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6515069>1000 1000 다음은 어서오세요 스즈주야!!! >:3
situplay>1596515069>998 오~~~ 아키라 멋있는데~~~라고 생각하던 찰나 공 받아서 멀리 던져버린다는 비유에 웃어버렸어.... 그리고 굉장히 칼같네. 물론 마음이 없으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게 좋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결론은... 선량하게 나쁜남자...!!!(?)
모르는걸 보니 그런 운동은 전혀 하지 않으며 관심조차 없다는 이야기겠지. 그럼 도대체 그 엄청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거지. 의문은 더 깊어지기만 했다. 이런게 바로 실전형 압축근육인게 아닐까. 평범한 여고생이 그정도의 근육을 가지고있다니 이쯤되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외견은 어떻게봐도 근육따윈 보이지 않는데..
"고작 여고생이 발을 밟았다고 큰 일은 안 일어난다고."
그 어두운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사람의 언동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수시간동안 데워진 벤치에 몸을 기대며 그 열기를 기분좋다는듯 느끼는 모습을 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대답한다.
"후지모리 테츠야."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 그녀의 명칭은 '실전압축근육녀' 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저렇게 뜨거운걸 좋아하는 걸 보면 평소에 엄청나게 뜨거운 물로 몸을 씻는게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평소에 엄청난 운동을 한 후에 집에 돌아가서 엄청나게 뜨거운 물로 몸을 씻는게 일과임에 틀림없다.
"나쁘지 않네요."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곳이라던가. 의외로 온실같은 곳이기는 해도 통풍도 잘 되어서 덥다.. 같은 느낌은 덜하네요. 같다고 생각하지만. 토와는 온대 식물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습니다.
"지금 여기 지붕에 놓여있는 덩굴은 전부 두 그루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넓은 구역의 덩굴이 겨우 두 그루에서 뻗어나온 거라니. 같은 감탄을 합니다. 식물원의 벤치에서 잠깐 앉아있는데. 벤치로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합니다.
"누구더라..호시..즈키였나요?" 잡지에서 보고 성이 같을 확률이 높기에 기억한 것이었지만요. 요조라가 다가오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간다면 지나가도록 내버려뒀겠지만. 토와는 아마.. 앉을 가능성이 높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야. 다른 벤치는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는 느낌이고요?
situplay>1596515069>982 언락해도 된다고 하고, 자랑해도 된다고하고 나중에 대회 열리면 구경오라고 할 듯 하네~ 꿈속의 그 워터파크가 알바하는 워터파크리고 대답할거구 밤에는 일을 하느라 낮에 조는 건지 물어볼 것 같고 코로리 알바 하는 것도 알게 되었으려나?
주사맞는 이야기 하고 있었던가...? 렌은 주사 맞는 거 싫어해. 무서워한다기보다는 피할수 있으면피하고 싶은 그런느김이려나.
>>27 연락해도 된다고 하다니 렌 큰일났다 ( ´∀`)...... 파랗고 하얀건 다 연락할지도 몰라 () 정도를 모른달지 경계가 없달지..... 대회 구경이라니 1등한거 벌써 보인다~! 밤에 일하느라 조느냐구 하면 정답이라구 하겠다, 알바는 이전 일상에서도 스쳐가듯 얘기했었지만! 렌이 알바 이야기 했으니까 책방 알바는 이런데, 워터파크/스파 알바도 그렇냐구 물어보지 않을까~! 주사 싫어하는 거 귀엽다, 병원에서 아기들한테 붙여주는 캐릭터 반창고 붙여주면 좋겠다~!
>>29 애기 요조라 귀여워~! 。゚(゚´ω`゚)゚。 귀여워서 울어~! 애기가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엄마한테 억울함을 눈으로 호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귀여워...... 출장뷔페 당장 불러서 병원 앞에 세팅하자~!
가미즈미고의 수학여행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건 마히루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테마파크형 섬 전체가 수학여행지라니, 이걸 듣자마자 마히루는 부럽다는 말을 먼저 했을 정도다. 그냥 놀러가는 여행 수준 아니냐고. 요조라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내년이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수학여행 동안은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 낮에도 깨어있게 된 요조라는 제일 먼저 식물원으로 향했다. 왜 거기로 갔는가 하면, 아마 숙소인 콘도에서 가장 가까워 보였기 때문 아닐까. 그냥 걷다보니 가장 먼저 나온게 식물원이었던 것도 같다. 이유가 어찌 됐든 식물원으로 들어간 요조라는 느긋하게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런 시설이 대부분 그렇듯, 기후나 테마별로 나뉜 내부를 한곳 한곳 둘러보고 있던 중이었다. 요조라는 허브들이 가득한 테마관을 나와 열대와 온대성 식물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눈앞이 흐릿해지며 현기증이 몰려올 낌새가 느껴진다. 아, 이거 뭐됐는데. 잠시 벽을 짚고 서서 쉬어도 증상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한복판에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 요조라는 조금 걸음을 재촉해서 벤치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중 겨우 빈 자리를 찾아내서 가까이 다가가니, 먼저 앉아있던 사람이 아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 낯선 목소리에 멈칫, 하고 선 요조라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했으나,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대강 인사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에, 저, 안녕하세요..."
요조라가 이런 상태만 아니었어도 그 목소리의 주인이 지난 번 도서관에서 마주쳤던 사람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형식상의 인사를 하고, 벤치에 빈 쪽에 앉으며 짧게 말하는게 겨우였다.
"여기, 실례... 좀, 할게요..."
으윽, 하며 앉은 요조라는 낯빛이 창백해져 있었다. 일단 앉으니 좀 나아지는 거 같았지만, 한동안은 이대로 쉬어야하지 않을까, 기껏 와서 이 무슨 고생인지, 등등 여러 생각이 들어서, 요조라는 옆사람을 알아보려 하기보다 몸을 숙이고 자신의 상태를 추슬러야 했다.
수학여행이 어마어마하긴 합니다. 토와는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갔다오기는 했지만.. 혼자 다닌 적이 적었기 때문에 혼자서 느긋한 것은 처음이기는 하지요? 그리고 이정도의 규모는... 솔직히 가능한 데가 거의 없지 않나요? 그런 생각은 뒤로한 채 요조라를 봅니다.
"아. 그렇죠. 반갑습니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요? 라고 생각하는 토와입니다. 그야. 낯빛이 창백해진 것은 물론이고 옆에서 몸을 숙이고 있는 거라던가...를 보면 웬만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요? 일단 좀 기다린 다음에 토와는 웬만하면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이온음료 한 캔을 요조라에게 건네려 시도합니다.
"혹시 속이 안 좋은 건가요?" 이온음료 하나쯤은.. 괜찮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혹시 속이 엉망인 거면 소화제 비슷한 걸 파는 자판기도 근처에 있다고 하던데요. 같은 말을 건네는 토와입니다.
반갑다는 말에도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요조라는 옆에서 말을 걸 때까지 줄곧 상체를 숙이고 있었다. 묶지 않은 긴 머리가 등이며 팔이며 죄 흘러내려 흐트러졌어도, 정리할 엄두도 내지 못 한 채 얕은 심호흡으로 상태를 진정시키는게 최선이었다. 그러던 중 속이 안 좋냐는 물음이 들려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자, 옆사람이 내민 이온음료가 보인다. 푹 패인 눈으로 음료를 물끄러미 바라본 요조라는 몸을 조금 들고, 손을 내밀어 캔음료를 받아든다. 그리고 골골거리며 말했다.
"속은... 아니고... 현기증, 이... 좀... 나네요..."
전날밤 잠을 좀 잤으면 모를까, 한잠도 자지 않은 채 약빨로만 돌아다니려니 탈이 안 날 수가 없었나보다. 사실 병원에서 처방 받을 적에도 꼭 가야겠냐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도 고교 생활 중에 한번인 기회를 요조라는 그냥 보내고 싶진 않았다. 조금 힘들어도 버틸 만 할 거라고 생각해서 왔는데, 이건 예상 이상이었다.
받은 음료수를 바로 마시지 않고 목덜미에 살짝 댄다. 평소보다 체온이 오른 상태기도 해서, 음료수캔의 냉기는 응급처방 정도는 되어준다. 그래도 너무 오래 대면 역효과가 날 테니 잠시만 대고 있다가 따개를 열어서 천천히 마신다. 이온음료 특유의 밍밍한 맛이 이럴 땐 반갑다. 그렇게 열도 식히고 목도 축이고 한 다음에야, 요조라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좀, 살만... 해졌네요... 감사합니다..."
자리 뿐만 아니라 음료가 아니었으면 잠깐은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를 상태였으니, 요조라의 감사는 제법 진심이었다. 표정 없는 얼굴이나 기운 없는 목소리가 썩 그래보이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현기증인가요.." 뭐 약 같은 건.. 함부로 받기 그럴 거고요. 토와 자신에게는 거의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지만, 무언가 처방을 받고 있다면 약을 함부로 먹으면 겹치는 약 같은 것 때문에 위험합니다. 휴양지 내의 의료진 쪽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규모면 분명 의료진도 상주하고 있을 것이니까?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고개를 끄덕여 감사인사를 받은 뒤 약간은 변명처럼 말을 덧붙입니다.
"한번 본 일도 있으니까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괜찮냐고 물어볼 만한 안색인 것 같았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손끝으로 볼을 살짝 긁적이며
"아파보이면 어쩔 수 없이 눈이 가고 말아서요" 눈을 살짝 피하면서 딴청을 피우는 듯이 대답하는 토와입니다. 그래도 앉아서 식물들을 구경하기에 제법 괜찮은 스팟이기는 하지만.. 뭐 어떻겠는가.
사실 감사의 인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요조라의 시야는 한낮에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흐렸다. 항상 그랬다. 현기증이 일면 꼭 시야가 제일 느리게 돌아오곤 했다. 그래도 옆에 사람이 있거나 한 정도는 보이니, 시선 처리에 별 문제는 없지만, 누군가를 알아봐야 할 때는 조금 곤란하다. 지금처럼, 한번 본 적이 있다고 하면, 더욱 말이다.
"일시적... 인, 거니까요... 일단은..."
요조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등으로 눈가를 지그시 누른다. 흐린 시야를 뭉그러뜨리듯이, 몇초간 눌렀다가 떼고 눈을 느릿하게 깜빡여본다. 오래된 필름이 넘어가듯이 차차 시야가 맑아진다. 이제 바닥의 블럭도 말끔히 보일 만큼 깨끗해지면, 고개를 돌려 옆사람의 얼굴을 확인한다. 보자마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금방 떠오른 얼굴에 잠깐 동안 아, 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사라진다.
"도서관, 맞죠...? 봤던 거..."
그 날 요조라는 잡지를 보며 졸다가 이 사람에게 기댔고 얼결에 실례를 했더랬지. 같은 사람에게 비슷한 민폐를 두번이나 끼칠 줄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 짧은 숨을 내쉰 요조라는 음료수를 옆에 내려놓고 손으로 엉망이 된 머리를 빗어 가지런히 모은다. 따로 묶지는 않고, 뒤로 모아 넘겨두곤 벤치 등받이에 기대어 다시금 긴 날숨을 내뱉는다. 낯빛은 여전히 창백하지만, 상태는 꽤 나아진 요조라는 옆사람을 힐끔 보고 중얼거렸다.
집이나 학교 근처도 아닌 곳에서 쓰러지기라도 했다간 관리감독을 하는 측에게 성대한 민폐가 될 테니 말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으나, 아주 들지 않는 생각도 아니라서, 무심코 흘려버린 말이었다. 에휴, 이번엔 선명한 한숨 내뱉고서 음료수를 집어든다. 다 마시고 기운 좀 돌면 숙소에나 돌아가야겠다, 요조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시적인 거라면 다행이네요." 그래도 그 일시적인 게 자주 일어난다면 병원을 추천해야 하는 건가? 같은 생각이 들지만. 본인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고 꾸준히 병원을 다니고 있다면 더 관여하는 것 또한 실례니까요. 도서관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죠...?" 제대로 소개받았다.. 라고 하는 건 기억이 잘 안나니 넘기고. 토와는 긍정만 하고는 그나마 괜찮아진 듯한 모습을 봅니다.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건... 토와는 고무줄 같은 건 안 들고 다녀서 줄 수는 없군요. 앞머리용 핀은 한두개 있을지도 몰라도? 요조라의 흘린 말을 듣고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아파도 이런저런 기회가 있으면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하는 편이니까요" 가끔 이렇게 했었으면 좋았겠다. 같은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아마도...그건 아까웠다. 같은 느낌일까요? 라면서 저 멀리에서 바람이 불어서 흔들거리는 큰 잎을 가진 나무를 바라봅니다.
"어떻게 여기실지는 몰라도 저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아깝다며 울었던 걸 본 기억이 나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장난스러운 말투네요.
첫 만남에 대한 건 긍정만으로 충분했다. 요조라 역시 제대로 자기소개를 했던 기억은 없고, 그 날 상황을 돌이켜보면 안 했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아까 분명 호시즈키, 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아, 그 날 보고 있던 잡지에서 본 건가, 정도는 유추할 만큼 정신이 맑아져온다.
"그러는게... 맞긴, 하죠... 기회는, 놓치면, 돌아오지... 않으니..."
머리를 뒤로 넘겨두니 그만큼 드러난 목덜미나 팔뚝으로 제법 시원한 공기가 느껴진다. 거대한 돔 같은 식물원이지만, 식물이 많은 만큼 환기가 잘 되고 있는 모양이다. 요조라는 이제 다 마신 캔을 옆에 내려놓고 한 팔을 벤치 등받이에 걸치며 조금 더 편한 자세를 취한다. 저멀리 나무 뿐만 아니라 벤치 근처에도 희미하게 부는 바람에 남은 열을 식히다가, 시선을 앞에 향한 채로 중얼거린다.
기회를 놓치고 안타까워하는 건 과거의 인간관계로도 차고 넘친다. 최소한 흘러가는 시간, 상황 정도는 가능한 만큼 챙기고 싶었다. 잠깐 약한 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요조라는 수학여행에 와서 여기에 있다. 힘든거야, 잠시 이렇게 쉬면 되는 일이다. 식은땀으로 들러붙었던 앞머리를 툭툭 털어 정리하고, 옆사람을 힐끔 본다. 이제 보니 머리카락이나 눈 색이 참 특이한 사람이다. 아마 3학년이겠거니, 생각하며 때 늦은 자기소개를 건네본다.
중태까지는 아니었지만 피를 토하게 만든 적은 있다. 최근 일은 아니고 네 자리수 년도 이전의 경험이긴 했지만. 더 말했다간 비밀 유지도 그렇고, 제 첫인상―이미 실전압축근육녀가 되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풍어신에게도 그 정도의 상식은 있었다. 그래서 말을 하다 말고 후미카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는 쪽이 더 수상해 보일지도 모르는데.
"왜 그러니?"
남학생의 묘한 시선을 눈치챘는지 후미카는 상대를 빤히 바라보았다. 별달리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면 곧 신경을 끄고 다시 고개를 돌릴 것이었다.
가미즈미는 반이 다섯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다. 인맥이 넓지 않아 각 반의 모든 사람을 알지는 못해도, 같은 학년이라면 지나가며 한 번쯤은 마주칠 법도 하다. 그럼에도 전혀 모르는 얼굴이라는 건 다른 학년이라는 뜻이겠지. 후미카는 비스듬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실수로 사람을 쳤더니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니, 역시 엄청난 근육을 가졌나보다! 이정도면 존경심보단 두려움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공주님안기를 했을때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했다면 과연 어떤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순간의 판단으로 목숨을 구했구나.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한심스러웠다.
"뜨거운걸 유달리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저 근처에 가는것도 꺼려할텐데. 묘하게 시선을 흘리기도 하고 여러의미로 수상한 사람이었다. 힘이 세다.. 높은 온도에 강하다.. 여기에서 도출되는 결론은.
뭐긴 뭐야. 그냥 엄청나게 힘이세고 뜨거운걸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인거지.
"2학년."
눈치를 보니 자신을 다른학년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보는걸텐데 어째서 말투가 하나도 변하지 않는걸까. 그래, 신경쓰지 말자. 당당하고 좋잖아.
토와 엔, 이라는 이름을 들은 요조라는 참 별난 이름이라 생각했다. 한자로 뭐라 쓰는지 알고 싶어지는 이름이랄까. 적어도 다른 이름과 헷갈릴 일은 절대 없을 거 같으면서, 못된 애들에게 놀림 받기 쉬울 거 같기도 하다. 물어보면 어릴 적이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요조라의 사교력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그친다. 토와 엔, 그 이름을 한번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헤, 그런가요... 엄청 나네..."
얘깃거리는 돌고 돌아 식물원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벤치부터 찾았던 요조라는 듣지 못했던 설명에,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벽을 타고 천장에까지 닿은 덩굴은 조금 오싹한 느낌도 든다. 관리하지 않으면 저런 덩굴이 지상이나 건물에 들러붙기도 한다는거 아닌가, 그냥 담쟁이면 치우기 쉽지만 포도 덩굴은 튼튼하기도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체험이나 분양도 해준다는 말에 고개를 내리고 말한다.
식물원 특유의 실내공기와 적당히 대화를 나눈 덕인지, 숙소에 바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을 듯 싶다. 보아하니 실내 이곳저곳에 쉴 공간은 충분한 거 같고, 가는 길에 이온음료나 한 캔 더 마시면 현기증 예방은 될 거 같다. 요조라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손에 빈캔을 챙겨 들고, 이제야 이름을 알게 된 엔을 돌아보며 묻는다.
"전, 그 체험... 하는 곳, 가볼까, 하네요... 토와 씨... 는요...?"
딱히 동행을 요청하는 건 아니었고, 그래도 잠시나마 대화를 나눴었으니, 예의상 하는 물음이었다.
"좀 여름과 가을 그 근처에 포도가 많이 열린다고 하네요." 대신 하나하나 처리를 하긴 그래서 씨는 있다곤 하지만요. 라고 생각합니다.
"여름과일을 수확해보거나.. 꽃을 심어보거나.. 색모래에 다육식물을 심는 체험이 있네요." 겨울쯤이었으면 딸기농장같은 체험도 가능했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토와는 키우는 건 자신이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토와도 키우는 건 큰 자신이 없어요. 그나마.. 다육식물 중에서는 하월시아 옵튜사 정도?
"으음.. 2인 체험이라면 같이 가도 좋겠지만. 1인 체험이라면 바래다만 줘도 될까요?" "나가려고 해도 그 근처가 입구거든요." 그야. 체험장 전에 뭐 없다면 현기증이 일어난다면 곤란할 테니. 그정도까지 바래다주는 것 정도는 괜찮으려나요? 싶은 생각인 모양입니다.
>>111 아미카와는 아무래도 첫만남이고 아는 사이라는 선관도 아닌만큼 딱히 약속을 해서 돌아다녔다기보다는 뭔가 둘이서 엮일만한 상황이 있어야만 일상이 성립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박물관보다는 놀이공원 쪽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를테면 혼자서는 탈 수 없는 놀이기구가 있고 필요에 의해서 두 사람이 같이 탔다거나 이런 것은 어떨까요?
딱히 수확 목적이 아니어도 열매가 자라긴 하는구나, 그럼 그건 먹는걸까 따로 처리를 하는 걸까, 아무래도 좋은 생각들이 말 대신 생각으로만 요조라의 머릿속을 스쳐간다. 생각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동글동글 알 맺힌 포도의 이미지다. 제법 깊게 새겨진 포도 모양은 아마 여름 중에 다른 무언가가 되서 드러날, 수도 있고, 그저 잊혀질 지도 모른다.
"그럼... 심는 체험이나 해볼까..."
시즌이 시즌이라 그런지 이것저것 체험요소가 많은 모양이다. 몇개의 예시를 들은 요조라는 색모래에 다육식물을 심는 것에 귀가 쫑긋했다. 색이 관여된 거라면 제법 재밌을 것 같다. 일단 제일 먼저 그걸 해보고, 다른 건 체력의 여부를 확인한 뒤 할지 말지를 정하기로 한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정한 요조라는 바래다줄 듯한 엔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부탁한 건 아닌데, 어차피 나가는 길이 그쪽이라니 상관 없을까.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가는 길, 도중까지, 라면야... 불편, 하지, 않으시다면... 가죠..."
요조라의 대답은 흔쾌히, 라기보단 그럴 만한 납득을 했으니 받아들이겠단 말과 같았다. 대답을 한 후엔 근처 쓰레기통에 빈 캔을 분리수거 해놓고, 친절하게도 체험관의 방향을 알려주는 실내 표지판을 따라 한걸음 앞서 걷는다. 그리고 적어도 가는 동안은 요조라의 걸음이 흐트러지거나 몸이 휘청이는 등 현기증이 다시 일어날 낌새는 보이지 않았을 거고, 유유자적 주변을 구경하며 느릿느릿 걸었을 것이다.
수학여행, 아미카에게도 나름 즐길 기회였다. 물론 여전히 꽤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친구들과 함께 잘 즐겨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을 먹고 잠든 바람에 친구들은 먼저 여기저기로 놀러 갔고 아미카는 오늘은 혼자 놀이공원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바이킹도 괜찮았고, 롤러코스터도 충분히 타볼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역시 일단 초반은 회전 그네를 타보는게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도를 보고 찾아간 회전 그네의 대기줄은 예상보다 길었다. 대략 7~8번은 기다려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미카는 아쉬워하며 주변을 돌다가 좀 짧은 줄을 발견했다.
'저건 무슨 줄일까아?'
<2인 탑승객용 줄>
2인 탑승객이라, 혼자서 2인용을 타면 어떨까 했지만 당연히 현실성 있는 얘긴 아니었다. 아마 바로 1인용 줄로 안내받겠지. 아미카는 왠지 1인용 줄에서 기다리다간 빙빙 도는 회전 그네에게 최면이라도 걸려 잠들어서 민폐가 될 것 같기도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괜찮기는 하죠." 토와는 아기바나나를 톱질하는 것에도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그걸 받아가게 된다면 기숙사 천장을 뿌셔버릴 것 같았으므로(최대 8m...) 구경만 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바닐라같은 열대식물은 나중에 길러보고 싶다 같은 건 있나봐요.. 토와의 생활상을 보자면 식물이건 동물이건 기르긴 애매하겠지만요.
"불편하지는 않으니까요" 가볍게 대답하고는 걸어갑니다. 걸어가면서 식물원에 있는 다른 광경들도 슬쩍 보네요. 걸어가다 보면 어느샌가 체험장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나가봐야겠네요" 즐거운 체험되길 바라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체험장 근처에 체험한 이들이 만든 색모래다육도 보이네요. 어느 정도 관리가 잘 되는 모양인지. 쌩쌩합니다.
수학여행에 와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나름 즐기고 있던 아키라는 이전과는 다르게 오늘은 혼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끔은 학생회 멤버, 혹은 친한 친구들이 아니라 혼자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싶은 법이었다. 그렇다보니 어느새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왔고 수학여행 기간 동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패스권을 이용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면서 아키라는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마침내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회전 그네였다. 회전 그네라. 저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거 인기 어트랙션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줄이 상당히 길었다. 이것을 탈바에는 다른 곳으로 가는 곳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키라는 잠시 고민했다.
한편, 슬며시 옆을 바라보니 조금 짧은 줄이 보였고 그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상황상 아마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여학생이겠지. 그렇게 추측하며 아키라는 무슨 곤란한 상황이 생긴 것일까 싶어 우선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까부터 보는데 뭔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아서."
물론 상대가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이 아닐 수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이용객은 가미즈미 학생이겠지만, 그럼에도 가미즈미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도움이 필요한 이라면 도와줘서 나쁠 것이 없었다. 학교의 평판에도 나름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고 아키라의 성정이 쉽게 무시하고 지나가지는 못하는 성격이었으니까.
"아. 수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지금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교의 학생회에 소속된 사람이에요. 그냥 곤란한 일이 있으면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도울까 해서요."
아미카는 조금 갑자기 말은 건 것에 잠깐 당황했다가 얼굴을 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뷰에 빠졌다. 저 얼굴은 아마... 학생회장이었던 것 같은데..? 무슨 곤란한 일이냐도 있냐는 질문에 아미카는 2인용을 타고 싶은데 같이 탈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고 대답하면 너무 하찮은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우물쭈물하던 아미카는 도울 수 있다면 도울까한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저어.. 그러니까 이 놀이기구를 탈까 하는데 친구들은 다른 곳으로 갔고 저 혼자서 1인용을 타긴 줄이 너무 길고오.. 2인용은 줄이 짧긴 하지만 같이 탈 사람이 없고오.."
아미카는 두서없이 말했다. 이러면 알아듣기 힘들겠지만 아미카가 평소답지 않게 꽤 긴장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자연히 그녀의 말을 들은 아키라의 시선이 2인용 줄로 향했다. 확실히 1인용 줄보다 훨씬 짧았고 이것을 타면 금방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자신이 1인용 줄을 벗어난 것 때문에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훨씬 더 뒤에 줄을 서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좋을까. 자신도 저것을 타고 싶어하고, 그녀도 저것을 타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저도 저것을 탈 생각이었으니까 제가 같이 줄을 서면 어떨까요? 이러면 저도 좋고, 당신에게도 좋을 것 같은데."
물론 거절을 한다면 그것으로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다시 1인용 줄로 돌아가서 줄을 서면 될 일이었으니까. 허나 받아들인다면 자신은 더 빠르게 저것을 탈 수 있었으니 그리 나쁠 것도 없었다. 고개를 좀 더 놀려 놀이기구인 회전 그네를 바라보니 적절한 속도와 높이가 정말로 재밌어보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이 아주 살짝 찬란하게 반짝였다.
"아니요. 말을 바꾸도록 할게요. 같이 줄을 서주세요. 저, 수학여행을 온 거라서 시간을 유효하게 사용하고 싶거든요. 아직 여기 말고도 갈 곳이 많아서. 안될까요?"
그렇기에 아키라는 자신의 제안으로 슬며시 바꿨다. 어쨌건 자신에게도 손해보는 일이 없었고 그녀에게도 이득이라면 이득이니 나쁠 것은 전혀 없지 않은가. 물론 이 이후는 이제 그녀의 선택 나름이었다.
"아. 물론 거절해도 괜찮아요. 당신의 입장에선 누군지도 모를 이가 갑자기 제안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같이 타준다는 것에 아미카는 약간 자신이 무례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치듯이 들었지만 같이 줄을 서달라는 요청으로 바뀌자 괜히 여기서 거절하면 그게 더 무안해지는 것이라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거절하는게 더 아니겠죠.. 그러면 같이 가서 줄 설까요?"
그렇게 말하곤 줄을 뺏길수도 있으니 학생회장인 아키라의 옷깃을 조심스래 잡곤 줄로 빠르게 향했다. 당연히 2인용 줄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아마 지금 돌고 있는 회전 그네가 끝나면 바로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아미카는 기다리면서 한가지 들었던 질문을 꺼내 말했다.
"그런데, 학생회장님께선 보통 학생회들과 같이 다니지 않았나요..? 오늘은 혼자 다니시는 것 같던데에.."
아까도 생각한 것이었으나 딱히 자신 쪽에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같이 탄다면 자신이나 그녀나 더 빨리 탈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한 가지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다음에 또 볼지도 알 수 없는 이였다. 그렇기에 굳이 문제는 없겠거니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줄을 서자고 하는 그녀의 말에 아키라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줄로 향하는 그녀를 따라 그녀의 옆자리에 섰다. 그러고 보니 2인용과 1인용은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2인용 그네는 나란히 두 명이서 같이 타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와중 그녀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역시 가미즈미 고등학교 학생이었나요? 그렇지 않을까 예상하긴 했지만요. 아무튼 학생회 멤버들과 같이 다니긴 했지만 오늘은 따로 다니기로 했거든요. 이것저것 서로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가끔은 서로 따로 움직이는 것도 좋을 것 같으니까요."
최근 연애를 시작했다는 부회장과 회계를 떠올리며 아키라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눈치껏 빠져줬으니 이제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다시 앞을 바라보면서 그네 쪽을 바라봤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살며시 꽉 쥐다가 놓으면서 침을 삼킨 후, 아키라는 이내 미소지어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름.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시미즈 아키라. 이상한 별명만 아니면 편하게 부르세요. 학생회장님도 괜찮고요. 학생회장이니까."
"과찬이에요.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기간내의 직함일 뿐, 제가 특별한 것은 아니니까요. 가미즈미 마을 내에서 도련님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도련님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에요."
확실히 쉽사리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말할 것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난감한 웃음소리를 냈다. 학생회장이라는 자리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높게 보이는 것일까. 적어도 자신은 그러진 않았기에, 작년 학생회장도, 재작년 학생회장도 그렇게 높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기에 잘 알 수 없었으나 그녀의 입장에선 그런가 싶어 그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으나 그 끄덕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내 그의 고개는 좌우로 흔들렸다.
"이타니 아미카.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타니 씨라고 부를게요. 아미카라는 이름이 좀 더 예쁜 것 같지만... 그래도 저는 성으로 부르는 것이 편하고, 후배라고 해서 요비스테를 바로 하는 편은 아니어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이들은 있었으나 아키라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에 대해선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딱히 선을 긋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의 방침이 있었고, 그 방침을 굳이 어기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렇게 중요한 방침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작은 고집이었지만. 그래도 요비스테보다는 성으로 부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짧아지는 줄에 따라 살며시 앞으로 한 걸음을 딛었다.
"...잘 타냐라. ...좋아해요. 이런 놀이기구."
잘 타냐라는 물음에는 살며시 답을 회피하며 아키라는 그저 좋아한다라고만 대답했다. 어쩌면 그게 또 답 중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아키라의 입이 열리진 않았다. 그러는 와중 점점 줄은 줄어들었고 마침내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이어 아키라는 프리패스권을 보여주며 안으로 들어섰고 놀이기구를 바라봤다. 저기에 있는 2인용 의자에 앉으면 되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아미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대모신은 본래 파충류인데다, 열대성 기후에 서식하는 동물이었다. 더위를 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데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인간보다 길다. 후미카는 의표를 정확하게 찌른 사실 간파에 느릿이 두 눈을 깜빡였다.
"……오키나와 출신이거든."
둘러대는 말치곤 거짓말은 아니었다. 생물학적으로는 그곳에서 태어난 게 맞다. 다만 대부분의 인간이 그러듯 병원 수술대에서 눈이 아플 정도의 조명을 받으며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한밤중 퍼석거리는 모래 속에서 알껍질을 찢고 나왔다는 점이 상대와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후미카는 옆으로 슬금슬금 몸을 물려 벤치 위에 미미하게 진 그늘 아래로 몸을 반 들여놓았다. 느리지만 조금씩 더워지려 했기에 테츠야의 지적 때문인 것만은 아니었다.
"플라네타리움이라는 것은 처음 보아서 그랬단다. 무언가를 경험하고 이해하려면 오래 두고 뜯어보아야 하지 않겠어."
사람도 그렇고 사물도 그렇다. 인간이 새로이 만든 개념과 산물이라면 더더욱 여러 의미로 바라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 보고 경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후미카는 대화를 받아 같은 물음을 던진다.
둔감하다고 한다면 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스릴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스릴을 느껴도 태연하다는 의미인걸까? 마치 인터넷 짤에 나오는 그 무표정하게 후룸라이드를 즐기는 그런 부류인걸까? 머릿속에 여러 궁금증이 떠올랐으나 어차피 곧 보게 될테니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굳이 그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아니요. 안쪽에 앉을게요. 저는 어느 쪽도 상관없어서."
무엇보다 그녀가 그곳에 앉으려고 했던 것 같았기에, 어쩌면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안쪽에 앉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쉰 후 바로 있는 힘껏 줄을 꽈악 잡았다. 누가 봐도 다른 이들이 잡는 것보다 훨씬 더 세게 잡는 모습이 누가 봐도 힘을 꽉 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뒤이어 숨을 괜히 더 크게 내쉬면서 아키라는 앞만 바라봤다.
"슬슬 움직이려는 모양이네요. 서로 각자 알아서 잘 즐겨보도록 해요. 가능하면 앞만 바라봤으면 하고."
이내 천천히 놀이기구가 작동하고 어트랙션이 회전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네는 당연히 천천히 떠올랐고 그에 따라 아키라의 손에 쥐어지는 힘도 더더욱 커졌다. 손목에 핏줄이 잔뜩 설 정도로 아주 꽈~악 잡으면서 아키라는 이내 으아아아아. 소리를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자세히 보면 눈도 아주 살짝 감고 있는 모습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아미카는 평균적으로 밤에 9시간, 낮의 쪽잠은 합계 3시간으로 보통 12시간은 잤다. 하지만 지금은 수학여행이 아닌가, 아미카는 자신의 친구들과 놀러다니느라 낮잠을 잘 겨를이 없었다. 결국 아미카는 하루종일 돌아다녀 피곤한 상태에서 8시간밖에 자지 못한 것이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난 아미카는 세안을 하고 아침을 먹는등 일정을 소화했지만 친구들과 다시 같이 놀러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아미카가 워낙 피곤해보였던 터라 친구들도 내심 미안했는지 어디 가서 좀 쉬고 있어도 괜찮다고 아미카에게 권유했다. 아미카는 자신의 상태를 한탄하면서도 이를 따랐다. 그래도 일단 이곳저곳 즐겨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 아미카는 여유롭게 쉴만해 보이는 플라네타니움으로 가보기로 했다. 더운 날씨에 땀에 젖은 아미카의 모습은 썩 좋지 않아보였다. 아미카는 입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털석 주저앉곤 천장에 보이는 별들을 감상한다고 해야하나 그냥 멍을 때리고 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보고 있었다.
즉시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고개를 홱 돌리며 지나치게 직설적인 반문을 하는데, 표정이 처음부터 내내 무표정하니 초면인 사람에게는 이것이 되받아치는 건지 단순한 물음인지 분간하기 힘들 테다. 후미카의 속내는 당연히 그저 물어본 것일 뿐이지만.
테츠야의 간접적인 원망은 안타깝게도 묵살되었다. 정확히는, 후미카는 눈치채지 못했다. 상대가 괜찮다 하고 넘어간 일이었으니 해결됐겠거니 하고, 조금 전의 일에 더는 신경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그가 자신을 바라보니 할 말 있냐는 듯 테츠야의 눈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한다. 무심한 표정이 참 당당했다. 그것에 보태어 또 한 번 곧이곧대로 묻는 것이다.
"시원한 곳으로 가야겠다는 뜻이니?"
그에게는 아직 맥락의 언어가 어렵다. 사람들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날씨 이야기를 하는 등의 기본적인 화법은 그도 알고 있지만, 때로 중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말은 틀리는 일이 잦다. 간접적으로 가겠다 말한 것인지 친교 목적의 의미 없는 푸념인지 헷갈린다. 후미카는 긴 머리를 한쪽 어깨 앞으로 끌어모아 끄트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생각이 필요할 때 나오는 습관이다.
아키라가 안쪽에 앉겠다고 하며 자리를 잡고 앉자 아미카도 바깥쪽에 앉은 뒤 벨트를 맸다. 이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미카는 자신의 핸드폰이 주머니에 제대로 들어 있는지 잠깐 긴장하며 조금 더 깊숙이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능하면 앞만 보자는 아키라의 말에 아미카는 따르려고 했으나 얼떨결에 아키라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아키라는 손에 강한 힘을 주고 있었다. 그래, 무서워하고 있던 것이다. 아미카는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소리까지 내자 자기가 괜히 같이 타겠다고 못타는 사람을 데려온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상당히 당황했다. 일단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느린 것은 또 아니었다. 공중에 붕 떠서 흔들흔들거리는 놀이기구의 특성상 어떻게 보면 조금 아슬아슬한 면도 있었다. 롤러코스터럼 강한 속도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붕뜨는 무중력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그럼에도 아키라는 이런 놀이기구들에 꽤 약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분이 은근히 짜릿하고 내릴 때의 쾌감이 컸던지라 그는 이런 놀이기구들을 그렇게 강하게 잘 타는 편은 아니었으나 좋아했다.
괜히 줄을 두 손으로 꽈악 잡으면서 아키라는 막 들려오는 말에 겨우겨우 눈동자만 데굴데굴 옆으로 굴렸다. 바로 옆에서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흔들거리는 그네에 타고 있는 아미카의 모습이 아키라의 두 눈에 들어왔다.
"부, 부정은 하지 않겠지만 괘, 괜찮아요! 놀이기구는 원래 이런 맛으로 타는 거니까. 으어어...아아.."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얼굴에 강타할 때마다 그는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속도감이 살짝 올라가자 절로 바람과 스쳐지나가는 속도감이 그대로 그의 눈에 전해졌다. 야주 미세하게 떠는 것은 있었으나 그래도 내리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을 똑바로 뜨는 것은 아니었고 팔에 힘만 꽉 주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이타니 씨도 이쪽은 신경쓰지 말고 즐기시는게... 우와아아아!"
이내 줄이 가볍게 흔들리자 그는 괜히 다시 한 번 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웃는 것이 일단은 즐기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무언가 좀 이상한 상황 같긴 했지만 그래도 즐기고 있는 것 같긴 해서 아미카도 바람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조금씩 중간에 뜨며 움직일때마다 약간씩 움찔하긴 했지만 바람도 비교적 시원했고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옆에서 아키라가 소리를 내자 계속 걱정되는건 변함이 없었다. 복잡한 심정이었다.
어쩌겠는가. 놀이기구를 탈 때의 이 감각이 너무 짜릿한 것을. 바들바들 떨리면서도 뭔가 조금 조마조마하면서도 아슬아슬함. 스릴에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이 또 은근히 짜릿했기에 그는 이런 놀이기구를 좋아했다. 잘 타냐, 못 타냐. 라고 하면 당연히 못 타는 편에 속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란 법이 어디에 있겠는가.
바람이 다시 한 번 얼굴을 강타하며 시원하게 얼굴을 식히자 그는 절로 두 눈을 꽉 감았다. 자연히 스릴감이 조금 더 느껴지는 것 같아 그는 절로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타기 전, 딱 한 가지 걱정되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으나 어차피 학생회장의 위치상, 1학년 학생을 자주 볼 일은 없었다. 어쩌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고 자신은 올해가 지나면 졸업하지 않는가. 별 문제는 없으리라.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속으로 중얼거리던 아키라는 아주 살짝 눈을 뜨다가 다시 확 감았다.
꽉 잡고 버티는 와중에 점점 놀이기구가 끝이 날 생각인지 속도가 줄기 시작했고 그는 가볍게 그네가 완전히 멈추자 벨트를 풀고 땅으로 내렸다. 방금 전까지 꽉 주고 있던 힘을 풀며 아키라는 상쾌한 표정으로 두 손을 탈탈 털면서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요. 역시 놀이기구는 이런 맛으로 타야 재밌는 법이지. 이타니 씨는 재밌게 즐기셨나요?"
더더욱 감이 안 잡히는 요조라가 원하는 무언가. (흐릿) 아무튼 담 때문에 근육이완제를 먹어서 그런지 아주 살짝 졸려오는 감이 있네요. 어차피 내일은 아침에 나가봐야 하기도 하니 그냥 고집 안 부리고 이쯤에서 자도록 할게요! 요조라주가 일상을 돌릴 것이 있다고 한다면.. 내일 밤에라도 일단 가능은 할 것 같네요! 결론은 전 이만 자러 가볼게요! 모두들 안녕히 주무세요!
수학여행에 온다고 코로리가 잠의 신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양귀비는 어디든지 핀다구. 이번에 찾으러가는 양귀비에게서 나는 꽃단내는 그렇게 짙은 편은 아니었지만, 전교생이 다같이 수학여행을 온 인공테마파크에서 양귀비가 피었다는 점 때문에 몸소 움직이기로 했다. 놀아야하는데 못 놀면 천둥번개 치구 비 올거야! 코로리는 스스로를 정말 상냥하고 속깊은 신이라며 으스거렸다.
"양귀비 씨, 그러다 사냥당해도 몰라ー?"
코로리는 플라네타리움에서 양귀비를 찾았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멍 때리듯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했고, 옆자리에 살풋 따라 앉았다. 바라보고 있는 쪽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여름이라서인지, 겨울의 밤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플라네타리움으로는 남반구의 하늘도 볼 수 있고 오로라도 볼 수 있다던데, 코로리는 고개를 갸웃이며 무슨 별자리인지 헤어보았다. 별의 신인 쌍둥이 덕에 별자리 읽기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리는 오리온의 허리띠, 삼태성을 찾았다. 오리온 씨는 전갈 씨에게 쫓기는 중이라 사냥 못 할 수도 있겠다! 다만 조금 이상한 것이 있었다. 양귀비라고 부르기는 했는데 양귀비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한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190 괜찮다고 누누히 얘기하는데 어쩌겠나, 아미카는 자기 나름대로 즐기기로 했다. 눈을 감고 손을 위로 올리곤 바람을 즐기며 몇바퀴쯤 돌았을까, 서서히 속도가 줄기 시작하는게 느껴졌다. 아미카는 눈을 다시 떴다. 옆에 있는 아키라도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아마 저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즐기는 거겠지. 이제 내리라는 말에 아미카도 벨트를 풀고 내렸다. 아키라가 상쾌한 표정으로 재밌었냐고 물어보자 아미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미카는 남학생의 말에 가만히 있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알아야 할 게 많으니 그만큼 질문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나는 속되게 말해…… 눈치가 없는 편이란다. 다른 사람이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모를 때가 많아. 확실히 해두어야 오해가 없잖니."
말을 하다 만 데에 그는 큰 궁금증이 들지 않는 눈치다. 이유 있으니 하다 만 것이라 생각하고 구태여 캐묻지 않는다. 그 대신 멀뚱히 테츠야를 바라보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내민 손 안에는 물통이 들려 있었다. 이런 것이 나올 구석이 없는데 어디에서 챙겨 온 것인지 모르겠다.
"산에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떠니?"
듣기로 섬 안에 작은 산이 하나 있다고 한다. 산책로 정도의 길이라 그렇게 험하지도 않고 그런 곳은 다른 이용시설보다 사람도 적을 것이다. 그리고 후미카는 말을 하고 나서 곧이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산에 사람이 적은 이유는 그거였다. 제 입장에서야 그런 산은 산이라기보단 언덕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몸 쓰는 일과 등산이라면 질색을 하지 않던가. 특히나 여름에는 더더욱. 마찬가지로 '요즘 젊은이'에 속하는 테츠야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수학여행. 그 울림이란 뭐랄까 설렘이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3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수학여행이다보니 더더욱 그런 것이 있었고. 이번 수학여행은 자유롭게 노는 것으로 일정이 되어있다보니 유동적으로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 있었다가 혼자 있었다가 하곤 했다.
이번에는 친구들 중에 한 친구가 플라네타리움에 가보자고 했기 때문에 렌도 따라 나섰다. 별이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기 때문에 별을 유심히 관찰한 적은 없었지만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면 외진 곳에 있는 집 덕에 겨울 별을 한껏 보곤 했었다. 추워서 일찍 집으로 들어갔지만서도.
플라네타리움은 어두웠고 상영이 시작되기 전에 편안한 의자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던 중 마침 앉으려고 했던 의자 옆에 누군가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눈을 감고 졸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전에 만났었던 토와 선배였다. 사주었던 아이스크림이 당첨이었는데, 그 당첨 아이스크림도 당첨이었던 정말 운이 좋은 선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문 닫힌 체육관 앞에서 자신을 만났던 것도 정말 운이 좋은 것이 아니었을까?
작게 소리를 내며 아는 척을 하려다가 자고 있다는 것을 보고는 옆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일어나면 인사를 해야지 하고서. 그런데 옆에서 토와가 조금 꿈을 꾸고 있었는지, 뒤척이는 것이 느껴져 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가 제 팔을 꽉 잡는 탓에 깜짝 놀랐다.
앗, 하는 소리를 냈다가 이내 깨어나 사과를 하는 토와의 모습에 렌이 말했다.
“토와 선배. 저도 반가워요.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악몽이라도 꾸셨어요?”
렌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토와의 잠긴 목소리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다.
깨어난 토와는 렌을 보고.. 플라네타리움을 보고.. 상황을 적절히 이해했습니다. 렌이 악몽이었냐고 묻자 잠깐 고민하네요.
"악몽이라기보다는... 기억의 정리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곧 휘발될 겁니다." 원래도 창백한 편에 속하긴 했지만. 지금은 안색이 악몽 꾼 듯이 심하게 창백한데요. 힘없는 목소리로 물이 어디 있었는데. 라며 자리 옆을 뒤적거리자 약간은 미지근해진 생수병 하나가 나옵니다. 까득하는 소리와 함께 물을 마시면 조금 안색이 나아지네요.
"수학여행을 즐기느라 좀.. 열심히 돌아다녀서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약간의 변명같은 말을 하며 몸을 조금 편하게 기댑니다.
"세이 군은... 역시 별을 보러 오신 걸까요" 곧 시작한다고 하니 볼 만하겠다고 말을 하려 합니다.
그래도 자기가 눈치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고치려고 노력하는건 훌륭한 일이 아닌가. 그래도 그렇게 계속 질문하는건 상대방에 따라서는 많이 귀찮다고 생각될 것 같았다. 그것도 눈치가 없으니 알아챌 수 없는거겠지. 그래도 계속 이어나가는건 여태까지 질문공세에 당한 사람들의 상냥함이 있기 때문일거야. 생각보다 좋은 곳이잖아 이 고등학교!
"너는 이런 산은 전혀 힘들지 않다 이거지?"
미리 물통도 준비한걸 보면 이미 산에 갈 생각이었으리라. 역시 실전압축형근육녀라고 해야겠지. 이렇게 놀 수 있는 환경에서도 근육을 잊지않는다. 그런 생활을 했기에 얻을 수 있는 근육..
"산이라."
물통을 바라보며 말했다. 덥고 습하고 힘들고. 역시 귀찮다. 주사위를 굴려 성공이 뜨면 가는걸로 하자.
"기다려봐."
말하고 20면체 주사위를 떨어뜨렸다. 나온숫자는 15. 겨우겨우 성공인가.
"그래서 산은 어디야?"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위치도 몰랐다. 애초에 있는지도 몰랐는걸. 굳이 이런 놀기좋은곳에서 누가 산을... 가는 사람이 있네.
기억의 정리라고 하기에는 안색이 창백했다. 이전에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래도 어떻게 묻기에는 친한 사이도 아니고 또 안 좋은 기억을 꺼내어 이야기해도 서로 불편해질 것 같아 말을 아꼈다. 물을 마시며 조금 안색이 나아지는 모습에 다행이라고 느끼며 토와의 말에 대답했다.
"다른 이들이 꽤 볼만하다고 해서 와봤어요. 그렇게 별에 지식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요. 토와 선배는요?"
렌이 작게 웃으며 이어 말했다.
"그래도 열심히 놀다가 오면 조금 쉬어가는 그런 코스 인 것 같기도 해요. 눈도 즐거우면서 몸도 편한 그런 느낌?"
확실히 공간이 매우 편안해 보였기에 하는 말이었다. 토와가 졸고있었던 것을 보니 별을 보면서 쉰다는 것이 아예 쉬어버리는 느낌이지만서도.
>>279 ㅋㅋㅋ사실 나도 딱 이렇다한 생각을 하고 말한 건 아니야. 같이 무언가 타거나 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로봇물고기 움직이기 체험이나 닥터피시 체험같은 것만 떠오르네(멧돌 돌리기) 그냥 수족관 내에서 구경하다가 마주쳤다는 것도 괜찮고~ 아니면 부딪혀서 물건을 쏟았다거나 그런 것도 괜찮고....(고민고민) 미즈미주는 생각나는 거 있어~?
코로리는 두 손을 모아서 꽃받침 모양을 만들었는데, 꽃송이가 된 것은 코로리가 아니라 아미카였다! 피곤해보이는 아미카의 얼굴 아래, 뺨이나 턱에 닿지는 않을만큼 조금 거리를 두고서 손을 갖다두었다.
"그리고 저기 사냥꾼 씨."
오리온 자리를 바로 곧게 가르킨다. 오리온의 주변에는 큰 개와 작은 개, 토끼, 황소도 있었고 쌍둥이도 있었다. 코로리는 사냥 당하고 싶었던게 아니라면 동물원에 가고 싶은 거냐고 물어보려다, 아미카의 질문이 더 빨랐다. 누구냐고 물어보거든 언제나 교복 명찰을 함께 보여줬었는데, 수학여행 중이라 교복을 입고 있을 리는 없었다. 오리온 자리를 가리키던 손가락이 쌍둥이 자리로 움직인다. 나 쌍둥이니까, 별님이랑 쌍둥이니까ー 쌍둥이 별님들 자리 하나는 내 자리야!
"나는 저기 쌍둥이 중에 하나할래!"
그러고서 코로리는 고개를 길게 갸웃였다. 기운채로 아미카를 깜빡깜빡 바라보면, 역시 애매하다. 활짝 핀 양귀비는 아닌데! 빤히 아미카를 바라보는 시선이 끝나질 않는다! 잠이 부족하다기에는 많이 잔 것 같은데, 꽃단내는 지금도 나고 있는데다 영 피곤해보니 코로리에게는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아침에 잠깐 깼다가 지금 다시 일어났다니 내 휴일 반절 。゚(゚´ω`゚)゚。 그렇지만.... 어린이날이라는 거, 지친 어른들에게 휴일을 주는데다 모두의 어린 시절 픽크루를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날이지 ( ´∀`) 다들 꼬꼬마 시절 너무 귀여워서 볼 꼭 쥐고 말랑말랑해보고 싶어, 말랑말랑말랑......
"별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과학적인 것이 주니까요" 여기에서 연주시차니. 절대밝기니. 별의 크기와 질량에 반비례하는 수명이라던가.. 셰페이드 변광성이나 고대의 북극성과 현대의 북슥성과 미래의 북극성 예측 같은 걸 말하는 건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테니... 입을 다뭅니다.
"아.. 저는 편하게 있을 수 있다. 라고 들어서요" 확실히 편안하기는 했나 봐요. 라면서 좀 졸아버린 걸 보면 말이지요. 라고 답합니다. 그치만 토와를 졸게 만든 건 굉장한걸? 토와는 아무리 지루한 수업도 안 졸고 끝까지 들을 거니까...
"열심히 놀다가 조금 쉬는 데엔 확실히 좋다고 생각해요" 세이 군은 어떤 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아미카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상황을 대충은 이해한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양귀비라는 것일탠데..그리곤 하늘을 가리키며 저게 사냥꾼이라고 했다. 아마 별자리 얘기겠지. 아미카는 별자리에 대해선 엄청 잘 아는건 아니지만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저게 오리온 자리인가였지.. 오리온은 사냥꾼인 모양이다. 그리고 아마 저게 쌍둥이 자리라 쌍둥이라고 한 것일거고..
"어..그러니까 제가아.. 양귀비란거죠..? 그리고오.. 쌍둥이신 것 같고오.."
아미카는 그렇게 말했지만 정확히 뭘 어찌해야할진 몰랐다. 원래 생각대로였다면 플리네타리움에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든 체력이라도 회복해서 숙소로 돌아가든 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만났으니 말이다. 저렇게 상대방이 빤히 쳐다보는 상황에 아미카는 약간 긴장해서 얼굴에 맺히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308 아앗 그렇구먼 일이 잘못했다!!!! 새벽 3시 퇴근은 너무 했다....~~~~ 이번 휴일 잘 놀다 가는 것이야...
1. 갑자기 몸이 5살 어린이 시절로 돌아가서 작아진다면?! 그러면 결혼을 못하잖아 에에 무리무리- 라고 말하지만 아무튼 5살 모습이겠다 어린이들만 들어갈수 있는 키즈 카페라든가 키자니아같은 곳을 공략하려하지 않을가. 5살이면 엄청 어려서 혼자서는 무리일지도 :3
2. 5살 꼬꼬마 자캐에게 사실 산타할아버지는 없다고 말한다면?! 사실... 미즈미는... 어... 나이 감각으로 설명하기 뭣한 존재라서 (강이 원본) 아마 산타가 없다면 엥 당연하지 떼잉 라때는 어? 성탄절? ㄱ런 이상한 건 없었어~~~ 색목인 신이 뭐가 좋다고 떼잉... 드립 나올 수 있다...
3. 마시멜로 실험! 5살 꼬꼬마 자캐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15분동안 먹지 않으면 마시멜로를 2개 준다고 했을 때 무슨 반응? 위와 동일하게... 정신연령은 지금이랑 큰 차이 없겠지만 그래도 미즈미는 식욕 없고 걍 앞에 있는거 먹을 것 같은 인상이라 바로 입에 집어넣고 말것 같네 ㅋㅋㅋㅋ
아차, 코로리는 아미카가 얼굴에 뭐 묻은 거라도 있느냐 물어봤을 때야 자신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 번 시선을 거두었다가 다시 물끄러미 아미카를 향한다. 그치만 나 잠의 신으로 평ー생! 엄청 많이 많이 살았는데 이렇게 헷갈리는 건 처음ー 아니다!
"양귀비 꽃잎이 묻은 걸까 고민 중이었는데ー"
잠꾸러기들은 잠을 자도자도 피곤해하고는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자서, 남들보다야는 많이 잤지만 피곤해하는 잠꾸러기들! 코로리는 그런 잠꾸러기들을 좋아했다. 보통은 어린 아이들이 그래서 코로리는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이 꾸는 꿈도 좋아했는데, 눈 앞의 아미카도 어린 아이는 아니었지만 잠꾸러기인 걸 아닐까 싶어 화색이 돌았다. 헷갈리던 중에 정답을 찾은 것 같아 들뜨기도 했고, 잠을 좋아하는 잠꾸러기를 잠이 싫어할 리가 없지이! 내가 잠이니까!
아쿠아리움에는 친구들하고 한 번 구경을 왔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보다보면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 더 있고 싶어도 친구들의 걸음에 맞춰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하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그래서 렌은 아쿠아리움에 한 번 더 방문해서 느긋하게 혼자서 물과 물고기들을 보고 있었다.
원통형으로 사방으로 물이 가득찬 공간에서 빤히 가오리나 상어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펭귄이 있는 사육장에서 펭귄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육지거북이나 바다거북들이 느릿느릿하게 밥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다. 물이라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친숙해서 아쿠아리움 가득한 물내음에 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하고 가느라 지나쳤었던 닥터피시 체험도 혼자서라도 해보고 싶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닥터피시 체험 장소 옆에는 로봇물고기들이 물속을 헤엄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것들을 보면서 닥터피시 줄의 끄트머리에 섰다. 로봇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것이 신기해서 그것을 보다가 자신의 앞에 선 사람이 미즈미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아….’
렌은 속으로 조금 곤란한 느낌이었다. 2학년 들어서 전학온 이 여학생은 왜인지 모르게 자신을 볼 때마다 아니꼽게 쳐다봤기 때문이었다. 억울한 것은 자신은 그 여학생을 처음 본 데다가 마주친 일도 없으니 잘못한 일도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혹시 제가 자신도 모르게 뭔가 잘못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그 생각은 며칠 전 합동 체육 수업에서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공을 맞추고 사과했을 때 들었다. 물론 공이 아팠던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이미 줄을 섰는데 대놓고 피하는 것도 조금 이상할 것 같아 렌은 묵묵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이 엄청 길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마 곧 차례가 돌아올 것 같았다.
>>310 몸만 어려진 밋쨩 결혼 못한다는 거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확실히 5살 꼬꼬마가 혼자 돌아다니면 정신은 그대로여도 어른들이 보호자 찾아버리겠지~! 내가 보호자 해줄래, 키즈카페 가자 밋쨩 (*´ω`*) 라떼는 성탄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밋쨩 성탄절이라고 선물 주면 기뻐하겠지?! 좋아하겠지?! 마시멜로 한박스 가져다줄테니까~!
코로리는....
>>308 1. 갑자기 몸이 5살 어린이 시절로 돌아가서 작아진다면?! 꼬꼬마는... 고등학교 안 가! 코로리는 학교 안 가도 되는 이유가 생겨서 신나 ( ◠‿◠ ) 어린아이의 신 같은 분이 장난친걸까 고민하다가, 쌍둥이 세이한테 가서 이거 보라구 자랑하지 않을까~! 말고는 늘어지게 낮잠자구 일어나서 집 밖으로 나갔다가 아는 얼굴들 보이면 장난치지 않으려나?!
2. 5살 꼬꼬마 자캐에게 사실 산타할아버지는 없다고 말한다면?! 코로리는 5살이든 뭐든 상관없이 산타가 있다고 믿고 있어서, (신도 있는데 산타가 없겠어!) 그리고 많은 어린아이들의 꿈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런 말하면 그렇게 거짓말하구 다니니까 산타할아버지를 못 만나는 거라구 말하면서 삐져 ( ´∀`)
3. 마시멜로 실험! 5살 꼬꼬마 자캐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15분동안 먹지 않으면 마시멜로를 2개 준다고 했을 때 무슨 반응?! 먹고 싶은 거 꾹꾹 참았다가, 결국 모서리 쪼끔 떼어먹고 말아~! 모서리 떼먹은 걸 모르고서 새 마시멜로 하나 더 받게 되면.... 일단 새로 받은 하나는 쌍둥이 세이한테 주고, 모서리 떼먹은 건 마시멜로 준 사람한테 이실직고 해 ( ´∀`) 사실 이만큼 떼어먹었다구~!
>>313 어린이 팬으로 위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미카 정말 찐팬 덕후의 모습 너무 귀여워, 근데 왠지 어른들이 어린 아이는 이런데 오면 안된다고 보호자는 어딨냐고 막아서 못 들어갈거 같지 ( ´∀`).... 누가 아미카한테 산타 없다 그랬어, 못된 사람이야 못된 사람~! 악몽 꿀거야~! 3번 마시멜로 부모님한테 갖다주는 거 너무 귀여운데, 만약 마시멜로 대신 아미카가 좋아하는 간식이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코로리진단 1. 엄청 당황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멍멍이가 되었을 때보다 더 당황할 것 같아. 일단 맞는 옷도 없을거고 집에서 어떡하지 하면서 얼타고 있을지도….?
2. 5살의 렌은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었었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 그럴 리가 없다고 조곤조곤 반박하기. 작년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줬었으니까, 산타할아버지는 있는거야 하면서.
3. ㅋㅋㅋㅋㅋㅋ 이번 질문 왜이렇게 다 귀여워? 렌은 눈 앞에 마시멜로 있는 거 꾹 참고 버티는데 너무 괴로우니까 막 양 손으로 눈 가리고, 마시멜로 안 보이게 탁자밑으로 꾸물꾸물 들어가서 숨고. 그러면서 있는지 없는 지 다시 확인하고, 또 괴로워하고 하다가 나중에 두 개 받고 활짝 웃으면서 옴뇸뇸 할듯
"심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만일 심했으면 하루종일 누워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보니 배멀미를 하다 배에 익숙해지면 육지멀미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가? 아파보이는 분위기라던가. 가냘픈 듯한 분위기로 토와가 굉장히 연약해보일 수는 있으나. 토와는.. 179의 키에. 그에 걸맞는 기본 몸무게가 있다...
"별을 닮은 그런 기념품이나.. 공연 관련 기념품도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나네요" 적절한 가격의 보석 제품이라던가? 같은 것도 있다고 들은 기분.
"음.. 저도 괜찮겠네요." 같이 몇번정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렌의 말에 동의하는 토와입니다. 공연이 마치고 나면.. 추첨이 걸릴 것 같은데요. 어떤 방식이려나?
>>322 귀 여 워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황한 꼬꼬마 렌 학교 왜 안오냐고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연락해갖고 폰에 연락 불나기 시작하면 어떡해 ㅠ 2번은 산타할아버지를 믿을 거 같은 나이라서 일부러 5살로 픽스했지~! 맞아맞아 산타할아버지는 있는거야, 절대 있어 그렇고 말고 응응! 이번 질문이 다 귀여운 이유는.... 어린이날 에디션이기 때문이야~! 꼬꼬마 렌 마시멜로 참는거 너무 귀여워서 탁자 뿌실 거 같아.... 。゚(゚´ω`゚)゚。 마시멜로 한 박스 여기도 대령해야겠어~!
수학여행. 나는 이번이 첫 여행인지라 아쿠아리움도 신기하고 놀이동산도 신기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땀이 흘러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곤란해서 도망쳐오듯이 도착한 곳이 이곳 아쿠아리움이다. 나는 수족관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 아는 얼굴들이라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기만 했다.
펭귄, 그래 이건 좀 신기하고 저기 로봇 물고기도 무척 신기한데 마침 저기 지나가는 렌은 그보다 더 신기했다. 쟤가 왜 여기서 나와. 나는 그때부터 심기가 불편해졌는데 첫째로, 혼자 다니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친구들이랑 잘 놀고 다니기는 하는지가 의문이요, 둘째로는 애가 눈 빼고 죄다 그 망할놈을 닮아있으니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딴청을 부리다가 대충 아무 줄에나 들어가 섰다.
닥터... 닥터 피시 체험? 이건 또 무슨 체험이래. 나는 딴청부리다 안내 책자를 읽고 또 틈틈히 앞으로 걸어가다가... 제 바로 뒤에 선 사람이 너라는 사실을 진즉에 깨달았다. 아깝다. 실수인 척 뒤에서 신발이나 마구 밟아주면 이 짜증도 좀 가실까 싶은데 말이다. 나는 등을 돌려 너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눈은 또 엄마를 닮아서 무어라 한 마디 하려는 마음도 짜 식는다. 얘 엄마는 보기에 귀엽고 아름다운데, 처녀였을 적에는 얼굴 마주치면 빵긋빵긋 웃고 또 물결치듯 눈웃음을 짓는게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보기 힘들지만. 이게 다 그 인간놈이랑 너 때문이다.
"그렇게 죽상짓지 말고 웃는게 어때요? 기분 나쁘게."
내가 누구에게나 존댓말하고 다니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내 손자뻘 되는 애한테 존댓말을 따박따박 써주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애가 뭐가 귀엽다고 대우해줘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고개를 획 돌려 행사장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 비린내가 훅 끼쳤다. 나는 설렁설렁 그 비린내를 내쫓고는 자리에 앉았다.
...바로 뒤에 있는 네가 바로 내 옆에 앉을 거란 사실을 알았다면 아까 그 말을 해놓는게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참 어색하다.
>>32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이가 학교 다녀오는 동안 얌전히 집에 있을 확률..... 그런거 굳이 어렵게 계산안해도 0이랑 비슷할테니까 ( ◠‿◠ ) 아마 세이가 등교한다고 할 때부터 바닥에 누워서 학교 가지말라고 땡깡피우지 않을까.......... 만약 세이가 어려졌다면 리리는 오빠 돌봐야하니까 학교 안간다고 했을 거라 ( ´∀`)
별을 닮은 기념품이라… 공연이 마치면 꼭 구경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장에 별을 보여주는 것은 꽤나 재미있었고 볼 만 했다. 자세가 너무 편해서 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공연이 끝나자 사회자가 나와서 추첨이 남아있으니 아직 자리에 남아달라고 한다. 아무래도 추첨이라는 것이 따로 참가해야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입장할 때 받은 티켓에 번호가 적혀져 있대요.”
사회자가 경품과 함께 번호를 뽑으면 그 번호와 같은 번호를 가진 이가 경품을 받아가는 구조인 모양이었다. 렌은 자신의 티켓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고는 사회자가 자신의 번호를 부르길 기다렸다. 마침내….
.dice 1 100. = 81
1-30 끝까지 번호가 불리지 않았따 31-50 별모양 열쇠고리 50-70 별사탕 한 병 70-90 주먹만한 모양의 별이 테마인 스노우볼 90-100 탄생석 목걸이
>>320 어라? 이신.... 좀 괜찮을지두? 하면서 성탄절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두... 하겠지 ㅋㅋㅋ 어어 진짜 신이 있건 말건 휴일 만들어주는 신이 최고다 이말씀~~~~ 마시멜로는.... 받으면 코로리 주겠지만 ㅋㅋㅋㅋ 아........ (너무 단 거 잘 못먹음)(떠오르는 정크푸드의 화신... 코.로리...)
이잉 그나저나 코로리는 귀엽네 5살짜리 애기 코로리 붙잡고 볼 말랑이처럼 30번 만지는 상상.... 조금씩 떼어먹었다고 마시멜로 안 줘서 쿠궁 표정으로 날 다시 쳐다보게 만들고 싶어
>>314 여자는 잠시 시선을 피하는 듯 싶더니 다시 아미카를 바라봤다. 양귀비 꽃잎이 묻었다니, 그게 뭐지? 내가 양귀비가 아니란건가? 뭐 어차피 상황이 잘 이해가 안되니 아미카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때, 상대가 잠꾸러기 씨냐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잠이 많은건 맞으므로.
"아.. 네에.. 잠꾸러기라면 맞을 수도 있겠네요.. 많이 돌아다니고 잠은 4시간 덜 자서.."
아미카는 그렇게 말하곤 한번 더 하품을 했다. 근데, 잠깐. 어떻게 이걸 알 수 있는거지? 물론 본인이 피곤해보이는 인상인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사람이 그냥 며칠 잠을 못잔건지 그냥 잠이 많은건지의 판단은 쉽지 않을탠데? 아미카에게 궁금증이 생겨났다.
>>3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학교 가려다가 그렇게 땡깡 피우면 쓰읍, 한번 소리 내고서 ... 고민 좀 하다가 안갈것 같고 ... 세이가 어려져서 리리가 학교 안간다고하면 걱정말고 다녀오라고하다가 어디 선반에 손이 안닿아서 한참 끙끙대다가 ' 리리 ... 이것 좀 도와줘 ... ' 할 것 같네요
잠꾸러기래! 잠꾸러기 씨래! 코로리는 방글방글 웃으면서 반가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거나 어떻게는 졸음을 몰아내려고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 중 잠꾸러기를 만난다면 새하얀 백모래사장에서 제일 예쁜 조개껍데기를 주운 것처럼 기뻤다.
"ㅈ, 잠꾸러기였으면 좋겠어서!"
들떠있다가 질문 한 마디에 땅으로 떨어졌다. 쿵 하고 놀란 코로리는 어떻게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얼버무린 수준이었다. 잠꾸러기였으면 좋겠어서 잠꾸러기이느냐고 물어본 것 뿐이라고 답하는게 그럴 듯 할지 말지도 모르겠는데, 한 번 버벅이며 의심을 사기 좋게 만들어버렸다. 코로리는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들키면, 또 들키면 혼나는 걸로는 안 끝날거야ー! 코로리는 무릎을 모아 예쁘게 앉더니, 자신의 무릎을 톡톡 두드린다.
렌은 제가 뒤에 서자 미즈미가 훽 뒤를 돌아 하는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눈을 깜빡거리며 얼타는 표정으로 미즈미를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희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학생ㅡ더군다나 눈도 감고 다닌다ㅡ은 전에 만난 적도 없는데. 만났던 적이 있다면 분명 기억이 나지 않을리 없는 눈에 띄는 외향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이에게 적의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수영부 내에서 여름 대회를 앞두고 다들 예민해져 있는데, 단체전에 자신이 기록이 좋다는 이유로 선배들을 제치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눈치가 보이고 있는 것도 있었고. 특히 자신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밀려난 선배는 저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있지 않던가. 묵묵하게 연습을 해내고 있고 자신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후배들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은 영 체질에 맞지 않았다.
웃으라고 해도 그렇게 기분 나쁘다는 말을 하면…. 웃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화를 내기도 애매했는데, 미즈미는 훽 하니 또 몸을 돌려 가버리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렌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따라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딱 자신까지 줄이 끊기고 안내하는 분을 따라 자리에 앉으니 미즈미가 바로 옆자리였다.
이게 기회일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지 않는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착각을 했다거나 하는…. 그러니까 그런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렌이 자리에 앉으면서 안내에 따라 신발이나 양말 따위를 벗어 안내원이 준 바구니에 담고 발을 씻으라고 준 물에 발을 씻고 난 뒤에 닥터피쉬들이 있는 수조 안에 발을 담궜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물고기들이 발과 종아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렌은 옆자리의 미즈미에게 조심스럽게 통성명을 하는 느낌으로 말을 걸었다.
“저, 사이카와 미즈미 씨 맞지? 옆 반에….”
그렇게 대놓고 자신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저절로 옆반 친구를 통해 누구인지 확인을 했던 터였기에 이름은 알고 있었다.
>>329 아 당연히 휴일 만들어주는 신님이 최고고 대빵이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밋쨩 귀여워~! 헉 마시멜로 다 코로리 주는거야?! 밋쨩..... 개구리.... 한 박스..... 주는게 더 좋으려나?! 코로리는 마시멜로 받으면 눈깜빡할때마다 볼에 하나씩 넣고 있지 않을까 ( ◠‿◠ ) 임마 밋쨩이 줬다지만 거절은 한 번 해야하는 거 아니니. 이잉 볼말랑이는 나도 밋쨩한테 하고 싶은데 우리 교환할까 (*´ω`*) 앗 마시멜로 안 주는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쿠궁 하고 쳐다보다 못해 어디 못가게 꼭 붙잡고서 여기 쪼금 먹은건데 정말 안 주느냐고 떼쓸거야 ( ´∀`).........
>>331 카루타주 안녕, 오랜만이야~! ( ´∀`) 픽크루도 귀엽고 진단도 귀여워~!카루타도 키즈카페 가고 싶어하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이요가 크리스마스도 챙겨주고 있던거야?! 타이요 역시 육아(?)만렙이었잖아~! 맹랑한 카루타도 귀여워 응응, 15분 참았으니까 15개는 더 줘야하는 거 아니겠어?! 마시멜로 실험하는 사람이 나빴다~!
>>332 리리가 떼써서 안가는거야?! 리리는 좋다고 맨날맨날 몸 작아지면 좋겠다고 하는거 아니려나 몰라 ( ◠‿◠ ) 작아진 세이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손 안 닿는거봐..... 리리 세이가 오빠노릇하던거 흉내(?)낸다고 할 일은 스스로 해야한다구 잔소리하면서 세이 안아올려주지 않을까~! 이제 손 닿으니까 세이가 해! 같이..... 치사한 리리 ( ´∀`)
>>334 원인에게 피해보상......... 어떤 보상 받으려나, 역시 하루 정도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그런거?! 2번 질문 뼈 아파...... 5살 꼬꼬마 토와에게 뼈가 가루되도록 맞아버렸는데 하지만 그런 꼬꼬마 토와도 귀여워, 똑부러진 꼬꼬마 토와~! (*´ω`*) 앗 난 마시멜로 시험 처음 알게 된거 초등학생 때였는데~! 토와는 똑똑이니까 아려나?! 2개 받은 마시멜로는 맛있게 먹었니?!
>>339 아미카 머리 길었는데 조금씩 짧아진거였구나!!!!! 계속 짧은 숏단발 고수한 건 아니었나보네!!
자신이 잠꾸러기라는 말에 웃는걸 보고 아미카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물론 맞춰서 좋으니까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마치 내가 잠꾸러기면 좋은게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아예 자기가 직접 아미카가 잠꾸러기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말까지 했으니 무언가 있는 것 같긴 했다. 아미카는 내가 잠이 많아서 이득인 사람이 누군지 생각했다. 하지만 저 사람이 수면 클리닉 의사 같은것도 아닐탠데.. 설마?
"혹시.. 무언가 이상한 의도가 있는건 아니겠죠..?"
무언가 매우 이상하고 어설픈 느낌도 있었지만 도저히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기에 아미카의 머리는 복잡했다. 무릎배개를 해주겠다고 다리를 모으는 것도 그랬다.
이제 두 번 정도 마주쳤으니 친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친하지 않다고 하기도 그렇다. 렌은 가볍게 한 말이었으니 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다른 타격은 없었다.
“그렇죠? 오봉 전에는 다녀오는 게 좋겠죠. 음, 그 후라도 날씨가 괜찮으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주변을 둘러보니 이러저러한 장신구가 꽤 많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가 청룡 반지 이야기에 눈을 깜빡인다.
“청룡반지 그거 최고 포인트 모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거였죠? 그거 팔기도 하는 거였나요?”
렌이 모르겠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리고 토와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기념품을 둘러보다가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정말로 야광 별로 이루어진 모빌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여러 줄로 이루어져 있었고 중간중간 야광 별들이 달려 있었는데, 끝에 유리 막대와 유리구슬이 달려 있어 바람이 불면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저는 이거를 살까 해요.”
처마에 달아두면 낮에도 반투명한 별과 유리들이 빛을 받아 예쁠 것 같았고 밤에는 스스로 빛을 내어 예쁠 것 같았다. 바람이 불면 후링처럼 예쁜 소리도 낼 것 같으니 더 맘에 들기도 했고.
이상한 의도라니! 코로리는 쿠궁 머리 위로 바위덩어리가 두세개 굴러떨어진 거 같았다. 황급하게 고개도 도리도리 젓고, 손사래도 치고 정말로 다급히 부정한다. 코로리가 인간에게 나쁜 짓 하겠다고 해봤자 악몽을 꾸게 하는 것 정도였다. 그것도 심한 악몽은 너무하니까, 레고 밟게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발가락을 문지방에 찧거나, 쇼트케이크 위의 딸기를 누가 훔쳐먹었다거나 하는 것 정도나 생각해봤는데, 그렇게 쳐다보면 상처받을거라구! 풀이 죽어서 의기소침하게 아미카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무릎 베개하구 자면 잠이 잘 온다구 할까, 조금 자도 푹 잔 것처럼 개운ー해진대."
거짓말이다! 무릎 베개라서가 아니라 그 무릎의 주인이 잠의 신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한 말이지만 스스로 듣기에도 수상하고 이상해보였다. 쩔쩔 매고만 있는 코로리는 의심받는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잠꾸러기가 졸려 한다니 꼭 자장자장 피로를 풀어주고 싶기도 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잠꾸러기 씨가 양귀비 되게 둘 수는 없잖아! 양귀비는 많지만 잠꾸러기는 적다구, 다 늑대가 물어갔어.
격하게 부정하곤 풀이 죽은 여자를 보니 아미카는 왠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진짜 나쁜 사람이었다면 멍때리고 있을때 몰래 물건을 빼가도 되었을 거고 타이밍은 많았는데 이렇게 말까지 걸었다면, 믿긴 힘들지만 진짜로 자라는 목적에서 온 것 같았다.
"아..으으음.. 그렇다며언.. 잠깐만 그래볼까요..?"
별 도리도 없었기에 아미카는 한번 무릎배개를 해보고 쉬기로 했다. 그래서 기대려는 찰나, 아직 이름도 제대로 모른다는게 생각나 다시 질문했다. 이름 정도는 알아도 괜찮지 않겠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아, 그런데에..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아직 이름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은데에.."
그녀가 재밌었다고 하니 제가 더 할 말은 없었다. 자신도 충분히 재밌게 탔으니까. 물론 상대 눈에는 꽤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고 사실 실제로도 그랬으니 아키라는 그에 대해서 변명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무서운 맛으로 타는 것이 놀이기구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러했다. 놀이기구 안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는 괜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괜히 소리를 내어 웃었다.
"어디에 소문이라도 내려고요? 학생회장은 놀이기구를 타면서 상당히 무서워하는 겁쟁이야. 라고 말이에요."
튀어나온 목소리에 연한 날카로움이 발려있었다. 분명히 웃는 표정이었지만 마냥 웃는 모습은 아닌 것이 약간의 위압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장난이라는 듯, 그는 소리를 내며 웃다가 기지개를 위로 쭈욱 켜며 뻣뻣한 몸을 풀려고 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도리도리 저으면서 이야기했다.
"딱히 주변에 말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제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저도 굳이 이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사람마다 강한 게 있고 약한 게 있는거고... 저는 제 방식대로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는 거니까 숨길 이유도 없고요. 물론 저 학생회장은 멋지게 탈 것 같아. 되게 멋지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환상이 깨질지도 모르지만... 그것까지 제가 신경써야 할 이유는 없고요."
자신에게 환상을 가지는 것은 자유이나 그 환상을 충족시켜줄 필요를 아키라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서 자신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이가 그 환상을 깬다고 한들, 자신이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남이 환상을 가지는 것이 자유라면, 그 환상을 유지시키지 않는 것은 자신의 자유였기에.
"그러니까 말한다고 해서 왜 말했어!! 이런 말을 하진 않을테니까 안심해주세요. 아. 혹시 이타니 씨는 조금 실망했을까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끝인 이야기였다. 거기에 더 추가로 이야기를 더 할 것은 없었다. 말해도 상관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굳이 자신의 이것저것이 소문으로 퍼지는 것을 환영하고 좋아하는 것은 또 아니었으니까. 그 와중에 뜨거운 태양빛이 하늘에서 자신의 얼굴을 쬐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는 슬그머니 근처에 있는 그늘로 들어갔고 그녀에게도 이곳으로 들어오라는 듯 살며시 손짓했다.
"환상이라. 어떤 것들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진실이 아닐 거예요. 그냥 말 그대로의 환상일테고요. 새롭고 인간적인 시미즈 아키라야말로 진짜 시미즈 아키라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그는 굳이 그것을 묻지 않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굳이 자신이 다 듣고서 이건 아니고 저건 맞고. 그렇게 분류를 할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역시 그럴 필요는 없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두 어깨를 으쓱하며 가만히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미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타니 씨는 이후에 어쩌실건가요? 저는 이대로 조금 더 다른 놀이기구를 찾아서 돌아볼까 싶은데. 이번엔 저기에 있는 롤러코스터라도 하나 탈까 싶어요. 재밌을 것 같거든요."
그가 가리키는 곳에선 그야말로 수직으로 내려찍는 코스가 두 개 있는 롤러코스터가 있었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면 정말로 끔찍한 공간이었을지도 모르나 아키라에게 있어선 재밌어보이는 놀이기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 방금 엄청 구차했지이. 아미카가 그럭저럭 넘어가주어서 다행이라고 느끼고야 있었지만, 이른바 흑역사라고 하는 걸 갱신했다는 확신이 지워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대화 주제를 바꿀 수 있었던게 너무나 민망했다. 차라리 계속 의심받았다면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의심받다가 정체를 들키면 그것만큼 최악은 또 없다. 부끄러움 정도야 참아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코로리의 귀 끝이 빨갰다.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서 제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분명 아까랑은 다른 의미로 이상해졌을거야ー.
"아, 나ー 이자요이 코로리! 잠꾸러기 씨는?"
잠꾸러기 씨, 4시간 덜 잤다구 했지! 모자른 만큼만 깊이 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코로리는 자신의 무릎을 두번 쓸어내렸다. 남들 보기에는 먼지라도 있을까 터는 것처럼 보였을테지만, 원래라면 머리를 쓰다듬어줬을텐데 그러기에는 퍽 조심스러워서 조금 다르게 해보았다. 머리까지 쓰다듬으면 완전 완전 이상하게 볼 지두 몰라…. 특히나 잠꾸러기에게 미움받기는 싫었다.
"자아, 이제 자장자장 시간이야."
아까까지 부끄러워하고 의기소침해하더니 지금은 제법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따뜻하게 풀려있는 웃음 모양새가 자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 아미카 얼마나 자려나?! 오래 잘 것 같은지, 조금 잘 것 같은지 궁금해서~! ( ´∀`)
>>396 어떤 상황이 좋으려나 고민고민되는걸? 음음 일단 렌은 별보기랑 아쿠아리움은 갔었어서 그것 빼고면 오케이일 것 같아. 놀이동산이나 다른 곳들도 한 번쯤 다 가볼 것 같아서 어디든~ 아니면 콘도에서 만날 수도 있고. 뭔가 지난번에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엔 도와주고 싶은 느낌인데 딱 생각나는 게 없네~ 요조라는 어디에 있을 것 같아?
>>414 요조라 놀이기구 타는거 좋아하려나? 렌은 롤러코스터 더 타고 싶은데 친구들이 싫다고 가버려서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수도 있고. 카페테리아에서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저녁밥 먹으러 온 상황이려나? 요조라는 사파리는 별로이려나? 어쩌다보니 옆자리에 타게 되었다도 좋은 상황일 것 같고?
머리를 너무 돌린 탓이었을까, 아미카는 몸이 많이 무거워진 느낌이긴 했다. 가뜩이나 힘들고 피곤한데 힘이 더 빠진 아미카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 바라본 코로리의 미소는 상냥해 보였고 무릎을 쓰다듬는것도 거들어주었다. 아미카는 거기서 원인 모를 부드러움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그..그렇다며언.. 실례할게요..!"
아미카는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조심스래 상체를 숙이더니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곤 누웠다. 방금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무릎 배개를 받다니, 자신도 참 잠을 위해선 조심성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389 아키라가 그늘로 오라고 손짓하자 확실히 햇빛이 강했기에 아미카도 쫄래쫄래 따라갔다. 생각해보면 이런 여름에 땡볕을 돌아다니고 있는 터라 일사병이 걱정되긴 했다. 굳이 일사병이 아니더라도 피부가 좀 탈 것 같긴 했다. 그늘에서 땀을 훔친 아미카는 환상에 대해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이고 인간적인 학생회장님이 진짜 학생회장님의 모습이겠죠..! 그저 공적인 자리로만 멀리서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이제 어떻게 할거냐는 아키라의 질문에 아미카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혼자 별 생각 없이 돌아다닐 생각이었기에 아키라와 같이 다녀도 본인만 괜찮다면 상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도오..그냥 혼자 돌아다닐려고 온거긴 한데 별 생각 없이 온거라 같이 다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랑 바이킹은 타줘야 하잖아요?"
사실상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생각하고 온 것이었으나 그렇다고 누군가와 같이 다니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같이 다니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같이 가는 것도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역시 한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방금 전처럼, 자신은 놀이공원을 아무래도 멋지게 잘 탄다기보다는 조금 무서워하면서도 즐기는 편이었기에 그것이 조금 귀찮고 번거롭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한 번은 괜찮을지도 모르나 그게 두 번, 세 번. 그렇게 반복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저는 방금 전처럼 아무래도 조금 소리를 지르면서 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다면요."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니 자신은 그렇게 낼 것이라고 그는 미리 선언하듯 이야기했다. 이제 이 이후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는 그녀가 선택할 이야기였다. 그런 것이 귀찮고 싫다고 한다면 거절해도 좋은 것이고, 그래도 상관없다면 같이 여기저기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인간관계를 늘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편하게 하라는 듯, 가만히 답을 기다리다 두 어깨를 으쓱했다.
"참고로 저는 오늘 여기에 있는 놀이기구는 어지간한 것은 다 탈 생각이에요. 여기까지 왔는데, 거기다가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지원까지 해주는데 나중에 또 따로 와서 타는 것은 조금 아깝잖아요?"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자신이 걱정하는 것은 조용히 타고 싶은데 옆에서 시끄럽게 떠든다고 생각하는 사태였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신 쪽에선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일단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하진 않지만, 다른 이와 돌아다니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롤러코스터에 가자고 하는 그녀의 말에 아키라는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아까전에 자신이 본 것. 말 그대로 수직으로 내리꽂듯 떨어지는 구간이 두 개 있는 그 롤러코스터를 타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발을 앞으로 천천히 옮겼다. 위치는 여기서도 보이나 아무래도 줄이 긴 것은 감안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다들 재밌게 노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학생회 쪽에서 수학여행지를 어디로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역사적 가치가 많은 곳으로 가자는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3년에 한번 있는 자리고, 추억을 쌓는 것이 저 재밌지 않겠냐는 말이 나와서 여기로 정한거거든요. 일단, 여기에는 교육용 목적으로 갈 수 있는 박물관도 있고요. 얼마나 많이 갈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첫날에 갔었으니 당당하다는 듯, 그는 이야기했다. 안에 들어있는 여러 시대의 유물을 바라보며 나름 신기하게 생각한 기억이 떠올라 그는 싱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수학여행이 끝나면 여름방학이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머지않아 호타루마츠리가 시작되겠네요. 당신도 구경하러 오시나요?"
수학여행 이틀차, 새벽에서 오전에 걸쳐 잠을 짧게나마 잔 요조라는 나름 컨디션이 낫다고 느꼈다. 그래봐야 약은 뗄 수 없었지만, 적어도 전날처럼 현기증이 날 거 같진 않다. 그렇다면 오늘은 놀이공원이나 가볼까, 체력이 조금이라도 좋을 때 가는게 나을테니까, 같은 생각을 하며 나갈 준비를 하고, 콘도에서 나오니 어느덧 정오 무렵이었다.
일부러 점심을 가볍게 먹은 요조라는 가서 적당히 타고 뭔가 요기를 할 생각이었다. 물론 혼자서 말이다. 요조라 주제에 같이 다닐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배정받은 방조차 남은 학생들을 모은 방 중 하나였다. 차라리 그게 편하다. 각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언제 자든 뭘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애써 불편한 배려를 받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좋다. 그렇지 않았으면 요조라가 이곳에 오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았겠지.
결과적으로는 왔으니, 나름대로 놀기 위해 놀이공원으로 입장한다. 오늘의 요조라는 짧은 청 반바지에 흰색 오버사이즈의 반팔 셔츠, 머리는 묶지 않았지만 하얀 슈슈와 머리끈을 손목에 걸었고, 신발도 걷기 편한 스니커즈다. 셔츠자락을 앞부분만 살짝 찔러넣고 간단한 소지품을 담은 미니백을 한쪽 어깨에 걸고서 태평히 걷는 모습은 이미 돌아다니는 다른 학생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혼자인게 돋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조라는 오는 길에 매점에서 산 껌을 우물우물 하면서 한참 걷다가 슬슬 뭐라도 타볼까 싶었다. 그래서 일단 뭐가 있는지 보려고 놀이공원의 지도를 펼쳤다. 가장 가까이에는 롤러코스터가 있고, 그 옆에는 뭐가 있고, 저쪽은 자이로드롭인가, 등등을 생각하면서 사람들에 치이지 않게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아미카의 머리가 코로리의 무릎 위로 닿으면, 금방 잠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잠의 신으로서 눈 깜빡할 때 눈꺼풀이 다시 걷히지 못하고 까무룩 잠에 들게 하는 것쯤이야 간단했다. 코로리는 아미카가 잠에 빠져들었다 싶으면, 몸에서 힘을 뺐다. 그제서야 안심할 수 있겠다 싶어져서 긴장이 풀렸다. 안 들켰다아! 짧은 연갈색 머리카락이 무릎에 닿아 흐트러져있는게 간지러웠다. 물론 잠꾸러기의 잠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코로리는 아미카가 충분히 자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잘 되지는 않았다. 코로리 또한 원래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잠을 자서 지금은 자야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
"아미쨩, 딸랑딸랑이야!"
코로리도 깜빡 잠들었다 일어났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지는 아미카가 얼마나 잤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코로리는 꽃단내가 맡아지지 않아서 손등으로 눈을 부빗거렸다. 플라네타리움 안에서는 계속해서 밤하늘이라 시간 감각이 흐렸다. 만약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면, 숙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혼난다는 생각에 아미카의 잠을 깨우려고 해본다. 톡톡 손바닥으로 아미카의 팔뚝에게 노크를 해보았다. 똑똑똑, 일어나! 가야 해!
테츠야가 생각한대로 그래 보인다는, 대놓고 하는 말에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경우엔 그런 일을 일일이 신경쓸 만큼 불쾌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안 마셔도 되니? 많이 더워 보이는데 말이야."
아직 입 안 댄 것이란다. 그렇게 첨언하며 후미카는 딴소리로 말을 돌렸다. 테츠야의 질문에는 별달리 대답이 돌아가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다. 하루 온종일 일하거나, 며칠 몇 달을 거쳐 산맥을 넘는 일 쯤이야 옛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그 비슷한 생활을 했으니 그런 것에 지칠 리 없다.
그러다 상대의 영문 모를 행동에 그의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테츠야가 던진 주사위를 따라 아래에서, 그리고 소년의 얼굴로.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해석하기 쉬운 눈빛을 하고 있다. 언어로 치환하자면 '이건 무슨 의미니?' 정도의 의미다. 후미카는 곧 시선을 거두고 가방을 뒤적거리다―이번에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를 출처 불명의 짐이 아니었다― 곧 물건 하나를 꺼내 상대에게 내밀어 보였다. 액티브 아일랜드의 안내 팜플렛이었다.
"우리 위치는 이곳이고, 산으로 가려면 이렇게 이동해야 해."
이렇게, 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산까지의 거리를 쭉 표시한다. 지나치게 멀지는 않지만, 번거로움과 더위를 감수하고 갈 만큼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다.
렌은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니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원래부터가 혼자있는 것을 더 편해하는 타입이다보니 놀이동산에 와서도 애들과 열심히 다니다가 잠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쉬고 있었다. 잠시 그늘진 벤치에 앉아있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롤러코스터를 한 번 더 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ㅡ친구 중에 롤러코스터를 무서워하는 친구가 있어서 한 번 더 타자고 더 권하지 못했다ㅡ 롤러코스터가 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그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보통 놀이기구를 짝을 지어 타고 오는 터라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 중에 롤러코스터를 잘 타는 친구를 데리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이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친구들은 귀신의 집에 가겠다고 하고 갔으니 따로 부르기도 뭐한 것이었다. 사실 귀신의 집에 간다기에 잠시 쉰다며 빠져나온 것이 맞았다. 무서운 것을 엄청 못견디는 것은 아니지만ㅡ맞다ㅡ 굳이 가고 싶지 않은 것은 누구든지 있지 않던가.
혹시 가는 길이나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가보고 없으면 혼자라도 타야지, 하는 심정으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마침 요조라를 발견한 것이었다.
“호시즈키 씨, 안녕.”
렌이 반가운 표정으로 요조라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요조라는 늘 학교 수업에 빠지니 늘 혼자인 느낌이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자신도 혼자 였으니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러고보니 요조라도 흰색 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이것도 마찬가지인 셈인가? 렌도 마침 흰색 티에 청바지 차림이었기 때문이었다. 제 옷장 윗옷 중에는 거의 흰색이 대부분인데다가 흰티에 청바지 조합은 무난한 조합이니 그저 우연이었지만.
아직 목이 마르진 않으니 괜찮았다. 상대방이 목이 마를 수도 있기도 했고. 가지고있는게 그것 뿐 이라면 일단은 아껴두는게 좋을 것 같다. 아직 산 근처에도 오지 않았어.
던진 주사위를 다시 회수해 옷에 있는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런 행동을 의문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상대의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알려 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말대로 오해할 수 있으니 말을 해야한다면 아무말도 듣지 않았는데 자신의 행동의 의미를 알려주는건 오해의 소지가 있을테니까.
여러 말을 했지만 그냥 심술이었다.
가방을 뒤적여 팜플렛을 꺼내는 모습에 '어라, 저 물통은 어디에서 꺼냈더라?' 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럼 가자. 어차피 저녁까지 할 일도 없어."
그녀가 알려준 길을 향해 걸어갔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먼 거리도 아니다. 부지런히 걷다 보면 도착하겠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푹 잠들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미카는 머리를 흔들며 애써 정신을 차렸고 보니까 시간은 꽤 지난 것 같았다.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아 감사합니다. 아직 숙소까지 가는데 걸릴 시간은 적절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사실이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아 너무 잠들어있었죠.."
아미카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기분은 이상했다. 확실히 개운했다. 피로가 풀린듯한 느낌? 꽤 오랜만에 느낀 것 같았다.
학생부에 대한 좋은 평에 아키라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은 학생회장이고, 학생부의 멤버이자 대표였으니까. 그런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이들이 좋은 평을 받고 있으니 어떻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을까? 괜히 작게, 소리없이 웃던 그는 표정을 관리하며 롤러코스터의 끝자락에 줄을 섰다. 아무래도 롤러코스터는 대대로 인기가 좋은 놀이기구였기에 조금 줄이 길긴 했으나 빠져나가는 속도를 보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나름대로 시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이대로라면 다다음번 정도면 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구경하고 뭐고... 애초에 호타루마츠리는 저희 시미즈 가문에서 개최하는 마츠리니까요. 구경 이전에 준비도 하는 측이에요. 전."
사실 자신이 해야 할 것에 대한 교육 등은 이미 수학여행에 오기 전에 모두 끝내긴 했으나 그래도 또 혹시 모를 일이었다. 이 수학여행이 끝나고 돌아가게 되면 이것저것 준비를 할 것을 하고, 다시 한 번 자신이 해야 할 것에 대한 절차에 복습할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호타루마츠리가 끝나기 전에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아마 첫날에는 저도 마츠리를 즐기게 될 것 같지만요. 집에서도 너무 일만 하지 말고 이럴 때는 즐기라고 했으니. ...적당히 둘러보고 구경하고 즐기고. 그런 느낌이 될 것 같네요."
적어도 자신에게 잡혀있는 약속은 없었다. 그렇다면 첫날에 적당히 두리번거리다가 아는 이가 있으면 같이 둘러보자고 제안을 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줄어드는 줄의 속도에 따라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가만히 롤러코서트를 바라봤다.
"이타니 씨도 재밌게 즐기길 바랄게요. 다른 것은 몰라도 호타루마츠리니까 반딧불은 실컷 구경해야 하지 않겠어요?"
놀이공원 안은 제법 사람이 많았지만, 천천히 걸으면 부딪힐 일은 없다. 지도를 보고 있으면 시선이 마주칠 일도 없으니 괜히 어색하게 지나칠 일도 없, 을 거라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면 아닌 사람도 있는 법이다. 요조라가 롤러코스터 쪽으로 가던 중,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부르며 인사를 해오는 지금처럼 말이다.
"...안녕..."
원래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정확히 이름을 불렸기 때문에 요조라는 무시하지 않고 시선을 힐끔 움직였다. 목소리로 어렴풋이 떠올렸던 이미지가 눈 앞에서 맞춰진다. 한번 도와줬던 걸 계기로 아침에 인사 정도는 하게 된, 같은 반의... 세이 렌, 이다. 요조라와 마찬가지로 교복 아닌 사복 차림인 렌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에 거리낌이라곤 없다. 그렇다고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확인차 봤다는 느낌이다. 요조라는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고 나자 곧장 시선을 돌려 지도로 향했다. 넓게 펼치고 있던 지도를 딱 지금 걷고 있는 부분이 나오게끔 접어서 한 손에 들고, 이제 앞을 보고 걸으며 말한다.
"아무거나, 가까운 거..."
그림을 도와줄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건성인 대답을 내놓으며 요조라는 렌이 아닌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피했다기보다 거기 뭐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긴 레일이 위압적으로 펼쳐진 롤러코스터가 제일 먼저 보인다. 그렇다며 이대로 가며 저걸 탈 수 있는 곳이 나오는 걸까. 방금 자신이 한 말대로면, 중간에 다른게 있지 않는 한 저걸 타게 될 듯 싶다. 뭐, 간만이니 괜찮겠지. 요조라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며 지도 든 손을 까딱여 롤러코스터 레일을 가리킨다.
"아마, 저거."
놀러온 것 치고 이렇게나 감흥도 즐거움도 없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을 만큼 요조라의 태도는 무덤덤했다.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인지 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구태여 묻지는 않았다. 주사위를 던지고 결정을 한 듯하니 점이라도 친 걸까 생각했다. 개인적인 액막이 방식일 수도 있겠고. 그러다 테츠야의 말에 무덤덤하게 즉답했다.
"난 같이 가겠다고 한 적 없단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딱 잘라서 말한 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10여초 후에 제 발언의 문제점을 깨닫는다. 테츠야를 거부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은 아니었다. 그저 동행하겠다 말한 적 없고 호되게 발 밟은 사람이니 좋은 기억도 없을 텐데, 자연스럽게 같이 가는 걸 상정하니 의문이 들었기에……. 후미카는 느릿하게 눈을 내리깔며 팜플렛을 집어넣었다. 조금 늦게 말이 덧붙는다.
"……하지만 싫다는 뜻은 아니란다. 그래."
이곳 지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 방향만 맞으면 찾아갈 수 있으니 다시 확인하지 않아도 길을 헤매진 않을 테다. 산에는 그리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아 원래는 산으로 갈 계획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다면 가서 나쁠 것 없다. 혹시 모르지, 관광지이니 산에도 무언가 설치해 두었을지도 모르고. 더하여 괜찮다 말했지만 무리를 하게 되면 테츠야의 발이 다시 아파올지도 모르니 따라가기로 했다.
아니, 그럼 산이 있다고 말을 하지 말던가. 물도 준비해뒀는데 당연히 가는거 아니었냐고. 아아아, 부끄러워. 이런 착각을 하다니 도대체 이 끓어오르는 혈압을 어떻게 진정시키라는거야! 아니다, 이건 상대방의 잘못이다. 말을 헷갈리게 했으니까 내 잘못이 아니다! 결단코 내가 저 사람이랑 어떻게든 산에 같이 동행하고싶다는 의사표현을 한 것은 아니다! 팜플렛까지 들고 세세하게 설명을 하는데 어떻게 같이 가는가 아니라는걸 알겠느냐고!
아아아아아아. 죽고싶다. 역시 사람은 믿을게 못된다. 특히 나이가 비슷한 여성은 더더욱! 얼마나 제멋대로인건지!
"그, 그래."
이래서야 상대방이 불쌍한 나를 위해 '어쩔수없이' 같이 가주는 양상이다. 비참하다. 너무나도 비참하고 비루하다. '웨이ㅡ' 거리며 시끄럽게 구는 것들을 피해서 오는 결과가 이거라니!
"싫으면 안 와도 상관없다고?"
그래. 어차피 갈 생각도 없었다는데. 저렇게 무덤덤하게 말하는걸 보면 열명이상의 썸을 타는 사람처럼 놀리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게 더 마음속에 상처가.
자신이 상대방을 민망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잘 알겠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과장하는 티가 날 정도로 난감해하거나 황급히 아니라고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후미카는 아직 그 정도의 사회성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이 사과해야 할 때라는 건 안다. 아니, 달래주어야 하는 때인가? 그는 테츠야를 졸졸 따라가며 말했다.
"싫은 것 아니래도. 네가 날 안 좋게 생각하는 줄 알고 그랬단다."
달래듯이 말하는 폼이 후미카치고는 다소 서두르고 있다. 착각으로 마음과 자존심이 상해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는 10대 남자아이의 까칠한 반응은 묘한 데자뷰를 불러 일으킨다. 꼭 사춘기 아들을 보는 기분이 이렇겠거니……라고 생각하기엔 풍어신의 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얌전했지만. 아무튼 후미카는 테츠야 달래기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노력과는 별개로 그 기술이 모자란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삐쳤니?"
삐진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면 시비 거는 것밖에 안 된다. 일부러 놀려먹으려 이러는 것이 아니라 더 절망적이다.
1. 예전에 잡담하면서 한 번 말한 적 있는데, 후미카는 관서 출신이기 때문에 사투리를 써. 지금은 외지에서 지내는 중이라 안 쓰는 중이야. 사실 옛날 독백이나 회상에서도 방언을 구사해야 맞지만 고풍스러운 말투+사투리는 현지인도 어렵다구... :3 그래서 전부 표준말로 통일했어. 그래서 언젠가는 사투리 쓰는 후미카도 보고 싶은 오타쿠의 마음이 항상 가슴 깊은 곳에 잠들어 있지....(?) 칸사이벤이라고 뭉뚱그렸지만 교토 말씨가 진한 느낌이야. 다른 지역 것도 쬐금 섞일 때가 있지만.
2. 지금은 폐기된 초기설정에서 후미카의 성은 카메나시(亀梨)였어. 이유는 그냥... 내가 귀찮아서 대충 지은 건데... 암만 그래도 거북이라고 카메나시인 건 좀 너무한 것 같아서 조금 더 성의 있는 걸로 바꿨다!
3. 음~~~ 이건 tmi라기보단 풀어야 할 설정 쪽인가? 그치만 다른 걸로 생각나는 게 없으니까 푼다!! 후나가츠히메네 아들 이름은 히라유키였어. 한자는 아직 확정은 아닌데 平之로 생각하고 있음... 🤔
이것도 사실이다. 그냥 당연히 테츠야 혼자 갈 줄 알았는데 자신을 끼우겠다니 왜 그러는가 싶어 물어본 것 뿐이다. 그 말을 꼭 그런 방식으로 한 게 문제였지만. 후미카는 따라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테츠야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발을 손가락으로 휙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걸음새가 거칠어졌구나."
그렇다고 상처 입은 마음을 홀로 달래라며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하고 정말 휙 떠나버리면 보통, 도리어 더 마음 상하지 않던가? 지금까지 경험하기로 인간은 대체로 그랬던 것 같다 . 그렇게 망쳐버린 인간관계가 여럿 되었기에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걸으며 후미카는 조금 고심을 했다. 그리고 결론이 나자 걸음을 조금 서둘러 테츠야를 앞질렀다. 그 자리에서 멈춰 서 앞길을 떡하니 막는다. 덩치는 작아도 어째서인지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직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실수를 했어. 마음이 상했다면 미안해. 그러니 우선은 진정하고 다시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니?"
걸음을 서두를 수도 있지 않나. 이상한곳에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의외로 걸어가면서 속도를 높이는건 다리에 너무 안 좋다. 살짝 다리가 아파왔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멈추는것도 이상해서 어떻게든 계속 그 속도를 유지하며 걸어갔다. 뛰고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천천히 걷는건 더욱 싫었다.
"무슨, 이야기?"
자신을 앞질러 그 앞길을 막아선 그 모습을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멈춰서며 말했다. 이제서야 다리를 멈추니 조금은 아픈게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야 뭐."
못 할건 없다고, 벤치가 없는 그 거리에서 가만히 멈추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분위기인걸까. 막아서는게 마치 장판교의 장비같았다.
75 자캐의_컴퓨터_배경화면 -가미즈미 마을의 풍경을 찍은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하고 있어요. 계절마다 바꾸는 편인데 지금은 철썩철썩 파도가 치는 바다 풍경으로 해두고 있어요! 또 가끔은 가미즈미 온천이나 가미즈미 스파를 찍은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하기도 하고요.
133 자캐가_어린_시절_좋아했던_동화 -이것저것 많이 좋아했는데 가장 좋아했던 동화는 모모타로 이야기랍니다! 복숭아에서 태어나서 꿩, 개, 원숭이와 도깨비 잡으러 가는 그 이야기요! 아. 카구야히메도 상당히 좋아하는 동화 중 하나였어요.
573 자캐가_선호하는_건_안아주기_vs_안기기 -거의 무조건적으로 안아주기일 것 같네요. 아키라는 뭔가를 기다린다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빠르게 행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물론 그 정도의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 전재조건이긴 하지만요.
시미즈 아키라,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가급적이면 아직 찌르기 결과를 안 넣은 분들은 오늘까진 다 넣는 것을 권장할게요! 월요일 0시까지가 아니라 일요일 0시까지에요!! 그때까지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 분들은 차후를 고려해서 리스트에서 제가 삭제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날짜 헤깔리지 않게 오늘까지는 다 넣는 것을 권장하고 아무리 늦어도 내일 진실게임 시작전까진 결과를 다 넣어줬으면 해요! 분명히 진실게임 신나게 하다보면 시간 흘러가는 것을 모르고 까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나 상관없다로 하신 분들도 무조건 랜덤으로 넣어주셔야해요! 그래야 지금 잠수를 탔는지의 여부를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렌은 요조라의 인사에 작게 미소지었다. 그래도 학기 초에 비하면ㅡ서로 옆자리면서 인사 한 번 못했다ㅡ 많이 친해진 셈이었다. 이제 아침에 눈이라도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사이 정도는 되었으니까. 부러 옆자리 친구와 잘 지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는가. 오늘처럼 말이다.
무엇을 타러 가냐는 질문에 요조라는 아무거나, 가까운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 놀이기구에 호불호가 없는 편인건가? 그리고 아마도 탈 것이라는 것에 롤러코스터를 가리키는 것에 렌이 화색이 되었다. 마침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되었었는데 잘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아, 정말? 나 사실 이 롤러코스터 한 번 더 타러 왔는데 혼자 타기 민망해서... 같이 탈 사람이 있을까 하고 있었는데, 혹시 괜찮으면 같이 탈래?"
렌이 뺨을 긁적이며 요조라에게 물었다. 물론 혼자 탈 수 없는 것도 아니었으나 그래도 혼자 타면 민망하지 않던가. 옆자리에 모르는 사람이 앉는다거나 한 자리가 비어있다거나 하면 조금 민망하다. 아니면 혼자 앉아있는 사람에게 옆에 같이 타도 되냐고 묻기도 뻘쭘하기도 하고. 물론 못할 건 없지만서도.
귀신의 집을 피해서 혼자 떨어져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멍하니 날려보내는 것은 안 되지 않겠는가.
음. 그리고 요조라주가 전에 호타루마츠리 이전에 한번 아키라와 봐야한다고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할 말이 있다는 식이었나. 아무튼 제가 볼 때 요조라주는 멀티를 하지 않는 편이니 그게 달성되긴 조금 힘들 것 같지만 일단 일상을 원하시면 얼마든지 얘기해달라는 식으로 하면 저도 응할 수 있다고는 써두도록 할게요!
사실 오빠 쪽에서 한 말을 전달하는 느낌이 아닐까 예상을 해보긴 하지만..제 예상은 항상 빗나갔으니 아닐 수도 있고. 아무튼 그런 것이에요!
"아, 그랬군요..! 준비하느라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축제를 즐길순 있어서 다행이네요."
학생회장이면서도 시미즈 가문이라 축제 준비까지 해야한다니 좀 할 일이 많은게 아닌가하는 걱정도 들었다. 아미카 본인이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나마 집에서도 너무 힘들게 많은 일을 시키진 않는다는게 다행인 것 같았다.
"맞아요, 반딧불도 보고, 놀기도 하고오.."
이렇게 수학여행을 즐기고도 또 즐길게 있으니 꽤나 기대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시 롤러코스터가 한번 운행하니 다음 차례쯤이면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미카는 혹시 이마가 다 까지면 그건 또 보기 안좋을 것 같아서 머리카락을 꾹꾹 눌렀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반딧불을 보고 놀기도 하고. 저렇게 순수하게 기대를 하는 이를 보면 역시 아키라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마츠리만큼은 자신의 집안에서 행하는 것이었으니까. 괜히 속으로 자신이 해야 할 절차적 행동을 떠올리면서 그는 머릿속으로 복습했다. 여기서 직접 행동으로 보일 수는 없었기에. 그와 동시에 정말로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천천히 줄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내려오는 사진이라. 제 모습도 담길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러울 것 같네요. 아. 사지 말라는 것은 아니고요."
어쨌든 같이 왔으니까 옆자리에 앉는게 일반적일테고, 설사 앞뒤로 앉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근처에 다 담기는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과연 자신의 모습은 어떻게 나올지. 적어도 자신은 사진을 굳이 사진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줄이 줄어드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천천히 줄어드는 줄은 이내 곧 자신들의 차례까지 다가왔고 아키라는 앞장서서 롤러코스터로 진입했다. 딱 중간쯤에 자리가 잡혔기에 그는 먼저 앉으며 안전바를 내리고 벨트까지 확실하게 착용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두 손으로 안전바를 정말로 꽈악. 정말로 꽈악 잡았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가 살짝 긴장한 것을 보여줬으나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제대로 짜릿하게 즐겨보리라. 스물스물 올라오는 두려움이 또 다른 느낌으로 그의 흥미를 올렸다.
"아마 크게 보기 흉한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옆은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할게요.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이타니 씨는 이타니 씨대로 즐기기. 아셨죠?"
미소를 지으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이내 천천히 롤러코스터가 나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구간이 두 개나 있는만큼 아키라의 팔에는 더더욱 힘이 꽈악 들어갔다.
(동공지진) 뭐, 뭔가 어마무시한 일이 있었군요! 어서 오세요! 요조라주! 음. 그리고 요조라주는 뭐 일상을 아키라와 돌려야 할 것이 있다면 편할 때에 말씀해주세요! 아마 내일부터는 왕게임 이벤트 등도 있고, 멀티는 안하시는 것 같으니 아마 돌리기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거면 패스하셔도 무방하고요!
수학여행도 슬슬 후반기에 가까워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휴식기는 아키라에게 있어서 참으로 달콤한 시간이었다. 호타루마츠리 준비로 인해 여러모로 피곤했던 탓일까. 지금 이 순간 정말로 푹 쉬면서 피로를 대체적으로 회복 ㅡ사실 그때 아이스크림을 먹은 다음 날 자고 일어났을 때도 기운은 넘쳤지만ㅡ 하며 그는 가볍게 산책을 하려는 듯 돌아다녔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탓일까. 그의 시선은 자연히 근처에 파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별 망설임없이 들어간 그는 그 안에서 바닐라 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산 후에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그냥 적당히 이 근처 산책길을 돌며 숲길이나 구경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며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달콤하고 시원한 바닐라는 입에서 살살 녹아내려 상쾌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제공했고 그의 표정은 방금 전보다 훨씬 밝은 색으로 바뀌었다.
"아. 좋은 오후에요. 호시즈키 씨."
그러다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그냥 가볍게 인사라도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뒤에서 인사했다. 물론 그녀가 뒤돌아볼지, 아니면 애초에 답이나 할진 모르겠지만 어느 쪽 행동을 해도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못 들었으면 못 들은거고, 자신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예의상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한 것이었으니까. 딱히 뭔가가 돌아오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고.
인사를 하게 된 걸로 친해졌다 생각하느냐고 요조라에게 묻는다면, 단박에 아니, 라고 대답할 것이다. 고작 아침 인사 정도 한다고 상대와 친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금도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았으면 봤어도 지나쳤을 거고, 그랬으면 이런 대화가 오가지도 않았을테지. 쌍방으로 나누는 대화가 아닌 일직선으로 말을 주고 받을 뿐인 상황이었지만.
요조라는 롤러코스터를 가리키며 저거라고 하니, 옆에서 단박에 반가운 기색이 느껴진다. 아, 그런 거였나. 가는 길에 마주쳤다는 건 렌도 저걸 타러 가고 있었을 수도 있는거다. 예상한 그대로 들려오는 물음은 요조라에게 별 흥미를 주지 못 한다. 어차피 타러 갈 거고, 그렇게 말해버렸으면, 굳이 피하는게 귀찮기도 하니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마음대로 해... 같은, 줄이면... 알아서, 겹치겠지..."
처음부터 혼자 왔으니 옆에 모르는 사람이 앉건 아니건 요조라는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게 구면인 사람으로 바뀌었어도 큰 차이는 없다. 이럴 땐 대놓고 거절하는 것보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두면 상황은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놀이기구 한번 타는게 겹쳤다고 짜증까지 낼 필요도 없다. 요조라는 단지 그 말만 하고, 앞을 향해 걷는다.
다행이랄지 그저 그렇달지, 가는 길에 다른 놀이기구는 없어서, 요조라는 곧장 롤러코스터의 입구를 볼 수 있었다. 마침 바쁠 시간은 지났는지 줄이 바깥까지 나와있고 그렇진 않다.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될 거 같다고 생각하며 입장권을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간다. 대기시간 약 20분이라는 안내를 확인한 요조라는 근처에 보이는 대기줄의 뒤에 가서 섰다. 그 때까지만 해도 딱히 렌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길었던 수학여행이 슬슬 마무리를 할 때가 오고 있다. 그 말은 곧 집에 돌아갈 날이 온다는거고, 돌아가면 다시 학교와 가게와 기타 등등을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다. 아, 새로운 공모전이나 대회가 있으면 그 작품도 그려야 하고, 치료도 병행해야 하고, 그리고, 그리고... 생각해보니 어쩐지 머리가 아프려고 해서, 요조라는 생각을 관두고 숙소를 나왔다. 근처에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있댔으니 거기나 갈 셈이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카페에 들러 모카 프라푸치노를 주문한다. 걸으려면 마실거 하나 정도 있어야지. 달달시원한 음료를 들고 혼자 느긋히 하는 산책만큼 힐링이 되는 시간도 없다. 때마침 산책로에는 사람도 적어서 더욱 느긋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 손에 든 폰이 울리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뭐야, 히루... 라인, 하면 되지... 응...?"
뜻밖의 연락은 마히루였다. 달리 연락 올 사람도 없지만, 평소처럼 라인이 아닌 전화를 거는 건 드문 일이긴 했다. 요조라는 산책로를 걸으면서 통화를 하고 음료를 마셨다. 그 전화로 인해 늘어난 할 일 때문에, 결국 짜증을 내며 끊어버리긴 했지만.
"아... 왜 나야..."
투덜대며 전화를 끊고 가던 산책로를 계속 걷는다. 마히루의 연락은 그다지 급한 건 아니었으니, 숙소로 돌아가면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한동안 걷고만 있었는데, 뒤에서 인사가... 그것도 딱 찾으려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요조라는 느릿하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반가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미묘한, 그런 표정으로 아키라를 바라본다.
"안녕, 하세요... 시미즈 씨..."
일단 인사를 받았으니 먼저 인사를 돌려준 요조라는 그대로 걸어서 아키라에게로 다가간다. 요조라는 또래 여자애들에 비해 키가 컸으니, 몇걸음만 성큼 걸어도 금방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을까. 무릎 근처까지 내려오는 연하늘색 원피스에, 도수가 없는 둥근테 안경을 쓰고 머리는 묶지 않은 요조라가 아키라의 한걸음 앞까지 다가서서 말한다.
"혹시... 지금, 시간... 있어요...? 용건, 있는데..."
차림이 달라도 요조라가 요조라인 건 달라지지 않았으니, 다소 뜬금없이 말을 거는 것도 그다지 이상...했으려나?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시간이 있는지부터 묻는 요조라였다.
마음대로 하라는 건, 승낙의 의미이다. 렌은 잘 되었다 싶어 요조라의 옆을 따라 걸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ㅡ그렇게 많이 본 사이는 아니지만ㅡ 요조라는 싫은 것이 있으면 확실하게 싫다고 하는 타입이고 그 외에는 아무래도 좋다 식인 것 같았다. 일부러 어떤 사람을 가까이 하지도 않는 것 같았고 별로 흥미 있는 것이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같이 걸으면서 옆을 흘깃 보니 이 롤러코스터도 좋아해서 탄다기보다는 뭔가 숙제를 하는 듯 하다. 그림을 도와줄 때는 그렇지 않아보였는데, 그렇다면 요조라에게 있어서 흥미를 돋우는 것은 그림 뿐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본 사이는 아니니 틀릴 수도 있지만서도.
롤러코스터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비명섞인 환호도 가까워졌다. 뭔가 들뜨는 것을 느끼며 걸음을 걷는데 마침 줄도 길지 않았다. 20분 정도면 짧은 편이지. 렌은 요조라의 옆에 서면서 작은 궁금증을 물었다.
"무서운 거 잘 타는 편이야?"
확실히 요조라가 꺄악 소리를 지르는 것이라던가 긴장하는 모습이라던가 무서워하는 것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영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무덤덤하게 뭐든 넘겨 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사실 요조라에게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그만큼 친하지는 않으니 이런 가벼운 질문만을 던지는 것이었다.
확실히 요조라는 고양이 같은 느낌이어서ㅡ까만 고양이가 연상된다ㅡ 귀찮게 굴면 할퀼 것만 같다.
상대의 표정이 되게 미묘한 것에 아키라는 두 눈을 깜빡였다. 인사를 했는데 저런 표정이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뭐지? 그런 표정으로 아무런 말 없이 요조라를 바라보던 아키라는 이내 굳이 묻진 않기로 마음 먹었다. 뭔가 일이 있었거나 그런 거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이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다시 한 입 크게 베어먹으며 그 시원한 맛을 즐겼다. 이어 그는 핸드폰을 꺼낸 후에, 전 날, 미리 찍어둔 산책로의 코스 안내판 사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 상태로 숲을 쭉 지나서 언덕길을 오르면 주변 경치가 보이고 이내 천천히 내려가면서 섬을 한바퀴 도는 구조인 모양이었다. 가볍게 걷기 운동하기엔 딱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작게 지었다.
들려오는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막 앞으로 걸어가려는 찰나, 상대가 자신을 향해서 걸어오는 모습이 그의 눈에 아주 살짝 비쳤다. 처음엔 이쪽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일까 싶어 살며시 길을 비켜주려고 했지만, 자신의 바로 앞까지 걸어온 그녀의 모습에 아키라는 어라?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두 눈을 깜빡였다.
"...용건이요? 아니. 뭐 딱히 급한 일은 없고 그냥 혼자서 여기 산책길이나 걸으려고 하는 중이어서 시간은 많긴 한데."
것보다 안경을 꼈던가? 아니. 요즘은 패션으로도 많이 끼긴 하니까. 평소에 컨텍트를 낄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납득하며 그는 일단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용건이 뭔지 묻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학생회에 요청해야 할 사안이라도 있나요? 아. 그리고 오늘은 스타일체인지 중인가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라서 신선한 느낌이네요."
말 그대로 여름을 즐기는 것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을 하나 굳이 그는 그것을 입에 담진 않았다.
바깥에선 레일이 덜컹대는 소리가 주로 들렸는데, 안에선 비명소리도 제법 들려오고 있었다. 그걸 듣고 무서워하거나 기대된다며 재잘대는 대기줄의 소리도 같이 들린다. 마히루가 있었다면 재밌겠네, 이번엔 안전바를 놓고 타볼까, 라며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축에 속했을 것이다. 오늘은 없어서 편하네, 같은 생각을 한 찰나, 옆에 서는 렌의 기척을 느끼고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고 생각이 바뀐다.
"무서워... 이게...?"
탑승한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는 그곳에서 요조라는 그렇게 되물었다. 이게 무섭냐고, 물으며 렌을 보는 시선엔 말 그대로 이게? 하는 느낌이 담겨있다. 일부러 꾸며낸 기색 없이 담담하다. 한번 힐끔 보고 다시 앞쪽 어딘가로 시선을 옮긴다. 남은 시간 보고, 아직 들고 있던 지도도 들어서 근처에 뭐가 있는지 보고, 그러고서 다시 중얼거린다.
"그냥, 타는 거지... 무섭고, 말고, 그럴게... 있나..."
매우 담담하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 요조라는 접은 지도로 얼굴을 반 가리며 하품했다. 하품하고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모습이, 뭘 그런 재미없는 걸 묻냐는 듯이 보인다. 줄은 대기시간에 비해 제법 금방 줄어들고 있어서 이대로면 다다음번이면 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냥 지나쳐 갈 줄 알았던 요조라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니, 아키라의 얼굴에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의아한 표정이 떠오른다. 그야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요조라는 학생회도 아니고, 그쪽에 용건이 있어도 귀찮아서 말하지 않을 인물이다. 그런 요조라가 굳이 용건이 있다며 붙잡는 건, 적어도 학교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걸 아키라가 알 턱이 없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지금 급한 일은 없다 하니, 마주친 김에 얘기하면 될 듯 싶다. 요조라는 그러냐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평소와 다른 차림을 찝는 말에 자신의 옷을 내려다본다. 신선? 이 정도가? 다시 아키라를 본 요조라가 말한다.
"그야, 학교도, 아니고... 사복, 보통... 인데요, 이거..."
물론 마히루의 손길이 닿은 코디이긴 했지만, 굳이 저런 말을 들을 정도인가 싶다. 아, 안경은 좀 그럴 수도 있겠다. 낮에 잠을 안 자고 밖에 나오려니 눈이 너무 부셔서, 현기증 방지용 필터로 쓴 거였지만, 일일히 설명하기 귀찮은 요조라는 거기까지 말하지 않는다. 지금은 따로 할 말도 있다. 자질구레한 말은 가차없이 잘라내고 본론부터, 아니, 본론만 말하기로 한다.
"학생회, 말고, 호타루마츠리... 관련, 인데요... 어..."
일단 말문은 틀었는데, 다시 보니 장소가 가만히 서서 얘기하기는 좀 그렇다. 얘기가 금방 끝날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산책로 중간에 덩그러니 서 있긴 역시 좀,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요조라는 말을 잠시 끊고 옆으로 한걸음 물러서서, 말했다.
"아니요. 옷차림이 아니라 안경이요. 평소엔 안경을 안 끼고 있잖아요? 패션용 안경도 있긴 하지만, 굳이 그렇게 끼는 이는 잘 못 본 것 같아서."
원피스는 사복이라고 쳐도 안경까지 사복일때는 끼고 다니는가. 물론 상대의 패션으로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신선하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었으니까. 물론 그녀의 사정을 알 리가 없었기에 그는 그 정도로밖엔 생각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도 컨텍트로 바꿀까. 라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하긴 했으나 이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눈에 직접적으로 뭔가 닿는 것은 그로서는 조금 무섭고 회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호타루마츠리라."
생각도 못한 단어가 나오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호타루마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자신에게 찾아오는 것이 제일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있는 곳에선. 그야 여기서 시미즈 본가에 전화를 걸어서 뭔가를 물어볼 수도 없을테니까. 이곳에 있는 시미즈는 단 한 명. 바로 자신인 시미즈 아키라밖에 없기도 했고. 일단 별 상관없다는 듯, 그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저도 길가에 쭉 서 있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가요?"
아마 그녀의 가게. 즉 호시즈키당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그는 잠시 추측하긴 했으나 그렇다면 자신이 아니라 그 가게에서 직접 시미즈 본가에 문의하면 될 일이었으니 역시 그쪽은 아닌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추측을 멈추기로 했다. 어쨌건 당사자의 입에서 직접 듣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일단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물론 그녀의 보폭을 잠시 바라보고 거기에 말 없이 맞추려고 하며 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괜히 이상한 사진이면 오히려 돈만 날린 느낌일 것 같아 아미카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줄은 벌써 아미카와 아키라의 차례로 줄어들었고, 아미카는 제대로 즐겨보겠다는 생각으로 기대하며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안전바를 내리고, 벨트를 매고, 안전바를 잡고 출발을 기다렸다. 옆은 보지 말고 아미카 나름대로 즐기란 말에 아미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걸 타다가 기절하진 않겠지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즐기고 있는데 기절까지 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해 정말 이번엔 제대로 즐기기로 했다.
"네..출발하네요~!"
롤러코스터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서서히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미카는 긴장되어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곤 말했다.
렌은 요조라가 되묻는 것에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요조라가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 타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ㅡ분명 싫었다면 여기에 줄을 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다ㅡ 롤러코스터 자체를 ‘이게 무서워?’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냥 타는 것이라는 말에 웃음을 눌러 참았다.
“뭐, 무서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엄청 무서워해서 가까이 가는 것도 싫다는 이도 있는걸.”
롤러코스터가 휭휭 움직이는 것만 봐도 무서워하는 친구를 두다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줄이 줄어듬에 따라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며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거 타고 나서는 뭐 타러 갈 거야? 가까이 있는 순서대로 여기 있는 거 다 탈 생각은 아닐거고.”
아, 다 탈 생각인 걸까? 하지만 롤러코스터도 뭔가 지루해하는 얼굴인데 이것 보다 느린 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후룸라이드처럼 물에 젖게 되는 것들도 별로 안 좋아하지 않을까. 그냥 제 생각이었지만.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아미카가 고개를 숙이면, 코로리도 자리에서 일어다더니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고 했다. 코로리에게 오래 잤다는 것 때문에 사과한다면야, 그 사과는 갈 곳을 잃는다. 칭찬 받을 일이라구, 칭찬! 꿈도 예쁘게 꾸게 해줄걸ー.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것 같으니 만족스럽기도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걸 미룰 수는 없다. 아이고, 코로리는 아미카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있나보다!
"이따 진짜 별님들이 보일 때두 많이 자야 해?"
빠이빠이ー. 아미카에게 손을 흔들고서 먼저 플라네타리움을 떠난다. 다음에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면 깜짝 놀라겠다.
/ 아미카주 늦어서 미안해, 막레로 받을 수 있도록 가져왓어 。゚(゚´ω`゚)゚。 아미카 무척 귀여웠구 일상 수고 많았어!
출발하는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은 정점을 우선 찍으려는 듯, 천천히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훅 가라앉으면서 속도감과 함께 무중력상태를 부여해서 스릴을 느끼게 하는 구조였다. 지금 이 순간, 아키라는 아주 약하게 떨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여기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바로 이 기분을 위해서 이걸 타지 않았던가. 무섭지만 짜릿한 이 기분. 이것이야말로 놀이기구를 즐기는 기분이 아니겠는가.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니 단순하게 판단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이후의...우와아아악!!"
이어 롤러코스터가 높은 곳에 올라서며 단번에 레일을 따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그 속도감과 안면을 강타하는 강한 바람, 그리고 전신에 느껴지는 붕뜨는 무중력. 그 모든 것이 그의 손에 절로 힘을 꽉 주게 만들었다. 떨어질리는 없겠으나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아슬아슬함. 그 모든 것이 그를 두려움과 동시에 흥분시켰다. 무섭기에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기분 속에서 느껴지는 그 스릴이 그에게 있어선 최고였다. 이내 롤러코스터는 단번에 회전을 몇 차례 하더니 수직으로 내리찍는 코스에 들어섰다. 그야말로 땅을 향해 파악하고 꽂는 그 속도감은 롤러코스터 코스 내에서도 최고 속도에 해당했다. 우와아아!! 소리를 절로 지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 발을 동동 굴렸다. 땅에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감이 강하게 드는 그 순간, 다시 레일을 따라 롤러코스터가 다시 천천히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으어...아아. 우와. 이거 생각보다 엄청나네요. 이타니 씨는 괜찮으세요?"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그렇다고 우는 목소리는 절대로 아니었다. 바로 눈앞의 코스를 조금만 더 돌면 이 롤러코스터도 끝이었으니 그는 그야말로 그 마지막 순간을 짜릿하게 즐길 생각으로 두 눈을 최대한 크게 뜨려고 했다. 물론 그러다가 내려앉으면 또 자신도 모르게 꽉 감고 말겠지만.
아키라의 말의 의미가 옷이 아닌 안경이라는 사실에 요조라도 조금 의아한 표정이 지어진다. 하지만 곧 납득한다. 평소에 안 끼던 걸 꼈으니까, 패션용인지 다른 용도가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그렇대도 달리 말은 안 할 거지만, 귀찮으니까, 요조라는 안경테를 한번 만지작 하고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알아서 생각하라는 의미였다.
걸으면서 얘기하자는 요조라의 제안에 아키라가 동의했으니, 요조라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평소보다는 조금 다른, 보통 사람과 비슷한 보폭에 비슷한 걸음이다. 굳이 맞출 필요가 없는 걸음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걸으며 요조라 역시 들고 있던 스무디를 빨대로 푹푹저어 섞은 뒤 한모금 마셨다. 차고 달달한 음료가 목으로 넘어가자 조금 있을까 말까 하던 더위도 가시는 듯 하다. 그렇게 얼마를 걷다가, 요조라가 느릿하게 말을 꺼냈다.
"뭐부터, 말해야 하나... 시미즈 씨... 일단, 이거, 봐요..."
설명을 하려던 요조라는 말보다 보여주는게 빠를거라 생각했는지, 폰을 들어 한 영상을 재생시켜서 아키라에게 내민다. 그대로 봐도 되고 폰을 잠시 가져가서 봐도 된다고 덧붙인다. 어떤 식으로든 아키라가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약 5분간 영상 볼 시간도 보내었을 것이다. 영상 속 내용은 어느 행사에서 있었던 듯한 퍼포먼스인데, 특주한 종이를 펼쳐놓고 그 위에 먹과 붓 만으로 스케치 없이 그림을 그리는게 주된 내용이다. 이른바 즉석 그리기라는 퍼포먼스였다.
그녀가 보여주는 영상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즉석 그리기.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왜 이걸 나에게? 라는 의문이었다. 가게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아니라 시미즈 본가에 가서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아니면 요조라가 직접 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묻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본 그녀는 그렇게까지 적극적인 인상은 아니었다. 물론 실체는 다를지도 모르나 마츠리를 돌아다닐 때의 기억은 아직 그의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있었기에. 일단 물음이 왔으니 자신은 그에 대해서 대답할 뿐이었다.
"하는거야 개개인의 자유니까 상관없을 거예요. 반딧불을 볼 수 있는 산길 코스에서 하는 것만 아니라면. 반딧불들이 도망쳐버리거나 피해버리면 호타루마츠리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한다고 한다면 역시 호타루노히카미를 모시는 신사 근처의 백사장이 좋지 않을까 싶지만."
결론적으로는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아니라면 자신은, 정확히는 시미즈 일가는 크게 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일단 자신이 기본적으로 배운 것에 따르면 그런 느낌이었으니, 크게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만약 가게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시미즈 본가. 그러니까 제 아버지와 어머니. 정확히는 어머니에게 여쭙는 것이 좋을 거예요. 호시즈키당의 사장님에게 부탁하면 아마 대신 물어봐주지 않을까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그는 한입 크기로 남아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입에 마저 넣으면서 그 부드러움을 목구멍 속으로 꿀꺽 삼켰다.
"그래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시간이 된다고 한다면, 그리고 맞는다고 한다면, 그 상태에서 그걸 한다고 한다면 구경 정도는 가볼게요."
렌이 웃는 소리에 요조라의 시선이 또 힐끔, 움직인다. 비웃는 건 아닌 듯 하니 째릿한 반응은 없다. 그게 그렇게 웃긴가, 웃길 일인가, 하는 반응은 있었겠지만. 더 웃었다면 혀를 차는 것까지 했겠지만, 아니었으니 시선만으로 그친다. 요조라는 줄어드는 대기열을 따라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그럼, 안 타면, 되는 거고..."
애초에 무서웠으면 타겠다고 올 사람도 아니다, 요조라는. 권유를 했다면 딱 잘라 거절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군다면 한숨과 함께 쓴소리 두어마디 정도는 했을 것이고, 뭐, 렌은 그 어느 쪽도 아니라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요조라의 쌀쌀맞음은 정도가 좀 많이 강했으니 말이다.
"그럴, 거야... 일일히, 찾아다니는 거... 귀찮고..."
다음은 뭘 탈 거냐고 묻길래 요조라는 새삼 별 걸 다 묻는다는 투로 대답한다. 어차피 놀이기구는 입구와 출구가 전혀 다르니까, 나간 다음에 주변을 다시 보는게 나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조라는 아직, 롤러코스터를 한번만 탄다고는 안 했다. 그것까지 상정하면 가능성의 수는 늘어난다. 그러니 대강 둘러댈 만큼은 대답하고, 앞을 한번 내다본다. 이번 열차는 무리고, 아마 다음 열차 쯤에 탈 수 있을 듯 싶다.
줄이 줄어들수록 덜컹거림도 비명도 리얼하게 들려오지만, 요조라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차분히 남은 인원을 보고, 지도를 가방에 집어넣고, 머리를 앞으로 넘겨와 세갈래로 나눠 땋아내리며 탈 준비를 천천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기준이었다. 상대가 이 정도로도 끄떡없다면, 그냥 안전바를 잡지 않고 바로 만세를 하면서 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테니까. 아. 거기 왼쪽도 흐트러졌어요. 그렇게 가르쳐주려고 하는 찰나, 이내 또 다시 높은 곳까지 올라온 롤러코스터는 다시 한 번 아래로 돌진했다. 그 때문에 아키라의 말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 왼쪽도오오오오오!!! 흐어어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바람 속에 그의 목소리는 묻혔고 이내 아키라는 다시 한 번 크게 비명을 질렀다.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차는 정말 빠르게 공기를 가르고 질주했고 높은 곳으로 올랐다가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또 다시 연속으로 회전하며 빠르게 정점을 향해서 돌진했고 이내 정점을 찍은 롤러코스터는 또 다시 90도로 땅을 향해 레일을 타고 내려찍는 구도로 향했다.
"우와. 우와. 우와. 우와아아아!!"
절로 그의 눈이 크게 뜨였으나 그는 애써 눈에 힘을 꽉 줘서 감으려고 했다. 허나 강한 바람과 공기저항은 그걸 어렵게 만들었고 아마 사진이 여기서 찍혔으면 그는 반쯤 눈을 뜨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상태로 찍혔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레일을 타고 다시 제대로 앞으로 질주하던 롤러코스터는 이제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안전바가 올라오자 그는 파들파들 떨리는 두 다리에 애써 힘을 줘서 밖으로 나섰고 근처에 있는 벽에 등을 기대며 숨을 내쉬었다.
미워. 미워! 완전 미워! 너 오늘 완전 무섭구 끔찍한 악몽 꾸게 해버릴 거야! 그 대상은 인형뽑기 기계였다! 말랑말랑해보이는 인형들이 줄지어 늘어선 커다란 기계들 안에 갇혀 올망졸망 코로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구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승부심이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사쿠라마츠리 때에도 풍선 다트로 훌륭하게 1등 경품이었던 커다란 인형을 따냈었는데, 이런 기계 쯤이야 이길 자신이 있었고, 인형도 제법 귀여웠다. 처음에는 갖고 있던 동전을 다 쓸 때까지만,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지폐도 동전으로 교환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니 자존심에 스크래치도 박박 나버리고, 의욕도 상실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못 구해줘서 미안해에."
인형뽑기 기계에 앞에 털썩 쭈그려 앉았던 코로리는, 다른 사람이 인형 뽑기를 하러 오는 거 같길래 마냥 쭈그려 앉아있지도 못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마음에 상처가 많이 나서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다행히 인형뽑기 근처에 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있었고, 코로리는 기운없이 의자로 향하더니 추욱 늘어져 기대 앉았다. 누군가 옆에 있는지 없는지 알아채지도 못할 만큼 상실감이 컸다.
아키라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역시 요조라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영상이 끝난 폰을 닫아 주머니에 넣으며,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지 않았을까. 입에 문 빨대도 마시려고 그런다기보다 생각에 잠겨 잘근거리고 있을 뿐이다. 한번씩 음료가 올라가는 걸 보면 아주 안 마시는 것도 아닌 듯 하다만, 그건 아무래도 좋을 사실이다.
다 들은 뒤 요조라는 잠시 생각하느라 말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정리를 하는지, 조건을 맞춰보는지, 눈동자가 좌우로 한번씩 데굴거린다. 흐음, 하는 고민에 찬 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러다 생각이 끝났는지 빨대를 놓고 말을 했다.
그렇다. 요조라가 그리려는 그림은 반딧불이 아니라 마츠리 중에만 개방된다는 신성한 샘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야 반딧불 그림은 이미 천막으로 그렸으니 더 그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조라는 살짝 텀을 두었다가 얘기를 잇는다.
"그, 샘... 따로, 전설이, 있다고... 들어서요... 그걸... 단 한 폭, 으로, 담아내면... 어떨까... 해서..."
마치 파노라마 사진처럼 길고 긴 그림 한 폭에 전설 속 내용을 쭉 그려보고 싶다, 요조라의 말은 그런 의미다. 어찌 보면 호타루마츠리의 주제에 어긋날지도 모르니, 정식으로 문의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는 것에 가깝다. 그 뒤에 마히루의 채근이 있긴 했지만, 그건 그거인 일이다. 요조라는 음료로 목을 축이고 덧붙였다.
"샘이... 개방되는, 이 시기가...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아오노미즈류카미 님... 전설은..."
그렇다. 렌은 은근 궁금증도 많고 호기심도 많았다. 공부에 그렇게 호기심이 많으면 좋으려만…. 사람들을 좋아하다보니 주로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친하지 않으면 속으로만 생각하는 편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선을 생각하면서 이런 것은 대답해주지 않을까, 하는 것들은 종종 물어봤다.
물에 폭싹 젖은 요조라를 상상했다가, 이내 요조라는 우비를 쓰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뭔가 렌의 머릿속에서 요조라는 단호하고 철저한 느낌이다. 우비를 입어서 물을 철벽 방어 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앞머리 정도는 젖지 않을까? 아니, 아예 그런 류의 놀이기구는 타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금씩 앞으로 앞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 줄은 점점 짧아진다. 돌아오는 열차는 타지 못하고 다음 열차는 음, 우리 앞에서 끊길지도 모르겠는데? 요조라도 곧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머리카락을 땋기 시작했다. 렌은 조금 신기한 듯 바라봤다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만약 우리 앞에서 딱 끊겨서, 첫번째로 자리를 고를 수 있게되면 맨 앞을 타는 편이야, 아니면 맨 끝? 그것도 아니면 중간?”
코로리가 진짜 뒷끝 부리면..... 악몽 속에 가둬버릴 수도 있는걸, 악몽으로만 이루어진 몽중몽을 무한히 반복시켜버릴 수도 있다구~!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지만! ( ´∀`) 코로리한테 악몽은..... 새로 산 신발 신은 날 비오구.... 어제 산 무언가가 오늘 1+1 하고 있는 그런 꿈이니까~!
"당신은 한번씩 의외인 것을 이야기할 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의외인 것을 이야기하네요."
샘에 대한 전설이 있다고 들었고 그것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이요, 아오노미즈류카미라는 말이 나오자 아키라는 두 눈을 깜박이며 그 물음에 대답했다. 아오노미즈류카미. 적어도 자신은 그녀에게 그 신의 이름을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 하지만 여기서 오래 살았으면 못 들을 이름도 아니었다. 신에게 관심이 있고, 혹은 나이 많은 어른들 중에선 이름을 알 수도 있었으니 그것을 경유해서 못 들을 것은 없었으니까.
허나 그렇다고 한들 여기서 전설에 대해서 언급할 거라고는 그로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세이 렌. 그 남학생이 주변에 이야기를 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잠시 하지만 그래도 굳이 그 의문점에 대해서 말을 꺼내진 않으며 그는 일단 고개를 끄덕인 이후,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아오노미즈류카미. 잊혀진 이름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기억되는 이름. 시미즈 가문이 아닌 이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의외라면 의외네요. 아니. 그보다는... 샘의 전설을 거론하는 것이 더욱 의외지만요. 그 전설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적어도 저희 또래중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렌이라던가. 그때 자신이 이야기를 한 것을 떠올리며 아키라는 두 눈을 깜빡인 후에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리고 걸음을 살며시 멈춰, 고개를 그녀 쪽으로 완전히 돌린 후에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는 것은 어차피 개인의 자유니까 시미즈 가문은 물론이고 저도 크게 말을 꺼내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그 전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진 않을 것 같고... 그 전설을 알려달라는 말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자구 일어났어?! 지금? 여기서?! 킁, 코 끝에 걸리는 향이 달았다. 달콤한 디저트가 있다거나 누군가 뿌린 향수 향이 그런 거라면 좋을텐데, 이 파릇한 단내는 양귀비에게서 맡아지는 그 향이었다. 풋사과 씨, 원래도 양귀비였지만 왜 더 피었어?! 코로리가 잠의 신이라서 알아챈 이 향기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피곤해보이는 모습에 코로리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수학여행에서 많이 놀아서 피곤한 거라면 좋을텐데, 이전 시험 대체 같이 과제를 하게 되었을 때 나누었던 이야기를 생각하면 수학여행에 와서도 공부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풋사과 씨, 완전 시들었어. 상했는데!"
의자에 푹 기대 앉아있던 코로리는 몸을 조금 틀어서 풋사과 씨 사과 해야하는데! 를 바라보았다.
"보이면, 타겠지... 아, 후룸라이드는... 있어도, 마지막 쯤, 일까... 젖으니까..."
렌의 물음에 일일히 대답은 해주고 있었지만, 얼핏 보면 그런 류의 기계인형 같기도 하다. 아니, 인공지능일까. 질문을 하면 그에 맞춘 대답만 딱딱 나오는 인공지능. 그것과 다른 점을 찾으라면 요조라의 대답엔 개인의 의향이 섞여있다는 점이다. 인간미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요조라의 손놀림은 익숙하게 머리카락을 꼬아 하나의 타래로 만들어간다. 제법 굵게 꼬았으니, 설겅설겅 엮은 털실 장식물 같다. 다 땋은 머리를 뒤로 넘기려다가, 넘기지 않고 어깨 앞으로 내려둔다. 뒤로 넘기면 뒷사람의 얼굴을 때린다고, 전에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를 일단락하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옆에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요조라는 힐끔, 렌을 곁눈질하고 중얼거린다.
"유령도, 아니면서... 말, 참 많다... 너..."
못 알아들을 걸 알지만 요조라가 그걸 설명해줄 리는 없다. 물어도 대답은 해주지 않겠지. 알아듣던가 말던가 식으로 중얼거린 요조라는 슬슬 열차가 오는 낌새를 느끼며 가방을 크로스로 고쳐메었다. 끈이 몸 중간을 푹 눌러서 조금 불편했지만, 타는 동안만 이러면 되니까, 눌린 셔츠를 조금 손 본 뒤 요조라는 말했다.
"안내, 맨 앞, 부터니까... 거기부터, 타겠지..."
궁금한 거를 포함해 말 참 많다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래도 귀찮은 기색이나 짜증은 아직 내보이지 않았다.
나는 인간 안내원이 시키는 대로 다리를 쭉 뻗는다. 가만보니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리를 훤히 드러내놓고 자기가 먹히는 줄도 모른다. 바보같기는. 구태여 먹이를 자처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는 괜히 첨벙거리다가 주의를 받기 전에 잽싸게 너에게 물 튀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재빠르게 살아야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난 굼뜬 편이지 않냐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네- 제 이름을 기억하시네요? 그쪽은 렌씨 맞으시죠?"
내가 비록 너에게 꽤 자주 안면을 비추고는 했으나 너의 머리에 알박힐 정도로 인상이 깊었을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 던져서 맞추기 3번, 괜히 화단에 물뿌리는 척 물튀기기 2번, 그외 사소한 일이 있었지만 그정도는 평범한 온나노코의 도짓코 속성으로 넘어갈줄 알았는데 말이지. 나는 혀를 굴려 끝내 발음하지 못한 너의ㅡ코노에의 성을 꿀꺽 삼켜낸다. 세이. 그 성은 나의 것이 아니고, 또 나의 핏줄도 아니니 괜히 너의 뿌리에 관해 왈가왈부하지 못함을 안다. 내가 괜히 심술을 부리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너에게 고정되었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 내 다리를 보았다. 물고기들은 내 다리에 여럿 맴돌지 않았다. 나의 다리에는 그들이 먹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리라. 나는 시선을 도르륵 굴려 알게모르게 너의 다리를 살핀다.
"용건이라도 있는 모양이죠?"
오른쪽 입꼬리를 올리려니 왼쪽 입꼬리가 내려가고, 그 반대로 하자니 또 같은 문제가 생긴다. 나는 예전의 코노에처럼 귀엽기 굴지 않는 너도 괘씸하고, 요즘의 코노에도 괘씸하다. 나는 네게서라도 내가 잃은 것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저 반짝이는 보석알은 내가 잃은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심술이 얼마나 옹졸하고 또 쓸모없는 일인지 깨닫고 만다. 탄력감 잃은 몸이 팔에 겨우 기대어 천장쪽을 향해 비스듬이 기울어졌다.
"...그래, 내가 그동안 너한테 심술을 좀 부리긴 했어. 눈치 챘니?"
나는 존댓말도 잃고 웃음도 잃고, 더이상 잃을 것이 없어 아주 그냥 싹다 내팽겨치기로 했다. 어째 한숨처럼 들리는건 내 착각일까.
//혹시 잇기 힘들면 말해줘,,,, 하아 이것참 우리 아이가 이렇게 꼰대가 아닌데 아잇, 그 손가락 내려라 미즈미야; 같은 기분이야 미안하게 됏어,,,
의외일까. 아키라와는 전에 신에 대해 얘기한 적도 있으니, 그렇게 의외는 아니라고 요조라는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 타인과 어긋난 시간은 시점도, 흐름도, 조금씩 어긋난다. 그 차이에서 오는 다름은 익숙하다. 익숙하지만,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단지 그 뿐이다.
아예 없었던 건 아닌가. 이전에 누군가가 아키라에게서 그 전설을 들은 일이 있었나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한두명 쯤은 있을 법도 하다. 뭐, 그건 그거대로다. 요조라는 아키라를 따라 걸음을 멈추고 역시 고개를 돌려 아키라에게 향했다. 어느새 물고 있던 빨대를 잘근거리다가, 놓고서 말한다.
그 혼잣말은 요조라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그야말로 별 의미가 없는 호시즈키당의 사람들에게 하는 한탄 같은 말들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 전설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주 약간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말을 고민했다.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어디서 어떻게 정리를 하는게 좋을까. 라는 생각 정리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정리를 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약하게 숨을 내뱉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주 오래 전 옛날. 가미즈미는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수많은 피가 흐르고 수많은 생명이 그 목숨을 잃은 황폐해진, 그야말로 죽음의 땅이었어요. 생명의 근원이 없었기에 그 어떤 것도 기를 수 없었고, 그 어떤 생물도 살아갈 수 없는 그야말로 죽음의 땅. 수많은 이들이 가미즈미를 그렇게 만들고 버렸지만 단 한 명만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그 땅을 다시 살리려고 했으나 모두 다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요. 당시의 환경은 식물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서 자신의 눈물과 땀방울까지 동원했다고 하네요. 물을 다른 곳에서 구하고 사와도 마치 저주라도 내린 것처럼 물은 그대로 말라없어졌다고 하고요."
이전에도 렌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 전설을 이야기하며 그는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설마 이 이야기를 자신의 또래에게 두 번이나 이야기하게 되다니. 정말 상상도 못한 이야기였다. 한편 말을 하며 조금 미묘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찌되었건 이건 자신의 본가. 시미즈와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세 신이 내려왔다고 해요. 첫번째 신은 자신의 힘을 사용해 땅에 다시 생명이 싹틀 수 있도록 생명의 근원, 즉 물을 내려줬고 두번째 신은 땅에 생명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그 생명을 인도하는 빛을 이 땅에 쬐어 수많은 생명이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고, 마지막 신은 이 땅에 뿌리를 내려 땅을 다시 녹색빛으로 바꿨다고 해요. 그 신들의 힘으로 인해 황폐했던 죽음의 땅이 생명이 살아 숨쉬는 땅으로 바뀌었고 신은 유일하게 그 땅을 지킨 이에게 그 죄악을 평생 그 땅에서 생명을 돌보고 지키는 것으로 갚으라고 했다나봐요. ...그리고 개방되는 샘은 바로 그 첫번째 신이 내려준 물이라고 해요. 성스러운 물. 그야말로 가미즈미의 모든 생명의 근원인 성스러운 샘."
굳이 전설 속에 나오는 그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아키라는 깊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게 자신의 집안이다라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했으니까. 그렇기에 전설에 대한 것만 이야기하며 최대한 시미즈가 거론되는 일은 없도록 그 관련 부분은 애매하게 넘어가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그 성스러운 샘에 전해지는 이야기이자 가미즈미에 전해지는 근원에 대한 이야기에요. 첫번째 신. 물을 내려준 신이 바로 당신도 언급한 아오노미즈류카미. 이제는 수많은 이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져버린 잊혀진 신이에요."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보이는 놀이기구는 족족 다 탈 생각인 것 같았다. 꽤나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편인 걸까? 겉으론 그렇게 즐거워하는 표정은 아니지만 이정도의 진심이라면 속으로는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 수학여행을 올 정도가 아닐까.
“음…. 귀신의 집도?”
요조라가 귀신의 집을 무서워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놀이기구의 무서움과 귀신의 집의 무서움은 다르지 않는가.
머리를 다 꼬아 묶은 것을 어깨 앞에 내려 둔 요조라가 이번에는 자신을 향해 말이 많다고 타박을 한다. 유령, 유령이라니…. 으으….
“윽, 유령은 말이 없지 않아?”
조금 싫다는 듯 표정을 지어보인다. 말이 많은 유령이라니…. 딱 질색이었다. 생각해보면 공포영화들을 보다보면 말 많은 유령이 있지만ㅡ그만큼 한이 많을테니ㅡ 공포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 렌에게는 유령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나름 딱 자신의 앞에서 끊기면 타고 싶은 자리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데, 요조라는 딱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채워 앉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모양이었다.
“아, 이번에 탈 수 있겠다.”
안내를 받아 앞자리부터 채워 앉다보니 .dice 1 10. = 9번째 자리에 앉게 되었다. 렌은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안전벨트를 매고 안전장치를 내렸다.
렌은 어리둥절했다. 이거 일부러 물 튀긴 거 맞지? 그렇게 큰 데미지는 없었으나 이 학생이 자신을 미워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이 맞다며, 또 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보고 무어라 말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고기들은 렌의 다리에도 그렇게 많이 몰려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수영부이다보니 물에 들어가 있는 일이 많고 샤워도 저절로 자주 하게 되기 때문에ㅡ게다가 집에 오면 꼭 목욕도 잊지 않고 한다ㅡ 그렇게 각질이나 그런 것들이 생길 일이 없는 것이었다. 괜히 물고기들도 자신을 싫어하는 것만 같다.
“뭐어, 용건이라고 할 만한 건 없지만….”
무작정 왜 너 나 싫어하냐, 라고 묻기에는 렌은 좀 소심했다. 하지만 저보다 더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미즈미였다. 방금까지의 존댓말이나 모르는 척은 버린 듯이 싸늘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렌은 뺨을 긁적였다.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그, 사실 원한 살 일은 별로 안 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너한테 잘못한 일이라도 있어?”
이미 상대방이 먼저 말을 꺼낸 겸 렌도 궁금증을 물어본다.
/ㅋㅋㅋㅋㅋㅋㅋ 전혀 힘들지 않으니까 괜찮아! 흥미진진한걸. 이정도면 이정도면 약혐관이니까 재미있어~! 푹 쉬고 천천히 이어줘!
잠을 잘 자야 미인이 되구, 키가 크구, 똑똑해지구, 튼튼해져서 사과 씨 되는건데 싫은거야?! 아니면 사과가 싫은 거야? 잠만 잠녀사과 말고 다른 녹빛 과일을 상상해본다. 처음 사과를 떠올린 것도 토와의 눈을 보고서 떠올린 것이었어서, 이번에도 토와와 눈을 맞추려고 했다. 풋귤이라던지, 청포도 같은게 생각나기는 했지만 사과가 제일 마음에 드는지라 코로리는 꽤나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잘 놀구 있지 않잖아ー"
완전 꽃밭이야, 양들이 안 보여! 손을 뻗어본다. 토와가 피하지 않는다면 코로리가 가볍게 통통 쓰다듬어줄텐데, 수학여행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꿈을 꾸지 않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코로리는 수학여행에 오고서 왠지 양귀비 향이 더 짙어진 것 같아서 묘했다. 놀러와있는 3박 4일 동안의 시간이 짧아서, 그래서 잠을 더 쪼개고 피곤하더라도 더 열심히 놀고 있기 때문이려나 짐작은 가능했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잠의 신 입장에서는 입술 삐죽이고 만다. 심지어 풋사과 씨는 공부도 하잖아!
"아냐, 뽑는게 아니라 구해주는 거라구. 갇혔잖아! ...못 구해줬지마안."
코로리도 다시금 시들시들 풀이 죽었다. 토와에게 시들었다느니 상했다느니 하더니만 코로리도 그래지고 만다. 인형뽑기에 돈을 얼마나 썼느지도 모르겠고, 얄미운 인형이 뽑히지 않는게 제일 시무룩하게 한다.
"나중에 레지던트나 의사 일정 보시기라도 하면 굉장히... 놀라실 것 같네요." 밤샘 3교대라던가. 자다가도 콜 오면 받아야 한다.. 같은 걸 알게 되면 코로리가 양귀비 싫어! 라고 하는 걸 상상해버린 토와주~
"그래도 평소 공부하는 것보다 적은 양이니까요?" 원래 공부 잘하는 이들 중 최상위권은 수학여행은 안 가고 학교에서 자습하며 죽어라 공부하고 4시간 자고 그러는 것에 비하면 토와는 잠을 잘 자고 할 거 다 하면서 그러는 편이라.. 토와가 속사정을 안다면 제법 억울해할 만했다.
"...?" 쓰담쓰담하는 걸 피하지는 않고 나서 꿈을 꾸지 않게 된다면 무언가. 안심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는 구해주러 왔다는 말에 그렇게 여기는.. 건가..? 라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어렴풋이 듣긴 했으나, 딱히 자신에게 하는 소리는 아닌 듯 해서, 요조라는 말없이 있었다. 타인의 생각에 깊게 파고들어봐야 성가실 뿐이다. 재차 말을 걸어온다면 그건 반응하겠지만, 아니라면 그저 가만히 있는다. 요조라는 다시 빨대를 물고 끝을 느릿하게 씹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 아키라가 얘기를 시작했을 때도, 그 도중에도, 빨대를 입에 문 채 들었다.
듣는 도중, 요조라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을 듯 싶었지만, 한 구절에서 눈이 살짝 커지는 반응을 보인다. 과거에 내려온 신이 셋이라는 구절에서다. 그야 요조라는 마히루에게서 개방되는 샘이 가미즈미의 근원이고 아오노미즈류카미라는 신과 연관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가미즈미의 재생에 그 외의 신이 관여했단 건 못 들었다. 히루, 다 알면서 일부러 덜 알려주고 그로 하여금 직접 얘기를 듣게 만들었겠다, 돌아가면 그 옆구리를 성치 못 하게 만들어주리라, 속으로 다짐한 요조라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싸하게 내려뜨며 이를 뿌득 간 걸 눈치채지 못 했다. 그것도 모르고, 얘기가 끝난 아키라를 보고 말했다.
"긴 얘기, 들려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몇 개... 질문이, 있어요..."
요조라는 아키라가 그랬던 것처럼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낸다. 대각선 아래로 향한 눈빛은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품은, 혹은 굴리는, 그런 눈빛이다. 잠시 후, 나름 정리가 끝났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요조라가 질문을 꺼낸다.
뭐든 보이면 들어갈 것이고 있는대로 탈 건데, 귀신의 집이라고 다를게 있을까. 그렇다고 대답하려던 요조라는 열었던 입을 다시 닫는다. 그대로 정면을 주시하고 눈을 깜빡이는 모습이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 그건 싫다고 대답하려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잠시 뒤 요조라가 내놓은 대답은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근처에 가게 되면 꼭 가봐야겠다고, 이따 내리면 지도를 보자고 생각한다. 그런데 렌은 유령이 싫은가보다. 요조라가 한 타박에서 유령은 말이 없지 않냐며 대꾸하길래 힐끔 쳐다보니, 명백히 싫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 표정을 지그시 응시하던 요조라는 지나가듯 한마디 툭 내뱉는다.
"유령...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의미를 모르는 렌에겐 그저 으스스한 장난식 말 정도로만 들렸지 않을까.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어느새 차례가 왔다. 요조라는 렌의 다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옆에 앉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서 안전벨트로 가방 위치를 흔들리지 않게 잡아놓고, 안전장치를 내리며 작게 윽, 하는 소리를 낸다. 롤러코스터의 안전장치는 살짝 깊게 내려오니까 말이다.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열차가 덜컹이며 출발하면 그런 불편함 따위는 별거 아닌게 되어버린다.
덜컹,덜컹,덜컹,덜컹...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롤러코스터는 완만한 경사의 레일을 차차 올라간다. 경사는 점점 가팔라지고, 지면은 그에 비례하여 멀어진다. 열차에 탄 사람들 사이로 실이 당겨지듯 긴장감이 도는 와중, 어느새 가장 높은 레일에 도착한 열차는 잠시 멈춘다. 놀이공원을 얼추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서 주변을 한바퀴 돌아본 요조라가 문득 중얼거린다. 너무도 담담하게...
"떨어지기, 좋은, 날이네..."
그 직후 열차는 급하강하며 레일을 따라 종횡무진 달린다. 레일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빠르고 과격하게 열차가 달리는 동안 같이 탑승한 사람들은 각자 비명을 지르고 때론 환호한다. 그 속에서 요조라는 태연히, 풍압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뜬 것 외엔 표정도 변하지 않고 소리도 없이 열차를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레일이 어느새 끝에 다다랐을 쯤엔, 느긋히 하품까지 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신과 세 번째 신에 대해서 알려달라는 말에 아키라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물론 그 이름을 알고는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어찌되었건 자신의 집에 제대로 전승되는 신은 아오노미즈류카미니까. 그 외의 신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오노미즈류카미처럼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며 그냥 어렴풋하게 아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일단 질문이 들어왔다면 그에 대해서 답을 하지 못할 것은 없었기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두 번째 신. 그건 호타루노히카미. 솔직히 말해서 저도 자세하게 아는 것은 없지만 반딧불 형태의 신이라고는 들었어요. 상징이라고 해야할지. 일단 호타루마츠리의 라인을 따라가면 가게 되는 해안가 부근에 신사가 하나 있긴 한데. 굳이 상징을 말하자면, 호타루마츠리 첫 날에 바다에 띄우는 등불이 아닐까 싶은데. 혹은 반딧불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세 번째 신. 사쿠라하나노히라카미. 녹색 식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신이라고는 하는데. 정확하게 아는 것은 없어요. 그저 가미즈미에서 가장 오래된 벚꽃나무에 깃들어 살고 있다는 말은 있어요. 그러니까 상징이라고 하면 역시 그 가장 오래된 벚꽃나무겠지요."
정확하게 아는 것은 없었다. 그저 자신도 전승을 들으면서 어느 정도 들은 내용을 읊을 뿐. 단지 그 뿐이었다. 물론 이게 그녀에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물어보는 것에 답은 최대한 하려고 하나 마지막 물음에 대해서는 그도 잠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땅을 지키게 된 사람. 그 사람의 후손이 시미즈 가문이냐는 물음에 아키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숨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뭔가 스스로 말하기는 조금 무안한 탓이었다. 그는 이내 괜히 왼손으로 자신의 안경을 정리하고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어느 정도 짐작하고 묻는 거라면 되게 짓궂은 물음인 건 아시죠? 후손의 입으로 우리 조상님이 그랬대요. 라고 말하는 것도 되게 무안한 일인데. 짐작한 그대로에요. 방금 이야기는 우리 시미즈의 근원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 이후로 시미즈는 생명의 근원인 그 샘을 대대로 관리하고 지키고 있으니까요. 머지않아 이번엔 제가 거길 지키게 될테고."
렌에게 말할때도 느낀 것이었으나 역시 이런 사실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보통 무안한 것이 아니었다.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냈다.
힘내고 있다구 말해버릴 뻔 했어! 사고칠 뻔 했다! 응원하고 있다고 무사히 말을 바꾸어서 다행이었지, 힘내고 있다고 말해버렸다가는 도대체 어떻게 힘내고 있단건지 수습하기 곤란할 뻔 했다. 안 놀랄려고 힘내고 있다는 정도밖에야 둘러댈 수 없을 것 같았으니, 힘내고 있는 분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며 두 손을 주먹 꼭 쥐었다. 화이팅! 이니까, 딸랑딸랑 응원하구 있어!
"쪼금이어두 가시에 찔리면 아파, 바보 풋사과 씨."
꿈도 꾸지 말구 자장자장, 푹 자구 사과 씨 되기ー. 쓰다듬는 걸 피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코로리는 쓰다듬고나서 손을 뗄 때 방긋 웃었는데, 이제 수학여행 끝날 때까지 푹 잠들 수 있게 해주었고 그렇다면 조금 덜 핀 양귀비가 될테다. 그것에 대한 만족감으로 인해 나온 미소였다.
"저ー기 있는 커다란 햄스터. 자구 있어서, 꼭 구해주고 싶었는데에."
자고 있다기보다는 웃는 것처럼 보이는 햄스터 인형이었지만, 코로리가 보기에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어서 미소지으며 자고 있는 햄스터로 보일 뿐이었다!
아키라요? 아키라는 수학여행을 즐기고 있지요! 아마 지금쯤이면 아쿠아리움을 적당히 둘러보고 있을 것 같긴 한데! 수학여행이 끝난 이후에는... 마츠리 준비를 돕기야 하겠지만 일단 오늘자 결과에 따라서 첫날에 적당히 돌아다닐지, 아니면 일에 올인을 할지가 정해질 것 같네요!
"전 바보는 아닌데요..." "가시는 아프긴 한데.. 비유인가.." 작게 웅얼거리듯 생각이 살짝 새어나옵니다. 미소를 짓는 건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대체 왜 그러는지를 몰라서 그런 걸까요? 신이라는 걸 알았으면 나름 납득했겠지만요. 코로리가 가리키는 햄스터를 보고는 저건 웃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아하... 몇 번 해볼래요?" 해피시공인 내옆신 월드에는 일부러 심각하게 약하게 해서 절대 못 뽑는다. 를 하는 사기꾼은 없을 것이므로. 토와가 적절히 손끝을 조정해서 하나 둘씩 치우고(뽑고) 햄스터를 섬세하게 집어서 조금만 툭 밀면 뽑을 수 있게 만드는 데에는 대략 1회 100엔이라면 10번 정도의 횟수가 소모되었을 것이다.
"조금만 밀면 될 것 같네요." 이자요이 씨가 마무리를? 이라면서 말랑말랑한 인형을 들고는 바라봅니다. 여기서 실패해서 굴러떨어지면 어쩔 수 없나..?
방탈출 카페에 가본 적이 있었지만 꽤 재미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호러는 싫어.... 평소 외진 길로 다니고 어두운 곳도 잘만 다니면서 은근히 귀신이나 무서운 이야기 같은 종류는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낡은 고택에 혼자 살면서 그런 걸 무서워하는 것은 이상하긴 했지만 호러 특유의 귀신의 모습이라거나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래킨다거나 하는 것을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그, 그런 말 하지마, 호시즈키 씨. 귀신은 자기 말 하면 찾아온댔다고."
렌이 투덜거리 듯 말했다. 귀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ㅡ신은 봤었지만ㅡ 옆에 있다고 해도 볼 수 없으니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러했다.
안전장치를 꽉 조이는데 옆에서 불편해하는 소리를 내어 잠시 보았지만 문제는 없어 보여 다시 시선을 앞으로 보냈다. 덜컹덜컹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렌은 뭔가 기분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놀이공원의 전경을 둘러봤다. 그러다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옆에서 들리는 혼잣말에,
"그런 날이 어딨...."
어, 라고 하기도 전에 열차가 훅 바닥으로 꺼지듯 떨어졌다. 렌은 입을 닫고 엄청나게 쏟아지는 속도를 느끼며 숨을 참았다. 안전 손잡이를 꽉 잡고 훅 내려갔다가 빙글빙글 돌았다가 구조물에 부딪힐 듯 아슬아슬 곡예하는 열차에 타서 세찬 바람을 맞았다.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앞을 보려고 하며 속도감을 즐기다가 열차가 천천히 멈추며 끝으로 다가가자 숨을 푸욱 내쉬었다.
"하아.... 재밌었다."
덜컹덜컹하는 소리를 내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렌은 고개를 도리도리 털면서 바람을 맞은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했다.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너무 짧은 거 같지."
재밌지만 아쉽다. 조금 더 타고 싶은데. 열차는 정류장에 도착했고 안전바가 저절로 풀렸다. 안전벨트를 풀면서 렌이 요조라에게 물었다.
그가 꺼내든 방법이란 가장 기본적인 갈등 해결법이다. 일단 생각이든 감정이든 멈춰보라 한 후에 대화로 푸는 거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진정하라 말하긴 했지만 상대는 조금 삐졌을 뿐이지 화가 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래주어야 하나? 기본적인 소통은 가능해도 후미카의 대화 능력은 처참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어주겠다는 말에 우선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상태로 침묵이 길었다. 그는 현재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같이 무덤덤한 정자세로 있지만, 은근하게 눈 돌려가며 생각하는 심정을 이모지로 표현한다면 🤔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리 심도 깊게 할 이야기는 아니구나. 삐졌다면 화 풀어달라고 하려던 참이야."
결국 그는 이실직고를 했다. 없는 말을 쥐어짤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이런 말을 꺼내게 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그렇게 급하게 오르기만 하면 이곳까지 온 보람이 없지 않니?"
조용한 곳을 찾기에 이곳을 추천해줬는데, 기껏 와서는 강도 높은 운동만 한다면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을 테다. 등산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조용하게 쉴 공간을 찾으러 왔다면 더더욱. 뭐, 오는 길에 테츠야의 생각이 바뀌어서 열심히 땀을 흘리겠다 마음먹은 거라면 말릴 생각 없다.
다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뒤로 했던 몸을 바로하고, 아니 그보다 좀 더 숙이고 턱을 긴 상태에 심드렁한 얼굴이 드러났다. 심드랑하다기보다는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그게 나의 날것 그대로의 얼굴이다.
"그냥 보면 짜증나고 하는 짓도 굼떠서 별로고 귀염성도 없고-"
결국 늘여놓는 것은 악담이라,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힐끗 너의 눈치를 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턱 괴인 탓에 입꼬리 부분에 살이 밀려 뭉개져있었다. ...말이 너무 심했나?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속으로 꿍얼거린다. 그렇지만 난 잘못없다. 아무튼 없다.
"네 잘못은 딱히 아니고."
이건 결단코 변명이 아니다. 그냥, 사실을 알려주고자 하는 나의 자비로움이라고 해야할까. 한번 입 열면 수문 열린 듯 입에서 줄줄 다른 말이 튀어나오곤 한다. 지금이 그때인데 나는 단지 너에게 네 문제 아니라 일러주고플 생각뿐이었는데 어느새 주체 없이 헛소리를 내뱉고 마는 것이다. 이를 테면...
"넌 근데 왜 이렇게 웃음이 없어? 짜증나. 좀 웃고 다니면 어디 덧나나? 칙칙한 그 머리카락도 좀 밝게 염색해보는게 어때? 그래, 푸른 색이 좋겠다."
바로 바보가 아니라는 말에 딱 잘라 부정해버린다. 양귀비에게 칭찬을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못해 없다고 봐도 좋았다. 칭찬을 한다해도 못난 양귀비는 못났다는게 코로리였다! 어딘가 토라진 듯이 말했지만, 토와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형뽑기 기계 앞으로 가면 코로리도 따라 일어서 쫓았다. 구해주려는 거야?!
"나는, 이미 엄청 많이 졌는데에."
있는 돈을 다 써버린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 건 아니었다. 차라리 인형을 돈주고 사는 것이 나았을지도 몰랐을 만큼이었다. 다시금 인형뽑기 기계 앞에 오니, 의욕도 의지도 기운도 상실하게 되어서 조용히 구경을 하는 걸 선택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코로리가 그렇게 열심히 매달려 있을 때는 영영 구할 수 없도록 높은 탑에 갇힌 햄스터 인형을 드래곤 서너마리가 지키고 있는 것만 같았는데, 토와는 인형도 뽑고 햄스터도 순조롭게 구출 중이었다!
"나, 내가 해도 되는거야?!"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이라는 느낌으로 기계에 돈이 들어가면,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 인형뽑기 기계 안쪽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몇 번이고 들었던 발랄하고 신나는 멜로디가 긴장된다. 조심스레 심기일전하면 과연 햄스터를 구출할 수 있을까! 밉다고 해서 미안해, 인형뽑기 씨ー 악몽 꾸게 안 할테니까 도와줘!
.dice 1 100. = 64 에서 나온 숫자가 .dice 1 100. = 61 보다 같거나 크면 인형뽑기 성공! ( ´∀`)
렌은 미즈미의 말에 눈만 꿈뻑꿈뻑일 뿐이었다. 제가 싫은데 이유가 없단다. 이유가 있다면 그냥 제 생긴 모습이 짜증나고 제 하는 모양이 짜증났던 것 같다. 가끔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고 싫은 사람. 이성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그냥 싫은 사람. 보통은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싫다고 하지 않는데 이 미즈미라는 여학생은 자신이 엄청 싫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제가 엄청나게 싫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거나.
"......"
렌은 물속에 잠긴 제 발을 내려다보았다. 물고기들도 제가 싫은 모양인지 몇 마리만 발가락에 붙어서 간지럽힐 뿐이었다. 시무룩 쳐진 모양새는 아무래도 비에 쫄딱 맞은 강아지같은 모양새이다. 렌도 가끔 거울을 보면서 제가 아버지를 너무 닮아 싫을 때가 있는데 남이라고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좀 웃고 다니라고, 염색이라도 하는 게 어떠냐고 하는 말에 조금 렌은 어처구니가 없는 심정이었다. 렌이 조금 한숨을 쉬고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눈동자만 굴려 미즈미를 바라본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데 퍽이나 웃고 싶은 마음이 들겠다. 염색은... 나도 생각해 본 적은 있는데, 탈색을 여러번 해야하는데다... 푸른색은 물이 빠지니까, 나 수영부인데 같은 부원들한테 민폐이기도 하고."
렌이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더니 이어 말했다.
"...그리고 탈색하고 염색을 자주하면 강이 오염된다고 어머니가 그랬단 말이야."
그 말은 안 하는 게 좋았을까. 좀 마마보이 같은 발언이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저도 염색을 생각하긴 했지만 어머니가 반대하셨는 걸...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도 사랑한다고 했었다. 내심 속으로는 거짓말이라고 조금 생각했지만.
다, 다른 존재의 입장? 다른 존재?! 다른 존재가 누군데?! 신이라는 걸 들켰나 싶은 코로리는 순식간에 긴장했다. 플라네타리움에서도 수상하단 의심을 받아버렸는데, 설마 토와에게도 무언가 의심살만한 행동을 했었나 싶어진 것이다. 아까 전에 말을 하다 말고 바꾼게 역시 어색했던 건지, 별 다른 움직임 없이 인형뽑기 앞에 서있을 뿐인데 머릿속은 우왕좌왕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하지만 인형이 나오는 출구 속에서 뽁 햄스터 인형을 꺼내면 깜빡 잊어버린다.
"풋사과 씨가 한 거 망칠까봐ー 그래도 구했으니까!"
인형뽑기 씨가 사과 들어줬나 봐! 그치만 사과 취소야ー 악몽 꾸게 할거니까! 코로리는 자고 있다고 말한, 방싯 웃고 있는 인형이 말랑말랑해 보인다. 코로리의 품에 안길 정도의 크기를 가진 이 인형을 기어코 인형뽑기 기계 안에서 구해낸게 신난다! 방글방글 웃으면서 인형을 꼭 안아본다.
"응, 풋사과 씨 덕분이니까 고마워!"
코로리는 사쿠라마츠리 다음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더니 있었던, 풍선다트 노점에서 1등 경품으로 있던 것과 같은 커다란 곰인형에게 '쿠쿠'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서 친구 삼았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니까 쿠쿠쨩한테 친구가 생겼어! 이 햄스터 인형에게는 무슨 이름을 지어줄 지 고민하고 있었다. 후보는 '타타' 와 '무무' 로 두가지였는데, 토와가 인형뽑기를 도와주었으니 이름짓는데에 어느 정도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에게 쓰는 소원권은 전에 QR코드에서 아무도 못 따갔는걸요! (시선회피) 일단 일반 소원권은 저에게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이런 이벤트를 하고 싶다. 이런 부류로 하는 거라서. 별개의 소원권이에요! 그리고 조만간에 개인에게 쓰는 소원권도 다시 배포해볼까 고민 중이에요.
전설을 듣던 도중, 빛을 인도했다는 신과 초목에 깃들었다는 신이라는 내용에 혹시, 하고 예상은 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대답을 들으며 요조라는 머릿속으로 긴 그림을 그려간다. 메마른 대지와 산천, 그곳을 살리려는 단 한 명의 노고,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땅에 대한 절망... 그곳에 내려온 신의 세가지 은총과 대가와 속죄로 영원영겁 그곳을 지키게 된 마지막 한명의 인간... 그리고 그 후손...
요조라는 어느새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뜬다. 깊게 고인 먹물처럼 검은 눈이 아키라를 바라본다. 감정 없이 담담한 눈빛은 방금 들은 내용과 사실에도 전혀 동요치 않은 기색이다. 요조라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들었어요... 그런데, 일부러, 두루뭉술... 하게, 말한, 사람에게... 짖궂다느니, 할, 자격은... 없지, 않나, 싶네요... 확인은... 확실하게, 해야... 왜곡 없이, 표현, 할 수... 있는, 걸요..."
가미즈미의 전설이 정말인지는 몰라도, 이미 있는 일화를 사실 확인의 실수로 왜곡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건 요조라의 작은 고집이며 그림을 그리는 이로서의 자존심과 같은 것이다. 그걸 확실히 했을 뿐인데, 숨기려 했던 사람에게 짖궂다는 둥 듣고싶지 않다고 말한 요조라는 언제 비었는지 모를 음료수컵을 근처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아키라가 했던 것처럼 손을 툭툭 털고, 뒤로 모아 쥔다. 구상은 이미 머릿속에서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본방 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라는 생각에 요조라가 아키라에게 묻는다.
"그래서, 확인차, 묻겠는데... 그 전설에, 다른... 가지, 라고 할까... 뭐, 더, 말 안... 한 건... 없는 거죠...?"
있으면 지금 말하라고, 괜히 나중에 귀찮게 만들지 말라는 무언의 말이 담긴 시선이 지그시, 매우 지그시 아키라를 향했다.
렌의 말대로 대기시간에 비하면 짧은 탑승시간이었지만, 이 이상 길면 되려 재미가 없겠다고, 요조라는 생각한다. 롤러코스터는 3분 안팍으로 도는게 가장 재밌다고 마히루도 말했었다.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이런 건 죽이 잘 맞았더란다. 옆에서 머리를 털어 정리하는 렌을 보며 머리 참 복슬복슬하네, 속으로 중얼거린 요조라는 마찬가지로 벨트를 풀며 대답했다.
"그렇겠... 지, 아마..."
사진 얘기에 아마 그럴 거라고 대답하던 중, 잠시 아까의 하강 시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때 요조라는 뭘 했던가, 떨어지기 좋은 날이라며 중얼거리고 옆에서 들린, 아니, 들리다 만 대꾸에 피식 했었지 않나. 하필 사진이 찍히는 그 구간이다. 찍혔을지도 모르겠네, 라는 생각에 요조라는 작게 쯧, 혀를 찬다. 겉으론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나가는 통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고, 사진과는 별개로 롤러코스터가 재밌었으니 그렇게 말하긴 했다.
"한번 더, 타야지..."
어차피 사진은 다음 열차에서 찍힌 걸로 금방 밀려날테니까, 요조라에게 큰 고민거리는 되지 못 했다. 두번째는 원래대로 찍히면 되는거고, 그래, 그럼 되지, 라고 생각하면서 출구를 나가 롤러코스터의 입구 쪽으로 천천히 되돌아갔다.
렌 또한 요조라와 같이 출구를 향해 일어서 걸어갔다. 그러다 괜히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 궁금해서 출구로 나가는 길에 있는 사진이 나오는 곳에서 슬쩍 멈춰서서 어떻게 찍혔나 확인했다. 그 사진에는 조금 어처구니 없다는 듯 옆을 보는 제 모습과 제 말에 작게 웃는 모습이 담긴 것이 찍혀있었다. 렌은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가 한 번 더 타려는 듯 혼잣말을 하며 멀어지는 요조라를 따라잡으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같이 가."
역시 롤러코스터는 한 번만 타기에는 아쉽지. 대충 모른 척 요조라의 뒤에 줄을 섰다. 아마 별 말이 없으면 방금 처럼 이런 저런 소소한 궁금증을 묻기도 하며 줄을 기다렸다가 또 열차를 타지 않았을까. 물론 그 다음에는 재미있었다며 인사하고 다음에 또 보자며 헤어졌겠지만.
/막레 느낌~ 더 이어도 괜찮고 여기서 마무리해도 괜찮고 그렇다! 요조라 씨... 아마 한 번은 더 같이 타줬을 것 같은데 어떠려나? 일 조심히 다녀와~
질문을 듣자마자 뜨끔한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로 고개를 황급히 도리도리 저었다. 인형 덕분에 까먹었다가 다시 기억나버리니, 이렇게 중요한 걸 깜빡하면 어떡해! 있는 힘껏 강하게 부정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조금 어색하게 웃어보이지만, 아차 싶은지라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 인형을 꼭 안아버리게 된다.
"그럼 얜 타타ー 와앗."
이름이 정해져서 인형을 내려다보니, 자신이 꼭 안았다가 찌그러진 모양을 발견한다. 잠시 기다리기만 해도 다시 차오르겠지만, 타타쨩 자고 있는데 꾹꾹 해버렸어ー. 놀라서 퐁퐁 모양을 잡아준다. 조심히 안으면 다시 말랑거리는 본모습을 되찾았다.
"바다 무서워? 풋사과 씨, 가보구 싶은데 못 가는거면 같이 가자!"
코로리야 어디든지 뽀르르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고, 지켜보던 꿈들 속에서 꿈의 주인들이 재미있게 놀던 곳에 놀러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아서 선뜻 동행을 제의했다. 옆에 누가 있으면 안 무섭잖아! 근데 무서워서가 아니면 어떡하지?!
뭐지 이 침묵의 순간은. 나의 반응을 살펴보는걸까? 아니면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소리인걸까? 불러놓고 무시라니 도대체 이건 무슨 행동인건가. 아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거 아냐!
"응, 그래.."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한 말이 그거냐고 말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힘이 빠질 듯 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사실은 나름대로 엄청난 고민을 한 끝에 나온 결론인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그게 최선이냐고 묻고싶은 마음이지만 역시 그럴 일은 없었다.
"그것도 그렇네. 그럼 천천히 다녀야겠어."
'천천히 다니자.' 라는 말투를 고르지않도록 주의깊게 의식해 말을 했다. 더 이상의 수치는 사양이었다.
"그런데 혼자 다니는거야?"
그의 편협한 생각으로는 여자애들은 으레 무리로 행동하고는 한다고 생각했기에 혼자 플라네타리움에 오고 산까지 동행한 그녀의 행동이 이미지에 맞지 않기에 물어보았다. 처음 보았기에 단정은 못하지만 사교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니 혼자 다니는게 정답이 아닐까. 그나저나 뛰어난 근력을 위해 빨리 가야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뭔가 신의 명령을 따라서 살아가고 있는 집안이라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뒤에 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 이야기는 굳이 묻는 것이 아니면 잘 이야기하지도 않아요. 딱히 당신에게 숨기려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요즘 시대에 가문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무안한 감정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가르쳐달라고 하면 가르쳐줄 수 있고, 숨기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가미즈미의 전승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 사람의 후손이 바로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란다. 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은 뭔가 생색내는 느낌이지 않은가. 아니. 생색은 오버라고 치더라도 우리 선조님이 이랬대! 같은 자랑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그는 고개를 가만히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상대 쪽에서 필요하다라고 느낀다면 필요하겠지. 그렇게 제 스스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지만.
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없냐는 그 물음에 아키라는 눈을 감고서 약하게 숨을 내쉬었다. 뭔가 추궁당하는 듯한 느낌에 아주 살짝 애매한 기분이 들었기에 이내 감았던 눈을 뜨고 아키라는 가만히 요조라의 눈을 바라봤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싶었으나 이내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휘저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요. 본가의 어머니는 조금 더 알지도 모르지만, 일단 제가 아는 것은 그 정도거든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물론 더 캐내보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아는 것은 정말 딱 그 정도였다. 그 관련으로 자신을 캐내려고 해도 아무 것도 나올 것이 없다는 듯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안경을 살짝 올리며 두 손을 활짝 들어올리다가 살며시 아래로 내렸다. 이내 괜히 기지개를 쭈욱 켠 후에 자신의 두 어깨를 톡톡 내려친 아키라는 살며시 뒤로 돌아섰다.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지.
"그러니까 그렇게 바라봐도 제가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이미 전승에 대한 것은 모두 이야기했으니까."
나는 네가 왜 이렇게 울상인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말을 좀 심하게 한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우울해할 일인가. 코노에는 말이다. 어렸을 적에도 내가 뭔 소리를 하든 좋다고 쫄래쫄래 딸아붙었는데. 요즘 코노에는 비록....... 됐다, 말 말자. 하여간 요즘 애들은 영 귀염성이 없다. 나는 괜히 입을 삐죽이며 네 시선의 끝을 따라갔다. 몇 마리 물고기가 렌의 다리를 뜯어먹고 있었는데 그게 슬퍼서 그런가? 나는 지긋이 물고기를 바라보았는데, 그건 마치 먹이의 동태를 살피는 물뱀의 시선을 닮아있어서 그런지 물고기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좋아, 이걸로 문제 해결이다. 나는 뿌듯해져서 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왜 또 그렇게 우울한데? 내가 몇마디 했다고 슬퍼하지마. 바위처럼 버티란 말이야."
혀가 절로 차지고 못마땅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을 조금 순화했어야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별 잘못한 것도 없는데(*아님) 이런 생각이 드니까 슬슬 나도 억울해지던 차였다.
"복잡해. 내가 본 로맨스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슬퍼도 항상 웃고 다녔단 말이야. 그게 매력 포인트야. 너도 매일 웃고다니는 게 어떻겠어?"
나도 말이다. 매일매일 웃고 다니는데 얘는 누굴 닮아서 안 웃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 ...코노에 때문인가. 코노에에게도 어느정도 잘못이 있다. 가족을 꾸렸으면 당장 손 붙잡고 나한테 인사라도 올렸어야지. 나 참 요즘 애들은 상도덕이 없다. 얘가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내가 얼마나 너희 엄마와 각별한 사이인지 말하려던 입을 꾸욱 다물고.
"...기특하네. 계속 그렇게 엄마 말 잘 듣도록 해. 근데, 강은 그런거 신경 안 쓸 걸."
머리카락보다 안전바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곤 했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이라는 말에 왼쪽 머리카락도 바로잡으려는 찰나, 바로 롤러코스터는 아래로 돌진했다. 아미카도 놀라서 안전바를 꼭 잡았다. 옆에서 아키라가 소리를 질렀지만 아미카도 정신이 없어서 알아채지 못했다. 롤러코스터가 움직일때마다 아미카도 따라 밀려났다.
잠시 후, 롤러코스터는 멈추고 아미카는 긴장해서 그런지 몸이 굳어있던 것 같았다. 아미카는 심호흡을 했다. 아키라가 파들파들거리는 것을 보고 아미카는 분명 즐기긴 했겠지만 또 걱정이 되어 말했다.
"하아.. 진짜 엄청나긴 했어요~ 학생회장님은 괜찮으세요?"
아미카는 그렇게 말한 뒤 머리를 만져봤다. 이런, 꽤나 산발한 상태였다. 아미카는 급히 머리를 다시 재정리했다. 아마 사진은 그냥 안 사는게 나을 것 같다. 그건 확실했다.
확실히 마지막은 조금 무섭긴 했지만 그런 것이 또 최고인 것 아니겠는가. 아주 살짝 파들파들 떠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그는 심호흡을 하며 겨우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두 뺨을 톡톡 치고,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위로 올린 후에 그는 괜히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내쉬면서 겨우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속 여기에 있을 순 없었으니 밖으로 나가자는 의미로 그는 저 편을 손으로 가리켰고 이내 앞장서서 밖으로 나섰다.
"사진은 어떻게 할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가져가더라도 제 모습은 잘라줬으면 좋겠는데. 필시, 엄청 못난이일 것이 뻔해서."
물론 자신의 이런 모습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못난 모습을 굳이 사진으로 남기고 싶진 않았다. 어쨌건 그도 사춘기를 한창 겪고 있는 사내였으니까. 굳이 못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혼자 타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타는 것도 재밌긴 하네요. 확실히."
그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다른 것을 타러 가보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앞장서듯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조건 하에.
"...아. 이건 말할게요. 같이 타줘서 고마워요. 이타니 씨."
그렇게 이야기하며 슬쩍 미소를 지은 그는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이번엔 또 뭘 탈까 나름대로 고민을 하며.
/슬슬 막레쪽으로 가도 좋을 것 같아서 막레로 받아도 되고, 막레를 써도 되는 느낌으로 가지고 왔어요!
괜찮다고 말하는 아키라는 그렇게 괜찮아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바깥으로 나가자는 뉘앙스였기에 아미카는 따라나섰다. 사진은 어떻게 할까, 아미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며언.. 그냥 상상에 맡기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아미카는 자기 머리 상태를 보고 자기도 이걸 남기기엔 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굴욕 사진으로 놀림받는건, 그것도 학생회장 옆에 있는 사진이라면 그거로만 올해는 풀로 놀림 당할 것 같기도 했다. 아미카는 다른 것을 타러 가보자는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곤 말했다.
"슬슬 이제 따로 다녀볼까요? 원래 의도는 뭐어.. 혼자 다녀보는 거였으니까요?"
사실 아키라가 힘들어하는걸 보는건 조금 괴롭기도 했고 괜히 이렇게 계속 같이 다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건 조금 민망하지 않을까, 그런 느낌도 있었다.
>>912 아앗.... 아아앗...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되면 렌 절대 거절 못하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눈 질끈 감고 오케이 해버릴거야. 엄청 겁먹겠지만 최대한 문제 풀수 있는 건 풀고 으으윽...하면서도 비밀번호 입력하기. 뭔가 튀어나올것 같을 땐 은근슬쩍 요조라 뒤에 서있을지도 몰라 ㅋㅋㅋㅋㅋ 요조라는 아무렇지 않게 슥슥슥슥 문제 다 풀어버릴 것 같지 아무래도
>>922 고단수 요조라라니.... 모지 놀레키려는 스텝을 놀래키는 요조라라던가....?(이거 아님) 방탈출 호러 난이도도 여러개 있을 것 같은데 요조라 최고난디 선택하고 렌 뒤에서 동공지진 하고 있을 것 같구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생애 최고로 무서운 방탈출이라니... 렌 비명 크게 지르는 편도 아니라 윽, 으으윽. 으으으윽..... 하면서 방 탈출 하고선 벤치에 한참 얼굴 싸매고 앉아있을 것 같은데
>>942 앜ㅋㅋㅋㅋㅋㅋ 그런거냐궄ㅋㅋㅋㅋㅋㅋ 왠지 긴장타고 있을 때 요조라가 옆에서 먼저 놀래킬 것 같고 그런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조라 옆에서 뿌듯하게 앉아있는 거냐구ㅋㅋㅋㅋㅋㅋ 렌 왠지 일부러 놀래킨 거냐고 투덜투덜할 것 같고ㅋㅋㅋ 렌이는 모르겠지만 오너로서는 이 썰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요
>>943 코로리가 밥 안챙겨먹는다고 엄청 혼낼것같은데~ 리리가 빕 챙기러 막 부르고 그러는거 아냐? 밥은 잘 챙겨먹어야해 코세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머지 않아 호타루마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마을 여기저기에 노점이 생기고 축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은 비슷할지도 모르나 그 규모는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다. 호타루마츠리는 어디까지나 감상이 주가 되는 마츠리였기에 더더욱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을의 북쪽 산을 통해 갈 수 있는 북쪽 동굴. 정확히는 낡은 신사 근처에 있는 그 동굴로 가면 평소에는 문으로 닫혀있던 동굴이 환하게 열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다지 길이 험하진 않으나 그럼에도 조금 좁은 감이 있는 그 동굴은 지나가며 살짝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걸어가면 이내 길이 끊어진 곳이 있었을 것이고 그 너머에는 정말로 거대하고 큰 동굴 속 샘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끝은 보이지 않으며, 깊이조차도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지저 속 호수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넓고 깊은 샘은 너무나 투명했음에도 그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만약 신들이 여기에 왔다면 그 물가에서, 정확히는 동굴 내부에 정말로 강력한 고위신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물을 떠마실 수 있도록 바가지가 몇 개 준비되어있었을 것이고 그 옆에는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 혹시나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을까 바라보고 있었을테고 질문시에 샘에 대해 이것저것 답을 해줬을 것이다.
그렇게 샘을 구경하고 동굴 밖으로 나와 길을 따라 걸어가면 천천히 마을을 향해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있었고 그 길목에는 그야말로 반딧불들이 한가득이었다. 모든 것을 뒤덮은 검은 어둠을 밝히는 녹색 불은 그야말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찬란하고 화려했으며 외길을 따라 쭉 구경할 수 있도록 길이 구성되어있었다. 여기저기 아름답게 춤을 추며 사람들을 맞이하는 반딧불은 마을에 내려갈때까지 계속해서 구경할 수 있었으며 사람이 다가가도 그다지 피하는 일 없이 오히려 자신의 녹색 빛을 더욱 아름답게 빛냈을 것이다.
길가를 따라 온전히 내려가면 반딧불 석상이 있는 신사가 하나 있었을 것이다. 그 신사에서 모시는 신의 이름은 호타루노히카미. 거기서 소원을 빌지 말지는 개개인의 자유였다.
만약 첫번째 날에 구경을 하러 왔다면 해변가에서 같이 놀러온 이와 합의하에 포크댄스를 출 수 있도록, 마치 한 쌍의 반딧불이 되어서 춤을 출 수 있도록 음악이 재생되고 있었을 것이며, 바다 너머에선 수많은 뱃사람들이 바다에 등불을 띄워 바다 위에서 춤을 추는 반딧불을 보여줬을 것이다. 바다에 반사되어 곱게 퍼지는 불빛은 그야말로 낭만적인 분위기.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다른 커다란 마츠리보다는 조금 작고 소소할지도 모르나 낭만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환상적인 분위기는 깊어가는 여름의 분위기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고 있었다. 여름 속의 추억을 간직하라는 듯.
/그리고 드디어 공개되는 페어 공개!!
코세이 - 요조라 렌 - 코로리 스즈 - 미즈미 토와 - 후미카 테츠야 - 아미카
시로하주의 경우는 제한시간까지 의견표명을 하지 않았기에 리스트에서 삭제되었고 자연히 홀수가 되었기에 아키라도 빠지게 됩니다.
샘 구경과 반딧불 구경, 그리고 등불 구경은 반드시 필수코스에요. 포커댄스는 각자의 자유로 두도록 할게요!
그리고 이벤트에 신청하지 못한 분들도 마츠리로 일상 구경은 가능하나 포커댄스 지원과 등불은 볼 수 없다는 점. 꼭 명심해주세요. 기간은 5월 9일부터 5월 16일까지!
>>959-960 인원수가 안 맞춰지면 어쩔수 없는 것. 사실은 시로하주를 대신해서 누가 한 명이 더 참여를 한다고 한다면... 그 사람을 대신 넣어볼까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그냥 저와 다이렉트로 돌려야 하는 거니... 뭔가 불공평할 것 같고 상대 측에서도 뭔가 볼모 잡힌 느낌일테고.. (절레절레) 그래서 그 안건은 없는 것으로 하기로 했어요.
뭐, 사실 이건 제 개인 고집 같은 건데 저는 캐릭터를 가지고 와서 상황극을 하는 것은 제 캐릭터와 관련된 NPC와의 교류로 놀고 싶은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캐릭터들과 엮여서 놀고 싶은 거라서.. 아마 유메나 이런 애들은 그냥 설정만 존재하는거고, 실제로 나올 일도 없고, 독백 등으로 얘들이 아키라와 엮이거나 하는 모습도 없을 거예요. 음. 그래서 아마 아키라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 이야기는 아마 잘 하지 않을 것 같기에... 적당히 넘긴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맞을지도 모르고 암튼 그런 것이에요!
집 들어오ㅓ싸더 갱신할게~! ( ´∀`) 먹진 참취가 되었어! 답레......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써도 되는 걸까 싶지만 그래도 써보겠구 분명 오래오래 걸릴테니까 토와주는 기다리지 말구 자러 가도 된다는 거야 ㅇ응~! (*´∀`*) 있는 참치들 다들다들 좋은 밤이야아아~
>>986 사실 여기까지 오면 꼭 모두와 돌려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시간 맞고 놀 수 있는 이들끼리 놀아보자..쪽으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 시기까지 못 돌린 것은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 원인은 쉽사리 조절하기 힘든 것이니까요. 보통은 대체로 접속 시간, 바쁨의 정도, 활동 정도이기도 하고. 캡틴은 일단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카루타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들었던_말_중_가장_힘이_되었던_말 : "나는 네가 있어서 정말 좋아."
였지 않을까?🤔
자캐가_약해지는_유형의_사람은 : 카루타는 아이에게 약해. 어리고 작은 아이들은 순수하면서도 행운을 잡을 수 있거든.
자캐가_타고났던_재능은 : ...야바위?(?)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행운, 불행, 평범함. 이 세 가지를 각자 어떤 사람에게 전해 주고 싶어?" 카루타: 늘 하는 일이라서 딱히 어떤 사람이라고 구분하지는 않아요? 카루타: 불행과 행운을 아무리 재량껏 준다 해도 인간이 깨닫고 받아들이기에 달렸으니까. 카루타: 그러니까 이 네모난 창 바깥의 인간에게 줄래요? 인간아, 네가 지금 아주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카루타: 어라-? 10시 30분 이후에 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진지한 고민은 전부 걸러 들어야 한다고..? 카루타: …그렇지만 지금 먹는 야식에 대한 고민은 달라요? 평범한 일상이고, 위장에게 불운이라도 내 기분엔 큰 행운이지 않을까?
"머리는 방치해 두고 있어? 미용실에서 다듬고 있어? 스스로 손질하고 있어?" 카루타: 머리요? 머리를 멋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주문이 있어요? 카루타: ……(스읍) 카루타: 타이요-!!!! 머리가 길다!!!!!
"지나가는데 일부러 발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카루타: 이거 완전 미친 사람 아니야! 야-!! 다리가 얼마나 길면 이래요-?! 그 긴 다리로 저승길은 안 가요-?!! 내가 보내줘요?! 안 들려요? 이 XXXX-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몇 있던 물고기들도 어느새 사라져 버리자 렌은 좀 더 침울해졌다. 닥터피쉬 체험을 한 의미가 없다고 해야할까. 그저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뜬금없는 앞담을 당했는데 우울한 표정도 못짓게 하다니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 렌도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미즈미를 보았을 것이었다. 이어지는 말은 로맨스 소설의 이야기였다. 렌은 눈을 깜빡거리며 반문한다.
"로맨스 소설 주인공? 그거야 소설이니까 그렇지. 슬플 때 웃으면 마음이 더 아프게 되니까, 진짜 좋아한다면 슬플 땐 내 앞에선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물론 사이카와 씨는 나 싫어하니까 별 상관도 없겠지만...."
괜히 제 생각을 말했다가 머쓱해서 조금 투덜거리듯이 말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밝고 맑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아들이 있다고 해도 언제나 소녀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아버지와 이혼할 때에도 낯이 어두워도 늘 자신에게는 괜찮다며 웃는 모습만 보여줬으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자신도 꽤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당사자인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긴 했다. 자신은 시간이 지나 아버지에 대한 것도 무덤덤해졌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아닌 것 같았기에 더더욱.
뭔가 강 이야기가 나오니 미즈미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마마보이냐고 비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궁금증을 가진다.
"강 관련해서...?"
그게 왜 궁금한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그래도 대답을 하기 위해 기억을 되돌아 봤다. 강... 강이라....
"외할머니가 큰 강에 산다고 했었어. 사람을 싫어하고 꽤 멀리 살고 계시다고 해서 한 번도 뵙지는 못했지만. 그런데 그건 왜?"
최근 들어 렌은 어머니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분명 어머니는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젊고 아름답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더 눈에 띄는 건 그 순수함이었다. 생활력이 없으신 편이었는데 이혼 후에도 어디서 돈이 오는 것인지 금전적인 부분으로도 둘이 살기에는 넉넉한 정도였다. 게다가 집을 비우고 가끔 집에 돌아오셨는데, 그 동안은 도대체 어디에서 지내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고.
요즘 신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어머니가 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는데.... 그렇다면 외할머니라고 했던 분도?
렌은 왠지 설마 하는 생각을 가지고 미즈미를 바라봤다. 보통 이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하지는 않지 않나? 어머니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993 오우. 자신을 인정해주는 이를 카루타는 좋아하는군요! 그리고 아이에게라. 그리고 그 이유가 상당히 심오한 느낌이네요. 맙소사..ㅋㅋㅋㅋ 야바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카루타가 저에게 위협을 하고 있어요!! (주륵) 그 와중에..ㅋㅋㅋㅋㅋ 머리..마법..ㅋㅋㅋㅋㅋ 타이욬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카루타 엄청 센 캐릭터로군요.
>>990 확실히 접속 시간대가 다른 분들도 있어서 맞춰서 돌리기가 쉽지가 않죠 ... 주말엔 또 자거나 할 일을 하는 식으로 바쁘신 분들도 계시니까요 >>991 (아무래도 무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993 나는 네가 있어서 정말 좋아 ... 이건 메모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