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가 잠시 조용히 바라볼 때 괜히 지레 겁먹었다! 세상 모든 것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가, 이런 벌칙을 수행시키도록 한 왕을 바라보는 건 그럴 수 있다지만 나 아무짓도 안 했는데 왜 나한테도 그래! 한숨까지 쉬구! 억울해서 업으려고 할 때 발버둥쳐버릴까 생각했지만 업으려는 쪽보다야 업히는 쪽이 엉덩방아 찧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다.
"학생회장님, 삐진거면 가자미라구 불러버린다."
코로리는 얌전히 업혀있기만 하면 끝나는 벌칙이라 안 그래도 조금 미안한가 싶었는데, 이런 말을 들어버리니 너무 못되게 굴었나 싶어졌다. 착하고 마음 넓은 신인 내가 용서해줄까! 앉았다 일어났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허술하게 잡고 있다가 제대로 붙잡았다.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 때도 잘 잡고 있다가 휘파람 소리가 나면 그때부터 내려갈 준비를 했다. 업혀있는 동안 저번의 약속을 이걸로 지켰다고 할까 싶었다. 레고 밟는 정도의 악몽보다는 약한 거 같기야 했지만, 나 착하고 마음 넓은 신이니까!
"회장님이 수고했ー"
뭐야! 난 그렇게 하라구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키라가 먼저 비행기 태워주기로 했던 약속 이야기를 하며 웃어버렸다! 코로리는 어이가 없어졌고, 말하던 것도 끝맺지 못하고 끊겼다. 멋대로 비행기 태운 거라고 하면 반칙이라며 따지고 들기에는 다들 함께 게임 중이었던 거니까, 자리에 돌아가서 앉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코로리가 아키라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얍삽해!
과정이야 어떻든 주의를 돌리는 데는 성공했으니 된 것이겠지. 후미카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다시금 조용히 발을 내딛는다. 천천히 가는 게 좋지 않냐 말한 것치곤 여전하게도 본인에게는 힘든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앞질렀던 걸음도 옆에서 동행하는 모양으로, 다시 엇비슷한 위치로 맞추어졌다.
"그래."
정확하게 필요한 대답만을 하고 묵묵한 걸음만을 옮길 뿐이다. 이번에도 후미카는 조금 뒤에 뜸을 들이다 물었다.
"너는 혼자 다니니?"
직접 묻긴 했지만 조용한 자리를 찾는다 했으니 그렇겠거니 생각한다. 제 경우엔 같이 다닐 친구가 있다. 하지만 인간 친구의 경우 느릿느릿하게 구경하려는 자신의 박자에 맞추지 못할 테고, 신의 경우엔…… 저부터가 워낙 혼자 나돌길 편해하는 성격이니, 서로 성격이 어떤지 아는 사이이니 알아서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 걸으며 고개 들어 완만하게 뻗은 산길의 윗자락을 살펴본다. 꼭대기까지 그리 멀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일지 모르지만.
날것을 잘못 삼켜 고생하는 거랑 비슷하다는 말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부러 태클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느낀다는데 뭐라고 할 말도 없었고. 그런데 대뜸 좋아하는 사람을 묻는다. 렌은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미즈미를 본다. 그러고보니 아키라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가. 아니, 그건 마츠리를 같이 가고 싶은 이에 대한 물음이었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소중하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가족이나 친구들도 있을 수 있는 건데."
렌이 조금 샐쭉한 표정으로 미즈미를 보았다. 장난치는 것을 다 아는 모양새이다. 그런 장난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렌은 도리어 저에게 또 물음을 던지는 것에 눈을 깜빡였다가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 이내 평상시의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그야 네가 먼저 우리 어머니에 대해 물어봤잖아. 아냐, 됐어."
렌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그런 생각을 애써 떨쳐내려고 했다. 어머니가 신이든 신이 아니듯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또 그렇게 캐고 싶지도 않았고, 이 여학생이 수상하게 구는 것도 굳이 파헤쳐서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앞으로 괜히 시비 걸지 마. 또 그러면 좋아하는 애 괴롭히는 초등학생처럼 네가 나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할테니까."
렌은 답지않은 심술을 부린다.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겠지만. 그저 다음부터는 건들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별 타격은 없지만서도 그냥 생긴 모습이나 행동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소하게 시비를 걸리는 것도 썩 기분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슬슬 시간이 끝났는지, 안내원이 안내를 하기 시작한다. 다시 발을 씻을 물을 주고 발을 닦으라는 타월도 건네준다.
해저터널에 들어서면 발을 딛는 바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투명하게 바다를 비추었다. 머리 위도, 양 옆도 푸른 바닷속이었고 이따금 반짝이는 빛은 바다 위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여기까지 새어 들어온 것 같았다. 터널 안의 있는 모두가 머리카락 색이 어떻고, 무슨 색 옷을 입었든간에 똑같이 파랗게 덮히고 있다. 코로리는 푸르게 변한 타타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빛을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아서 잼잼 쥐어보았다. 파란 보석 가루가 뿌려지는 거 같아! 쥐어지지는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딘가에 담긴 것 같다.
"응, 꿈보다 예뻐! 반짝반짝ー"
커다란 가오리의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그림자 아래서 잠시 검푸르다가 다시 푸르기만 하면 가오리가 지나간 방향을 쫓았다. 아쉽게도 터널 가장자리에서도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투명한 벽 쪽으로 가까이 가도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
"아냐, 토끼 해두 괜찮은데!"
벽 쪽으로 다가가 멈춰서서 터널 너머 바닷속 풍경을, 바닷속에 갇힌 듯 바닷속은 아닌 오묘함을 구경하던 코로리는 토와의 말에 다시 걸음을 옮겼다. 토와의 옆으로 돌아와 속도를 맞춰 걷는다. 토끼 해도 괜찮다는 건 걸음 속도를 내어도 괜찮다는 거였고, 코로리는 토와를 바라보며 고개를 조금 갸웃인다. 아직은 괜찮을 걸까?!
>>309 앗 나야말로 잘 부탁해! 샘, 반딧불, 등불 구경은 필수라구 했었지....... 우연히 마주치는 거 아니면, 코로리는 마츠리 같은거 잘 갈거라서 호타루마츠리 구경갔다가..... 샘 구경할 수 있다는 이야기 듣고 렌한테 연락할 수도 있을 거 같기는 해! 저샘 있는 동굴 앞에서 의식하는 거니까 그거 생각나서?!
"파란색은 조금 그렇긴 하더라고요." 원인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을 굳이 마주하지 않았기에 별 의미는 없습니다. 해저터널에 들어서면 토와도 코로리도 전부 파랗게 보입니다. 변하지 않는 거라면 마치 스스로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녹색으로 빛나는 것 같은 녹색 눈 정도일까요?
"꿈이요.. 그러고보면..관련이 있으셨죠." 그러니까 이름이 말이다. 그론 생각이 들었기에 그저 가볍게 말하면서 예쁘긴 예쁘다고 긍정합니다. 가오리가 멀어져가고. 은빛 물고기떼가 흘러가고.. 해파리가 몇 마리 존재하고... 열대어는 없지만 열대어는 아쿠아리움 내부의 해저터널처럼 꾸며둔 곳에서 보는 게 가능할 테니.
"조금 걸어도 좋고.. 조금 빠르게 걸으면 펭귄 쇼는 좀 일찍 가서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겠네요" 슬쩍 속도를 올립니다. 그래도 느긋하게 걷다 보면 펭귄 쇼를 하는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코로리의 노을빛 눈동자도 어스푸름하게 물들었는데, 풋사과라는 별명을 지은 이유였던 토와의 눈은 여전히 녹빛이 짙었다. 코로리는 풋사과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아ー 응, 자장자장 잘 자라ねんねんころり."
그러다가 토와가 잠의 신 이야기를 하는 줄만 알고서 순간 멈칫거렸다. 어두운 밤, 꿈 없는 단잠에 들 이름 뜻이 마음에 들어서 별 고민없이 휙 정해버린 이름 이야기라는 걸 조금 늦게 알아챘다. 떠올려내서 다행이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냐구, 무서운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해버릴 뻔 했잖아! 검은 정장과 나이프, 총 같은 것이 곧잘 나오는 느와르 영화같은 류를 떠올리고 있었던 코로리다. 코로리가 토와에게 들이밀 수 있는 거라고는 아쿠아리움에 오기 전 뽑은 인형 뿐이었지만!
"그럼 해파리보다만 빨리 걷자!"
속도를 올린 발걸음에 맞추었다. 터널 너머 해파리떼를 바라보니 해파리가 유유히 바다를 가로지르는 것을 앞지를 수 있을 것 같다.
>>3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렌이라면 그 말에 신에 관한 어떤 거를 말하는 건가? 생각하면서 그 날이 호타루마츠리 날이니 아키라에게 들었던 신화를 떠올릴 것 같구. 그래서 "네? 호타루마츠리 관련된 이야기인 거에요?"하고 물어볼 것 같지. 그럼 코로리는 뭐라고 답하려나? 선레는 나로구만~ 내일 낮에 시간 있으니 그 때 올려둘게. 코로리주는 편할 때 이어주면 될 것 같아.
"저희 친척들은.. 확인하지 못한 이들은 몰라도 아는 사람들은 전부 이런 느낌이더라고요." 역광에도 눈은 빛나는 그런 눈이다. 굳이 더 공통점을 찾고자 하면 있겠지만 그건 말을 줄이자. 색은 본인 빼고는 죄다 파란 계열이지만... 사실 푸르다가 초록색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아슬아슬하게 들어가려나? 뭔가 기분이 나쁜 기억이 날듯말듯하긴 한데..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렇지요" "전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요." 딱히 이상하다의 범위에 드는 이름까지는 아니긴 하다. DQN이름을 검색해보면 온갖 사례가 튀어나오니. 엔 정도면 비교적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특이한 이름이어서 조금 기억해 두고 있었으니까요" 해파리보다만 빨리 걷자는 말을 하자 그러도록 하죠.라면서 걸어가면 유유히 떠다니는 해파리들을 지나치게 될 것이다.
"펭귄 쇼는 곧 시작할 건데. 혹시 다른 걸 보시겠다면 헤어져도 상관은 없어요." 가벼운 권유입니다.
>>320 코로리 그런 신화 이야기는 모르지만 아마 렌이 그런 이야기 들었다구 이야기하면 그거 다 진짜일 거 같다구 할 거 같네! 렌이 그렇게 물어본다면.......... 비밀 이야기니까 비ー밀! 후링 씨 뭐 입었어?! 하면서 안 알려주고 다른 이야기할 거 같 ( ◠‿◠ ) 만나서 해줄 이야기다 그거지~! 아 응, 선레는 편할 때 써줘! ( ´∀`)
가족이라고 해도 쌍둥이 하나, 친척은 없다. 그래서 쌍둥이의 이야기만 하면서 웃었다. 노랗게 타는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며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노을색과 꼭 닮았으니, 코로리는 밤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은 이 눈동자 색이 좋았다. 다들 안 자려고 해두, 밤에는 그래도 하나둘씩 퐁당퐁당 잠에 빠지니까!
"풋사과 씨 이름, 토와 밖에 모르지만 예쁘다구 생각하는데ー"
시험을 대체로 했던 미술 조별과제에서 같은 조가 되어 만났을 때, 토와라고 밖에 듣지 못 했었는데다 풋사과라고만 불렀으니 이름을 까먹지 않은게 어딘가 싶다. 코로리는 직접 고른 성씨에 직접 지은 이름이라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다. 잘 어울린다거나 예쁘다는 칭찬도 들었던 이름이니, 신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면 정체가 탄로나기 좀 쉽겠다는 것만 빼고는 대만족이다. 봐, 특이한 이름이라구 하잖아. 여기가 이상한 나라였으면 좋았을텐데ー.
"왜, 나도 펭귄 만날래!"
펭귄은 오로라 아래까지 가야 만날 수 있잖아! 코로리는 펭귄 쇼 공연장까지 가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같이 쇼를 보고서도 아쿠아리움의 다른 콘텐츠들을 다 해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도 남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