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2등 구슬이 나오자 노점 주인은 정말로 크게 축하하면서 해당 상품을 토와에게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뭐지? 여기 이렇게 잘 나오는 편이었나? 이거 확률 엄청 높은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침을 꿀꺽 삼키고 지갑을 다시 꺼냈다.
"저 이거 한 번만 더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얻을 것은 얻었으니 한 번만 더 돌려보자는 마음으로 계산을 한 후, 그는 토와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 이야기했다.
"2등이나 나오다니. 축하드려요. 운이 상당히 좋으신걸요? 디저트 뷔페 좋아하세요?"
일단 누군가와 같이 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니 누군가와 같이 갈까? 아니면 혼자서 갈까? 그거와는 별개로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침을 꿀꺽 삼키며 그는 손잡이를 잡고 뱅글뱅글 돌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엔 난 1등을!"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 아키라는 진지했다. 어쩌겠는가. 4등, 2등이 나오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야 만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이었다.
"와. 2등이네요." 작은 티켓이었지만. 봉투에 담겨 있으니 나름 있어보인다는 듯 흔들거리고는 쇼핑백 안에 툭 집어넣습니다. 오히려 지갑보다 이게 더 안전할지도?
"디저트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많이 먹는다. 그런 쪽은 아니긴 하네요."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편이다 보니 많이 먹는 타입은 아니긴 하다. 대신 질을 따지는 편일까? 누군가와 같이 가는 것도 좋겠는데.. 그리고는 돌아갈까 싶었지만. 한 번 더 하겠다는 뽑기의 망령이 살짝 붙은 듯한 아키라를 보고는 동공이 아주 약간 좁아졌고. 흥미롭다는 생각으로 지켜봅니다.
"뭐어. 다 좋을 수는 없는걸요." 꽝이 나오긴 했지만. 이미 원하는 걸 하나 얻었으니 좋은 게 아닐까요?라고 말하면서 토와도 재미로 하나쯤 더해보기로 합니다.
"당연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1등이 나오거나. 또 2등이 나오면 더 좋긴 하지요" 빙글빙글
자신은 꽝이 나왔지만 이후에 돌린 토와가 3등을 뽑아내고 또 다시 종이 딸랑딸랑 울리는 것을 보면서 아키라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왜 나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순간적으로 호흡을 정리했다. 그래. 맞아. 한번 정도는 꽝이 나올 수도 있잖아? 그런 것 뿐이야.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지갑에서 또 다시 돈을 꺼냈다.
"한 번 더요. 그리고 토와 씨는 축하해요. 이번엔 3등이네요. 캠핑세트도 받게 되었는데. 그건 어쩌실건가요? 아. 가미즈미 해변가에서 캠핑은 안되는 거 아시죠?"
물론 텐트는 칠 수 있지만 거기서 캠핑을 하는 것은 일단 금지되어있었기에 그는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토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을 마친 후, 그는 다시 한 번 손잡이를 잡았다. 뱅글뱅글. 상당히 돌리는 것이 빠른 것으로 보아 정말로 진지하게 돌리는 것임에는 분명했다. 그야 그렇지 않은가. 바로 눈 앞에서 3등까지 나와버렸으니 이번엔 자신도 2등이나 3등을 뽑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에. 그러다가 4등이 나오면 더 좋을 수도 있고.
"그건 그렇고 토와 씨는 운이 상당히 좋네요. 혹시 이전부터 운이 좋았던 편인가요? 이런 곳에서 경품을 두 번 연속으로 뽑는 경우는 본 적이 없거든요. 여기가 확률이 꽤 높나?"
"아. 그래요. 그래요. 그러니까 많이 많이 돌려주세요! 네. 네."
당연히 상술이었으나 아키라의 귀에는 정말로 그런 것처럼 들려왔다. QR코드로 망한 학생들을 그렇게 많이 봤으나 한 번 당첨에 눈이 돌아간 이는 쉽게 제 정신을 차리기 힘든 법이었다.
"그러게요.. 캠핑은 어디서 가능하려나요." 캠핑을 할 만한 장소라던가 있으려나요? 라고 아키라에게 묻듯이 말합니다. 그야.. 그런 거 토박이에게 물어야지 않나요? 그리고는 한 번 더를 말하는 아키라를 보며 저번의 qr코드에 관한 소문을 들었던 걸 기억해냅니다. 뭐였더라. 3개월치 용돈이었다던가..?
"운은 나쁜 편은 아니지만요. 저번의 이벤트에서 청룡 반지는 못 얻어서 아쉽더라고요." "그거 가미즈미 온천에 가면 살 수 있나요?" 그렇게 진지하지는 않고 가벼운 질문이지만.. 아키라가 또 4등을 뽑아내는 걸 보고는 시미즈씨도 운이 나쁘지는 않아보이는걸요. 라고 답하면서 토와도 한 번 더 뽑아보려 합니다. 사실. 몇 번 더 뽑아도 본전은 이미 충분히 찾기도 했고.
"1등이 나오기라도 하면 시미즈씨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라도 하나 사드릴까요?" 나올 것 같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공약을 하면 못씁니다. 토와는 또 돌려보네요.
사실상 검격 한 번이면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화살을 회피하는데에 성공했고, 이동도 성공적이었으니 근거리 공격이 가능한 위치. 사실상 검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는 없었다.
"공격.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적당히 아슬아슬한 성공이 떠도 이 싸움은 그녀의 승리와 다름 없었다. 부패한 기운으로 인한 상대방의 패널티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뭘까.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이 결과는 도대체.
"2."
최악의 결과. 캐릭터의 능력치를 보정한다고 해도 실패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과는 이렇게 나와버렸으니 이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눈 앞의 사람이 화내는걸 감당하는건 어째서 나인거지..?
"대실패. 당신은 그 자리에서 곧 바로 들고있는 칼을 휘둘렀으나 목을 노려 너무 세게 휘두른 탓에 손에 화상의 고통을 느끼며 당신의 칼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본 상대방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살을 꺼내 당신의 가슴팍을 향해 휘둘렀고, 회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휘둘러진 화살에 의해 가슴을 관통당했습니다."
저렇게 자신있게 '치는게야, 그 목을!' 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결과라니,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을 참으며 trpg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담담히 말했다.
"어이쿠!! 4등에다가 아까 친구 분은 또 2등이시네! 어이구. 운이 좋아. 아주 좋아. 응. 완전 좋네.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어! 어!"
아키라는 4등, 그리고 토와는 2등. 노점 주인의 표정에 주름이 살짝 생겼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키라의 표정은 정말로 진지하게 굳어있었다. 뭐지. 이 사람은? 2등, 3등 거기다가 또 2등.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그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거 몰래카메라지? 나를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인거지? 그런 생각이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당연히 아니었기에 그의 눈에 띄이는 것은 없었다. 일단 영화 관람권 5장을 또 받아서 완전히 열장으로 만든 아키라는 일단 그 관람권을 지갑 속에 집어넣었다. 혼자서 다 가긴 힘드니 나중에 학생회 멤버들을 불러서 같이 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청룡 반지요? 아. 그거 팔기는 하는데 꽤 비싸요. 학생의 용돈으로는 조금 힘들걸요? 일단은 고급품이기도 하고... 8만엔은 넘을텐데."
아닌 것 같아도 꽤 비싼 물건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토와의 그런 말을 살짝 만류하려고 했다. 자신도 경품이기에 몇 개를 빌려서 가져온 것 뿐이지. 실제 돈으로 사려고 하면 아무래도 학생 신분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토와가 그 정도로 돈이 많을지는 자신도 알 길이 없었으나 일반론적으로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한편, 말을 마친 아키라의 눈빛이 다시 한 번 저 뽑기로 향했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이번에는 더 좋은 거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지갑을 꺼내서 1회분을 한 번 더 돌리려고 했다.
"이번에는 저도 좋은 것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딱 여기까지만 할 거예요."
"운이 좋은 편이기는 하죠." 근데 시험에는 적용되긴 해도 애매하려나요? 시험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저는 좋아서요. 라는 말을 장난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청룡반지를 말하는 것에
"8만엔이 넘는다라... 음. 용돈이 어느 정도더라.. 한달에 5만엔이었나.."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금방 풀립니다.
"그냥 사는 것도 괜찮겠네요." "아예 팔지 않는다면 못 사니까 아깝다고 생각했겠지만.." 따지고 보면 토와의 시간을 희생한 것과 8만엔이라던가 하는 갈 비교하자면. 8만엔 가량으로 토와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분명히 점수는 적절하게 뽑은 다음 청룡반지는 사는 식이었을 거다.
"그래도 이벤트는 꽤 즐거운 편이긴 했으니까요." 참여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이라는 것에 흥미롭게 보다가 저도 마지막이겠네요. 라면서 돈을 내고 돌려보려 합니다.
말이 좋아 5만엔이지. 보통이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용돈은 아무래도 그보다는 조금 더 아래이기도 했으니까. 아니. 조금이 아니라 조금 더더지만 아무튼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이벤트는 즐거웠다는 말에 그는 괜히 귀를 기울였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패하고 망한 이들도 많아보이긴 했으나 그래도 성공한 이들은 성공했다는 것 같으니까. 실제로 향수를 누군가가 타갔다는 말도 있었고.
"힘들진 않았어요? 이벤트? 일단 학생회 평균은 74점이었는데."
자신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확률을 업데이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라면 만약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으면 대체 몇점이었을지. 어쩌면 30점이 고작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괜히 어깨를 으쓱하다 둘 다 꽝이 나왔다는 결과를 듣고서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주머니에 넣어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으나 그는 다급하게 반대편 팔로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지갑을 놓게 만들었다.
"이런 것은 하다보면 어느 순간 훅훅 하게 되니까 위험해요. 아무튼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했으니 전 이것으로. 아무튼 축하해요. 완전 많이 타가셨네요."
디저트 카페만 해도 4개나 얻었고, 거기다가 캠핑 세트도 얻었지 않은가. 승리, 패배. 둘 중 하나로 뽑자면 당연히 이것은 대 승리였다.
"제가 좀 돈으로 사랑을 대신 받아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는 성적이 좋으니까 오봉이나 오쇼가쯔(설날)에 받는 것도 큰 편이고요. 라고 말합니다. 저번 오쇼가쯔 때 얼마 받았더라.. 라고 생각하다가 힘들진 않았냐는 물음에
"351점인가.. 그렇더라고요." 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힘들긴 힘들었겠죠. 그나마 힘든 덕에 잠은 잘 자서 다행인가? 향수는 사고 싶다면 연락 보낸다면 군말은 없이 사주실 거라. 워터파크랑 스파랑 샤프랑 사탕 세트로 챙겼다는 말을 하며 평균이 74점이라는 말을 하자 높은가 낮은가 감이 안 오는 얼굴을 합니다.
"간혹 도는 소문 중에는 이벤트를 기획한 학생회에게 축시의 저주를 하겠다는 이들까지 있던 것 같던데요..." 그래서 그런 점수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은 꽝이 나오자 그런가 싶습니다. 이정도만 돌려도 승리. 대승리인걸.
"으음.. 2인권인가." 스파도 2인권. 워터파크도 2인권. 디저트도 2인권. 스파나 워터파크 갔다가 디저트 먹으러 가는 것이 가능한 것 같은데.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아키라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점수가 안 나오는 것으로 보아 조작이 아니냐는 등, 학생회가 경품을 다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 참으로 많은 말들이 오갔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절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말들이 있었기에 업데이트로 패치를 했다는 말은 하지 않으며 아키라는 그저 두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게요. 2인권이니까요. 음. 방학을 하고 나면 얼마 안 가서 호타루마츠리를 하거든요. 성스러운 샘이 있는 동굴이 개방되고, 거기서 샘을 구경하고, 길을 따라가면 정말로 많은 반딧불을 구경할 수 있고, 거기서 좀 더 내려가면 해변가가 나오는데 거기서 포크댄스도 출 수 있고요. 딱 하루뿐이지만요. 아. 그 날에 바다를 보면 바다 위에 등불을 띄워서 마치 반딧불이 바다 위에서 불을 빛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퍼포먼스도 있어요. 생각보다 꽤 예쁜데... 그때 같이 가는 이가 있으면 그 사람에게 권해서 같이 가보는 것은 어때요?"
같이 갈 이가 없다면 그렇게 만난 이와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괜히 두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자신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권유였지. 가용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선택은 어디까지나 토와가 하는 것인만큼 아키라는 딱 거기까지만 하면서 괜히 기지개를 쭈욱 켜면서 하품을 했다.
"일단 시미즈 가문에서 개최하는 거라서. 가급적이면 많은 이들이 참가해줬으면 하기도 하고요."
"불을 지르겠다니.. 그건 좀 심했네요." 일본에서 방화가 비교적 굉장히 쎄게 처결받는 편인데(물론 세게 처결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그럴 정도라니. 라는 생각을 하는 토와입니다.
"포크댄스에 바닷가라.." 하지만 토와는 성스러운 샘과 반딧불 쪽이 조금 더 마음에 쓰이는 모양입니다.
"아.. 같이 갈 만한 사람은 잘 모르겠네요.." "저랑 같이 가겠다고 할 만한 이가 있으려나요" 누군가에게 말해보기엔 그렇게 많이 만나보진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하고는 토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날에 아무하고도 못 만나면 회장님이라도 같이 가주실래요? 라고 묻습니다. 회장님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냥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이었습니다. 진짜 가자고 받으면 토와가 더 당황할걸.
"잘 참여하면 좋긴 하겠네요" 호타루마츠리가 벌어지는 광경의 묘사에 꽤 괜찮아보인다는 감상을 말하는 토와입니다.
이번에도, 라는 말에 요조라는 사쿠라마츠리를 떠올린다. 그 때는 노점에 화과자와 양과자가 반반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거란 보장은 솔직히 못 하겠다. 여름날 화과자는 취급이 어렵기도 하고, 마히루만이 아니라 부모님도 화과자보단 좀더 가벼운 양과자와 그 외의 것을 내놓으려 하고 계셨으니까. 그러니 같은 걸 기대하면 좀 곤란해서, 별거 아닌 듯 중얼거린다.
"기대, 할 거... 없어요... 저번, 이랑... 많이... 다를, 거라..."
가미즈미의 여름은 덥기도 덥지만 바다 때문에 더 후덥지근하다. 그런 날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하면 괜히 짜증만 날 거다. 게다가 그 대상이 호시즈키당의 노점이 되는 건 더 싫으므로, 미연에 방지하는 식으로 한 말이었다. 요조라는 그 말을 하고 고개를 창가에서 정면으로 돌렸다. 계속 창가를 보고 있으면 목이 뻐근해진다. 옆에서 올 시선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그거 피하자고 목과 어깨를 혹사시키는 건 좀 어이없으니까, 그 정도는 감안하자고 생각하며 저 앞 어딘가에 시선을 두었다.
시간에 대해 뭐라 말하지 말라고 하니, 곧장 대답이 돌아온다. 불평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나. 걱정보다는 짜증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는다. 대신 고개만 한번 끄덕인다. 그래, 그렇게 말 했으니 나중가서 딴 소리 하지나 말길 바란다. 요조라는 가만히 앞을 보고 있다가, 옆에서 들린 말에 툭 대꾸한다.
"인접한, 바다... 쪽으로, 가고, 있으니까요... 그 중, 에서도, 좀, 멀지만..."
하루를 통째로 쓸 생각으로 가는 것이라 이정도 이동시간은 잠깐에 불과하다. 그걸 코세이가 알 리가 없지만, 요조라가 알려줄 의무도 없다. 마음대로 따라오는 사람한테 자신의 일정을 얘기할 리가 있나. 다만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로부터 10분, 내지는 15분을 더 버스로 달려간 뒤에야 요조라는 하차 버튼을 누른다. 버스는 곧 나온 정류장에 멈추고 요조라는 먼저든 나중이든 버스에서 내린다. 주변에 건물이라곤 민가 몇개가 끝인, 숲이 울창한 산 옆에 덩그러니 있던 정류장이었다. 요조라는 내려서 치마를 두어번 툭툭 털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왼쪽 한번, 오른쪽 한번, 길을 확인하듯 둘러보고, 이렇다 할 말 없이 걷기 시작한다. 산 옆이라지만 도로와 인도가 제대로 깔려 있어서, 근처에 산다면 산책로로 걷기 딱 좋은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요조라는 느릿하게 걸었다.
"정말로 가고 싶은 이가 있다면... 같이 가겠다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자고 이야기를 꺼내야죠. 애초에 말을 꺼내주길 기다리는 시점에서 그 사람과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답은 없었으나 그는 나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럼 자신은 어떠한가. 그에 대해서 아키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자신은 참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물론 시간을 낸다면 낼 수야 있겠지만 시미즈 가문의 사람으로서 마츠리를 보좌하는 일에 집중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괜히 그런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눈을 뜨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아무도 없으니까 대신 가주세요 같은 제안은 조금 곤란한걸요. 그러니까 거절할게요."
물론 장난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혹은 그냥 별 생각없이 하는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아키라는 아주 살짝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하지만 정말로 가볍게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말을 듣는 것은 좋긴 하나, 갈 사람이 없으니 그냥 갈래요? 라는 식의 물음은 그로서는 싫었다. 마치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빈 자리를 채워야하는 그런 존재로 보이는 것 같았기에.
"작년에는 길이 무너져서 어쩔 수 없이 못했지만 올해는 문제없이 진행될 거예요. 그러니까 혼자라도 구경을 와도 좋을 거예요. 정말로 예쁘거든요. 반딧불도. 그리고 바다 위에 뜬 등불도 말이에요. 가미아리의 여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성스러운 샘은 이 시기가 아니면 아예 못 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