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의도라니! 코로리는 쿠궁 머리 위로 바위덩어리가 두세개 굴러떨어진 거 같았다. 황급하게 고개도 도리도리 젓고, 손사래도 치고 정말로 다급히 부정한다. 코로리가 인간에게 나쁜 짓 하겠다고 해봤자 악몽을 꾸게 하는 것 정도였다. 그것도 심한 악몽은 너무하니까, 레고 밟게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발가락을 문지방에 찧거나, 쇼트케이크 위의 딸기를 누가 훔쳐먹었다거나 하는 것 정도나 생각해봤는데, 그렇게 쳐다보면 상처받을거라구! 풀이 죽어서 의기소침하게 아미카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무릎 베개하구 자면 잠이 잘 온다구 할까, 조금 자도 푹 잔 것처럼 개운ー해진대."
거짓말이다! 무릎 베개라서가 아니라 그 무릎의 주인이 잠의 신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한 말이지만 스스로 듣기에도 수상하고 이상해보였다. 쩔쩔 매고만 있는 코로리는 의심받는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잠꾸러기가 졸려 한다니 꼭 자장자장 피로를 풀어주고 싶기도 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잠꾸러기 씨가 양귀비 되게 둘 수는 없잖아! 양귀비는 많지만 잠꾸러기는 적다구, 다 늑대가 물어갔어.
격하게 부정하곤 풀이 죽은 여자를 보니 아미카는 왠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진짜 나쁜 사람이었다면 멍때리고 있을때 몰래 물건을 빼가도 되었을 거고 타이밍은 많았는데 이렇게 말까지 걸었다면, 믿긴 힘들지만 진짜로 자라는 목적에서 온 것 같았다.
"아..으으음.. 그렇다며언.. 잠깐만 그래볼까요..?"
별 도리도 없었기에 아미카는 한번 무릎배개를 해보고 쉬기로 했다. 그래서 기대려는 찰나, 아직 이름도 제대로 모른다는게 생각나 다시 질문했다. 이름 정도는 알아도 괜찮지 않겠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아, 그런데에..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아직 이름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은데에.."
그녀가 재밌었다고 하니 제가 더 할 말은 없었다. 자신도 충분히 재밌게 탔으니까. 물론 상대 눈에는 꽤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고 사실 실제로도 그랬으니 아키라는 그에 대해서 변명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무서운 맛으로 타는 것이 놀이기구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러했다. 놀이기구 안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는 괜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괜히 소리를 내어 웃었다.
"어디에 소문이라도 내려고요? 학생회장은 놀이기구를 타면서 상당히 무서워하는 겁쟁이야. 라고 말이에요."
튀어나온 목소리에 연한 날카로움이 발려있었다. 분명히 웃는 표정이었지만 마냥 웃는 모습은 아닌 것이 약간의 위압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장난이라는 듯, 그는 소리를 내며 웃다가 기지개를 위로 쭈욱 켜며 뻣뻣한 몸을 풀려고 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도리도리 저으면서 이야기했다.
"딱히 주변에 말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제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저도 굳이 이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사람마다 강한 게 있고 약한 게 있는거고... 저는 제 방식대로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는 거니까 숨길 이유도 없고요. 물론 저 학생회장은 멋지게 탈 것 같아. 되게 멋지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환상이 깨질지도 모르지만... 그것까지 제가 신경써야 할 이유는 없고요."
자신에게 환상을 가지는 것은 자유이나 그 환상을 충족시켜줄 필요를 아키라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서 자신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이가 그 환상을 깬다고 한들, 자신이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남이 환상을 가지는 것이 자유라면, 그 환상을 유지시키지 않는 것은 자신의 자유였기에.
"그러니까 말한다고 해서 왜 말했어!! 이런 말을 하진 않을테니까 안심해주세요. 아. 혹시 이타니 씨는 조금 실망했을까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끝인 이야기였다. 거기에 더 추가로 이야기를 더 할 것은 없었다. 말해도 상관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굳이 자신의 이것저것이 소문으로 퍼지는 것을 환영하고 좋아하는 것은 또 아니었으니까. 그 와중에 뜨거운 태양빛이 하늘에서 자신의 얼굴을 쬐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는 슬그머니 근처에 있는 그늘로 들어갔고 그녀에게도 이곳으로 들어오라는 듯 살며시 손짓했다.
"환상이라. 어떤 것들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진실이 아닐 거예요. 그냥 말 그대로의 환상일테고요. 새롭고 인간적인 시미즈 아키라야말로 진짜 시미즈 아키라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그는 굳이 그것을 묻지 않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굳이 자신이 다 듣고서 이건 아니고 저건 맞고. 그렇게 분류를 할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역시 그럴 필요는 없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두 어깨를 으쓱하며 가만히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미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타니 씨는 이후에 어쩌실건가요? 저는 이대로 조금 더 다른 놀이기구를 찾아서 돌아볼까 싶은데. 이번엔 저기에 있는 롤러코스터라도 하나 탈까 싶어요. 재밌을 것 같거든요."
그가 가리키는 곳에선 그야말로 수직으로 내려찍는 코스가 두 개 있는 롤러코스터가 있었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면 정말로 끔찍한 공간이었을지도 모르나 아키라에게 있어선 재밌어보이는 놀이기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 방금 엄청 구차했지이. 아미카가 그럭저럭 넘어가주어서 다행이라고 느끼고야 있었지만, 이른바 흑역사라고 하는 걸 갱신했다는 확신이 지워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대화 주제를 바꿀 수 있었던게 너무나 민망했다. 차라리 계속 의심받았다면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의심받다가 정체를 들키면 그것만큼 최악은 또 없다. 부끄러움 정도야 참아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코로리의 귀 끝이 빨갰다.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서 제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분명 아까랑은 다른 의미로 이상해졌을거야ー.
"아, 나ー 이자요이 코로리! 잠꾸러기 씨는?"
잠꾸러기 씨, 4시간 덜 잤다구 했지! 모자른 만큼만 깊이 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코로리는 자신의 무릎을 두번 쓸어내렸다. 남들 보기에는 먼지라도 있을까 터는 것처럼 보였을테지만, 원래라면 머리를 쓰다듬어줬을텐데 그러기에는 퍽 조심스러워서 조금 다르게 해보았다. 머리까지 쓰다듬으면 완전 완전 이상하게 볼 지두 몰라…. 특히나 잠꾸러기에게 미움받기는 싫었다.
"자아, 이제 자장자장 시간이야."
아까까지 부끄러워하고 의기소침해하더니 지금은 제법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따뜻하게 풀려있는 웃음 모양새가 자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 아미카 얼마나 자려나?! 오래 잘 것 같은지, 조금 잘 것 같은지 궁금해서~! ( ´∀`)
>>396 어떤 상황이 좋으려나 고민고민되는걸? 음음 일단 렌은 별보기랑 아쿠아리움은 갔었어서 그것 빼고면 오케이일 것 같아. 놀이동산이나 다른 곳들도 한 번쯤 다 가볼 것 같아서 어디든~ 아니면 콘도에서 만날 수도 있고. 뭔가 지난번에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엔 도와주고 싶은 느낌인데 딱 생각나는 게 없네~ 요조라는 어디에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