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요조라 놀이기구 타는거 좋아하려나? 렌은 롤러코스터 더 타고 싶은데 친구들이 싫다고 가버려서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수도 있고. 카페테리아에서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저녁밥 먹으러 온 상황이려나? 요조라는 사파리는 별로이려나? 어쩌다보니 옆자리에 타게 되었다도 좋은 상황일 것 같고?
머리를 너무 돌린 탓이었을까, 아미카는 몸이 많이 무거워진 느낌이긴 했다. 가뜩이나 힘들고 피곤한데 힘이 더 빠진 아미카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 바라본 코로리의 미소는 상냥해 보였고 무릎을 쓰다듬는것도 거들어주었다. 아미카는 거기서 원인 모를 부드러움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그..그렇다며언.. 실례할게요..!"
아미카는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조심스래 상체를 숙이더니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곤 누웠다. 방금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무릎 배개를 받다니, 자신도 참 잠을 위해선 조심성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389 아키라가 그늘로 오라고 손짓하자 확실히 햇빛이 강했기에 아미카도 쫄래쫄래 따라갔다. 생각해보면 이런 여름에 땡볕을 돌아다니고 있는 터라 일사병이 걱정되긴 했다. 굳이 일사병이 아니더라도 피부가 좀 탈 것 같긴 했다. 그늘에서 땀을 훔친 아미카는 환상에 대해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이고 인간적인 학생회장님이 진짜 학생회장님의 모습이겠죠..! 그저 공적인 자리로만 멀리서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이제 어떻게 할거냐는 아키라의 질문에 아미카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혼자 별 생각 없이 돌아다닐 생각이었기에 아키라와 같이 다녀도 본인만 괜찮다면 상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도오..그냥 혼자 돌아다닐려고 온거긴 한데 별 생각 없이 온거라 같이 다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랑 바이킹은 타줘야 하잖아요?"
사실상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생각하고 온 것이었으나 그렇다고 누군가와 같이 다니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같이 다니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같이 가는 것도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역시 한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방금 전처럼, 자신은 놀이공원을 아무래도 멋지게 잘 탄다기보다는 조금 무서워하면서도 즐기는 편이었기에 그것이 조금 귀찮고 번거롭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한 번은 괜찮을지도 모르나 그게 두 번, 세 번. 그렇게 반복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저는 방금 전처럼 아무래도 조금 소리를 지르면서 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다면요."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니 자신은 그렇게 낼 것이라고 그는 미리 선언하듯 이야기했다. 이제 이 이후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는 그녀가 선택할 이야기였다. 그런 것이 귀찮고 싫다고 한다면 거절해도 좋은 것이고, 그래도 상관없다면 같이 여기저기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인간관계를 늘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편하게 하라는 듯, 가만히 답을 기다리다 두 어깨를 으쓱했다.
"참고로 저는 오늘 여기에 있는 놀이기구는 어지간한 것은 다 탈 생각이에요. 여기까지 왔는데, 거기다가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지원까지 해주는데 나중에 또 따로 와서 타는 것은 조금 아깝잖아요?"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자신이 걱정하는 것은 조용히 타고 싶은데 옆에서 시끄럽게 떠든다고 생각하는 사태였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신 쪽에선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일단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하진 않지만, 다른 이와 돌아다니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롤러코스터에 가자고 하는 그녀의 말에 아키라는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아까전에 자신이 본 것. 말 그대로 수직으로 내리꽂듯 떨어지는 구간이 두 개 있는 그 롤러코스터를 타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발을 앞으로 천천히 옮겼다. 위치는 여기서도 보이나 아무래도 줄이 긴 것은 감안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다들 재밌게 노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학생회 쪽에서 수학여행지를 어디로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역사적 가치가 많은 곳으로 가자는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3년에 한번 있는 자리고, 추억을 쌓는 것이 저 재밌지 않겠냐는 말이 나와서 여기로 정한거거든요. 일단, 여기에는 교육용 목적으로 갈 수 있는 박물관도 있고요. 얼마나 많이 갈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첫날에 갔었으니 당당하다는 듯, 그는 이야기했다. 안에 들어있는 여러 시대의 유물을 바라보며 나름 신기하게 생각한 기억이 떠올라 그는 싱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수학여행이 끝나면 여름방학이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머지않아 호타루마츠리가 시작되겠네요. 당신도 구경하러 오시나요?"
수학여행 이틀차, 새벽에서 오전에 걸쳐 잠을 짧게나마 잔 요조라는 나름 컨디션이 낫다고 느꼈다. 그래봐야 약은 뗄 수 없었지만, 적어도 전날처럼 현기증이 날 거 같진 않다. 그렇다면 오늘은 놀이공원이나 가볼까, 체력이 조금이라도 좋을 때 가는게 나을테니까, 같은 생각을 하며 나갈 준비를 하고, 콘도에서 나오니 어느덧 정오 무렵이었다.
일부러 점심을 가볍게 먹은 요조라는 가서 적당히 타고 뭔가 요기를 할 생각이었다. 물론 혼자서 말이다. 요조라 주제에 같이 다닐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배정받은 방조차 남은 학생들을 모은 방 중 하나였다. 차라리 그게 편하다. 각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언제 자든 뭘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애써 불편한 배려를 받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좋다. 그렇지 않았으면 요조라가 이곳에 오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았겠지.
결과적으로는 왔으니, 나름대로 놀기 위해 놀이공원으로 입장한다. 오늘의 요조라는 짧은 청 반바지에 흰색 오버사이즈의 반팔 셔츠, 머리는 묶지 않았지만 하얀 슈슈와 머리끈을 손목에 걸었고, 신발도 걷기 편한 스니커즈다. 셔츠자락을 앞부분만 살짝 찔러넣고 간단한 소지품을 담은 미니백을 한쪽 어깨에 걸고서 태평히 걷는 모습은 이미 돌아다니는 다른 학생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혼자인게 돋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조라는 오는 길에 매점에서 산 껌을 우물우물 하면서 한참 걷다가 슬슬 뭐라도 타볼까 싶었다. 그래서 일단 뭐가 있는지 보려고 놀이공원의 지도를 펼쳤다. 가장 가까이에는 롤러코스터가 있고, 그 옆에는 뭐가 있고, 저쪽은 자이로드롭인가, 등등을 생각하면서 사람들에 치이지 않게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아미카의 머리가 코로리의 무릎 위로 닿으면, 금방 잠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잠의 신으로서 눈 깜빡할 때 눈꺼풀이 다시 걷히지 못하고 까무룩 잠에 들게 하는 것쯤이야 간단했다. 코로리는 아미카가 잠에 빠져들었다 싶으면, 몸에서 힘을 뺐다. 그제서야 안심할 수 있겠다 싶어져서 긴장이 풀렸다. 안 들켰다아! 짧은 연갈색 머리카락이 무릎에 닿아 흐트러져있는게 간지러웠다. 물론 잠꾸러기의 잠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코로리는 아미카가 충분히 자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잘 되지는 않았다. 코로리 또한 원래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잠을 자서 지금은 자야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
"아미쨩, 딸랑딸랑이야!"
코로리도 깜빡 잠들었다 일어났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지는 아미카가 얼마나 잤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코로리는 꽃단내가 맡아지지 않아서 손등으로 눈을 부빗거렸다. 플라네타리움 안에서는 계속해서 밤하늘이라 시간 감각이 흐렸다. 만약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면, 숙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혼난다는 생각에 아미카의 잠을 깨우려고 해본다. 톡톡 손바닥으로 아미카의 팔뚝에게 노크를 해보았다. 똑똑똑, 일어나! 가야 해!
테츠야가 생각한대로 그래 보인다는, 대놓고 하는 말에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경우엔 그런 일을 일일이 신경쓸 만큼 불쾌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안 마셔도 되니? 많이 더워 보이는데 말이야."
아직 입 안 댄 것이란다. 그렇게 첨언하며 후미카는 딴소리로 말을 돌렸다. 테츠야의 질문에는 별달리 대답이 돌아가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다. 하루 온종일 일하거나, 며칠 몇 달을 거쳐 산맥을 넘는 일 쯤이야 옛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그 비슷한 생활을 했으니 그런 것에 지칠 리 없다.
그러다 상대의 영문 모를 행동에 그의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테츠야가 던진 주사위를 따라 아래에서, 그리고 소년의 얼굴로.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해석하기 쉬운 눈빛을 하고 있다. 언어로 치환하자면 '이건 무슨 의미니?' 정도의 의미다. 후미카는 곧 시선을 거두고 가방을 뒤적거리다―이번에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를 출처 불명의 짐이 아니었다― 곧 물건 하나를 꺼내 상대에게 내밀어 보였다. 액티브 아일랜드의 안내 팜플렛이었다.
"우리 위치는 이곳이고, 산으로 가려면 이렇게 이동해야 해."
이렇게, 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산까지의 거리를 쭉 표시한다. 지나치게 멀지는 않지만, 번거로움과 더위를 감수하고 갈 만큼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다.
렌은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니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원래부터가 혼자있는 것을 더 편해하는 타입이다보니 놀이동산에 와서도 애들과 열심히 다니다가 잠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쉬고 있었다. 잠시 그늘진 벤치에 앉아있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롤러코스터를 한 번 더 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ㅡ친구 중에 롤러코스터를 무서워하는 친구가 있어서 한 번 더 타자고 더 권하지 못했다ㅡ 롤러코스터가 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그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보통 놀이기구를 짝을 지어 타고 오는 터라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 중에 롤러코스터를 잘 타는 친구를 데리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이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친구들은 귀신의 집에 가겠다고 하고 갔으니 따로 부르기도 뭐한 것이었다. 사실 귀신의 집에 간다기에 잠시 쉰다며 빠져나온 것이 맞았다. 무서운 것을 엄청 못견디는 것은 아니지만ㅡ맞다ㅡ 굳이 가고 싶지 않은 것은 누구든지 있지 않던가.
혹시 가는 길이나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가보고 없으면 혼자라도 타야지, 하는 심정으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마침 요조라를 발견한 것이었다.
“호시즈키 씨, 안녕.”
렌이 반가운 표정으로 요조라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요조라는 늘 학교 수업에 빠지니 늘 혼자인 느낌이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자신도 혼자 였으니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러고보니 요조라도 흰색 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이것도 마찬가지인 셈인가? 렌도 마침 흰색 티에 청바지 차림이었기 때문이었다. 제 옷장 윗옷 중에는 거의 흰색이 대부분인데다가 흰티에 청바지 조합은 무난한 조합이니 그저 우연이었지만.
아직 목이 마르진 않으니 괜찮았다. 상대방이 목이 마를 수도 있기도 했고. 가지고있는게 그것 뿐 이라면 일단은 아껴두는게 좋을 것 같다. 아직 산 근처에도 오지 않았어.
던진 주사위를 다시 회수해 옷에 있는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런 행동을 의문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상대의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알려 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말대로 오해할 수 있으니 말을 해야한다면 아무말도 듣지 않았는데 자신의 행동의 의미를 알려주는건 오해의 소지가 있을테니까.
여러 말을 했지만 그냥 심술이었다.
가방을 뒤적여 팜플렛을 꺼내는 모습에 '어라, 저 물통은 어디에서 꺼냈더라?' 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럼 가자. 어차피 저녁까지 할 일도 없어."
그녀가 알려준 길을 향해 걸어갔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먼 거리도 아니다. 부지런히 걷다 보면 도착하겠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푹 잠들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미카는 머리를 흔들며 애써 정신을 차렸고 보니까 시간은 꽤 지난 것 같았다.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아 감사합니다. 아직 숙소까지 가는데 걸릴 시간은 적절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사실이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아 너무 잠들어있었죠.."
아미카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기분은 이상했다. 확실히 개운했다. 피로가 풀린듯한 느낌? 꽤 오랜만에 느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