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 엔, 이라는 이름을 들은 요조라는 참 별난 이름이라 생각했다. 한자로 뭐라 쓰는지 알고 싶어지는 이름이랄까. 적어도 다른 이름과 헷갈릴 일은 절대 없을 거 같으면서, 못된 애들에게 놀림 받기 쉬울 거 같기도 하다. 물어보면 어릴 적이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요조라의 사교력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그친다. 토와 엔, 그 이름을 한번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헤, 그런가요... 엄청 나네..."
얘깃거리는 돌고 돌아 식물원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벤치부터 찾았던 요조라는 듣지 못했던 설명에,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벽을 타고 천장에까지 닿은 덩굴은 조금 오싹한 느낌도 든다. 관리하지 않으면 저런 덩굴이 지상이나 건물에 들러붙기도 한다는거 아닌가, 그냥 담쟁이면 치우기 쉽지만 포도 덩굴은 튼튼하기도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체험이나 분양도 해준다는 말에 고개를 내리고 말한다.
식물원 특유의 실내공기와 적당히 대화를 나눈 덕인지, 숙소에 바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을 듯 싶다. 보아하니 실내 이곳저곳에 쉴 공간은 충분한 거 같고, 가는 길에 이온음료나 한 캔 더 마시면 현기증 예방은 될 거 같다. 요조라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손에 빈캔을 챙겨 들고, 이제야 이름을 알게 된 엔을 돌아보며 묻는다.
"전, 그 체험... 하는 곳, 가볼까, 하네요... 토와 씨... 는요...?"
딱히 동행을 요청하는 건 아니었고, 그래도 잠시나마 대화를 나눴었으니, 예의상 하는 물음이었다.
"좀 여름과 가을 그 근처에 포도가 많이 열린다고 하네요." 대신 하나하나 처리를 하긴 그래서 씨는 있다곤 하지만요. 라고 생각합니다.
"여름과일을 수확해보거나.. 꽃을 심어보거나.. 색모래에 다육식물을 심는 체험이 있네요." 겨울쯤이었으면 딸기농장같은 체험도 가능했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토와는 키우는 건 자신이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토와도 키우는 건 큰 자신이 없어요. 그나마.. 다육식물 중에서는 하월시아 옵튜사 정도?
"으음.. 2인 체험이라면 같이 가도 좋겠지만. 1인 체험이라면 바래다만 줘도 될까요?" "나가려고 해도 그 근처가 입구거든요." 그야. 체험장 전에 뭐 없다면 현기증이 일어난다면 곤란할 테니. 그정도까지 바래다주는 것 정도는 괜찮으려나요? 싶은 생각인 모양입니다.
>>111 아미카와는 아무래도 첫만남이고 아는 사이라는 선관도 아닌만큼 딱히 약속을 해서 돌아다녔다기보다는 뭔가 둘이서 엮일만한 상황이 있어야만 일상이 성립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박물관보다는 놀이공원 쪽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를테면 혼자서는 탈 수 없는 놀이기구가 있고 필요에 의해서 두 사람이 같이 탔다거나 이런 것은 어떨까요?
딱히 수확 목적이 아니어도 열매가 자라긴 하는구나, 그럼 그건 먹는걸까 따로 처리를 하는 걸까, 아무래도 좋은 생각들이 말 대신 생각으로만 요조라의 머릿속을 스쳐간다. 생각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동글동글 알 맺힌 포도의 이미지다. 제법 깊게 새겨진 포도 모양은 아마 여름 중에 다른 무언가가 되서 드러날, 수도 있고, 그저 잊혀질 지도 모른다.
"그럼... 심는 체험이나 해볼까..."
시즌이 시즌이라 그런지 이것저것 체험요소가 많은 모양이다. 몇개의 예시를 들은 요조라는 색모래에 다육식물을 심는 것에 귀가 쫑긋했다. 색이 관여된 거라면 제법 재밌을 것 같다. 일단 제일 먼저 그걸 해보고, 다른 건 체력의 여부를 확인한 뒤 할지 말지를 정하기로 한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정한 요조라는 바래다줄 듯한 엔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부탁한 건 아닌데, 어차피 나가는 길이 그쪽이라니 상관 없을까.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가는 길, 도중까지, 라면야... 불편, 하지, 않으시다면... 가죠..."
요조라의 대답은 흔쾌히, 라기보단 그럴 만한 납득을 했으니 받아들이겠단 말과 같았다. 대답을 한 후엔 근처 쓰레기통에 빈 캔을 분리수거 해놓고, 친절하게도 체험관의 방향을 알려주는 실내 표지판을 따라 한걸음 앞서 걷는다. 그리고 적어도 가는 동안은 요조라의 걸음이 흐트러지거나 몸이 휘청이는 등 현기증이 다시 일어날 낌새는 보이지 않았을 거고, 유유자적 주변을 구경하며 느릿느릿 걸었을 것이다.
수학여행, 아미카에게도 나름 즐길 기회였다. 물론 여전히 꽤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친구들과 함께 잘 즐겨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을 먹고 잠든 바람에 친구들은 먼저 여기저기로 놀러 갔고 아미카는 오늘은 혼자 놀이공원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바이킹도 괜찮았고, 롤러코스터도 충분히 타볼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역시 일단 초반은 회전 그네를 타보는게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도를 보고 찾아간 회전 그네의 대기줄은 예상보다 길었다. 대략 7~8번은 기다려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미카는 아쉬워하며 주변을 돌다가 좀 짧은 줄을 발견했다.
'저건 무슨 줄일까아?'
<2인 탑승객용 줄>
2인 탑승객이라, 혼자서 2인용을 타면 어떨까 했지만 당연히 현실성 있는 얘긴 아니었다. 아마 바로 1인용 줄로 안내받겠지. 아미카는 왠지 1인용 줄에서 기다리다간 빙빙 도는 회전 그네에게 최면이라도 걸려 잠들어서 민폐가 될 것 같기도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괜찮기는 하죠." 토와는 아기바나나를 톱질하는 것에도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그걸 받아가게 된다면 기숙사 천장을 뿌셔버릴 것 같았으므로(최대 8m...) 구경만 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바닐라같은 열대식물은 나중에 길러보고 싶다 같은 건 있나봐요.. 토와의 생활상을 보자면 식물이건 동물이건 기르긴 애매하겠지만요.
"불편하지는 않으니까요" 가볍게 대답하고는 걸어갑니다. 걸어가면서 식물원에 있는 다른 광경들도 슬쩍 보네요. 걸어가다 보면 어느샌가 체험장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나가봐야겠네요" 즐거운 체험되길 바라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체험장 근처에 체험한 이들이 만든 색모래다육도 보이네요. 어느 정도 관리가 잘 되는 모양인지. 쌩쌩합니다.
수학여행에 와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나름 즐기고 있던 아키라는 이전과는 다르게 오늘은 혼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끔은 학생회 멤버, 혹은 친한 친구들이 아니라 혼자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싶은 법이었다. 그렇다보니 어느새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왔고 수학여행 기간 동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패스권을 이용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면서 아키라는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마침내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회전 그네였다. 회전 그네라. 저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거 인기 어트랙션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줄이 상당히 길었다. 이것을 탈바에는 다른 곳으로 가는 곳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키라는 잠시 고민했다.
한편, 슬며시 옆을 바라보니 조금 짧은 줄이 보였고 그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상황상 아마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여학생이겠지. 그렇게 추측하며 아키라는 무슨 곤란한 상황이 생긴 것일까 싶어 우선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까부터 보는데 뭔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아서."
물론 상대가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이 아닐 수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이용객은 가미즈미 학생이겠지만, 그럼에도 가미즈미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도움이 필요한 이라면 도와줘서 나쁠 것이 없었다. 학교의 평판에도 나름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고 아키라의 성정이 쉽게 무시하고 지나가지는 못하는 성격이었으니까.
"아. 수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지금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교의 학생회에 소속된 사람이에요. 그냥 곤란한 일이 있으면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도울까 해서요."
아미카는 조금 갑자기 말은 건 것에 잠깐 당황했다가 얼굴을 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뷰에 빠졌다. 저 얼굴은 아마... 학생회장이었던 것 같은데..? 무슨 곤란한 일이냐도 있냐는 질문에 아미카는 2인용을 타고 싶은데 같이 탈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고 대답하면 너무 하찮은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우물쭈물하던 아미카는 도울 수 있다면 도울까한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저어.. 그러니까 이 놀이기구를 탈까 하는데 친구들은 다른 곳으로 갔고 저 혼자서 1인용을 타긴 줄이 너무 길고오.. 2인용은 줄이 짧긴 하지만 같이 탈 사람이 없고오.."
아미카는 두서없이 말했다. 이러면 알아듣기 힘들겠지만 아미카가 평소답지 않게 꽤 긴장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자연히 그녀의 말을 들은 아키라의 시선이 2인용 줄로 향했다. 확실히 1인용 줄보다 훨씬 짧았고 이것을 타면 금방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자신이 1인용 줄을 벗어난 것 때문에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훨씬 더 뒤에 줄을 서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좋을까. 자신도 저것을 타고 싶어하고, 그녀도 저것을 타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저도 저것을 탈 생각이었으니까 제가 같이 줄을 서면 어떨까요? 이러면 저도 좋고, 당신에게도 좋을 것 같은데."
물론 거절을 한다면 그것으로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다시 1인용 줄로 돌아가서 줄을 서면 될 일이었으니까. 허나 받아들인다면 자신은 더 빠르게 저것을 탈 수 있었으니 그리 나쁠 것도 없었다. 고개를 좀 더 놀려 놀이기구인 회전 그네를 바라보니 적절한 속도와 높이가 정말로 재밌어보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이 아주 살짝 찬란하게 반짝였다.
"아니요. 말을 바꾸도록 할게요. 같이 줄을 서주세요. 저, 수학여행을 온 거라서 시간을 유효하게 사용하고 싶거든요. 아직 여기 말고도 갈 곳이 많아서. 안될까요?"
그렇기에 아키라는 자신의 제안으로 슬며시 바꿨다. 어쨌건 자신에게도 손해보는 일이 없었고 그녀에게도 이득이라면 이득이니 나쁠 것은 전혀 없지 않은가. 물론 이 이후는 이제 그녀의 선택 나름이었다.
"아. 물론 거절해도 괜찮아요. 당신의 입장에선 누군지도 모를 이가 갑자기 제안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같이 타준다는 것에 아미카는 약간 자신이 무례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치듯이 들었지만 같이 줄을 서달라는 요청으로 바뀌자 괜히 여기서 거절하면 그게 더 무안해지는 것이라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거절하는게 더 아니겠죠.. 그러면 같이 가서 줄 설까요?"
그렇게 말하곤 줄을 뺏길수도 있으니 학생회장인 아키라의 옷깃을 조심스래 잡곤 줄로 빠르게 향했다. 당연히 2인용 줄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아마 지금 돌고 있는 회전 그네가 끝나면 바로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아미카는 기다리면서 한가지 들었던 질문을 꺼내 말했다.
"그런데, 학생회장님께선 보통 학생회들과 같이 다니지 않았나요..? 오늘은 혼자 다니시는 것 같던데에.."
아까도 생각한 것이었으나 딱히 자신 쪽에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같이 탄다면 자신이나 그녀나 더 빨리 탈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한 가지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다음에 또 볼지도 알 수 없는 이였다. 그렇기에 굳이 문제는 없겠거니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줄을 서자고 하는 그녀의 말에 아키라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줄로 향하는 그녀를 따라 그녀의 옆자리에 섰다. 그러고 보니 2인용과 1인용은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2인용 그네는 나란히 두 명이서 같이 타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와중 그녀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역시 가미즈미 고등학교 학생이었나요? 그렇지 않을까 예상하긴 했지만요. 아무튼 학생회 멤버들과 같이 다니긴 했지만 오늘은 따로 다니기로 했거든요. 이것저것 서로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가끔은 서로 따로 움직이는 것도 좋을 것 같으니까요."
최근 연애를 시작했다는 부회장과 회계를 떠올리며 아키라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눈치껏 빠져줬으니 이제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다시 앞을 바라보면서 그네 쪽을 바라봤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살며시 꽉 쥐다가 놓으면서 침을 삼킨 후, 아키라는 이내 미소지어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름.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시미즈 아키라. 이상한 별명만 아니면 편하게 부르세요. 학생회장님도 괜찮고요. 학생회장이니까."
"과찬이에요.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기간내의 직함일 뿐, 제가 특별한 것은 아니니까요. 가미즈미 마을 내에서 도련님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도련님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에요."
확실히 쉽사리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말할 것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난감한 웃음소리를 냈다. 학생회장이라는 자리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높게 보이는 것일까. 적어도 자신은 그러진 않았기에, 작년 학생회장도, 재작년 학생회장도 그렇게 높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기에 잘 알 수 없었으나 그녀의 입장에선 그런가 싶어 그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으나 그 끄덕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내 그의 고개는 좌우로 흔들렸다.
"이타니 아미카.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타니 씨라고 부를게요. 아미카라는 이름이 좀 더 예쁜 것 같지만... 그래도 저는 성으로 부르는 것이 편하고, 후배라고 해서 요비스테를 바로 하는 편은 아니어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이들은 있었으나 아키라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에 대해선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딱히 선을 긋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의 방침이 있었고, 그 방침을 굳이 어기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렇게 중요한 방침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작은 고집이었지만. 그래도 요비스테보다는 성으로 부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짧아지는 줄에 따라 살며시 앞으로 한 걸음을 딛었다.
"...잘 타냐라. ...좋아해요. 이런 놀이기구."
잘 타냐라는 물음에는 살며시 답을 회피하며 아키라는 그저 좋아한다라고만 대답했다. 어쩌면 그게 또 답 중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아키라의 입이 열리진 않았다. 그러는 와중 점점 줄은 줄어들었고 마침내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이어 아키라는 프리패스권을 보여주며 안으로 들어섰고 놀이기구를 바라봤다. 저기에 있는 2인용 의자에 앉으면 되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아미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대모신은 본래 파충류인데다, 열대성 기후에 서식하는 동물이었다. 더위를 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데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인간보다 길다. 후미카는 의표를 정확하게 찌른 사실 간파에 느릿이 두 눈을 깜빡였다.
"……오키나와 출신이거든."
둘러대는 말치곤 거짓말은 아니었다. 생물학적으로는 그곳에서 태어난 게 맞다. 다만 대부분의 인간이 그러듯 병원 수술대에서 눈이 아플 정도의 조명을 받으며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한밤중 퍼석거리는 모래 속에서 알껍질을 찢고 나왔다는 점이 상대와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후미카는 옆으로 슬금슬금 몸을 물려 벤치 위에 미미하게 진 그늘 아래로 몸을 반 들여놓았다. 느리지만 조금씩 더워지려 했기에 테츠야의 지적 때문인 것만은 아니었다.
"플라네타리움이라는 것은 처음 보아서 그랬단다. 무언가를 경험하고 이해하려면 오래 두고 뜯어보아야 하지 않겠어."
사람도 그렇고 사물도 그렇다. 인간이 새로이 만든 개념과 산물이라면 더더욱 여러 의미로 바라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 보고 경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후미카는 대화를 받아 같은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