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이 소란스럽다.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었는데 루온이 약 3일 동안이나 모습을 비추지 않은것이다. 루온이 딱히 대단한 사람인건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에 부리더의 직책을 가지고 있기에 할당량 같은것은 전부 그녀의 지시였다. 알케스가 그런거에 신경을 쓸리가 만무하니 3일간은 다들 지시도 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하고있긴 했지만.
약소클랜 주제에 사람은 많아서 식사준비하는것도 힘들고 슬슬 루온 없이는 힘들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꼭 일꾼 찾는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클랜원 모두와 꽤 관계가 있는 그녀였기에 슬슬 걱정하는 이도 생겼고. 클랜원들이 닥달한지 좀 되서야 알케스는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지하 대공동에 간다고 한거밖에 몰라."
하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지하 대공동. 디스포 위험도 1부터 300 이상까지 말도 안되는 폭으로 랜덤 출현하는. 그야말로 미궁이나 다름없는 던전. 심지어 전투도 서툰 루온이 갈곳은 아닐텐데.. 클랜원들은 그래도 이중에서 전투경험이 많거나 레벨이 높은이들을 추려 루온을 구하러 가려고 움직이는듯 했다. 당신도 구하러 대공동으로 갈것인지. 아니면 그냥 상관없다고 내버려둘것인지. 선택하기 나름이다.
이런건 리더에게 기대하는 게 아니지.. 그런 생각을 고개를 내저어 쫓아냅니다. 일단 행선지로 짐작되는 건 지하대공동이니 전투가 없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주사기를 챙겨둡니다. 작은 병도 몇 개 챙겨둡니다. 권총과 총알도 준비해둡니다. 최근에는 잘 쓰지 않은 나이프도 챙겼습니다. 잘 정리된 가방을 허리춤에 매고 일어섭니다.
그러고보니 루온이 보이질 않는다. 벌써 3일째 되는 일이었다. 미나는 걱정하는 기색이 없어보였다. 대충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서 가출한거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덕분에 디스포 처리는 모두가 알아서 해야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걱정하기 시작하자 그녀도 궁금해진건지 알케스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나니 '그래도 당신이 주워온 사람인데, 너무 무책임한건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이 사람, 루온처럼 전투가 서툰 사람이 지하 대공동에 간다고 하는데 말리지도 않았던건가. 미나가 특유의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지하 대공동이 다른 건가 하고 스스로의 지식을 의심하던 그녀는 알케스의 태도가 뭔가 시큰둥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특히 레벨이 높은(실력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 루온을 찾아오고자 하는 듯 보이자 잠시 입을 다문 채 곰곰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3일 동안이나 보이질 않았는데 이제야 찾는 건 조금 부자연스럽지 않나~ 같은 생각도 조금 드는 것 같고.
"전 남겠슴다, 조심해서 다녀오심다~"
매정해 보일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두목...아니 대장, 아니 리더가 시큰둥한 태도인 걸 보면 의외로 위험하지 않을지도?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지난 번 디스포와의 전투에서도 죽을 위기였던 동료들이 살아남은 건 리더 덕 아니었나? 무책임해 보이긴 해도 정말 내다버린 자식마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별로 생각이 없었는지 웃을 뿐이다.
//이랬더니 아무 일 없이 끝나는 그런 상황이 생긴다거나 그럼 혼자 뭘 해야하지... 아 맞다 캡틴! 라스트 어택이 뭔지 들을 ㄹ수 있을까요?
부랴 부랴 모두가 나가고 나서야 태평하게 누워있던 알케스는 몸을 일으킨뒤 문자를 확인했다.
"...... 정말이지 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니까. 그 녀석."
루온에게서 온 문자. 그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혀를 차고는 단 한명. 남아있는 아도니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야, 매정한 녀석. 안 심심하냐?"
말 그대로 텅 빈거나 다름없는 거점. 확실히 할게 없긴했다. - 지하 대공동. 섵불리 들어가면 그저 지옥만이 펼쳐진다는걸로 유명한 이곳. 베테랑도 꺼린다는 이곳에 약소클랜원들이 모였다. 시작부터 보이는 좌우 갈림길. 보통이라면 지도같은걸 꺼내들겠지만 이곳은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어떤 길도 대공동으로 이어지고 나오는 디스포는 매번 바뀌기에 의미가 없는것이다.
"삑- 삐~"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던 이들의 뒤쪽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저번에 주워온 미니 디스포가 따라왔는지 날아다니고 있다. 뭐 이 녀석이 있다고 뭐가 달라질건 없지만. 다소 편한 기분이 들었다.
삐- 삐- 하고 울면서 날아오는 디스포가 보였습니다. 부드럽게 소리를 내 말하며 웃고는, 살짝 쓰다듬으려 합니다. 묘하게 안심이 됩니다. 그래봤자 별로 달라지는 상황은 아니죠. 가슴이 뜁니다. 긍정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긴장과, 다소의 공포심이 드는 것입니다. 오늘은 피가 잘 멎지 않을 것 같군요.
"어느 쪽이 안전할까요?"
갈림길을 가만히 보며 미디(미니 디스포)에게 말하는 듯한 혼잣말을 합니다. 그보다, 제대로 된 시작 전에 피를 담아두는 것이 우선일까요. 몸에서 뭔가 뻗어나는...뭐랄까...촉수라고 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니 호스, 네. 그런게 있어서 그나마 낫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후방에 있는 사람으로써 전방 인원이 재량껏 사용할 포션 정도는 준비해두는 게 좋을 것도 같습니다.
일단은 다른 사람 따라 가서, 그 후에 준비합시다. 시간이 지나면 효력이 약해지니까요. 제 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