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방금 엄청 구차했지이. 아미카가 그럭저럭 넘어가주어서 다행이라고 느끼고야 있었지만, 이른바 흑역사라고 하는 걸 갱신했다는 확신이 지워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대화 주제를 바꿀 수 있었던게 너무나 민망했다. 차라리 계속 의심받았다면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의심받다가 정체를 들키면 그것만큼 최악은 또 없다. 부끄러움 정도야 참아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코로리의 귀 끝이 빨갰다.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서 제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분명 아까랑은 다른 의미로 이상해졌을거야ー.
"아, 나ー 이자요이 코로리! 잠꾸러기 씨는?"
잠꾸러기 씨, 4시간 덜 잤다구 했지! 모자른 만큼만 깊이 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코로리는 자신의 무릎을 두번 쓸어내렸다. 남들 보기에는 먼지라도 있을까 터는 것처럼 보였을테지만, 원래라면 머리를 쓰다듬어줬을텐데 그러기에는 퍽 조심스러워서 조금 다르게 해보았다. 머리까지 쓰다듬으면 완전 완전 이상하게 볼 지두 몰라…. 특히나 잠꾸러기에게 미움받기는 싫었다.
"자아, 이제 자장자장 시간이야."
아까까지 부끄러워하고 의기소침해하더니 지금은 제법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따뜻하게 풀려있는 웃음 모양새가 자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 아미카 얼마나 자려나?! 오래 잘 것 같은지, 조금 잘 것 같은지 궁금해서~! ( ´∀`)
>>396 어떤 상황이 좋으려나 고민고민되는걸? 음음 일단 렌은 별보기랑 아쿠아리움은 갔었어서 그것 빼고면 오케이일 것 같아. 놀이동산이나 다른 곳들도 한 번쯤 다 가볼 것 같아서 어디든~ 아니면 콘도에서 만날 수도 있고. 뭔가 지난번에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엔 도와주고 싶은 느낌인데 딱 생각나는 게 없네~ 요조라는 어디에 있을 것 같아?
>>414 요조라 놀이기구 타는거 좋아하려나? 렌은 롤러코스터 더 타고 싶은데 친구들이 싫다고 가버려서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수도 있고. 카페테리아에서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저녁밥 먹으러 온 상황이려나? 요조라는 사파리는 별로이려나? 어쩌다보니 옆자리에 타게 되었다도 좋은 상황일 것 같고?
머리를 너무 돌린 탓이었을까, 아미카는 몸이 많이 무거워진 느낌이긴 했다. 가뜩이나 힘들고 피곤한데 힘이 더 빠진 아미카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 바라본 코로리의 미소는 상냥해 보였고 무릎을 쓰다듬는것도 거들어주었다. 아미카는 거기서 원인 모를 부드러움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그..그렇다며언.. 실례할게요..!"
아미카는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조심스래 상체를 숙이더니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곤 누웠다. 방금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무릎 배개를 받다니, 자신도 참 잠을 위해선 조심성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389 아키라가 그늘로 오라고 손짓하자 확실히 햇빛이 강했기에 아미카도 쫄래쫄래 따라갔다. 생각해보면 이런 여름에 땡볕을 돌아다니고 있는 터라 일사병이 걱정되긴 했다. 굳이 일사병이 아니더라도 피부가 좀 탈 것 같긴 했다. 그늘에서 땀을 훔친 아미카는 환상에 대해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이고 인간적인 학생회장님이 진짜 학생회장님의 모습이겠죠..! 그저 공적인 자리로만 멀리서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이제 어떻게 할거냐는 아키라의 질문에 아미카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혼자 별 생각 없이 돌아다닐 생각이었기에 아키라와 같이 다녀도 본인만 괜찮다면 상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도오..그냥 혼자 돌아다닐려고 온거긴 한데 별 생각 없이 온거라 같이 다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랑 바이킹은 타줘야 하잖아요?"
사실상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생각하고 온 것이었으나 그렇다고 누군가와 같이 다니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같이 다니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같이 가는 것도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역시 한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방금 전처럼, 자신은 놀이공원을 아무래도 멋지게 잘 탄다기보다는 조금 무서워하면서도 즐기는 편이었기에 그것이 조금 귀찮고 번거롭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한 번은 괜찮을지도 모르나 그게 두 번, 세 번. 그렇게 반복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저는 방금 전처럼 아무래도 조금 소리를 지르면서 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다면요."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니 자신은 그렇게 낼 것이라고 그는 미리 선언하듯 이야기했다. 이제 이 이후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는 그녀가 선택할 이야기였다. 그런 것이 귀찮고 싫다고 한다면 거절해도 좋은 것이고, 그래도 상관없다면 같이 여기저기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인간관계를 늘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편하게 하라는 듯, 가만히 답을 기다리다 두 어깨를 으쓱했다.
"참고로 저는 오늘 여기에 있는 놀이기구는 어지간한 것은 다 탈 생각이에요. 여기까지 왔는데, 거기다가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지원까지 해주는데 나중에 또 따로 와서 타는 것은 조금 아깝잖아요?"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자신이 걱정하는 것은 조용히 타고 싶은데 옆에서 시끄럽게 떠든다고 생각하는 사태였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신 쪽에선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일단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하진 않지만, 다른 이와 돌아다니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롤러코스터에 가자고 하는 그녀의 말에 아키라는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아까전에 자신이 본 것. 말 그대로 수직으로 내리꽂듯 떨어지는 구간이 두 개 있는 그 롤러코스터를 타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발을 앞으로 천천히 옮겼다. 위치는 여기서도 보이나 아무래도 줄이 긴 것은 감안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다들 재밌게 노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학생회 쪽에서 수학여행지를 어디로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역사적 가치가 많은 곳으로 가자는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3년에 한번 있는 자리고, 추억을 쌓는 것이 저 재밌지 않겠냐는 말이 나와서 여기로 정한거거든요. 일단, 여기에는 교육용 목적으로 갈 수 있는 박물관도 있고요. 얼마나 많이 갈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첫날에 갔었으니 당당하다는 듯, 그는 이야기했다. 안에 들어있는 여러 시대의 유물을 바라보며 나름 신기하게 생각한 기억이 떠올라 그는 싱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수학여행이 끝나면 여름방학이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머지않아 호타루마츠리가 시작되겠네요. 당신도 구경하러 오시나요?"
수학여행 이틀차, 새벽에서 오전에 걸쳐 잠을 짧게나마 잔 요조라는 나름 컨디션이 낫다고 느꼈다. 그래봐야 약은 뗄 수 없었지만, 적어도 전날처럼 현기증이 날 거 같진 않다. 그렇다면 오늘은 놀이공원이나 가볼까, 체력이 조금이라도 좋을 때 가는게 나을테니까, 같은 생각을 하며 나갈 준비를 하고, 콘도에서 나오니 어느덧 정오 무렵이었다.
일부러 점심을 가볍게 먹은 요조라는 가서 적당히 타고 뭔가 요기를 할 생각이었다. 물론 혼자서 말이다. 요조라 주제에 같이 다닐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배정받은 방조차 남은 학생들을 모은 방 중 하나였다. 차라리 그게 편하다. 각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언제 자든 뭘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애써 불편한 배려를 받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좋다. 그렇지 않았으면 요조라가 이곳에 오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았겠지.
결과적으로는 왔으니, 나름대로 놀기 위해 놀이공원으로 입장한다. 오늘의 요조라는 짧은 청 반바지에 흰색 오버사이즈의 반팔 셔츠, 머리는 묶지 않았지만 하얀 슈슈와 머리끈을 손목에 걸었고, 신발도 걷기 편한 스니커즈다. 셔츠자락을 앞부분만 살짝 찔러넣고 간단한 소지품을 담은 미니백을 한쪽 어깨에 걸고서 태평히 걷는 모습은 이미 돌아다니는 다른 학생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혼자인게 돋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조라는 오는 길에 매점에서 산 껌을 우물우물 하면서 한참 걷다가 슬슬 뭐라도 타볼까 싶었다. 그래서 일단 뭐가 있는지 보려고 놀이공원의 지도를 펼쳤다. 가장 가까이에는 롤러코스터가 있고, 그 옆에는 뭐가 있고, 저쪽은 자이로드롭인가, 등등을 생각하면서 사람들에 치이지 않게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