이고 반투명한 것들이었는데ㅡ플라스틱으로 유리느낌을 낸 것 같기도 하다ㅡ 생각보다 세공이 정교했다. 여러 장신구들을 둘러보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붉은 모란 머리장식을 조금 고민하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코로리의 시선이 느껴지자 렌은 잠시 코로리를 보더니 뺨을 긁적이다 노점의 주인에게 이거 혹시 무겁나요? 하고 묻는다. 장신구를 파는 여인은 아니라며 크기는 커 보이지만 가볍다며 너스레를 떤다. 겹겹의 꽃잎은 붉게 하늘거릴 것 같고 노란 꽃술이 안에 숨어 있었다.
“그럼 이거랑, 이거…. 아, 선향불꽃도 좀 주세요.”
렌은 작고 흰꽃들이 여러개 모여 장식된 머리장식 하나와 방금까지 보고 있던 모란 장식을 가리켰다. 여인은 웃으며 하나 하나 투명한 비닐로 소포장한 뒤 선향불꽃과 함께 작은 종이가방에 넣어주었다. 렌은 값을 치루고 종이가방을 받고 나서야 코로리에게 묻는다.
“구경은 다 하셨어요? 아, 이거 동굴을 넘어가면 해변가가 나오는데 거기서 하면 예쁠 것 같아서요. 어때요?”
렌은 그러다 아차 싶었는지 여인에게 불 붙일 것이 있는지 묻는다. 라이터라거나 성냥 같은 것 말이다. 아무래도 렌은 불을 붙일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해변가를 이야기한 것은 의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마 동굴이나 샘과 연관있지 않을까 추측했던 것이었는데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