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동물 학대를 당했다며 쳐들어온 공룡(?) 덕분에 이미 머리속은 엉망진창. 그래도 겉으로 최대한 차분한 척을 하며 파이프를 한 번 흡입하고서, 머리도 차갑게 식혀 상황 파악을 끝냈다. 아무래도 공룡 탈을 쓴 사람인것 같은데, 본인의 역할에 몰입해서인지 본인이 괴롭힘을 당한 것을 동물학대라도 잘못 말한듯 하다.
" 그래서, 어떤 학대를 당했는데? "
상황 파악을 끝냈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대화. 피해자를 심문하여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겉보기엔 공룡 옷이 찢어졌다거나 하진 않은걸 보면, 적어도 날붙이로 해코지를 당한건 아닌 모양이다. 하긴 그랬다면 사건 의뢰가 아니라 보건실이나 병원에 먼저 갔겠지. 그래도 군데군데 흙먼지가 묻어있는걸 보면...
[그러니까.... 뒤에서 누가 막 다이빙해서 덮쳐지고...]
흠. 그 덕에 한바탕 구른 모양이다.
[손이 잡힐뻔 하긴 했는데.... 다행히 금방 빠져나와서 도망갔고...]
그러고보니 저 공룡 손. 사람 손이 들어가기엔 꽤나 작다. 사실감을 위해 손을 두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두진 않은 모양이다. 제대로 잡힌게 아니라면 빠져나가긴 쉬웠겠지.
[갑자기 누가 뒤에서 저먼 스플렉스를 날리려고 한다던가...] " 엉?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 " [그러니까.... 잡히자마자 엄청 소리 질렀더니 팔이 느슨해지길래... 냅다 도망갔지.]
....? 큰 소리를 싫어히는건가? 중요해보이니 기억해두자.
" 생김새나 힘은? 어느정도 " [잘 안보였으니까 생김새는 잘 모르지만... 힘은 대충 42kg 정도...]
!? 그게 수치화가 된다고!? 어느 정돈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 어느곳에서 일을 당했는지 물어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하아... 일단 현장에 한번 가볼게. 별 수확은 없을것 같지만... 여기서 기다려. 눈에 엄청 띄니까. "
그 자리로 이동을 하고있는데, 어째 점점 사람이 많아진다. 아무래도 무슨 행사 비스무리한걸 하고있는 모양이다. 하기사, 그러니 그런 복장을 입고 돌아다녔겠지. 그렇게 인파를 헤치는 와중에, 눈에 이상한게 띄었다. 플랜카드를 든 사람... 인데, 플랜카드를 보니 '쿄류를 찾습니다' 라고 적혀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느닷없이 쿄류를 봤냐고 묻기에, 일단 도와줄테니 인상착의를 알려달라고 했다. 만의 하나긴 하지만 지금 조사중인 일이랑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은 종이를 받긴 했는데,
호흡이 흐트러졌던 까닭일까, 방금 올렸던 열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탓일까, 그 새하얀 뺨에는 아직도 발갛게 달아오른 기가 살짝이나마 남아 있었다. 헌데, 각색이라는 말은... 이 화상에 쓰여있는 이야기가 전부 허구라는 말이냐? 숨이 진정 된 후의 그녀는 인상을 찌푸려 -잘 보이지 않기에- 모니터를 가까이 빤히 들여다 보고, 또 그 옆에 서있던 테츠야 역시 -마찬가지로 찌푸린 눈으로- 쳐다보기를 두어번 반복하는 것이다.
"...그대, 달필이로구나. 나도 모르게 이 이야기가 진짜라고 생각해버리지 않았느냐."
하기사야, 머리를 차갑게하고 다시 돌이켜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을. 무로마치 무렵, 나아가서는 센고쿠라면 한창 칼과 창이 난무하고 있을 시기가 아닌가. 이런 악신이 있었다면 진즉 칼의 뜻에 의해 설화로 남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테츠야의 설정집엔 그런 전란의 시대상이 반영이 되었기에, 그 시기가 항창 전성기였을 도검 신에겐 오히려 철썩같이 믿는 계기가 되었던 걸테다.
'답지않게' 라고 하기에는 평소에 곧잘 흥분하는 것 같았지만 굳이 그걸 입에담지 않는게 좋다는건 그라도 알고있다. 아직까지도 흥분하여 뺨이 붉어보이는 모습에 별로 덥지 않아서 안 켜둔 소형 선풍기를 틀어 그녀쪽으로 두었다. 역시나 동력원이 작아서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없는것보단 좋으니까.
"그렇게까지 잘 쓴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설정을 꼼꼼히 짜긴 했지만 억지로 넣은 설정도 많았다. 어차피 순간적으로 대략적인걸 보았으니 그렇게 느껴질 법도 했다. 하지만 신이 등장하고 미지의 힘을 얻기 위해서 싸우는 그런 이야기를 진짜라고 믿어버렸다는 말을 하면 난 도대체 어떻게 반응을 해야하는걸까. 일본이야 엄청나게 많은 신으로 유명한 나라긴 하지만 그것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는 아니다.
역시 그 하카마를 입은 이유가 있었구나. 아무래도 신사쪽에 연관이 있는 사람인가보다. 그렇다면 어쩌면 악신에 대한 설화가 있었다고 믿을수도 있겠지. 그 악신의 목을 베어버리겠다는 발언은 제쳐두고..
"trpg. 부장이죠."
나머지는 정기적으로 trpg를 즐기러 온 사람들을 등록시킨 유령부원들. 사실상 부원은 한명이다. 부장이자 부원인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이 부실에서 보내곤 한다.
"제가 trpg 부장인걸 알고 여기에 찾아왔다면 그에 맞는 이유가 있어서 찾아온거겠죠."
사실진위를 위해 찾아왔다고 하기에는 의미가 없다. 애초에 저 사람은 trpg 자체를 모르고있었는걸.
>>690 그러니까 결론은 호감도를 쌓아야한다라는 이야기로군요. 아..아닛. 저런 씁쓸한 상황이 있을 수 있나요?! 그리고 가을 쪽이라. 그리고 겨울이 된다라. 하지만 또 시간이 되면 봄은 찾아오기 마련이지요!! 요즘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아무리 단단한 얼음덩어리라도 녹게 된다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