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을 보니 맞는 것 같았다. 리리가 신인걸 들킨 사람이 하필 오늘 날 찾아온 사람이라니.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말처럼 비밀은 잘 지켜줄거라고 믿고 싶어도 최악의 경우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랑 친구냐고 묻는 말에 고개를 저어보이며 말했다.
" 그냥 오늘 우연히 만났어. 선생님 심부름으로 반에 찾아왔었거든. "
그러니까 친구는 아니고 일면식만 있는 정도라고 하면 되겠다. 동생에게는 한참이라고 느껴질 잠깐의 잔소리 타임이 지나가고 너무 심하게 말했나 싶어서 살짝 눈치를 보게 된다. 미안하다는 목소리가 울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여동생을 잠깐 바라보았다가 말없이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찾아서 나온다.
" 아냐 내가 미안해. 사실 별거 아닌 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
잠 못 드는 아이들을 양귀비라고 하며 도와주러 다니는 리리를 보면서 약간 마음 졸였던적도 있지만 한번도 들킨적이 없으니까 그녀도 나도 긴장의 끈을 살짝 놓았을거라고 생각한다. 실수는 한번은 할 수 있는거고 같은 실수를 두번 반복하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방에서 챙겨나온 빗으로 여동생의 머리를 살짝 손으로 잡아주며 말했다.
" 머리, 빗어줄까? "
평소처럼 웃어주며 말했다. 리리가 불안해할때마다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빗어내리는걸 알고 있으니까 방에 들어가서 빗도 가지고 나온 것이다. 저녁 먹을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이미 지났으니까 더 늦게 먹어도 괜찮겠지.
1. 「가고 싶지 않은 장소에 억지로 가게 됐을 때의 생각은?」 렌 : ....(집에 가고 싶다)
2. 「몸이 너무너무 아픈데 집에 약도 죽도 없다면?」 엇.... 어떡하지? 렌이 아픈게 상상이 안 되는데 렌이 아프다고 해도 누구한테 도움을 구할 곳이 없을 것 같고....? ㅇ.... 최대한 친하다고 생각되는 이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구한다...?(누구일지 렌주도 모르겠다)
3.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추악한 면을 직시하게 된다면?」 죄책감 느끼고 한참동안 그것에 있어서 고민하고 자책하고 힘들어할 것 같네~
>>379 렌이 집에 가고 싶어하는 모습까지 귀엽게 보이는 저, 중증 이모인가요?🤔 그치만 아플 때 혼자라는 부분에서 하염없이 울어버려....(´°̥̥̥̥ω°̥̥̥̥`) 렌의 추악한 면은 뭘까?? 누구에게나 어두운 면은 있지만 렌이 건강한 체육계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잘 상상이 안 가네...ㅋㅋㅋㅋㅋㅋ
>>387 스레에서 친구를 많이 사귀어서 아플 때 부를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물론 렌 너무 건강해서 과연 그럴 일이 있을지... 렌의 추악한 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인간 본성은 이기적이고 악한 면이 있으니까....? 나도 상상이 안가~ㅋㅋㅋ 딱히 엄청 어두운 비설이 있는 것도 아니라
>>384 후미카... 뭘 바란다거나 하는 쪽으론 별다른 생각 안 하고 사는 편인데 '지금 당장 떠오른 소원은?' 이런 질문 들으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니까 좀 귀찮대~ 젊다 못해 어렸을 적에는 그랬었지~ 뭐만 하면 킬각 재는 눈으로 봤으니까. 물론 그때도 웬만하면 생각만 하고 참기는 했지만!
>>385 나..... .너무너무 손 들고 싶은데.... .....하필 지금 컨디션이 꽝이라 눈물 흘리고 있어..... ( •̛̣̣꒶̯•̛̣̣ )
우연의 신님 미워…. 소파 위로 다리를 올리더니, 무릎을 굽혀서 모은 채 팔로 감싸안는다. 그리고 팔 위로 얼굴을 묻었다. 딸꾹거리는게 우습지만, 코로리는 진지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느냐고 원망하는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 우연으로 빚어진 일들이 너무 다사다난했고, 때문에 하루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아직 코로리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고, 밤을 새며 잠을 돌봐야하는데 편안하고 따스한 꿈을 꾸고 있는 누군가의 꿈 속으로 찾아가서 같이 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오늘은 개미해야 하는데. 그러고 있으면 소파에서 무게감이 줄었다. 코세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떠버릴 정도로 화가난 걸까 싶은 코로리는 다급히 고개를 들었지만, 방으로 들어가는 뒷태만 보았을 뿐이다. 표정이 우그러들고 울면 안된다고 되뇌인다.
"세이, 나 후링씨랑 친구할게."
친구라는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렇게 마음 먹었다! 우연히 마주친 학교 선배의 비밀보다, 친구의 비밀을 좀 더 열심히 지킬테니까 사고 수습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세이가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한댔으니까, 알아서 잘 해보는거야! 다시금 모은 무릎 위로 턱을 괸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선뜻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선뜻 대답할 수 있게 별거 아닌 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당황해도 멀쩡한 사람을 재워버리지 않겠다, 양귀비들은 제외하고!
"응. 나 오늘 세이오빠 엄청 보고 싶었어ー."
좋을 때만 오빠라고 부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온 쌍둥이를 제일 의지하는 것이다.
운이 나쁜 신이었다. QR코드 이벤트도 그랬지 않던가, 부끄럼 한 점 없이 소매치기 하는데 족족 다른 신의 눈치가 보이거나 아주 발각이 되어 혼쭐나고 마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쪽지만은 몇 번인가 훔칠 수 있었다... 그렇게 144점 상당 모았지만. 야망하던 상품 독점은커녕 청룡 반지 하나 교환 못하는 잔혹한 현실은 카가치가 두 손을 들어 머리를 부여잡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학생회장의 머리 말이다. 농담이다. 개초딩의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카가치의 성과는 크게 나쁘지 않다. 300점조차 바라보다가 삐끗하여 태초마을로 가버린 일부 학생 생각하면 차라리 양호한 쪽으로, 운이 나쁘네 회장의 머리를 부여잡네 할 만한 점수 아님에도 카가치는 그 탐욕스런 마음씨로 세상을 저주했고 운 나쁘도록 저만 세상이 배척했다며 주저앉아 엉엉 억지를 부렸다. 언제나 과욕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학교 꽃에 욕심하여- QR코드에 대한 화풀이도 겸하여- 퍽퍽 양동이에 퍼담는데, 지금이야말로 운이 나쁘다고 할 순간일지도 모른다. 양동이 껴안아 주위 둘러봤을 적엔 아무도 없었고, 퍼담으면서도 나름대로 주위 정황을 잘 본다고 자부했지만, 몰두하다 보면 심지어 신이라도 여념이 없어지기 마련으로 후미카가 어깨를 톡톡 건드리기까지 카가치는 인기척 아니 신기척의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하끅-! 이상한 소리를 내며 팩 하고 불청객을 마주해버린 카가치다. 후미카를 보며 카가치는 더듬더듬 땅에 내려놓은 양동이부터 사수하듯 홱 품에 끌어안았다. 이 잡귀 욕심 수준 알 만하다...
잘 빚어진, 모조의 녹안이 상체를 숙여 눈높이를 맞춰오는 후미카를 째려본다. 학생의 꼴이지만, 신기가 느껴진다. 같은 신이다. 그러나 수준이 다르다. 신으로서 제대로 된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더러움穢이 뭉쳤을 뿐인 덩어리, 그 위에 껍데기를 씌운 것이 카가치라면 후미카는 천의 기운만 지닌 신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 중 하나에 우뚝 서버린 것 같다. 무척이나 경배 받는, 크나큰 신. 신을 휘감는 공기가 그렇게 말한다. ...QR코드 이벤트 내내 그러한 신들로부터 시달린 카가치는 보는 것만으로 괜히 화가 났다.
"대지의 신으로서 내 땅에 자란 꽃을 거두는 것뿐이야-! 거기에 대고 도둑이라니. 너, 무례를 넘어 무엄한 줄로 알아!"
적반하장으로 굴며, 꽃삽으로 거칠게도 흙을 팍팍 찍어댔다. 모로 봐도 도로 봐도 더러움穢의 뭉치일 뿐인데 대지의 신일 리는 손톱만큼도 없어보였지만, 아무튼 그렇게 주장한 카가치는 다시 팩 하고 후미카를 보았다.
"뭐해, 안 꺼져-?!"
훌륭한 적반하장의 교과서...
//늦어서 미안한 마음에 텍스트 뻥튀기해왔어(?) 농담이고, 어쩌다보니 가독성도 없이 늘어났는데 길이 신경쓰지 말고 편히 이어와주기 바라 또한 카가치의 행동이 불편하면, 마찬가지로 편히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