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은 코로리의 말에 걸음을 멈출 정도로 놀랐다. 필요가 아니라고 하는 말에 렌은 잠시 제가 부끄러워졌다.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까. 이득을 따지는 것은 인간들의 속물적인 모습일지도 몰랐다. 렌은 잠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여 뒤통수를 헝클였다가 다시 들었다.
“그렇네요. 제가 잘못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조금 후련한 표정이었을까. 물론 이어지는 코로리의 귓속말에 조금 웃었지만, 단순히 인간과 사랑에 빠졌을 때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네, 다음에 이 아저씨를 또 만나게 되면요.”
매일 만날 수 있는 노점이었으면 좋으려만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코로리가 자신과 같은 것으로 먹겠다고 하자 렌은 소다맛 하드를 두 개 시켰다. 계산을 하자 아저씨는 준비된 하드 두 개를 건네주었다. 렌은 하나는 자신이 들고 하나는 코로리에게 건네었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자 찬 기운이 입 안에 가득 차는 것 같았다. 하드이지만 부드럽고 단단한 느낌이라 베어먹어도 이가 막 아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단단한 하드도 베어먹는 편이었지만.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렌이 코로리를 보면 아마 코로리가 앞장 서는 대로 따라갈 것이었다. 다른 노점에 하나 더 들리든 바로 북쪽 동굴로 가든 상관없었다.
사복을 보여주는게 처음도 아니고, 이전과 다른 점은 머리를 올려 장식한 것 뿐인데, 그걸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데 요조라는 어쩐지 그래보인다. 기분 탓이라기엔 저 머뭇거림이 결코 무시해서가 아닌 의식하고 있기 때문임이 드러난다. 그러니 평소보다, 라는 그 말만으로도 요조라는 괜히 투덜거렸다.
"별로, 그렇지도, 않거든요... 그러는, 이자요이 씨는..."
투덜투덜, 말을 하던 요조라가 그제야 시선을 옮겨 코세이를 똑바로 쳐다본다. 늘 쓰던 안경이 없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인상에 짧게 묶인 꽁지머리, 심플하지만 깔끔한 차림과 하카마를 연상시키는 겉옷이 잘 어울린다. 키만 큰게 아니라 체격도 좀 있어서 간단히 입어도 잘 어울... 아니 잠깐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요조라는 급히 생각의 흐름을 끊고 대충 둘러댄다.
"뭐, 봐줄, 만은, 하네요..."
그래, 딱 봐줄 만 한 정도, 라고 생각을 흐지부지 해버린다. 지금은 그저 오늘만 무사히 넘기자고 스스로에게 되새기고 있는데 그런 말이 들릴 줄은 몰랐다.
"그, 그거... 봤어요...? 아, 안, 안 봐도, 된다니까...!"
체력을 걱정하는 말은 둘째치고, 분명히 라인으로는 안 온다고 했으면서! 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정작 나오는 건 이를 악물고 내는 앓는 소리 뿐이다. 그야 라인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꼭 지킬 필요는 없는 거였으니까, 왜 왔냐고 따질 수 없는 걸 요조라도 알기 때문이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사요가 해준 화장이 무너지니 손도 못 대고 눈 내리깔며 입 꾹 닫은 표정 고스란히 내보인다. 괜히 말했다고, 괜히 가르쳐줬다고 자신을 탓해도 이미 지나간 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도 그냥 넘기자, 신경쓰지 말자, 며 당혹스러움을 진정시킨 요조라는 아래로 내렸던 시선 들어 코세이의 손을 한번, 얼굴 한번 번갈아 본다. 그 손에 다른 의미 없는지 탐색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또 조금 고민하다가, 슬며시 손을 내밀어 코세이의 손에 얹는며 중얼거린다.
"오늘은, 동행... 이니까, 그런, 거에요... 떨어지면, 찾기, 힘드니까..."
그런 이유가 있어서 손을 내주는 거라고, 자기변명 같은 말을 하며 얹은 손은 후덥지근한 날에 비해 서늘하다. 어찌됐든 손을 내준 요조라는 괜히 고개를 노점들이 늘어선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 래서... 뭐부터, 할 거... 에요...?"
뭐 없으면 정석 루트만 돌고 끝내야지, 생각하며 괜시리 한걸음 옆으로 멀어진다. 그래봐야 손을 잡고 있어서 의미가 없는데 말이다.
사복차림을 봤다고 해도 오늘은 뭔가 특별히 신경 쓴 것 같아 보였다. 화장도 평소랑 좀 다르고 ... 새하얀 피부와 잘어울리는 옷차림이라서 괜히 보고 있으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칭찬해준건데 역시 반응은 예상한대로라서 나는 평소처럼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래도 요조라가 봐줄만하다고 했으니 만족스럽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내가 그림을 봤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 아, 보면 안되는거였어요? 그림 그리는거 한번쯤 보고 싶어서 몰래 갔는데. 미안해요. "
뭔가 앓는듯한 소리를 내는게 내가 보면 안되는거였나보다. 뭔가 간다고하면 오지말라고할 것 같아서 그랬던건데 다음엔 솔직히 얘기해야겠네. 조금 미안한 기색을 풍기며 서있으니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오는 느낌이 든다. 순순히 잡아줄거란 생각은 안했는데 조금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동행이라서 그렇단다.
" 그럼 놓치지 않게 꼭 잡아요? "
잡은 손을 아프지 않게, 하지만 놓치지 않게 꼭 잡으면서 얘기한 나는 그녀의 말에 잠깐 고민에 빠진다. 사실 뭘하던 재밌겠지만 체력 문제도 있고 사람도 많으니까 적당히 할 것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 밥은 먹었나?
" 저녁 아직 안먹었으면 가볍게 길거리 음식 같은걸로 때울까요? 식당은 분명 북적일테니까요. "
아마 내로라하는 집들은 하나 같이 웨이팅이 걸려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까 그런거 기다릴 시간에 가볍게 해결하고 다른거 하러 가는게 더 이득이라 생각한다.
" 참, 수학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호시즈키양을 한번도 못마주쳤네요. "
라인으로 불러낼까 싶었지만 마츠리에서 만나기로 했고 나를 마주치는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그런 얘기는 안꺼냈다.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우뚝 멈춰서면, 코로리도 한 발자국 정도 먼저 앞서나갔다가 렌이 멈췄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한 발자국 뒤로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고 있으면 한숨까지 쉬고, 머리까지 헝클여서 코로리는 어쩔 줄을 모른다. 무슨 말실수를 해서 화가 났는지 아니면 뭔가 꺼리는 일을 맞닥뜨렸는지, 갑자기 아픈걸 수도 있고 피로가 몰려왔을 수도 있다. 뭐부터 물어봐야하나 안절부절하고 있으면 고개를 든 렌의 표정이 후련했다. 오늘 별님들 다 도망갈 것 같아!
"머리카락 씨 멀미나겠다ー"
아무래도 렌은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으니 헝클였다면 멋대로 뻗쳤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리는 상상했던 상황 모두 아닌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응, 아이스크림도 좋아!"
카페의 빙수 이야기였지만, 아이스크림이어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내년을 약속해버렸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의 내년은 아직 나중 일이라고 미루며 생각하지 않았다. 렌이 건네준 아이스크림을 받아 잘 먹겠습니다아ー 하고 한 입 물었다. 소다맛 아이스크림은 파란 물보라 맛이 났다. 아이스크림 조각을 우물거릴수록 표정에 맛있다는게 드러난다. 하늘은 조금 더 짙어졌다. 의식을 올리는 신사는 북쪽의 산을 올라야 해서 등을 달아놨다고 해도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코로리는 북쪽 동굴로 가려고 했다. 가려고 했다!
"렌 씨, 후링 씨, 웬디 씨!"
얼마나 다급하면 렌을 부르는 호칭이 다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코로리가 한 노점을 발견하고는 우뚝 멈춰섰다. 무슨 노점을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가면과 부채, 선향불꽃, 머리장식 등 축제 때 즐기기 좋은 소품들을 가득 진열해둔 노점이었다. 여기서 더 자세히 보자면 조금이지만 그 사이 코로리의 눈길을 확 잡아끈 후링들이 걸려 있었다!
1.기본적으로는 도련님이지만 코로리가 만든 아수라라던가 태양이라던가, 마사히로가 만든 키라키라쨩이라던가. 엄청 많을 것 같네요. 굳이 마음에 드는 별명은...(침묵) 아키라는 어느 쪽도 그리 좋아하는 별명은 아닐 것 같네요. 그래도 태양은 그나마 나을지도요! (다른 비교대상이 너무 압도적)
2.바꿀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굳이 바꿔야한다면 올백 스타일을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3.그립톡은 없고 휴대폰케이스는 갈색이에요. 여닫는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그런 케이스랍니다. 잠금화면은 북쪽 산에 있는 그 동굴의 철문으로 해뒀고 배경화면은 그때그때 따라서 다르긴 한데 지금은 가미즈미 바다 풍경으로 해뒀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