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대로 별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기에 그녀도 긍정의 표시로 싱긋 웃어보였다. 위험한데도 굳이 강행하는 이가, 그것도 발을 제대로 디딜수 있는 땅이 아닌 바다에서 그런 호기로운 생각을 할 이가 과연 몇이나 될지. 최소한 그녀는 그런 막나가는 성향이 아니었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을 일이었다. 제 아무리 관광지와 사고는 떼어놓을수 없다 해도 사서 고생은 안하는게 최고 아닌가,
"음...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몇몇 사람들은 한층 더 깊은 빛을 가진 밤바다에 매력을 느끼곤 하죠. 물건너 나라에서는 그곳에서의 센치한 기분을 노래로 표현하기도 했고요."
은밀한 밤을 틈타 밀월을 즐기는 이들도 관광지에서 심심찮게 볼수 있더랬지, 게다가 그의 말대로라면 이곳엔 신이 머물다 간 신성한 장소나 그 신을 기리기위한 신사도 있는듯 했다. 물론 그녀도 그런 전승에 대해 아얘 모르고 온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세히 알고 온것 또한 아니었기에 그저 '생각나거나 누군가 권유한다면 가봐야겠다.'정도로 굳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애초에 그런데까지 강박을 가지자니 그녀는 바다구경을 하는것만으로도 이미 스케줄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었으니,
"세상에! 어쩐지 눈에 익은 인상이다 했네요~ 그냥 선배님인 것도 모자라 학생회장님인 선배님이라니! 저야 뭐, 이제 겨우 1학년이니까 마주칠 일은 없다곤 생각했는데 말이죠~"
확실히 의외였다는듯, 노을진 바다를 강하게 때려 난반사된 햇빛만큼 그녀의 눈빛도 한층 더 반짝였다. 물론 학교 밖에선 딱히 그런걸 따지지 않는대도 일단 선배님은 선배님이니, 게다가 같은 학교 학생이면 아얘 모르는 사람인것도 아니라는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그녀는 두어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것도 좋죠~ 이래뵈도 스마트폰 지도로 탐험을 떠난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역시 이곳 지리에 빠삭하신 분이 안내를 해주신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요??"
지도로도 충분히 찾아갈만큼 그녀에게서 길치라는 부분은 찾아볼수 없었지만 어찌되었던 사람에 이끌려서 가는게 더 외우기 쉽지 않겠는가, 물론 사람은 개미처럼 페로몬을 뿌리지 않기에 앞서나간 이의 발자취를 쫒아가는건 아닐지라도 가이드가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즐거운 여행이 되는 법이었다.
문득 거기까지 생각이 뻗치자 무언가 아차싶던 그녀는 잠깐 그를 불러세우려하고선 제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마치 허물을 벗었던 갑각류가 제 흔적을 먹어치우듯 바다에 뛰어들기 전 수영복 위에 입고 있었던 원피스까지 도로 입혀져 있었을까? 지금와선 흔하디 흔한 푸른색의 세일러풍 원피스,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었다.
옆자리에서 뒷정리를 하는 동안, 요조라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폰을 만지작거렸다. 대부분은 오빠가 보낸 라인을 보고 답장을 하거나 부모님께 곧 간다던가 하는 문자를 따로 보내거나 하다보니 분주해보이던 뒷정리도 끝나보인다. 요조라는 힐끔 그림을 보았고, 아직 마르려면 멀었구나, 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림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 줄 건 아니었으니, 이제 슬슬 가야겠다. 요조라는 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다음은, 없으니까... 조심해..."
시선이 느껴지길래 한번 눈길만 주고 만다. 용건은 끝났으니 잠시 열었던 틈을 닫는 것처럼, 요조라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담담히 자리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깥은 굳이 하늘을 보지 않아도 해가 얼마나 기울었는지 알 수 있을만큼 노을이 내리고 있었다. 요조라는 가방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겨 쥐며 옆자리 동급생의 말에 대답했다.
"됐어... 그런 일, 있을... 리도... 없고..."
여태 말 한 마디 나눠본 적 없는 상대와 이런 에피소드 하나 엮었다고 해서, 앞으로 다이나믹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요조라 본인도 이건 그저 여흥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가르치는게 어떤가 하는 일종의 실험,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던 것에 감사를 받을 이유는 없고 받고 싶지도 않다. 요조라는 그렇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느릿느릿 걸어 교실 뒷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멈춰서 고개를 돌려 돌아보고 물었다.
세이 렌: 210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그렇게 후회할 일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아
316 생부에 대한 생각 아... 이거 뼈때리네. 렌의 생부는 렌에게는 좋은 아버지였었지. 누가 봐도 단란하고 사랑많은 가족인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런데 알고보니 철저하게 바람을 피우고 있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렌도 그걸료 인해 충격을 많이 받았었고. 이제는 거의 만나지도 않으니까 그렇게 감정이 남아있지는 않은데 속으로는 배신감이나 분노 비슷한게 숨어있기는 해. 그리고 자신이 생부를 많이 닮은 것에 대해서는 좀 싫대. 어머니가 힘들어하니까.
234 캐릭터의 말투를 묘사해주세요 에.... 좀 머뭇거리는 게 있고 거절 잘 못하고 그러면서도 솔직한 편인 말투...?
땡이라니! 속았다ー! 아침달의 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틀렸다고 해서, 새롭게 거울의 신일 지도 모른다며 제법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는데 땡이었다. 코로리는 입술을 삐죽인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길래 거울의 신이 아니면, 다른 정답 후보로 떠올려두었던 흉내쟁이나 카멜레온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고 또 작은 기대를 품었기에 더 삐죽였다. 미즈미는 코로리가 생각치도 못했던 강의 신이었고, 이제서야 미즈미의 이름을 짚어보니 강도 물도 같이 있었다.
"그럼 밋쨩한테 눈 쌓인 거야?"
강 위에 눈이 소복히 쌓여서 하얀 거지! 미즈미의 머리카락을 따라서 시선이 흘려내려오다가 아래 발 아래로 뚝 떨어져 바닥을 바라본다. 그림자는 안 반짝반짝해? 코로리는 알록달록하고 반짝반짝하고 멈춰있지 않는 것에 마음이 가고는 했다. 잠을 보살피다 보면 만나는 꿈들이 그랬기 때문이다. 꿈은 형형색색 빛나면서 움직이는데, 강에서는 윤슬과 물그림자가 꿈과 닮았기에 미즈미의 그림자를 바라보려고 했다. 근데 어째선지 그림자와 눈이 점점 멀어진다. 눈 뿐만이 아니다! 발이 바닥과 떨어졌다! 밋쨩이 수영시켜줬어! 강이 몸을 옮겼다면 떠내려갔다는게 좀 더 옳았지만,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코로리는 수영을 했다며 방글방글 신나했다. 그러고나서 자전거가 급하게 출발하면, 몸을 조금 뒤로 틀어서 2학년 B반의 담임 선생님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어쩌려는지 대책도 없다. 벚꽃나무 아래 비 두개가 덩그러니 남겨졌을 걸 생각하면, 둘이 또 똑같이 만날지도 모르겠다.
"꿈에서는 안 다쳐ー 강은 다쳐?"
흔들흔들거리는 자전거에 코로리는 꽉 잡다기보다는 아예 꼭 기댔다. 다치지는 않아도 멀미는 한다! 그래도 머리를 톡 기대고 있으니까 조금 덜 흔들리는 것 같다. 코로리는 자전거가 비틀거릴 때마다 놀이기구 중 하나가 떠올랐다. 후룸라이드 타면 이런 기분이야?! 굳이 후룸라이드인 이유는, 미즈미가 끌고가는 자전거에 타고 있기 때문이다.
"밋쨩, 밋쨩 자전거가 나 싫어하나 봐."
자기 주인님의 정체를 한 번에 못 맞췄다고, 내리라고 화내는게 분명해ー. 코로리는 주인없는 자전거가 미즈미의 것이라고 오해했다! 그래도 팔랑거리는 벚꽃잎 아래 살랑거리는 하얀 머리카락은 꽤나 예쁘고, 간지러웠다. 정말로 간지러웠다. 머리카락이 간지럼을 태운다!
렌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미술 수행평가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을 쏟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렌이 부주의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조라는 그림을 도와주는 것이 끝나자 이내 매일 아침마다 보여주는 거부의 기운을 또 둘렀다. 방금은 이례적인 것이라는 것처럼. 하지만 렌은 그 틈을 억지로 벌리려고 한다거나 굳이 끼어들려고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인관관계에 쓰는 에너지가 있고 그것을 누구에게 쓸 것인가는 그 사람의 선택이며 나랑 친하게 지내줘, 라고 강요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도움을 받았는데 귀찮게 구는 것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될 수도 있고.
"그래도 나는 기억하고 있을테니까. 어찌 알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렌이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일어서서 배웅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감사 인사도 방금으로 충분하지 않았던가. 요조라가 뒷문으로 천천히 걸어나가는 것을 시선으로 좇다가 그녀가 멈춰서서 돌아보며 제 이름을 묻는 것에 렌은 눈을 잠시 크게 떴다가 이내 눈을 접으면서 웃었다.
"세이 렌. 성이 세이고 이름이 렌이야."
요조라가 고개를 돌려 나가기 전에 이어 묻는다.
"아침에 만나면 인사 해도 돼?"
오늘 일로 렌의 마음에는 요조라에 대해 친밀감이 생겼고, 그 이전의 아무 이야기도 않던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기 싫은 것도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도 하고 도움도 받고 했는데 아침에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 거절한다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서도.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물론 새학기가 시작되고 이미 반이나 지났지만, 2학년, 3학년이라면 모를까. 1학년이 학생회장이 눈에 익을 일은 별로 없겠거니 생각한 탓이었다. 물론 그녀의 입장에선 정말로 눈에 익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그렇다면 기분은 좋을 것 같아 그는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흔들렸다. 이내 크게 흔들릴 것 같아 헛기침 소리를 내며 표정을 관리하는데 성공한 아키라는 가만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약하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그녀는 자신을 따라서 안내를 받으려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입장에선 딱히 나쁠 것이 없었다. 가미즈미 온천을 알게 함으로서 앞으로 많이 이용해준다면 자신의 집에 있어서는 확실히 이득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자신이 일을 돕고 있는 가미즈미 스파에도 와준다면 더 고마운거고. 일단 짐을 챙기고 원피스까지 다시 차려입은 모습에 그는 말 없이 코토하를 가만히 바라봤다. 예쁜 푸른빛 원피스네. 바다에 되게 잘 어울려. 그런 생각을 하다 아키라는 살며시 몸을 옆으로 돌렸다.
"여름 바다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원피스네요. 가미즈미의 바다에 맞춰 준비한 옷인가요? 그렇다고 한다면 용왕님도 정말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있을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에요. 아무튼 따라오세요."
뒤이어 아키라는 가미즈미 온천이 있는 곳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만나는 마을 사람들 중에 장난스럽게 시미즈 도련님. 이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대해서 아키라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일단 인사에는 응했다. 뒤이어 고개를 살며시 젓다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아키라는 코토하에게 이야기했다.
"말해두지만 도련님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냥 마을 사람들의 장난 같은 거라서. 너무 신경쓰진 마요. 신경 안 쓰고 있었다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