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에 대한 좋은 평에 아키라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은 학생회장이고, 학생부의 멤버이자 대표였으니까. 그런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이들이 좋은 평을 받고 있으니 어떻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을까? 괜히 작게, 소리없이 웃던 그는 표정을 관리하며 롤러코스터의 끝자락에 줄을 섰다. 아무래도 롤러코스터는 대대로 인기가 좋은 놀이기구였기에 조금 줄이 길긴 했으나 빠져나가는 속도를 보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나름대로 시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이대로라면 다다음번 정도면 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구경하고 뭐고... 애초에 호타루마츠리는 저희 시미즈 가문에서 개최하는 마츠리니까요. 구경 이전에 준비도 하는 측이에요. 전."
사실 자신이 해야 할 것에 대한 교육 등은 이미 수학여행에 오기 전에 모두 끝내긴 했으나 그래도 또 혹시 모를 일이었다. 이 수학여행이 끝나고 돌아가게 되면 이것저것 준비를 할 것을 하고, 다시 한 번 자신이 해야 할 것에 대한 절차에 복습할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호타루마츠리가 끝나기 전에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아마 첫날에는 저도 마츠리를 즐기게 될 것 같지만요. 집에서도 너무 일만 하지 말고 이럴 때는 즐기라고 했으니. ...적당히 둘러보고 구경하고 즐기고. 그런 느낌이 될 것 같네요."
적어도 자신에게 잡혀있는 약속은 없었다. 그렇다면 첫날에 적당히 두리번거리다가 아는 이가 있으면 같이 둘러보자고 제안을 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줄어드는 줄의 속도에 따라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가만히 롤러코서트를 바라봤다.
"이타니 씨도 재밌게 즐기길 바랄게요. 다른 것은 몰라도 호타루마츠리니까 반딧불은 실컷 구경해야 하지 않겠어요?"
놀이공원 안은 제법 사람이 많았지만, 천천히 걸으면 부딪힐 일은 없다. 지도를 보고 있으면 시선이 마주칠 일도 없으니 괜히 어색하게 지나칠 일도 없, 을 거라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면 아닌 사람도 있는 법이다. 요조라가 롤러코스터 쪽으로 가던 중,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부르며 인사를 해오는 지금처럼 말이다.
"...안녕..."
원래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정확히 이름을 불렸기 때문에 요조라는 무시하지 않고 시선을 힐끔 움직였다. 목소리로 어렴풋이 떠올렸던 이미지가 눈 앞에서 맞춰진다. 한번 도와줬던 걸 계기로 아침에 인사 정도는 하게 된, 같은 반의... 세이 렌, 이다. 요조라와 마찬가지로 교복 아닌 사복 차림인 렌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에 거리낌이라곤 없다. 그렇다고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확인차 봤다는 느낌이다. 요조라는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고 나자 곧장 시선을 돌려 지도로 향했다. 넓게 펼치고 있던 지도를 딱 지금 걷고 있는 부분이 나오게끔 접어서 한 손에 들고, 이제 앞을 보고 걸으며 말한다.
"아무거나, 가까운 거..."
그림을 도와줄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건성인 대답을 내놓으며 요조라는 렌이 아닌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피했다기보다 거기 뭐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긴 레일이 위압적으로 펼쳐진 롤러코스터가 제일 먼저 보인다. 그렇다며 이대로 가며 저걸 탈 수 있는 곳이 나오는 걸까. 방금 자신이 한 말대로면, 중간에 다른게 있지 않는 한 저걸 타게 될 듯 싶다. 뭐, 간만이니 괜찮겠지. 요조라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며 지도 든 손을 까딱여 롤러코스터 레일을 가리킨다.
"아마, 저거."
놀러온 것 치고 이렇게나 감흥도 즐거움도 없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을 만큼 요조라의 태도는 무덤덤했다.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인지 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구태여 묻지는 않았다. 주사위를 던지고 결정을 한 듯하니 점이라도 친 걸까 생각했다. 개인적인 액막이 방식일 수도 있겠고. 그러다 테츠야의 말에 무덤덤하게 즉답했다.
"난 같이 가겠다고 한 적 없단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딱 잘라서 말한 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10여초 후에 제 발언의 문제점을 깨닫는다. 테츠야를 거부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은 아니었다. 그저 동행하겠다 말한 적 없고 호되게 발 밟은 사람이니 좋은 기억도 없을 텐데, 자연스럽게 같이 가는 걸 상정하니 의문이 들었기에……. 후미카는 느릿하게 눈을 내리깔며 팜플렛을 집어넣었다. 조금 늦게 말이 덧붙는다.
"……하지만 싫다는 뜻은 아니란다. 그래."
이곳 지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 방향만 맞으면 찾아갈 수 있으니 다시 확인하지 않아도 길을 헤매진 않을 테다. 산에는 그리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아 원래는 산으로 갈 계획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다면 가서 나쁠 것 없다. 혹시 모르지, 관광지이니 산에도 무언가 설치해 두었을지도 모르고. 더하여 괜찮다 말했지만 무리를 하게 되면 테츠야의 발이 다시 아파올지도 모르니 따라가기로 했다.
아니, 그럼 산이 있다고 말을 하지 말던가. 물도 준비해뒀는데 당연히 가는거 아니었냐고. 아아아, 부끄러워. 이런 착각을 하다니 도대체 이 끓어오르는 혈압을 어떻게 진정시키라는거야! 아니다, 이건 상대방의 잘못이다. 말을 헷갈리게 했으니까 내 잘못이 아니다! 결단코 내가 저 사람이랑 어떻게든 산에 같이 동행하고싶다는 의사표현을 한 것은 아니다! 팜플렛까지 들고 세세하게 설명을 하는데 어떻게 같이 가는가 아니라는걸 알겠느냐고!
아아아아아아. 죽고싶다. 역시 사람은 믿을게 못된다. 특히 나이가 비슷한 여성은 더더욱! 얼마나 제멋대로인건지!
"그, 그래."
이래서야 상대방이 불쌍한 나를 위해 '어쩔수없이' 같이 가주는 양상이다. 비참하다. 너무나도 비참하고 비루하다. '웨이ㅡ' 거리며 시끄럽게 구는 것들을 피해서 오는 결과가 이거라니!
"싫으면 안 와도 상관없다고?"
그래. 어차피 갈 생각도 없었다는데. 저렇게 무덤덤하게 말하는걸 보면 열명이상의 썸을 타는 사람처럼 놀리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게 더 마음속에 상처가.
자신이 상대방을 민망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잘 알겠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과장하는 티가 날 정도로 난감해하거나 황급히 아니라고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후미카는 아직 그 정도의 사회성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이 사과해야 할 때라는 건 안다. 아니, 달래주어야 하는 때인가? 그는 테츠야를 졸졸 따라가며 말했다.
"싫은 것 아니래도. 네가 날 안 좋게 생각하는 줄 알고 그랬단다."
달래듯이 말하는 폼이 후미카치고는 다소 서두르고 있다. 착각으로 마음과 자존심이 상해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는 10대 남자아이의 까칠한 반응은 묘한 데자뷰를 불러 일으킨다. 꼭 사춘기 아들을 보는 기분이 이렇겠거니……라고 생각하기엔 풍어신의 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얌전했지만. 아무튼 후미카는 테츠야 달래기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노력과는 별개로 그 기술이 모자란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삐쳤니?"
삐진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면 시비 거는 것밖에 안 된다. 일부러 놀려먹으려 이러는 것이 아니라 더 절망적이다.
1. 예전에 잡담하면서 한 번 말한 적 있는데, 후미카는 관서 출신이기 때문에 사투리를 써. 지금은 외지에서 지내는 중이라 안 쓰는 중이야. 사실 옛날 독백이나 회상에서도 방언을 구사해야 맞지만 고풍스러운 말투+사투리는 현지인도 어렵다구... :3 그래서 전부 표준말로 통일했어. 그래서 언젠가는 사투리 쓰는 후미카도 보고 싶은 오타쿠의 마음이 항상 가슴 깊은 곳에 잠들어 있지....(?) 칸사이벤이라고 뭉뚱그렸지만 교토 말씨가 진한 느낌이야. 다른 지역 것도 쬐금 섞일 때가 있지만.
2. 지금은 폐기된 초기설정에서 후미카의 성은 카메나시(亀梨)였어. 이유는 그냥... 내가 귀찮아서 대충 지은 건데... 암만 그래도 거북이라고 카메나시인 건 좀 너무한 것 같아서 조금 더 성의 있는 걸로 바꿨다!
3. 음~~~ 이건 tmi라기보단 풀어야 할 설정 쪽인가? 그치만 다른 걸로 생각나는 게 없으니까 푼다!! 후나가츠히메네 아들 이름은 히라유키였어. 한자는 아직 확정은 아닌데 平之로 생각하고 있음... 🤔
이것도 사실이다. 그냥 당연히 테츠야 혼자 갈 줄 알았는데 자신을 끼우겠다니 왜 그러는가 싶어 물어본 것 뿐이다. 그 말을 꼭 그런 방식으로 한 게 문제였지만. 후미카는 따라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테츠야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발을 손가락으로 휙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걸음새가 거칠어졌구나."
그렇다고 상처 입은 마음을 홀로 달래라며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하고 정말 휙 떠나버리면 보통, 도리어 더 마음 상하지 않던가? 지금까지 경험하기로 인간은 대체로 그랬던 것 같다 . 그렇게 망쳐버린 인간관계가 여럿 되었기에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걸으며 후미카는 조금 고심을 했다. 그리고 결론이 나자 걸음을 조금 서둘러 테츠야를 앞질렀다. 그 자리에서 멈춰 서 앞길을 떡하니 막는다. 덩치는 작아도 어째서인지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직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실수를 했어. 마음이 상했다면 미안해. 그러니 우선은 진정하고 다시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니?"
걸음을 서두를 수도 있지 않나. 이상한곳에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의외로 걸어가면서 속도를 높이는건 다리에 너무 안 좋다. 살짝 다리가 아파왔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멈추는것도 이상해서 어떻게든 계속 그 속도를 유지하며 걸어갔다. 뛰고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천천히 걷는건 더욱 싫었다.
"무슨, 이야기?"
자신을 앞질러 그 앞길을 막아선 그 모습을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멈춰서며 말했다. 이제서야 다리를 멈추니 조금은 아픈게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야 뭐."
못 할건 없다고, 벤치가 없는 그 거리에서 가만히 멈추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분위기인걸까. 막아서는게 마치 장판교의 장비같았다.
75 자캐의_컴퓨터_배경화면 -가미즈미 마을의 풍경을 찍은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하고 있어요. 계절마다 바꾸는 편인데 지금은 철썩철썩 파도가 치는 바다 풍경으로 해두고 있어요! 또 가끔은 가미즈미 온천이나 가미즈미 스파를 찍은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하기도 하고요.
133 자캐가_어린_시절_좋아했던_동화 -이것저것 많이 좋아했는데 가장 좋아했던 동화는 모모타로 이야기랍니다! 복숭아에서 태어나서 꿩, 개, 원숭이와 도깨비 잡으러 가는 그 이야기요! 아. 카구야히메도 상당히 좋아하는 동화 중 하나였어요.
573 자캐가_선호하는_건_안아주기_vs_안기기 -거의 무조건적으로 안아주기일 것 같네요. 아키라는 뭔가를 기다린다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빠르게 행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물론 그 정도의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 전재조건이긴 하지만요.
시미즈 아키라,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