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지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노래가 다 있지...? 하지 않을까? 하지만 자연의 세계는 냉혹한 법... 잡고 잡아먹히는 생태계에서 구워 먹힌다면 별 수 없겠지... 라는 심정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 노래의 거북이가 자기를 말하는 거라면 가만 있지 않음(?)
코로리주랑 마사히로주도 안녕~~!~!!! 헐 뭐야뭐야 미즈미가 테츠야 괴롭힌다고?? 너무 좋아
나는 핸드폰을 높이 쳐들고 그 화면을 눈에 담았다. 학교에서 기숙사로 오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시리즈였기 때문에 나는 한창 기대에 차있었다. 이때 화면속에선 수컷 뱀이 목을 쭉 빼고 암컷 뱀의 꼬리쪽을... 아, 버퍼링. 내가 인간으로서 거처삼은 이 기숙사는 다 좋은데 와이파이 연결이 참 좋지 않은게 흠이다. 나는 핸드폰을 창문 너머에서도 밀어넣어보고 화장실로도 가봤다가 복도에까지 나가봤다. 여전히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
이대로는 안된다. 나는 주섬주섬 겉옷을 걸치고서는 터덜터덜 학교를 향했다. 나는 이미 학교 공공 와이파이의 비밀번호를 뚫어놓은 터라 차라리 방과후인 지금 한산한 그쪽으로 가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어디보자- 나는 1층에 대충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부실 -TRPG 부? 처음 들어보는 부니까 대충 곧 폐지될 부인가보지- 문을 벌컥 열었다. 이곳이 가장 신호가 잘 잡히는 스팟이었다.
"아- 아무도 없나요?"
문을 열자 웬 인간 남자가 핸드폰을 붙들고 음침하게 앉아있었다. 뭐야, 이쪽도 와이파이를 찾아 흘러들어온 것일까? 나는 터벅터벅 들어가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죄송한데요- 이제 이곳 제가 써도 될까요? 충분히 쓰신 것 같으니까 이만 나가주세요."
아무래도 생면부지의 인간과 '동물의 왕국 - 뱀의 생식' 편을 같이 보기에는 좀 그렇다. 스윽 시선이 그의 핸드폰 화면으로 닿는다.
부스스 일어난 소녀는 제 말에 화들짝 놀라더니 한 손으로 제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쉬잇 소리를 내며 비밀이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놀란 건 렌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난스레 한 말이었는데 정곡을 찌른 모양이었다. 뭔가 웃음이 났지만 괜히 웃으면 이 앞의 신님이 삐질 것 같은 기분에 겨우 참아내고 고개를 끄덕이니 입을 막고 있던 손이 내려졌다.
“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예쁜 이름이고. 그리고….”
ねんねんころりよ おころりよ 잘자라 잘자거라 우리아가야 坊やは良い子だねんねしな 아가는 착한 아기지 잘 자거라 坊やのお守はどこへ行った 아가의 엄마는 어디에 갔나 あの山こえて里へ行った 저 산 너머 고향에 갔다
렌은 자장가를 떠올렸다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소리를 내던 코로리가 손가락을 잡으며 일어서서 렌 또한 누워있던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났다. 그제야 렌은 보건실에 있는 시계를 보고 아차, 점심시간이네! 하고 알게된 것이었다. 점심시간을 놓치면 점심을 못 먹으니까 그것도 문제였다.
“상담, 받고 싶다고 했던 건 어떻게 연락하면 돼요?”
렌이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코로리에게 물었다. 번호를 교환하자고 한다면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 교환을 할 터였고, 신님이니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도 했고. 다급하게 물었던 것은 이 신님이 영영 자신을 모른 체 할까봐 걱정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음, 딸꾹질 하고 눈물을 또륵또륵 흘리며 울고, 깜짝깜짝 놀라는 이 작은 신님이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아무도 없냐고 물어보자마자 부실로 들어오더니 이제는 그냥 나가라고 하는 기이한 사람이 부실에 나타났다. 모습이... 반에서 한 두번은 본 것도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나 이름까지는 모른다. 그나저나 오자마자 나가라고 한 것도 모자라서 또 오타쿠라고 하다니.
부실에 또 이상한게 출몰해버렸다.. 뭐지? 여긴 터가 안 좋은건가? 입지는 좋지만 터가 안 좋다 이건가? 사람이 오긴 오지만 오는 사람이 이상해서야 무슨 의미가 있어!
"너야말로 나가! 여기는 내가 학생회에 정식적으로 신청을 해서 얻은 부실이라고."
도대체 빈 교실을 얻어다가 뭐하려고 그러는거래? 어차피 게임에 전ㅡ혀ㅡ 관심 없는게 뻔한데 무슨 게임이라고 물어보는게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다! 어차피 '아! 이 게임 모르시는구나!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여러 학생들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임이랍니다! 정.말.재.밌.습.니.다.' 라고 해봐야 그건뭔데 씹덕아. 하고 무시할게 뻔한데!
아하- 그러니까 결론만 말하자면 이사람은 나처럼 공짜 와이파이를 즐기려 온 게 아니라 이 부실의 부원이란 소리였다. 나는 실로 신기해서 짝소리 나게 크게 한 번 손벽을 쳤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가시고 혼자 계시나요? 아, 혹시 오늘 외부 활동을 하는데 전달받지 못하신걸까요?"
그런 경우를 가끔 본 적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제대로된 공지를 전달받지 못해 예기치 못하게 학교 활동을 준비해오지 못하는 부류를. 나는 보통 인간을 안쓰럽게 여기거나 불쌍하게 보지 않는 종류의 신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어째서인지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좋은 말들을 늘여놓았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여기에 앉아서 그... '아...아카이브'? 아무튼 게임하는 것도 분명 생산성 있고 즐거워 보여요."
그러자 그의 표정이 썩 좋은 것 같지 않아보인다. 나에게 왜 오냐고 날카롭게 물어보기 까지. 나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끄고 슬쩍 질문을 흘러넘겼다. 대신 그에게 즐겁게 편승하여 보던 영상이나 마저 볼 요량이었다. 인간에게 제 은밀한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아직도 꺼려지는 일이었지만 이 인간은 남들에게 퍼뜨릴 것 같지도 않고 묘하게 안쓰러운 구석이 있는지라 괜찮을 것 같다. 나는 털썩 아무 의자에 주저앉고 그에게 덧붙였다.
"괜찮아요- 보니까 그..."
게임 화면에 고양이 귀를 한 여자도 있고 천사링을 한 여자도 있고...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잠시 방황했다.
"가상의 인물과 교류하면서 사교력을 채우는 것도 분명 의미 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주변 사람들이 키모-오타라고 욕할지라도! 지하철에서 플레이하가 다소 부끄러운 게임이라할지라도! 전 그런 당신을 응원한답니다?"
아무튼 이렇게 장황하게 상대방 기를 세워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하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이제 저도 있잖아요? 아- 부실 좀 빌릴게요."
본론은 이거다. 나는 그에게 화이팅 포즈를 취하던 손을 갈무리하고 얼른 이어폰을 찾아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
딱, 하는 소리가 아프게도 울린다. 곧 맞은 부위가 조금씩 빨갛게 변해가기 시작할 거다. 그런데도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웃는 시이의 반응에 그도 맥없이 바람 빠지는 숨을 내쉬었다.
"왜 좋아하고 그러니."
정말 이유를 알 수 없어 묻는 물음이기도 하고, 동시에 생되게 던지는 핀잔이기도 했다. 후미카는 제 이마를 매만지는 시이의 손을 자연스레 치우고 제 손으로 이마의 얼얼한 부위를 살살 문질러주었다. 본인이 때려놓고서는 병 주고 약 주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완급이다. 아프게 했다면 그만큼 살펴주기도 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그러니까 신들끼리의 관계도 으레 그런 법이라 따뜻한 손길 한 번에 풀려버리는 마음인 것을 어쩌겠는가. 서로 이해하지 못해 거리를 느끼는 때가 있더라도 온기만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니까, 그리고 후미카는 결국 매정하지 않을 테니까. 멀찍한 거리감을 느껴버릴 때면 이렇게 손을 잡으면 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후미카는 시이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가만히 두었다. 마음에 든 대상에게 뺨 부비는 고양이처럼 안겨 있다, 휙 튀어나와 하는 애정표현을 구태여 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후미카는 갑작스러운 뽀뽀를 당하고 멀뚱하게 두 눈을 깜빡였다. 뭘 하려나 했더니 이걸 할 줄은 몰랐다. 이에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후미카는 시이의 등을 조용히 토닥여주었다. 그리 정답지도 차갑지도 않은 손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도닥이는 손길이 포근했다.
"그래, 너 이기렴. 이겼으니 기분 좋으니?"
달래듯한 목소리가 말했다. 이걸로 기분이 좋다면 잘 된 일이다. 오늘 만남은 시이의 기분전환을 위해 이루어졌으니까. 후미카는 천천히 몸을 떼고 시이와 눈을 맞추었다. 다시금 바람이 불어 머리칼이 흩어지기에 귀 뒤로 쓸어넘긴다. 어두운 밤중 강 위에 배가 한 척. 바람이 잔잔하게 불고 등불 일렁이며 수면을 비추는 광경이 제법 정가한 멋이 있다. 그는 그 경치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조금 지나가버린 화두를 이렇게, 다시 꺼내 오는 것이다.
"나는 덜 상냥한 바보를 하려니까, 너는 내가 하지 못하는 만큼 더 상냥하게 있어 주렴.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라 하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