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캐릭터가 좋으려나. 가미즈미에서 생존하기위해 오염된 힘을 받아들인 전 농민, 시간의 신과 계약을 한 떠돌이 무인, 신들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만 싸우는 덴노의 파견원.. 여러가지 캐릭터가 있었다. 역시 그냥 이입하기 쉬운 캐릭터가 좋을 것 같네.
"...당신은 자신만의 무예와 명예의 일신만을 위해 가미즈미로 스스로 들어온 무인입니다. 당신과 계약하면 재미있는걸 볼 수 있겠다고 한 시간의 신과 계약을 맺어, 신성에 대한 저항력과 무라타소총 18년식 한 정, 필요에따라 탄약과 미래의 도구나 물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본래 사용하던 카타나와 그 카타나를 보관할 수 있으면서도 검격에 부패한 기운을 담을 수 있는 오염된 칼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하나하나 설명하는건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설명하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니 열심히 설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방금 전 다른 신의 대리자 1명을 죽였으나 그 피해로 온 몸에 경도화상을 입어 그 몸을 강물에 씻어 열기만 잠재웠습니다. 주변에는 물건이 타들어가 생긴 재가 눈에 띄이며 그저 고요히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다 고요한 분위기 속, 수풀이 움직여 흔들리는 소리를 듣게됩니다. 다음 행동을 정해주세요."
과연 어떻게 진행하려나. 플레이 캐릭터의 인지능력이 높지 않아 상대방을 확인하지 못하고 회복도 안된 상태에 신은 그저 미래에서 힘을 불러 올 뿐. 그녀의 대처가 궁금해진다.
의자의 등받이를 손으로 짚을 수 있을 만큼 다가갔으니 거리가 가까운 건 확실하다. 하나의 스케치북을 같이 봐야 했으니, 약간은 기대이듯 했을 지도 모른다. 아주 작게 중얼거려도 들릴 정도, 일까. 그러나 요조라에게는 그 행동에, 거리에 별 의미가 없다. 이렇게 해야만 제대로 스케치북을 볼 수 있고, 이미 그려놓은 스케치를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채로 서서 중얼거렸다.
"해바라기... 해바라기, 들판... 이라..."
노을 진 하늘 아래 펼쳐진 해바라기의 들판. 요조라는 언젠가 보았던 풍경집을 떠올린다. 여러 풍경 중에서 특히, 꽃만을 고집스럽게 담았던 책이 있었다. 그 속엔 물론 해바라기도 있었고, 노을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있었다. 그런 느낌, 이면 되겠다고 생각한 요조라는 입가에 희미하게 호선을 그린다. 곧 시선을 눈치채고 지웠지만.
"왜."
표정을 살피는 듯한 시선을 똑같이 눈동자만 굴려 마주한 요조라가 짧게 내뱉는다. 자세히 보면 상대가 비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새까만 눈은 두어번 깜빡거리곤 시선을 스케치북으로 돌린다. 왜, 라는 말은 딱히 답을 바랐던 말은 아니었던 건지, 요조라는 곧장 기울인 몸을 펴고 근처에 있을 지우개를 집어든다. 그걸 한 손에 툭툭 던졌다 받으며, 어떻게 할지를 설명했다.
"배경, 노을로, 하는, 편이, 시간, 좀 더 줄어... 그러니까, 노을진 하늘로, 하고... 시작은, 스케치부터, 해야겠으니까..."
탁, 하고 검지로 스케치북을 짚은 요조라는 대략적으로 덧붙인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지울 거고, 최대한 간단히 스케치를 하고 채색에 들어갈 거고, 가이드는 해주겠지만 전반적인 건 직접 해야 한다고. 설명을 마친 요조라는 고개를 숙여 학생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요조라는 지우개로 스케치의 일부를 슥슥 지워나간다. 원근법 없이 들쑥날쑥 하던 풍경을 반쯤 지우고 지우개 가루를 싹 털어낸 다음, 연필을 달라는 말 대신 그의 손을 그대로 잡으려고 했을 것이다. 이유가 어쨌든 그대로 잡혔다면 잡힌대로, 연필을 따로 넘겨줬다면 넘겨준대로 드문드문 지워진 스케치에 손을 대었을 거다. 빈 부분마다 해바라기의 가운데로 보이는 동그라미를 뒤로 갈수록 점점 작게, 빈 곳마다 그려놓곤 크기별로 예시가 될 만한 꽃잎을 하나씩 그려놓고 말했겠지.
1. 일단 렌은 동물이 된다면 지난번에 이야기했듯 래브라도 리트리버일 것 같구. 일어났는데 까만 멍멍이가 되어버려서 당황하지만 침착하게 집을 나서서 학교로 갈 것 같아. 그런데 아침 운동 시간에 렌이 오지 않자 혼란해하는 수영부들 사이에서 엄청 귀여움 받을 것 같고. 같이 로드워크하고 교실에 가서 렌 자리에 앉아있다가 아무래도 끌려나가거나 귀여움 받거나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수영장에는 못들어가겠지…
2. 삭제 차단 전화라면 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3.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중요) 대충 볶음밥(주로 계란 볶음밥이나 볶음밥용 야채 얼려놓은 것들(시판용)을 이용)을 쓱쓱 만들어서 장아찌랑 먹고 등교. 아침에 운동부원들하고 같이 로드워크를 하고 수영부에서 샤워하고 젖은 머리로 아침 조례하기. 루틴이야.
>>11 진단해줘서 고마워~! 카루타 여우 모습으로 콩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2번 문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놀려먹잖아 ( ´∀`) 유부랑 토란구이를 원하지만 시럽듬뿍 토스트로 타협하는 우리네 신의 삶(?) 식빵 와앙 여우짤처럼 대여섯개 물고 있으려나~?!
situplay>1596510107>972 느리지만 해보기~! 1. 어느날 아침 일어났더니 동물(무슨 동물인지는 자유~!)로 변해서 돌아오질 않는다! 학교도 가야하는 평일인데 캐릭터라면 무슨 반응?! 코로리라면 멧밭쥐로 할래~! 꽃송이 안에 쏙 들어가는 조그마한 쥐인데, 아마 코세이의 눈에 띄지 않고 집을 나서는데 성공한다면 근처 꽃을 찾아가서 꿀 조금 파먹고 등교고 뭐고 자지 않을까 (⌒▽⌒)
2. 스미싱이 왔다! 너의 자식을 데리고 있으니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할 것을 요구하는 문자가 왔다면?! 전화를 건다 ( ◠‿◠ ) 내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하겠지~! 속은게 아니라 내 아이가 정말 궁금한거니까 말이지, 스미싱범한테 난쟁이냐고 물어보지 않을까!
3. 캐릭터의 흔한 아침 등교길 풍경이 궁금해~! 잔잔하고 평화로운 등교길이라던지, 우당탕 요란스러운 등교길이라던지~! 잠의 신은 밤을 새..... 밤에 일하니까 (`・ω・´) 아침에 등교해야하는데 자고 싶다고 밍기적대구, 식탁에 머리 박구..... 씻으러가다가 쭈그려앉아서 자고 싶다 하고, 옷갈입으려다 누워버리고, 신발 갈아신으려다 벽에 기대 앉고...... 무수한 고비들을 거쳐서 학교에 도달하면! 오늘은 체육 시간이 없길 바라면서 잠에 든다 ( ◠‿◠ )
가미즈미가 관광쪽으로 유명한 마을이라곤 익히 알려져있지만 그런 이유를 제외하고서라도 이곳의 경치는 확실히 다른곳과 달랐다. 보통 산과 바다라는 것을 한 풍경에 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도 절묘하게 만들어진 지형탓에 전승대로 신이 존재하면 딱 이런곳에서 머물다 가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에겐 그런 복합적이고 성스러운 분위기보단 그저 바다를 한눈에 담을수 있다는 것이 먼저 들어올 뿐이었다. 특히나 이곳, 학교 옥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지금껏 도심에서 보았던 빌딩으로 이루어진 숲과 언덕과는 차원이 달랐기에 어떤 의미에선 힐링할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옥상을 이렇게 마음대로 올라갈수 있는 학교가 많이 있던가?
당연하게도 이런 명당은 그녀 혼자만 알고있는 것이 아닌지 점심시간엔 유독 학생들이 많았고, 오늘 역시 붐빌정도는 아니어도 삼삼오오 모여 저 멀리를 바라보거나 서로를 보며 한껏 다가온 여름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켠에 혼자 앉아 저 멀리의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는건 확실히 이례적일수도 있겠지만 그녀에 대해서 신경쓰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런곳에선 흔한 일인지, 아니면 고작 1학년인 그녀가 말을 걸 이는 그리 많지 않았던 탓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언제쯤 만날 수 있으려나요?"
뜬구름을 잡듯 혼잣말을 내뱉는 그녀였다. 목적없이 떠돌던 그 한마디는 애초에 사람을 가리키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말하는 건지도 물어보기 전엔 어느 누구도 모르지 않을까?
학교 옥상에서 간혹 점심을 먹곤 하는 토와입니다. 가미즈미 고교의 옥상은 나름 경치가 좋은 편에 속하니. 밥맛이 좋...은 것까지는 아니고. 적절하게 먹기 좋아서일까요. 보통은 먹고 내려가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오늘따라 여름의 초입인 만큼 좀 더 바다나 숲을 바라보고 싶었던 걸까요. 난간에 살짝 기대 먼 곳을 바라보던 중에. 슬쩍 들려온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나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것처럼 허공에 말하는 토와입니다. 저 먼 바다를 바라보면 그 바다에서 올라왔다는 게 생각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5 코로리는 왠지 아키라 답변이 예상이 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덕분에 한숨을 많이 쉬고 있다거나 ( ◠‿◠ ).........
>>36 해줘서 고마워~! 코토하 돌고래로 변하는거야?! 당장 욕조로 아니 바다로 아니 어디로 가야해~! 。゚(゚´ω`゚)゚。 스미싱 그치, 결혼도 안 했고 아직 미성년자인데 아이가?! 완전 거짓말이니까~! 근데 새벽같이 바다에서 멱감기?! 코토하 성실해?! 바다 정말정말 좋아하는구나!
>>37 와앙. 볼때마다 느끼지만 아홉꼬리 한 번 쓰다듬어보고 싶어..... 복슬복슬 ( ´∀`) 예쁜 꽃 위에 얹어주면 고맙다고 손가락 끝에 코 콕 갖다대서 감사인사할거야~! 귀여워해줘서 고맙다구 (*´꒳`*)
렌은 요조라가 슬며시 웃었다가 입가의 미소를 지우고는 왜, 하고 묻는 말에 돌연 쭈글해지며 시선을 스케치북으로 향한다.
“아, 아니. 아냐….”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은데 자신만 신경 쓰는 것도 이상해진다. 렌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그림을 그리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요조라가 지우개를 던졌다 잡았다하며 설명하는 것을 들으니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른다.
“노을이 더 시간이 줄어…? 아니 불만이 있는 건 아니고. 아뇨.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넵.”
파란 하늘은 그냥 물감으로 하늘색을 슥슥 칠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노을이 더 어렵지 않은가? 렌은 요조라가 슥슥 스케치의 반을 지우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ㅡ스케치가 반이나 지워지는데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걸까 하는 딴 생각을 했다ㅡ 요조라가 제 손을 잡자 눈을 깜빡이며 요조라의 쪽을 바라봤다가 제 손을 바라봤다가 했을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손에 힘이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 손이 움직이는 대로 원이 하나씩 그려졌을 것이었고.
“어, 응.”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요조라의 표정이 여상했기 때문에 자신이 이상한 건가, 원래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렌은 요조라가 만들어놓은 가이드에 따라 꽃잎을 채워넣었다. 요조라가 말한 것대로 연필을 살살 잡고 꽃잎을 채워넣는 단순 작업을 하다보니 금새 집중해서 끝내었다.
카미야 마사히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커뮤를_뛴다면_장르는 마사히로 : 인간은 사랑에 구원받고, 사랑으로 구원한다- 마사히로 : 그런 이야기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자신의_희생으로_세계를_구할_수_있다면_자캐는 마사히로 : 에에, 기꺼이 몸을 바쳐야지요. 마사히로 : 미숙하기는 하지만 저 역시도 신. 마사히로 : 세계의 평안에는 대단히 흥미가 있답니다?
자캐식으로_내_곁에_있어줘서_고마워_를_말해보자 마사히로 : 어라라? 어디가시나요? 마사히로 : 후후후, 농담이랍니다. 어디에도 가지 않겠지요. 마사히로 :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마사히로 : 알고 있답니다.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마사히로 : 보기보다, 응원하고 있답니다?
자연경관이라고 칭할수 있을만큼 적절한 풍경, 때마침 학생들로 붐비지도 않는 적절한 상황, 그리고 그저 떠돌고 있던 물음을 잡아낸 적절한 목소리. 그녀는 자신의 혼잣말만큼이나 붕떠서 귓가에 울린 소리를 쫒듯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군데군데 금빛이 반짝이는 차분한 느낌의 연갈색 머리카락은 어릴적 보았던 골드베타를 떠올리게 했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에메랄드빛은 마치 수면에 가깝게 펼쳐진 산호군락이 생각나게 해주었다.
단지 그것뿐일까? 그가 있는쪽으로 시선을 돌렸던 그녀였기에 목소리의 주인이 3학년 학생이란걸 알아내는데에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음... 아직까지 한번도 만난적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고 할까요?"
수수께끼같은 대답,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차분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투명한 수면에 올라와 은색으로 반짝이는 풍경, 붉은갈기로 시선을 유혹하는 아름다운 물고기. 망상에 잠기듯 머릿속을 휘감던 그것이 또아리를 틀다가 사라지자 그녀의 눈빛도 다시금 또렷해져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생각, 해보신적 있나요?"
다시금 붕뜬 질문이 꺼내졌다.
아마 감성적인 성격의 사람이라면 자신 또한 그런 미지의 무언가를 쫒고 있노라 대답하겠지만,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을 보는것 또한 그녀가 사람을 바라보는 이유였기에 사실 그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오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1. 어느날 아침 일어났더니 동물(무슨 동물인지는 자유~!)로 변해서 돌아오질 않는다! 학교도 가야하는 평일인데 캐릭터라면 무슨 반응?! - 역시나 확신의 거북이...겠지만 바다거북은 재미없으니까 육지거북으로 하겟습니다(?) 잠깐동안 이게 뭐지?하고 의문 가져보지만 내일까지 그냥 기다려보고 내일도 그대로라면 그때 해결책 찾기로 해. 한 마디로 그냥 느긋하게 보낸다... 어차피 학교도 못 갈 테니까 마음대로 결석하고 편하게 일광욕이나 하면서 느릿느릿 보내지 않을까~
2. 스미싱이 왔다! 너의 자식을 데리고 있으니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할 것을 요구하는 문자가 왔다면?! - 오..... 이거 고인모독이나 다름없죠? 후미카를 화나게 하는 몇 안 되는 행동인데? 드물게 노해서 침착하게... 신력으로 찾아낸 다음에 신벌 내리지 않을까.... 👀
3. 캐릭터의 흔한 아침 등교길 풍경이 궁금해~! 잔잔하고 평화로운 등교길이라던지, 우당탕 요란스러운 등교길이라던지~! - 일단 눈 뜨고 바다에서 비척비척 나온 다음에(후미카는 물 속에서 자) 햇빛 쬐면서 몸 데우고 잠 깨. 그리고 일코용 집으로 가서 짐 챙기고 아침 먹고 학교 갈 준비. 시간은 넉넉하게 맞춰서 여유 있고 조용히 학교까지 가겠네.
<가챠 첫 등장 인삿말>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인 시미즈 아키라에요. 반갑고 잘 부탁해요."
<대기실에서 클릭할 때> "무슨 일이신가요? 뭔가 부탁하고 싶은 거라도 있나요?" "학교에는 좀 적응이 되시나요?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학생회장인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주인공 성) 씨. 오늘 하루는 어떠신가요? 저는 오늘도 어김없이 조금 바쁘지만 좋은 것 같아요."
<계속 클릭할 시> "아하하. 계속 그렇게 눌러대면 간지러워요." "볼일이 없으면 계속 부르지 말아주세요. 조금 바쁘거든요." "미안해요. 일이 바빠서 장난에 응해줄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계속 클릭할 시> "...분명 바쁘다고 하지 않았나요?" (안경알이 번뜩이는 SD 일러스트)
<거기서 또 계속 클릭할 시> "말했죠? 바쁘다고. 그런 가치없는 장난에 응해줄 시간 따위 없어요." (이어 게임을 껐다 킬 때까지 클릭을 해도 아키라는 아무런 응답도 없고 아무런 스테이터스 창도 안 뜬다.)
<일반 대화 및 잡담> "가미즈미는 물로 유명한 마을이에요. 그래서 물과 관련된 산업이 크게 발전했어요. 가미즈미 온천과 가미즈미 스파가 대표적이고요." "학생회장 일도 처음에야 힘들었지. 지금은 그렇게까지 바쁘진 않아요. 물론 그래도 할 일은 많지만요." "마을 사람들 중에선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 도련님 수준은 아니에요. 그냥 집안이 조금 영향력이 있는 곳이라서." "왜 존칭을 쓰냐고요? 그냥 버릇이에요. 이게 좀 더 편하기도 하고요." "3학년 C반에는 개성적인 학생들이 많아요." "학생회에는 언제나 인원 부족이에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데... 혹시 생각 없으세요? 아하하. 물론 농담이에요. 그렇게까지 부족하진 않아요."
<키워드 선택 - 시미즈> "이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온 가문이에요. 제 집이기도 하고요." "북쪽 동굴에는 성스러운 샘이 있는데 그곳과 그 옆에 있는 신사를 관리하고 있어요." "온천산업과 스파산업을 꽈악 잡고 있죠. 일단 나름대로 잘 사는 집안이에요. 그렇다고 금수저는 아니고 은수저 정도?" "아하하. 미리 말해두는데 시미즈 가문의 아들이라고 해서 도련님이고 그런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은 장난스럽게 부르지만요."
<키워드 선택 - 연애> "글쎄요. 아예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라는 것이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이래보여도 연애 경험은 한 번 있어요. 이제는 후련하게 넘겼지만 한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찌되었건 부딪치는게 좋아요.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후회할 수도 있거든요.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요." "이거 이거. 말해두는데 유도심문은 저에게 해봐야 소용없어요. 애초에 관련으로 입 열 생각은 없거든요."
<키워드 선택 - 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죠? 저는 어느 쪽도 크게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미즈미는 신의 힘이 깃든 물이 흐르는 곳이에요. 그렇기에 은근히 신에 대한 전승도 찾아보면 나오긴 나와요. 잘 모를 뿐이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신이 찾아온다고 하니, 어쩌면 (주인공 성) 씨의 옆자리에 신이 앉아있을지도 몰라요. 아하하. 농담이에요." "만약 신이 있다면...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하지만 신을 만나는 일은 없을테니 그냥 제 마음 속에 묻어두도록 할게요."
<키워드 선택 - 아키라> "제 개인정보는 조금 비싼데. 아하하. 장난이에요." "저는 가을에 태어났어요. 그래서 생일에는 가을 작물로 만든 요리들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에요." "제 라인 아이디 말인가요? 글쎄요. 생각은 해볼게요." "일단은 귀하게 자라긴 했지만 도련님은 절대로 아니에요. 저희 집이 재벌가문인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약혼자 같은 것도 없어요." "아하하. 저에 대해서 묻고 싶다고 해도...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 학생회장일 뿐이에요."
<키워드 선택 - 요비스테> "가족과 정말로 정말로 엄청엄청 친한 친구 이외에는 성으로 부르고 있어요. 그게 편하거든요." "이유 말인가요? 아하하. 상상에 맡길게요." (이 이상은 호감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 같다.)
<키워드 선택 - 4DX> "가미즈미에는 4DX 영화관이 없어요. 물론 큰 마을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골 촌구석도 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없는 거예요. 왜. 그래서 4DX를 보려면 버스를 타고 다른 큰 도시로 가야 한다고요. 이게 얼마나 번거로운지 알아요?" "...그 매력을 모르는 사람은 몰라요. 그걸로 보면 얼마나 재밌는데." "세워져라. 세워져라. 세워져라. 4DX.. 아. 방금 뭐라고 했냐고요? 아니요. 아무 것도."
<키워드 선택 - 이자요이 코로리> "이자요이 씨요? 여러모로 골치 아픈 반 친구에요. 잠이 뭐가 그리도 많은지. 이전에는 체육시간도 땡땡이 친 것 같고. 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조금 곤란하지만 그래도 괜히 신경쓰게 되는 친구라고 해야할지." "비유법을 많이 사용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약간 생각을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조금만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은데. 힘들 것 같아서 별 말은 안하고 있어요." "같이 놀면 재밌지 않을까 싶은 사람이에요.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반대로 노는 것에는 관심이 많을 것 같거든요. 창의력도 좋은 편인 것 같고요."
<키워드 선택 - 토와 엔> "토와 씨 말인가요? 공부를 엄청 잘하는 친구에요. 아마 중간고사도 압도적으로 높은 성적을 받았을 거예요." "의외로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에요. 사람은 겉보기만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아하하. 아니에요. 이건 제가 함부로 말하면 안 될 것 같네요. 아무튼 귀여운 면도 있어요." "공부하다가 막히면 한 번 찾아가보세요. 바쁘지 않으면 잘 가르쳐주지 않을까요? 사람을 싫어하거나 벽을 세우는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키워드 선택 - 호시즈키 요조라> "호시즈키 씨라. 솔직히 속을 가장 알기 힘든 이에요. 사실 저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요." "그림을 상당히 잘 그려요. 아마 (주인공) 씨의 생각보다 훨씬 더." "호시즈키당의 과자 드셔보신 적 있으신가요? 상당히 맛있어요. 아마 운이 좋으면 호시즈키당의 카운터에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주변에 상당히 무심한 분위기지만 그래도 아예 무시하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천천히 친해지면 언젠간 정말로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제 감이지만요."
<키워드 선택 - 세이 렌> "정말로 성실하고 착한 애에요. 스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어지간한 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믿고 맡길 수도 있고요." "수영부 소속이니 아마 수영은 저보다 훨씬 잘할 거예요. 저도 수영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신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보이는 조금 의외인 점도 있어요. 물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기 자유지만요." "친구로서 저는 정말로 강력추천할 수 있어요. 한번 친해져보세요. 같이 놀기 정말로 좋을걸요?"
<키워드 선택 - 카미야 마사히로> "자신감과 자기애가 상당히 강한 1학년이에요. 사랑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의외로 연애 박사라던가 그런 쪽 아닐까요?" "이 후배 때문에 전에 1학년들 사이에 연애가 엄청 유행하고 있나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아하하. 아하하하." "전에 동아리를 찾는다는 것 같던데 지금은 찾았을지 모르겠네요. 학생회도 이야기를 하긴 하던데." "별명을 지어서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당돌한 면도 있어요. 학생회장을 보통 키라키라 라고 부르진 않잖아요 나쁘진 않지만요."
<선물 제공시 - 싫어하는 것> "이걸 말인가요? 아하하. ...고, 고마워요." "이건 조금... 그래도 일단 마음도 있고 하니 받아둘게요." "......."(대충 시선회피하는 모습)
<선물 제공시 - 그저 그런 것> "선물인가요? 고마워요." "굳이 이렇게 뭘 안 사줘도 되는데. 감사히 잘 쓸게요." "언제 이런 것을 구하셨어요? 수고 많으셨고 잘 사용할게요."
<선물 제공시 - 좋아하는 것> "이건... 아. 정말로 고마워요! 정말로 잘 쓸게요." "이걸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제, 제가 말했었나요? 아무튼 정말로 고마워요." "아. 이거 진짜 좋아하는 건데. 정말로 소중히 잘 간직할게요."
<선물 제공시 - 진짜 좋아하는 것> "...아하하. 고맙긴 한데 이걸 받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네요. 미안해요. 마음만 받아둘게요." <= 호감도가 일정수치가 아닐시 "네? 이, 이걸 저에게요? 지, 진짜로요? 와. 와아. 정말로 고마워요!!" "(주인공) 씨.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고 꼭 갚을게요. 시미즈 가의 사람은 두 말하지 않거든요. 정말로 고마워요.
1학년으로 보이는 여학생의 모습에 그런가 싶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즈음에는 토와 또한 묘하게 감성적인 면이.. 있었나? 1학년 말에는 확실히 감성적이긴 했지만. 자신을 관찰하는 듯한 시선에 토와 또한 여학생을 슬쩍 바라봅니다. 순하게 내려앉은 눈매가 살짝 올라간 것 같네요. 관찰의 징조인가?
"특별한 것이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가벼운 의문을 담은 듯 고개를 돌리고는 그렇게 궁금한 건 없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표정이나. 말투에서 옅게 묻어나오는 것은 그런 것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겁니다.
"글쎄요.." 그런 미지의 것이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은 토와 엔에게는 상당히 큰 감상을 남기었던 걸까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글쎄요란 답을 하는 것 치고는 먼 수평선을 응시하네요.
"인물은 낭인인게냐. 자신만의 무예라는 것은 언제라도 낭만이 있구나. 헌데, 낭인이란 칼잡이들의 관직인 주군을 모시는 부와 명예를 던지다시피하고 떠도는 자들이 아니더냐. 허면 이 자는 무언가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가... 게다가 오염된 칼집이라니 왠지 석연찮구나. 칼날이 제아무리 잘나도 쉬어야 할 자리가 더럽혀져 있어야 못 쓰는 법이거늘. 이 자, 정말 낭인이 맞는게냐?"
좌우간 칼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는 그녀. 이것을 이입이라고 해야할지. 지금 시로하의 경우엔 완전히 무인 캐릭터의 이모저모를 하나하나 곱씹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류의 놀이에는 흔히 있는 것이다. 세부설정을 파고 들어 그 트집을 잡는 부류들이. 다만 티알피지의 발음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사람이 벌써부터 이래버릴 줄을, 그 누가 알고 있았을까. 그런 시로하의 태도가 소년이 가진 검도부에서의 기억을 건드리고 있었을까.
"이무튼 일단 칼을 휘둘러보고 싶구나! 낭인이라면 칼에 살고 죽는 자가 아니더냐! 어서 부패를 담은 검격을 선보이는게다."
그리고 나온 다음 행동은 어찌되었건 베기. 즉 시험베기(試斬)이다. 이 시점에선 조사나 이동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도검의 신이 그런걸 알 턱이 있겠는가.
"방향은... 그래, 풀숲 쪽으로 하는 것이 좋겠구나. 그쪽으로 부탁하마."
감겨있는 눈은 여전히 눈꺼풀 아래에 숨어있었지만 왜인지 눈동자가 기대로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먼저 오지 않는 말에 요조라가 달리 말을 했을 리가 없다. 그러니, 가이드대로 꽃잎을 그려 스케치를 채우는 동안 먹먹한 정적이 교실 안을 채우고 있었을 것이다. 요조라는 자신의 책상에 가볍게 기대어 서서 칠판인가 그 근처 창가인가 어디쯤을 보고 있었다. 평소보다는 덜 멍한 눈은 무언가 생각하는 것도 같고,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것도 같다. 그 눈은 다 했다는 말이 들리자 곧장 상대에게로 향한다.
"그럼, 다음은... 여기, 이렇게..."
잘 했다 못 했다, 그런 한 마디 없이 요조라는 다시 덥석 손을 잡고 연필을 움직이려 한다. 이번엔 해바라기의 가운데 동그라미 안에 대략 열개 정도의 선을 긋는 작업이다. 동그라미마다 선을 어떻게 그으라고 알려주고, 다른 예시로 꽃과 꽃 사이에 잎사귀를 그려넣는다. 이걸 틈의 크기에 맞춰서 한장씩 그려넣으라고 말한 요조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놓고, 혹은 연필을 넘겨주고,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리고 물었다.
"물감, 이랑, 붓... 어딨어...? 팔레트, 있지...?"
스케치는 방금 걸 다 하면 끝인건지, 요조라는 미리 채색 준비를 하기 위해 도구들을 찾았다. 물감의 상태나 색의 종류도 미리 봐두는게 좋으니까. 그리고 힐끔, 해가 기운 정도로 시간을 가늠해보고, 한마디 덧붙인다.
"스케치... 조금, 건성이어도... 되니까, 서두르는게, 좋아..."
어차피 평가는 결과물로 하니까, 스케치가 부족한 부분이 요조라가 손 봐주면 된다. 그러니 이번에도 얼른 하는게 좋을거란 취지의 말을 하고 채색 준비를 하러 움직이는 요조라였다.
대수롭지 않은듯한 한마디 한마디,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그녀는 최소한 그가 대답정도는 하려는 의사가 있다는걸 알아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들은 대개 제 흥미에 맞지 않으면 심드렁한 분위기를 먼저 내비치는것이 일상적이었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말투나 행동에서 보여지는것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는 다소 다른 반응을 꺼내었고, 이는 분명 어렴풋이나마 그런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음을 증명하는 언행이었다.
가벼운 물음에 뒤를 이은 다른곳으로 향한 시선처리, 그저 먼곳을 응시할뿐일지도 모르지만 그안에 담긴 것을 눈으로 쫒던 그녀 역시 다시금 바닷속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을까,
"...깨끗하고 좋아보이네요~"
다시금 뜬금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물론 그도 멀찍이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도 가볍게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마냥 허무맹랑한 말도 아닐것이다.
그렇게 바다를 뚫어져라 본대도 그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이런 거리에서 볼수 없는건 당연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마치 그런 바다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묘하게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으로 온것은 꼭 대의적인 목적인 것만은 아니리라, 바다의 이끌림에 따라온 것이라 생각하는 그녀였다.
"아... 그러고보니, 혹시 제가 예의없이 선배님의 시간을 뺏은건 아닌가요?"
뒤늦게서야 현실로 되돌아온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그에반해 표정은 제법 미묘했기에 자세히 뜯어본다면 가볍게 걸린 눈웃음이 보일지도 몰랐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연이 있는것이겠지요. 검을 다루는자라면 '신을 벤 자' 라는 이명을 얻으면 엄청난 명예가 아닐까요?"
오염된 칼집은.. 뭐, 원래 사용자가 쓸만해보인다고 루팅한 물건이었다. 그녀의 지적대로, 오염된 물건이나 힘에 오래 노출되면 여러가지 상황이 바뀌는게 이 가미즈미사가였으니 그 지적은 정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 검에 민감해서 그런걸까..? 이런식으로 여러가지를 지적하면 상당히 피곤해지지만 이건 이것대로 trpg를 제대로 플레이하고 있는 것. 살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트집잡힐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캐릭터를 짰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풀숲 쪽으로 칼을 휘두른다.. 알겠습니다."
굳이 원거리 공격수단인 무라타 소총을 두고 풀숲에 다가가서 검을 휘두르다니.. 게다가 공격적이다. 비 선공 npc였으면 어쩌려고 저러는거람. 애초에 비 선공 npc자체가 보기 엄청나게 힘들긴 하지만..
"공격.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아... 16. 성공이네요. 당신은 검집에서 한껏 부패의 기운이 담긴 검을 풀숲을 향해 휘둘렀고, 그 기운에 시야를 방해하는 풀은 전부 다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시야에서 나무 활을 든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남성은 '무언으로 공격이라니, 피에 미쳤나!' 라고 외치며 미리 올려두었던 시위를 당겨 당신에게 화살을 날렸습니다."
결국 선제공격 판정으로 부상당한 몸으로 전투 속행이었다. 심지어 상대는 전 싸움에서의 불타는 소리와 총소리에 의해 정찰을 온 사냥꾼의 신과 계약한 대리자. 솔직히..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상대방이 숨을 수풀을 다 베었다는 정도일까.
"회피.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6. 실패. 화살은 당신의 오른쪽 어깨죽지를 관통했으나 당신이 입던 갑옷에 의해서 피해가 경감됩니다. 신체 -5. 당신이 화살에 맞은걸 확인한 그는 당신에게서 멀어지고자 당신과 반대편의 방향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다음 행동을 골라주세요."
원거리 공격수단인 무라타소총을 쓴다고 해도 볼트액션에 1발 쓰면 다시 장전해야하므로 먼 원거리 공격이 아니면 활에 밀린다. 그나저나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이 선배 혹시 정말 근처에 싸울 사람이 없는가 하고 두리번거릴 사람 아닌가..?
뜬금없는 질문만을 던져댔던 그녀만큼 그의 질문 역시 생소하게 와닿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다를 응시하는 시선이 잠시 다른빛깔로 물들어 사색에 잠겨가는 그녀였다.
"물놀이는 오봉까지... 어찌보면 맞는 말이네요~ 그 절기가 넘어가버리면, 즐길래야 즐길수가 없긴 하죠?"
물론 물놀이라는 것은 어느 한 계절의 정점에 이르러야 더 즐겁다고 하지만 그랬다간 열사병과 잠수병에 앓아눕는 사람들만 더러 생길 것이다. 그런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메뉴얼과 해변가 주변에 산재하는 건물이 괜히 있는게 아닐테니까,
"당연하겠지만, 저같은 경우가 예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도 그럴것이 봄이면 따뜻하다고, 여름이면 덥다고, 가을이면 선선하다고, 겨울이면 춥다고 바다를 찾는 그녀였다. 아니... 애초에 그녀에게 있어 바다는 계절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진정한 쉼터일지도 모른다. 곧죽어도 바다에서 죽겠노라, 그런 살발한 농담까지도 웃으며 꺼내는 그녀에겐 당연한 것일까?
"오츠키미 이후의 바다도, 그만의 매력이 있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무언가에 매료된듯한 모양새였다. 여름이 지나고 돌연 발길이 끊긴 바다, 그 한적한 곳에선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또 펼쳐지는 법이었다.
물론 가미즈미는 이래뵈도 관광도시니 사시사철 사람들이 끊이질 않겠지만, 세상에 어느 누가 늦가을 한겨울에도 호기롭게 바다를 들어가려 할까?
겨우 정신이 들었을 무렵,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이라 운을 띄우며 여전히 아무렇지 않다는듯 말을 건네는 그에게 다시 미소짓던 그녀는 뒤이어 들려온 말에 이해가 간다는듯이 키들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신을 벤 자'라니, 울림이 퍽 모독적이구나. 인간에게 그런게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느냐? ...후후. 그렇다면, 이 내가 직접 악신을 목을 쳐서 길이 남을 신살검호의 명예를 손에 넣는 수 밖에 없겠구나."
테츠야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왜인지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으나, 나중가서는 또 그것이 나쁘지 않겠다고 여겨졌는지 방금의 '악신'을 입에 올리며 야망에 찬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림자까지 드리워져 있는 듯한 그 얼굴은, 정말 신이 듣는다면 질려서 도망갈 정도로 실감이 전해진다.
"뭣..."
다만 그 얄팍한 야망이 깨지는 것 또한 순식간. 무인 캐릭터가 활을 맞았다는 판정을 듣자 그 얼굴에 당혹빛이 드리우는 것이다. 테츠야의 생각대로 거기에 인카운터가 있었을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테다. 현재는 보스에 준하는 격렬한 전투로 화상까지 입은데다, 선공을 했지만 상대에게 피해는 전혀 입히지 못했으니 전혀 좋지 않은 상황 이겠지만...
"그나저나 저 녀석은 비록 주군도 없는 떠돌이 낭인이라곤 하나 감히 칼을 빼든 검사에게 등을 보인단 말이냐...?"
그런것 따윈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등을 돌리는 사냥꾼의 묘사를 간사히 여기는 듯한 도검의 신은 이 판의 마스터인 그에게 분노의 응징을 요구한다.
"여기선 파죽지세로 추격해서 몰아넣는게야 후지모리! 그리고 이번엔 풀이 아닌 저 궁수놈을 향해 한 번 더 검격을 하는게다!"
또한 '게 서라! 반으로 갈라주마 이놈!'하며, 잇따라 외치는 것은 분명 방금 전 궁수의 대사에 대한 화답이었을까. 그 모습과 기운이, 이미 전장을 호령하는 장군과도 흡사하다.
"오봉날에 함부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도 안되니까요." 잘못하면 경계선을 넘어버릴지도 몰라요?
"저야 넘어갔다가 같이 돌아왔지만요?" 약간은 장난스러운 말투입니다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것은 마음에만 남아있으니까요." "글이나... 그림이나.. 그 여러가지들로 표현한다면 조금씩은 손실이나 변형은 일어나더라고요." 그런 광경이 잊혀지지는 않네요. 조금 끝이 안좋아서 그렇지. 라고 생각하며 간단하게 답변하고는..
"그게 아쉬움이 되어서 다시 보게 만드는 걸까요" 혼잣말처럼 자문합니다.
"그렇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게 좋았을 리는 없지만 객관적으로 따지면 좋은 거니 그렇게 답하는 것입니다. 선크림을 바르는 일이나.. 햇빛을 적절히 쬐는 것이 반복되는 걸까요.
"...점심시간이 지나가니. 매점에 들러야겠네요." 매점에서 파는 과자 하나 사들고 가려고요. 사탕 세트도 있는데.. 하나는 누구를 줘야 하나. 라고 생각해봅니다. 그야.. 하나는 자기가 먹고(아마 그것도 누구에게 줄 법하지만) 하나는 어디론가 보내고. 하나는... 처치곤란?
"확실히 그런 전승이 있었죠~ '오봉에는 함부로 손을 내어주지 말아라. 그 손을 잡아끄는 것이 인간이 아닐 수도 있으니...'라고 했던가요?"
아무생각 없이 신에게 손을 뻗었던 이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대서 카미카쿠시라고 했을까, 신과 관련된 설화가 깃든곳에선 항상 따라오는 대목이었다. 듣기엔 섬뜩할뿐더러 누군가에겐 공포감이 심어질법하건만,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그녀의 얼굴은 차분하기 그지없는지...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라던가 '끝이 썩 좋지는 않았다.'라는 느낌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말을 듣자니 더더욱 궁금증이 쌓여갔기에 눈이 도르륵 굴러가는 그녀였지만 그와 동시에 그런 이야기만큼 민감한 주제도 없었기에 말을 아끼기로 했다.
물론 제대로 말을 섞는건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일 모르는 후배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이야기를 꺼낸단점에서도 그가 어느정도 초연해졌음을 알수 있겠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그 끝이 좋았던, 좋지 않았던, 만남은 항상 아쉬움을 남긴다고 했었죠? 더욱이 그 존재가 마음을 강하게 흔든만큼, 그 존재에게 미안한 마음이 강한만큼, 미련이 남는만큼 아쉬움 역시 짙게 깔린단 이야기가 있죠~"
마치 저 역시 비슷한 감정이라는듯 그녀의 시선이 잠깐 아래를 향했다. 그것을 떨쳐내냐, 딛고 나아가냐, 아니면 여전히 그것을 곱씹으며 살아가냐는 순전히 그들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잘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자기위안이건 자기합리화건 어떤식으로 말해도 신경쓰이지 않을 무렵엔 이미 모두가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적어도 햇빛을 적당히 쬐어서 비타민D가 만들어질 구실을 준건 좋은경험이겠네요~"
과학에 근거한 농담이었을까? 조금은 실없다 생각할지도 몰랐다.
"아, 그러고보니 저도 슬슬 매점에 들러야겠네요~ 아직은... 조금 여유롭긴 하지만요~ 아니면 선배님 먼저 가시겠어요?"
아무리 그녀가 타인에게 호의적으로 행동한데도 생판모르는 사람에게 옳다꾸나 하고 같이 동행할 정도로 천연덕스러운 성격은 아니었다. 그저 궁금하다면 약간의 텀을 두고 따라가 살필지도 모르겠지만,
>>184 코토하가 만약 동화 중 하나에 숨어들수 있다면 용왕님께 진상될 간을 준비하는 토끼를 뒤쫒아 몰래 자라에 무임승차 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라는 것도 있지만 좀 더 현실적인 부분으로 다가간다면 그만큼 희귀한, 전설에서나 나올법한 물고기를 찾으려는 꿈일까요~ 거대한 오징어도 충분히 멋질테지만요~
424 자캐는_유선이어폰_vs_무선이어폰_vs_헤드셋_vs_기타 - 유선이어폰 파 아닐까~ 무선은 분실하기 쉽고 헤드셋은 너무 커서 휴대성이 나빠...🤔 여담으로 후미카가 마지막으로 인간 생활 했을 때는 워크맨 세대였어서 기술 발전 엄청 빠르다고 생각하는 중이래~
357 자캐는_애교_부려달란_말에_애교_부릴_수_있는가 -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정말 간곡하게 부탁한다면 해주지 않을까.... 대신 영혼이 없음... 그리고 '대체 이런 걸 왜 그렇게까지 보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고 요즘 젊은이들 유행이란 알 수가 없지만 정 그렇다면 해주긴 하마'라는 시선을 받아야 함...
렌은 다 했다는 말을 하자 다가와 또 덥석 제 손을 잡는 것에 눈을 깜빡였지만, 방금보다는 덜 당황했다. 어, 원래 그런 성격인가보다(?) 하는 것이었다. 물론 요조라에 대해 대화를 해본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그 어떤 선입견을 가질 새도 없었다. 그저 말투가 느릿느릿하고 스킨십에 스스럼 없는 편인가? 하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아니면 지금이 특수한 상황으로 상정할 수 있는 건가? 렌 자신도 생각해보면 수영을 가르치거나 사람을 구조할 때 동의 없이 잡거나 끌거나 하니까, 여차하면 인공호흡도 한다.
어쨌든 요조라에게 잡힌 손으로 이것저것이 그려지고 그대로 하라는 말에 명령어가 입력된 강아지처럼 순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물감이랑, 붓이랑…. 팔레트. 여기.”
렌이 잠시 연필을 내려놓고 주섬주섬 채색을 위한 도구들을 근처에서 찾아 주었다. 아마 물감들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반 학생들이 살만한 물감이고 어느정도는 팔레트에 짜져서 굳어있을 것이었다. 조금 순서가 난잡할 뿐이지 도구들은 깨끗하게 새척되어 있어 아마 깔끔한 편이구나 생각이 들 정도는 되었다. 이미 물통에 깨끗한 물은 받아놨고 붓의 물을 닦을 걸레도 한 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문제는 없었고.
그리고는 서두르는 게 좋겠다는 그 말에 렌은 다시 연필을 잡고 집중해서 스케치를 해내었다. 뭔가 자신이 그렸던 그림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에ㅡ그야 원근법을 무시하고 그렸었으니까ㅡ 어떤 점이 달라진 지는 확실히 캐치하지는 못하였지만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나름 생각해서 끙끙거리면서 하는 것보다 이렇게 가이드를 잡아주니 훨씬 빨리 진척이 되고 있어서 나름 놀라는 중이었다.
“다 했어. 다음은 뭘 하면 돼?”
아마 꼬리가 있다면 흔들흔들하고 있지 않았을까. 상명하복에 익숙한 게 딱 운동부일지도, 아니면 뭔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에 조금 어려움을 느끼는 편일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지금 요조라의 행동은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초에 이런 상황 자체가 논외였으며 매우 드문 상황이란 걸, 상대가 알 리가 없다. 그래서 오해가 생긴다 한들 요조라는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은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판단한다. 그걸 일일히 바로잡는게 얼마나 번거로운지 요조라는 알기 때문에, 말없이 최선의 방법으로 가이드 해줄 뿐이다.
요조라는 채색 도구들을 받아들고 먼저 팔레트의 안을 살핀다. 물감은 충분한지, 무슨 색이 있는지, 대강 훑어보고 붓의 상태와 물감의 여분도 확인한다. 딱 고등학생이 쓸 만한 무난한 도구들이고, 관리도 잘 했는지 깨끗하다. 쓸 맛이 나는 도구들이라고 생각하던 요조라는 다 했다는 말에 붓과 팔레트를 들고 돌아본다.
"뭐긴, 칠해야지..."
지극히 담담하고 당연한 대답을 시작으로, 스케치와 비슷하지만 좀 더 가이드가 많은 채색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채색을 하는 동안, 요조라는 고리타분한 설명 같은 건 없이 짧게 알려주기만 했다. 이건 밑색, 여기는 빛이 이렇게 내리니까 밝게, 여긴 그 아래 그늘이니까 어둡게, 등등의 그런가보다 할 만한 한마디 말과 함께 무슨 색을 어떻게 칠해야 하는지 말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필요하다면 손을 잡아 붓질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을 거다. 넓은 편을 한번에 슥 칠하는 법, 붓끝을 세우고 테두리를 긋는 법, 원래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게, 말이다.
"됐어, 이제..."
한참의 채색 시간을 거친 끝에 명암을 약간 손보는 것으로 그림은 마무리 된다.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맞춘 정도다. 마르는 걸 잠시 기다렸다가 제출하면 딱 맞을 듯 하다. 요조라 역시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곤, 그렇게 말한다.
"그거... 말라야, 하니까... 뒷정리, 먼저, 해..."
또 물통을 엎었다간 다시 기회는 없을테니까, 조심하라며 덧붙이곤 돌아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그래봐야 옆자리였지만.
초여름의 첫비가 내린다. 하늘이 우중충하게 흐려도 시커먼 구름이 끼지는 않았다. 물 머금은 공기를 들이쉬는 감각이 마치 부슬비 맞는 느낌과 비슷하여, 얼굴 스치는 바람에 제 우산을 제대로 쓴 것인지 멈추어 확인하게끔 하는 날씨다. 며칠간은 비가 내릴 예정이란다. 이 시기가 지나면 습도가 본격적으로 높아져 한동안은 꼼짝없이 찌는 듯한 열과 습도를 맞아가며 지내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 온화한 계절의 마지막을 느껴두려면 때가 오래 남지 않았다.길을 걷던 중 공연히 어느 한곳에 눈길이 가, 평소에는 가지 않던 골목에 들어선 데엔 그런 이유가 있었다.
후미카는 어느 주택의 담장 앞에 멈추어 섰다. 마당을 넘어서 주렁주렁 내린 덩굴이 담장까지 내려와 벽 한 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 끄트머리에 핀 꽃은 언뜻 붉은 듯하다가도 노란 빛이 선명한 주홍색이다. 물에 젖어 어둑한 채도의 세상에서 생생하게 밝은 색에 눈길이 간다. 짧은 폭 안으로나마 능소화 핀 다발이 고왔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후미카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빗물이 튀어 신발 끝이 조금씩 젖어들 만큼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을 것이다.
그가 잠시 잊은 것이 있다면 이 길목의 너비가 좁은 편이라는 사실이다. 옆으로 돌아선 채로 어깨에 걸친 우산이 툭 튀어나와서 골목의 절반 정도를 막고 있었다. 처음에야 자신 말고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으니 괜찮았겠지만 언제까지고 그러리란 법은 없다.
자, 상대는 부무장 없이 활만 사용하는 사냥신의 대리자. 사냥신의 대리자는 인지능력이나 은밀행동이 일정이상 높아야 평범헌 상황에 만나고 그게 아니면 이런식으로 안 좋은 상황에 조우하게된다. 그녀의 말 대로 전형적으로 검을 들든 말든 비겁한 캐릭터.
"당신은 호기롭게 외치며 칼을 들고 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이동과 공격,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각각 17과 9."
이동에서 이렇게 좋은 다이스값이 나오다니, 운이 좋다. 공격다이스는 아슬아슬하긴 한데..
"당신은 화상을 입은 몸으로 거의 최선으로 발을 움직여 그에게 도달하는데에 성공했고, 그의 가슴팍을 향하여 세게.. 그야말로 반으로 갈라버릴 횡베기를 했으나 적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하는데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옷의 끝자락이 베이며 그 옷은 오염된 기운에 침식당합니다."
역시나 오염된 물품의 효과는 기가막히다. 일부러 대부분의 효과를 오버파워로 해놓았지만서도.
"상대방은 거리상의로 가까운 당신이 성가신지 '칫..' 하고 혀를 차며 활대를 당신의 안면을 향해 휘둘렀습니다."
이동의 성공의 결과가 여기서 나왔다.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 활의 시위를 제대로 당길 수 없으니 근접공격을 하게되었다.
아, 짧은 소리와 함께 우산이 돌아간다. 우산을 든 몸도 함께 돌아 목소리 들린 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후미카는 그러며 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자신이 본의 아니게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치고는 서두르는 눈치 없이 동작이 느긋했다.
"꽃을 보고 있었단다. 오늘 같은 날에도 색이 화려하니 눈이 가기에."
대답하고는 가만히 상대편을 올려다보았다. 들고 있던 우산이 젖혀지니 흰 셔츠에 녹색 리본, 수수한 조형의 얼굴까지 서서히 드러난다. 대답을 했으니 물어본 만큼의 일은 끝이라는 듯 한동안 말 없이 상대를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더 할 말이 없는지를 가만 기다리다가, 조금 늦게서야 담장 쪽으로 몸을 붙이고 길을 비켜주었다.
토와의 우산은 단색 우산이었습니다. 새카만 우산이어서 오히려 토와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색감이었을까요.. 꽃을 보고 있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비에도 지지 않는 정도의 꽃이라 짐작한 토와는 후배라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후배인지. 선배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니까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길을 가려다가 마는 상대의 반응을 보고 조금 의문이 들었으나,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 정도의 가벼운 변심은 흔한 일이고, 후미카 역시 별다른 의도 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가 있기도 했으니까.
"나도 꽃에 해박하지는 않지만……."
꽃에 대해 이야기하기로는 아마 카미야가 적격일 테다. 이런 일에 사사롭게 부를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잡다한 생각은 치워두고, 꽃을 봐야겠다는 말에 후미카는 손을 들어 제 앞의 담장을 가리켰다. 불그스름하면서도 가운데는 샛노랗고, 언뜻 주황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마당의 꽃 넝쿨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능소화란다. 이맘때부터 피는 꽃인데, 이름의 한자는 업신여기거나 능가하는 凌자에 하늘의 霄자를 쓰지. 벽이나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며 하늘을 보고 자라는 모습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라 하더구나."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꽃으로 눈길을 돌린다. 상대의 고운 웃음에도 표정은 다른 것 없이 그대로다. 눈앞의 상대가 눈치를 보는 성격이었더라면 틀림없이 상황을 어색하게 느끼기기에는 충분하리라. 그렇지만 그런 성격은 아닌 듯하니 다행일까.
>>283 노말 유니버스...ㅋㅋㅋㅋㅋ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로군요! 아무튼 잠버릇은... 인간일때도 보통은 누워서 자니까 배가 하늘로 오르지 않나요? 그리고 다리 한 쪽이라. 뭔가 자다가 엄청 불편할 것 같은 예감 아닌 예감! 아니.. 그와중에 복불복 초콜릿?! (동공지진) 그리고 여우라서 그런지 유부를 정말로 좋아하는군요! 그리고..ㅋㅋㅋㅋㅋㅋ 아닛..ㅋㅋㅋㅋㅋㅋ 은근히 신경쓰는군요! 그리고 저를 벼락부자로 만들어주세요!! (안돼)
땅 위의 식물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 아니지만 해초나 조류는 키울 줄 안다. 귀족으로 살아보았을 적 교양을 위해 정원을 가꾼 적도 있다. 어느 종류나 그렇듯 적합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죽어버리는 것이 생물이라, 원산지도 아닌 장소에서 외래의 생물들이 살아가는 일은 가혹한 일이니 죽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을 찾아 보라든지, 더 공부하면 될 것 같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전술한 이유로 그다지 안쓰럽게 여길 마음이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우산에 고인 빗방울이 무겁게 뭉쳐 뚝 떨어진다. 우연찮게 그것에 맞았는지, 빗물에 쓸려 처음부터 상해 있던 꽃잎 하나가 툭 떨어진다. 숨을 들이쉬니 물에 젖은 풀 냄새가 비강을 채운다. 이 습하고 서늘한 공기가 나쁘지 않다. 그가 본능적인 까닭으로 따뜻한 햇빛을 좋아하는 것처럼, 물 속에 빠진 듯 축축하고 찬 바람을 맞으면 기분이 좋다. 이런 단순한 선호와 마음 다해 좋아하는 일의 차이는 무엇일까?
"수국이나 동백 같은 꽃이 눈에 들어오면 한 번쯤 살펴보곤 하지. 좋아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있단다. 너는 어떠니?"
음? 별은 달이랑 같이 있지 않나? 나는 저 먼 하늘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말 없이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에 너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이라... 나는 그역시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옛적에 그러니까 맑고 매끈한 거울이 나오기 전에 인간들은 곧잘 나를 보고는 했다. 그렇지만 내 본질은 남 비춰주는 것이 아니었으니 손가락을 들고 외친다.
"땡- 그렇지만 비슷했어요. 전- 강의 신이랍니다. 짜잔-"
이렇게 나의 위치를 알려준 적이 적어서 이렇게 소개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모름지기 신이라면 위엄있게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행운처럼 다가와 재앙처럼 속삭여야하지 않겠는가. 다만 제 앞에 있는 너는 신인지라... 어떻게 굴어야할지 도통 모르는 것이 지금의 내 문제였다. 나는 마구 꼬이는 다리를 잘 움직이며 자전거 앞에 섰다.
"예에? 여기서 자면 잡혀서 영영 청소해야한다고요."
나는 뒤따르는 시종처럼 너의 머리카락을 들어올리고 종래에는 너를 훌쩍 들어 자전거 뒤편에 앉혔다. 나참! 이런 칠칠맞은 도짓코 속성은 내 전문인데! 캐릭터성 겹쳐서 큰일이다. 지금이라도 좋으니 컨셉을 바꾸는 게 좋을까? 역시 성숙하고 멋진 커리어 우먼의 컨셉을 준비했어야... 아무튼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라 나는 자전거를 급하게 올라탔다. 저 뒤에서 담임이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마구 화를 내고 있었다. 내일 경을 치겠군.
"꽉 잡아요-!"
그런데, 내가 자전거를 타본 적이 제대로 있던가? 다른 건 몰라도 뒤에 누군가를 태우고 자전거를 탄 적은 결코... 사람 두명분의 무게는 상상보다 묵직한지라 나는 땀이 나는 것 같았다. 비틀비틀 출발하기 시작한 자전가가 바람 앞 등불처럼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탓일까?
"저기요- 코로쨩- 코롯-쨩- 아직도 자고 있어요? 이러다 털썩 쓰러져서 다쳐도 전 몰라요?"
아, 그런 것도 있나? 긴 세월을 살았어도 선인장은 잘 모르는 게 신이다. "뭐, 그리 중요한 얘기는 아니니 아무래도 좋지." 후미카는 어깨를 으쓱하다 말았다.
"사쿠라마츠리 때는 좋았겠구나."
벚꽃은 꽃잎이 지나치게 날려 귀찮다 생각하는 편이지만 객관적으로도 장관은 맞다. 후미카는 잠시 생각했다. 여기에 오래 살았느냐면, 오래라면 오래다. 제 후손이 이곳까지 와 살게 되었을 때부터의 세월이니 몇백 년은 족히 되는 일이었다. 생각의 시간은 길지 않다.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대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꽃은 어디에나 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란다. 주위를 조금만 살펴면 보이는 것들인걸. 오래되어 보이니?"
괜스레 질문을 돌리려 건네는 물음은 아니다. 이곳에서 오래 산 것은 사실이지만 남의 주택에 피는 꽃까지 외워둘 정도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 순수하게 그렇게 보이냐 묻는 의도일 뿐이다.
자캐식으로_네_곁에_있고_싶었어 (한참을 말없이 바라본다. 새카만 눈은 여전히 퀭하지만, 평소보다 더 깊게 패여보인다. 한참 동안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다가, 시선을 내리며 중얼거린다.) "내가... 이기적, 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그래도... 혹시나, 만약, 만약에... 라고 생각해서..." "내, 생각이... 틀렸, 더라도... 조금만,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네, 곁에... 있고... 싶었어..." (고개는 완전히 숙여진다. 길게 내린 앞머리가 얼굴을 완전히 가린다.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는 나지만, 너무나 작고 떨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다만 고개 숙인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있다.)
풍어신은 사쿠라마츠리를 나쁘지 않게 보냈다. 꽃이 피는 온화한 계절을 나쁘게 보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알고픈 것이 많아 그렇단다. 그러니 묻겠는데, 너는 왜 꽃에 대해 물어봤니?"
세세하게 살핀다는 말은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그 말대로 그는 많은 것들을 관망하며 관찰해 왔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선 그것을 깊이 들여다보고 때로는 직접 그 안으로 뛰어들기도 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불현듯 그는 상대를 보았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던 것을 살피기 위한 것처럼, 홀연하고도 새삼스러운 행동이었다.
올해에 온 사람이라……. 자세한 사정은 구태여 묻지 않았다.사정을 캐묻는 것이 기본적으로 무례에 든다는 사실쯤은 그도 알고 있다. 대신에 내어준 정보에서 적절한 물음을 건진다.
"곧이라고 하면, 금방 떠날 생각이니? 그렇다면 축제는 즐겨두는 게 좋겠구나. 다른 것이라면 타지에도 있을지 모르지만 축제는 가미즈미만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행사이니 말이야."
>>350 일단은 사이온지 유메라고 해서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3-B의 여학생이자 아키라의 소꿉친구 중 하나랍니다. 마찬가지로 가미즈미 마을의 토박이고요. 하지만 딱히 등장할 일은 없으니 그냥 아무래도 좋은.. 이후에도 학생회 멤버는 안 들어올 것 같으니 그냥 제 멋대로 구성한 가미즈미 학생회의 설정이라는 느낌으로!
"큰 이유는 없네요." 그저.. 호기심의 발로일지도 모르겠네요. CAM 식물(*밤에 산소를 뿜는 식물) 한두개 정도는 길러도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요.라는 말을 가볍게 하는 토와입니다.
후미카가 토와를 바라본다면. 약간은 시선을 느낀 것처럼 우산을 살짝 기울여 얼굴을 조금 가리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이지만. 눈은 마치 형광등을 켠 것 마냥 녹색으로 빛나고 있겠지요.
"곧의 기준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입시를 도쿄 쪽으로 지망하고 있으니까요?" 내년에는 도쿄에 있겠지요? 라고 말합니다. 원래는 도쿄에도 집이 있는데 안 간 거라.. 떠난다고 하기엔 애매할지도 모릅니다. 토와라는 집안적인 사정을 생각하면 도쿄로 돌아간다. 도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 공격적인 태세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자아, 주사위를 굴려보자. 현재 캐릭터가 검술에 능해 근거리 전투에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무너져가는 몸은 언젠가는ㅡ
"방어.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8. 성공."
주사위 값 자체는 낮게 나왔으나 상대방의 낮은 근거리전투능력과 무기의 차이로 방어는 당연스럽게 성공했다. 하지만 방어란 상대방과의 접촉을 뜻한다. 그리고 그 물리적인 접촉은 화상을 입은 그 몸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결국, 무리하며 움직인 몸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완벽하지는 않으나 상대방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흘리는데에 성공했습니다. 공격을 흘리고 그대로 검을 움직여 공격으로 전환하려던 그때, 막아낸 충격으로 화상을 입은 손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낍니다. 그로인해 당신은 공격 할 타이밍을 놓쳤고, 적은 그것을 호기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당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다시 도망치는 적. 이제 화상으로 인한 부상이 덮쳐 움직이는데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상대방은 진검승부따윈 해 주지 않는다.
"당신은 손에 덮쳐오는 고통을 오른쪽 어금니를 강하게 씹으며 버텨냅니다. 아직까지 손은 움직일 수 있을 듯 합니다. 다음 행동을 정해주세요."
상대방의 도망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때부터는 추격전의 시작이다. 자, 과연 그녀는 어떻게 움직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밤에 산소를 내뱉는 식물이라고 보시면 되니까요" 그러니까 보통 식물은 밤에는 이산화탄소를 내뱉지만 CAM은 아니라는 것이다. 끄트머리가 비에살짝 젖은 걸 본 토와는 들어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계속 젖어있는 채로 유지된다면 토와가 여름감기에 걸리면.. 곤란한걸.
"원하는 결과는 얻기 어렵지는 않지요." 다만. 그것이 정말 원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며 깊게 가라앉는 눈을 합니다. 그러나 그 가라앉음에도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을 것이다.
"저희 친척 중에선 저만 색이 다르니까요.. 그런 말은 간혹 들었네요" 토와라는 성을 가진 분 중에서 녹색은 엔 한 명 뿐이다. 나머지는 푸르다. 의 말이 어울리는 색이었지. 물론 파랗다가 녹색을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에선 분명히 다르게 취급되니.
"비가 그쳐도 그치지 않아도 돌아가야 하네요." 그치면 편안히 갈 것이고. 더 거세진다면 그 전에 가야 하는 걸까요.
>>374 사실 일상에서도 나올 일이 없고 그냥 정말, 정말, 정말로 엄청나게 만약에 아키라도 호타루마츠리 페어가 정해졌는데 페어가 안 만들어진 이가 혹시나 있어서 호타루마츠리를 즐길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둔 예비용 NPC라는 느낌이긴 한데.. 그 이외에는 나올 일도 없으니 NPC라고 하기에도 조금 애매하고.. 아무튼 그렇네요! 이 애가 안 나오는 상황이 아무래도 제일이겠지요.
후미카는 대략적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학업에 충실하게 임한 결과 기본적인 과학 상식을 모를 정도는 아니게 되었으니까.
"도쿄가 어렵지 않다니, 그건 꽤나 대단하게 들리는구나."
신에게도 공부는 제 머리로 온전히 이해하며 익히는 일이고, 신에게도 수험은 어렵다. 경험으로 인한 현명함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인간과 급이 다르다 할 만치나 특출난 지능을 갖춘 신은 그 방면의 신이 아니고서야 드문 편이다. 기계적인 수순으로 놀라움을 표하듯 상대를 조금 키운 눈으로 올려다보던 것도 잠시, 후미카는 우산을 기울여 상대에게 닿지 않을 방향으로 조심히 물을 털어내었다. 우산을 쓰더라도 비 오는 날에는 바깥에 오래 있으면 몸 곳곳에 빗방울이 튀기 마련이다. 어느새 치마나 상의에도 조금쯤 물기가 스민 듯했다. 어느 곳을 향하다가도 다른 방향으로 새어 뜻없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일은 풍어신에게는 종종 있는 흔한 일이었지만 제 옆의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꽃은 이미 충분히 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는 채 이야기를 했구나. 혹시 가미즈미 고등학교에 다니니? 그렇다면 통성명을 부탁해도 될까?"
어둑한 날에 선명하게 밝은 꽃을 보았기에 그곳에 멈춰선 것처럼, 그와 같이 뚜렷한 빛의 시선이 뇌리에 남기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물음을 건네게 된다. 후미카는 두 손으로 우산을 고쳐잡고 그를 올려다 보았다.
"어려움이란 갈피를 못 잡을 때 찾아드는 시련 같은 거라 생각하니까요" 약간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무엇을 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조심스러운 우산의 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는 토와도 둘에게 잘 안 튈 법한 곳으로 살짝 기울여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도록 했다. 후미카가 질문하는 것에 어쩐지 굉장히 늦게 말해진 것 같다. 라는 감상이 있었을까?
"가미즈미 고교에 다니는 토와 엔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저도 통성명을 부탁드릴까요? 라고 말하며 이름을 이야기합니다. 미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바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여름? 짠물? 넖게 펼쳐진 푸른색? 커다란 배와 상어? 어찌되었건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어쩌면 그런 존재들을 알고있지 않으니까 바다에 대한 막연한 상상만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걸까?
그것들을 의식하게 된다면, 자신도 모르는 미지의 생물들이 넘실거리는 물속에서 언제 다리를 잡아챌지 모르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경우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우리가 길거리를 지나며 마주치는 여러 사람, 그들의 반려동물, 차도를 스치는 크고작은 차량들,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에 일일히 놀라지 않듯 그녀는 제 주변에 물고기가 기웃거리다 간대도 아무렇지 않을것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무엇이 안전한지는 대강 알고있을 뿐더러 애초에 위험한 행동 자체를 하지 않는게 그녀의 신조니까.
...라곤 해도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오래 있던 탓인지, 뭍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이미 하늘마저 점점 파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어둑해지진 않은 적당히 노을진 하늘, 들어가기 전까진 그래도 몇몇 무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는 그 주변을 돌아다닐뿐 모래사장까진 발을 들이지 않거나 행여 거기까지 들어왔다 해도 갑자기 물속에서 나오는 여자애를 보고 흠칫하던가 나와서 몸을 말리고 있을때를 겨우 본 정도일까?
그녀와 눈을 마주친 이가 어느 타이밍에 왔건, 시선이 맞닿았을 때에는 서로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바쁜 눈빛이 오갔을 것이다.
호타루마츠리는 유일하게 시미즈 가문이 주최하고 진행하는 마츠리였다. 그런만큼 당연히 아키라는 이 시기가 상당히 바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원래라면 이렇게 바쁘진 않았으나 올해부터는 자신도 호타루마츠리를 본격적으로 돕게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하는 일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북쪽 산에 위치한 동굴에서 성스러운 샘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동굴에서 나와 길을 쭉 걸어가면 반딧불이들이 많이 모여있는 길목이 있으며 그 길목에서 반딧불이를 구경하다가 쭉 내리막길을 통해 내려오면 '호타루노히카미'를 모시고 있는 신사가 나오며, 그 신사의 계단을 따라서 쭉 내려오면 바로 이 해안가까지 오게 되는 직선형 루트였다. 그리고 아키라는 혹시나 위험요소가 없는지, 잘 다닐 수 있는지. 그것을 체크하기 위해서 북쪽 산에 위치한 성스러운 샘이 고여있는 동굴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일단 루트상 큰 문제는 없었기에 그 부분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크게 하품을 하며 쭉 기지개를 켰다. 그러는 와중 바다에서 막 나오고 있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의 모습이 그의 눈에 비쳤다. 마을 사람인진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먼저 저쪽에서 말을 걸었으니 자신은 그 말에 대답하는 것이 맞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볍게 목례를 하며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네. 안녕하세요.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었나봐요? 바닷물 온도는 좀 괜찮아요? 이제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차가울 것 같은데."
더위가 주변을 후끈하게 달아오르게 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그 전에는 아무래도 바닷물이 차갑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별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나 그렇게 물었다.
"여기서 갑자기 개가 나온다는 말이냐?! 으음, 역시 그냥 도망가게는 두지 않는구나..."
팔짱까지 낀 채 고민에 접어드는 그녀. 사냥개의 등장은 확실히 갑작스러운 것이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 상대는 단순히 활만을 쏘는 상대가 아니었던건가. 강의 물살을 가로지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터이니... 게다가 그 앞은 황무지이니 건넜다 하더라도 문제로다. 또한 캐릭터인 무인은 이미 너덜너덜한 상태. 그런 잠시간의 고민 끝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곳에서 기다리다가 먼저 덤벼오는 사냥개 하나를 빠르게 베어버리자꾸나."
짐승을 이용한 공세는 확실히 위협적이나, 달리말하자면 이성이 없어 깊은 꾀를 꾸미려 하지 않는다. 한 쪽을 빠르게 제거하여 1:1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말하자면 역으로 기습하는게다."
모공(謀攻). 손자병법이 그러하듯, 싸우기로 결심했다면 기지를 최대한 발휘하는 것. 쫓기고 있다는 상황을 이용하여 공격의 선두를 잡는다. 물론 이것이 잘 통할지는 주사위의 농간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지만.
사실 입을열어 먼저 인사를 한것은 큰 이유는 없던 그녀였다. 단지 어쩌다가 눈이 마주쳤을 뿐이고, 상대방도 저처럼 학생인것 같았기에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넸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그게 영 틀려먹은 생각은 아니었는지 상대방 또한 가벼운 목례와 함께 인사가 되돌아온 것이다.
"아, 자주 하는 버릇이어서 말이죠~ 수영... 이라기보단 저 아래에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들어간 것에 가깝겠지만요~"
당연하게도 자신의 차림새 하며 행동역시 누가 봐도 바다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살갑게 웃어보이며 이어진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듯 한손을 입가에 가져다대었다.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현대의 소년치고는 꽤 원숙하고 굳센 생각이다. 그런 삶의 태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지를 바로 세우고 북돋는 데는 시련만한 고난도 없으니까. 후미카는 말을 뱉은 후 가만히 생각을 하다, 자신이 결론만 툭 던져 말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대뜸 가미즈미 학교 얘기만 한 건 뜬금없게 보일지도 모른다. 검지로 턱을 짚은 채 생각을 하다 상대방의 물음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곳에 다니니 그렇다면 언젠가 다시 마주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서 말이야. 토미나가 후미카라 한단다."
말을 하고선 한 차례 뒤를 돌아보았다. 주변에 다니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해본 것이다. 이제는 이름을 알게 된 토와처럼 모르는 사이 또 길을 막고 있지는 않았을까 해서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후미카는 드리운 넝쿨 앞을 벗어나 길 가운데로 나왔다. 능소화도 크게 자라면 나무라, 으슥하게 드리운 꽃 그늘을 벗어나니 주변이 새삼스레 밝게 느껴진다.
"돌아가야 한다 했었지? 내가 오래 잡아둔 게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이런 때에는 으레 잘 부탁한다거나 헤어지며 잘 가라는 인사말이 나와야겠지만 그런 말을 해줄 만큼 후미카는 성격이 싹싹하지 못하다. 그저 토와가 움직일 때까지 가만히 있거나,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기 먼저 가보겠다며 걸음을 떼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저 그뿐이라는 듯, 추적추적 내리는 비만큼이나 사늘한 사람이다. 아니, 그저 무신경이 지나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토와에게는 어느 쪽이든 상관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추위에 강한 사람인가? 아니면 그런 것을 신경조차 쓰지 않을 정도로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도 있겠구나 싶어 아키라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가미즈미에 사는 사람들 중에선 바다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물론 그녀가 가미즈미의 사람인지, 아니면 관광객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외부인이라고 하더라도 바다를 좋아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따개비와 바닷물고기라. 따개비라면 저쪽 방향으로 가면 바위가 많은 곳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많이 있을 거예요. 바닷물고기는 아무래도 얕은 해변가에는 잘 없으니까 깊은 곳으로 가면 많을 거예요. 스쿠버 다이빙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로 가면 많이 볼 수 있을걸요? 항구가 있는 곳에 가서 찾아보면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역시 바닷물고기를 보려면 스쿠버다이빙만한 것이 없었다. 전문 장비를 끼고 물속 깊게 들어간 후에 바라보는 바다속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었고 거기서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보통 예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게 아니라 그냥 가깝게 볼 수 있는 바닷물고기들을 보고 싶다면 해변가를 따라서 쭉 걸어가도 볼 수는 있을 거예요. 가미즈미는 물로 유명한 곳인만큼 바다도 맑고 깨끗해서 가까운 해변가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들도 은근히 있거든요. 그렇게 큰 건 아니지만요."
나름대로 위치 설명을 말하다가 용왕이라는 단어에 아키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용왕이라고 하면 바다의 왕이라고 불리는 그 용왕인 것일까? 잠시 생각을 하던 아키라는 이번엔 자신 쪽에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가미즈미의 바다에 용왕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전승에 따르면 황폐해진 땅에 물을 제공하고 부여한 신은 있다고 해요. 이름으로 생각해보면 용왕은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인간들에게 물을 제공했으니 어지간한 곳은 다 허락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 위험한 곳에 가면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막을 것 같은데."
"당신의 예상대로 당신의 앞으로 가장 먼저 온 것은 사냥개였습니다. 당신은 망설임없이 당신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사냥개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아, 공격.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하?
"20..? 대성공. 달려드는 속도 그 대로 당신의 검으로 달려든 사냥개는 목을 베여 그대로 즉사했습니다. 뭐, 대성공이 뜰 때가 가끔은 있죠."
대성공만 아니었으면 상황에 따라 사냥개가 검격을 회피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번만큼은 운이 따라줬다. 그리고 여태까지 별 의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캐릭터는 신과 계약 한 상태. 이 쯤에서 개입이 없어서야 개연성이 떨어진다.
"허공에서 '오오, 무사여. 다 죽어가고있구나! 저쪽이 사람을 돕는데 내가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겠지. 나는 시간을 관장하는 신. 시간의 굴레를 움직이는건 별 것도 아니다!' 라는 명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아직 남아있는 사냥개의 움직임이 눈에띄게 느려집니다. 사냥신의 대리자보다 더 뒤에있는 사냥개가 당신에게 도달하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조금만 다이스 결과값이 좋으면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 으음, 이건 내가 원한 결과가 아닌데.
"그 뒤로 달려온 적은 즉사한 사냥개에 놀란 느낌이지만 당신과 어느정도 안정적인 거리를 유지 한 채로 당신에게 화살을 날렸습니다. 다음 행동을 정해주세요."
타이요: 제발 본모습으로 이불 위에서 귀 뒤좀 긁지 마십시오. 카루타: 인두겁은 안 닿는다고!! 으앙- 누나!! 인간 누나!! 타이요가 또 나를 능멸한다! 타이요: 제 딸 끌어들이지 마시고요!! 그리고 저는 타이요인데 왜 제 딸은 누나입니까? 카루타: 태양의 이름을 어찌 함부로 바꾸겠느냐~ 에베베. 타이요: 또 저 타령이지..
누군가는 뭔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면 주변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만약 그런느낌으로 그녀가 바닷속 추위에 대해서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을까? 아니면 정말로 추위를 잘 타지 않는 걸까? 어느쪽이던 지금은 딱히 상관없는 일이지만,
"확실히 관광도시라 그런지 이런저런 시스템이 많이 구축되어있네요~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법한 장소라기엔 자연 보존도 잘 되어있구요~"
따개비라면 역시 바위가 많은곳, 바닷물고기를 보려면 항구가 있는곳, 스쿠버 다이빙을 체험할만한 곳에 있을 것이라 자세하게 알려주는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던 그녀는 그냥 가깝게 볼수 있는 바닷물고기라면 그저 해변가를 따라 걸어가며 볼수도 있을거란 말에 이해한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확실히 이곳에 오고서 매일같이 해변가를 살피며 조금씩 활동범위를 넖히다 알게된 것이지만 신기하리만치 맑고 깨끗한 바다가 과연 '물로 유명한 장소'라 할수 있을만큼 관리가 잘 되어있기에 이건 농담으로라도 신이 지켜보고 있을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만큼 이곳의 사람들이 관리에 철저한 것일지도 모르고?
"생각보다 심오한 이야기네요~ 황폐해진 땅에 물을 제공한 신이라~ 그렇다면 이곳의 바다가 유달리 깨끗한 것도 나름 이해가 가네요~ 어쩌면 그것도 신의 가호가 아닐까요?"
전승에 따르면... 물론 일본은 어딜가나 신이 있다 할정도로 무수한 토착신들이 존재하는 곳이라지만 어쩌면 이곳은 그보다 더 신비한곳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도 그럴게 원래부터 물과 가까운 곳이었다면 몰라도 황무지인 곳에 물을 끌어올만한 신은 역시 많지 않을테니까, 신중에서도 유독 아량이 넖은 신이라 하면 그중 하나가 바다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은 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곤 하지만...
"그런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에요~ 저도 자주 들어가다보니 이젠 해류도 어느정도 읽어낼수 있고, 어디까지 들어가면 위험하겠다 싶은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데에 물질하러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마지막에 덧붙인 한마디는 순전히 농담이었지만 그녀는 마치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손에 어떤것도 없다는듯 양쪽으로 펼쳐보였다.
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복권에_당첨된다면_자캐는 - 어... 앗싸? 그치만 특별히 돈에 욕심이 있는 게 아니라서 환경단체에 기부하지 않을까 싶어~
자캐의_수명 - 아마도 별일 없는 한 거의 영원하겠지?
자캐는_얌전히_침식되는_편or발버둥치며_가라앉는_편 - 얌전히 침식되는 쪽! 자기의 생이 깎이거나 잠식당하더라도 그것이 제 삶이겠거니 받아들일 거야. 설령 삳아가는 일이 고통스럽다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심히 저항하며 괴로움을 호소하지는 않을 것 같네... ( ◠‿◠)
"신의 가호가 정말로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 가호가 깃들었다는 샘. 정확히는 가미즈미의 모든 물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 조만간에 개방되니까 구경 하러 오는 것은 어떠세요? 호타루마츠리. 가미즈미의 오랜 마츠리 중 하나거든요. 신의 힘이 깃들고 신이 부여했다는 물, 그리고 여름철에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도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신의 가호라는 말이 나오자 아키라는 이때다 싶어서 빠르게 호타루마츠리를 그녀에게 홍보하듯 이야기했다. 물론 그녀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거기서 끝이었다. 자신도 굳이 귀찮게 해가면서까지 홍보를 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애초에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었기에 나름대로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감각으로 하는 것에 불과했다.
"당신은 바다 사람인가요? 자주 들어간다고 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닐텐데. 저와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 보이기도 하고."
아니. 애초에 바다 사람이라고 해도 단순히 자주 들어가는 것만으로 해류를 읽기는 힘든 법이었다. 오랜 베테랑들도 바다의 흐름을 읽어내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배를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바다를 들어가는 것만으로 해류를 읽어낼 수 있다니. 보통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작게 감탄했다. 물론 상대가 허세를 부리는 것일 가능성도 있긴 했으나 그것까지 굳이 생각하고 싶진 않았는지 아키라는 그 가능성은 아예 배제했다.
"애초에 물질을 하려면 여기서는 어림도 없을걸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묻는건데, 당신은 여름철이 되어서 가미즈미로 놀러온 관광객인가요? 그렇다면 바다도 좋지만 물과 관련된 산업이 유명한 이곳인만큼 가미즈미 온천에 가서 차가워진 몸을 데우는 것도 좋을텐데."
차가워진 몸을 데우기엔 역시 온천만한 곳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키라는 아주 살짝 자신의 집에서 하는 온천을 홍보하듯 소개하며 미소를 지었다.
>>470 환경단체에 기부라니! 그래도 조금은 자신을 위해서 써도 될텐데! 침식되는 쪽이라니. 뭔가 오래 산 신의 겸허함 같은 것도 느껴지네요. 이후에 달라질 가능성도 있을지 절로 궁금해지네요. 아무튼 아침에 깨어나서 멍한 후미카를 볼 수 있는 이는 나올 것인가! 으악!! 협박은 안돼요!! (덜덜)
>>472 다시 어서 오세요! 미즈미주!! ㅋㅋㅋㅋㅋ 이미 신들이 이렇게 많은데 평범한 마을일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 분명 매일매일 이상기후라던가 이상한 소문이라든가 이상한 일이 잔뜩 일어나서 주민들도 이쯤되면 그렇구나 하핫 하고 넘기지 않을까 생각중이야 ㅋㅋㅋㅋㅋ 저기 방금 생쥐랑 이야기하는 사람이 지나갔는데??? 그럴 수도 있지 저사람 물구나무 서기 하면서 걷잖아 그럴 수 있지 같은 모먼트
시미즈 아키라의 오늘 풀 해시는 송편_예쁘게_빚으면_예쁜_딸_낳는다는_말을_들은_자캐의_반응 A.아키라:.....(갸웃) A.아키라:.....(일단은 태연하게 빚기) A.아키라:.....(그런데 평소보다 더 신경써서 빚는 중. 부정하지만 아무튼 그러는 중)
자캐가_아플때의_현상_혹은_징조 A.걸을 때 약간 휘청거리는 느낌이 미세하게나마 보여요. 아키라는 평소에 정자세로 제대로 걸어다니는 편이기 때문에 휘청거리면서 걸으면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거나 몸이 아프거나 둘 중 하나일 경우가 높답니다.
자캐식으로_내_곁에_있어줘서_고마워_를_말해보자 A.아키라:언제나 이렇게 옆에 있어줘서 늘 힘이 되고 있어요. A.아키라:고마워요. 정말로.(싱긋) A.아키라:앞으로도 제 옆에 계속 있어주면 안될까요? 당신만 있으면... 더 힘낼 수 있을 것 같은데.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101 단_하나의_기억만을_간직할_수_있다면_자캐가_고를_기억 A.자신이 시미즈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인 기억이요. 아키라는 자신이 시미즈 집안의 사람이라는 것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한답니다.
312 자캐가_주로_숨기는_감정 A.누군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네요.
353 자캐의_동거인_소개 A.동거인이라고 할 건 없고 그냥 부모님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몇몇 사용인들 정도랍니다. 메이드는 없어요. 집사도 없고. 그냥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몇 명 있어요.
시미즈 아키라,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480 음. 말 그대로 분위기로 잘 드러나는군요. 코로리가 난리를 치는 것이 벌써부터 눈에 훤하네요! 장난이라. 그 장난이 선을 넘는 장난은 아닐테니! 마스터키가 되고 싶지만 끝까지는 꽂지 못한다. 결국 마지막에 한 걸음 물러난다는 그런 이야기네요. 갈매기들...ㅋㅋㅋㅋㅋ 새우깡 던져주면 잘 먹는데 공격 안 당하죠? 역으로?
자캐와_자캐의_형제남매_썰을_풀어보자 호시즈키 마히루, 현시점 24세, 올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쇼콜라티에, 파티시에 자격증을 땄다. 당시 뛰어난 실력으로 여러 잡지에서 인터뷰도 하고 대학 측에서도 유학을 밀어주려 했으나, 상쾌하게 사양하고 고향인 가미즈미로 돌아와 호시즈키당의 다음 대 준비를 하고 있다. 인맥과 지인은 무난하게 있으며 연인 관계는 17-18세 무렵부터 사귀기 시작해 현재 약혼 상태인 동갑의 이치하라 사요코가 있다.
과거 요조라와 똑같은 증상으로 학업에 차질이 꽤 있었으나, 특유의 성격과 성품으로 보통에 가까운 학창시절을 보냈었다. 증상이 호전되어 나은 것은 성인이 될 무렵, 이라고 말한다. 남매인 요조라와는 앙숙 아닌 앙숙. 그저 귀여운 여동생일 뿐이라고.
자캐를_웃게하는_것은 글쎄~ 이거 뭘까~ 어~ 진심? 사실 오너도 아직 모르겠대요~ 다메다메네~
>>488 생태계 회복에 신경쓰고 있으니까 넓게 보면 그게맞을지도?🤔 무너진다 해도 그것이 내 삶의 궤적이라면 받아들인다, 라는 사고방식이지. 자연의 순리 역시 그렇게 돌아가니까. 고통스럽게 생이 끝난다 할지라도 그건 당연한 일이며 원통해할 일이 아닐 거야. 그치만 적폐는 맛있어... 평행세계의 날조라고 치고 100번 망상해버려~~!!!
>>506 그야말로 칼의 신 다운 마인드로군요. 칼에 매료된 이들을 많이 많이 남기고 싶다니. 우와. 뭔가 엄청 멋있어요! 이사 마이루!! 그 와중에..ㅋㅋㅋㅋㅋ 저건 좋아하는 이가 있다는 것 같은데. (빤히) 서양의 땅이라. 어떤 나라로 갔는지 절로 궁금해지네요. 검의 모습으로 올림픽이나 이런 곳에 참전한 것인가.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었다면 그걸로 충분한 일이었다.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해류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으리란 법도 없었다. 물론 사실 여부는 아키라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상대에게 위험한 일이 없었다는 것. 그것이 아무래도 그에게 있어서는 더 중요한 요소였다.
이 근처 학교. 그리고 여기에 온 지 얼마 안되었다는 말에 아키라는 상대가 전학생이라는 것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학생이었구나. 그렇다면 나이는 몇살일까? 자신처럼 고등학생? 아니면 중학생? 나름대로 추론을 하지만 그녀의 외모적인 부분에서 추측을 하긴 힘들었기에 아키라는 이내 추측하는 것을 중지했다.
"이 시간에도 돌아다니면서 노는 관광객들도 꽤 많을걸요? 바다를 구경하겠다고 오는 이도 있고, 신사를 구경하겠다고 돌아다니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혹은 더 어두컴컴해지면 보이는 야경을 보겠다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저와 비슷한 나이인 모양이네요. 저는 가미즈미 마을에 있는 고등학교 중 하나인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인 사람이에요. 당신은 무슨 학교에 다니시나요?"
가미즈미 마을에는 가미즈미 고등학교 말고도 여러 고등학교가 있었기에 그는 그녀가 가미즈미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확신하진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같은 학교가 아닐까 싶어 그는 괜히 기대감을 살며시 눈빛에 담았다. 설사 같은 학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크게 실망할 일 또한 그에겐 없었다.
"여기서부터 걸어가려면 갈림길을 몇 번 지나가야 하는데. 스마트폰 인터넷으로 가미즈미 온천을 치면 위치가 나올 거예요. 그 위치를 따라서 길을 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면..."
어차피 자신은 동선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집으로 천천히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가미즈미 온천이 있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며 아키라는 그녀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저도 가미즈미 온천 방향으로 갈 생각이거든요. 만약 지금 간다고 한다면 길 안내 정도는 해줄게요. 물론 여기에 좀 더 있겠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내일 출근이 있으니 일단 여기까지만 잇고 저는 가볼게요! 다음 것으로 막레를 해서 안내를 받았다 처리를 해도 좋고 혹은 좀 더 잇고 싶다면 이으셔도 괜찮아요!! 아무튼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520>>528 아무래도 바다 자체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연상이 되는거려나요~ 흐름에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에 가끔 생각하는것도 의식의 흐름인 경우가 많죠~ 가끔 그런 생물들의 행동에 빗대어 말하기도 하구요~ 닥터피쉬도 거를거라고 말하는거면 확실히 코토하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겠네요~
>>529 대개는 온화하지만 할말은 하는 아이니까요~ 아얘 말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건 아니지만 아니다싶거나 그 단어 외엔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면 돌직구를 던지는 느낌이려나요~ 역시 그렇겠죠~ 산타는 성 니콜라스가 마케팅에 걸려들어 자낳괴가 된거겠지만 용왕은~ 음~ 그래봤자 토끼 간 빼어먹으려고 한거밖에 없으니까요~ @.@
렌은 지극히 당연한 대답에 조금 시무룩해 했다가 요조라가 이것저것 가이드를 시작하니 금새 집중하는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붓에 물과 물감을 뭍혀 요조라가 지시하는대로 칠하다보니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갔다. 렌은 요조라의 명령이 입력되는 아바타처럼ㅡ그렇다기엔 엉성했지만ㅡ 열심히 손을 놀렸다.
그 와중에 요조라가 렌의 손을 잡는 일이 있었지만 렌은 자신이 다른 이에게 수영을 가르칠 때 그런 것처럼 그림을 가르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요조라의 손이 닿을 때면 확실히 그림이 제가 했던 것보다 나아지는 것이 보였고, 어떻게 붓질을 해야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렌은 아,라거나 와, 같이 작게 감탄사를 내뱉거나 혹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면서 요조라의 말을 따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요조라가 됐다며 그림이 완성되었음을 알렸을 때, 렌은 눈을 깜빡거리며 제 그림을 내려다봤다.
“와, 호시즈키 씨 대단해….”
자신이 그린 그림 중에 이번이 제일 잘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이 그렸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지만서도. 렌은 작게 감탄하다가 뒷정리를 하라는 요조라의 말에 조심조심 물통부터 치웠다. 더러워진 물을 버리고 얼룩덜룩 물감이 묻은 걸레를 빨아오고 팔레트도 깨끗하게 정리한 뒤에 렌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직 그림은 덜 마른 채였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그렸다고 해도 믿기 어려울 만큼 잘 그려져 있어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렌은 옆자리 요조라 쪽으로 몸을 틀며 그녀를 바라봤다.
“호시즈키 씨, 진짜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정말…. 엄청 막막했는데 아니었으면 미완성으로 낼 뻔 했어. 아니면 해가 질 때까지 집에 못 가거나.”
렌이 뺨을 긁적이며 민망한 듯 눈동자를 살짝 굴렸다. 이미 해가 많이 기울어져 있었으니 생각해보면 민폐를 끼친 것에 가까웠다. 그러다 다시 요조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내가 보답할만한 일이라던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도 있을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리 대단한 것도 없었지만 덕분에 수행평가를 제출할 수 있었으니 신세를 진 셈이었다.
그의 말대로 별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기에 그녀도 긍정의 표시로 싱긋 웃어보였다. 위험한데도 굳이 강행하는 이가, 그것도 발을 제대로 디딜수 있는 땅이 아닌 바다에서 그런 호기로운 생각을 할 이가 과연 몇이나 될지. 최소한 그녀는 그런 막나가는 성향이 아니었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을 일이었다. 제 아무리 관광지와 사고는 떼어놓을수 없다 해도 사서 고생은 안하는게 최고 아닌가,
"음...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몇몇 사람들은 한층 더 깊은 빛을 가진 밤바다에 매력을 느끼곤 하죠. 물건너 나라에서는 그곳에서의 센치한 기분을 노래로 표현하기도 했고요."
은밀한 밤을 틈타 밀월을 즐기는 이들도 관광지에서 심심찮게 볼수 있더랬지, 게다가 그의 말대로라면 이곳엔 신이 머물다 간 신성한 장소나 그 신을 기리기위한 신사도 있는듯 했다. 물론 그녀도 그런 전승에 대해 아얘 모르고 온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세히 알고 온것 또한 아니었기에 그저 '생각나거나 누군가 권유한다면 가봐야겠다.'정도로 굳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애초에 그런데까지 강박을 가지자니 그녀는 바다구경을 하는것만으로도 이미 스케줄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었으니,
"세상에! 어쩐지 눈에 익은 인상이다 했네요~ 그냥 선배님인 것도 모자라 학생회장님인 선배님이라니! 저야 뭐, 이제 겨우 1학년이니까 마주칠 일은 없다곤 생각했는데 말이죠~"
확실히 의외였다는듯, 노을진 바다를 강하게 때려 난반사된 햇빛만큼 그녀의 눈빛도 한층 더 반짝였다. 물론 학교 밖에선 딱히 그런걸 따지지 않는대도 일단 선배님은 선배님이니, 게다가 같은 학교 학생이면 아얘 모르는 사람인것도 아니라는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그녀는 두어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것도 좋죠~ 이래뵈도 스마트폰 지도로 탐험을 떠난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역시 이곳 지리에 빠삭하신 분이 안내를 해주신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요??"
지도로도 충분히 찾아갈만큼 그녀에게서 길치라는 부분은 찾아볼수 없었지만 어찌되었던 사람에 이끌려서 가는게 더 외우기 쉽지 않겠는가, 물론 사람은 개미처럼 페로몬을 뿌리지 않기에 앞서나간 이의 발자취를 쫒아가는건 아닐지라도 가이드가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즐거운 여행이 되는 법이었다.
문득 거기까지 생각이 뻗치자 무언가 아차싶던 그녀는 잠깐 그를 불러세우려하고선 제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마치 허물을 벗었던 갑각류가 제 흔적을 먹어치우듯 바다에 뛰어들기 전 수영복 위에 입고 있었던 원피스까지 도로 입혀져 있었을까? 지금와선 흔하디 흔한 푸른색의 세일러풍 원피스,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었다.
옆자리에서 뒷정리를 하는 동안, 요조라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폰을 만지작거렸다. 대부분은 오빠가 보낸 라인을 보고 답장을 하거나 부모님께 곧 간다던가 하는 문자를 따로 보내거나 하다보니 분주해보이던 뒷정리도 끝나보인다. 요조라는 힐끔 그림을 보았고, 아직 마르려면 멀었구나, 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림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 줄 건 아니었으니, 이제 슬슬 가야겠다. 요조라는 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다음은, 없으니까... 조심해..."
시선이 느껴지길래 한번 눈길만 주고 만다. 용건은 끝났으니 잠시 열었던 틈을 닫는 것처럼, 요조라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담담히 자리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깥은 굳이 하늘을 보지 않아도 해가 얼마나 기울었는지 알 수 있을만큼 노을이 내리고 있었다. 요조라는 가방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겨 쥐며 옆자리 동급생의 말에 대답했다.
"됐어... 그런 일, 있을... 리도... 없고..."
여태 말 한 마디 나눠본 적 없는 상대와 이런 에피소드 하나 엮었다고 해서, 앞으로 다이나믹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요조라 본인도 이건 그저 여흥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가르치는게 어떤가 하는 일종의 실험,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던 것에 감사를 받을 이유는 없고 받고 싶지도 않다. 요조라는 그렇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느릿느릿 걸어 교실 뒷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멈춰서 고개를 돌려 돌아보고 물었다.
세이 렌: 210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그렇게 후회할 일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아
316 생부에 대한 생각 아... 이거 뼈때리네. 렌의 생부는 렌에게는 좋은 아버지였었지. 누가 봐도 단란하고 사랑많은 가족인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런데 알고보니 철저하게 바람을 피우고 있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렌도 그걸료 인해 충격을 많이 받았었고. 이제는 거의 만나지도 않으니까 그렇게 감정이 남아있지는 않은데 속으로는 배신감이나 분노 비슷한게 숨어있기는 해. 그리고 자신이 생부를 많이 닮은 것에 대해서는 좀 싫대. 어머니가 힘들어하니까.
234 캐릭터의 말투를 묘사해주세요 에.... 좀 머뭇거리는 게 있고 거절 잘 못하고 그러면서도 솔직한 편인 말투...?
땡이라니! 속았다ー! 아침달의 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틀렸다고 해서, 새롭게 거울의 신일 지도 모른다며 제법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는데 땡이었다. 코로리는 입술을 삐죽인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길래 거울의 신이 아니면, 다른 정답 후보로 떠올려두었던 흉내쟁이나 카멜레온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고 또 작은 기대를 품었기에 더 삐죽였다. 미즈미는 코로리가 생각치도 못했던 강의 신이었고, 이제서야 미즈미의 이름을 짚어보니 강도 물도 같이 있었다.
"그럼 밋쨩한테 눈 쌓인 거야?"
강 위에 눈이 소복히 쌓여서 하얀 거지! 미즈미의 머리카락을 따라서 시선이 흘려내려오다가 아래 발 아래로 뚝 떨어져 바닥을 바라본다. 그림자는 안 반짝반짝해? 코로리는 알록달록하고 반짝반짝하고 멈춰있지 않는 것에 마음이 가고는 했다. 잠을 보살피다 보면 만나는 꿈들이 그랬기 때문이다. 꿈은 형형색색 빛나면서 움직이는데, 강에서는 윤슬과 물그림자가 꿈과 닮았기에 미즈미의 그림자를 바라보려고 했다. 근데 어째선지 그림자와 눈이 점점 멀어진다. 눈 뿐만이 아니다! 발이 바닥과 떨어졌다! 밋쨩이 수영시켜줬어! 강이 몸을 옮겼다면 떠내려갔다는게 좀 더 옳았지만,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코로리는 수영을 했다며 방글방글 신나했다. 그러고나서 자전거가 급하게 출발하면, 몸을 조금 뒤로 틀어서 2학년 B반의 담임 선생님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어쩌려는지 대책도 없다. 벚꽃나무 아래 비 두개가 덩그러니 남겨졌을 걸 생각하면, 둘이 또 똑같이 만날지도 모르겠다.
"꿈에서는 안 다쳐ー 강은 다쳐?"
흔들흔들거리는 자전거에 코로리는 꽉 잡다기보다는 아예 꼭 기댔다. 다치지는 않아도 멀미는 한다! 그래도 머리를 톡 기대고 있으니까 조금 덜 흔들리는 것 같다. 코로리는 자전거가 비틀거릴 때마다 놀이기구 중 하나가 떠올랐다. 후룸라이드 타면 이런 기분이야?! 굳이 후룸라이드인 이유는, 미즈미가 끌고가는 자전거에 타고 있기 때문이다.
"밋쨩, 밋쨩 자전거가 나 싫어하나 봐."
자기 주인님의 정체를 한 번에 못 맞췄다고, 내리라고 화내는게 분명해ー. 코로리는 주인없는 자전거가 미즈미의 것이라고 오해했다! 그래도 팔랑거리는 벚꽃잎 아래 살랑거리는 하얀 머리카락은 꽤나 예쁘고, 간지러웠다. 정말로 간지러웠다. 머리카락이 간지럼을 태운다!
렌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미술 수행평가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을 쏟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렌이 부주의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조라는 그림을 도와주는 것이 끝나자 이내 매일 아침마다 보여주는 거부의 기운을 또 둘렀다. 방금은 이례적인 것이라는 것처럼. 하지만 렌은 그 틈을 억지로 벌리려고 한다거나 굳이 끼어들려고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인관관계에 쓰는 에너지가 있고 그것을 누구에게 쓸 것인가는 그 사람의 선택이며 나랑 친하게 지내줘, 라고 강요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도움을 받았는데 귀찮게 구는 것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될 수도 있고.
"그래도 나는 기억하고 있을테니까. 어찌 알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렌이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일어서서 배웅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감사 인사도 방금으로 충분하지 않았던가. 요조라가 뒷문으로 천천히 걸어나가는 것을 시선으로 좇다가 그녀가 멈춰서서 돌아보며 제 이름을 묻는 것에 렌은 눈을 잠시 크게 떴다가 이내 눈을 접으면서 웃었다.
"세이 렌. 성이 세이고 이름이 렌이야."
요조라가 고개를 돌려 나가기 전에 이어 묻는다.
"아침에 만나면 인사 해도 돼?"
오늘 일로 렌의 마음에는 요조라에 대해 친밀감이 생겼고, 그 이전의 아무 이야기도 않던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기 싫은 것도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도 하고 도움도 받고 했는데 아침에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 거절한다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서도.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물론 새학기가 시작되고 이미 반이나 지났지만, 2학년, 3학년이라면 모를까. 1학년이 학생회장이 눈에 익을 일은 별로 없겠거니 생각한 탓이었다. 물론 그녀의 입장에선 정말로 눈에 익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그렇다면 기분은 좋을 것 같아 그는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흔들렸다. 이내 크게 흔들릴 것 같아 헛기침 소리를 내며 표정을 관리하는데 성공한 아키라는 가만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약하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그녀는 자신을 따라서 안내를 받으려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입장에선 딱히 나쁠 것이 없었다. 가미즈미 온천을 알게 함으로서 앞으로 많이 이용해준다면 자신의 집에 있어서는 확실히 이득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자신이 일을 돕고 있는 가미즈미 스파에도 와준다면 더 고마운거고. 일단 짐을 챙기고 원피스까지 다시 차려입은 모습에 그는 말 없이 코토하를 가만히 바라봤다. 예쁜 푸른빛 원피스네. 바다에 되게 잘 어울려. 그런 생각을 하다 아키라는 살며시 몸을 옆으로 돌렸다.
"여름 바다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원피스네요. 가미즈미의 바다에 맞춰 준비한 옷인가요? 그렇다고 한다면 용왕님도 정말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있을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에요. 아무튼 따라오세요."
뒤이어 아키라는 가미즈미 온천이 있는 곳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만나는 마을 사람들 중에 장난스럽게 시미즈 도련님. 이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대해서 아키라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일단 인사에는 응했다. 뒤이어 고개를 살며시 젓다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아키라는 코토하에게 이야기했다.
"말해두지만 도련님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냥 마을 사람들의 장난 같은 거라서. 너무 신경쓰진 마요. 신경 안 쓰고 있었다면 더 좋고요."
오늘의 일을 기억할지 말지는 요조라가 참견할 부분이 아니다. 기억하고 훗날 뭔가 하려고 한다면, 그 때 가서 막던가, 어쩌면 정말 고마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거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나중 일이니 요조라 역시 더 말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던진 물음에 돌아온 대답을 듣고 작게 중얼거렸다.
"세이, 렌..."
어쩐지 바다가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요조라는 알아들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돌아서려고 했다가, 멈춰서 옆자리의 렌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퀭하지만 흔들림 없이 촛점이 올곧은 눈이 한번 느릿하게 깜빡인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요조라는 대답한다.
"...하면, 대답은... 해줄게..."
그 대답이 성의 있는 인사일지 그저 그런 대꾸에 불과할지는 아직 모른다. 그건 모르지만, 어쨌든 대답은 해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요조라는 완전히 돌아섰다. 멈추었던 걸음을 느릿느릿 움직여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모습은 사라졌어도, 노을진 복도에 긴 그림자가 천천히 멀어지는 건 꽤 오래 남아있었을 것이다.
1. 흰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가려다 마히루한테 붙잡혀서 이것저것 코디 당해버려~ 지금 계절에 맞추자면 진청색 일자 면바지에 회색 가는줄 스트라이프 셔츠, 머리는 올려서 묶고 신발은 바닥이 편한 운동화, 그리고 야간용으로 얇은 가디건 하나 챙기지 않을까~ 컬러는 전체적으로 밝은 편에 화장도 살짝 할 지도~?
2. 요조라 : (편지를 읽은 시점이 방과후를 넘긴 시간이다)(시간 다시 확인)(어떡하지 잠시 고민)(에이 귀찮아)(라면서 옥상에 가본다) 한번 가보기는 할듯~ 편지 쓴 성의는 무시할 수 없으니까~
3. 아 이거~ ㅋ.ㅋ 전용 깍지를 끼운 케찹으로 한폭의 그림을~ 이라는 건 반쯤 농담이고~ 적당히 보기 좋을만한 데코 정도는 하는 편~ 마히루 건 특별히 바보, 라고 써준다나~
>>602 미니 아키라니까, 키라로 줄여서 키라키라... 반짝이들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악몽은, 말은 그렇게 많이 했지만,그렇다고 정말 어린 애들한테 그럴 생각은 없다구~! ( ´∀`) 그리고 만약 악몽 꾸게해도 늘 레고 밟게한다, 마지막 남은 케이크 조각의 딸기를 뺏어먹는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 같은 류니까! 더 심한 건 하라고 해도 안해~!
>>606 이렇게 또 다른 키라키라가 탄생을..(동공지진) 그리고 충분히 끔찍한 악몽들인데요?! (동공지진22) 아무튼 아키라의 꿈은 당분간 안전한 것으로! 물론 일상에서도 거론이 되긴 했지만 요즘 아키라는 마츠리 준비를 돕거나 학생회 일 등으로 인해서 상당히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양귀비 향이 많이 풍기는 것은 미리 양해를 코로리에게 구하는 것으로..
>>617 후미카는 그런 일에 분노하지 않는다구~~~~ 오너적으로는 좀 울었겠지만.....😢
>>620 어...........? 좋아 수학여행은 의도치 않은 트윈룩 컨셉으로 가기로 했어 내가 그렇게 정함(?) 그런 거 물어봐도 별 얘기 없다구~~~~ 미안한 얘기지만 남편씨... 남편이라 생각은 하지만 사랑할 정도로 좋아한 건 아니었어서(남편: (저승에서 충격!))... 👀
"음... 그런가요? 보통 학교라 하면 선배님들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특히나 학생회분들은 필히 알아둬야 하는거 아니었나요?"
단순히 지역이나 학교의 전통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의외의 반응이 보이자 그녀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그래서 일부러 같은 반 학생들에게도 물어물어 알아낸 거였는데, 왜 그당시에 자신의 질문을 들었던 친구들이 조금 얼빠진 표정을 지었는지 뒤늦게서야 알게된거 같은 기분이 들었던 그녀였다.
물론 그걸로 딱히 부끄럽다거나 하지도 않는게 어차피 알아서 나쁠건 없잖은가? 다른걸 다 떠나서 자신의 학교에 어떤 선배들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신입생, 전학생들은 어딜가나 있을것이다.
"뭐 아무렴 어떻겠나요~"
약간 화제를 돌리려는듯 헛기침을 하는 그의 모습이 보이자 그녀도 별 생각 없었다는듯 싱긋 웃어보이며 한마디를 덧대었다.
좌우간 이곳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안다면, 마을의 소소한 팁같은 것들도 알아간다면 그녀의 입장에서도 더할나위없이 좋을것이다. 이러나저러나 관광지로서는 고객유치의 일환이기도 할것이고, 서로 윈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테니까.
"아, 이거요? 딱히 맞춰입은건 아니고... 음~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해야겠죠? 가끔은 다른 학교 교복으로 헷갈리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요~"
시선이 이쪽을 향해있다가 갈 채비를 하려는듯 살짝 몸이 틀어지자 그녀는 생긋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런 소소한 고집으로도 흡족해하는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것대로 나름 기쁜 일이겠네요~"
안내를 받으며 나아가는 길, 학생회장이라 해서 딱히 눈에 띄일 정도는 아니라고는 했지만 이미 마을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인물이었는지 그를 향해 도련님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어가는 사람들의 장난스러운 인사와 그에 조금은 난감해하면서도 으레 있는 일이라는듯 인사에 응하는 모습을 보자니 살짝 웃음이 흘러나왔을지도 모른다.
"뭐 어떤가요~ 도련님이라던지,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회장님이라던지, 어찌되었건 똑같은 사람인건 변함없는걸요?"
신경 안쓰고 있다면 더 좋다는 그의 말마따나 그녀 역시 그런 상황들에 큰 의미를 담지는 않았다. 마을에 유명인 한둘 정도야 당연히 있을법하지 않겠는가? 형형색색의 열대어들도 다들 그런식으로 눈에 띄는 법이었다. 별다른 거창한 이유가 없어도, 그저 그곳에서 헤엄치고 있기에 시선이 쏠리는 일은 언제든 있으니까.
"인간이 제각각 있듯이 신도 제각각 있을테니까요. 물론 신이 정말로 있을 때의 경우지만요. 저는 있을 것 같으니 그런 신도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요."
절대로 마르지 않는 샘을 본 입장에선 역시 신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과학적 이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일반적인 과학상식으로는 조금도 마르지 않는 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가끔은 그런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정말로 가볍게 아키라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저로서는 매우 감사할 것 같네요. 고마워요."
싫은 호칭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마냥 환영하고 좋아하는 호칭 또한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선 살짝 부담스러운 것도 있긴 했으니까. 물론 저들 입장에선 그냥 장난처럼, 별 생각없이 너무나 가볍게 부르는 것이겠지만. 역시 한 산업을 확고하게 잡고 있으며, 이전부터 가미즈미 마을에서 영향을 행사해 온 가문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일단 지금은 저렇게 말해두는 것이 그로서는 상당히 편했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그녀만이 아니라 학생회의 사람들이나 같은 반의 사람들이나, 혹은 그 외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나. 그 모두에게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마움을 표하며 그는 살며시 큰 길로 나온 후 막 녹색불이 된 횡단보도를 건너 저편으로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이름조차도 모르고 있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시미즈 아키라에요. 아까도 말했지만 학생회장이고 3학년이고요."
같은 학교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겠거니 생각하며, 물론 자신이 그것을 계속 기억하고, 이후에 또 만날 수 있을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몰라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그는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아무리 화가나도 자신에게 그 화가 난 눈을 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다가 그냥 trpg인데 이렇게까지 화를 내다니 도대체 어디까지 검술에 진심인거야. 설령 가상이라고 해도 검을 든 이상에는 승리해야한다 이건가!
"...회피.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성공."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살기가 증가하는 것 같은데 기분탓인걸까. 혹시 다음 주사위의 결과가 이 조용하고 아담하고 소중한 부실의 미래를 결정하는게 아닐까? 불안하다. 확정되지 않은 미래는 언제나 사람에게 불안감과 희망을 동시에 부여한다. 그런데 왜 난 불안감밖에 느껴지지 않는거지.
"당신은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의 궤적을 읽었고, 가까스로 그 화살을 피해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허벅지에 화살이 스쳐 따끔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때 상처가 벌어지면 출혈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이동이란말이지. 내가 플레이하는게 아닌데도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걸까.
"이동.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그녀가 던진 주사위가 순간 하늘을 날았고 데구르르 굴러서 그 결과를 알려주었다.
18.
"성공. 당신은 상처입은 다리를 이끌어 모든 고통을 무시한채로 적을 향해 달려갔고, 간신히 상대방이 화살의 시위를 당기기전에 그의 앞으로 도달했습니다. 다음행동을 선택해주세요."
"사람만큼이나 신도 많은게 여기 특징 아니겠나요? 그래도 그런 존재들 역시 이런곳에서 살아숨쉬고 있다면 좋겠네요~"
세상에는 분명 인지를 초월한 일들이 일어나기에, 그것은 도무지 사람이나 자연 자체의 능력으로선 있을수 없기에 신이라는 존재를 만들곤 절대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그들을 신봉하며 추앙했다. 그렇게 억지로 자신과 급의 차이를 두어야 믿고 의지할 것이 생기거니와, 좋은일이나 나쁜일이 일어나면 그들이 도왔다 하거나... 그들의 탓으로 돌리기도 할테니까. 누가 그랬던가? 하늘은 만물아래 평등하거늘 인간은 변덕이 죽끓는듯 하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만약 신들이 정말로 살아숨쉬는 존재라면... 마냥 허상이 아니라면 자신들처럼 고뇌하고, 슬퍼하며, 기뻐하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펼치곤 했다.
이름난 가문의 자식이건, 유명한 회사 사장의 2세이건, 그런건 사람을 사귀는데에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의 입장에선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그런 사회적 위치가 누군가에게 길을들이는데 부가적인 요소일뿐, 필수조건이랄게 되던가?
어느덧 큰길로 들어서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었을때즈음, 불현듯 생각이 난건지 이름을 물어오는 그에게 그녀는 생긋 웃어보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격식을 차리고 싶다거나 혹은 부담스럽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온 습관이었고 자신의 말버릇이었다. 물론 거기서 더 들어가자면 조금 더 이유가 있었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이 후배에게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기에 그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며 일단 그녀의 말에 그는 대답했다.
"아니요. 이키노네 씨라고 부를게요. 물론 이름이 더 짧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발음으로만 따지자면 크게 차이도 없고, 그냥 제 말버릇 같은 것이거든요. 요비스테는... 잘 안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조금 선을 긋는 느낌처럼 보인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굳이 성에다가 씨를 붙이면서 나름의 호칭을 유지했다. 그녀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하물며 정말로 친한 소꿉친구에게도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그냥 성으로 부르면서 반말로만 대하는 정도이니. 물론 그에 대한 이유도 상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지금껏 가족과 친척을 제외하고 그에게 요비스테로 불린 건 단 한 명뿐이기도 했으니 더더욱.
"제가 호칭을 이렇게 정하는 것처럼, 이키노네 씨도 편한대로 불러도 괜찮아요. 너무 이상한 별명만 아니라면야."
그래도 보통은 시미즈 선배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옆으로 다시 틀어 조금 한적한 길가로 들어섰다. 그러자 저 편에 커다란 료칸처럼 보이는 건물이 하나 시야에 들어왔다. 그보다 조금 더 옆에는 제법 큰 크기의 일본의 전통 저택 느낌의 건물이 있었다.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크기의 마당이 있으며 2층 크기의 저택은 상당히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저 료칸 건물이 바로 가미즈미 온천이에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것은 제 집이자 가미즈미 온천을 운영하고 있는 시미즈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저택이기도 하고요. 그와 동시에 제 집이에요."
말 그대로 자신은 집으로 온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다시 한 번 료칸 건물을 손으로 가리켰다.
"일단 료칸으로도 쓰고 있긴 하니 숙박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온천으로서도 이용할 수 있어요. 편할 때 얼마든지 이용해보세요. 물이 정말로 좋거든요."
아무래도 그가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데에는 격식이나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라기보단 다른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아니면 자신만의 고집인지 모르겠지만... 단호하게 말한다면 그녀 역시 강요할 이유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말할 이의 선택사항일 뿐더러 이름을 묻는 이에겐 늘상 해오던 말이었으니까,
그렇게 두고 보자니 굳이 성씨를 고수하는 이유도 궁금하긴 했지만 당연스럽게도 그럴만큼 낮이 익은 상대도 아니니 그 질문을 굳이 꺼내진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아는 재미로 남겨두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을까?
"이상한 별명만 아니라면야, 라고 하시니까 괜시리 더 이상한 별명을 붙이고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지금 당장 생각나는건 없으니 나중에 정하는걸로 하고 지금은 선배님 정도로만 부르는게 더 재밌겠네요~"
프렌치엔젤피쉬는 단 하나의 반려만 들이는 올곧은 물고기지만 그만큼 저만의 고집이 있었다. 그것은 제 외모가 바뀌고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사항이었고, 그런 생태가 보면 볼수록 그와 겹쳐보이기 때문일까? 그녀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안내하는 길을 따라 다다른 곳에는 확실히 커다란 료칸이 있었고, 그 옆에 위치한 꽤 큰 크기의 전통가옥도 있었다. 역시 관광지답게 저택의 모습도 본격적이구나, 라고 생각하던 그녀에게 그가 설명을 달아주었을까?
"아하하. 가능하면 생각으로만 해주세요. 안 그래도 요즘 생각도 못한 별명으로 불리는 일도 있어서."
이를테면 키라키라쨩이라던가. 따스한 봄날에 자신을 그렇게 불렀던 한 여학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키라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별명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키라키라쨩이라니. 정말 잊을래야 잊기 힘든 임팩트였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괜히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관리했다.
아무튼 료칸과 전통가옥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무슨 말이 나올지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에 그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야했고, 가미즈미 온천을 알고 이용해주는 고객이 하나 더 늘어난다면 저로서도 나쁜 것이 아닌걸요. 김에 가족 분들에게도 홍보 좀 해주면 고맙고요. 아. 물론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물론 진심으로 해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좋게 봐주시고 이용 많이 해주세요 정도의 비즈니스적 말과 미소를 보이면서 아키라는 다시 한 번 쭉 위로 기지개를 켰다. 일단 집으로 가서 오늘은 수면을 푹 취하면서 몸에 녹아있는 이 피곤함을 풀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는 막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이어 대답했다.
"그리고 온천이건 회사건 오래 가려면 이용해주는 고객 분들이 좋은 분이어야 하는 법이고요. 가미즈미 온천. 많이 이용해주세요. 많이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좋은 곳인지 아닌지는... 직접 이용한 후에 느껴봐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시미즈 집안의 사람인 제가 아무리 좋다고 하는 것보다 직접 물을 경험해보고 느껴보는 것이 효과적이잖아요?"
나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아키라는 슬슬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스즈는 조금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의 의도가 어떠했던 상대방이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작은 행동들 하나하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즈는 눈 앞의 작은 소녀가 알고보니 자신의 선배였다는 것에 적잖이 놀랄 수 밖에 없었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는데다가 말투에서 느껴지는 묘한 연륜에 금방 그렇구나- 하고 순응했다.
" 좋게 봐주니까 기쁘네. 선배님이 좋게 봐주니까 더 기쁜 것 같아~ "
조금은 어린아이를 대하는 말투였을까. 스즈는 살짝 몸을 낮춰 눈을 마주보곤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행동한 스즈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싸우기 싫고, 무섭다. 도망치고 싶지만 이 성격탓에 그랬다간 몇 날 며칠이고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몸이 먼저 반응했을 뿐이었다.
" 응~ 만반잘부에요~ "
순간 머리를 쓰다듬어 줄 뻔 했다. 다시 몸을 일으키곤 일전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았다.
" 혹시라도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말야, 나한테 알려줘! 사실 그런 놈들은 별 거 없어~ 한 대 때려주면 된다구! "
토와의 오늘 풀 해시는 과거의_자신을_만난_미래의_자캐가_해주는_한마디 과거가 언제냐에 따라 다르네요~ n년 전이라면 "적절한 해소를 추천해요" 작년 여름~가을쯤이라면 "영원에 가까운 걸 놓는다.. 일까요?" 재작년 여름쯤이라면 "인연은 선택이지요. 제가 주는 선택지 중에서 선택하시겠나요?"
요조라의 생활 패턴은 보통 저녁에 시작한다. 오전에서 낮에 걸쳐서 자고, 늦은 오후부터 다음날 등교할 때까지가 활동하는 시간이다. 시간적으로는 남들과 비슷하지만, 낮밤이 뒤바뀐 생활인 것이다. 이런 생활을 이미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요조라였기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지내왔다. 그래서 평일에도 휴일에도, 똑같은 패턴으로 지내며 나름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는 걸 요조라는 알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이라며 머뭇거릴 뿐이었다.
이제 여름의 초입에 접어든 어느 주말, 일요일 아침, 평소라면 슬슬 잘 준비를 할 시간이었지만 요조라는 잘 준비 대신 외출 준비를 했다. 하얀 민소매 셔츠에 얇은 여름용 가디건을 입고 연분홍색의 긴 쉬폰 치마 아래엔 갓 세탁한 하얀 캔버스화를 신었다. 손엔 작은 외출용 가방을 들고 현관에 서서 거울을 보고 있으니, 거실에서 마히루가 나와 말을 건다.
마히루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연다. 아무런 약속도 예정도 없이, 요조라는 일요일 외출을 나섰다. 전혀 졸려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졸리진 않지만 상태는 평소랑 크게 다를게 없는지 걸음은 느릿느릿하다. 아니면 그냥 느릿하게 걷는 걸지도 모른다. 집에서 나와 한참을 걸어가니 작은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역시 주말이라 그런지 늘 북적이던 정류장엔 사람도 없고 조용하다. 요조라는 빈 정류장에 다가가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곧 무슨 버스가 오고, 지나갈 거라는 안내 목소리만 빈 공간을 울린다. 운행 전광판을 잠시 올려다보던 요조라는 가방에서 폰을 꺼낸다. 폰으로 지도를 켜서 이쪽 저쪽 확대했다 줄였다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머리, 안 묶었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성가시지만 이제와서 묶기도 귀찮다. 그러니 깨닫고도 손은 대지 않은 채, 한동안 폰을 보며 정류장에 앉아있었다.
주사위의 값에 부실이 째로 반으로 갈라진다면, 그것 또한 trpg의 본질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만. 작은 몸집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노기서린 한쌍의 적월이 당장에라도 그러한 재앙을 불러 올 것만 같다. 테츠야의 다이스도 덩달아 겁을 집어 먹었는지 연달아 좋은 결과를 내놓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까스로 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그런 상황이 썩 나쁘게 와닿지는 않았는지 재앙의 전조를 드러내는 눈동자는 다시 눈꺼풀 뒤로 숨어버리고, 소녀는 다음 행동을 위풍당당히 지시한다.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었다만, 마냥 어린 아이로 봐서는 또 곤란하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오해 없이 청렴한 것이 제일일테니. 절대로 아이 취급을 받는 것이 신물이 난 것이 아니다. 다소 엄한 표정을 지으며 강조한 연유란, 단지 그것 뿐이었다. 아무튼간에 그렇다.
'...그나저나 전혀 선배를 대하는 말투가 아닌 것 같은데, 내 착각인게냐?'
주어만 선배님으로 치환되었을 뿐인게 아닌가 하는, 그런 의문을 잠시 뒤로 미뤄두었다는 것은 후문.
"그것은 생각해보마."
은인은 은인이나, 사실 또한 사실. 도검의 신의 눈에는 이 앞의 소녀가 그 손으로 누군가를 지키기는 커녕, 반대로 몰매나 얻어맞지 않으면 다행인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방금과도 같은 상황 없이 스즈가 지금같은 발언을 했더라면, 평소처럼 일갈을 했을 것이었다. 그것을 참고 지금같은 감언이설을 하는 것은 은인에게 보내는 나름의 존중이었다. 그녀 자신도 자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가. 그런만큼 그녀가, 현재 전혀 선배처럼 보이지 않는 작은 몸을 하고 있는 자신보다도 솔직하게 더욱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사실.
"슬슬 빠져나가는 것이 좋아보이는구나. 이런 누추한 곳에 머물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방금 전 틈을 보아 날붙이로 살짝 주마등을 비추는 것으로 겁을 줘서 치들을 쫓아냈으나, 요즘의 악동들은 상당히 악질도 존재한다고 하는 모양이니... 계속 여기서 머물러서야 좋지 않겠구나 싶은 시로하는 저먼저 발걸음을 볕이드는 바깥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요일. 토요일엔 자지 못한 잠을 몰아서 자느라 정신이 없고, 일주일에 유일하게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날이다. 하지만 역시 피곤에 찌든 몸을 토요일 단 하루로 푸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기에 막 잠에서 깬 나는 몰려오는 근육통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누워있을 수는 없는 일. 밀린 집안일을 해야하는 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난다.
" 아윽 ... "
인간의 몸은 불편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렇기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불편하다는 것을 납득시켜주긴 어렵고 그저 자기만족의 해석일뿐이라고 생각한다. 방에 쳐져있던 커튼을 걷자 방 안에 가득했던 별자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미안, 이따보자. 오늘은 청소를 할까 싶었지만 나가서 할 일이 생각나서 그것부터 해결하고 오기로 마음먹는다. 슬슬 여름의 시작이라 그런가 더워지는 날씨에 오늘은 안경은 쓰지 않기로 하고서 얇은 검은색의 면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서 검은색의 반팔 베이직 셔츠를 입는다. 조금 거뭇거뭇한 코디인가 싶지만 흰색 신발로 포인트를 줘서 흰색의 머리와 어울리게 매치해본다.
" 잠깐 나갔다올께~ "
리리에게 들리게끔 소리친 나는 에코백 하나를 들고서 길거리로 나선다. 생각보다 강렬한 햇빛에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대충 손으로 눈가에 그늘을 만든채로 길거리로 나간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정류장에도 사람이 꽤나 많았다. 기온이 꽤나 높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땀방울이 떨어질법했지만 미리 버스 시간을 보고 나온터라 길게 기다리는 일 없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환승해야하는 정류장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이라 나 혼자서 버스에서 내린 나는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오, 호시즈키양! 여기서 다 보게 되다니, 반가워요. "
특이하게도 별로 졸려보이지 않는 인상이었다. 일요일만큼은 주말이라 컨디션이 좋은걸까. 잘보니 화장도 하고 있었고 어딘가 놀러가는듯한 차림이었다. 나는 그녀 옆에 살짝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앉으며 말했다.
정류장에 앉아있는 동안, 버스가 두번은 요조라의 앞을 지나갔다. 두번 모두 그냥 지나치길래 여긴 어지간히도 내리는 사람이 없구나, 하고 요조라는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이쪽으로 걸어온 것이기도 하다. 앉아서 방해 없이 느긋하게 생각하기에 딱 좋은 자리였으니까. 충분한 시간은 사람을 차분하고 고요하게 만들어준다. 그 속에서 차근차근 쌓은 생각은 분명 오늘을 무탈하게 보내게 해줄 것이 분명...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저 버스가 정차해서 내린 사람과 마주치기 직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 안녕하세요..."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아닌 코세이였다. 여태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오늘인 건지 모르겠다. 순간 저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먼저 흘러나와 버렸지만, 요조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인사를 했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내린거니 알아서 볼일 보러 가겠지, 학교에서처럼 어울릴 일은 없겠지, 그러니 지금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앉는 기척이 나길래 힐끔 보니 조금 떨어진 자리에 코세이가 앉았다. 어라, 안 가네, 버스 기다리나? 그렇겠지? 평소보다 많은 생각이 요조라의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그 생각들을 조용히 쓸어버리며 요조라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 폰을 꺼 가방에 넣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 채 들려오는 물음에만 대답한다.
"그냥, 나왔어요... 일요일, 이라서..."
사실 정말로 그냥은 아니었지만, 요조라가 코세이에게 그걸 시시콜콜 얘기해줄 리가 없다. 드림캐쳐나 라인을 주고받았더라도 요조라에게 코세이는 아직 선 밖의 타인이다. 언제든 멀어질 수 있고,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요조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전과 같이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으며 조용히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만 보았다.
나를 보자마자 작은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보면서 그저 웃어보인다. 평소에 만났을때 내가 너무 피곤하게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납득해본다. 사실 지금도 그 한숨은 신경도 안쓴채로 친한척을 해볼 생각이었다. 물론 너무 과하면 싫어할테니까 평소처럼 적당히, 하지만 살짝 정도를 더해서?
" 라인으로 몇번 듣기는 했지만 직접 보니까 잠은 꽤 잘자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
리리가 선물해준 드림캐처가 효과가 있었나보다. 하긴 잠의 신이 직접 만들어준 것인데 효과가 없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평소처럼 방글방글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쪽을 바라본다. 긴 흑발의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에 옷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길게 내려온 머리는 이 여름 날씨엔 꽤나 답답해보이는데.
" 저도 일요일엔 할 일을 해야해서 나왔네요. 더워서 나오기 싫었는데 말이에요. "
핸드폰을 열어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갈아타야하는 버스는 꽤나 기다려야했기에 조금 낭패였다. 더위에 약하기에 이렇게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금방 어지러움을 느끼곤 했다. 아무래도 별의 신이니까 태양과는 상성이 안맞는단 말이지. 하지만 태연한척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나는 다시금 그녀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 혹시 점심 먹었어요? 안먹었다면 같이 먹는건 어때요? "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말이에요. 살짝 웃으며 말한 나는 버스 시간을 띄워주는 전광판을 흘끔 바라본다. 사람이 없는 정류장이라는건 그만큼 지나다니는 버스도 없다는 것이다. 다음에 오는 버스도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었다.
대놓고 한숨을 쉬고, 딱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는데도, 어쩜 저렇게 한결같을 수 있을까. 요조라는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이니까 한계는 있을거고, 요조라는 가만히 기다릴 뿐이다. 상대가 이제 됐어, 라고 말하는 때를.
"그래봐야, 기분탓... 이겠죠... 패턴은, 그대로니까..."
최근 잠을 잘 자게 되었어도 패턴 자체가 바뀐 건 아니니, 잘 잔다는 느낌도 그저 기분 탓일거라고, 요조라는 말했다. 날씨도 풀렸고 계절도 벌써 여름이니까, 그래서일거라고, 한낱 드림캐쳐가 뭐 그리 대단하겠냐고 생각한다. 그러다 시선이 느껴지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 옆으로 굴렸다가 되돌린다. 정면 어딘가, 도로 저 멀리 어디쯤을 보며 말한다.
"그러세요... 이 정도면, 저한테는... 딱인데..."
코세이가 무슨 볼일이 있는지 어딜 가는지는 요조라에게 전혀 관심사가 되지 못 했다. 애초에 마주칠 걸 생각도 못 했는데, 갑자기 마주쳤다고 해서 없던 관심이 생길 리가 있을까. 요조라는 날씨가 덥다는 둥 하는 말에 자신은 지금이 좋다며 정반대의 말을 하고, 타야 할 버스가 제법 걸리는 것을 확인했다. 어차피 오늘은 남는게 시간이니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다. 대신 자리를 조금 옆으로, 코세이와 반대쪽으로 한칸 정도 옮긴다. 앉았던 자리에 가방을 살짝 내려두고 대답한다.
"점심은... 갈 곳이, 있어서요..."
오늘 중에 정해진 예정은 없었지만 점심을 먹으러 갈 곳은 미리 정해뒀었다. 꽤 전부터 벼르던 곳이라, 오늘 하루가 엉망이 되어도 거기만큼은 꼭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따로 볼일이 있는 코세이와는 같이 먹을 수 없겠다는 말을 하곤, 요조라는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 기분도 컨디션에 영향을 끼치니까요. 기분탓이어도 그렇게 느껴진다면 컨디션에도 분명 영향이 갔을거라고 생각해요. "
물론 정말 기분탓일리는 없다. 그렇게 치부하고 있을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그걸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테니 웃어넘길뿐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보니 그냥 저 멀찍이 보고 있는듯했다. 여전히 재밌는 소녀라고 생각하면서 입가의 미소는 조금 더 짙어진채로 그녀의 말에 답했다.
" 확실히 저번엔 추위를 좀 타는 편인것 같았으니 여름이 괜찮으실지도 모르겠네요. "
으 태양빛이 강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모자 같은거라도 쓰고 오는건데. 하필 햇빛의 위치가 버스 정류장 안쪽에는 그림자를 지게 하지 않아서 직사광선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정말 태양의 신님, 이 빛 좀 어떻게 해주시면 안될까요하고 마음속으로 작게 빌어보지만 안된다고 하며 호쾌하게 웃는 그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와 거리를 두며 앉고서는 그 사이에 가방을 둔다. 더운 마당에 붙어 앉을 생각은 없었기에 가방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나도 정면을 바라본다.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간간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지독한 햇빛을 피하기 위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 오 ... 혹시 뭐 먹으러 가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
점심은 따로 갈 곳이 있다는 말에 물어본다. 나중에 검색해보고 괜찮다싶으면 리리라도 데려가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가미즈미 마을에 내려온지 3년차이지만 역시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니트족과 가까운 생활이라 안가본 곳이 생각보다 많았다. 물어봐도 안알려줄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거절은 이미 익숙하다.
" 같이 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건 불편하실 것 같으니까요. "
슬쩍 떠보기는 하지만 확률 낮은 도박이다. 어차피 밖으로 나온 이상 점심은 해결하고 들어가야했기에 기왕이면 누군가와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게 요조라가 될지는 몰랐지만.
말이라면, 무슨 말인들 못할까, 요조라는 그 한마디가 목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삼켰다. 일일이 대꾸 해봐야 체력 낭비다. 오늘은 이제 시작했을 뿐인데, 여기서 기운도 체력도 다 쏟고 돌아가는 바보 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오늘, 잠도 안 자고 나온 의미가 없어진다. 요조라는 오늘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기 싫었다.
"그러세요."
그래서 다소 딱딱하게, 말끝이 늘어지지 않는 한마디를 툭 던졌다. 바보 같은 언쟁은 싹이 트기 전에 잘라버리는게 좋으니까.
추위에 약한 요조라가 여름에 강한 건 맞지만, 그래도 한여름에도 남들과 비슷하게 더위를 탄다. 하지만 꼭 있다. 겨울에 약한 사람은 여름을 잘 버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 사람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눈을 가늘게 좁히며 옆으로 흘겨보는 시선은 그런 의미였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죠..."
그 생각을 꼬집듯이 말하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린다. 요조라는 가장자리에 가깝게 앉아서인지 얼마 되지 않는 그늘이 얼굴에 드리웠다. 덕분에 따가운 햇살을 어느 정도 피하며, 다시금 버스 전광판을 본다. 시선을 전광판에 둔 채 말한다.
"갈 곳, 이, 있댔지... 먹을 걸, 정했다곤... 안, 했어요..."
요조라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갈 곳이 있다고.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는게 뭘 먹을지 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조라가 그곳에 가려는 건 그 장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소에 의미가 있지, 뭘 파는지는 부가적인 요소라 생각해두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말한 요조라는 하, 작은 한숨을 다시 내쉰다. 표정이 바뀌었을 것 같지만, 고개를 제법 크게 돌렸기 때문에 보이는 건 늘어진 검은 머리 뿐이다.
"일,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의미, 없는, 소리... 적당히, 하세요..."
그런 대화 도중, 때마침이라고 해야 할지, 전광판으로부터 타야 하는 버스의 도착을 알리는 안내가 나온다. 요조라는 기껏 내려놓았던 가방을 다시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서서 버스가 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듣던지 말던지, 하듯 중얼거린다.
"아니면, 전처럼, 마음대로, 하시던가..."
버스는 곧 도착한다. 요조라는 하얀 가방의 끈을 어깨에 걸고 서있다가 버스가 멈추면 천천히 올라탔을 것이다. 그리고 비어있을 뒷자리 2인석으로 가 창가쪽에 앉아, 익숙하게 시선을 창 밖으로 향했을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 치고는 매우 효율적인 수면으로 잘 자는 편이긴 하죠..?(1시 2시까지 공부하고 6시에 깨는 이들이나. 게임하느라 밤샐 뻔하는 이들을 감안하면) 1시 2시.. 거의 3시까지 공부하고 6시에 깨고 그러는 학생으로 어긋나기를 바라시는 건가요? 라고 조금 장난스럽게 묻겠네요~
유난히 더위에 약한 편이었다. 겨울은 햇빛의 기세가 약한데다 기온도 낮으니 잘 견딜 수 있지만 여름은 그게 안되니까. 그렇다고 추위를 덜 타는건 아니고 그냥 여름이 겨울보다 더 싫은 것뿐이다. 휴, 얼른 버스가 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녀가 바라보는 눈빛을 보긴 했지만 모른척한다.
" 아, 점심에 간다길래 맛있는 곳이라도 가시는줄 알았어요. "
맛집이 아니었구만. 조금 부끄러워져서 볼을 긁적인다. 사실 모르는 맛집을 알 수 있는걸까, 하는 기대도 약간 있었기에 더 그랬다. 한숨소리가 들려왔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모른척한다. 싫었으면 진즉에 대화를 끊고 갔을 사람이라는걸 이젠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아서 그랬다.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얘기겠지.
" 엑, 의미 없는 소리나 하는 실없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에요. "
아무 말이 주저리주저리 내뱉는 것 같지만 모든건 목적이 있고 의도가 있는 말이다. 애초에 학교에선 남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경우도 많이 없고 어디까지나 들어주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너무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으면 먼저 말을 걸곤 하지만 ... 아, 그런 모습을 보여준적이 없어서 그런가. 하지만 뒤이어서 나온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오늘도 같이 실례 좀 해도 될까요? "
괜히 즐거운 느낌이 들어서 싱글벙글한 미소와 함께 정류장으로 오는 버스를 바라본다. 마침 더위에 지쳐가고 있을 때라 나이스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따라서 버스를 올라탔다. 무더운 날씨라 버스 안은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두고 있었고, 차가운 공기는 마치 생명의 기운처럼 느껴졌다.
" 생각해보니 이번 호타루마츠리에도 노점으로 나오시겠네요. "
뒷좌석 창가쪽에 앉은 그녀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고서 물었다. 저번 마츠리에도 나왔으니 이번에도 노점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대목을 노릴 수 있는 기회인데 그날 노점을 나오지 않는 상가가 드물기는 했지만.
>>788 >>794 6시간 수면에서 3시간 수면이라니 반토막이잖아~! 코로리에게 효율적인 협박법을 파훼하다니 역시......... 토와..... 똑똑해..... (`・∀・´) 코로리 그건 안된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문자테러할지도 ( ◠‿◠ ) 그리고 반쯤 실업신..... 아마 과학이 계속 발달해서 아무도 잠을 자지 않는 세상이 오면 코로리는 사라지겠지~!
>>795 안녕히 주무세요라니, 일 힘내세요 라니~! 착하고 예쁜 후링이라고 말했던 거 역시 틀리지 않았다~! 코로리는 뿌듯하대 (*´ω`*) 코의 일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그 생각했어~! 코코코~!
늦은 거 같지만, 캡틴이랑 세이주랑 코토하주 좋은 오후야! 목요일도 힘내라구! ( ´∀`)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214 자캐는_남을_위해_무언가를_포기한_적이_있는가 : 많이 포기했지. 뭔지는 비밀이야.😉
467 자캐의_이름에는_어떤_의미가_담겨_있는가 : 코우사치와 카루타 모두 의미가 있지. 코우사치는 요행僥倖에서 행倖의 음독과 훈독을 붙인 거고. 요행 그 자체를 성으로 써도 되겠지만, 僥가 자체적으로 방법이 없으니 요행의 행에서 코우요, 사치를 붙여 코우사치라 읽어야 한다 바득바득 우기고 있어. 카루타는 놀이인 카루타와 유리로 된 꽃이 많다는 뜻으로도 직역돼. 특히 후자의 뜻은 아주 먼 과거 유리로 된 꽃은 보는 것 자체로도 귀해 행운이었으니, 뜻밖의 행운에 홀려 손을 베이지 말라, 즉 욕심 부리지 말라는 뜻이기도 해.
65 자캐에게_어울리는_계절은 : 여름. 무덥고, 습하니까. 뭔가에 홀리기 딱 좋은 계절이지. 겨울도 어울리는 편이야. 복실하니까.🙄
시선을 봤음에도 못 본 척 하고, 한숨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못 들은 척 하고,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건 마히루와 비슷한데, 행동이나 느낌은 다르다. 아니, 고작 한살 차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맞다. 마히루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위일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든다. 분명히 자신과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고 교내에 있는 걸 보았음에도, 요조라는 상대가 자신과 동년배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질감이, 저 여유가, 어쩐지 거슬렸다. 마치 자신을.
"그러세요..."
코세이는 스스로를 실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요조라에겐 매번 빈말이나 해대는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게 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주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떡하겠는가. 이게 다 상대의 언행 때문이라고, 요조라는 은근슬쩍 넘겨버린다. 별로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 특히나 코세이에 관해서는.
이미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 요조라가 더 할 말은 없었다. 실례 좀 하겠다는 말에 힐끔 시선을 주었다 거둘 뿐이다. 곧 도착한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으니, 굳이 옆자리에 앉는 행동에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조라는 이번엔 돌아보지 않았다. 창틀에 기대 고개를 창 쪽으로 돌리고 지나가는 바깥을 보았다. 물음이 들려와도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만 대답했다.
"그렇죠... 어떻게, 할, 지는... 모르지만..."
노점을 내긴 할 거지만 무엇을 팔 것인지는 아직 다 정해지지 않아서, 아마 오늘도 마히루와 부모님은 그걸 얘기하느라 바쁘실 것이다. 그래서 평소라면 가족 중 누군가와 같이 나왔을 외출을 요조라 혼자 나왔다. 모처럼이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런 동행이 생길 줄은 몰랐다. 차라리 아까 딱 잘라 거절할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지만 이미 늦어도 너무 늦다. 그리고 거절했대도 상대가 곧이 곧대로 받아준다는 확신도 없다. 그래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한가지 말해둬야 할거 같아서, 요조라는 말을 덧붙인다.
요컨데 가서 식사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불평하지 말란 소리다. 말한대로 따라온 건 코세이가 마음대로 군 거니까, 요조라는 그에 책임 지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은 아닌 듯 하니, 이 정도 말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요조라는 입을 다물고 창 밖만 바라보았다. 버스는 시내가 아닌 외곽으로, 건물보다는 나무가 더 많이 보이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후나가츠히메 TMI 주세요! 우리 후나가츠히메... 체력은 좋은 편인가요? - 아주 좋아. 운동장 20바퀴 뛰어도 멀쩡함...
목소리 톤이 높나요 낮나요? - 낮은 편이야. 허스키한 쪽은 아니고 잔잔하게 낮은 느낌이지~ 지난번에 한 번 올렸던 적 있는데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돼~ https://youtu.be/w8qzdjaEGVc
악력은 몇 나오나요? - 그의 주먹에 맞은 자는 다시는 개기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지...( ◠‿◠)(날조) 가미즈미 불주먹답게 아주 강해. 그렇지만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라 맨손으로 벽돌을 찢는다든지 하는 차력쇼는 일단 못해~ 여담으로 치악력도 엄청 세. 링고아메를 요령 없이 생으로 우적우적 씹어먹을 수도 있어~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바닷가에 모여들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면 장사를 하고자 하는 이들도 모이기 마련이었다. 이를테면 지금 아키라의 앞에 서 있는 구슬이 나오는 추첨기 노점도 그 중 하나였다. 1등은 고급호텔에서 2박이나 쉴 수 있는 무료 숙박권이 걸려있었고 2등은 유명 디저트 뷔페 무제한 2인권, 3등은 캠핑세트. 4등은 영화관 5회분 무료 이용권. 그리고 5등은 초콜릿이 발린 막대과자. 정도였다. 그 아래는 말 그대로 꽝.
당연하지만 아키라는 4등 상품을 정말 유난히 보고 있었다. 1등, 2등, 3등도 다 탐이 나긴 하지만 역시 가장 눈이 가는 것은 4등 상품이었다. 저 정도면 나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침을 꿀꺽 삼킨 후에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한 번 뽑아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살며시 손잡이를 잡았다.
데굴데굴데굴데굴.
"......"
이내 튀어나오는 공의 색을 확인해보겠다는 듯, 아키라는 눈이 빠져라 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거기서 나오는 것은 몇등이었을까?
구슬이 나오는 추첨기. 그것은 일본 매체라면 한번쯤은 나와야 하는 그런 것. 토와는 그것을 보고는 눈이 간 모양입니다. 오늘 나온 건 문제집을 사러 나온 것이니만큼 한손에는 문제집이 담긴 종이백이 들려 있었지만. 무겁지는 않았으니까요. 구경하다가 아키라가 추첨기를 돌리는 것을 보고... 궁금해진 모양입니다.
"궁금해지네요" 꽝만 아니면 좋긴 한데요.라고 생각하면서 토와도 앞으로 나오려 합니다.
"시미즈 씨. 안녕하세요?" "몇등 걸렸나요?" 무슨 색인지 잘 안보이는 거리였기에 접근하면서 아키라에게 궁금하다는 듯 물어보려 하는 토와입니다. 나도 해볼까. 싶어하면서 상품 목록도 다시 보네요.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모습 이외의 모습을 보여준적은 없다. 학교에선 남들에게 말도 많이 안거는데다가 거의 듣는 사람 입장이라서 요조라가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아니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렇게 말해봤자 상대방이 믿어주지 않으면 의미 없는 일이다. 창틀에 기대서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
" 이번에도 기대 되는걸요. "
저번에 샀던 화과자들은 정말 만족스럽게 먹었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 호시즈키당에 가서 나눠먹을 화과자를 구입했었고-그때마다 요조라는 없었지만- 이번엔 마츠리에 노점으로 내는 것이니 사쿠라마츠리때처럼 마츠리에 걸맞는 화과자가 나올 것이란 생각에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생각에 싱글벙글하고 있을때 그녀의 말이 들려온다.
" 그런걸로 불평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
제멋대로 따라나섰는데 그런걸로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아니다. 귀신과 실없는 사람이라는 오해에 이어서 또 다른 오해가 생길까 손사래까지 쳐가며 부정한다. 정류장에 사람이 없던 것처럼 버스 내부도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보아하니 노선 자체가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 외곽으로 나가는 노선이라 그런것 같았다. 창 밖의 풍경도 도시의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없었다.
" 생각보다 멀리 나가네요. "
불평이라기보단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슬쩍 본다. 이미 도시의 풍경은 많이 사라졌고 숲 옆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뿐이었다.
그 순간 들려오는 토와의 목소리에 아키라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토와에게 인사를 했다. 몇 등이 걸렸냐는 물음에 그는 뒤이어 구슬의 색을 확인했다. 그 순간, 노점 주인은 딸랑딸랑 울리는 종을 들고 살며시 흔들었으며 4등이 나왔다는 말과 함께 정말로 영화 무료 이용권 5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당연하지만 4등을 노리고 있던 아키라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기에 두 눈이 휘둥그래져서 입만 뻐끔거렸다.
"어. 어. 어."
다시 한 번 확인해봤지만 구슬은 4등이었고 그에게 쥐어진 것은 영화 무료 관람권이었다. 그것도 5장이나. 거기다가 4DX도 된다고 하질 않는가. 그 순간 아키라는 크게 아자!! 자세를 취하면서 힘껏 소리를 질렀다.
"됐다!! 한번에 됐다!! ...는. 어흠."
순간 자신을 잃을 뻔 했으나 토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아키라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살며시 뒤로 빠졌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면서 미소지어 이야기했다.
"보다시피 4등이에요. 제가 원하던 거라서 엄청 운이 좋다고밖엔 할 말이 없네요.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돌려볼까 싶기도 한데. 토와 씨도 한 번 하시게요?"
1.영화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고 일단 벽지는 약간 연한 베이지식 벽지에요. 그리고 하얀색 책상이 있고 그 위에 하얀색 노트북이 올려져있어요. 그 옆에는 공부할 때 쓰는 책들이 있고 사진이 담겨있는 작은 액자도 벽에 걸려있고. 그 뒤로는 침대가 있고 대충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2.아키라:...... 아키라:학생회장 일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출마하는 거 다시 한 번만 생각해봐. 과거의 나. (진지)
"안녕하세요. 잠깐 문제집 사러 나왔는데 이런 행사가 있네요" 정말 전통적으로 그냥 돌리는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야.. 전자식으로 하는 것은 어쩐지. 빠르게 휘발되는 듯한 기분이 있기도 한 만큼..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키라가 어어어거리는 것과 함께 살짝 흔들린 종은 4등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하.." 사실 아키라가 기뻐하는 소리에 살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아키라가 헛기침을 하는 순간 평소처럼 돌아옵니다.
"원하던 게 나와서 많이 기쁘신 모양이네요"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한번 하겠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돈을 내고 돌려보려 합니다.
딸랑딸랑. 2등 구슬이 나오자 노점 주인은 정말로 크게 축하하면서 해당 상품을 토와에게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뭐지? 여기 이렇게 잘 나오는 편이었나? 이거 확률 엄청 높은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침을 꿀꺽 삼키고 지갑을 다시 꺼냈다.
"저 이거 한 번만 더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얻을 것은 얻었으니 한 번만 더 돌려보자는 마음으로 계산을 한 후, 그는 토와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 이야기했다.
"2등이나 나오다니. 축하드려요. 운이 상당히 좋으신걸요? 디저트 뷔페 좋아하세요?"
일단 누군가와 같이 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니 누군가와 같이 갈까? 아니면 혼자서 갈까? 그거와는 별개로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침을 꿀꺽 삼키며 그는 손잡이를 잡고 뱅글뱅글 돌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엔 난 1등을!"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 아키라는 진지했다. 어쩌겠는가. 4등, 2등이 나오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야 만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이었다.
"와. 2등이네요." 작은 티켓이었지만. 봉투에 담겨 있으니 나름 있어보인다는 듯 흔들거리고는 쇼핑백 안에 툭 집어넣습니다. 오히려 지갑보다 이게 더 안전할지도?
"디저트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많이 먹는다. 그런 쪽은 아니긴 하네요."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편이다 보니 많이 먹는 타입은 아니긴 하다. 대신 질을 따지는 편일까? 누군가와 같이 가는 것도 좋겠는데.. 그리고는 돌아갈까 싶었지만. 한 번 더 하겠다는 뽑기의 망령이 살짝 붙은 듯한 아키라를 보고는 동공이 아주 약간 좁아졌고. 흥미롭다는 생각으로 지켜봅니다.
"뭐어. 다 좋을 수는 없는걸요." 꽝이 나오긴 했지만. 이미 원하는 걸 하나 얻었으니 좋은 게 아닐까요?라고 말하면서 토와도 재미로 하나쯤 더해보기로 합니다.
"당연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1등이 나오거나. 또 2등이 나오면 더 좋긴 하지요" 빙글빙글
자신은 꽝이 나왔지만 이후에 돌린 토와가 3등을 뽑아내고 또 다시 종이 딸랑딸랑 울리는 것을 보면서 아키라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왜 나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순간적으로 호흡을 정리했다. 그래. 맞아. 한번 정도는 꽝이 나올 수도 있잖아? 그런 것 뿐이야.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지갑에서 또 다시 돈을 꺼냈다.
"한 번 더요. 그리고 토와 씨는 축하해요. 이번엔 3등이네요. 캠핑세트도 받게 되었는데. 그건 어쩌실건가요? 아. 가미즈미 해변가에서 캠핑은 안되는 거 아시죠?"
물론 텐트는 칠 수 있지만 거기서 캠핑을 하는 것은 일단 금지되어있었기에 그는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토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을 마친 후, 그는 다시 한 번 손잡이를 잡았다. 뱅글뱅글. 상당히 돌리는 것이 빠른 것으로 보아 정말로 진지하게 돌리는 것임에는 분명했다. 그야 그렇지 않은가. 바로 눈 앞에서 3등까지 나와버렸으니 이번엔 자신도 2등이나 3등을 뽑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에. 그러다가 4등이 나오면 더 좋을 수도 있고.
"그건 그렇고 토와 씨는 운이 상당히 좋네요. 혹시 이전부터 운이 좋았던 편인가요? 이런 곳에서 경품을 두 번 연속으로 뽑는 경우는 본 적이 없거든요. 여기가 확률이 꽤 높나?"
"아. 그래요. 그래요. 그러니까 많이 많이 돌려주세요! 네. 네."
당연히 상술이었으나 아키라의 귀에는 정말로 그런 것처럼 들려왔다. QR코드로 망한 학생들을 그렇게 많이 봤으나 한 번 당첨에 눈이 돌아간 이는 쉽게 제 정신을 차리기 힘든 법이었다.
"그러게요.. 캠핑은 어디서 가능하려나요." 캠핑을 할 만한 장소라던가 있으려나요? 라고 아키라에게 묻듯이 말합니다. 그야.. 그런 거 토박이에게 물어야지 않나요? 그리고는 한 번 더를 말하는 아키라를 보며 저번의 qr코드에 관한 소문을 들었던 걸 기억해냅니다. 뭐였더라. 3개월치 용돈이었다던가..?
"운은 나쁜 편은 아니지만요. 저번의 이벤트에서 청룡 반지는 못 얻어서 아쉽더라고요." "그거 가미즈미 온천에 가면 살 수 있나요?" 그렇게 진지하지는 않고 가벼운 질문이지만.. 아키라가 또 4등을 뽑아내는 걸 보고는 시미즈씨도 운이 나쁘지는 않아보이는걸요. 라고 답하면서 토와도 한 번 더 뽑아보려 합니다. 사실. 몇 번 더 뽑아도 본전은 이미 충분히 찾기도 했고.
"1등이 나오기라도 하면 시미즈씨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라도 하나 사드릴까요?" 나올 것 같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공약을 하면 못씁니다. 토와는 또 돌려보네요.
사실상 검격 한 번이면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화살을 회피하는데에 성공했고, 이동도 성공적이었으니 근거리 공격이 가능한 위치. 사실상 검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는 없었다.
"공격.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적당히 아슬아슬한 성공이 떠도 이 싸움은 그녀의 승리와 다름 없었다. 부패한 기운으로 인한 상대방의 패널티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뭘까.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이 결과는 도대체.
"2."
최악의 결과. 캐릭터의 능력치를 보정한다고 해도 실패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과는 이렇게 나와버렸으니 이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눈 앞의 사람이 화내는걸 감당하는건 어째서 나인거지..?
"대실패. 당신은 그 자리에서 곧 바로 들고있는 칼을 휘둘렀으나 목을 노려 너무 세게 휘두른 탓에 손에 화상의 고통을 느끼며 당신의 칼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본 상대방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살을 꺼내 당신의 가슴팍을 향해 휘둘렀고, 회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휘둘러진 화살에 의해 가슴을 관통당했습니다."
저렇게 자신있게 '치는게야, 그 목을!' 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결과라니,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을 참으며 trpg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담담히 말했다.
"어이쿠!! 4등에다가 아까 친구 분은 또 2등이시네! 어이구. 운이 좋아. 아주 좋아. 응. 완전 좋네.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어! 어!"
아키라는 4등, 그리고 토와는 2등. 노점 주인의 표정에 주름이 살짝 생겼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키라의 표정은 정말로 진지하게 굳어있었다. 뭐지. 이 사람은? 2등, 3등 거기다가 또 2등.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그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거 몰래카메라지? 나를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인거지? 그런 생각이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당연히 아니었기에 그의 눈에 띄이는 것은 없었다. 일단 영화 관람권 5장을 또 받아서 완전히 열장으로 만든 아키라는 일단 그 관람권을 지갑 속에 집어넣었다. 혼자서 다 가긴 힘드니 나중에 학생회 멤버들을 불러서 같이 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청룡 반지요? 아. 그거 팔기는 하는데 꽤 비싸요. 학생의 용돈으로는 조금 힘들걸요? 일단은 고급품이기도 하고... 8만엔은 넘을텐데."
아닌 것 같아도 꽤 비싼 물건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토와의 그런 말을 살짝 만류하려고 했다. 자신도 경품이기에 몇 개를 빌려서 가져온 것 뿐이지. 실제 돈으로 사려고 하면 아무래도 학생 신분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토와가 그 정도로 돈이 많을지는 자신도 알 길이 없었으나 일반론적으로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한편, 말을 마친 아키라의 눈빛이 다시 한 번 저 뽑기로 향했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이번에는 더 좋은 거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지갑을 꺼내서 1회분을 한 번 더 돌리려고 했다.
"이번에는 저도 좋은 것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딱 여기까지만 할 거예요."
"운이 좋은 편이기는 하죠." 근데 시험에는 적용되긴 해도 애매하려나요? 시험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저는 좋아서요. 라는 말을 장난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청룡반지를 말하는 것에
"8만엔이 넘는다라... 음. 용돈이 어느 정도더라.. 한달에 5만엔이었나.."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금방 풀립니다.
"그냥 사는 것도 괜찮겠네요." "아예 팔지 않는다면 못 사니까 아깝다고 생각했겠지만.." 따지고 보면 토와의 시간을 희생한 것과 8만엔이라던가 하는 갈 비교하자면. 8만엔 가량으로 토와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분명히 점수는 적절하게 뽑은 다음 청룡반지는 사는 식이었을 거다.
"그래도 이벤트는 꽤 즐거운 편이긴 했으니까요." 참여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이라는 것에 흥미롭게 보다가 저도 마지막이겠네요. 라면서 돈을 내고 돌려보려 합니다.
말이 좋아 5만엔이지. 보통이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용돈은 아무래도 그보다는 조금 더 아래이기도 했으니까. 아니. 조금이 아니라 조금 더더지만 아무튼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이벤트는 즐거웠다는 말에 그는 괜히 귀를 기울였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패하고 망한 이들도 많아보이긴 했으나 그래도 성공한 이들은 성공했다는 것 같으니까. 실제로 향수를 누군가가 타갔다는 말도 있었고.
"힘들진 않았어요? 이벤트? 일단 학생회 평균은 74점이었는데."
자신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확률을 업데이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라면 만약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으면 대체 몇점이었을지. 어쩌면 30점이 고작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괜히 어깨를 으쓱하다 둘 다 꽝이 나왔다는 결과를 듣고서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주머니에 넣어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으나 그는 다급하게 반대편 팔로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지갑을 놓게 만들었다.
"이런 것은 하다보면 어느 순간 훅훅 하게 되니까 위험해요. 아무튼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했으니 전 이것으로. 아무튼 축하해요. 완전 많이 타가셨네요."
디저트 카페만 해도 4개나 얻었고, 거기다가 캠핑 세트도 얻었지 않은가. 승리, 패배. 둘 중 하나로 뽑자면 당연히 이것은 대 승리였다.
"제가 좀 돈으로 사랑을 대신 받아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는 성적이 좋으니까 오봉이나 오쇼가쯔(설날)에 받는 것도 큰 편이고요. 라고 말합니다. 저번 오쇼가쯔 때 얼마 받았더라.. 라고 생각하다가 힘들진 않았냐는 물음에
"351점인가.. 그렇더라고요." 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힘들긴 힘들었겠죠. 그나마 힘든 덕에 잠은 잘 자서 다행인가? 향수는 사고 싶다면 연락 보낸다면 군말은 없이 사주실 거라. 워터파크랑 스파랑 샤프랑 사탕 세트로 챙겼다는 말을 하며 평균이 74점이라는 말을 하자 높은가 낮은가 감이 안 오는 얼굴을 합니다.
"간혹 도는 소문 중에는 이벤트를 기획한 학생회에게 축시의 저주를 하겠다는 이들까지 있던 것 같던데요..." 그래서 그런 점수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은 꽝이 나오자 그런가 싶습니다. 이정도만 돌려도 승리. 대승리인걸.
"으음.. 2인권인가." 스파도 2인권. 워터파크도 2인권. 디저트도 2인권. 스파나 워터파크 갔다가 디저트 먹으러 가는 것이 가능한 것 같은데.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아키라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점수가 안 나오는 것으로 보아 조작이 아니냐는 등, 학생회가 경품을 다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 참으로 많은 말들이 오갔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절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말들이 있었기에 업데이트로 패치를 했다는 말은 하지 않으며 아키라는 그저 두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게요. 2인권이니까요. 음. 방학을 하고 나면 얼마 안 가서 호타루마츠리를 하거든요. 성스러운 샘이 있는 동굴이 개방되고, 거기서 샘을 구경하고, 길을 따라가면 정말로 많은 반딧불을 구경할 수 있고, 거기서 좀 더 내려가면 해변가가 나오는데 거기서 포크댄스도 출 수 있고요. 딱 하루뿐이지만요. 아. 그 날에 바다를 보면 바다 위에 등불을 띄워서 마치 반딧불이 바다 위에서 불을 빛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퍼포먼스도 있어요. 생각보다 꽤 예쁜데... 그때 같이 가는 이가 있으면 그 사람에게 권해서 같이 가보는 것은 어때요?"
같이 갈 이가 없다면 그렇게 만난 이와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괜히 두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자신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권유였지. 가용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선택은 어디까지나 토와가 하는 것인만큼 아키라는 딱 거기까지만 하면서 괜히 기지개를 쭈욱 켜면서 하품을 했다.
"일단 시미즈 가문에서 개최하는 거라서. 가급적이면 많은 이들이 참가해줬으면 하기도 하고요."
"불을 지르겠다니.. 그건 좀 심했네요." 일본에서 방화가 비교적 굉장히 쎄게 처결받는 편인데(물론 세게 처결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그럴 정도라니. 라는 생각을 하는 토와입니다.
"포크댄스에 바닷가라.." 하지만 토와는 성스러운 샘과 반딧불 쪽이 조금 더 마음에 쓰이는 모양입니다.
"아.. 같이 갈 만한 사람은 잘 모르겠네요.." "저랑 같이 가겠다고 할 만한 이가 있으려나요" 누군가에게 말해보기엔 그렇게 많이 만나보진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하고는 토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날에 아무하고도 못 만나면 회장님이라도 같이 가주실래요? 라고 묻습니다. 회장님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냥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이었습니다. 진짜 가자고 받으면 토와가 더 당황할걸.
"잘 참여하면 좋긴 하겠네요" 호타루마츠리가 벌어지는 광경의 묘사에 꽤 괜찮아보인다는 감상을 말하는 토와입니다.
이번에도, 라는 말에 요조라는 사쿠라마츠리를 떠올린다. 그 때는 노점에 화과자와 양과자가 반반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거란 보장은 솔직히 못 하겠다. 여름날 화과자는 취급이 어렵기도 하고, 마히루만이 아니라 부모님도 화과자보단 좀더 가벼운 양과자와 그 외의 것을 내놓으려 하고 계셨으니까. 그러니 같은 걸 기대하면 좀 곤란해서, 별거 아닌 듯 중얼거린다.
"기대, 할 거... 없어요... 저번, 이랑... 많이... 다를, 거라..."
가미즈미의 여름은 덥기도 덥지만 바다 때문에 더 후덥지근하다. 그런 날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하면 괜히 짜증만 날 거다. 게다가 그 대상이 호시즈키당의 노점이 되는 건 더 싫으므로, 미연에 방지하는 식으로 한 말이었다. 요조라는 그 말을 하고 고개를 창가에서 정면으로 돌렸다. 계속 창가를 보고 있으면 목이 뻐근해진다. 옆에서 올 시선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그거 피하자고 목과 어깨를 혹사시키는 건 좀 어이없으니까, 그 정도는 감안하자고 생각하며 저 앞 어딘가에 시선을 두었다.
시간에 대해 뭐라 말하지 말라고 하니, 곧장 대답이 돌아온다. 불평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나. 걱정보다는 짜증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는다. 대신 고개만 한번 끄덕인다. 그래, 그렇게 말 했으니 나중가서 딴 소리 하지나 말길 바란다. 요조라는 가만히 앞을 보고 있다가, 옆에서 들린 말에 툭 대꾸한다.
"인접한, 바다... 쪽으로, 가고, 있으니까요... 그 중, 에서도, 좀, 멀지만..."
하루를 통째로 쓸 생각으로 가는 것이라 이정도 이동시간은 잠깐에 불과하다. 그걸 코세이가 알 리가 없지만, 요조라가 알려줄 의무도 없다. 마음대로 따라오는 사람한테 자신의 일정을 얘기할 리가 있나. 다만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로부터 10분, 내지는 15분을 더 버스로 달려간 뒤에야 요조라는 하차 버튼을 누른다. 버스는 곧 나온 정류장에 멈추고 요조라는 먼저든 나중이든 버스에서 내린다. 주변에 건물이라곤 민가 몇개가 끝인, 숲이 울창한 산 옆에 덩그러니 있던 정류장이었다. 요조라는 내려서 치마를 두어번 툭툭 털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왼쪽 한번, 오른쪽 한번, 길을 확인하듯 둘러보고, 이렇다 할 말 없이 걷기 시작한다. 산 옆이라지만 도로와 인도가 제대로 깔려 있어서, 근처에 산다면 산책로로 걷기 딱 좋은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요조라는 느릿하게 걸었다.
"정말로 가고 싶은 이가 있다면... 같이 가겠다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자고 이야기를 꺼내야죠. 애초에 말을 꺼내주길 기다리는 시점에서 그 사람과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답은 없었으나 그는 나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럼 자신은 어떠한가. 그에 대해서 아키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자신은 참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물론 시간을 낸다면 낼 수야 있겠지만 시미즈 가문의 사람으로서 마츠리를 보좌하는 일에 집중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괜히 그런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눈을 뜨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아무도 없으니까 대신 가주세요 같은 제안은 조금 곤란한걸요. 그러니까 거절할게요."
물론 장난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혹은 그냥 별 생각없이 하는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아키라는 아주 살짝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하지만 정말로 가볍게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말을 듣는 것은 좋긴 하나, 갈 사람이 없으니 그냥 갈래요? 라는 식의 물음은 그로서는 싫었다. 마치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빈 자리를 채워야하는 그런 존재로 보이는 것 같았기에.
"작년에는 길이 무너져서 어쩔 수 없이 못했지만 올해는 문제없이 진행될 거예요. 그러니까 혼자라도 구경을 와도 좋을 거예요. 정말로 예쁘거든요. 반딧불도. 그리고 바다 위에 뜬 등불도 말이에요. 가미아리의 여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성스러운 샘은 이 시기가 아니면 아예 못 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네요.." "그건 그래요. 같이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아직 교우관계가 그렇게까지 깊은 분은 거의 없는 느낌이더라고요. 라고 말하다가. 어라. 장난스럽게라도 말할 만한 분이 회장님이라니. 나 너무 공부에만 매몰되어 있었나? 라고 깨달았다는 듯 말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렇겠지요? 대신하는 건 영 그렇긴 해요" "유즈키가 있었으면 그냥 바로 같이 가자고 말하는 건데 말이지요" "좋은 기회였을 테지만.. 같이 본 것들은 좋은 풍경이긴 했으니 괜찮았겠지.." 작년에는 못했다는 것에 아쉬운 듯. 아쉽지 않은 듯.. 그 애매한 표정을 짓다가..
"저야 작년엔 가미즈미에 없었으니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혼자도 괜찮겠네요. 어쩌면 누군가에게서 같이 가달라고 할지도 모르거나.. 아니면 우연한 만남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라고 말하고는 중고거래 같은 데에 디저트 2인권은 올릴까 고민합니다.
생판 처음 듣는 이름인 유즈키의 등장에 아키라는 살며시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자신이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냥 그의 교우관계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역시 일반적이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애초에 잘 생각해보면 있었으면 이라고 말을 했으니 지금 여기에는 없는 사람이니 다른 곳에 있는 친구겠거니 하며 그는 금방 결론을 내렸다.
"우연한 만남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마츠리에서 만나는 인연은 괜히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자신에게도 그런 인연이 있을까? 아니. 그런 것은 굳이 생각하지 말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정작 자신은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결국 자신은 일을 돕는다고 바쁘니 아마 시간적으로 안되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다시 도착했고 이내 그는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결론으로 돌아섰다. 기회가 있으면 말은 해보겠으나 없으면... 뭐, 어쩔 수 없지 않을까? 그렇게 가볍게 결론을 내려보며 아키라는 다시 쭉 기지개를 켰다.
"아. 참고로 북쪽 산에 있는 동굴에 위치한 성스러운 샘은 진짜 크고 넓거든요. 가끔 거기서 수영을 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거기서 수영을 하면 큰일나요. 저희 부모님도 다른 것은 다 그냥 넘어가도 거기서 그러는 것은 진짜 무서워지기 때문에."
어쩌면 경험이 있었던 것일까? 말을 하던 아키라는 오한이라도 든 듯,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아주 가볍게, 살살 떨었다.
아가를 만났던 곳이, 여기서 왼쪽이니까ー? 코로리는 길치라기보다는 목적지로 가야하는데 이곳저곳 발이 빠지는 곳이 많았다.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가게, 벽돌이 예쁜 담장, 아름드리 그늘을 펼치는 나무 아래에 발이 묶이고는 해서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길 자체는 잘 찾아가고 있었고, 지금도 어디서 길을 새었는지 되짚어보며 다시 카페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치만 아가가 악몽을 꿔서 잠에서 깼다구. 다시 자장자장 해줄 수 밖에 없었다구!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길목을 노니는건 길 잃은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로리는 자신이 어딘가를 향할 때 남들보다 시간이 배로 든다는 것을 알아서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발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렌은 코로리에게서 약속까지는 너무 이른 시간에 코로리가 지금 출발한다고 보낸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여기서 오른쪽이다!"
소곤소곤, 길찾기 성공과 함께 무사히 약속 시간 내에 카페에 도착하기 또한 성공이었다. 더위를 타는지라 그늘로 이동하던 코로리는, 카페 앞까지도 그늘 속 아래로 쏙 들어갔다. 이리저리 조금 많이 걷기는 했지만 학생 구두 대신 단화를 신고 있어서 앉고 싶다는 생각은 덜했다. 자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었지만, 후링씨랑 친구하려면 참을 수 있어! 비밀 유지를 위한 속셈이 또렷하다. 아무튼 약속 장소에 무사히 도착한 코로리는 폰을 꺼내 들었다. 렌이 이미 도착해서 카페 안에 있는지, 오고 있는 중인지 등을 확인하려면 연락을 해야만 했으니까! 코로리의 폰 화면에 후링씨라고 적힌 통화 연결 화면이 뜬다.
"아...." "전애인이네요." 되게 폭탄발언 같은데 굉장히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토와입니다.
"우연히 이름이 같았던 존재였긴 했네요..." "우연한 만남... 그것도 사실 나쁘지는 않겠네요" 그렇지만 이름이 같다는 말에서는 약간 아련해보이는 표정을 짓고는. 토와는 씨익 웃고는 성스러운 샘이라던가. 수영이라던가라는 말을 듣고는 아키라를 다시 봅니다. 약간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습니다. 살살 떠는 것도 그렇고...
"....경험이 있는 것처럼 들리는 말이네요." 수영은 그닥 잘하진 못해서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그야. 배운 적도 없는데 잘하면 그건 사기지. 운동치는 아니지만 수영과는 큰 연관은 없었다..
"안되는 건 팜플렛이나.. 주위 표지판에 설명되어 있겠죠..?" 그런 샘에서 물을 떠다 마신다거나 발을 담근다거나 그런 것을 상상한 모양입니다.
뭔가 엄청난 것을 들어버린 것 같아 아키라는 순간 움찔했다. 아니. 그보다 전애인이라면 이미 헤어졌다는 건데 아무렇지도 않게 마츠리를 보자고 권유를 할 수 있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괜히 고개를 또 살며시 기울였다. 자신은 어떠한가? 자신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그 날 이후로 자신은 단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고, 그녀 쪽에서도 자신에게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그 이후로는 단절되었기에. 지금까지 잊고 있었을 정도로.
"...대단하시네요. 토와 씨는."
괜히 그런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다. 허나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온 아키라는 들려오는 말에 살며시 시선을 회피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적어도 자신의 입으로는 그 진실을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 시절, 거기서 수영을 했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만인이 사용하는 물의 근원에 이게 무슨 짓이냐면서 엄청 혼이 났던 것을 떠올리며 아키라는 괜히 다시 한 번 몸을 약하게 떨었다.
"동굴 안이니 팜플렛이나 표지판은 없어요. 대신에 시미즈 가문의 사람이 옆에 서서 안내를 하거나 설명해줄 거예요. 물을 마시는 것까진 괜찮지만 떠가는 것은 안되고 수영도 안되고 발을 담그는 것은 안돼요. 아. 뜬 물로 손을 씻는 것까진 괜찮아요."
그리고 아마 자신도 며칠 정도는 거기서 일을 돕거나 안내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즉. 우리 학교에서 누군가가 페어로 온다면 어지간하면 제 눈에는 포착이 된다는 이야기죠."
"...뭔가 전애인에게 마츠리를 보자고 말할 수 있다니. 같은 생각을 하신 것 같은데요" 상식적으로 당연한 반응이므로 토와가 그런 반응을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말이지만..." "부탁을 한다면 응해주겠다고 한 건 그쪽인걸요." 그게 마츠리이던. 심지어 마음을 바꿔서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라고 한 건. 그 존재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단하다는 말을 하는 쓴 표정의 아키라를 보고는 글쎄요...라고 옅은 미소와 함께 말끝을 흐립니다.
"그런가요.. 물을 마시거나 뜬 물로 손을 씻는 정도라." 그정도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에..." 페어로 오면 눈에 띈다니. 너무하네요. 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신경 안 씁니다. 와 나빴다.
"저야..우연히 만날 확률이 더 높겠지만.." 같이 온 이들 중에 같은 학교나 반이 있으면 관심이 가려나요.라고 생각하면서 쇼핑백을 흔들며 저는 이제 기숙사에 놓아두러 가야겠네요.라고 말하려 합니다.
뭔가 속을 파해쳐진듯한 기분이 들어 아키라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아니. 내 얼굴이 그렇게 읽기 쉬웠나? 나름 포커페이스를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지만 그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은 사실상 없었다. 허나 한가지 확실한건 그 역시 전 애인과 마냥 좋게 깔끔하게 헤어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아키라는 어느 쪽이 더 쓰린가..같은 것을 잴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잴 수도 없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너무하다는 말을 하지만 아키라는 역으로 비밀은 지킬거니 별 문제는 없다고 두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마츠리는 친구들끼리도 자주 오는 것이니 설사 자신이 본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없지 않나 하는 마음이 더 크기도 했고.
"사실 온다고 해도, 저는 전교생을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래봐야 저희 반 멤버들과 몇몇 아는 다른 이들 정도만 알 것 같네요."
학생회장이 모든 전교생을 다 외우는 것은 사실상 만화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은 그 정도 능력은 아니었기에 괜히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 이내 그가 기숙사로 가야한다고 말을 하자 아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들어가보려고요? 그러면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오늘 당첨 많이 된 거 축하하고요."
이어 그는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토와에게 작별인사를 보냈다. 또 학교에서 보자는 말을 하면서.
양호실에서 코로리를 만나고 난 뒤로 시간이 꽤 지났다. 그 때는 봄이었는데 벌써 여름이던가. 아직 초여름이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에 벌써부터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코로리와 메시지를 몇 번 주고받다가 이전에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어쩌다보니 주말 느즈막한 오후에 약속을 잡게 되었다.
사실 상담을 받는다고 했어도 그냥 학교 내의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외곽의 카페까지 오게 된 것에 조금 민망함도 있었다. 마치 데이트 신청같은 느낌이지 않던가. 아니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상대는 신님이니까 아무런 상관이 없을 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일찍 출발한다는 코로리의 연락에 렌은 너무 거리가 있는 곳으로 약속 장소를 잡은 것이 아닌가 고민하며 렌 또한 일찍 집을 나섰다. 흰색 무지티에 짙은 갈색의 면바지를 입은 렌은 생각보다 더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해버려서 카페에 양해를 구하고 안에 들어와서 코로리를 기다렸다. 이내 약속시간이 가까워지자 카페 창 밖으로 코로리의 모습이 보였다.
일어나서 문으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코로리가 먼저 전화를 했는지 렌의 휴대폰이 웅웅 울렸다. 코로리 씨, 라고 적힌 휴대폰을 받는 대신 문을 열면서 렌이 코로리에게 인사했다.
“저 여기 있어요. 좋은 오후네요, 코로리 씨.”
렌이 작게 웃으면서 들어오라는 듯 문을 활짝 열었다. 코로리가 안으로 들어온다면 이어 물었을 것이었다.
“집이 여기서 먼 편인 거에요? 좀더 학교랑 가까운 편이 좋았으려나요.”
렌이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학교랑 가까우면 또 학생들을 마주칠까봐 일부러 먼 곳으로 온 것인데 그것 때문에 불편했다면 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또 딸꾹질이야ー! 첫만남이 어땠는지 상기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폰 너머에서는 착신음 밖에 들리지 않았는데 들려온 렌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버렸다. 일부러 일찍 나섰고 약속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렌은 그것보다도 더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 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리 없다! 놀라서 폰을 놓치지 않게 꼭 잡았고 딸꾹질 소리가 새지 않게 입을 틀어막았다. 딸꾹거리는 몸까지는 숨길 수 없었고 코로리는 동그란 눈으로 렌을 바라본다. 양호실에서와 다른 점이라고는 옷 정도였다. 교복의 하얀 셔츠 대신 하얀 원피스다.
"후링ー 렌 씨, 안녀엉."
또 딸꾹질 해버리고, 렌의 상담이라는게 어떤 건지는 몰라도 신한테 하는 상담인 건데, 나 오늘도 위엄 바닥이잖아! 멋진 신처럼 보이는 연습이라도 해야했었나 싶고, 존경받는 신이 어딨는지라도 수소문해서 찾아가 겉흉내라고 내볼 것 그랬다 싶다. 지금 코로리가 할 수 있는 건 생글생글 눈웃음 지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뻔뻔한 척이었다! 카페 안으로 걸어들어갈 때 딸꾹거리지만 않았다면 안 들킬 수 있었을 지도 모를만큼 훌륭한 뻔뻔함이었다.
"아냐! 그ー"
오는 길게 귀여운 뜨개 장식을 걸어둔 가게를 봐서 구경을 했다거나, 크게 그늘을 펼친 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나뭇잎 틈새로 비치는 햇빛이 파랗게 반짝이는게 예뻐서 멈췄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할 수 있었다. 다만 오는 길에 어떤 아기가 악몽을 꾸다 낮잠을 설쳐 울길래, 몰래 악몽없이 다시 잠에 들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할 수 없었다! 카페에서도 외진 곳에서 속삭거리는게 아닌 이상 선뜻 입을 열지 못했고 그저 딸꾹거렸다.
"후크 선장을 무찔렀어."
렌이 코로리가 웬디라고 불렀던 것을 기억해서, 아마도 신이라는 정체와 관련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라고 예측하길 믿었다.
렌은 코로리가 딸꾹질을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였다. 자신이 갑자기 문을 열어서 놀란 건가? 입을 틀어막는 모습이었지만 이미 딸꾹질을 들킨 것은 늦었다. 그래도 열심히 숨기려고 하는 모습에 렌은 놀래켜서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민망한 웃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워주었다. 코로리는 오늘 교복이 아닌 흰 원피스 차림이었는데, 그것을 보니 희고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또 떠올랐다. 그 날 이후로 흰 색만 보면 종종 코로리가 떠오르곤 했다. 아무래도 인상깊었다보니.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서 코로리가 후크 선장을 물리쳤다는 그 말에 뭔가 어린아이같아서 웃음이 났다. 만나자 마자 놀라 딸꾹질을 하는 것도 그렇고 정체를 들켰다고 울음을 터트렸던 모습도 그렇고. 사실 그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꿈속에서 코로리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코로리가 직접 신이라고 말을 했어도ㅡ그럴일은 전혀 없겠지만ㅡ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고생하셨습니다. 피터팬 씨.”
자신을 웬디라고 칭했던 것이라면 본인은 피터팬인 걸까. 그렇다면 후크선장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일을 하다 왔다고 해석하면 될까. 의문이 남았으나 어떻게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ㅡ점원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ㅡ 농담처럼 웃으며 코로리의 말에 대답했다.
카페 안은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어 시원했다. 인적이 드믄 곳에 있는 카페라서 사람도 적고 조용했다. 매대 앞에서 어떤 메뉴를 골라야할까 고민하다가 렌은 금방 정하고는 코로리에게 물었다.
“어떤 걸로 주문하실 건가요? 오늘은 제가 낼테니까요. 음, 저는 블루레몬에이드로요.”
제가 상담을 신청해서 제가 불러낸 것이니까 제가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렌이 먼저 말을 꺼내며 지갑을 열어 계산할 준비를 했다. 미리 자신의 것도 주문을 하며 코로리가 어떤 것을 주문할지 잠시 기다렸다.
이번 마츠리에 나오는 노점은 저번과 다르게 할 생각인지 기대할건 없을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어떤 점이 다를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게 자체의 맛은 정말 뛰어나니까 어떤 것이 매대에 나오더라도 맛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할 수는 없다. 창가를 보던 시선이 정면을 향하고 나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가 핸드폰을 한번 확인한다. 이렇게 메세지가 와있는 경우는 꽤나 드문 경우라 뭔가해서 열었더니 스팸 메세지, 자연스럽게 삭제를 하며 주머니에 쑤셔넣는다.
" 아, 바다. "
생각해보니 가미즈미 마을은 바다에 인접한 마을이라 바다를 구경하기 정말 쉬운 곳이다. 하지만 그 가까운 바다를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더위에 약한 체질인 이상 바다에서 오랫동안 노는 것도 힘든 일이었고 차라리 집에서 뒹굴거리는게 100배는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바다에 간다는 말에 약간 설레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보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바다 정도는 지겹도록 봐왔는데 말이다.
" 제대로 바다를 가본적이 없어서 기대 되네요. "
지겹도록 봐오기는 했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듯이 본다던가, 망망대해를 보는게 전부였기에 이렇게 바닷가를 제대로 가보는건 처음이다. 별거 아닌 일이라곤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신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버스는 달리고 10분여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하차벨이 울린다. 내가 복도쪽에 앉아있기에 먼저 일어섰고, 먼저 차에서 내린다. 주변은 민가 몇개만 보일뿐 대부분의 시야를 숲이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도로와 인도는 제대로 깔려있었기에 걷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 걷기 좋은 곳이네요. "
민가가 별로 없고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는 곳은 맑은 공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별을 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곳의 밤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겠지.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며 그녀의 옆에서 천천히 발을 맞춰서 걷는다. 느릿한 걸음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답답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 이런 곳을 되게 잘 알고 있네요. "
역시 이곳에서 오래 자라온 사람들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흘러들어온 사람들은 따라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듯한 기분. 하지만 또 새로운 곳을 알았다는 생각에 그저 방긋방긋 웃으면서 둘러본다.
에엗?! 강한 것?! (동공지진) 음. 아키라는 자신과 시미즈가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를 싫어하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너는 너고 시미즈 가는 시미즈 가잖아. 집에 얽매이지 마! 라는 말을 하면 아키라에게 "제가 집에 얽매여서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쪽의 자유지만 그것에 대해서 제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제 자유인건 이해하고 계시죠?" 라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