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의 오늘 풀 해시는 과거의_자신을_만난_미래의_자캐가_해주는_한마디 과거가 언제냐에 따라 다르네요~ n년 전이라면 "적절한 해소를 추천해요" 작년 여름~가을쯤이라면 "영원에 가까운 걸 놓는다.. 일까요?" 재작년 여름쯤이라면 "인연은 선택이지요. 제가 주는 선택지 중에서 선택하시겠나요?"
요조라의 생활 패턴은 보통 저녁에 시작한다. 오전에서 낮에 걸쳐서 자고, 늦은 오후부터 다음날 등교할 때까지가 활동하는 시간이다. 시간적으로는 남들과 비슷하지만, 낮밤이 뒤바뀐 생활인 것이다. 이런 생활을 이미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요조라였기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지내왔다. 그래서 평일에도 휴일에도, 똑같은 패턴으로 지내며 나름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는 걸 요조라는 알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이라며 머뭇거릴 뿐이었다.
이제 여름의 초입에 접어든 어느 주말, 일요일 아침, 평소라면 슬슬 잘 준비를 할 시간이었지만 요조라는 잘 준비 대신 외출 준비를 했다. 하얀 민소매 셔츠에 얇은 여름용 가디건을 입고 연분홍색의 긴 쉬폰 치마 아래엔 갓 세탁한 하얀 캔버스화를 신었다. 손엔 작은 외출용 가방을 들고 현관에 서서 거울을 보고 있으니, 거실에서 마히루가 나와 말을 건다.
마히루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연다. 아무런 약속도 예정도 없이, 요조라는 일요일 외출을 나섰다. 전혀 졸려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졸리진 않지만 상태는 평소랑 크게 다를게 없는지 걸음은 느릿느릿하다. 아니면 그냥 느릿하게 걷는 걸지도 모른다. 집에서 나와 한참을 걸어가니 작은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역시 주말이라 그런지 늘 북적이던 정류장엔 사람도 없고 조용하다. 요조라는 빈 정류장에 다가가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곧 무슨 버스가 오고, 지나갈 거라는 안내 목소리만 빈 공간을 울린다. 운행 전광판을 잠시 올려다보던 요조라는 가방에서 폰을 꺼낸다. 폰으로 지도를 켜서 이쪽 저쪽 확대했다 줄였다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머리, 안 묶었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성가시지만 이제와서 묶기도 귀찮다. 그러니 깨닫고도 손은 대지 않은 채, 한동안 폰을 보며 정류장에 앉아있었다.
주사위의 값에 부실이 째로 반으로 갈라진다면, 그것 또한 trpg의 본질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만. 작은 몸집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노기서린 한쌍의 적월이 당장에라도 그러한 재앙을 불러 올 것만 같다. 테츠야의 다이스도 덩달아 겁을 집어 먹었는지 연달아 좋은 결과를 내놓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까스로 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그런 상황이 썩 나쁘게 와닿지는 않았는지 재앙의 전조를 드러내는 눈동자는 다시 눈꺼풀 뒤로 숨어버리고, 소녀는 다음 행동을 위풍당당히 지시한다.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었다만, 마냥 어린 아이로 봐서는 또 곤란하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오해 없이 청렴한 것이 제일일테니. 절대로 아이 취급을 받는 것이 신물이 난 것이 아니다. 다소 엄한 표정을 지으며 강조한 연유란, 단지 그것 뿐이었다. 아무튼간에 그렇다.
'...그나저나 전혀 선배를 대하는 말투가 아닌 것 같은데, 내 착각인게냐?'
주어만 선배님으로 치환되었을 뿐인게 아닌가 하는, 그런 의문을 잠시 뒤로 미뤄두었다는 것은 후문.
"그것은 생각해보마."
은인은 은인이나, 사실 또한 사실. 도검의 신의 눈에는 이 앞의 소녀가 그 손으로 누군가를 지키기는 커녕, 반대로 몰매나 얻어맞지 않으면 다행인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방금과도 같은 상황 없이 스즈가 지금같은 발언을 했더라면, 평소처럼 일갈을 했을 것이었다. 그것을 참고 지금같은 감언이설을 하는 것은 은인에게 보내는 나름의 존중이었다. 그녀 자신도 자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가. 그런만큼 그녀가, 현재 전혀 선배처럼 보이지 않는 작은 몸을 하고 있는 자신보다도 솔직하게 더욱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사실.
"슬슬 빠져나가는 것이 좋아보이는구나. 이런 누추한 곳에 머물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방금 전 틈을 보아 날붙이로 살짝 주마등을 비추는 것으로 겁을 줘서 치들을 쫓아냈으나, 요즘의 악동들은 상당히 악질도 존재한다고 하는 모양이니... 계속 여기서 머물러서야 좋지 않겠구나 싶은 시로하는 저먼저 발걸음을 볕이드는 바깥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요일. 토요일엔 자지 못한 잠을 몰아서 자느라 정신이 없고, 일주일에 유일하게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날이다. 하지만 역시 피곤에 찌든 몸을 토요일 단 하루로 푸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기에 막 잠에서 깬 나는 몰려오는 근육통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누워있을 수는 없는 일. 밀린 집안일을 해야하는 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난다.
" 아윽 ... "
인간의 몸은 불편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렇기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불편하다는 것을 납득시켜주긴 어렵고 그저 자기만족의 해석일뿐이라고 생각한다. 방에 쳐져있던 커튼을 걷자 방 안에 가득했던 별자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미안, 이따보자. 오늘은 청소를 할까 싶었지만 나가서 할 일이 생각나서 그것부터 해결하고 오기로 마음먹는다. 슬슬 여름의 시작이라 그런가 더워지는 날씨에 오늘은 안경은 쓰지 않기로 하고서 얇은 검은색의 면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서 검은색의 반팔 베이직 셔츠를 입는다. 조금 거뭇거뭇한 코디인가 싶지만 흰색 신발로 포인트를 줘서 흰색의 머리와 어울리게 매치해본다.
" 잠깐 나갔다올께~ "
리리에게 들리게끔 소리친 나는 에코백 하나를 들고서 길거리로 나선다. 생각보다 강렬한 햇빛에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대충 손으로 눈가에 그늘을 만든채로 길거리로 나간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정류장에도 사람이 꽤나 많았다. 기온이 꽤나 높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땀방울이 떨어질법했지만 미리 버스 시간을 보고 나온터라 길게 기다리는 일 없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환승해야하는 정류장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이라 나 혼자서 버스에서 내린 나는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오, 호시즈키양! 여기서 다 보게 되다니, 반가워요. "
특이하게도 별로 졸려보이지 않는 인상이었다. 일요일만큼은 주말이라 컨디션이 좋은걸까. 잘보니 화장도 하고 있었고 어딘가 놀러가는듯한 차림이었다. 나는 그녀 옆에 살짝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앉으며 말했다.
정류장에 앉아있는 동안, 버스가 두번은 요조라의 앞을 지나갔다. 두번 모두 그냥 지나치길래 여긴 어지간히도 내리는 사람이 없구나, 하고 요조라는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이쪽으로 걸어온 것이기도 하다. 앉아서 방해 없이 느긋하게 생각하기에 딱 좋은 자리였으니까. 충분한 시간은 사람을 차분하고 고요하게 만들어준다. 그 속에서 차근차근 쌓은 생각은 분명 오늘을 무탈하게 보내게 해줄 것이 분명...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저 버스가 정차해서 내린 사람과 마주치기 직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 안녕하세요..."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아닌 코세이였다. 여태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오늘인 건지 모르겠다. 순간 저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먼저 흘러나와 버렸지만, 요조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인사를 했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내린거니 알아서 볼일 보러 가겠지, 학교에서처럼 어울릴 일은 없겠지, 그러니 지금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앉는 기척이 나길래 힐끔 보니 조금 떨어진 자리에 코세이가 앉았다. 어라, 안 가네, 버스 기다리나? 그렇겠지? 평소보다 많은 생각이 요조라의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그 생각들을 조용히 쓸어버리며 요조라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 폰을 꺼 가방에 넣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 채 들려오는 물음에만 대답한다.
"그냥, 나왔어요... 일요일, 이라서..."
사실 정말로 그냥은 아니었지만, 요조라가 코세이에게 그걸 시시콜콜 얘기해줄 리가 없다. 드림캐쳐나 라인을 주고받았더라도 요조라에게 코세이는 아직 선 밖의 타인이다. 언제든 멀어질 수 있고,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요조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전과 같이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으며 조용히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만 보았다.
나를 보자마자 작은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보면서 그저 웃어보인다. 평소에 만났을때 내가 너무 피곤하게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납득해본다. 사실 지금도 그 한숨은 신경도 안쓴채로 친한척을 해볼 생각이었다. 물론 너무 과하면 싫어할테니까 평소처럼 적당히, 하지만 살짝 정도를 더해서?
" 라인으로 몇번 듣기는 했지만 직접 보니까 잠은 꽤 잘자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
리리가 선물해준 드림캐처가 효과가 있었나보다. 하긴 잠의 신이 직접 만들어준 것인데 효과가 없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평소처럼 방글방글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쪽을 바라본다. 긴 흑발의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에 옷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길게 내려온 머리는 이 여름 날씨엔 꽤나 답답해보이는데.
" 저도 일요일엔 할 일을 해야해서 나왔네요. 더워서 나오기 싫었는데 말이에요. "
핸드폰을 열어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갈아타야하는 버스는 꽤나 기다려야했기에 조금 낭패였다. 더위에 약하기에 이렇게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금방 어지러움을 느끼곤 했다. 아무래도 별의 신이니까 태양과는 상성이 안맞는단 말이지. 하지만 태연한척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나는 다시금 그녀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 혹시 점심 먹었어요? 안먹었다면 같이 먹는건 어때요? "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말이에요. 살짝 웃으며 말한 나는 버스 시간을 띄워주는 전광판을 흘끔 바라본다. 사람이 없는 정류장이라는건 그만큼 지나다니는 버스도 없다는 것이다. 다음에 오는 버스도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