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선 레일이 덜컹대는 소리가 주로 들렸는데, 안에선 비명소리도 제법 들려오고 있었다. 그걸 듣고 무서워하거나 기대된다며 재잘대는 대기줄의 소리도 같이 들린다. 마히루가 있었다면 재밌겠네, 이번엔 안전바를 놓고 타볼까, 라며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축에 속했을 것이다. 오늘은 없어서 편하네, 같은 생각을 한 찰나, 옆에 서는 렌의 기척을 느끼고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고 생각이 바뀐다.
"무서워... 이게...?"
탑승한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는 그곳에서 요조라는 그렇게 되물었다. 이게 무섭냐고, 물으며 렌을 보는 시선엔 말 그대로 이게? 하는 느낌이 담겨있다. 일부러 꾸며낸 기색 없이 담담하다. 한번 힐끔 보고 다시 앞쪽 어딘가로 시선을 옮긴다. 남은 시간 보고, 아직 들고 있던 지도도 들어서 근처에 뭐가 있는지 보고, 그러고서 다시 중얼거린다.
"그냥, 타는 거지... 무섭고, 말고, 그럴게... 있나..."
매우 담담하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 요조라는 접은 지도로 얼굴을 반 가리며 하품했다. 하품하고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모습이, 뭘 그런 재미없는 걸 묻냐는 듯이 보인다. 줄은 대기시간에 비해 제법 금방 줄어들고 있어서 이대로면 다다음번이면 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냥 지나쳐 갈 줄 알았던 요조라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니, 아키라의 얼굴에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의아한 표정이 떠오른다. 그야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요조라는 학생회도 아니고, 그쪽에 용건이 있어도 귀찮아서 말하지 않을 인물이다. 그런 요조라가 굳이 용건이 있다며 붙잡는 건, 적어도 학교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걸 아키라가 알 턱이 없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지금 급한 일은 없다 하니, 마주친 김에 얘기하면 될 듯 싶다. 요조라는 그러냐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평소와 다른 차림을 찝는 말에 자신의 옷을 내려다본다. 신선? 이 정도가? 다시 아키라를 본 요조라가 말한다.
"그야, 학교도, 아니고... 사복, 보통... 인데요, 이거..."
물론 마히루의 손길이 닿은 코디이긴 했지만, 굳이 저런 말을 들을 정도인가 싶다. 아, 안경은 좀 그럴 수도 있겠다. 낮에 잠을 안 자고 밖에 나오려니 눈이 너무 부셔서, 현기증 방지용 필터로 쓴 거였지만, 일일히 설명하기 귀찮은 요조라는 거기까지 말하지 않는다. 지금은 따로 할 말도 있다. 자질구레한 말은 가차없이 잘라내고 본론부터, 아니, 본론만 말하기로 한다.
"학생회, 말고, 호타루마츠리... 관련, 인데요... 어..."
일단 말문은 틀었는데, 다시 보니 장소가 가만히 서서 얘기하기는 좀 그렇다. 얘기가 금방 끝날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산책로 중간에 덩그러니 서 있긴 역시 좀,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요조라는 말을 잠시 끊고 옆으로 한걸음 물러서서, 말했다.
"아니요. 옷차림이 아니라 안경이요. 평소엔 안경을 안 끼고 있잖아요? 패션용 안경도 있긴 하지만, 굳이 그렇게 끼는 이는 잘 못 본 것 같아서."
원피스는 사복이라고 쳐도 안경까지 사복일때는 끼고 다니는가. 물론 상대의 패션으로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신선하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었으니까. 물론 그녀의 사정을 알 리가 없었기에 그는 그 정도로밖엔 생각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도 컨텍트로 바꿀까. 라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하긴 했으나 이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눈에 직접적으로 뭔가 닿는 것은 그로서는 조금 무섭고 회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호타루마츠리라."
생각도 못한 단어가 나오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호타루마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자신에게 찾아오는 것이 제일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있는 곳에선. 그야 여기서 시미즈 본가에 전화를 걸어서 뭔가를 물어볼 수도 없을테니까. 이곳에 있는 시미즈는 단 한 명. 바로 자신인 시미즈 아키라밖에 없기도 했고. 일단 별 상관없다는 듯, 그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저도 길가에 쭉 서 있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가요?"
아마 그녀의 가게. 즉 호시즈키당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그는 잠시 추측하긴 했으나 그렇다면 자신이 아니라 그 가게에서 직접 시미즈 본가에 문의하면 될 일이었으니 역시 그쪽은 아닌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추측을 멈추기로 했다. 어쨌건 당사자의 입에서 직접 듣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일단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물론 그녀의 보폭을 잠시 바라보고 거기에 말 없이 맞추려고 하며 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괜히 이상한 사진이면 오히려 돈만 날린 느낌일 것 같아 아미카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줄은 벌써 아미카와 아키라의 차례로 줄어들었고, 아미카는 제대로 즐겨보겠다는 생각으로 기대하며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안전바를 내리고, 벨트를 매고, 안전바를 잡고 출발을 기다렸다. 옆은 보지 말고 아미카 나름대로 즐기란 말에 아미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걸 타다가 기절하진 않겠지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즐기고 있는데 기절까지 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해 정말 이번엔 제대로 즐기기로 했다.
"네..출발하네요~!"
롤러코스터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서서히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미카는 긴장되어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곤 말했다.
렌은 요조라가 되묻는 것에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요조라가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 타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ㅡ분명 싫었다면 여기에 줄을 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다ㅡ 롤러코스터 자체를 ‘이게 무서워?’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냥 타는 것이라는 말에 웃음을 눌러 참았다.
“뭐, 무서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엄청 무서워해서 가까이 가는 것도 싫다는 이도 있는걸.”
롤러코스터가 휭휭 움직이는 것만 봐도 무서워하는 친구를 두다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줄이 줄어듬에 따라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며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거 타고 나서는 뭐 타러 갈 거야? 가까이 있는 순서대로 여기 있는 거 다 탈 생각은 아닐거고.”
아, 다 탈 생각인 걸까? 하지만 롤러코스터도 뭔가 지루해하는 얼굴인데 이것 보다 느린 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후룸라이드처럼 물에 젖게 되는 것들도 별로 안 좋아하지 않을까. 그냥 제 생각이었지만.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아미카가 고개를 숙이면, 코로리도 자리에서 일어다더니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고 했다. 코로리에게 오래 잤다는 것 때문에 사과한다면야, 그 사과는 갈 곳을 잃는다. 칭찬 받을 일이라구, 칭찬! 꿈도 예쁘게 꾸게 해줄걸ー.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것 같으니 만족스럽기도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걸 미룰 수는 없다. 아이고, 코로리는 아미카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있나보다!
"이따 진짜 별님들이 보일 때두 많이 자야 해?"
빠이빠이ー. 아미카에게 손을 흔들고서 먼저 플라네타리움을 떠난다. 다음에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면 깜짝 놀라겠다.
/ 아미카주 늦어서 미안해, 막레로 받을 수 있도록 가져왓어 。゚(゚´ω`゚)゚。 아미카 무척 귀여웠구 일상 수고 많았어!
출발하는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은 정점을 우선 찍으려는 듯, 천천히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훅 가라앉으면서 속도감과 함께 무중력상태를 부여해서 스릴을 느끼게 하는 구조였다. 지금 이 순간, 아키라는 아주 약하게 떨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여기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바로 이 기분을 위해서 이걸 타지 않았던가. 무섭지만 짜릿한 이 기분. 이것이야말로 놀이기구를 즐기는 기분이 아니겠는가.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니 단순하게 판단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이후의...우와아아악!!"
이어 롤러코스터가 높은 곳에 올라서며 단번에 레일을 따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그 속도감과 안면을 강타하는 강한 바람, 그리고 전신에 느껴지는 붕뜨는 무중력. 그 모든 것이 그의 손에 절로 힘을 꽉 주게 만들었다. 떨어질리는 없겠으나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아슬아슬함. 그 모든 것이 그를 두려움과 동시에 흥분시켰다. 무섭기에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기분 속에서 느껴지는 그 스릴이 그에게 있어선 최고였다. 이내 롤러코스터는 단번에 회전을 몇 차례 하더니 수직으로 내리찍는 코스에 들어섰다. 그야말로 땅을 향해 파악하고 꽂는 그 속도감은 롤러코스터 코스 내에서도 최고 속도에 해당했다. 우와아아!! 소리를 절로 지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 발을 동동 굴렸다. 땅에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감이 강하게 드는 그 순간, 다시 레일을 따라 롤러코스터가 다시 천천히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으어...아아. 우와. 이거 생각보다 엄청나네요. 이타니 씨는 괜찮으세요?"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그렇다고 우는 목소리는 절대로 아니었다. 바로 눈앞의 코스를 조금만 더 돌면 이 롤러코스터도 끝이었으니 그는 그야말로 그 마지막 순간을 짜릿하게 즐길 생각으로 두 눈을 최대한 크게 뜨려고 했다. 물론 그러다가 내려앉으면 또 자신도 모르게 꽉 감고 말겠지만.
아키라의 말의 의미가 옷이 아닌 안경이라는 사실에 요조라도 조금 의아한 표정이 지어진다. 하지만 곧 납득한다. 평소에 안 끼던 걸 꼈으니까, 패션용인지 다른 용도가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그렇대도 달리 말은 안 할 거지만, 귀찮으니까, 요조라는 안경테를 한번 만지작 하고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알아서 생각하라는 의미였다.
걸으면서 얘기하자는 요조라의 제안에 아키라가 동의했으니, 요조라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평소보다는 조금 다른, 보통 사람과 비슷한 보폭에 비슷한 걸음이다. 굳이 맞출 필요가 없는 걸음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걸으며 요조라 역시 들고 있던 스무디를 빨대로 푹푹저어 섞은 뒤 한모금 마셨다. 차고 달달한 음료가 목으로 넘어가자 조금 있을까 말까 하던 더위도 가시는 듯 하다. 그렇게 얼마를 걷다가, 요조라가 느릿하게 말을 꺼냈다.
"뭐부터, 말해야 하나... 시미즈 씨... 일단, 이거, 봐요..."
설명을 하려던 요조라는 말보다 보여주는게 빠를거라 생각했는지, 폰을 들어 한 영상을 재생시켜서 아키라에게 내민다. 그대로 봐도 되고 폰을 잠시 가져가서 봐도 된다고 덧붙인다. 어떤 식으로든 아키라가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약 5분간 영상 볼 시간도 보내었을 것이다. 영상 속 내용은 어느 행사에서 있었던 듯한 퍼포먼스인데, 특주한 종이를 펼쳐놓고 그 위에 먹과 붓 만으로 스케치 없이 그림을 그리는게 주된 내용이다. 이른바 즉석 그리기라는 퍼포먼스였다.
그녀가 보여주는 영상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즉석 그리기.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왜 이걸 나에게? 라는 의문이었다. 가게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아니라 시미즈 본가에 가서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아니면 요조라가 직접 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묻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본 그녀는 그렇게까지 적극적인 인상은 아니었다. 물론 실체는 다를지도 모르나 마츠리를 돌아다닐 때의 기억은 아직 그의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있었기에. 일단 물음이 왔으니 자신은 그에 대해서 대답할 뿐이었다.
"하는거야 개개인의 자유니까 상관없을 거예요. 반딧불을 볼 수 있는 산길 코스에서 하는 것만 아니라면. 반딧불들이 도망쳐버리거나 피해버리면 호타루마츠리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한다고 한다면 역시 호타루노히카미를 모시는 신사 근처의 백사장이 좋지 않을까 싶지만."
결론적으로는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아니라면 자신은, 정확히는 시미즈 일가는 크게 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일단 자신이 기본적으로 배운 것에 따르면 그런 느낌이었으니, 크게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만약 가게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시미즈 본가. 그러니까 제 아버지와 어머니. 정확히는 어머니에게 여쭙는 것이 좋을 거예요. 호시즈키당의 사장님에게 부탁하면 아마 대신 물어봐주지 않을까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그는 한입 크기로 남아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입에 마저 넣으면서 그 부드러움을 목구멍 속으로 꿀꺽 삼켰다.
"그래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시간이 된다고 한다면, 그리고 맞는다고 한다면, 그 상태에서 그걸 한다고 한다면 구경 정도는 가볼게요."
렌이 웃는 소리에 요조라의 시선이 또 힐끔, 움직인다. 비웃는 건 아닌 듯 하니 째릿한 반응은 없다. 그게 그렇게 웃긴가, 웃길 일인가, 하는 반응은 있었겠지만. 더 웃었다면 혀를 차는 것까지 했겠지만, 아니었으니 시선만으로 그친다. 요조라는 줄어드는 대기열을 따라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그럼, 안 타면, 되는 거고..."
애초에 무서웠으면 타겠다고 올 사람도 아니다, 요조라는. 권유를 했다면 딱 잘라 거절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군다면 한숨과 함께 쓴소리 두어마디 정도는 했을 것이고, 뭐, 렌은 그 어느 쪽도 아니라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요조라의 쌀쌀맞음은 정도가 좀 많이 강했으니 말이다.
"그럴, 거야... 일일히, 찾아다니는 거... 귀찮고..."
다음은 뭘 탈 거냐고 묻길래 요조라는 새삼 별 걸 다 묻는다는 투로 대답한다. 어차피 놀이기구는 입구와 출구가 전혀 다르니까, 나간 다음에 주변을 다시 보는게 나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조라는 아직, 롤러코스터를 한번만 탄다고는 안 했다. 그것까지 상정하면 가능성의 수는 늘어난다. 그러니 대강 둘러댈 만큼은 대답하고, 앞을 한번 내다본다. 이번 열차는 무리고, 아마 다음 열차 쯤에 탈 수 있을 듯 싶다.
줄이 줄어들수록 덜컹거림도 비명도 리얼하게 들려오지만, 요조라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차분히 남은 인원을 보고, 지도를 가방에 집어넣고, 머리를 앞으로 넘겨와 세갈래로 나눠 땋아내리며 탈 준비를 천천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기준이었다. 상대가 이 정도로도 끄떡없다면, 그냥 안전바를 잡지 않고 바로 만세를 하면서 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테니까. 아. 거기 왼쪽도 흐트러졌어요. 그렇게 가르쳐주려고 하는 찰나, 이내 또 다시 높은 곳까지 올라온 롤러코스터는 다시 한 번 아래로 돌진했다. 그 때문에 아키라의 말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 왼쪽도오오오오오!!! 흐어어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바람 속에 그의 목소리는 묻혔고 이내 아키라는 다시 한 번 크게 비명을 질렀다.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차는 정말 빠르게 공기를 가르고 질주했고 높은 곳으로 올랐다가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또 다시 연속으로 회전하며 빠르게 정점을 향해서 돌진했고 이내 정점을 찍은 롤러코스터는 또 다시 90도로 땅을 향해 레일을 타고 내려찍는 구도로 향했다.
"우와. 우와. 우와. 우와아아아!!"
절로 그의 눈이 크게 뜨였으나 그는 애써 눈에 힘을 꽉 줘서 감으려고 했다. 허나 강한 바람과 공기저항은 그걸 어렵게 만들었고 아마 사진이 여기서 찍혔으면 그는 반쯤 눈을 뜨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상태로 찍혔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레일을 타고 다시 제대로 앞으로 질주하던 롤러코스터는 이제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안전바가 올라오자 그는 파들파들 떨리는 두 다리에 애써 힘을 줘서 밖으로 나섰고 근처에 있는 벽에 등을 기대며 숨을 내쉬었다.
미워. 미워! 완전 미워! 너 오늘 완전 무섭구 끔찍한 악몽 꾸게 해버릴 거야! 그 대상은 인형뽑기 기계였다! 말랑말랑해보이는 인형들이 줄지어 늘어선 커다란 기계들 안에 갇혀 올망졸망 코로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구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승부심이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사쿠라마츠리 때에도 풍선 다트로 훌륭하게 1등 경품이었던 커다란 인형을 따냈었는데, 이런 기계 쯤이야 이길 자신이 있었고, 인형도 제법 귀여웠다. 처음에는 갖고 있던 동전을 다 쓸 때까지만,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지폐도 동전으로 교환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니 자존심에 스크래치도 박박 나버리고, 의욕도 상실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못 구해줘서 미안해에."
인형뽑기 기계에 앞에 털썩 쭈그려 앉았던 코로리는, 다른 사람이 인형 뽑기를 하러 오는 거 같길래 마냥 쭈그려 앉아있지도 못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마음에 상처가 많이 나서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다행히 인형뽑기 근처에 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있었고, 코로리는 기운없이 의자로 향하더니 추욱 늘어져 기대 앉았다. 누군가 옆에 있는지 없는지 알아채지도 못할 만큼 상실감이 컸다.
아키라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역시 요조라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영상이 끝난 폰을 닫아 주머니에 넣으며,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지 않았을까. 입에 문 빨대도 마시려고 그런다기보다 생각에 잠겨 잘근거리고 있을 뿐이다. 한번씩 음료가 올라가는 걸 보면 아주 안 마시는 것도 아닌 듯 하다만, 그건 아무래도 좋을 사실이다.
다 들은 뒤 요조라는 잠시 생각하느라 말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정리를 하는지, 조건을 맞춰보는지, 눈동자가 좌우로 한번씩 데굴거린다. 흐음, 하는 고민에 찬 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러다 생각이 끝났는지 빨대를 놓고 말을 했다.
그렇다. 요조라가 그리려는 그림은 반딧불이 아니라 마츠리 중에만 개방된다는 신성한 샘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야 반딧불 그림은 이미 천막으로 그렸으니 더 그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조라는 살짝 텀을 두었다가 얘기를 잇는다.
"그, 샘... 따로, 전설이, 있다고... 들어서요... 그걸... 단 한 폭, 으로, 담아내면... 어떨까... 해서..."
마치 파노라마 사진처럼 길고 긴 그림 한 폭에 전설 속 내용을 쭉 그려보고 싶다, 요조라의 말은 그런 의미다. 어찌 보면 호타루마츠리의 주제에 어긋날지도 모르니, 정식으로 문의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는 것에 가깝다. 그 뒤에 마히루의 채근이 있긴 했지만, 그건 그거인 일이다. 요조라는 음료로 목을 축이고 덧붙였다.
"샘이... 개방되는, 이 시기가...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아오노미즈류카미 님... 전설은..."
그렇다. 렌은 은근 궁금증도 많고 호기심도 많았다. 공부에 그렇게 호기심이 많으면 좋으려만…. 사람들을 좋아하다보니 주로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친하지 않으면 속으로만 생각하는 편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선을 생각하면서 이런 것은 대답해주지 않을까, 하는 것들은 종종 물어봤다.
물에 폭싹 젖은 요조라를 상상했다가, 이내 요조라는 우비를 쓰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뭔가 렌의 머릿속에서 요조라는 단호하고 철저한 느낌이다. 우비를 입어서 물을 철벽 방어 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앞머리 정도는 젖지 않을까? 아니, 아예 그런 류의 놀이기구는 타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금씩 앞으로 앞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 줄은 점점 짧아진다. 돌아오는 열차는 타지 못하고 다음 열차는 음, 우리 앞에서 끊길지도 모르겠는데? 요조라도 곧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머리카락을 땋기 시작했다. 렌은 조금 신기한 듯 바라봤다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만약 우리 앞에서 딱 끊겨서, 첫번째로 자리를 고를 수 있게되면 맨 앞을 타는 편이야, 아니면 맨 끝? 그것도 아니면 중간?”
코로리가 진짜 뒷끝 부리면..... 악몽 속에 가둬버릴 수도 있는걸, 악몽으로만 이루어진 몽중몽을 무한히 반복시켜버릴 수도 있다구~!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지만! ( ´∀`) 코로리한테 악몽은..... 새로 산 신발 신은 날 비오구.... 어제 산 무언가가 오늘 1+1 하고 있는 그런 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