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케스는 심심하다고 대답하는 린의 말에 따라오라는듯 손짓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만약 그의 말대로 따라나왔다면 도시를 나가서 지하 대공동쪽으로 움직이는 그의 모습이 보일것이다. 말은 그렇게해도 구하러 가는걸까? 하지만 아까의 말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만.
"이쯤이던가."
그리고 예상대로. 그는 입구를 지나쳐서 조금 더 걷더니 텅 빈 황야에서 멈춰섰고. 갑자기 근처의 돌맹이를 걷어찼다. 뭐하는걸까? 그런 의문과 함께 나타난것은. 위험도 30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거대한 사마귀 형태의 디스포다. 어디선가 다가온것이 아니다. 돌을 걷어차자 갑작스레 나타났다. - 미니 디스포는 일행들 주변을 뱅뱅 맴돌았다. 그러는 사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졌고. 어차피 최종적으로 만날테니 그대로 둘로 나뉘어져서...
움직일 셈이었지만. 갈림길을 벗어나는 순간 일행과 저절로 합류하게 되어버렸다. 정확히는 당신들만 말이다. (플레이어들) 다른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어느새 약간 넓은 장소로 나온 당신들. 분명 지도대로라면 이 앞은 일직선의 통로일텐데. 갑작스레 바뀐 경치때문에 정확히 어디인지 모를 상황에서. 앞에는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타 클랜원들? 분명히 알케스랑 이야기하고있는걸 몇번 본 기억이 있는걸로 보아 사이가 나쁜 클랜은 아닌거 같다.
어디를 선택하는 건 의미가 없었습니다. 어디로 가든, 사람에 따라 도착할 장소가 달라지는 모양이니까요. 어-? 하는 순간, 저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보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다행일까요. 고개를 갸웃, 하면서 정면을 보자.. 다친 사람들이 보입니다. 혹시, 루온은 이 사람들을 찾아서 온 것일까요?
주변에 루온이 있는 지를 확인하면서,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며 걸어갑니다. 그러는 중에 테온이 말을 거는군요. 이 정도 걱정을 자신의 몸에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듭니다.
"그럼 호위 부탁할게요."
테온과 함께 부상자에게 다가갑니다. 다만, 주위에 대한 경계를 해둡니다. 이곳은 대공동입니다.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무사히 도착하면 좋겠습니다만..
분명 갈림길일텐데 동료들과 다시 합류하게 되자 잠시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눈을 크게 꿈벅이던 미나는 곧 상황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올때마다 공간이 변하는 던전이려나."
그랬으면 그거로도 유명하지 않았을까. 그럼 애초에 지도는 존재하지 않을텐데. 그녀는 갑자기 바뀐 경치를 조용히 훑던 중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아, 저 사람들은... 그러고보니 저 사람들이 예전에 알케스와 이야기하는 걸 본적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보통 레벨 1의 오퍼가 상대 가능한 디스포의 위험도는 10~15 정도야. 물론 그건 이상적인 이야기지."
그렇다 보통 1레벨의 오퍼가 위험도 10 잡는데도 목숨을 걸어야하고. 위험도 30은 마찬가지로 레벨 3이 목숨을 걸어야한다. 그리고 그 말에 맞춰 난이도라도 높이려는건지 다른 하나의 디스포가 추가로 나타났다. 위험도 30이 두마리. 수치만으로 따져봤을땐 그야말로 위기 그 자체일텐데.
"한번 잡아봐."
지직-. 알케스는 어느새 뒤로 물러나서는 바위에 걸터앉아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뭐 훈련이라도 시키는걸까. - 대공동은 분명히 지도가 아예 쓸모없어지는 랜덤 구간이 존재하긴한다. 그러나 네세리는 이쯤에서 이상함을 알 수 있을것이다. 그 구간은 극후반에나 존재하고 그렇기에 그곳에 가까이 가질 않는다. 근데 지금 일행들이 이동된곳은 입구였다.
루온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클랜원들에게 다가오는 목소리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타 클랜원들은. 급박하게 소리를 질렀다.
"오면 안돼!"
상황 파악, 불길함을 접어두고. 사태는 급변한다. 천장에 매달려있던 거대한 거미. 그리고 위에 사람의 형체가 박혀있는 디스포. 만화같은데서 흔히들 아라크네 라고 부르는 형태의 디스포가 낙하한것이다. 그것은 가까이 다가온 네명을 동시에 노리고 발로 내리찍으려 했고. 경계하던 수호를 향해 거미줄을 뿜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범주, 원래 단순화한 수치란 쉽게 믿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지금 앞에 나타난 위험도 30의 디스포는 지금의 자신이 쉽게 상대하기는 커녕, 목숨을 걸어야 잡아낼 수 있을까 말까 한 상대. 그러다 보니 저절로 긴장이 되는 것 같...기도. 어쨌든 지금 이쪽은 둘이니까 어떻게든 잘 되지 않을까~
"에."
에엥? 갑자기 한 마리가 더 나타나 버린 상황, 이거 도망치는 게 낫지 않을까? 머리에 열이 오르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편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머리에 열이 올라서 그런 거고, 그 전에도 바보같이 굴 생각은 없는데 하는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케스는 싸울 마음은 없어 보였다.
"좀 봐주시면 안됨까? 까라면 까겠지만..."
어쩔 수 없나~ 그녀는 하아... 하고 숨을 쉬더니 방금까지 하던 말은 엄살이었던 것처럼 씨익 웃는다.
"뭐 좋슴다, 함 해보자!"
그녀는 바로 도핑을 시작했고, 미묘하게 느려진 주변에 대한 감각 속에서 소드 오프 샷건을 꺼내 들고 산탄을 발사한다. 명중률은 그다지 기대할 게 못 되지만 둘이 한꺼번에 달려들거나 하면...싸움이 성립될 지는 모르겠다.
아예 예상 못한 일은 아닙니다. 나름, 이 일을 시작하고 시간이 약간 흘렀고, 아주 나름, 경험이 쌓였습니다. 특히 이런 곳은 사람을 편하게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죠. 긴장하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급박한 목소리가 들리자 마자 반응하여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피맛이 납니다. 이럴 필요 까지는 없겠습니다만.. 느낌은 중요합니다.
혈속, 자체적으로 강화하여, 몸을 던지듯 회피합니다. 동시에 타 클랜 인원들을 확인합니다. 여차하면 블러드 툴을 뻗어 회복시키는 것을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대체로 수가 많은 쪽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린의 예상대로 알케스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나왔다. 샷건을 쏘자마자 샷건에 맞은 한마리가 느려진 풍경속에서 산산조각나는것이 보였다.
일격필살의 기술을 쓴것도 아니다. 그냥 능력이 담긴 샷건을 쐈을뿐이다. Os로 개량된 웨폰들의 위력은 Os의 위력에 따라 달라졌다던가. 옆에 있던 다른 디스포는 그 광경에 린에게 달려들었으나. 그 움직임은 느릿느릿해서 보고 피하기엔 충분해보인다. - 내려오는 거미다리와 테온의 검이 부딪혔다. 원래라면 내려오는 가속력까지 더해져 검이 부러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간신히 그것을 튕겨내는데 성공했다. 손이 저릿저릿하긴 했지만 압도적이다 싶진 않다.
미나는 반응이 늦었고. 다리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치명타는 아니었고 딱히 다리에 독이 있다거나 한것도 아닌 모양. 아라크네는 탄은 그대로 맞아주었으나 푸른독은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인간형태의 몸을 움직여 회피했다.
그 사이 수호는 쉽게 거미줄을 회피했으나. 거미줄이 닿은 바닥이 녹아내리는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거미주제에 속박용으로 쏜 거미줄이 아닌 모양. 저 부식속도로 보아 맞았다면 순식간에 치명상이었을거 같다.
"삑- 삑-!!"
작은 디스포가 소란스럽게 날아다니는 동안 시우와 네세리도 공격을 피했다. 타 클랜원들은 부상도 부상이었지만 거미줄에 묶여있었고 디스포의 위험도를 확인하자 '93' 이라는 현실적이고 끔찍한 숫자가 떠올랐다.
아라크네 형태의 디스포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일행들에게 부식되는 거미줄을 난잡하게 뿌리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디스포가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이 샷건이 보통 샷건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산산조각을 낼 만큼의 위력을 냈던가? 극대화된 감각 때문에 더 꿈 같은 상황 속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뺨을 꼬집어 보니 틀림없이 현실이다. 그러니까...
"저 놈을 쳐 보면 감이 잡힐지도 모르겠슴다."
자신을 구경?하고 있는 듯한 알케스에게 이야기하듯 말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디스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그녀는 몸의 무게중심을 낮추려는 듯 자세를 낮추더니, 땅을 박차고 튀어나가 디스포 쪽으로 돌진했다. 그렇게 둘의 거리가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있던 때, 오른쪽 발이 지면을 디뎠고 그 발을 축으로 살짝 비틀린 상체로부터 힘이 실린 주먹이 디스포의 머리?를 노렸다.
자세히 보니, 저들은 거미줄에 묶여 있었다. 그말은 즉, 회복시켜 준다 하더라도 전력이 될 가능성이 적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서 몸을 뒤로 쭉 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몸을 빼는데에 성공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친 이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이군요. 완전히 부상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경미합니다. 당장은 신경을 끕시다.
검지 손가락을 듭니다. 가리킵니다. 손가락 끝에서 피가 납니다.
그리고 꽃이 피죠. 당장 크게 치료할 사람이 없는 시점에서, 공격을 해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아닐까요? 어찌되었든, 저는 아라크네의 배 아래쪽에 꽃을 피워봅니다. 당장 터트리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며 주변을 살핍니다.
아니아니아니, 무리잖아 이거?! 지금의 나로서는... 아니, 이 멤버로 토벌을 목표로 하기엔 자살행위나 다름 없는 위험도...! 어처구니가 없는 오버스펙에 순간적으로 넋을 잃고 지금이 전투중이라는 것도 잊어버릴 뻔했다.
"너희들!!"
날아오는 거미줄에 마주달리던 와중 번개를 번뜩이며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려 간단히 빗겨내려 하고는, 근처의 잔해를 딛는 것으로 몸을 공중으로 체공시켜 그 가속을 유지- 단검을 이용한 회전베기를 디스포의 몸뚱이에 처넣으려한다. 레벨 1에서 능력과 나의 순수 전투력을 적절하게 혼재시킨 효율 좋은 공격. 달리말하면 이정도가 고작!
린의 눈으로는 느릿느릿한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디스포가 박살나기까지 몇초도 걸리지 않았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사마귀의 머리통은 단 한순간에 박살났으니까 말이다.
"그거 아냐, 포인트는 원래 레벨업 외의 방법으로 늘어나지 않는거."
하지만 그들은, 요근래 포인트가 복사라고 해도 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원래라면 3레벨 한명이 30짜리 두마리를 만나면 해야하는 올바른 판단은 도망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냐?" - 테온의 진동파에 디스포가 살짝 밀렸고, 이어진 진섬에 공격을 막으려던 거미 다리 하나가 슥하고 잘려서 날아갔다. 그 사이 시우는 인간형태의 배 부분의 꽃을 피웠고. 그것에 당황하던 디스포는 미나의 푸른독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기분나쁜 타는 소리와 함께 녹아내리는 거미부분과 다리 두개.
그러나 디스포는 딱히 통증을 느끼는 존재도 아니기에, 디스포는 상관없이 거미줄을 사방으로 뱉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녹아내리는 거미줄이 아닌 끈적한 거미줄. 그것은 바닥을 거의 매울정도로 뿜어져서 움직이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펼쳐졌다. 수호의 늑대발은 혼형태라 그런가 거미줄에 속박되지 않았지만 시야가 방해될 정도로 거미줄이 펼쳐져 있다.
그러고있는 사이에도 네세리의 공격이 몸통에 직격해 상처가 났으나. 이미 집만들기는 끝나있었다. 다만 도망이라면. 아슬아슬하게 길이 보였다.
네세리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이미 거미집이 완성된 상태에선 이쪽은 특수한 이동기술이 있는 사람들 외에는 움직이기도 힘들다. 이 상태에서 녹아내리는 거미줄이나 거미 다리가 날아온다면 죽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