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카에게도 선호하는 시간이나 장소 정도는 있다. 가령 일광욕이라든지, 태생이 느긋하게 햇빛 쬐기를 좋아하는 생물이다보니 점심 시간에는 볕 볼 겸 느긋한 걸음으로 어느 곳을 향하는 것이 풍어신의 일과였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그곳은 옥상이 되기도 하고, 연못 근처나 화단이 되기도 했다. 오늘의 쉴 자리는 우연히 화단으로 결정되었다. 초봄에 피는 꽃이 떨어지고 그 뒤에 열리는 꽃들이 어느덧 화단에 만발했다는 이야기를 반 아이들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감수성을 기르고자 한 번 쯤은 보아야겠다 싶어 여기에 왔는데, 감수성은 커녕 도덕성이 깎이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은 후미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태라는 뜻이다.
군더더기 없이 바른 자세로 걷던 걸음이 모퉁이를 돌자 우뚝 멈추었다. 그 작은 발소리를 상대편이 들었을지는 모르겠다. 처음은 느릿한 눈 깜빡임. 자신이 본 게 정확한지 확인해본다. 제 눈으로 보는 광경이 틀린 데 없다 판명 나자 후미카는 그대로 잠시간 생각에 잠겼다. 요즘에는 이런 일이 해도 괜찮은 일에 들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려니 역시 그렇진 않을 테다. 원예부라 하기에도 전혀 원예부원 같은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할까, 한 눈에 수상한 기색이 풀풀 풍긴다. 대낮에 이렇게 당당하게 다른 곳도 아닌 학교 화단의 꽃을 훔치는 도둑─심지어 신이다─이 떡하니 나타난 상황은 풍어신에게도 그만큼 황당한 일이었다. 후미카는 꽃 훔치기에 여념이 없는 도둑에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건드려 보려 했다.
"혹시… 당신 도둑이오?"
그래도 혹여라도 자신이 오해하고 있는 거라면 억울한 일이 된다. 확인이 필요한 데다 비록 수상한 짓을 하고 있대도 예의는 차려주어야겠다 생각했다. 쪼그려 앉은 조그만 여자아이를 보며, 마찬가지로 조그만 모습의 신이 무릎을 짚고 상체를 숙여왔다.
>>286 나도.... 가져왔다....! https://postimg.cc/67kGyWJm 점심 먹고 왔는데 후미카 양갈래가 있어서 받아버렸다아아아악 외쳐버렸어 (`・∀・´) 후미카 양갈래 너무 좋아..... 귀여워...... 단발이 아니어도 귀여운 후미카니까 양갈래하면 귀여울 수 밖에 없는거지 응...... 땋아보고 싶기도 하고 리본으로 묶어주고 파
>>291 대답 해주면 해주는 대로 다 머리로 간다~! 이러다 머리카락이 안 보이게 되는거 아닌지 ( ´∀`) 나중에 머리핀 뺄 때 아프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누가 봐도 화났잖아아! 두눈 꼭 감고 고개를 들어올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코세이를 바라보면 분명 화난 얼굴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아서, 말을 다하고서도 마주보지 못했다. 발 끝만 볼 것처럼 수그려있던 고개는 코로리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때 움직였다. 어물거리는 움직임은 굼떴다. 질끈 감겨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위로 걷힌다.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정도 불안함이면 벌써 머리를 빗었을텐데 혼나는 중이라는 생각에 그러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세이 안 웃잖아, 머리카락 까맣다구! 안경 벗었어ー! 코로리는 금방 다시 눈을 피했다.
"오늘 점심시간에 보건실에서 만난 후링ー 남자애."
코로리는 설마하니, 그 남자애가 오늘 코세이와 만났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쩔쩔 매는 목소리가 움츠러들어있다. 코로리는 힐끔힐끔 코세이를 바라보았다. 눈을 맞추지는 못 하겠지만, 혹시라도 눈이 파랗게 변할까봐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있지, 거짓말해준다고 했으니까."
피노키오 해준다고 했단 말야. 한숨 소리를 들으면 몸이 굳는 것 같았다. 몇십년 몇백년을 상냥하게 대해주던 쌍둥이가 이렇게까지 나오면, 울고 싶었다! 머리를 빗지 않는 이유와 같은 이유, 혼나는 중이니까 울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눈물을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은 최선을 다해서, 들키기는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해야하는 것이다. 소파를 톡톡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 쪼르르 옆으로 가서 다소곳하게 앉았다. 지나치게 정자제여서 보는 사람이 불편한 만큼 바르고 곧은 자세로 경직된 채 앉아있다.
"잠도 잘 자는 거 같구, 착해보였구, 착하니까 비밀 ㅈ, 지켜줄거야!"
신이라는 것을 들킨 것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야할 지 고민했다. 단순히 인간에게 신의 정체를 들켰다는 것에 이어서 어떤 신인지도 들켰다. 잠결에 헷갈렸다 착각하게 만드려고 멀쩡한 인간을 재워버렸다. 너무 길게 재워버려서 깨우기 위해 직접 꿈 속으로 들어가서 만났다.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을 요약하고 보니, 코로리가 보기에도 가관이었다. 핏기가 가시고 몸이 차가워지는 것 같다.
"일부러 세이 오빠 얘기는 하나도 안 했으니까, 오빠는 괜찮을거니까아."
일단은 긍정적인 소식만 이실직고한다. 비밀을 지켜줄만한 좋은 인간에게 들켰다고, 쌍둥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 코세이의 정체까지 들키는 일은 없을 거라며.
늦었지만 히키주 새 캐릭터 기대할게~! 히키 매력적이었으니까 분명 그만큼 매력적이겠지 ( ´∀`)
>>318 >>319 사실 투샷으로 그리려다가 접점도 없는데 이렇게 맘대로 적폐로 해먹어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ω`゚)゚。 귀한 그림이라니 고마워 코로리 이뻐해줘서 고맙다구 。゚(゚´ω`゚)゚。 머리 꾸미기 허락받았다 후미카 꾸미고 노는 일상 적립.... (적립된 일상으로 산 쌓음) 근데 주의점이랄지 산다라박 머리 만들수도 있으니까 ( ◠‿◠ )
보건실에서 만난 남자 아이에게 들켰다고한다. 분명 오늘 있었던 일인데 ... 순간 오늘 낮에 봤던 남학생이 생각난다. 분명 리리를 보건실에서 만났다고 했는데, 리리도 보건실에서 들켰다고했다. 흐음, 분명 그 남학생의 이름이 ...
" 세이 렌, 맞아? "
이름이 기억하기 쉬워서 분명히 기억난다. 인상이 좋았던 학생이었지만 지금 이런 관계라면 말이 다르다. 거짓말 해준다곤 했다지만 언제 생각이 변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옆자리에 와서 불편한 것처럼 앉아있는 여동생을 보자 마음이 약해질뻔 했지만 굳게 먹는다.
" 착해보인다고 다가 아닌게 아니잖아. 혹시 마음이 바뀌어서 다 말한다고 뭐라도 요구하면? 아니면 그냥 나쁜 마음으로 다 말하고 다니면? "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오늘 한번 만나본게 다인데 갑자기 믿는 것도 힘든 일이다. 다시 한번 한숨이 나오고 눈을 살며시 감는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머리가 아파와서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눈을 서서히 뜬 나는 리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가만히 안있을꺼야. 그리고 나도 가버릴꺼니까, "
그렇게 뜬 눈은 푸르스름한 기운이 언뜻언뜻 보이고 있을 것이다. 무표정하게 리리를 바라본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선 머리를 살살 만져주며 말했다.
맞다거나 틀리다는 말은 안 했는데, 딸꾹거리는 소리와 함께 코로리의 몸이 움찔거렸다. 딸꾹질이다! 인간이 아닌 것 같다 의심받을 때도 신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정곡을 찔린지라 깜짝 놀라서 딸꾹거렸는데, 지금도 그런다. 세이가 이름을 어떻게 알아?! 사실은 둘이 아는 사이였다거나, 아니면 이미 진작에 다 들켰던건지. 아니면,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우지만 렌이 비밀을 다 밝히고 다녀서 그걸 들었다거나 하는 것까지 상상해본다. 아냐, 후링씨는 지켜줬을 거야. 의심하면 안 된다고, 조금이라도 의심했던 것과 불안을 떨쳐내려는 듯이 고개를 휙휙 젓는다. 믿어주지 않으면 믿어주지 않을테니, 코로리는 믿기로 했다. 애초에 그런 경우였다면 학교가 끝나고 무사히 아르바이트하러 다녀오는 건 있기 힘들 것이다.
"세이오빠랑, 친구야?"
세이도 세이고, 후링씨도 세이니까 뭔가 통했을 지도 몰라. 우물거리면서 물어보고, 코세이를 바라보았다가 앉아있는 무릎으로 시선을 돌린다. 서있더라면 발 끝을 보고 있었을텐데 앉아있어서 무릎이 보인다. 검은 교복 치마를 보니 서럽다. 세이 눈, 조금 파랬지. 진심이라고 덧붙이지 않아도, 이미 코세이가 한 말이 마음 깊이 날라와서 박혔다. 이 짧은 시간 내에 한숨을 몇 번이나 쉰건 지, 언뜻 푸르던 눈동자나 웃지를 않는 무감한 표정이 매섭게만 느껴졌다. 서러운 이유는 코세이가 무섭게 대한다는 것보다는, 그렇게 상냥하던 쌍둥이가 저런 모습을 보이도록 만들어버린게 자기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미안해, 세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목소리는 울음을 참는 듯 꾹 눌려있었다. 앞부분이 없었지만 분명 걱정하고 화내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장하다, 안 운다!
처음에는 내도록 공을 치더니 백방으로 찾아다닌 결과 그럴듯한 점수를 내게 되었다. 300점에서 조금 모자란 수가 아쉬웠지만, 향수를 노린 건 아니니 별 상관 없다. 후미카는 그리하여 이 점수를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했다. 돈이야 궁하지 않고 먹을 것에도 큰 관심 없는데…….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후미카는 보무당당하게 상품 교환 코너로 향했다. 이것저것을 휙휙 고르자 교환 담당 학생이 척척 물건을 꺼내준다. 점수가 넉넉하니 여러 개를 골랐음에도 짐은 비교적 간소했는데, 그야 당연하다. 부피 크게 안 나는 물건들을 골랐으니까. 사탕 세트가 둘, 샤프 세트 하나에 스파와 워터파크 이용권이 각각 하나씩. 샤프를 빼면 모두 다른 사람과 나눌 생각이었다. 누구에게 줄지는 지금부터 생각해볼 셈이다. 이런저런 물건들을 안아 들고 후미카는 교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