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개인에게 쓰는 소원권은 전에 QR코드에서 아무도 못 따갔는걸요! (시선회피) 일단 일반 소원권은 저에게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이런 이벤트를 하고 싶다. 이런 부류로 하는 거라서. 별개의 소원권이에요! 그리고 조만간에 개인에게 쓰는 소원권도 다시 배포해볼까 고민 중이에요.
전설을 듣던 도중, 빛을 인도했다는 신과 초목에 깃들었다는 신이라는 내용에 혹시, 하고 예상은 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대답을 들으며 요조라는 머릿속으로 긴 그림을 그려간다. 메마른 대지와 산천, 그곳을 살리려는 단 한 명의 노고,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땅에 대한 절망... 그곳에 내려온 신의 세가지 은총과 대가와 속죄로 영원영겁 그곳을 지키게 된 마지막 한명의 인간... 그리고 그 후손...
요조라는 어느새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뜬다. 깊게 고인 먹물처럼 검은 눈이 아키라를 바라본다. 감정 없이 담담한 눈빛은 방금 들은 내용과 사실에도 전혀 동요치 않은 기색이다. 요조라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들었어요... 그런데, 일부러, 두루뭉술... 하게, 말한, 사람에게... 짖궂다느니, 할, 자격은... 없지, 않나, 싶네요... 확인은... 확실하게, 해야... 왜곡 없이, 표현, 할 수... 있는, 걸요..."
가미즈미의 전설이 정말인지는 몰라도, 이미 있는 일화를 사실 확인의 실수로 왜곡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건 요조라의 작은 고집이며 그림을 그리는 이로서의 자존심과 같은 것이다. 그걸 확실히 했을 뿐인데, 숨기려 했던 사람에게 짖궂다는 둥 듣고싶지 않다고 말한 요조라는 언제 비었는지 모를 음료수컵을 근처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아키라가 했던 것처럼 손을 툭툭 털고, 뒤로 모아 쥔다. 구상은 이미 머릿속에서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본방 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라는 생각에 요조라가 아키라에게 묻는다.
"그래서, 확인차, 묻겠는데... 그 전설에, 다른... 가지, 라고 할까... 뭐, 더, 말 안... 한 건... 없는 거죠...?"
있으면 지금 말하라고, 괜히 나중에 귀찮게 만들지 말라는 무언의 말이 담긴 시선이 지그시, 매우 지그시 아키라를 향했다.
렌의 말대로 대기시간에 비하면 짧은 탑승시간이었지만, 이 이상 길면 되려 재미가 없겠다고, 요조라는 생각한다. 롤러코스터는 3분 안팍으로 도는게 가장 재밌다고 마히루도 말했었다.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이런 건 죽이 잘 맞았더란다. 옆에서 머리를 털어 정리하는 렌을 보며 머리 참 복슬복슬하네, 속으로 중얼거린 요조라는 마찬가지로 벨트를 풀며 대답했다.
"그렇겠... 지, 아마..."
사진 얘기에 아마 그럴 거라고 대답하던 중, 잠시 아까의 하강 시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때 요조라는 뭘 했던가, 떨어지기 좋은 날이라며 중얼거리고 옆에서 들린, 아니, 들리다 만 대꾸에 피식 했었지 않나. 하필 사진이 찍히는 그 구간이다. 찍혔을지도 모르겠네, 라는 생각에 요조라는 작게 쯧, 혀를 찬다. 겉으론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나가는 통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고, 사진과는 별개로 롤러코스터가 재밌었으니 그렇게 말하긴 했다.
"한번 더, 타야지..."
어차피 사진은 다음 열차에서 찍힌 걸로 금방 밀려날테니까, 요조라에게 큰 고민거리는 되지 못 했다. 두번째는 원래대로 찍히면 되는거고, 그래, 그럼 되지, 라고 생각하면서 출구를 나가 롤러코스터의 입구 쪽으로 천천히 되돌아갔다.
렌 또한 요조라와 같이 출구를 향해 일어서 걸어갔다. 그러다 괜히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 궁금해서 출구로 나가는 길에 있는 사진이 나오는 곳에서 슬쩍 멈춰서서 어떻게 찍혔나 확인했다. 그 사진에는 조금 어처구니 없다는 듯 옆을 보는 제 모습과 제 말에 작게 웃는 모습이 담긴 것이 찍혀있었다. 렌은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가 한 번 더 타려는 듯 혼잣말을 하며 멀어지는 요조라를 따라잡으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같이 가."
역시 롤러코스터는 한 번만 타기에는 아쉽지. 대충 모른 척 요조라의 뒤에 줄을 섰다. 아마 별 말이 없으면 방금 처럼 이런 저런 소소한 궁금증을 묻기도 하며 줄을 기다렸다가 또 열차를 타지 않았을까. 물론 그 다음에는 재미있었다며 인사하고 다음에 또 보자며 헤어졌겠지만.
/막레 느낌~ 더 이어도 괜찮고 여기서 마무리해도 괜찮고 그렇다! 요조라 씨... 아마 한 번은 더 같이 타줬을 것 같은데 어떠려나? 일 조심히 다녀와~
질문을 듣자마자 뜨끔한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로 고개를 황급히 도리도리 저었다. 인형 덕분에 까먹었다가 다시 기억나버리니, 이렇게 중요한 걸 깜빡하면 어떡해! 있는 힘껏 강하게 부정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조금 어색하게 웃어보이지만, 아차 싶은지라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 인형을 꼭 안아버리게 된다.
"그럼 얜 타타ー 와앗."
이름이 정해져서 인형을 내려다보니, 자신이 꼭 안았다가 찌그러진 모양을 발견한다. 잠시 기다리기만 해도 다시 차오르겠지만, 타타쨩 자고 있는데 꾹꾹 해버렸어ー. 놀라서 퐁퐁 모양을 잡아준다. 조심히 안으면 다시 말랑거리는 본모습을 되찾았다.
"바다 무서워? 풋사과 씨, 가보구 싶은데 못 가는거면 같이 가자!"
코로리야 어디든지 뽀르르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고, 지켜보던 꿈들 속에서 꿈의 주인들이 재미있게 놀던 곳에 놀러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아서 선뜻 동행을 제의했다. 옆에 누가 있으면 안 무섭잖아! 근데 무서워서가 아니면 어떡하지?!
뭐지 이 침묵의 순간은. 나의 반응을 살펴보는걸까? 아니면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소리인걸까? 불러놓고 무시라니 도대체 이건 무슨 행동인건가. 아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거 아냐!
"응, 그래.."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한 말이 그거냐고 말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힘이 빠질 듯 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사실은 나름대로 엄청난 고민을 한 끝에 나온 결론인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그게 최선이냐고 묻고싶은 마음이지만 역시 그럴 일은 없었다.
"그것도 그렇네. 그럼 천천히 다녀야겠어."
'천천히 다니자.' 라는 말투를 고르지않도록 주의깊게 의식해 말을 했다. 더 이상의 수치는 사양이었다.
"그런데 혼자 다니는거야?"
그의 편협한 생각으로는 여자애들은 으레 무리로 행동하고는 한다고 생각했기에 혼자 플라네타리움에 오고 산까지 동행한 그녀의 행동이 이미지에 맞지 않기에 물어보았다. 처음 보았기에 단정은 못하지만 사교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니 혼자 다니는게 정답이 아닐까. 그나저나 뛰어난 근력을 위해 빨리 가야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뭔가 신의 명령을 따라서 살아가고 있는 집안이라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뒤에 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 이야기는 굳이 묻는 것이 아니면 잘 이야기하지도 않아요. 딱히 당신에게 숨기려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요즘 시대에 가문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무안한 감정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가르쳐달라고 하면 가르쳐줄 수 있고, 숨기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가미즈미의 전승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 사람의 후손이 바로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란다. 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은 뭔가 생색내는 느낌이지 않은가. 아니. 생색은 오버라고 치더라도 우리 선조님이 이랬대! 같은 자랑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그는 고개를 가만히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상대 쪽에서 필요하다라고 느낀다면 필요하겠지. 그렇게 제 스스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지만.
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없냐는 그 물음에 아키라는 눈을 감고서 약하게 숨을 내쉬었다. 뭔가 추궁당하는 듯한 느낌에 아주 살짝 애매한 기분이 들었기에 이내 감았던 눈을 뜨고 아키라는 가만히 요조라의 눈을 바라봤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싶었으나 이내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휘저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요. 본가의 어머니는 조금 더 알지도 모르지만, 일단 제가 아는 것은 그 정도거든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물론 더 캐내보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아는 것은 정말 딱 그 정도였다. 그 관련으로 자신을 캐내려고 해도 아무 것도 나올 것이 없다는 듯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안경을 살짝 올리며 두 손을 활짝 들어올리다가 살며시 아래로 내렸다. 이내 괜히 기지개를 쭈욱 켠 후에 자신의 두 어깨를 톡톡 내려친 아키라는 살며시 뒤로 돌아섰다.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지.
"그러니까 그렇게 바라봐도 제가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이미 전승에 대한 것은 모두 이야기했으니까."
나는 네가 왜 이렇게 울상인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말을 좀 심하게 한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우울해할 일인가. 코노에는 말이다. 어렸을 적에도 내가 뭔 소리를 하든 좋다고 쫄래쫄래 딸아붙었는데. 요즘 코노에는 비록....... 됐다, 말 말자. 하여간 요즘 애들은 영 귀염성이 없다. 나는 괜히 입을 삐죽이며 네 시선의 끝을 따라갔다. 몇 마리 물고기가 렌의 다리를 뜯어먹고 있었는데 그게 슬퍼서 그런가? 나는 지긋이 물고기를 바라보았는데, 그건 마치 먹이의 동태를 살피는 물뱀의 시선을 닮아있어서 그런지 물고기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좋아, 이걸로 문제 해결이다. 나는 뿌듯해져서 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왜 또 그렇게 우울한데? 내가 몇마디 했다고 슬퍼하지마. 바위처럼 버티란 말이야."
혀가 절로 차지고 못마땅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을 조금 순화했어야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별 잘못한 것도 없는데(*아님) 이런 생각이 드니까 슬슬 나도 억울해지던 차였다.
"복잡해. 내가 본 로맨스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슬퍼도 항상 웃고 다녔단 말이야. 그게 매력 포인트야. 너도 매일 웃고다니는 게 어떻겠어?"
나도 말이다. 매일매일 웃고 다니는데 얘는 누굴 닮아서 안 웃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 ...코노에 때문인가. 코노에에게도 어느정도 잘못이 있다. 가족을 꾸렸으면 당장 손 붙잡고 나한테 인사라도 올렸어야지. 나 참 요즘 애들은 상도덕이 없다. 얘가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내가 얼마나 너희 엄마와 각별한 사이인지 말하려던 입을 꾸욱 다물고.
"...기특하네. 계속 그렇게 엄마 말 잘 듣도록 해. 근데, 강은 그런거 신경 안 쓸 걸."
머리카락보다 안전바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곤 했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이라는 말에 왼쪽 머리카락도 바로잡으려는 찰나, 바로 롤러코스터는 아래로 돌진했다. 아미카도 놀라서 안전바를 꼭 잡았다. 옆에서 아키라가 소리를 질렀지만 아미카도 정신이 없어서 알아채지 못했다. 롤러코스터가 움직일때마다 아미카도 따라 밀려났다.
잠시 후, 롤러코스터는 멈추고 아미카는 긴장해서 그런지 몸이 굳어있던 것 같았다. 아미카는 심호흡을 했다. 아키라가 파들파들거리는 것을 보고 아미카는 분명 즐기긴 했겠지만 또 걱정이 되어 말했다.
"하아.. 진짜 엄청나긴 했어요~ 학생회장님은 괜찮으세요?"
아미카는 그렇게 말한 뒤 머리를 만져봤다. 이런, 꽤나 산발한 상태였다. 아미카는 급히 머리를 다시 재정리했다. 아마 사진은 그냥 안 사는게 나을 것 같다. 그건 확실했다.
확실히 마지막은 조금 무섭긴 했지만 그런 것이 또 최고인 것 아니겠는가. 아주 살짝 파들파들 떠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그는 심호흡을 하며 겨우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두 뺨을 톡톡 치고,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위로 올린 후에 그는 괜히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내쉬면서 겨우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속 여기에 있을 순 없었으니 밖으로 나가자는 의미로 그는 저 편을 손으로 가리켰고 이내 앞장서서 밖으로 나섰다.
"사진은 어떻게 할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가져가더라도 제 모습은 잘라줬으면 좋겠는데. 필시, 엄청 못난이일 것이 뻔해서."
물론 자신의 이런 모습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못난 모습을 굳이 사진으로 남기고 싶진 않았다. 어쨌건 그도 사춘기를 한창 겪고 있는 사내였으니까. 굳이 못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혼자 타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타는 것도 재밌긴 하네요. 확실히."
그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다른 것을 타러 가보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앞장서듯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조건 하에.
"...아. 이건 말할게요. 같이 타줘서 고마워요. 이타니 씨."
그렇게 이야기하며 슬쩍 미소를 지은 그는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이번엔 또 뭘 탈까 나름대로 고민을 하며.
/슬슬 막레쪽으로 가도 좋을 것 같아서 막레로 받아도 되고, 막레를 써도 되는 느낌으로 가지고 왔어요!
괜찮다고 말하는 아키라는 그렇게 괜찮아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바깥으로 나가자는 뉘앙스였기에 아미카는 따라나섰다. 사진은 어떻게 할까, 아미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며언.. 그냥 상상에 맡기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아미카는 자기 머리 상태를 보고 자기도 이걸 남기기엔 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굴욕 사진으로 놀림받는건, 그것도 학생회장 옆에 있는 사진이라면 그거로만 올해는 풀로 놀림 당할 것 같기도 했다. 아미카는 다른 것을 타러 가보자는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곤 말했다.
"슬슬 이제 따로 다녀볼까요? 원래 의도는 뭐어.. 혼자 다녀보는 거였으니까요?"
사실 아키라가 힘들어하는걸 보는건 조금 괴롭기도 했고 괜히 이렇게 계속 같이 다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건 조금 민망하지 않을까, 그런 느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