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그 울림이란 뭐랄까 설렘이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3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수학여행이다보니 더더욱 그런 것이 있었고. 이번 수학여행은 자유롭게 노는 것으로 일정이 되어있다보니 유동적으로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 있었다가 혼자 있었다가 하곤 했다.
이번에는 친구들 중에 한 친구가 플라네타리움에 가보자고 했기 때문에 렌도 따라 나섰다. 별이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기 때문에 별을 유심히 관찰한 적은 없었지만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면 외진 곳에 있는 집 덕에 겨울 별을 한껏 보곤 했었다. 추워서 일찍 집으로 들어갔지만서도.
플라네타리움은 어두웠고 상영이 시작되기 전에 편안한 의자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던 중 마침 앉으려고 했던 의자 옆에 누군가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눈을 감고 졸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전에 만났었던 토와 선배였다. 사주었던 아이스크림이 당첨이었는데, 그 당첨 아이스크림도 당첨이었던 정말 운이 좋은 선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문 닫힌 체육관 앞에서 자신을 만났던 것도 정말 운이 좋은 것이 아니었을까?
작게 소리를 내며 아는 척을 하려다가 자고 있다는 것을 보고는 옆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일어나면 인사를 해야지 하고서. 그런데 옆에서 토와가 조금 꿈을 꾸고 있었는지, 뒤척이는 것이 느껴져 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가 제 팔을 꽉 잡는 탓에 깜짝 놀랐다.
앗, 하는 소리를 냈다가 이내 깨어나 사과를 하는 토와의 모습에 렌이 말했다.
“토와 선배. 저도 반가워요.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악몽이라도 꾸셨어요?”
렌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토와의 잠긴 목소리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다.
깨어난 토와는 렌을 보고.. 플라네타리움을 보고.. 상황을 적절히 이해했습니다. 렌이 악몽이었냐고 묻자 잠깐 고민하네요.
"악몽이라기보다는... 기억의 정리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곧 휘발될 겁니다." 원래도 창백한 편에 속하긴 했지만. 지금은 안색이 악몽 꾼 듯이 심하게 창백한데요. 힘없는 목소리로 물이 어디 있었는데. 라며 자리 옆을 뒤적거리자 약간은 미지근해진 생수병 하나가 나옵니다. 까득하는 소리와 함께 물을 마시면 조금 안색이 나아지네요.
"수학여행을 즐기느라 좀.. 열심히 돌아다녀서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약간의 변명같은 말을 하며 몸을 조금 편하게 기댑니다.
"세이 군은... 역시 별을 보러 오신 걸까요" 곧 시작한다고 하니 볼 만하겠다고 말을 하려 합니다.
그래도 자기가 눈치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고치려고 노력하는건 훌륭한 일이 아닌가. 그래도 그렇게 계속 질문하는건 상대방에 따라서는 많이 귀찮다고 생각될 것 같았다. 그것도 눈치가 없으니 알아챌 수 없는거겠지. 그래도 계속 이어나가는건 여태까지 질문공세에 당한 사람들의 상냥함이 있기 때문일거야. 생각보다 좋은 곳이잖아 이 고등학교!
"너는 이런 산은 전혀 힘들지 않다 이거지?"
미리 물통도 준비한걸 보면 이미 산에 갈 생각이었으리라. 역시 실전압축형근육녀라고 해야겠지. 이렇게 놀 수 있는 환경에서도 근육을 잊지않는다. 그런 생활을 했기에 얻을 수 있는 근육..
"산이라."
물통을 바라보며 말했다. 덥고 습하고 힘들고. 역시 귀찮다. 주사위를 굴려 성공이 뜨면 가는걸로 하자.
"기다려봐."
말하고 20면체 주사위를 떨어뜨렸다. 나온숫자는 15. 겨우겨우 성공인가.
"그래서 산은 어디야?"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위치도 몰랐다. 애초에 있는지도 몰랐는걸. 굳이 이런 놀기좋은곳에서 누가 산을... 가는 사람이 있네.
기억의 정리라고 하기에는 안색이 창백했다. 이전에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래도 어떻게 묻기에는 친한 사이도 아니고 또 안 좋은 기억을 꺼내어 이야기해도 서로 불편해질 것 같아 말을 아꼈다. 물을 마시며 조금 안색이 나아지는 모습에 다행이라고 느끼며 토와의 말에 대답했다.
"다른 이들이 꽤 볼만하다고 해서 와봤어요. 그렇게 별에 지식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요. 토와 선배는요?"
렌이 작게 웃으며 이어 말했다.
"그래도 열심히 놀다가 오면 조금 쉬어가는 그런 코스 인 것 같기도 해요. 눈도 즐거우면서 몸도 편한 그런 느낌?"
확실히 공간이 매우 편안해 보였기에 하는 말이었다. 토와가 졸고있었던 것을 보니 별을 보면서 쉰다는 것이 아예 쉬어버리는 느낌이지만서도.
>>279 ㅋㅋㅋ사실 나도 딱 이렇다한 생각을 하고 말한 건 아니야. 같이 무언가 타거나 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로봇물고기 움직이기 체험이나 닥터피시 체험같은 것만 떠오르네(멧돌 돌리기) 그냥 수족관 내에서 구경하다가 마주쳤다는 것도 괜찮고~ 아니면 부딪혀서 물건을 쏟았다거나 그런 것도 괜찮고....(고민고민) 미즈미주는 생각나는 거 있어~?
코로리는 두 손을 모아서 꽃받침 모양을 만들었는데, 꽃송이가 된 것은 코로리가 아니라 아미카였다! 피곤해보이는 아미카의 얼굴 아래, 뺨이나 턱에 닿지는 않을만큼 조금 거리를 두고서 손을 갖다두었다.
"그리고 저기 사냥꾼 씨."
오리온 자리를 바로 곧게 가르킨다. 오리온의 주변에는 큰 개와 작은 개, 토끼, 황소도 있었고 쌍둥이도 있었다. 코로리는 사냥 당하고 싶었던게 아니라면 동물원에 가고 싶은 거냐고 물어보려다, 아미카의 질문이 더 빨랐다. 누구냐고 물어보거든 언제나 교복 명찰을 함께 보여줬었는데, 수학여행 중이라 교복을 입고 있을 리는 없었다. 오리온 자리를 가리키던 손가락이 쌍둥이 자리로 움직인다. 나 쌍둥이니까, 별님이랑 쌍둥이니까ー 쌍둥이 별님들 자리 하나는 내 자리야!
"나는 저기 쌍둥이 중에 하나할래!"
그러고서 코로리는 고개를 길게 갸웃였다. 기운채로 아미카를 깜빡깜빡 바라보면, 역시 애매하다. 활짝 핀 양귀비는 아닌데! 빤히 아미카를 바라보는 시선이 끝나질 않는다! 잠이 부족하다기에는 많이 잔 것 같은데, 꽃단내는 지금도 나고 있는데다 영 피곤해보니 코로리에게는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아침에 잠깐 깼다가 지금 다시 일어났다니 내 휴일 반절 。゚(゚´ω`゚)゚。 그렇지만.... 어린이날이라는 거, 지친 어른들에게 휴일을 주는데다 모두의 어린 시절 픽크루를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날이지 ( ´∀`) 다들 꼬꼬마 시절 너무 귀여워서 볼 꼭 쥐고 말랑말랑해보고 싶어, 말랑말랑말랑......
"별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과학적인 것이 주니까요" 여기에서 연주시차니. 절대밝기니. 별의 크기와 질량에 반비례하는 수명이라던가.. 셰페이드 변광성이나 고대의 북극성과 현대의 북슥성과 미래의 북극성 예측 같은 걸 말하는 건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테니... 입을 다뭅니다.
"아.. 저는 편하게 있을 수 있다. 라고 들어서요" 확실히 편안하기는 했나 봐요. 라면서 좀 졸아버린 걸 보면 말이지요. 라고 답합니다. 그치만 토와를 졸게 만든 건 굉장한걸? 토와는 아무리 지루한 수업도 안 졸고 끝까지 들을 거니까...
"열심히 놀다가 조금 쉬는 데엔 확실히 좋다고 생각해요" 세이 군은 어떤 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라고 물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