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수업종이 울린다. 전교를 울리는 그 소리는 양호실에도 당연히 들리고, 깊숙히 잠들어있던 요조라를 깨운다. 곤히 잠들어있던 요조라는 느릿하게 눈을 뜨고 아직 밝은 하늘을 보았다. 오늘은 그리 늦지 않게 깨었구나, 생각하며 조금 더 누워 있는다. 정신이 완전히 깰 때까지, 늘어진 몸이 일어날 준비가 될 때까지.
요조라가 일어나 양호실을 나온 건 거의 모든 교실에서 종례가 끝나고 학생들이 돌아가던 시점이었다.
비틀비틀, 아무리 힘주어 걸어도 조금씩 흔들리게 되는 걸음으로 요조라는 복도를 걸었다. 도중에 작은 하품이 나와 느릿하게 하고,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교실로 가서 가방을 가져온 뒤 폰에 뭔가 왔는지 확인하고 학교를 나서 시내로- 실을 엮듯 생각을 이어가던 요조라의 귀에 뭔가 들린다. 선명하진 않지만, 어쩐지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학교에 누가 자신을 부를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서 요조라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슬쩍 뒤를 보았다.
"...하..."
만약 요조라가 잠이 덜 깼어도 저 하얀 머리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이 완전히 다 깨어있다. 그러니 제대로 알아봤고, 돌아본 얼굴엔 아차, 하는 표정이 아주 잠깐 스쳐지나간다. 표정이래도 눈썹이 꿈틀 움직인게 전부지만.
요조라는 멈춰선 채로 생각했다. 여기서 아는 척을 할까, 인사만 하고 지나갈까, 반갑게 반응할까, 어떤 방법도 요조라에겐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방금의 부름은 자신을 부른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다시 고개를 돌려 가던 복도나 마저 가려 했다. 멈춰있던 발이 느릿하게 움직여 복도를 걸어나갔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보통 유리 여러개를 두고 안경을 떠올리진 않잖아요? 요즘 인간들은 이런 생각을 당연히 하고 다닌단 말인가요?"
아차, 이런 말은 좀 조심해야하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농담인척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보자, 마땅한 웃음을 찾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본다. 소리 없이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이정도면 적절한 반응이었을 터였다.
"네에-? 요즘 라인 안하는 인간도 있어요? 그러면 핸드폰 번호 주세요! 저는 문자도 잘 쓴답니다-?"
끄응- 강적이네. 이래서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흔치 않았나? 나는 슬쩍 핸드폰 화면을 바꿔 다이얼을 보여주었다.너의 이름은 명찰로 훑어서 이미 익힌 바가 있다. -방금 익혔지만- 나는 이미 너의 이름을 이름칸에 적어놓았기 때문에 남은 것은 오로지 번호만 치면 되는 일이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는 쉬운 일인데 설마 거절하진 않겠지.
"엣? 제 이름 아시네요? 저 알고 계셨어요?"
어? 내 이름을 기억한다? 나한테 관심이 있다? 결혼을...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들뜬 기색을 지우려 했다.
정말로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이들과 다 대등하게 많이 많이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스레 인원이 소수는 아니니까요. 이 스레가 1년 프로젝트도 아니고 4개월치밖에 안 되기도 하고. 그래도 가급적이면 캡틴 욕심으로서는 정말로 많은 이들과 만나고 놀고 싶고 그렇네요. 으흑흑.
>>15 지금도 일본미인이라 하면 왠지 자연갈색의 머리카락이니까 말이야 솔직히 핑크 느낌이 도는 밝은 갈색 머리도 후보군이긴 했어 하지만 시이는 이제 거기서 서브컬쳐에 더 기울어 있기 때문에 핑크색으로 확정했지 나는 후미카 픽크루 덕분인지 어쩐지 자색이 도는 갈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져지도 자갈색과 잘 어울리게 찾아봤었네
그나저나 미즈미 하늘색... 영역전개해줘(이런말) 농담이고 하늘색이어도 시린 하늘색이 있고 따듯한 하늘색이 있는데 어느쪽일까
분명 저 뒷모습은 호시즈키양이 분명한데 내가 부르는 소리에도 잠깐 멈칫하는듯 싶더니 가던 길을 걸어간다. 너무 작게 불렀나싶어서 고개를 한번 갸웃하고 가던 걸음을 조금 빠르게하여 뒤를 따라갔다. 다행히 느릿한 걸음인가 그런지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고, 나는 어깨를 앞서 가던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 역시 맞네요. 같은 학교 학생이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에요. "
가까이 가니까 대충 옆모습이 보였고 호시즈키양이 확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길거리에서 두번 정도 만난 사이인데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니 이것도 상당한 우연이 아닌가 싶다. 조금 더 걸음을 빨리하여 그녀를 앞지른 나는 웃는 모습으로 말했다.
" 다음에 만나면 모른척 안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
물론 상대방이 약속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유야무야 넘어갔던것 같기도 한데 ... 일단 내 기억을 토대로 주장해보는 것이다. 마침 그녀를 위해 주기로 했던 것도 있었는데 언제 만날 수 있을런지 기약도 없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번호도 없고 라인 교환도 하지를 않았으니까.
" 나는 3학년 A반인데 몇반이에요? 만나면서 서로 나이도 몰랐네. "
사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일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뿐이다. 하지만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걸 안 이상 조금 중요해졌다.
"라인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빈도수가 낮아서 그래요." 그리고 제대로 집중하는 시간에는 라인은커녕 폰도 잘 안 봐서요.라고 말하며 휴대폰 번호는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샌가락을 움직여 핸드폰 번호를 찍을까 고민합니다. 라인도 문자도 어차피 비슷한 거면 라인이 더 낫다는 생각이라서 그런 걸지도. 이름을 아냐는 물음에는
"저 종이에 적혀 있으니까요? 읽는 법이 애매했는데.. 맞는 것 같네요." 이름을 안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시는 타입인가.. 싶은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Qr코드를 찾으라는 메세지에, 곧바로 학교 신발장으로 향했다. 이런건 대개 숫자와 연관이 깊은 법이다. 물론 어딘가의 서랍장이라던가, 양호실 침대 밑이라던가... 한번에 딱 생각해내기 어려운 위치에 있기도 하겠지만, 가장 먼저 떠올리기 좋은 곳은 신발장이다. 누군가가 쓰고있기야 하겠다만, 아직 하교시간은 아니니 아마 굳이 열어보지는 않았을 터. 먼저 찾아버리면 그 사람의 입장에선 운이 나쁘다고 할만 하지만, 어차피 그곳에 있던것조차 모를테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닐테다.
>>22 오오 핑크브라운도 예뻤겠다... 지금 핑크도 발랄해서서 좋지만! 앗 시이주 눈썰미 좋구나! 후미카 머리색은 노랑 계열보다는 불그스름한 쪽 갈색이야! 대모거북의 붉은 등갑을 생각하면 될듯! :3 그나저나 후미카 정말 뼛속까지 거북이구나... 그래서 저지 선물 정말 마음에 들어~ 어두운 대비는 세련되게 보이는 법이고!!
>>25 귀여워?서? 울어버릴 것 같아... 아키라 의외로 단정.정갈.한 교복맨은 아니었구나?? :ㅇ 후드 입은 거 귀여워~
>>33 뭐라고 해야할까.... 초여름 아지랑이의 유령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느날 환상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릴 듯 신비한 느낌이야.
>>50 근데 눈은 또 새카맣고 또렷한 눈동자에 맑은 하이라이트 명료하게 찍혀있다는 이미지 아무리 그래도 석양의 강렬한 빛에는 동공이 보일 거 같지만 기본적으로 눈은 진한 거북이 느낌이라고 생각해 시이가 바다에 태우고 들어가달라 그러면 태워줘?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혼날까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인기척 정도는 요조라도 알 수 있었다. 그냥 지나가는 거였으면 했지만, 인기척은 요조라의 바로 뒤로 왔고, 어깨를 두드려온다. 하, 작은 한숨이 요조라의 입에서 툭 흘렀다. 지금만큼은 느린 자신의 걸음이 미웠다. 아무래도 오빠에게 기초 체력 기르는 운동이라도 부탁해야 할 것 같다.
"아, 네..."
요조라는 적당히 대꾸하며 그대로 가려고 했다. 멈추지 않으면 제풀에 지쳐서 갈 거다. 늘 그랬듯이, 누구나 그랬듯이. 하지만 느린 걸음은 쉽게 앞질러졌고, 요조라는 우뚝 멈춰섰다. 코세이의 웃는 얼굴을 마주한 요조라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퀭하고, 무표정했다.
"했던, 가요... 그런 약속..."
사쿠라마츠리에서 마주쳤을 때 그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 그렇다는 건 그 말을 들었지만 요조라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요조라는 무관심을 유지하며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시선을 내려 바닥인지 벽인지 어딘가를 보면서, 건성으로 대꾸해 코세이를 보내고자 생각한다.
"알려줄... 이유가, 없네요..."
묻지도 않은 학년과 반을 들었다고 해서 자신도 가르쳐 줄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고, 요조라는 느릿느릿 말했다. 말하는 도중 요조라의 눈이 힐끔 움직여 코세이를 잠깐 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멍하게, 만사 관심 없는 것처럼.
사실 일방적으로 내뱉은 내 주장이었던것 같기도 하다.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걸로 끝인.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것도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두번의 만남이 있었고 여기서 한번 더 만난것, 그게 중요한게 아닐까? 라는 할 필요는 없는 생각도 해버린다. 싫어하는건 알지만 왜이렇게 들이대고 싶은지.
" 흠. 3학년이었으면 적어도 얼굴 한번은 봤을테니 3학년은 아니겠네요. 굳이 반까진 알 필요는 없고. "
그래도 낮을 내내 잠으로 보내는 것은 아니라서 화장실을 간다거나 물을 마시러 갈때 웬만한 3학년 친구들은 한번 마주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러면서 천의 기운 때문에 신인걸 알게 되기도 하지만, 이건 진짜 여담이고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이 호시즈키 요조라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우리 학교 1학년 혹은 2학년이라는 것.
" 그래도 학교에서 만나니 반갑네요. 후배들이랑 접점도 없는 사람인데. "
맨날 잠만 자빠져 자는데다가 부활동도 든게 없으니 후배들이랑 연이 닿을리가 없다. 물론 그런게 없다는 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진 않는 편이고 구실로 가져다 붙여본 것 뿐이다.
" 저번에 화과자는 여동생이랑 잘 나눠먹었다고 전해주세요. 되게 맛있던데. 다음에도 종종 사다 먹어야겠네요. "
시이는 근간부터 사람이었다. 짐승의 속성이 그 후에 붙여진다 해도, 시이를 만든 것과 움직이는 것은 모조리 인간의 욕망이었다. 그래서 사람은 짐승을 이해할 수 없다. 명석한 짐승도 아둔한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시이는 아둔한 자답게 미간을 좁히고, 후미카의 이야기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표정을 도출해냈다.
인간이 짐승의 처지를 헤아려봤자 인간의 시선을 벗어날 수는 없다. 미간의 주름은 그저, 다름을 느껴버리기에 나오는 거부반응이었다. 그리고 덜 상처받기 위한 포석이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으니까.
인간은 구차하다.
"그럼, 미카쨩은 왜... 여기에 있어? 그러니까, 그, 미카쨩은 혼자가 편하면- 바다에 혼자, 계속 혼자 살아가면 되는 거잖아. 누가 작살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왜 여기에 인간 몸을 해서 와 있는 거야?"
후미카의 소매자락이 잡혀온다. 시이는 이런 질문을 해서, 이야기가 헝클어지고 후미카가 떠나갈 위험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누군가의 질타가 들려오는 듯 했다.
"있고 싶은 게 아냐?"
봄볕이 완전히 사그라들고, 서늘한 바람이 소매 틈을 파고드는 시간이 왔다. 밤벚꽃은 살갗을 내보이며 흩날린다. 물비린내와, 희미한 벚꽃내음이 났다. 저녁의 냄새에 기름진 축제의 향이 함께 흘러들었다.
좋은 때였다.
인간은 구차해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이렇게나 아름답다. 시이는 에도성 담 너머의 이 풍경을 동경해서 왔다. 사람 사이에 끼이고 싶었다. 존재를 인정받고, 말을 섞고, 내가 살아간다고 느끼고 싶었다. 따라한 것에 불과한 성정임에도 말이다. 달콤한 것만 먹고, 즐거운 놀이만 할 수 있는 세상은 비록 아니었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83 (쓰담쓰담) 토요일에도 일을 시키는 회사는 제가 혼내줄께요! 그러니까 스즈주는 일요일에 일을 시키는 제 회사를 혼내줘 ... >>86 무언가 집안일을 할때 저런 느낌인거죠 :3 >>87 그건 좀 아플것 같은데 ... 깐건 이마인데 왜 옆구리에요~~~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96 일단 느낌이라고만 써서 서술을 일부러 뭉뚱그린건가 싶을 수도 있는데 정말로 느낌이야 대화가 뚝딱거린단 느낌,힘의 균형이 아슬아슬하단 느낌, 무너질 거 같은 느낌... 그건 스즈가 주변에게 맞춰주는 타입이기 때문에 생겼고, 시이가 말 없이 카운트를 하는 타입이어서 생긴 하지 시이는 기본적으로 조금... 인성이 안좋고 원한다면 남을 강압해서 목적을 이루지만 동시에 그런 나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쁜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이 맞아 그래서 그건 스즈의 잘못이 아니야
[누나 이거이거] [(불을 끈 방 안에 코로리가 선물한 플라네타리움이 켜져 있고 우산이 펼처진 사진] [이러니까 뭔가 연예인들이 팬 선물 인증해주는 것 같다] [도토리 하루나랑 같이 심었어] [서점 마당이랑, 동네 뒷 산, 우리집 마당에 각각 하나, 강가에 두 개] [잘 자랐으면 좋겠다] [특히 서점 마당꺼. 잘 자라면 평상에 좋은 그늘이 하나 생길꺼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선물 고맙단 이야기] [동생 콩 막 잠들었으니 언니 콩도 잘 자] 7:35 P.M
'안녕. 혹시 나 알까? 이 동네에서 서점집 손자 아오키 츠무기야. 응, 맞아. 너의 마니또. 이 책, 구하느라 좀 늦어서 이벤트는 끝났지만 그래도 마지막 선물로 보내. 내가 좋아하는 책의 초판본이야. (일본의 명절과 그에 얽힌 전설들을 소개하는 책들이 동봉되어 있다.) 7번째 이야기를 가장 좋아해. 눈치챘으려나, 견우와 직녀 이야기야. 사실 내가 뭐랄까, 여자애한테 선물 주는 센스는 없어서 5일 동안 선물이 마음에 들었을지는 모르겠어. 훌륭한 견우는 아니었던것 같네. 그래도 내가 준 선물들이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어.'
같은 사람을 반복해서 마주치거나 만난 것, 요조라에게 이건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작년에도 있었고, 중학교 시절에도 있었고, 초등학교 시절에도 한번씩은 있었다. 상대가 혼자일 때도 있었고, 다수일 때도 있었다. 세세한 부분은 달랐지만 다들 목적은 같았다. 전부 비슷한 말을 하며 다가와 비슷한 말을 하며 멀어진다. 멀어졌다. 그 속에서 요조라는 생각했다. 타인은 다 똑같구나.
앞서 했던 말이 약속은 아니었던 것 같다던가, 3학년이었으면 얼굴 한번은 봤을텐데 아니니까 라던가, 코세이가 눈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동안, 요조라는 내내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들리는 말들을 한 귀로 담아 한 귀로 흘렸다. 관심없다. 실은 그 약속 했었을지, 저 추론으로 인해 요조라의 학년이 들키던지 말던지, 아무래도 좋고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뿐이다. 학교에서 마주쳐 반가운 것도 요조라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단지 그렇게 중얼거릴 뿐.
"그러세요..."
이러면 조만간 질려서 떠날 것을 알고 있기에, 요조라는 대응하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스스로 흐르는 물이 된 마냥 상대의 말도 행동도 전부 흘려버린다. 그러던 중 일전에 사간 화과자의 호평이 들리자 요조라의 눈이 힐끗 코세이를 본다. 뭐가 그리 좋은가, 싶을 정도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코세이를 몇초간 응시하다가 시선을 뚝 내리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는 표정 없는 얼굴 때문에 기계적인 느낌마저 담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떠나준다면 요조라에겐 반가운 일이겠지만, 그렇게 순순히 흘러가주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같이 하교하잔 말에 칼 같은 거절을 해도 아마 온갖 구실을 붙여 따라오겠지. 언젠가의 누군가, 누군가들처럼. 그렇다면.
"전, 용건이... 있어서... 시내에, 나갈, 거에요..."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고 어쩌면 도중에 뭔가 더 생길지도 몰랐다. 그런 사람에게까지 따라오겠다고 하진 않겠지. 요조라는 그렇게 말하고 코세이를 지나쳐 복도를 마저 걷는다. 하교를 하려면 일단 교실에 가서 가방을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 반을 들킬지도 모르지만, 알려져도 무슨 상관일까. 요조라는 느릿느릿 걸어 복도 끝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에- 야베 야베- 나는 비죽 튀어나오는 너의 말에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안놀랐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요즘 하는 일이 꾸며내는 일뿐인지라 거짓말은 쉽게 나왔다.
"내려왔다기보다는... 저는 올라온 케이스죠! 완전 깡촌에서 나고 자랐거든요.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뿐이고 제 또래는 하나도 없고- 그래서 요즘 즐거워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나는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곧 손가락을 모두 펴서 들어올린다.
"친구 100명 사귈거예요."
그리 말하며 핸드폰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이 인간은 영어는 그렇게 잘 알면서 핸드폰 번호는 까먹은 모양이다. "싫으면 라인 QR이라도 찍으실래요?" 이해 한다. 나도 가끔 핸드폰 번호를 깜빡깜빡하고는 하니까.
"아- 뭐야. 김샜어요."
나는 그 말에 힘이 빠져 탁자에 몸을 기댄다. 쭉 뻗은 팔이 탁자 정가운데에 닿는다. 나는 몇번 눈 끔뻑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생말로는 전부 고쳐놓지 않으면 집에 안 보내준다 하였지만... 반이라도 채운 게 어딘가. 나는 그대로 기지개 하듯 몸을 쭉 펴고 가방을 챙겼다.
>>154 후미카 쫓아다녀도 되는거야?! 이득 (*´ω`*) 코로리 머리는 본인이 하는게 디폴트지만, 코로리는 불안하거나 초조하거나 스트레스 많을 때 머리 만지는게 버릇이라서... 아마 상태 안 좋은 날에 오빠한테 부탁하겠지! 누군가 머리 만져주면 스스로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욱 좋대~! ( ´∀`) 왜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코로리 재입학해야한단 말이야(?) ( ◠‿◠ ) 맞아, 경품은 상관없고 그저 빌런이야..... QR을 찾고 싶다면 종이접기를 펼쳐라~!
토와는 얼음 좋아하는구나~ 얼음 물고있으면 시원하지. 뭔가 공부하다 졸릴 때 얼음 물고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베라에 소다맛은 없지만 렌도 상큼한 맛 좋아할 것 같고 31요거트 같은? 너무 찐득한 단맛보다는 상큼하게 단 느낌 좋아할 것 같아. 그렇다고 초코아이스 싫어하냐하면 그건 아니지만! 코로리 입맛 너무 귀엽다~ 애기같애ㅋㅋㅋ 팝핑캔디 들어있는거 먹을 때 재밌지! 코로리가 좋아할만하네!
>>145 교복 딱딱 지키는 친구 학교에서 늘 한 명쯤은 있었지... 운동 하니까 수업 시간에 졸린 건 어쩔 수 없지만 역시 성실해~!!
>>155 :ㅇ 절대 배탈이 나지 않는 배...., 현실적으로 너무 부러워서 순간 감탄해버렸어....
>>156 응 이모야..... 왠지 이모 하고 싶어지지....(?) 음~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쪽이지?? 배라나 하겐다즈 같은 요즘 아이스크림보다는 할머니 입맛이야... 막 비비빅이랑 붕싸 그런 거?
>>157 ㅋㅋㅋㅋㅋ이득이냐구~~!! 물론 나도 좋아 앗싸😉 에구..... 안 좋은 날에 말당폭신보들의자에 앉히고 말랑보들 인형 안겨준 다음 맛있는 음식 잔뜩 먹이고 보듬보듬 쓰다듬으면서 머리 정리해줄래... ( ˃̣̣̥᷄⌓˂̣̣̥᷅ ) 코로리야 기운 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에 말했던 코로리 초등학교부터 다시 가기 제안은 어때...??? 초등학교에선 더 신나게 놀 수 있을 거라구...!!!
>>170 >>175 후미카..... 역시 마망.....?! 마망이 보듬보듬해주면 200% 충전으로 되살아날거라구 후미카한테 절대 예쁜 꿈만 꾸게 해 (`・∀・´) 코로리는 마망이 둘이나 되고 좋겠다~! 초등학교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락만 해준다면 어린 인간 모습으로 퐁 변해서 야호~! (*´ω`*) 하고 엄청 사고치지 않을까?! 아이스크림........... 잘 잡아?! 터키아저씨 지금 벙쪘다구?! 응응, 잘 다녀와 후미카주~!
쇼주 안녕, 좋은 주말이야! 점심은 챙겼으려나?! ( ´∀`)
>>174 으응 코로리 세살이지 ( ◠‿◠ ) 하프갤런을.... 하루안에.....? 렌이 밥은 다 먹고 먹는거지?! 운동하는 애가 밥 안 먹고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안 된다~! 시무룩하는거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프갤런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공장을 사와야겠네~! 렌 아이스크림 못 잡는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로리는...... (저 아저씨 오늘 악몽꾼다) 하고 있겠지 (*´ω`*)....
>>180 렌 설정은 대식가라서 엄청 잘먹어~ 원래 수영하는 애들은 많이 먹잖아. 그런 것이다~! 밥도 많이 먹고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하고 잠도 잘 자고~ 렌은 터키아이스 막 잡다가 부서지거나 떨어뜨릴까봐 함부로 잡지 못하구.... ㅋㅋㅋㅋㅋ 터키 아저씨 악몽 꾸는거냐구ㅋㅋㅋㅋㅋㅋ
>>185 >>190 튼튼한 이유가 여기있다!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잘 자고"~! 코로리가 기뻐한다 (*´ω`*) 잡다가 부서지거나는 상상도 못 했어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터키아이스크림 떨어질까봐 어떻게 못해서 못 잡게 되지~! 아저씨...... 응 꿈에서 레고 밟을거야 ( ◠‿◠ ) 점심 잘 먹고 잘 다녀와~!
>>191 맞출 수 있었는데 아까워 。゚(゚´ω`゚)゚。 맞아, 테츠야주도 네코미미 픽크루랑 테츠야가 무슨 맛 아이스크림 좋아하는지랑, 터키 아이스크림 먹으려다가 농락당하는 썰 풀 생각 있을까 (*´ω`*)
>>192 다들 단체로 네코미미 머리띠 받았으니까?! 정사는 아니지만 픽크루 정도는 해봐도 괜찮지 않을걸까나?! https://picrew.me/image_maker/1515440 링크는 여기 있으니까?! 위로 가면 네코미미 아키라랑 후미카랑 렌도 있으니까?! ..... 조금 보험 영업사원 된 기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마루.... 말고는.... 베라로 하면 그린티랑... 초코맛이 좀 섞인 초코나무 숲이려나! 쇼는 그냥 녹차도 좋아할까? 아이스크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탈하게 쳐다보다가 궁시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 상처받는 거 아니냐구~!
생각없이 찍었던 QR코드가 알고보니 학생회장이 개최한 이벤트라고 한다. 처음을 거하게 실패로 시작한 요조라는 이후에도 수없이 나오는 실패 경험담들을 지나가는 길에 들었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그렇게 쉽게 점수를 주면 상품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 아침도 양호실로 가던 중.
이번엔 난간 끄트머리에 찍어주소- 하고 붙은 코드 종이를 발견한다. 이걸 찍어, 말어. 잠시 서서 고민하던 요조라는 이내 폰을 꺼내 코드 인식을 켠다.
딸기랑, 블루베리랑, 고양이랑, 초콜릿, 그리고 벚꽃! 코로리가 열심히 가방 안을 체크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부터 마니또에게 들이닥치러 갈 것이기 때문이다. 방과후에는 아르바이트를 가야하니까, 쉬는 시간을 노린다! 쉬는 시간에는 교실에 있을테니까 절대로 엇갈릴 일 따위는 없다는 확신! 그동안 마니또에게서 선물을 받을 때마다 적었던 편지들이랑, 조금씩 준비했던 선물을 담은 상자에 리본이 꼭 묶여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2학년 층으로 향한다. 하교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가방을 메고서 교실을 나서니, 하교하는 기분이 드는데다 비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전국방콕협회장님ー!"
2학년 C반 학생들이 깜짝 놀라고도 남겠다. 벌컥 교실 앞문을 열면서 나타난 3학년 선배가 무슨 협회장님을 찾는데 그런 협회는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누군가를 찾는 듯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으니까. 숨바꼭질은 끝났으니까! 이제 내가 술래라서 잡으러 왔다구! 어서 자수하지 않으면 교실 안으로 성큼 들어가서 교탁 앞에 설 기세다.
/ 좀 짧다, 미안해 。゚(゚´ω`゚)゚。 학생회 측에서 마니또 정보를 얼마나 공개했을지 미지수라서, 대충 반이랑 학생 이름만 알려줬다고 생각하고 썼어!
다른 사람들과 같았더라면 벌써 오기가 생기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후미카가 누군가, 그다지 실망하지도 화나지도 않은 채 평소와 같이 지낼 뿐이다. 그보다는 곳곳에 숨길 장소를 찾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자, 때마침 나뭇가지에도 하나 걸려 있지 않은가. 평범한 학생들이 저기에는 어떻게 올라갔나 모르겠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화면을 확대하니 인식이 된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나온 결과는……
인사하려고 했는데 끌어당겨졌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까이 오길래, 이 남자애가 협회장님인가봐! 반갑게 방긋 웃었는데 어쩐지 반가워하는 건 코로리 뿐인 것만 같았다. 코로리는 교실 문을 열어제끼고 서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게 멀지도 않았다. 몇 발자국 다시 뒤로 물러나면 교실에서 복도로 나와진다. 복도로 나오면 다시 인사를 이었다. 닷새간 선물을 해준 마니또에게 직접 만나서 고맙다고 인사하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일부러 편지에는 의식해서 쓰지 않은 말을 해야했다.
"녕, 협회장님!"
그전에 목소리 크기를 줄였다.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했다. 협회장님이라는 신분, 비밀인가봐! 애초에 마니또 별명으로 지었을 뿐이었겠지만 기왕 비밀 친구에게도 비밀 하나 만들어버리는 편이 재밌어보인 코로리였다. 이제부터 정말로 협회장님인 것이다.
"고마워ー 라고 자물쇠 풀러 왔어."
마니또는 비밀 친구, 비밀은 남들에게 숨기는 것. 숨긴 것은 보통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잠금을 걸고는 한다. 그래서 자물쇠를 풀러 왔다며, 코로리는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겼다.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던 명찰이 드러난다. 이자요이라는 이름은 마니또를 시작할 때 받았을테니까, 그리고 전국방콕협회장님이라고 부른 것까지 합해서 마니또 선물을 받고 있던게 누구인지 가르쳐준다. 이자요이 코로리는 코로리였습니다아!
떽, 하며 테츠야가 손등을 쳐내자 튕겨나간 에너지 그대로 팔을 크게 돌려, 테츠야의 이마에 촙을 갈겼다. 꿍, 하고.
"어어-디 커뮤력 천점만점의 테스트에서 3점 나온 녀석이 질문을 하는 것이야? 하지만 그렇게 궁금하다면 말해주지. 후후, 무려 3천점이라구."
시이는 뻐기는 듯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곤 엣헴, 했다. 하지만 분명 커뮤력이 높기야 할 것이다. 그야 암투가 판치는 오오쿠에서 독살현장을 지켜보며 큰 신인걸. 세상물정을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눈망울을 깜박인다기엔, 시이의 귀여움은 약아빠진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나태했다. 시이는 책상 위에 누워선, 발을 까딱거리며 말한다.
"소년,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어서 세상을 왕따시키는 건진 모르겠지만 말야, 청춘이잖아, 열 여섯살이잖아, 즐기라구. 고양이귀 머리띠 하고 독기 가득하게 쇼타컨셉 스트리머를 해도 좋을 거라구. 마법의 나이라니깐, 열 여섯은. 뭘 하든 관심을 받을 수 있다구. 투명인간보다는 낫잖아, 관심 받는 게."
맞추고 싶었다구, 직접!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미 끝나버렸고 정체는 밝혀졌다. 열쇠를 쥐어줬길래 자물쇠에 맞춰 돌리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만났으니까, 코로리는 가방을 앞으로 끌어온다. 어깨 한쪽에 메고 있는 가방이 지익 소리를 내며 지퍼가 내려간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든 가방에서 편지 봉투 넷과 분홍색 묶인 리본으로 꾸며진 상자가 고개를 내민다. 코로리는 편지 봉투부터 하나씩 꺼내서 정말, 달콤상콤협회장님 할 수 있었는데! 에게 건넨다.
"딸기, 블루베리, 고양이, 초콜릿!"
헷갈릴 필요도 없는게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세트로 샀는지, 연분홍에 딸기 무늬가 있는 편지봉투, 파란 꽃무늬가 있는 하얀 편지봉투, 회색에 분홍색으로 육구 자국이 나있는 편지봉투, 달콤한 디저트가 그려진 노란색 편지봉투로 넷을 구별하기 쉬웠다. 선물은 다섯이나 받았지만 편지가 넷인 이유는, 마지막 편지는 분홍 리본 장식의 상자 안에 같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게 벚꽃이야. 협회장님 혼자 봐야하는 거 알지!"
편지 넷 다음으로 상자를 꺼내고 나니 가방이 텅 비었다. 자세히 보면 안쪽에 동전 모양 초콜릿 몇개가 있다.
가방에서 나온건 4개의 편지지와 리본으로 꾸며진 상자였다. 그걸 보고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와! 편지! 아시는구나! 엄.청.정.성.스.럽.습.니.다. 아니, 부담스럽다. 이 숫자를 보아하니 분명히 선물을 받을때마다 실시간으로 편지를 적은게 틀림없다. 어째서! 그냥 와서 감사합니다! 하면 끝인게 아닌걸까? 그리고 분명 마지막편지는 저 상자 안에 같이 동봉되어있겠지!
아아아, 어째서 안 좋은 예감은 항상 대실패 다이스처럼 딱 맞는걸까! 이정도면 거의 러브레터도 아닌 공개고백이다! 분명 같은 반 사람들도 '엥? 저딴게 고백을 받고있다고?' 하면서 지켜보고있을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정도의 성의. 반드시 받아야만한다!
"당연히 혼자 볼 거에요."
이런걸 돌아가서 그 자리에서 본다면 분명 여러 사람들에게 습격을 당할테니까. 분명 연애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부 여자애들이 평소 친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가십거리를 위해 친한듯이 말을 걸겠지! 정말 비겁한 사람들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이렇게 선물을 받게될줄은 몰랐어요."
정말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고마움이 느껴지는 웃음과 괴로운 이 상황이 느껴지는 살짝 찡그리는 표정이 조화를 이루어 웃는데 우는, 그런 기이한 표정이 되었다.
[ㅇㅇ : 그 옷 뚱뚱해보임] [ㅇㅇ : 왜 이렇게 치렁치렁하게 입음?] [ㅇㅇ : 노래 개못하네] [ㅇㅇ : ㅋㅋ]
생각해보니 열받네. 하지만 시이는 그런 채팅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편이었다. 니가 그런 말을 하니까 모쏠육수에서 나아가지 못한다던가 하는, 그런 팩트 기반의 반박을 하면 조용히 시청자수가 감소했다. 생각보다 많이 감소했단 게 문제지만.
당연하다, 광역기니까. 일반공격이 전체공격에 2회공격인 스트리머인데, 힐링하러 들어왔다가 우울해져서 떠난다고. 무엇보다, 노래는 정말 못한 게 맞았다. 정말로, 정말로. 구렸다.
하여튼. 시이가 거기에 초연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시이는 신이니까. 시-인이니까. 어린아이에게 잘 드는 칼을 들려준 상태와 같은 것이다. 들고 팔을 팔랑거리며 걸어다니는 통에, 괜히 해코지를 하러 오면 베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키보드 키, W자가 재기불능으로 먹통이 된다던지 하는 재액이 랜선을 타고 착불로 왔겠지. 하지만 그 이유 뿐만은 아니었다.
"그치만, 무관심보단 악플이 낫잖아? 난 그 말에 적극 동의하는 편이야- 무관심 받을 바에는 날 무서워 하는 게 좋아. 관심받을 수 있다면 옥상에서 시위도 할 수 있다구. 생각해봐.
네가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르고, 이름을 불러도 아무도 못 듣는다면. 다들 자기를 못 보고 없는 사람 취급한다면. 그런데도 세상이 멀쩡하게 돌아간다면... 그건 분명, 끔찍할 거야. 이해심을 발휘해서 생각해보라구. 투명인간은 슬픈 일이야-"
-10점 다음에 꽝?! 이건 도대체 말이 안된다. 누가 신을 농락하기 위해서 이런 불경한 짓을 벌이는게 틀림없다! 심지어 청룡신님이 막아놨는지 점성술도 통하지를 않는다. 처음엔 관심조차 없던 것에 이렇게 몰두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혈안이 된채로 QR쪽지를 찾아서 한번 더 찍어본다.
태어난 이래 세상은 미지의 보고와도 같았다. 비단 신이 된 이후에 한정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부터 하여 가장 하등한 단세포의 생물에게까지, 본디 세상에 난 모든 존재들은 누구나 미지에 몸 던져 그 치열한 생을 살아가지 않는가. 풍어신은 자신의 생애가 시작된 날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었다. 축축한 모래땅을 파헤쳐 나와 첫 숨을 들이켰던 때, 별빛에 의존하여 자신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짠물 속에 몸을 던졌던 순간. 환희도 무엇도 느끼지 않았으나 그 순간 자신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살아가는 일은 그와 같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생명은 숨이 멎을 때까지 그저 무지한 채 달려야 한다. 모르는 것은 그저 그뿐인 것.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면 모르는 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인 일이다. 무언가를 알지 못한다 하여 불안해하는 일은 그에게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구태의연하게도 구차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 후미카는 고개를 저으며 제 옷소매를 쥐어오는 시이의 손을 붙잡았다. 떨쳐내려는 생각은 아닌지 가만히 그런 채 고개를 젓는다.
"불편하고 고단하지만 싫지 않아. 내가 이곳에 있기로 한 것은 온전한 내 선택이니."
어떠한 강요도, 떠날 수 없으리만큼 간절한 한도 없다. 다만 그것이 옳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 긴 시간이 걸렸음에도 후미카는 점차 변해가고 있다. 맞지 않는 일을 언제까지고 하겠다는 이유는, 언젠가는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스스로 바라서.
왜냐하면,
"누군가가 나로 인해 일생을 바쳤기 때문에. 그러므로 나도 일평생을 바쳐 여기에 있으려 한단다."
배는 천천히 흘러 멀리로 나아가, 어느덧 축제의 조명보다 보트의 등이 더 밝아지게 되었다. 등불이 내내 고요하기만 한 그의 감정에 반발하듯 일렁여댄다. 후미카는 붙잡았던 손을 슬며시 놓고 하늘을 공연히 올려다보았다. 달이 더 밝았더라면 좋을 텐데. 지금껏 한 이야기들과는 영 관계 없는 엉뚱한 감상이 들었다. 후나가츠히메는 언제나 그런 신이었다. 제 일도 남 일 보듯 무념한. 그런 그가 어떠한 다짐을 하게 만든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볕 좋은 점심시간, 때마침 양호실 앞을 지나가던 학생들의 소란에 요조라의 잠이 깬다. 흠칫 놀라듯이 깬 요조라는 해가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걸 보고 점심인가... 하고 생각했다. 최근 점심시간에 깨는 일이 잦아졌는데, 이건 변화일지, 그저 계절을 탈 뿐일지,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요조라는 느릿하게 일어나 양호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 살짝 차가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는 순간, 손잡이 안쪽으로부터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닿은 김에 집어서 꺼내보니 제법 익숙해진 QR코드 종이다. 요조라는 오전에 점수가 적립되었던 걸 기억해냈다. 이번에도? 라는 생각에 폰을 꺼낸다.
>>430 으으음....(머리 굴리는 중) 일단 토와는 3학년이고 렌은 2학년이고... 렌은 체육계이고.... 어떤 상황이 좋으려나.... 아, 체육관에 토와가 물건을 두고 갔는데 다시 찾으러가니 문이 잠겨있었고 근처에 지나가는 렌이 문을 여는 걸 도와주는 상황은 어때~?
그치! 우와ー 지! 신이 주는 선물이라구, 신이 쓴 편지라구!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은 거라구?! 뿌듯해하는 코로리는 가방 안의 동전모양 초콜릿을 꺼냈다. 카페인을 싫어하지만 조그만 초콜릿에 들어간 정도야 눈 감아줄 수 있는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 아직 편지내용을 읽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코로리는 초콜릿을 나눠먹자고 적어두었다. 초콜릿 다섯개를 쥔 손을 펼쳐서 가져가란듯이 내밀었다. 초콜릿 편지는 지켰고, 그 다음은 고양이 편지!
"협회장님, 체셔는 아니었네!"
체셔는 자주색 줄무늬 고양이이다. 아무리 그래도 머리카락 색이 자주색 줄무늬인 학생은 보기 힘들텐데! 코로리는 이왕이면 새카만 밤색이 좋은데! 를 올려다보며 무슨 고양이일까 생각한다. 턱시도, 고등어, 얼룩이 셋 중 고민한다. 치즈는 아니잖아!
"우는 거야?!"
웃고 있는데 우는 표정을, 선물을 받아서 기쁜 만큼 감동이어서 눈물이 나는 걸 참고 있는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코로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했다. 꿈 속이라면 자유자재로 행복한 풍경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여긴 깨어있는 현실 속이라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코로리는 허둥지둥거리면서 당황하다가 손을 뻗었다. 졸려서 우는 아가는 달래줄 수 있는데ー. 울지 말라며 어깨를 토닥여주려고 했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소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독심술의 신, 이런 것이었다면 의중이라도 알 수 있을까 싶지만 가정은 또 다른 가정을 낳을뿐이다. 답답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호기심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을뿐이었다. 결국 나에겐 독으로 돌아올 호기심이라고 해도, 같은 후회를 반복해도.
" 개인적으론 다른 것도 먹어보고싶은데 말이에요. 나중에 추천 부탁해도 되겠죠? "
달달한걸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물론 레몬 사탕은 예외다.- 아직도 두고두고 먹고 있기는 했지만 먹을때마다 맘에 드는 맛이다. 마침 눈앞의 소녀가 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들의 자식이라는걸 알고 있으니 그저 웃으며 부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답변이 뭐던 간에 신경은 쓰지 않고 싱글벙글 웃고 있다가 말했다.
" 흠, 그럼 저도 장을 봐야할게 있으니 겸사겸사 같이 가다가 중간에 찢어져도 되겠는데요. "
굳이 오늘 장을 봐야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있을때 채워두면 나중에 좀 더 여유가 생기니까. 물론 시내로 나간다길래 따라갈 구실을 붙여본 것이기도 하다. 나도 할 일 없이 하루종일 따라다니기엔 시간이 꽤나 부족한 사람이니까 적당히 타협을(물론 나랑만) 본 것이다. 밤길을 헤메던 소녀가 애타게 찾는 소리에 호기심이 돌아 나타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
" 그 날 알려준 별이 잘 보이는 장소는 잘 이용하고 있나요?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긴 하니까요. "
주변 가로등이 고장나서 외부의 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이라 별이 잘 보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 장소에서는 별이 더 잘보이도록 손을 써놓은 것도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밝은 별 몇몇개만 보일지라도 그곳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깜빡이고 있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사이에 날 지나쳐가는 소녀의 뒤쪽에서 천천히 따라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했는데, 등에 가방이 없는 것을 보면 가방을 찾으러 가는 것일까.
렌은 마침 체육관 주변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수영장을 가는 길목에 체육관이 있었기 때문에 볼일이 있어서 수영장에 갔다가 교실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것이 더 알맞았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체육관 앞에 누군가가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문을 열어보려고 하는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체육관 안에 무언가를 두고온 것 같았다. 보통이면 모른 채 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렌은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보면 금새 지나가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것이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렌은 체육관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넥타이 색을 보니 3학년인 것 같았다.
"아니이, 나로 말하면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吾輩は猫である。名前はまだ無い。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아직 읽지 않은 고양이 편지에 적혀있는 내용이었다. 책의 화자 고양이와 같은 부분을 하나 찾았다면서 적었던 편지 내용이 있는데, 이름은 아직 없다는 부분이 공통점이었다. 코로리는 인간계 오려고 지은 이름이라구! 이 사실을 쉽게 말할 수야 없겠지만! 오히려 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이야기가 나왔는지 의문이라서 코로리는 고개를 갸웃이다가, 도망친다고 말하니 풀이 죽는다. 산타클로스를 피해서 크리스마스에 숨는 꼬마는 없잖아!
"나 수영할 줄 모르니까 울면 안 돼."
앨리스 이야기를 꺼낸 것에 장단을 맞춰주는 듯 하다. 앨리스는 눈물 웅덩이에 빠졌던 적이 있으니! 아무쪼록 울지 않는다고 답하니, 이번에는 착한 아이라는 듯이 토닥여주고나서 손을 거둔다.
"좋ー아, 그럼 마지막 질문이야! 딸기랑 블루베리 좋아해?"
편지 내용을 읽었더라면 코로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됐을텐데, 편지는 이제 전해주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렌은 고맙다는 말에 조금 마음속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낯으로도 그런 뿌듯함이 조금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열쇠로 문을 열자 이름 모를 선배는 잠시 문 안으로 들어갔다. 렌은 그 사이 다시 열쇠를 제 자리에 숨기고 기다리자 금새 선배는 밖으로 나왔다.
문을 잠그는 것은 쉬우니 열쇠 없이도 문을 잠궈 닫으며 렌은 토와의 말에 눈을 깜빡인다. 아, 이 말의 뜻은 문을 열어주었으니 감사의 표시로 먹을 것을 사준다는 의미렸다. 렌은 순간적으로 매점의 빵과 아이스크림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체육계 학생은 늘 배고프다.
원래같으면 거절을 하겠으나 욕망에 져버린 렌은 차마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아, 본능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 큰 도움을 드린 건 아니었는데, 민망하네요….”
렌은 뒷목을 큰 손바닥으로 두어차례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마 토와가 매점으로 걸음을 옮기면 뒤를 졸레졸레 쫓아갈 것이었다.
앨리스는 작아지고 눈물 웅덩이에 빠질 만큼 조그마해져서 빠진 거니까! 코로리는 더 이상 꺼낼게 없어진 가방 지퍼를 지익 닫아올리고 다시 제대로 돌려 멘다. 선물, 전국방콕협회장님이니까 좋아해주겠지! 더위에 대비해서 시원한 색의 파란 손 선풍기가 블루베리가 되었고, 방안 포근한 향을 더해줄 분홍색 꽃가지 모양 디퓨저가 벚꽃이 되었다. 딸기와 초콜릿은 쿠키세트가 되었고, 고양이는 인형이 되었다! 인형은 뜨개 인형으로, 잠의 신답게 가만 방에 두기만 하면 쾌적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인형의 크기는 코로리의 주먹 두개만한 크기였다.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방콕을 하면서 쾌적하게 있을만한 선물을 골라보았는데 마음에 들면 좋겠다고 바란다.
"응, 새콤달콤!"
과일 이야기를 하니까 기억난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만나면 알려준다고 했었다!
"제일 좋아하는 건 오렌지야."
다음 선물은 오렌지로 부탁한다는 건지, 딸기와 블루베리는 실패했다는 건지, 어느쪽으로든 오해하기 쉬웠다! 코로리는 그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을 말했을 뿐이었지만.
알 수 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응당 그 반대도 있는 법이다. 요조라가 그랬다. 뭇 사람들 관심 가질 일에 눈길 주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흥미에 관심을 쏟는다. 누군가 그런 요조라를 보고 같은 걸 한다며 다가와도 요조라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같아 보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보이는 것, 표면적인 것이다. 요조라는 다름의 차이를 시리게 알고 있었다.
"오시면, 해주시겠죠... 엄마나 아빠가..."
코세이가 언제 올 지도 모르는데 그 때에 맞춰 요조라가 가게에 나가 있을 지도 모르니, 앞날 모르는 일에 기약은 하지 않는다. 설령 안다 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조라가 그래줄 이유가 없으니까. 정말, 정말 기적 같은 우연이 겹쳐서 마주치게 되면 역시나 형식적인 추천은 해주겠지만.
"네에..."
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요조라가 나름 머리를 굴린 대답에 잠깐의 고민도 없이 그도 장 보러 가야한다며 가던 중에 찢어지면 되겠다던가 했다. 그래놓고 같이 하교하자던가 말한건가? 저것도 지금 지어낸 핑계 아닐까, 싶었지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떨까. 요조라는 머릿속에서 상념을 치웠다. 생각하지 말자. 따라오던가, 말던가, 요조라는 요조라대로 움직이면 된다.
"아뇨... 바빠서요..."
그 장소는 잘 이용하냐는 물음에 바쁘다고 한 건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밤마다 그림을 그리느라 바빠서 산책을 못 나갔다. 게다가 그곳은 가볍게 가기엔 좀 멀다. 아마 산책을 나갔어도 갔을지는 미지수다. 분명 안 갔겠지, 같은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며 요조라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미 대다수의 학생들이 빠져서 적막한 복도를 지나 B반으로 들어간다. 왼쪽 창가의 제일 뒷자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에서 요조라는 가방을 들고 나오며 폰을 꺼내 연락을 확인한다.
"...칫."
얄미운 오빠로부터 온 문자를 보고 작게 혀를 찬다. 그 문자에 느릿느릿 답을 보내고 한 손에 가방을, 다른 손에 폰을 든 채로 요조라는 교실을 나가 이제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었다.
역시나 편지만큼이나 엄청난 선물들이 준비되어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건지 그로써는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말 한마디의 감사로는 부족했던걸까. 선풍기와 디퓨저, 쿠키들과 인형.. 가방안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것 같았다. 인형은 집에 1개 부실에 1개 두는게 좋으려나.
"오렌지였나."
역시 다른 사람이 좋아할만한 걸 고르자고 한 선택은 영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설마 인형은 직접만드신건 아니죠?"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이라면 그것도 가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다. 수상할정도로 작은게 어떻게봐도 수제물품같은걸.
>>415 머리카락이 홀로그램으로 빛나는 것만 봐도 사람이 아닌건가? 할 것 같기는 해~ 그런데 그 정도는 네가 잘못 본 거야, 라고 하면 아, 그런가? 할 정도? 확실히 잘못 본 게 아니라고 한다면 몸 전체가 반투명한 느낌에 공중에 떠 잇는 정도면 그렇지 않을까? 아니면, 그런 상태의 코로리를 보고 렌이 ???? 하면서 괜찮은 거냐고 몸을 건들였는데 코로리의 능력 혹은 꿈으로 빨려들어가는 사고가 생긴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서야 오해하기 좋다는 걸 눈치챘다! 다시 허둥지둥, 협회장님 다시 울면 안 되는데! 와 눈을 맞추려고 한다. 눈가가 촉촉해졌나, 울상을 짓고 있나 얼굴을 살피려는 것이었다. 오렌지를 제일 좋아하기는 했지만, 코로리는 제일 좋아한다고 그것만 먹는 것은 아니었고 코로리는 그 변덕이 유달리 심했다. 딸기향 립밤도 잘 쓰고 있고, 블루베리 잼도 열심히 먹고 있는 코로리는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시무룩한 표정이 된다.
"저주 인형 아냐?!"
뜨개질이 취미인 코로리에게 인형 하나 뜨는 건 별 일이 아니었다. 몇 년이나 즐기고 있는 취미니까 자수도 놓을 줄 알고 바느질도 꽤나 하니 코로리 기준으로는 가벼운 선물이었다! 그래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고, 저주 인형이라는 오해를 받을 줄로만 알고 화들짝 놀랐다.
"협회장님 좋은 꿈 꿀거야."
협회장님, 고양이니까 고양이 친구 생긴 거라구! 코로리는 이제 자리를 뜨려는 듯이 방글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 막레로 받아줘도 될 것 같고, 더 이어도 될 것 같아 ( ´∀`) 그리고 인형은 하나니까!
>>432 대형사고치기 ( ◠‿◠ ) 코로리, 걸핏하면 그냥 다 재워버릴, 아냐 그러면 안돼! 하니까 엄청 당황하면 놀란탓에 스륵 재워버릴 가능성이 없진 않지! 응, 잠을 잘 잘수록 코로리의 힘이 잘 듣지. 코로리는 잠에서 태어난 신이니까! 꿈내용은 렌이 평소에 꾸는 꿈이어도 되고~!
아소비코쇼들은 총 75명이었다. 시이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비공식적인 기술이 그렇게 되어있다. 그들은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 간 시이의 동무가 되어주었으며 액을 받아내어 오오쿠를 지켰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가, 시이의 본질과 맞닿았기 때문에 선택당했다.
시이는 그들이 자신을 알아보기까지 몇 번이고 불렀다. 오오쿠의 복도를 버선도 신지 않고 쿵쿵거리며 교양없이 나다녔고, 때론 금붕어 어항을 일부러 깨트렸으며, 누군가에게 열병을 내리기도 했다.
날 봐달라고.
그러니 시이의 의사소통은 언제나 으르렁거리는 것 뿐이었다. 거기엔 어떤 이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해한다 생각했지만, 그렇게 멋대로 여길 뿐이었다. 시이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짐승의 결심을 듣고, 아리송한 얼굴로 거북이의 눈을 응시하는 것은 그래서다.
시동을 옷 갈아입듯 바꿔대던,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던 것이 얼마나 사려깊겠는가.
"미카쨩은 이상한 사람..."
이내, 시이는 웃음을 짓는다. 배 안에 켜켜이 쌓여가는 꽃잎을 괜시리 만지며, 시선을 돌린다. 막연하게 부러웠다. 후미카도, 후미카의 지아비도, 축제를 만끽하는 사람들도. 나는 왜 그럴 수 없을까?
"모르겠는 말 투성이야. 고작 인간이잖아. 걔넨 어차피 불혹 쯤 살고 나면 알아서 명따라 죽을 것들이야. 일생이라 그래도, 눈 깜박 하면 죽어있다구. 인간 따위가 일생을 바쳐봤자 인간 정도지. 거기에 미카쨩의 평생은 과분해. 미카쨩은 바보야. 이상한 사람두 아냐. 그냥 바-보."
투정을 부리는 듯이, 다소 토라진 억양이다. 시이는 못된 녀석이다. 탐이 나지만 탐난다 인정하면 지는 기분이 들어서, 인간 따위의 일생이 얼마나 무겁겠느냐 말한다. 사랑따윈 필요 없는 것처럼. 그러나 후미카의 질문은 그런 행세를 제대로 꿰뚫었다.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이야. 그게 전부야."
그러나 시이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을 하고 지금 이 곳에 있다. 사랑받고 싶어서. 자존심으로 억누르기엔 너무 거대한 욕심의 결정체라서. 결국 입밖에 내고 만다. 사랑받고 싶다고.
>>437 능력 사용은 아무데나 상관없어! 코로리가 주변에 아무도 없다~ 라고 생각할만한 곳이라면 시간대도 장소도 어디든지 ok야! 오히려 렌이 코로리 능력 사용에 냅다 잠들어버려도 괜찮은 곳이어야 하는게 문제지 ( ´∀`).... 길에서 맞닥뜨렸는데 그렇게 되면 큰일이야~! 체육선생님 눈에 난 코로리가 하교하려다 붙잡혀서 수영부 담당 선생님한테 뭔가 전해달라고 해서, 수영부 찾아간다거나......? 학교에 수영장 있는건가?!
>>442 아 ㅋㅋㅋㅋㅋㅋ 왜이렇게 상황이 웃기지? ㅋㅋㅋ큐ㅠㅠㅠ 렌이 냅다 잠들어도 괜찮을만한 장소라면 보건실은 어때? 가벼운 부상으로 렌이 보건실에 방문했는데, 마침 보건 선생님도 없는 상황이었고 능력을 사용하느라 집중하고 있던 코로리가 렌이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거나~ 마침 점심시간인데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렌이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면 괜찮을까?
모습을 보니 꼭 삐진 것 같은데, 하긴 딱 봐도 세상의 모든 관심을 받고싶게 생긴 사람한테 세상사람은 너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하면 당연히 이렇게 삐질거다. 그런데 참 자기는 인간이 아니라는 듯 말하네. 아직도 그 쾌락신이라는 설정을 제대로 지키고있는 모습이 참 놀라웠다. 이쯤되면 하나의 신념이 아닐까.
"좋아. 알았어. 그만할게."
사실 이런 말을 하는 본인도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으니. 어차피 대화를 하고있는거라면 상대방이 침울해있는거보단 밝게 있는편이 더 나을테고.
"적어도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어. 핑크머리에 투사이드업을 하는 여고생은 흔하지 않기도 하고. "
침울해하는 그녀에게 살짝 힘내라는 듯 말했다. 오로지 외형만을 칭찬하는것은, 뭔가 내면쪽을 칭찬하는건 마치 고백같지 않나 싶으니까. 내가 뭐가 좋아서 그런 부끄러운 짓을.
조금은 급하게 끝나버린 방송과 방송종료멘트. 스즈는 또 자신이 실수했나 싶어 조금 더 가시방석이 된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사람이 주인인 방에 들어와있는데 그 사람이 하던 것을 멈춰버렸으니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스즈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전부터 불안하거나 긴장되거나 마음이 불편하면 곧잘 입술을 깨물곤 했다. 중학교3 학년때는 그게 심했어서 항상 아랫 입술에 상처가 나있기도 했다.
" 아냐아냐. 시-쨩이 강요한건 하나도 없어. 그게, 내 잘못인거야. 만만하게 봤나봐. 나는 나서는 것도 좋아하고 항상 친구들하고 같이 있으니까.. 그게.. 괜찮을거라고 생각해서.. "
거리감이 없어서 남들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점은 공감이 간다. 스즈도 가끔씩 그런 말을 듣곤 했다. 지금은 많이 친해진 친구들에게서 처음 만났을 때의 스즈는 거리감이 이상해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 처럼 행동해서 놀랐다고. 꾹 깨물고 있던 아랫입술을 떼어놓았다. 깨물고 있어서 조금 톡 튀어나온 입술이 느껴졌다. 스즈는 다시 한 번 '미안' 하고 말했다. 무언가 시끄럽던 분위기가 금새 가라앉은 기분이다.
" 응.. 아. 그거 알아. 응. 아주 잘 알아. 엄청 공감해. "
말도 안하고 계산을 끝내고 멋대로 거리를 두고 분명 친하다고 했었으면서 말도 없이 관계를 정리해버리고 없던 사람인것 처럼 취급하는 것. 아주 잘 알고 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것 쯤은 알고있다. 하지만 그래도 말도 없이 계산을 끝내고 거리를 두고 관계를 정리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기억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형벌이다. 그리고 잘못한 게 없는 사람에게 떨어지는 형벌이라면 온 몸이 차게 식을만큼 억울한 일이다.
" 시-쨩은 말야. 음. 오늘 처음 만났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
슬쩍 멋쩍은 미소를 지은 스즈는 고개를 돌려 시이를 바라보았다. 닮았으면서 다르다. 어딘가 많이 닮아있는 듯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다르다. 외형적인 것이나 내면적인 것이나, 그런 막연한 감정을 느낀 스즈는 허벅지위에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꼼지락대다가 조심스레 입술을 벌렸다.
" 그래서 말인데. 시-쨩은 날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에헤- 조금 이상한 말이었으려나? "
아프다고 하면 보건실에서 잘 수 있어! 학교에 다니는 인간들은 봄잠도 겨울잠도 보건실에서 자나봐! 한마디로 꾀병으로 땡땡이를 친 후에, 보건실에서 봄잠을 자고 있었다. 보건실에서 자면 책상에 엎드려서 잘 필요도 없고, 선생님의 눈초리도 닿지 않았다! 코로리는 인간계에 내려온 이래, 주말을 제외하고서는 정말 편안하고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점심 시간 전까지만, 오전 수업 시간 내내 보건실에서 자버리겠다고 다짐한 코로리는 4교시까지도 보건실에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만족스러울만큼 잤는지 문득 잠이 깨면서 눈이 뜨였다. 때마침 노크 소리가 알람벨 소리처럼 들린다. 얼마나 푹 자고 일어났는지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반짝였다. 반짝였다! 너무 푹 자서, 그만 실수로 잠결에 둔갑을 풀어버린 것이다!
"응, 양치기가."
잠을 잘때 양을 세는 것은, 양치기가 제일 잘 하는 일이 아닐까! 코로리는 양치기가 있다고 답하면서 부스럭 일어났다. 눈을 부비적거리면서 침대에서 내려왔고, 오전 내내 푹 잔 것 같다는 직감에 교실로 올라갈 생각으로 문쪽으로 향했다. 향하면 안 됐다.
"후링이네ー"
이 남자애 꽃단내가 안 나ー. 잠이 부족한 자는 양귀비, 그 반대로 잠을 잘 자는 자는 후링이었다! 후링 코로리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투명한 후링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과 딸랑이는 소리, 또 햇빛에 반짝이며 여러 빛깔 그림자가 생기는 것도 좋아했다. 꼭 코로리가 신의 모습일 때의 머리카락 색처럼 빛이 비추는 때마다, 흔들릴 때마다 하얀 머리카락이 다채로웠다. 지금도 그렇게 하얀 머리카락이 부스스한 모양으로 여러 색이 맴돌았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어째서, 어째서 계속 0점인건데?! 계속되는 꽝의 행렬에 이젠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다. 핫하! 한번 해보자는거냐! 권태로운 삶에 간만에 찾아오는 격한 감정이다. QR코드의 결과는 보지 못해도, 누군가 QR코드를 찾는 미래는 볼 수 있지! QR코드가 있을법한 곳을 점성술로 찾아서 스캔해본다.
한번에 50점이라. 머릿속으로 50점을 몇 번씩 되뇌이며 멍하니 학교 안을 돌아다니다가,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캐모마일 향이 머릿속에 흘러들어오며 정신이 맑아진다. QR코드에 들어있는 점수까지 알아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QR코드의 위치 정도는 추리할 수 있다. 시시한 심리론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잘 맞는 편이다. 마침 들고있던 휴대폰에선 야구 경기 영상이 틀어져있었다.
[던졌습니다! 이번엔 과연 홈런을 칠 수 있을것인가!?] " 그러게. 이번에도 과연 홈런일까? "
사람을 소모품 내지 도구로 보았던 신. 제 바람에 따라 누군가를 도구 삼았다는 점에서는 그도 시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오직 그가 누군가를 죽이거나 액운을 퍼지게 하는 신이 아니었다는 점 뿐이다. 어차피 불혹을 겨우 넘겨도 오래 살았다 여겨지는 짧은 인간의 일생, 그 속에 뛰어들 적에도 사십 년 정도면 버릴 이름이라며 가벼이 생각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가약이라 이름 붙인 행위는 애당초 인간들에게 있어서도 거창한 미사(美辭)에 불과했다. 번식기에 접어든 짐승들이 저들 보기에 훌륭한 기준으로 짝지을 상대를 정하듯, 인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재산, 가문, 권세, 능력, 인간끼리 제 이익을 좇아 짝짓는 일에 저 역시 빈 마음으로 임하는 데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하지만 연이란 것이 제 짐작보다 질기리란 걸 누가 알았겠나. 가짜 이름을 달고 짧은 생을 논하려 했던 젊은 신은, 결국 이 자리에서 평생을 입에 올리며 또다른 이름을 쓰게 되었다. 우스꽝스러운 촌극이 따로 없다.
"그래, 난 이상하단다. 아무렴 사실이지."
후미카는 시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쩐지 토라진 듯 말투가 조금 뾰족뾰족하니 삐친 듯했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이러니저러니 변천했다 읊어대어도 그는 여전히 미숙했다. 지금만 해도 시이의 감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삐치게 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럴 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후미카는 몸을 일으켜 시이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고선, 팔을 들어 시이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 애는 내 아들이었단다. 백 년도 못 산 시간이라 덧없다 넘기기엔 각별한 걸 어쩌겠니."
시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사랑받는 듯한 감각, 그런 계산에서 나온 행동인 것만은 아니었다. 눈꺼풀이 천천히 내리 닫히고 오른다. 눈을 감았다 뜨는 짧은 순간, 지금껏 그저 묵적하기만 하던 눈빛에 미미한 온정이 서리는 듯했다. 그렇게 잠시 있었다. 후미카는 계속 따스하게 대해줄 것만 같았다. 돌연 이 말을 꺼내기 전까진.
"날더러 바보라 했으니 위로는 못 해주겠구나. 너도 바보 하렴."
줄곧 보듬어줄 것처럼 굴더니 딱 하고 딱밤을 때리는 것 아닌가. 동작이 급하지 않고 여유로웠음에도 피하기는 어려웠다. 전직 어머니의 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맞으면 꽤 아플 거다. 이유가 어떻더라도 괘씸한 건 괘씸한 거다.
아, 중도작성.. 미안. 저것만 딱 올라오니 내 갱신이 너무 딱딱했을까.. 걱정이네.😶 다름이 아니고 시니카주가 있거나, 시니카주가 오면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해서.
캡틴이 미리 공지했듯 마츠리 일상은 최대 일요일 이내로는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아. 어장은 4개월으로 알고 있고, 조금만 있으면 여름 이벤트인 호타루마츠리인 걸로 알고 있어. 혹시 시니카주가 현 일상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지금 일상을 짧게나마 마무리짓고, 그 이후 시점에 유도후 먹으러 왔다로 넘기지 않겠느냐 제안하고 싶어서.
렌은 자연스럽게 보건실로 들어갔다. 원래 보건실이란 모든 아픈 학생을 위해 열려있는 곳이 아니던가. 하지만 들어간 곳에 보건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다. 대신,
“…양치기?”
계세요, 라고 물었는데 양치기가 있다고 한다면 대답을 한 사람은 양치기라는 것일까? 보건 선생님은 아닌 여자애의 목소리가 침대들이 있는 곳에서 들리더니 그곳에서 누군가가 눈을 부비적거리며 렌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렌은 눈을 깜빡거리며 그 여학생을 바라봤다. 조금 놀란 얼굴이다. 단순히 그저 여학생이었다면 그런 표정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눈 앞에 보인 여학생의 머리카락이….
“후링, 이요?”
순간 파란 하늘 아래 반짝이는 후링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도쿄의 아파트에 살 적에도 커다란 통창 유리 앞에 후링을 걸어놨었다. 고층 아파트의 파란 하늘 햇볕 아래 투명한 유리 후링은 알록달록한 그림자를 만들어 냈었다.
아, 마치 후링 같았다. 앞의 소녀의 머리카락이.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눈 앞에 똑똑히 보이는 것을 어떡하는가. 희고 투명한 머리카락에서 다양한 색깔이 아른거렸다.
‘렌. 듣고 있니?’ ‘으응?’ ‘사실 비밀인데, 엄마는 신이란다.’
순간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장난이었겠거니, 착각이었겠거니 하고 지나버린 그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게 된 것은. 그 때 착각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눈동자가 지금 앞의 소녀의 머리카락과 같은 희고 다채로운 색깔이었기 때문이었다.
“저어,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렌은 비이성적인 광경에, 비이성적인 옛 기억에, 조금은 저항하며 실날같은 이성을 잡아 물었다. 그러니까, 인간 같지 않은 모습에 혹시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이 앞의 소녀는 사람인지 귀신인지, 아니면 신인지 묻는 물음이 저 평상시같은 물음에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손바닥의 따끔거림은 이미 저 편으로 날아가버린 뒤였다.
/잠시만, 코로리 신폼 머리카락 흰색이었지 참…. 예정에 없던 과거사 튀어나와서 미안;;; 나도 당황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언제 그녀가 가게에 있을지도 모르는데다 가게에 있는 시간을 알아내서 가겠다! 이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집착할 일도 없고 해본적도 없다. 그냥 어느날 길을 지나가다가 가게에 들렀는데, 그녀가 있다면 부탁하겠단 뜻이다. 상당한 우연이 있어야겠지만 어째서인지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점성술을 주관하는 별의 신의 직감이랄까.
" 잘됐네요! 혼자서 집에 가기 심심했거든요. "
표정 하나 안바꾸고 그저 웃는 표정으로 기쁜듯이 답했다. 리리가 알바가 끝날때까진 집에 혼자 있어야하니 심심하기도 했으니까. 모바일 게임도 하루에 몇시간씩 붙잡고 있을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번엔 정말 순수하게 기쁜 마음이라 그녀의 살짝 뒤에 서서 천천히 따라간다.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거기, 진짜 별 잘보이거든요. "
내가 특별히 별이 반짝반짝 잘 보이게 해놨는데 안가보다니. 이건 좀 시무룩한 일이다. 그래도 미소는 그대로 유지한채 얘기한 나는 그녀가 B반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의 반에 들어가는 것은 실례니까 반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난다.
" 뭐야, 3학년이야? 3학년이 여기까진 어쩐 일로. " " 근데 저 하얀머리, 꽤 유명한 사람 아니야? 맨날 학교에서 잠만 잔다는 사람인데. "
하얗게 새어있지만 윤기를 잃지는 않은 머리가 꽤나 인상이 깊었는지 나는 학교에서 하얀머리 선배로 불리우곤 했다. 뭐, 문제아라면 문제아니까 누군가에겐 알려져있을테고 누군가는 새카맣게 모르겠지. 하루이틀 듣는 소리는 아니기에 그저 시선을 한번 주고서 다시 그녀가 나오길 기다린다. 물론 내 시선과 마주친 두사람은 금세 도망가버렸지만.
" 사탕, 먹을래요? "
반을 나와서 걸어가는 소녀의 옆에 서서 주머니에 있던 사탕 하나를 꺼내서 건네본다. 내 주머니에 항상 들어가있는 썬X스트 레몬 사탕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탕 중에 하나다. 아무나 안주는건데, 특별히 주는거다.
양치기를 만나서 놀라는 건, 늑대?! 하지만 인간인데ー 의 놀란 표정을 마주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옆으로 느적히 기운 고개를 따라 긴 머리카락도 흘러내리고, 움직임이 있을수록 머리카락은 옅은 분홍이 옅은 하늘이 되고, 보라가 머물던 곳에 노랑이 찾아오기도 한다. 부서진 유리조각이 반짝이는 것도 같았고, 오팔이라는 보석같기도 하고. 노랗게 타는 붉은 노을빛 눈은 느린 깜빡임과 함께 의아함을 품었다. 양치기라고 해서 놀랄 이유는 없을텐데 생각했다면, 코로리는 다른 부분에서 놀랐을만한 이유를 찾아야했다! 머리카락 색을 신경써야만 했다!
"응, 치링ー 하고 살랑살랑."
후링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따라하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잠, 꼬박꼬박 자고 있나 봐! 다시 한 번 코 끝에 집중해봤지만, 역시 꽃단내는 맡아지지 않았다.
"이자요이 코로리……?"
코로리는 이름을 알려줄 때 꼭 명찰을 보여주었다. 머리카락이 하도 길어서, 앞으로 흘러내려 명찰을 가리고 있는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이름을 보여주고는 했다. 늘 그랬듯이 머리카락을 넘기려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던 코로리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머리카락, 반짝반짝해…? 잠시 멈췄다.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당황한 표정도 짓지 못하고 시간이 뚝 멈춘 것처럼 잠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꿈, 꿈이지?! 꿈인거지?! 꿈이라고 착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실이라는 것이 와닿았다. 잠의 신이, 잠의 부산물과 현실을 구분짓지 못할리가 없다. 뒤늦게서야 코로리는 놀라서 벙찐 얼굴로 후링씨는, 꿈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를 바라보았다.
>>550 힌트를 군데군데 주긴 했지만 역시 맞히기엔 너무 애매모호한 힌트였지 >:3 코세이가 잘 들었으려나
>>551 매 끼니마다 약이 한 종지씩이긴 한데 최소한 목숨은 붙어있는 듯해 <83...
그리고 히키주에게 제일 죄송합니다... <83 갱신도 없이 그렇게 며칠을 사라져버렸으니..
병원에 입원해도 요즘 병원은 핸드폰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느냐, 하고 말씀하실 수 있고 저도 동의합니다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1. 급성 고혈압으로 쓰러진다. 2.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다. 3. 어머니한테 폰을 갖다달라고 한다. 4. 어머니가 네가 쓰러져있는 동안 직장과 연락을 나눴으므로, 핸드폰 몸에 해로우니 푹 쉬라고 한다. 5. 중요한 일이 있으니 가져다달라 한다. 6. 기계전자파만악론자인 어머니에게 의심가득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되물음받는다. 7. 상판이라고 어떻게 말해요. (적당히 둘러대는 것도 안통함) 8. 침묵 속으로 침몰하고 얌전히 책이나 읽게 됨.
이렇게... 됐습니다... 위에서 찾으셨던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집에 돌아왔고 약기운이 방금 깨서 정신을 차렸으니 최대한 빨리 답레를 써볼 생각이지만 히키와 시니카의 일상은 히키주의 뜻대로 해주길 바라. 너무 늦어져서 내가 뭐라 할 말이 없네..
시니카주 어서와!!! 입원을 했었던 거야?(동공지진) 괜찮아? ….;;;; 많은 일이 있었구나. 고생했어.
>>552 아니~~ 별건 아니고. 후미카가 가끔 바다위를 걷는다고 하길래, 바다 수영을 하던 렌이 바다 위를 걷는 사람을 보고 놀라서 다가갔는데 아무도 없고, 근처 해안가에 서 있는 후미카에게 혹시 봤냐고 물었는데 후미카가 모르는 채 하는 장면이 떠올라서 ㅋㅋㅋㅋㅋㅋㅋ 적폐같은데 일상으로 하면 재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571 굿 아이디어 내줘서 나도 고마워~~!!!!! ...앗 잠깐!! 후미카가 그렇게 다니는 건 밤 시간대인데 상황을 밤이라고 설정해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밤바다에서 수영하는 건 위험하니까... :3 수영하는 사람이니까 더더욱 숙지하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오후의 햇살이 뒷목을 달군다. 산책을 겸하며 있을지 모르는 QR 코드를 찾아보지만. 구석구석 세밀하게 살피진 않는다. 그저 흐르듯 걸으며. 옆으로 보이는 것을 볼 뿐이다. 바람이 나무를 긁으며 지나면 여남은 벚꽃이 진다. 그에 후유키는 잠시 걸음을 멈추며, 제 위로 떨어지는 꽃잎들을 올려다본다. 바람에 실려 봄날이 지고 있구나. 그러다 날아가는 흰 종이를 본다. 살랑살랑 날던 종이는 화단에 피어있는 철쭉 사이에 내려앉고, 후유키는 다가가 손바닥 크기 보다 작은 종이를 줍는다. 뒤집어 보면. 역시나 QR 코드다. 어디에 붙어 있다가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날아왔을까. 주머니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지만, 스캔을 하는 방법을 또 까먹은지라. 한참을 멀뚱멀뚱 서있던 후유키는, 지나가는 널 보고선 다가와 앞에 선다. 그리고 난처하다는듯 웃으며 조심스럽게 네게 말을 걸어온다.
>>573 앗, 그렇네. 아니면 바다 근처에서 수영부 합숙이 있었는데, 밤바다 보러 나갔다가 사람이 물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위급 상황을 착각했을 수 있으니까 주변 구조함에서 구조 물품 들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거나~? 물론 뛰어들기 전에 신고를 하는 게 첫번째이긴 한데, 사람이 빠진 게 아니라 신고하는 것도 이상하고 확인차 물속에 들어간 걸로?
요조라는 코드 찍는 걸 몇번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20점이 됐다. 하지만 마이너스 포인트도 있으니 한방에 바닥을 치는 것도 왠지 농담은 아닐 것 같다. 기껏 올린 점수가 한번에 날아가면 무슨 기분일까. 요조라는 자신이 이벤트에 적극적인 건 아니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볼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운동장 쪽으로 나가 바깥 바람을 쐰다. 나온 김에 기지개를 켜 자느라 굳은 몸도 풀어준다. 곧 다시 누울거긴 하지만, 그래도 틈틈히 풀어주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내친김에 잠깐 걸을까 하고 교정을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꽃은 다 지고 푸릇푸릇해지는 교정은 곧 더운 열기로 가득 채워지겠-
"오..."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걸린 종이조각은 분명 코드였다. 요조라를 냉큼 다가가 발돋움까지 해가며 종이를 빼냈다. 얼른 찍고 들어가서 자야지.
아, 그나마 있던 1점도 날아가버렸다. 휑하니 날아가버린 점수를 허망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새삼스럽게 교훈을 얻었다. 도박은 예로부터 성행했으니 말할 것 없고, 요즘 인간들이 즐겨 한다는 주식을 잘못 하면 이런 꼴이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열심히 돈 벌 필요 없고 신앙까지 번성한 풍어신은 그렇게 기만적인 생각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수거하기 힘들 정도로 이곳저곳에 숨겨 놓아 그런지 별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걷던 도중에 코드가 하나둘 발에 휙휙 잘도 걸린다. 후미카는 막 밟아버린 코드를 주워 털어냈다. 신발자국이 찍히긴 했지만 인식에는 문제 없겠지.
>>556 음. 병원에 입원할 정도였다면 본인을 먼저 챙겨야지. 아픈 걸 우리가 먼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본인도 모르다가 픽 쓰러지는게 병인데, 그걸 가지고 미안하다고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어장을 챙길 겨를도 없었을 텐데, 무사해서 다행이다. 푹 쉬다 왔길 바라. 이 다음엔 입원할 일도, 쓰러질 일도 없길 기도할게.
사실 일상의 경우에는 시니카주에게 맡기고 싶어. 나는 어떻게 되어도 괜찮지만, 시니카주가 아쉽다면 이 일상에서 페이드아웃 하고 마츠리 기간 끝났다..로 넘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약기운이 깼다고 바로 답레를 줄게 아니라, 몸을 챙겨줬으면 좋겠어. 약기운 깼다고 무리하면 더 안 좋아질 테니까..
행사 탓에 온 교내가 술렁인다. 미친듯이 QR코드를 찾아다니는 학생, 이건 학생회의 음모라며 길길이 날뛰는 학생, 포인트나 경품을 돈 주고 판다며 장사하는 학생… 쇼는 그 중 아무 부류도 아니었다. 그저 관심없는 척 있다가, QR코드가 보이면 찍고.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오후, 여가 시간의 학교 앞마당은 적당히 붐비고 있었다. QR코드를 찾으러 나온 학생들과. 그냥 산책 겸(겸사겸사 QR코드도 찾고) 활보하는 쇼. 자세히 둘러보니 화단 앞 주차장에도 몇 개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쪽으로 살살 걸어나가는데, 누군가가 제 앞으로 끼어든다. 작은 체구의 3학년 선배였다. 대뜸 와선 물어볼 게 있다고 한다.
"음… 네. 뭔가요."
쇼는 잠깐의 고민도 하지 않고 흔쾌히 승낙했다.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꺼리는 기색은 전혀 없다. 그러고선 잠자코 상대가 말하기를 기다린다.
건성으로 대꾸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 근성은 알아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도중에 흘낏 보는 요조라의 시선은 코세이가 과연 자신보다 1살 연상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담겨 있다. 아무리 봐도 오빠와 동년배쯤 되거나 혹은 나이가 지긋한 느낌이 슬며시 들어서다. 지금까지의 또래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그 다름에 조금은 관심이 생길락말락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모를 일이다.
요조라가 행동은 느릿해도 잠은 다 깨어있었기 때문에 복도의 수근거림, 속닥거림은 얼추 귀에 들렸다. 제대로 된 내용까지 들린 건 아니었지만, 하얀머리라던가 3학년이라던가 하는 말은 분명 요조라를 따라온 코세이를 가리키는 말이 틀림 없었다. 뭔지 몰라도 제법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정도로 흘려넘긴 요조라는 그저 자기 갈 길만 갔다. 그 뒤로 약간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돌아보진 않았다.
"...주신다니까, 뭐..."
복도를 걸어가는데 그새 따라온 코세이가 옆에서 사탕을 내밀었다. 사탕이라면 요조라의 가방에도 한묶음 있지만, 코세이가 내민 것과는 다른거다. 오빠가 만든 거니까. 그러니 됐다고 거절하려다가 문득 저 사탕이 무슨 잘못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 그렇고말고, 사탕은 잘못이 없지. 그래서 요조라는 고개를 꾸벅 하며 사탕을 받았다. 양손에 든게 있어서 받는 건 쉬워도 먹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요조라는 능숙하게 잇새로 사탕 포장지를 물고 뜯어 사탕을 입에 넣는다. 빈 포장지는 교복 치마 주머니에 밀어넣고 조금 전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간다. 그새 혀에 퍼지는 맛은 잠 깨우기에 확실한 레몬맛이었다.
새콤달콤한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1층으로 내려가 현관을 나간다. 여름이 다가오는 만큼 길어진 해 덕분에 아직 밖은 쨍쨍하다. 그래도 덥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요조라는 운동장을 우회해서 교문으로 걸어갔다. 육상부인지 어딘지 모를 학생들이 운동장에 있었으니, 방해가 되지 않게 말이다.
그렇게 가는 동안에도 요조라의 걸음은 일정하게 느렸다. 세월아 네월아 걸음수를 세듯이 걷다가 교문을 나서자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누가 있나 보는건지, 누굴 찾는건지, 어느쪽인진 몰라도 뭔가 없는 건 확실해보인다. 둘러보던 요조라가 휴, 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으니까. 하지만 곧 코세이의 존재를 깨달은 듯 코세이를 보고 다른 의미가 담긴 듯한 한숨을 짧게 내쉰다. 그리고 말없이 시내로 가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586 >>사람이 물 위를 걷고 있어요<<라고 신고할 수 없어서 신고하지 못했다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 멋지다니 고마워~ 막상 뛰어들어서 가봤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멍… 뭐에 홀렸나? 하고는 추적추적 뭍으로 나왔는데, 뭍에 다른 여성이 있길래 혹시 봤냐고 묻는 장면이 떠오른다~ 후미카는 과연 어떻게 대답을 할지~ 오해이지만 자기때문에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렌을 모른채 하진 않겠지…?(후미카 빠안히)
>>588 스즈즈 진단!! 바다를 더 선호할 것 같아. 워터파크도 좋아하지만 마음껏 수영하기는 어렵기도 하고, 렌에게 일터라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물론 손님으로 가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그래도 바다를 더 선호
수영복은…. 렌은 경기용 수영복은 5부 수영복 딱 붙는 것으로 입고, 안전요원으로 있을 때는 사각 수영복에 그 위에 안전요원 반바지나 티 입을 것 같고. 놀러간다면 비치웨어 바지에 레쉬가드 입지 않을까? 레쉬가드는 자크 올렸다 내렸다해서 벗을 수 있는 걸로. 색깔은 검정에 남색 포인트 들어간 걸 선호함~ 화려한 것들은 민망하대.
>>598 히키주 상냥해... <83 이제 와서 염치없지만, 일상은 가능한 한 될 수 있는 데까지 이어가보고 싶다.. <:3 텀은 장담 못하니까 멀티를 돌리고 싶다면 언제든지 다른 일상을 돌려도 괜찮구... 지금은 몸이 좀 괜찮아서, 손 닿는 데까지 답레 써보려구. 곧 가져올게...!
코로리는 겨우 고개를 움직였는데, 꿈 속에서는 다치지 않는다며 보여준 손바닥을 보고서 한 번 더 굳었다. 다쳤으면 치료를 해야하는데 보건선생님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와, 꿈이라고 하는 거짓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두가지 고민이 박차를 가했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은 눈 밖에 없었다! 눈꺼풀만 열심히 감겼다 뜨이는게 새로운 거짓말을 생각해내는 것조차 못 하고 있단게 보인다. 코로리가 조금 더 잠이 깼어야 했다.
"히끅."
이런! 신이라는 단어를 들을 줄은 몰랐다. 코로리는 몸을 떨 정도로 놀라더니 딸꾹질을 시작했다! 세이오빠, 보고싶어ー! 인간들이 엄마를 찾는 심정으로, 쌍둥이 오빠를 속으로나마 애타게 불러봤지만 닿을리가 없다. 애초에 불러서는 안 됐다. 신이라는 사실을 들킬 지도 모르는 마당에 아니, 거의 다 들킨 마당에 쌍둥이 오빠가 있단 걸 밝혔다가는 연달아 신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게 될텐데! 코로리는 후링씨, 이거 꿈이니까! 의 상처난 손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상처난 손바닥에 닿지는 못 하게, 손가락 하나 끝에 닿도록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정말로 잠깐, 10분, 혹은 5분 정도만 잠깐 잠에 빠트리면 신비한 꿈을 꾸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리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미ㅇ, 히끅."
딸꾹질이 방해된다! 코로리는 후링씨는, 예쁜 후링이니까 이러고 싶지 않은데에! 에게 뻗은 손이 아닌, 남은 다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딸꾹질 소리는 손에 틀어막혀서 조금 줄어들었으나, 딸꾹일 때마다 흔들리는 몸은 숨길 수 없었다. 숨을 고른 코로리는 신이라기에는 좀 하찮았고, 인간이라기에는 신으로는 안 보인다는 점이 괴로웠다. 나 신 맞는데! 위엄있고 존경스러운 신인데! 딸꾹질이 뭐야아!
"미안해, 후링씨."
답을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코로리의 손 끝이 닿아있더라면 아마 잠에 빠지게 될 것이다. 코로리는 급했다.
/ 늦어서 미안해~! 。゚(゚´ω`゚)゚。 능력 쓰는 부분을 어떻게 해야 좋을런지 고민이 많아서 。゚(゚´ω`゚)゚。
흠칫. 날아든 깡통이 가장 전열에 있던 녀석의 머리를 후려갈기는 것. 그것은 물론이고 갑작스럽게 난입한 여자애의 당찬 모습에 무리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느낌으로 놀라고만다. 그러나 놀란 것은 스즈 뒤의 여자아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당장에라도 그 천 안에 봉하고 있던 검을 빼어들 기세를 하고 있던, 도검의 신 말이다.
허나 그런 상황도 잠시, 깡통을 맞은 녀석이 먼저 열을 내며 이번엔 그 장본인인 스즈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어대는 것이다. 그것은 좋은 말 할 때 꺼지라는 전형적인 협박 멘트와, 친구끼리 잘 놀고 있다는 식의 편협한 조롱이다. 무엇이나 그렇듯 한 놈이 물꼬를 틀면 그 뒤는 쉽다. 숨 죽이고 있던 무리 하나하나가 맞장구를 친다.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린다. 흐르는 물을 타듯이 둘을 '바보로 만들 심산'의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조장해간다. 어쩌면, 그저 이 부조리를 멈추고 싶었을 뿐인 스즈에게도 손찌검이 향하려 했을지 모르는 일.
"―그대."
그리고 그 공기를 도려내듯 가볍게 내어진 맑은 목소리. 단지 그것 뿐으로, 별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으나 방금 잠깐이나마 시대착오적인 검객의 편린을 느낀 불한당 무리들은 지레 겁을 먹고 움찔인다. 이 좁은 곳에 사람은 많이도 몰려들었으나 '네녀석'들 가운데에 '그대'라고 칭할만한 인격의 소유자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목소리를 낸 그녀는 잠시 작게 입을 벌려 숨을 들이쉬고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친구인게냐?"
순백무구의 어조. 아니, 평온하다 못해 조금의 수줍음까지 묻어있는 듯한 그 얼굴. 즉 이 상황극에서 '곤경에 처한 여자아이'를 하고있는 그녀는, 갑자기 난입하여 사이를 막아선 갸루계 여학생에게 진심으로 그렇게 물으며, 이 상황에서 긴장감도 없이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문득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요조라쪽을 바라보니 무언가 나를 흘끗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내가 너무 귀찮게해서 화가 났나 싶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고 ... 뭐라도 할말이라고 있었던걸까. 그래도 아무 말 안하는 것을 보면 나쁜건 아니었나보다, 하고 자체적으로 납득해버린다. 좋은거던 나쁜거던 원래 얘기를 안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내 좋을대로 좋은 쪽으로 해석하겠단 뜻이다.
요조라가 반 밖으로 나오자 나도 그녀의 뒤를 다시 따른다. 그 와중에도 속닥거리는 말들이 들려왔고 그 얘기를 들어보면 ... 그렇게 영양가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수근거림이 들려오는 쪽을 가볍게 바라보자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만족한 나는 그녀에게 레몬 사탕을 건네주었다.
" 사탕을 좋아하는것 같아서요. "
사탕 싫어하는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분명 처음 만날때 사탕을 꺼내먹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니까 이 사탕은 주면 먹을거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처음으로 긍정적인 방향의 소통을 했기에 나름 기분이 좋아서 입가의 미소가 한층 밝아진다. 학교가 끝나서 부활동을 하고 있는 육상부가 보이는 운동장을 빙글 돌아가는 소녀를 그저 맞춰서 따라가본다.
" 슬슬 더워지겠네요. 하복을 꺼낼때가 됐나. "
여름이 부쩍 다가왔는지 해도 길고 기온도 높다. 교복의 기장이 아직까지 길어서 그런가 금방 더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교복 외투를 벗어서 손에 들며 교문을 나섰다. 무언가를 확인하는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요조라의 시선에 맞춰서 주변을 둘러본다. 딱히 특이한 사람은 없어보여서 다시 요조라쪽을 돌아보니 안도의 한숨 같은게 나온다. 그러다 나를 보고선 짧은 한숨이 또 나오는데, 이건 안도의 한숨은 아닌 것 같다.
" 시내엔 왜 가는거에요? 역시 뭔갈 사러가는걸까요~ "
교복 외투를 벗으니까 좀 낫네. 다음부턴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다녀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나는 장보러 가는거라지만 이 소녀는 어디로 가는걸까. 이번 질문에도 대답해줄 것 같진 않아서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끝까지 따라가진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렌은 여전히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채로, 바싹 굳어 눈만 깜빡이고 있는 이 존재가 이번에는 딸꾹질을 하는 것에 조금 맥이 풀렸다. 뭔가 자신이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뭐랄까…. 어린 애를 앞에 두고 겁을 주는 모습이 아닌가. 신이라기에는 너무 위엄없는 모습에, 신이 아니라 요정 같은 게 아닐까 하고 판단을 수정해야하나 고민이 들 지경이었다.
“저….”
렌은 말을 걸어 앞의 존재를 진정시키고자 했으나 그 전에 제 손 끝에 코로리의 손끝이 닿았다. 그러니까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으나 방심하고 있던 렌은 그 손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 미안해, 후링씨
그 말과 함께 렌은 몸이 훅,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 무언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정신이 아득해지고, 육체에 힘이 빠진다. 그러니까 잠에 빠져들었다. 영혼이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자 육체는 배터리가 방전된 로봇처럼 훅, 앞으로 고꾸라질 것이었다.
그 앞으로 고꾸라진 육체를 코로리가 받아챘을지, 아니면 코로리가 피해 바닥으로 넘어졌을지는, 일단은 렌에게 닿지 않았다. 렌은, 그러니까 렌의 정신은 이미….
풍덩, 하고 어딘가에 빠졌다. 아니 렌의 의식이 빠졌다. 물 속, 깊고 깊은 물 속에 렌은 가라앉고 있었다. 렌의 시야에는 푸른 물들과 일렁이는 물결, 그 물결 아래로 내려쬐는 햇빛이 투과하는 모습.
렌은 눈을 깜빡 깜빡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뭐지? 꿈일까? 꿈이다. 꿈을 꾸고 있는 중이었다. 꿈…. 어디부터 꿈이지? 체육시간에 축구를 했을 때부터? 아니면 보건실에 갔을 때부터? 아니면, 신 혹은 요정일지도 모를 존재를 만났을 때부터?
물 속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졌다. 꿈이니까. 그리고 물 속은 긴장되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그랬다. 자신이 현실에서도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릴 적 들었던 말이 마음속에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렌, 너는 물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어.’ ‘응? 왜? 왜요?’ ‘왜냐하면, 너는 물의 사랑을 받는 아이니까. 물이 너를 해치는 일은 없을 거란다.’
어머니는 내 이마를 쓸어넘기며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서일까, 렌은 늘 물이 좋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은 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이성적인 확신 같은 것.
가라앉고, 가라앉았지만 물 속은 편안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도록 렌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스즈는 당돌했다. 자신의 성격상 불의에 처한 약한 사람은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그것이 왜 그런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나, 그게 옳은 일이라면 기어코 행하고야 마는 것이 스즈의 성격이었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했으니까. 보고도 못 본척 한다면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마음이 편치않아 견딜 수가 없다.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느니 몸이 조금 아픈 편이 낫다.
" 잠깐 빠져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
그대ㅡ 라는 말에 스즈는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미소지었다. 무섭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무섭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체급차이가 나는 여러 명에게 둘러싸이는 것은 분명 무서운 일이다. 어쩌면 시로하에게 보여준 미소에서 약간의 두려움과 불안함이 스쳐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즈는 다시 고개를 돌려 두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 너랑 너. 그리고 너. 너도. 얼굴 다 봤어. 전부 외웠다구. 나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았거든?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나는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은 거의 다 알고있어. 우리 학교에 있는 사람들도 두 세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고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도 두 세다리 건너면 전부 아는 사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
우리는 친구인 것이냐는 말에 스즈는 침을 꿀꺽 삼키곤 다시 뒤를 살짝 돌았다.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과 불안함에 주변 시야가 흐려지고 상황 판단이 안되기 시작했다. 스즈는 시로하가 하는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내가 꼭 구해줄게' 하고 한 마디를 하곤 다시 고개를 돌렸다.
" 너희가 날 친다면 너흰 꼭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복수당해. 이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내 눈과 귀야. 그래도 자신 있으면 쳐봐 "
스즈는 자신의 말 때문에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다. 그 움찔하는 모습에 조금 기세등등해진 스즈는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자신의 머리로 남자의 가슴팍을 툭툭 치면서 '쳐봐~ 자신 있으면 쳐보라고~' 하고 도발하다가 고개를 쳐들고 눈을 노려보았다.
오이란이니 하는 것들은 전혀 모른다. 시니카는 전통문화니 하는 것들은 담 쌓고 산, 치바의 평범한 도시 사람이었으니까. 콘크리트로 지어진 삭막한 삼림에서 태어나, 어느 것 하나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전혀 낯선 세계로 떨어져버린 시니카는 그 어느 곳도 집이나 고향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방인이었다. 그러니 그 팔자걸음이 오이란의 발걸음인 것도 몰랐고, 자신이 뜻하지 않은 조그만 오이란도츄에 동행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 리 없었다. 그저 쟤도 발걸음 고치느라 고생하는 모양이구나, 하는 수박 겉핥기(지만 정확할지도 모르는) 추측을 하다가 히키의 질문에 히키와 발을 맞추며 그를 돌아보곤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유명한 지역명물이나 전통요리같은 거, 먹어본 적 없네요."
인생을 얇게 살아온 이가 이렇다. 무엇 하나 대단한 성과 이룬 바 없었고, 무엇 하나 대단한 취미 가진 것 없었으며, 무엇 하나 대단한 식견 갖춘 것 없었다. 열여덟 살이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소녀는 얄팍한 삶을 살았다. 무언가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식당 한 번 가본 적 없었고, 한 끼에 1만 엔 이상을 써본 일도 전혀 없었다. 지금껏 맛본 대단한 지역 명물은 딱 하나, 치바에서 살 때 가미즈미에 사는 외조부모-지금 시니카가 얹혀살고 있는-네 댁에서 시니카의 집으로 명절마다 보내준 호시즈키당의 화과자뿐이었다. 그나마도 이제 가미즈미로 오게 되었으니 호시즈키당을 직접 방문할 기회도 생겼는데, 그럴 생각을 하기는커녕 호시즈키당의 존재도 까맣게 잊고 있으니. 기억하고 있었더라면 호시즈키당을 떠올렸겠지만 그렇더라도 거북한 걸 먹은 속에 호시즈키당을 가기엔 좀. 히키는 어떨지 모르나 시니카는 뉘엿걸은 속을 단 것으로 다스리는 입맛은 아니었다.
"즐겨 드시나 봐요."
자신의 고향과 가미즈미의 유도후 집을 비교하며 품평하는 히키의 말에, 시니카는 별 기대없이 변죽 울리는 듯한 어조로 대답하며 히키와 함께 노렌을 제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제법 오래된 노포의 풍채를 하고 있으되, 요즘 것들도 어우러져 자연스레 발을 붙이고 있는 그런 가게였다.
"외할아버지께서 자주 들리시는 가게는 아니네요."
유도후로 유명한 집은 가미즈미에 이 곳 하나만이 아니었으니, 늙은 인간의 입맛이란 쉽게 유추가 가능해 아마 그 중에서도 완고한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집이겠지. 쓸데없는 잡설은 각설하기로 하고 이 장면의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자신과 완연히 상관없는 낯선 장소에 따라온 사람은 보통 설레임이나 초조함 둘 중에 하나, 혹은 둘 다를 선보이기 마련이었다. 오래된 노포의 냄새 물씬 풍기는 이 가게에 덥석 굴러떨어진 스카잔 차림의 음침한 양키 역시 자신과 완연히 상관없는 낯선 장소에 당도한 사람인데- 그러나 시니카는 시종일관 무덤덤했다.
낯가림이 없거나 담대하거나 표정을 감추는 데 능숙해 이런 상황에도 별 내색을 않는 것인지, 혹은, 애초에 이 마을 자체가 자신과 완연히 상관없는 낯선 장소였기에 계속 저 무표정이 유지되는 것인지- 혹은 이 세상 전체가 자신과 완연히 상관없는 낯선 장소라고 여기는 것인지.
갑작스럽게 앞을 막아서며 질문을 해왔음에도 싫다는 표정도 지어 보이지 않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받아주는 네 모습에 후유키는 눈에 띄게 밝아진 얼굴로 웃는다. 정말 고맙기도 하지. 후유키는 네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빠르게 질문을 해온다.
"QR 코드 스캔하는 방법 알려줄 수 있을까? 전에 배웠는데, 다 잊어버려서 말야."
그러며 후유키는 스마트폰을 너에게 내밀어 보인다. 그 스마트폰은 꽤나 최신 기종인 것인데. 네 앞의 선배는 그 사용 방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걸까. 본래 이런 것을 들고 다니지 않다가, 인간들은 꼭 필수로 들고 다닌다는 친우(親友)의 말에 이끌려 얼떨결에 가지게 되었는데. 평소에 사용할 일이 없다 보니, 사용법을 다 잊어버리고는 하니. 이렇게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벌써 두 번째인 것이었다.
무거워ー! 스스로 몸에 힘을 주고서 버티고 서있지 않은 인간의 무게는 상당했다! 무엇보다 수많은 시간을 니트로 지내왔던 코로리는 아무리 신이라지만, 잠들어서 풀썩 쓰러진 인간을 품에 받은 채로 계속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키 차이도 있었기 때문에, 분명 매우 불편한 자세일게 뻔했다. 딸꾹질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코로리는 침대로 이동했다. 자세를 바꾸는 것도 할 자신이 없어서 뒷걸음질로 이동했다! 그래도 마음은 가벼웠다. 꿈으로 착각하겠지, 착각해줄거야. 후링씨는 예쁜 후링씨니까, 그치. 응! 다리 끌리게 해서 미안해…! 움직이기 싫다고, 체육 시간을 그렇게 땡땡이 쳤는데 이렇게 운동을 하고 있다.
"후링씨, 너무 길어ー!"
영차영차 침대로 옮겨서, 다리까지 올리고 나면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코로리는 용케도 버텼다! 손에 상처를 어떻게든 해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보건선생님의 자리로 향했다. 소독약이랑 솜이랑 면봉이랑 연고랑ー 반창고! 손, 손 씻고나서! 코로리는 손도 깨끗하게 씻었고, 의자를 깨끗하게 씻은 손으로 끌고갈 수 없어서 발로 끌었다. 침대 옆자리에 와서는 열심히 나름대로 치료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조치를 취해보았다. 솜에 소독약을 적셔서 상처부위를 닦고, 연고를 면봉으로 바르고 나서 반창고를 꼼꼼히 붙인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딸꾹질이 멈춰 있었다. 이제 후링씨 일어날 것 같은데! 깨어나기 전에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리카락을 다시 까맣게 물들였다. 빛을 다 집어삼킬 것 같은 흑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을 다섯번은 확인했다. 보건선생님의 자리에 빌렸던 물건들을 되돌리고, 의자도 원위치한 다음에 코로리는 보건실 문으로 향했다. 깨는 것만 보고 나가자고, 완전 범죄를 위하여 심혈을 기울인다!
"후, 후링씨?"
잠자는 숲속의 왕자님이야?! 쉬는 시간을 시작하는 종인 줄 알았더니,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었다! 점심 시간이 시작되고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5분, 길어도 10분 정도만 재우려고 했던 코로리는 너무 오래 자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깨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코로리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데굴데굴 떨어트릴 것 같은 표정이 되어서는 다시 의자를 침대 옆으로 끌고 왔다. 오빠, 진짜 보고 싶어ー! 벌써 두번째 쌍둥이 오빠를 찾는다. 코로리는 침대의 옆 공간에 조그맣게 엎드렸고, 아까처럼 손가락 끝만 살짝 닿았다. 눈을 감으면 꿈 속으로 놀러갈 수 있었고, 보건실의 풍경이 눈꺼풀이 내려오며 파랗게 바뀌었다.
"바다?!"
바닷속이었다. 물 속! 꿈이니까, 잠의 신이니까 물 속에 빠져 숨을 못 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코로리는 물 속에서 미로찾기를 시작했다. 꿈의 주인이 느끼는 기분은, 꿈 속에 들어온 잠의 신 코로리에게 동화되어서 이유 모를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코로리는 다급하고 초조한데! 물 속에서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는 걸 애써 모아서 빗듯이 쓸어내렸다. 꿈의 주인을 찾아 가라앉고, 가라앉으면 바다 아래 깊은 곳에서 후링씨, 그만 자! 를 발견했다. 잠을 깨우는 기본적인 행동, 어깨 흔들기를 시도해보려 한다!
꿈 속에서도 잠을 잘 수 있나? 렌은 어느새 포근한 물 속에서 잠이 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렌은 눈을 떴다.
눈 앞에 있는 것은 방금 보건실에서 만났던 그 소녀였다.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며 물 속에서 퍼져있고, 제 어깨를 잡은 손 때문에 거리가 꽤나 가까웠다. 렌은 잠에서 덜 깬 기분으로 눈을 깜빡이다가, 순간 자신의 어깨를 잡은 그 팔뚝을 잡았다.
‘위험해.’
물 속은 위험하다. 렌에게 있어서 물은 안전하고 평온한 것이었으나, 렌이 지켜본 물은 타인에 대해서는 엄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물은 사람을 잡아먹었고, 렌은 종종 그곳에서 사람을 구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깊은 물 속에서 보호장구 없이 같이 빠져있는 이 사람은 위험했다.
꿈의 주인이 그렇게 생각하자 물결이 거세지며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었다. 꿈 속에서 장면이 전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개연성이 없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꿈이니까.
여름의 뜨거운 햇살, 왁자지껄한 소리, 종종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 신나하는 사람들이 있는 워터파크 파도풀장의 한 가운데에서, 렌은 코로리의 팔을 잡고 나왔다.
렌의 옷차림은 워터파크 안전요원의 티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렌은 파도의 밖으로 나오자 코로리의 팔을 놓아주고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파도 풀장 내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들어가셔야 해요. 생각보다 파도가 세고 위험해요.”
바닥에 닿는 감촉은 모래가 아닌 모래를 흉내내 거칠거리는 바닥이었고, 렌은 자신이 물 속에서 데리고 나온 코로리를 보더니 마른 세수를 했다. 참, 이거 꿈이었지. 꿈 속에서는 원래 정신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착각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저, 잠들어 있는 건가요? 여기 꿈 속이고?”
갑자기 커다란 바다에서 워터파크 파도 풀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꿈속이라는 것이 더더욱 확실해지는 것이었다.
/이대로 깨우기 아쉬워서 장면을 전환했는데 괜찮을런지 모르겠다아. 문제 잇으면 마음대로 바꾸어 서술해도 괜찮아! 치료 고마워~~!!
아침부터 학교의 아이들이 분주하게 학교를 뒤지고 다니기에 뭔가 했더니 이런 이벤트가 있었구나. 시니카는 게시판을 바라보다가 홀연히 발걸음을 던졌다. 딱히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게 있으면 스캔해보기나 하기로 했다. 이제 와서 눈에 띌 만한 것들이 있으면 이미 다 다른 누군가가 스캔한 뒤겠지만, 상관없나.
그때 시니카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잡아보니 QR 코드가 찍혀있는 조그만 쪽지였다.
안 되는데?! 꿈에서 깨었어야 했는데, 꿈에서 깨는게 아니라 자각몽이 되었다! 꿈에서 깨었더라면, 그대로 뻔뻔하게 아무것도 모른 척 선생님이 없기에 손의 상처만 치료해줬다며 보건실에서 나갈 생각이었다. 그럴 생각이었는데 꿈의 장면이 바뀌었다. 잠의 신 코로리가 꿈에 관여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잠을 방해하는 심한 꿈이 아닌 이상 잘 관여하지 않기도 했고 자각몽은 이야기가 달랐다! 꿈의 주인이 의식해버린 이상 마음대로 했다가는 들킨다. 속이려고 재워버린 건데! 초대받지 못한 요정님이었는데, 나!
"아니라고 하면 믿어주는 거야?"
대답이 너무 늦었다! 꿈 속의 엑스트라인 척 하기에는 코로리는 워터파크에서 교복을 입고 있었다. 물기 하나 없이 뽀송했다. 분명 물 속에서 함께 있었는데, 꿈의 영향을 빗겨나간다. 옷이라도 수영복으로 바꾸고, 머리카락도 옷도 젖은 채 누가 보아도 워터파크에 놀러온 것처럼 굴어볼까 했지만 역시 그것도 늦었다. 코로리는 후링씨, 약속 잘 지킬까? 를 올려다보았다. 울상이었다! 쌍둥이에게 엄청 혼날 것이고, 최악은 인간계에서 다시 신계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몰랐다. 처음 인간계에 내려오게 된 것도 코로리의 고집 때문이었으니 이런 대형사고를 쳤다면 그럴 생각을 그만둘 수 없었다. 인간계에서 친하게 지내게 됐다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해보고 싶다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바랄 수 없는 일이 된다. 바닷물만큼 짠 눈물이 동글동글 떨어지고 말았다. 딸꾹질 다음은 울어버렸어ー 하나도 신 안 같은데, 신이라고 믿지 말아줘어ー. 고개를 푹 숙이고 발 밑을 바라본다. 우는 소리는 안 내려고 입은 앙 다물었다. 모래를 흉내낸 워터파크의 바닥이 아지랑이처럼 흐릿하게 보였다가, 눈물이 추락하는 것과 함께 선명하게 보였다.
"후링씨, 피노키오해야 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이번에는 손가락 끝이 닿는 것보다 좀 더 필사적이었다. 후링씨가 거짓말쟁이해줘야 하는데에. 의 손가락을 쥐려고 했다! 물기 촉촉한 눈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얼굴을 마주하니 더 눈물이 날 것 같아졌다. 신이라는 걸 숨겨보겠다고 무슨 난장판을 벌여놓았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
"보건실 침대에서 자고 있고, 후링씨가 꾸는 꿈 속이야."
내가 너무 많이, 길게 재워버려서 깨우러 들어왔어. 말해야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이라는 이실직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나서 할 수 있다.
/ 코로리 하찮은 신이 모티브라서 우네.... ( ´∀`)..... 난장판에 휘말린 건 렌인데..... 놀라지마 코로리는 괜찮아~!
인간의 걸음으로 돌아온 뒤로 네 실수하는 일은 없던 겁니다. 여덟 팔자 그리는 걸음 사라지고 굽이진 길을 걸을 적, 네 들어본 대답은 얇은 생 산 자라면 당연할법한 것이라지요. 아무렴 긴 삶 살아도 먹어보지 못하는 것 많고 세상 뜨는 자 많은데, 고작 약관도 채 못 된 나이가 많은 것 입에 대어봤겠습니까. 네가 유달리 특이한 겁니다. 지나치게 오래 살았지 않습니까. 질릴 것임에도 꾸역꾸역 먹고사는 것도 용한 게지요.
"식도락을 즐기는 것이 아니면 당연한 법이죠. 이 기회에 먹어보면 되는 일 아니겠나요."
지역의 명물은 지역이 아닌 곳에서 먹어도 되는 일, 현지의 감흥은 없겠으나 먹어본 적 없다면 이곳에서 즐겨보면 되는 일 아니겠는지. 네 그렇게 굽이진 길의 골목 접어들 적엔 또 질문의 답을 위해 한 손을 들어 입가를 가려 보이더랍니다. 고민하는 표정은 아니나 잠시간의 침묵이 묘합니다. 자주 찾는다기엔 네 그만큼의 그리움이 없을 터인데. 아무렴 어떠합니까, 지금은 과정에 집중하는 걸로 셈 칩니다. 침묵은 길지 아니한 겁니다.
"즐겨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지요."
어째서 좋아한다 답했습니까? 어째서 즐겨먹지 않는다 합니까. 어째서 네 교토와 이곳의 맛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먹는 방법에 차이가 있어도 제지를 안 하는 곳이라 제법 마음에 들었다 하던 순간을 기억하답니까. 의문은 뒤로 미뤄두고, 네 가게 안으로 들어섭니다. 자주 들리는 가게가 아니란 말엔 "이곳은 구석자리니까요." 같은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덤덤한 모습을 흘긋 보다 주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버선발로 맞이하는 것을 보더랍니다. 쪽진 머리요 정갈하게 차려입었으니 전통적인가 싶으면서도, 어딘가 다른 느낌이 들었더라지요. 그럼에도 나이 젊은 아이들이 왔다 하여 예의를 덜 갖추거나 하지 않더랍니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예, 앉을 자리로 부탁합니다." "엄마, 자리 안내 부탁할게요!"
가게에 한 사람 더 있었으니 이전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노파입니다. 세월을 직면하여 제법 노쇠하였으나, 아직 정정하긴 한 것인지 가게의 일을 도우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노파 어디선가 바쁜 걸음으로 걸어와 너와 어린 인간의 앞에 설 적, 잠깐 노파가 멈칫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더랍니다. 그리고 아니겠지 싶어 애써 표정을 갈무리합니다.
"…사람을 앞에 두고, 미안해요." "무슨 일이신지." "내가 젊을 적 학생과 아주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거든요. 세월이 50년은 넘게 지났는데, 나도 참.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아, 50년밖에 안 지나서 기억하는구나. 네 응어리진 고민이 풀렸습니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고 유도후를 주문하며,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입니다. 네 아무런 말 없이 먼저 두부를 떠서 어린 인간에게 건네주고, 어린 인간이 먹으면 네 드디어 먹기 시작하고, 그리고 기본 두부를 먹어보고, 그다음 옅은 간장을 얹어 먹어보며. 그 일련의 과정이 50년 전과 동일하였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곁에 인간이 있었단 점이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을 적, 네 계산을 일방적으로 마쳐버리며 나가기 전 말했던 것은 별거 없지요.
"그대, 가미즈미 고교의 학생이지요? 나와 언젠가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네 소개를 하지 않는 것은 스치는 인연이기 때문이기에. 두 번 마주하는 날엔, 네 소개를 하겠지요. 사쿠라마츠리는 그리 순조로이 지나가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네 그저 어린 인간과의 스치는, 평안한 인연이면 좋았을 텐데.
네 오늘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은 어린 인간과의 대면 때문이 아닌 질림 때문이렵니다. 늘 그렇듯 넌 인생에 회의감을 짙게 느끼는 신 중 하나였고, 변덕이 제법 심한 신이었으며, 무엇보다 오늘은 달 뜨지 않는 날이기 때문에 더 그럴 지도 모릅니다. 네 어린 인간을 만난 것은 어디였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이었을지.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시간이었으며 어떤 모습이었던 간에. 어린 인간이 무얼 하고 있는지는 개의치 아니하고. 걸음 여덟 팔자 그리며 다가가려 했던 게지요.
>>689 맨발????? 방울???? 세상에... 이런말하기 부끄럽지만 나 사실 맨발캐 좋아해... 뭔가 신성하잖아 맨발로 다녀도 더러움 하나 안 묻을것만 같은 느낌 ㅋㄱㄱㄱㄱ방울소리 안난 건 우웃 붙잡고 코로리 산책시키고 싶다 ㅋㅋㅋㄱ 새삼스럽지맛 코로리...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구나...
아니라고 한다면 믿어주냐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잠시 눈을 깜빡였다. 꿈이 아니라고 한다면 믿어주냐는 뜻인가? 하지만…. 워터파크에서 교복을 입고, 방금 물 속에서 나왔는데도 뽀송뽀송한 옷과 머리카락은 영 이질적인 것이라서 현실이라고 믿는 것이 더 이상한 지경이기는 했다.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데, 울상인 얼굴로 여자애는 자신을 올려다 보더니 이내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렌은 갑작스러운 눈물에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코로리 씨…? 저….”
우는 여자애는 어떻게 달래야 하는 걸까. 렌은 이러한 상황이 한 번도 없어서 쩔쩔 매고 있었다. 어찌할 바 모르는 손이 허공을 배회하는데 눈물을 닦은 코로리가 제 손가락을 꼭 쥐며 올려다봤다.
“피노키오…요…?”
후링 다음은 피노키오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간절하게 올려다 보는 얼굴은 뭐든 들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영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렌은 잡힌 손가락을 뿌리치지 못하고 잡히지 않은 손으로 뒷목을 쓸어내렸다.
“아…. 역시….”
꿈이 맞구나. 하긴 꿈이 아니면 이상한 상황이기는 했다. 그리고, 자신이 뭔가 이 소녀를 난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그렇지 않던가, 그러니까 인간이 아닌 존재는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큰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니까. 아마, 이 앞의 존재도 그런 것이 아닐까. 문제는 렌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 앞의 존재가 인간은 아니라고 각인되어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음, 일단 울지 말고요. 그 제가 했던 질문이 코로리 씨를 곤란하게 한 것 같으니까, 아무 것도 안 물을게요. 미안해요.”
렌은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사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왜 보건실에서 자신이 자고 있는지, 꿈 속에 코로리는 왜 나와서 울고 있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중요한 건 이 앞의 소녀가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었다.
렌은 이 상황이 조금 우습기도 하고 무슨 일인지 영 감을 잡을수가 없어 코로리에게 잡힌 손가락을 내려다봤다가 다른 손으로 머리만 긁적였다. 일단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하고.
>>691 나는.. 싫어해.. 아니 급전개는 진짜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그런 급전개를 못 따라가는 느려터진 내 뇌를 싫어해 83 사쿠라마츠리가 끝나고 다른 날에 다시 만난 상황인거지?
>>시점도, 상황도, 히키의 모습도 자유롭게<<
나는... 싫어해....... 아니 선택지가 주어지는 건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이런 선택지를 못 따라가는 내 판단장애를 싫어해 83.....!!! 답레는 일단 써보겠지만 자고 일어나서야 완성할 수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답레 기다리지 말구 자러가 :3 이런 불성실한 참치와 계속 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83
밑도 끝도 없는 고백이나, 도검의 신에겐 친구가 없다. 가미즈미 고교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에 친구가 없다, 라고 단언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몸과 마음을 완전히 맡길만한 정도의 인복은 일찍이 없었다. 친구라고 할만한 자들은 나름대로 있으나 그 친구라는 것이 실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좀처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에 방금 저 불한당 놈이, '친구'를 언급했다. 앞 뒤 재지 않고 불합리한 상황에 끼어들어 '여기는 내게 맡겨'라고 하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말인가? 그 자가 전혀 면식이 없음에도? 그렇다면, 장본인 중 하나에게 조금은 묻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것도 과연 친구인 것이느냐고. 이런 상황이니 기회가 아닌가. 무릇 탐구심은 검을 더욱 예리하게 만드는 법이렷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어라? 그렇다면 이 반응은.
'...나, 깔끔하게 무시 당했구나?'
그리 여겨 조금은 불만스러운 마음에 감겨있던 한 쪽 눈을 가벼이 뜨니, 전란말기 때보다도 더러운 다툼이 보여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앞에 나서서 이쪽에게로 미소를 보내는 스즈에게서 온전히 느껴지는 것은. 근육과 호흡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극도의 불안함.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 누군가 들어올린 손이 속력을 붙이고 있었다.
이래서 요즈음의 젊은 피들 사이의 다툼은 어울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벼려진 칼날보다도 예민하고, 주제에는 꺾이기가 쉬우니 다루기가 까다롭다. 단칼에 베어버릴 수도 없으며, 흘려버리자니 질척하게 감겨온다. 사쿠라마츠리에서 평화를 빈 것이 엊그제 같거늘. 벌써 이런 일이 되다니. 아아, 정말이지―
"무엇들 하느냐."
시간이 멎은듯 갑작스레 덮쳐온 이질적인 적막. 그 속에서 날카롭게 잘그럭 거리는 소리만이 흐른다. 어느새인가 벗겨진 천 안에서는 도검만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 자루 위에 얹혀진 손은, 아직 날을 뽑지 않은 채였다. 분명 그렇게 생각 될 것이다.
"지금, 그녀가 꽁무니를 빼도 묻지 않겠다며 자비를 배풀고 있지 않더냐."
하지만 어째서일까. 스즈를 제외한 그 무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목 부근에 내려앉은 섬짓함과, 역류하는 강처럼 머릿 속을 흐르는 과거의 기억들에게서 근본적인 무언가의 공포를 느꼈다고.
"신세를 졌구나."
멀어져가는 뒷모습들을 마지막까지 바라보던 시로하가 그리 말하고는 땅에 떨궈진 검은 천을 들어올려 도검을 감쌌다. 그녀가 이번의 '부조리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여자아이'이다. 지금 그녀는 감긴 두 눈의 새하얀 그 얼굴은 무엇도 겪지 않은 것처럼 잔잔하고, 후일의 근심을 넘어 잔심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왜인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의 스즈에겐 제대로 보이고 있으려나.
비밀을 숨기는 방법 두 가지는 거짓말과 침묵이었다. 신비한 경험을 했다는 걸 입도 뻥긋 안 하는 것은 어려울테니까, 코로리는 거짓말이라도 부탁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꿈이었어, 내가 아니고 다른 친구가 이런 일을 겪었대, 같은 이야기를 한 번 꼬아버리는 거짓말. 요즈음에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코로리는 처음부터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시피한 이름 없는 신이니까 거짓말로 충분히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싫다고 하면 어떡하지, 괴롭혀서 비밀을 지키게 해야하는 거야? 괴롭히는 건 싫은데ー. 코로리는 촉촉한 속눈썹이 느껴졌다. 물에 빠져있던 코로리에게 유일한 물기는 눈에 있었다.
"그치만 벌써 신계로 돌아가기 싫단 말이야."
욱 하고 튀어나왔다.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인간에게 울지 말라고 위로받는 신이라니! 사과는 코로리가 해야하는데 되려 사과도 받아버렸다. 튀어나온 말과 함께 눈물도 한두방울 똑똑 떨어진다. 아직 3년도 채 못 있었던 인간계를, 이런 우연으로 시작된 사고로 인해 떠나야한다니! 정말로 내년에 재입학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못 하잖아ー! 신의 위엄, 존엄 그런 것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훌쩍훌쩍 울면서 손가락은 놓지를 않는다. 혹시 아프기라도 할까봐 손에만 힘이 들어가있고 쥐고 있는 것 자체는 부드러웠다. 코로리도 손은 하나밖에 남지 않아서 다른 손으로 눈물을 몇 번이고 훔쳐냈다.
"나, 인간이라고 하는 거짓말은 어렵겠지이."
타협에 들어갔다! 코로리가 정말로 원하는 거짓말은 신이라는 이야기가 언급되지도 않는, 코로리가 인간이라는 거짓말이었다. 울먹이는 목소리가 간절하다. 노을빛 눈동자는 아래로 갈수록 노랗게 물들어있는데, 계속 눈물 방울이 똑똑 떨어지다보면 노을이 흐려지고 옅어져서 맑은 하늘로 갤 것만 같다.
"후링씨가 피노키오 하면, 나 열심히 도와줄게."
잠의 신으로서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는, 후링씨는 꽃단내가 안 나니까, 꿈 정도 밖에 못 도와주겠지만ー 그래도 신의 능력인데! 후링씨가 싫다고 하는 인간, 악몽꾸게 해줄 수도 있어! 만약 꽃단내가 지독하게 나는, 잠을 제대로 푹 잔 지가 오래된 양귀비였더라면 더 꾀어내기 쉬웠을텐데 아쉬우면서도 기쁜 기분이 든다. 잠의 신이 잘 자는 아이를 싫어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럴때 끌어올리기! https://picrew.me/image_maker/1515440 이 픽크루로 다들 네코미미가 되어줘야겠어 (`・∀・´) 다들 웹박수로 네코미미 머리띠 두개나 받은 거 알지?! 정사는 아니지만 픽크루 정도는 해줘도 괜찮으니까?! 이미 여럿에게서 갈취했다구 (안해줘도 물론 괜찮지만..... 그렇지만...... 응....)
>>760 세상에나..스즈즈... 행복사해... 그리고 조건 들어주시는 김에요.. 미니 코로리쨩들은 귀여운 네코미미가 있어야하구요 말 끝마다 '냥'으로 끝나야 하구요 또.. 또.. 옆에서 과일 따다가 하나씩 먹여줘야하구요... 절대 이게 꿈이란걸 모르게 해주세요.. 흑흑흑...
신계로 돌아가기 싫다는 말에, 렌은 앞의 이 존재가 신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요정이 아니었구나. 신도 이렇게 놀라고 딸꾹질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는 거구나. 그리고 신이라는 걸 들키면 신계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오해는 점점 깊어져가지만 렌은 그것을 묻는 것은 일단 뒤로 미뤄두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이 앞의 소녀가 울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또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내기 시작했으니까.
“또 운다, 또. 뚝 할까요? 거짓말 해줄테니까요, 네?”
마치 안전요원하면서 길을 잃어 울고 있는 어린애를 달래듯이 말이 나왔지만 당황한 렌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사실 조금 걱정했던 건 만화나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체를 알게 된 인간의 기억을 지운다거나, 그러다가 부작용이 생긴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자그마한 신님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런 생각 자체를 못했거나.
“으음, 저는 아무것도 못 봤고, 코로리 씨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에요. 그렇죠? 코로리 씨가 신계로 돌아가지 않게 열심히 할테니까요. 약속할까요?”
렌은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며 잡히지 않은 손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대신 저 코로리 씨에게 상담받고 싶은 게 있는데, 나중에 제 이야기 한 번만 들어줄 수 있어요?”
지금 묻거나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소란스러웠다. 작년 여름의 기억으로 재구성된 꿈인 건지 여름의 햇볕이 쨍하게 내려쬐고 있었고 주변에 돌아다니는 이들은 웃고 떠들며 놀고 있었고. 그 가운데서 둘만 이질적으로 서로 무언가를 약속하고자 한다. 다행인 것은 꿈이기 때문에 덥지 않다는 것일까.
렌은 조금 몸을 숙여 코로리와 눈을 맞추며 코로리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해줄 때까지 기다려준다.
눈이 동그래졌다! 나 어린 인간한테, 꼬마 취급 당하고 있어?! 눈물 떨구던 눈은 손등이 눈물을 훔친다고 가려지기 바빴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동그랗게 뜨여서 가만 바라본다. 놀라서 울음이 쏙 들어간 것 같기도 한데, 놀란 이유가 꼭 어린애 취급 당해서만은 아니었다. 거짓말 해준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울상만 짓고 있던 얼굴이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풀렸다. 코로리는 거짓말 해준다 했던 말을 바꾸기 전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후링씨, 엄청 착하고 예쁜 후링이네ー."
여전히 어린애 달래는 듯이 말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코로리가 을의 처지였기 때문에 토를 달지 않았다. 곤란한 기색이 있는 웃음이었지만 상냥하게 느껴졌다. 코로리는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지 붙잡고 있던 손가락을 놓고, 그 손의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의 증표 모양을 만들었다. 새끼손가락 고리가 걸린 걸 보고 있으니 코로리는 살짝 웃어버린다. 인간들 중에서도 특히 어린 인간들이 주로 하는 손모양을 하고 있는게 조금 우습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만 방금까지 울고 있었으니 활짝 웃기에 조금 민망한 구석이 있었다.
"응, 몇 번이고. 후링씨는 이제 웬디니까."
올려다보던 시선이 낮춰졌다. 눈이 맞춰지면 눈웃음 지었다. 네버랜드에 매일밤 몇번이고 놀러갔던 웬디. 시간이 멈춘 섬 네버랜드는 꼭 꿈 같았고, 피터팬으로 인해 네버랜드에 처음 발을 디딘 웬디는 어쩌다보니 코로리에게 휘말리게 된 후링씨는 물을 좋아하나봐ー. 같았다. 아무쪼록 코로리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으니, 무슨 부탁이든지 성심성의껏 들어줄 수 있다.
사탕을 좋아하는 것 같다, 는 말에 요조라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던가, 하고 기억을 되짚는다. 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탕을 먹은 적은 있다. 처음 마주쳤을 때, 밤산책 때 자신이 사탕을 먹었었다. 그걸 좋아하는 걸로 본 걸까? 뭐, 흔한 판단이다. 사실이니 오해는 아니지만.
"단거,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죠..."
그래도 뭔가 알려줬다는 느낌을 주긴 싫어서 요조라는 그런 말로 얼버무렸다. 대다수가 즐기는 사탕 쯤이야 좋아한다 아니다로 구분하기 애매하지 않느냐, 그런 취지의 말이었다. 그렇게 어렴풋이 보였을 윤곽에 물을 부어 흐트러뜨리고, 자신을 파악하는 걸 막는다. 늘 하는 익숙한 과정이다.
요조라의 느릿한 걸음이 답답할 법도 한데 코세이는 잘도 교문까지 따라왔다. 그래서 요조라가 돌아보고 한숨을 쉬었다. 저런 근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역시 유들유들하게 웃는 사람은 만만하게 볼 수가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까. 언제가 자신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다시 한숨을 내쉬는 요조라였다.
"아직은, 멀었죠... 여름... 전, 지금도, 추워서..."
교복 외투를 벗는 코세이와 달리 요조라는 가디건 차림을 그대로 고수하며 걸었다. 이 역시 농담이 아니라 요조라에겐 아직도 날씨에서 서늘함이 느껴졌다. 어그러진 생활리듬으로 인한 부작용 중 하나다. 늘 체온이 정상보다 낮은 건. 요조라는 가디건을 벗진 않았지만 셔츠 윗단추를 두개 풀어 죄던 목을 열어놓는다. 리본은 등교 이후 바로 떼서 가방에 넣어두었으니, 헐거운 블라우스깃 사이로 보이는 건 희고 가는 목 뿐이었다.
묵묵히 시내를 향해 가던 중, 코세이가 물었다. 시내에 왜 가냐고.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은 코세이의 감처럼, 요조라는 대답 없이 코세이를 힐끔 본다. 늘어진 햇빛을 받은 요조라의 눈은 더 검게 영롱하다. 그리고 퀭하다. 그 눈으로 스치듯 코세이를 보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한다. 정말, 대답 안 해줄 것처럼 말없이 걷기만 하다가, 흘리듯 중얼거린다.
"그림..."
그것은 요조라의 버릇이었다. 대답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뒤늦게 대답을 하는 것. 처음엔 어설프게, 다음은 명확하게 말하는 것.
"그림, 보러 가요... 전시가, 있어서..."
대답은 간결했고 확실했다. 요조라는 그거면 되었냐는 것처럼 다시 코세이를 힐끔 하고 앞을 보았다. 천천히 걸어나가며 말이다.
어디에선가 학생회에 불을 지르겠다는 심상찮은 엄포가 들려온다……. 정말인가 싶어 고개 돌려 확인해 본 바, 아마 이번 행상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소리인 듯하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화가 난대도 저런 소리를 하면 농담인지 진담인지 영 헷갈린다. 분노에 차 뱉는 말은 보통은 허언인 법이지만 개중에는 진담으로 저질러버리는 인간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적당히 즐겨야 하는데 말이야,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젓지만 후미카가 알아줘야 할 바는 아니다. 때마침 쪽지 하나를 더 발견해 그것을 찍는다. 분노한 모 학생의 외침은 그렇게 잊혀지고 말았다.
시이는 감성적이다. 2차성징기의 여자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호르몬을 주체할 줄 몰라 감정도 날뛴다. 신에게 애틋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니, 그 희귀한 경험을 질투하고 있었다. 시이 본인에게 질투라고 한다면 분명 길길이 날뛰었을 테지만.
그러니 후미카가 선택한 방법은 아주 현명했다. 때론 시이는 단 것으로 입을 막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만으로 해결될 때가 많았다. 아소비코쇼들도 시이를 자주 만져줬다면 종신직장을 얻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이는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슬며시 후미카의 등에 손을 둘렀다.
껴안아주는 건 좋다. 껴안고 보듬어주는 건 더 좋다. 쓰다듬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눈망울에는 지울 수 없는 욕심이 있었다. 쓰다듬어달라고.
그래서, 후미카가 딱밤을 때리려 손을 올렸을 때, 그 손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돌아온 것은 딱밤이었지만, 시이는 얼얼한 이마를 만지며 웃어버렸다.
"에헤헤... 응, 바보할래."
서로 이해할 수 없어도 좋다. 그게 뭐 대수인가. 껴안아줬는데. 살이 닿고 온기가 있었는데. 정말 좋았는데... 모든 것에 진실성을 바랄 순 없다. 때론 손에 잡히는 것 모두가 허울일 수 있다. 빛무리를 만지려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고. 욕심을 품게 하고, 앞으로 발을 딛을 수 있도록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게 쾌락이고 쾌락신이니까. 시이는 후미카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후미카의 이미 죽은 아들을 치우고 자신이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어, 그저 입을 다물고 이마를 부비다, 고개를 슬쩍 들어 후미카를 올려다보았다. 사냥할 기회를 엿보던 고양이처럼 유심히 보던 시이는, 확 올라와 후미카의 볼에 쪽, 하고 입맞췄다.
확실히 단걸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지. 그녀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사탕은 부담없이 건네줄 수 있는 간식인 것이다. 그렇게 말없이 운동장을 천천히 돌아 나온다. 걸음걸이가 느릿느릿하긴 했지만 저번에도 그렇고 맞춰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면 모를까 내게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까 말이다.
" 아, 진짜요? "
추위를 많이 타는구나. 처음으로 소녀에게 놀랄만한 정보를 들어서 눈을 살짝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그래도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추운건 아닌지 목이 보일 정도로 셔츠 깃이 열려있기는 했다. 그래도 쌀쌀하다는 느낌이 드는걸까. 잠깐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천천히 시내를 향해 걸어간다. 무엇을 하러 가냐고 물었을땐 다시 날 힐끔 바라보았다가 말없이 걷기만 했다. 이번에도 딱히 대답해줄 생각은 없나보다해서 무슨 얘기를 꺼낼까 고민하다가,
" 그림을 잘 그리고 좋아하는군요. 그때 봤던 그림도 인상적이었으니까요. "
분명 저번에 마츠리에서 봤던 그림은 본인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예술적인 감각으로는 인간계에 비해서 뛰어난게 신계이지만 그럼에도 그 그림은 분명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림을 좋아하는구나, 싶었지만 속으로 생각만 하고 그냥 웃기만 해보인다. 힐끔힐끔 볼때마다 눈을 마주치는데, 그 검은색 눈이 마치 내 머리색과 비슷하다.
" 분명 전시회는 좀 더 쌀쌀할꺼에요. "
햇빛이 들지 않는 실내니까요. 거기에 미술품들의 상태 때문이라도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나는 손에 들고있던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 매일 같이 탈취제를 뿌려놓기에 기분 나쁜 냄새는 나지 않을 것이다. 필요없다고 하면 다시 가져가지 뭐.
>>588 스즈즈 진단 첫번째! 아미카가 선호하는건 바다 쪽일 것 같네요! 바다라면 꼭 수영은 안해도 가만히 누워서 잘 수 있으니까요! 워터파크도 가능은 하겠지만 바다 쪽이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수영복은 반팔에 반바지 조합! 하지만 썬크림은 절대 안잊는답니다! >>711 아미카가 그래도 술을 마시는데 끼어들 쪽이 아니긴 한데 어쨌든 if니 꼬시라고 한다면 아마 조용히 다가가 껴안아주...지 않을까요? >>757 그리고 이건.. 아마 눈 딱 감고 볼뽀뽀? 아마 그러곤 뒤돌아서 후회하며 자신의 상황을 곱씹다가 잠들겠죠..
무엇에 그렇게 놀랐는지 코로리의 눈이 동그래진다. 다행인 점은 눈물도 쏙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렌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부드럽게 풀리는 얼굴에 마주 좀 더 짙은 미소를 입가에 매단다.
엄청 착하고 예쁜 후링이라. 렌은 그 말에 작은 웃음을 흘린다. 예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의 입장에서는 인간이란 그저 후링같은 대상물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리는 렌의 손가락을 놓고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의 증표를 만들었다. 코로리가 웃음을 짓자 렌도 마음이 이젠 놓였다. 울다 웃는 것이었지만 역시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그럼 저는 후링이고, 피노키오고, 웬디인 거네요.”
뭔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만 잔뜩 수식어로 달렸다. 자신은 좀 칙칙하다고 해야하나, 검정이니까 후링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피노키오도 그렇고 웬디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에 신님께서 그렇게 말을 한다면 그런 거겠지. 이름표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이름을 가진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이 렌이에요. 성이 세이이고 이름이 렌이요.”
렌은 손가락을 건 손을 몇 번 흔들며 말했다. 그러다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꿈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는가봐요.”
깨어지며 렌은 눈을 감았다 떴다. 감은 눈을 뜨니 천장이 보였다. 익숙한 학교의 천장이다. 아무래도 보건실에서 잠든 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상체를 반쯤 일으키니 의자에 앉아 침대에 엎드려있는 까만 머리카락이 보였다. 손 끝이 닿아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꿈 속에 찾아온 걸까?
“코로리 씨, 코로리 씨는 잠의 신이에요? ねんねんころりよ おころりよ(넨넨 코로리요 오코로리요, 자장자장 우리 아가)에요?”
렌은 말장난을 하며 코로리에게 말을 걸었다. 잠에 들게 하고 꿈 속에 나타나고 하니까, 그래서 묻는 말이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드는 이물감에 손바닥을 내려다보니 손바닥이 다 치료되어 있었다.
갑자기 크게 뛴 점수를 보고 요조라는 이거 점수폭이 꽤 다양하구나, 싶었다. 몇이 최대이고 최저일까, 마이너스는? 같은 궁금증이 들었지만, 이내 흐릿해지는 시야에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걸어가는 복도엔 코드 찾는 학생이 더러 있었다. 평소 사람 없던 곳까지 있는 걸 보니, 아마 온 교내에 있는 듯 하다. 아, 양호실만 침범하지 않으면 좋겠다. 요조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벽에 기대 걸었다. 눈은 바닥을 보고 있었지만 다리는 익숙하게 복도를 지나 요조라를 양호실 앞에 데려다놓는다.
나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양호실에서 요조라는 서둘러 침대에 누웠다. 딱 타이밍 좋게 쏟아지는 잠으로 눈이 천천히 감겨가는데, 이불을 쥔 손에 이상한 이물감이 잡힌다. 바스락 바스락, 그게 종이란 걸 깨닫자 천근만근한 손을 움직여 폰을 든다. 어떻게든, 이란 느낌으로 코드를 찍자마자 요조라는 기절했다.
Hit and Boom! 이벤트라, 사실 호기심이 꽤 있는 아미카에겐 그리 나쁜 이벤트는 아니었다. 그래서 간간히 한가한 시간에 찾아보려고 했지만.. 의외로 엄청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미술실의 책장 옆에 붙어있는 QR코드를 본 아미카는 급히 스마트폰을 들어올려 찍었다.
QR코드가 담긴 쪽지를 돈 주고도 판다나 뭐라나. 네 그 상술에 넘어가지 아니하려 했습니다. 행운은 네 편이기 때문이지요. ..행운이 맞습니다. 신통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도 행운 아니덥니까. 양심이 아프지도 않냐는 항의를 받는다면, 글쎄요.. 재앙신에게 양심이 있을리가. 손에 쥐여진 쪽지를 찍어봅니다.
다, 다행이다아. 코로리의 정체에 관해서 어찌저찌 비밀을 지킬 수 있다는 점도 다행이었지만, 편하게 웃었잖아, 그치? 후링씨 방금 여름바람에 반짝 하고 흔들거렸어. 의 웃음을 보아서였다. 아까 보았던 웃음도 웃음이었지만, 난처하다거나 곤란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묻어나서 마냥 안심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미소가 좀 더 또렷하고 밝아지고 웃음 소리가 들리면, 코로리에게 뿐만 아니라 둘 다 좋게 해결됐다는 것만 같아서 긴장의 끈을 놓았다. 탁 하고 맥이 빠지듯 풀렸다. 신이라고 무서워할 수도 있구, 이런 일에 휩쓸려서 싫고 나쁘다고 할 수도 있는 거니까ー. 꿈 속 워터파크의 배경이 이제서야 느껴진다. 여름의 햇빛이 쨍하고 눈부시지만 더위는 느껴지지 않고, 색색의 수영복 차림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지만 시선을 거두면 흐려지는 소란은 익숙하지만 낯설었다. 꿈이라는 것은 익숙하지만, 정체를 들킨 꿈의 주인과 함께하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응, 셋 다 렌 씨야."
세이 렌, 바다에서 보이는, 노래하고 연주하는 세이렌! 후링씨, 물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예쁜 이름이네ー. 이름을 꼭꼭 외운다. 해코지할 생각은 없지만, 인간이 신의 존재를 알게 된 것 만큼이나 신이 인간에게 정체를 들켜버린 것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꿈이 무너지면 코로리는 이제 다른 고민으로 돌아왔다. 세이한테… 말해야겠지이. 렌이 비밀을 지켜주지 않겠다고, 피노키오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인 것 같았다.
"쉬잇ー?!"
렌은 말장난으로 말한 것 같았지만, 코로리에게는 어떤 신인지도 들통나고 인간으로서 지낼 때 지을 이름을 따온 문장까지 밝혀진 것이었기 때문에 마냥 장난스레 받을 수가 없었다! 워터파크에서 보건실로 돌아왔을 때, 다시 한 번 보건실에서 부스스하게 일어난 코로리는 잠이 확 달아난다. 잠의 신이 잠과 멀어진다! 놀란 눈으로 렌의 입을 손으로 막으려고 들었다! 다른 손 하나는 입술 위로 가져와서 검지 하나만 곧게 핀다. 으레 조용히 하라고 할 때 만드는 손모양이다. 만약 입을 막았더라도 계속 막고 있을 수는 없으니 금방 손을 내렸을 것이다.
"이름 잘못 지었어ー."
들킬 생각 안 하고 지었단 말야! 모두 잠 잘 자면 좋겠다고, 나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 좋겠어서, 그래서 코로리라고 한건데에. 나 귀한 줄도 모르고! 후회해도 늦었다! 속으로 투덜거려봤자다! 그래도 잠을 잘 자는 아이와 마주하고 있으니 계속 투덜거리지도 못 했다.
"응, 선생님 안 계셔서ー 아."
아! 렌을 스르륵 재워버리기 전을 떠올려보던 코로리는, 지금이 점심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리야 식사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았지만 렌은 다를텐데! 코로리는 이번에도 렌의 손가락을 붙잡고 일어나려고 했다. 손을 잡지 않는 이유는 다친 쪽 손이어서였고, 손가락을 잡는 이유는 어서 일어나서 점심 먹으러 가야한다는 재촉이었다.
가미즈미, 신들이 모이는 도시. 이곳에 온다면 조금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러한 특징적인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고 그녀 역시 재미있는 사람은 있으나 그렇다고 아직은 특징적인 움직임을 보일 생각도 없는 듯 보였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여전히 취미 활동에 힘쓰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다─. 더 정확히는 사랑스러운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인간은 모두 사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에는 활동적인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 전 얻은 그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적당한 사진을 찍는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렇다 할만한 일은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평안했고 이 학교 안에는 여러 학생들의 혈기로 인해 조금은 달랐지만 역시 아직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본격적으로 그녀가 원하는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를 보는 일은 없었다.
"어라? 이건..."
그녀는 앞을 보았다. 본질적인 문제로 화원이나 숲에는 동질감이 느껴져 최근에는 원예부의 화단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으니 이 근처의 구조에 대해서는 제법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자재 창고의 벽, 오래된 슬레이트가 붙어있는 곳에 못보던 그림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사람이 잘 오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런 것을 붙여두고 가는건가요."
종이에는 사각형의 범위 안에 뭔가 일그러진듯한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형태였지만, 제대로 떠올리는 것은 어려웠다. 들고 있는 채로 고민하기를 10여분, 식사를 마친 부원들이 돌아와 종이를 든 채로 가만히 서있는 그녀를 보고 교내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라는 것을 알리자, 그녀는 이내 무엇이 그리 재미있다는 듯이 웃을 뿐이었다.
>>860 노력해서 세계 최강이 되도록 노력할게 응응 언젠가 아미카 입에서 좋아하는 선수 목록에 내가 들어갈 수 있기를
>>862 후... 나도 드디어 테츠야를 괴롭힐 수 있게 되는거야?(아님) 저번에 이야기했던 부실 처들어가서 잠시 넷플X스 시청좀 하라게요~ 상황 괜찮을까? 아니면 테츠야가 부실 갔는데 이미 미즈미가 거기서 과자먹으면서 하고 있다거나 ㅋㅋㅋㅋ (사유 : 와이파이 잘 됨)
>>85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지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노래가 다 있지...? 하지 않을까? 하지만 자연의 세계는 냉혹한 법... 잡고 잡아먹히는 생태계에서 구워 먹힌다면 별 수 없겠지... 라는 심정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 노래의 거북이가 자기를 말하는 거라면 가만 있지 않음(?)
코로리주랑 마사히로주도 안녕~~!~!!! 헐 뭐야뭐야 미즈미가 테츠야 괴롭힌다고?? 너무 좋아
나는 핸드폰을 높이 쳐들고 그 화면을 눈에 담았다. 학교에서 기숙사로 오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시리즈였기 때문에 나는 한창 기대에 차있었다. 이때 화면속에선 수컷 뱀이 목을 쭉 빼고 암컷 뱀의 꼬리쪽을... 아, 버퍼링. 내가 인간으로서 거처삼은 이 기숙사는 다 좋은데 와이파이 연결이 참 좋지 않은게 흠이다. 나는 핸드폰을 창문 너머에서도 밀어넣어보고 화장실로도 가봤다가 복도에까지 나가봤다. 여전히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
이대로는 안된다. 나는 주섬주섬 겉옷을 걸치고서는 터덜터덜 학교를 향했다. 나는 이미 학교 공공 와이파이의 비밀번호를 뚫어놓은 터라 차라리 방과후인 지금 한산한 그쪽으로 가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어디보자- 나는 1층에 대충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부실 -TRPG 부? 처음 들어보는 부니까 대충 곧 폐지될 부인가보지- 문을 벌컥 열었다. 이곳이 가장 신호가 잘 잡히는 스팟이었다.
"아- 아무도 없나요?"
문을 열자 웬 인간 남자가 핸드폰을 붙들고 음침하게 앉아있었다. 뭐야, 이쪽도 와이파이를 찾아 흘러들어온 것일까? 나는 터벅터벅 들어가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죄송한데요- 이제 이곳 제가 써도 될까요? 충분히 쓰신 것 같으니까 이만 나가주세요."
아무래도 생면부지의 인간과 '동물의 왕국 - 뱀의 생식' 편을 같이 보기에는 좀 그렇다. 스윽 시선이 그의 핸드폰 화면으로 닿는다.
부스스 일어난 소녀는 제 말에 화들짝 놀라더니 한 손으로 제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쉬잇 소리를 내며 비밀이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놀란 건 렌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난스레 한 말이었는데 정곡을 찌른 모양이었다. 뭔가 웃음이 났지만 괜히 웃으면 이 앞의 신님이 삐질 것 같은 기분에 겨우 참아내고 고개를 끄덕이니 입을 막고 있던 손이 내려졌다.
“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예쁜 이름이고. 그리고….”
ねんねんころりよ おころりよ 잘자라 잘자거라 우리아가야 坊やは良い子だねんねしな 아가는 착한 아기지 잘 자거라 坊やのお守はどこへ行った 아가의 엄마는 어디에 갔나 あの山こえて里へ行った 저 산 너머 고향에 갔다
렌은 자장가를 떠올렸다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소리를 내던 코로리가 손가락을 잡으며 일어서서 렌 또한 누워있던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났다. 그제야 렌은 보건실에 있는 시계를 보고 아차, 점심시간이네! 하고 알게된 것이었다. 점심시간을 놓치면 점심을 못 먹으니까 그것도 문제였다.
“상담, 받고 싶다고 했던 건 어떻게 연락하면 돼요?”
렌이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코로리에게 물었다. 번호를 교환하자고 한다면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 교환을 할 터였고, 신님이니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도 했고. 다급하게 물었던 것은 이 신님이 영영 자신을 모른 체 할까봐 걱정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음, 딸꾹질 하고 눈물을 또륵또륵 흘리며 울고, 깜짝깜짝 놀라는 이 작은 신님이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아무도 없냐고 물어보자마자 부실로 들어오더니 이제는 그냥 나가라고 하는 기이한 사람이 부실에 나타났다. 모습이... 반에서 한 두번은 본 것도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나 이름까지는 모른다. 그나저나 오자마자 나가라고 한 것도 모자라서 또 오타쿠라고 하다니.
부실에 또 이상한게 출몰해버렸다.. 뭐지? 여긴 터가 안 좋은건가? 입지는 좋지만 터가 안 좋다 이건가? 사람이 오긴 오지만 오는 사람이 이상해서야 무슨 의미가 있어!
"너야말로 나가! 여기는 내가 학생회에 정식적으로 신청을 해서 얻은 부실이라고."
도대체 빈 교실을 얻어다가 뭐하려고 그러는거래? 어차피 게임에 전ㅡ혀ㅡ 관심 없는게 뻔한데 무슨 게임이라고 물어보는게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다! 어차피 '아! 이 게임 모르시는구나!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여러 학생들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임이랍니다! 정.말.재.밌.습.니.다.' 라고 해봐야 그건뭔데 씹덕아. 하고 무시할게 뻔한데!
아하- 그러니까 결론만 말하자면 이사람은 나처럼 공짜 와이파이를 즐기려 온 게 아니라 이 부실의 부원이란 소리였다. 나는 실로 신기해서 짝소리 나게 크게 한 번 손벽을 쳤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가시고 혼자 계시나요? 아, 혹시 오늘 외부 활동을 하는데 전달받지 못하신걸까요?"
그런 경우를 가끔 본 적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제대로된 공지를 전달받지 못해 예기치 못하게 학교 활동을 준비해오지 못하는 부류를. 나는 보통 인간을 안쓰럽게 여기거나 불쌍하게 보지 않는 종류의 신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어째서인지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좋은 말들을 늘여놓았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여기에 앉아서 그... '아...아카이브'? 아무튼 게임하는 것도 분명 생산성 있고 즐거워 보여요."
그러자 그의 표정이 썩 좋은 것 같지 않아보인다. 나에게 왜 오냐고 날카롭게 물어보기 까지. 나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끄고 슬쩍 질문을 흘러넘겼다. 대신 그에게 즐겁게 편승하여 보던 영상이나 마저 볼 요량이었다. 인간에게 제 은밀한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아직도 꺼려지는 일이었지만 이 인간은 남들에게 퍼뜨릴 것 같지도 않고 묘하게 안쓰러운 구석이 있는지라 괜찮을 것 같다. 나는 털썩 아무 의자에 주저앉고 그에게 덧붙였다.
"괜찮아요- 보니까 그..."
게임 화면에 고양이 귀를 한 여자도 있고 천사링을 한 여자도 있고...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잠시 방황했다.
"가상의 인물과 교류하면서 사교력을 채우는 것도 분명 의미 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주변 사람들이 키모-오타라고 욕할지라도! 지하철에서 플레이하가 다소 부끄러운 게임이라할지라도! 전 그런 당신을 응원한답니다?"
아무튼 이렇게 장황하게 상대방 기를 세워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하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이제 저도 있잖아요? 아- 부실 좀 빌릴게요."
본론은 이거다. 나는 그에게 화이팅 포즈를 취하던 손을 갈무리하고 얼른 이어폰을 찾아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
딱, 하는 소리가 아프게도 울린다. 곧 맞은 부위가 조금씩 빨갛게 변해가기 시작할 거다. 그런데도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웃는 시이의 반응에 그도 맥없이 바람 빠지는 숨을 내쉬었다.
"왜 좋아하고 그러니."
정말 이유를 알 수 없어 묻는 물음이기도 하고, 동시에 생되게 던지는 핀잔이기도 했다. 후미카는 제 이마를 매만지는 시이의 손을 자연스레 치우고 제 손으로 이마의 얼얼한 부위를 살살 문질러주었다. 본인이 때려놓고서는 병 주고 약 주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완급이다. 아프게 했다면 그만큼 살펴주기도 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그러니까 신들끼리의 관계도 으레 그런 법이라 따뜻한 손길 한 번에 풀려버리는 마음인 것을 어쩌겠는가. 서로 이해하지 못해 거리를 느끼는 때가 있더라도 온기만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니까, 그리고 후미카는 결국 매정하지 않을 테니까. 멀찍한 거리감을 느껴버릴 때면 이렇게 손을 잡으면 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후미카는 시이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가만히 두었다. 마음에 든 대상에게 뺨 부비는 고양이처럼 안겨 있다, 휙 튀어나와 하는 애정표현을 구태여 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후미카는 갑작스러운 뽀뽀를 당하고 멀뚱하게 두 눈을 깜빡였다. 뭘 하려나 했더니 이걸 할 줄은 몰랐다. 이에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후미카는 시이의 등을 조용히 토닥여주었다. 그리 정답지도 차갑지도 않은 손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도닥이는 손길이 포근했다.
"그래, 너 이기렴. 이겼으니 기분 좋으니?"
달래듯한 목소리가 말했다. 이걸로 기분이 좋다면 잘 된 일이다. 오늘 만남은 시이의 기분전환을 위해 이루어졌으니까. 후미카는 천천히 몸을 떼고 시이와 눈을 맞추었다. 다시금 바람이 불어 머리칼이 흩어지기에 귀 뒤로 쓸어넘긴다. 어두운 밤중 강 위에 배가 한 척. 바람이 잔잔하게 불고 등불 일렁이며 수면을 비추는 광경이 제법 정가한 멋이 있다. 그는 그 경치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조금 지나가버린 화두를 이렇게, 다시 꺼내 오는 것이다.
"나는 덜 상냥한 바보를 하려니까, 너는 내가 하지 못하는 만큼 더 상냥하게 있어 주렴.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라 하니 말이야."
"아니, 저기에 써져있는거 보이지 않았어? trpg부라고 분명히 써 놨는데? 그리고 아무도 없는게 아니라 지금 내가 있지 않아? 어, 혹시 나 이미 죽어서 귀신이 된거야? 아니면 함정카드 차원유폐에 당한거야? 게임에서 제외된거야?"
그야 물론 그냥 종이에다가 사인펜으로 대충 적은거긴 하지만 그게 안보인다고는 못할텐데.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을 무시해서 쓸데없이 말을 너무 많이 해 버렸다. 이 상황에 어이없어하며 관자놀이를 붙잡다가 아래쪽 구석에 남은 분홍색 쓰레기, 벚꽃잎이 보였다. 덜 치워졌구나.
"이 부는.. 외부활동을.. 안해..."
trpg부인데 외부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단순한 사실인데 뭔가 뭔가 마음속에서 LP(라이프포인트)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대충 7500 정도 남은 것 같았다.
"키모오타..."
그건 전에도 이 장소에서 똑같이 들었는데. 어째서. 핸드폰게임정도는 할 수 있는거잖아. 뭐 어때. 귀엽고 재밌고. 나오는 총도 멋있고. 좋잖아. 이야기도 재밌고. 온라인게임은 힘들다고. 소통해야하지 패턴도 알려줘야하지 파티 꾸려야하지. 싫어.. 바닥도 못 피하는 딜러를 뒤에서 지켜보는건 이제 그만할래.
"허나 거절한... 아니. 말을 좀 듣자? 나, 지금 말 하고있는데. 응?"
거절한다고 하기도전에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다! 애초에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구나! 이 얼마나 방약무인한 사람일까! 옆에 있는 사람 말도 무시하고!
잠의 신이 모두가 잘 자길 바라면서 지은 이름, 신으로서의 이름이 없어서 스스로에게 직접 지은 이름이라서 그런지 이름 예쁘다는 칭찬이 어딘가 낯부끄러웠다. 코로리라는 이름은 DQN 네임, 키라키라 네임이었지만 인간계에서 아무리 오래 지낸다 해도 신계에서 지내온 시간에 비하면 티끌같다. 그래서 크게 고민않고 지은데다, 자장가 구절에서 따왔으니 한자도 정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근데 예쁘다고 하면, 어울린다고 하면 잘 지은 거 같아서 기쁘잖아! 칭찬은 인간도 신도 좋아하는 거라구, 싫어할 리가 없잖아. 기쁘다거나 웃음을 지은 건 아니었지만 입꼬리가 간질거리는게 들뜬 표정인게 보인다.
"신의 이름으로 정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안돼, 안돼ー"
신으로서의 이름은, 뭔가 좀 더 멋지게 하고 싶단 말야. 이름만 들어도 멋지고, 방울 소리 들릴 거 같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이름! 방금 렌이 신의 관한 이야기를 꺼내서 입을 막아놓고는, 지금은 코로리가 먼저 그 주제로 이야기를 꺼낸다! 목소리 크기를 소근소근 속삭거리듯이 조그맣게 낮추기는 했지만. 들떠서 있다가 고개를 젓는 렌에게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린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후링씨가 안 물어봐줬으니까 나도 모른 척 할래!
"나ー 3학년 C반! 방과후에는 가미즈미 책방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꿈에 가도 되는데, 렌 씨한테는 이게 편하겠지이."
학교에서는 교실로 찾아와도 괜찮고, 방과후에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찾아와도 괜찮고, 집에 있다면 잠에 빠질 때 꿈으로 찾아가도 괜찮다는 뜻이었는데, 설명이 부족해서 갑자기 신상이라도 터는 것 같다. 인간에게는 제일 편하고 익숙할 연락수단은 제일 마지막에 등장한다. 휴대폰이다!
같이 봐주기만 하면 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레슬링 운동할때 틀어놓으면 확실히 도움 되더라
>>772 나도 이거 해볼래 미즈미 호감도 -500 : 음~~~ 선 넘는거? 미즈미야 선 없고 희미하긴 하지만... 의외로 막 자기 찔러대고 화내고 인신공격하는 건 별로 기분 안 나빠하는데 자기 연애 사업 방해하면 쬐끔 귀찮고 짜증내긴 할 것 같아. 인간인 척 살아가는데 자꾸 훼방놓는 것도 짜증나할듯 미즈미 호감도 상승법 : 자. 결혼. 부터 하고 생각해볼까? 농담이야. 물론 진짜로 결혼하자 하면 호감도가 상승하긴 하지만. 미즈미는 상대가 솔직하면 좋아해. 그냥 상대방이 재밌으면 호감도 상승하지 않을까 싶네. 미움 받아도 괜찮으니까 응응
더러워지지 않는 연꽃같이.. 불빛이 비추어 옅은 붉은 기가 도는 머리카락과 눈이 더 짙어지게 만들 것만 같았다. 토와는 그 해 골든 위크에 나를 처음 보았을 겁니다. 그것을 헛것이라 치부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무카에비를 피울 때 나는 처음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나는 오봉에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밤의 본오도리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머무르기 위해서였을까요? 금기를 어기었기에 나는 조금 더 이쪽에 가까워졌습니다. 무난한 발자국이 모래밭에 살짝 남았고. 젖은 발을 말리며 차가운 한여름을 응시했습니다. 단화 안에 가지런히 담긴 것이 참으로 어색했지만.
신사와 절 그 사이쯤에 위치하고 있는 호젓한 마츠리는 사람들의 수요를 정말 적절히 예측한 듯이 하나쯤은 살 수 있지만 두 개는 힘든 것들이었지요.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가는 장소였지만 은혜를 내리는 신께서는 마음을 주고 계시었기에. 느리게 흘러내리는 것을 봅니다. 신사의 행사마저 끝나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흩어지는 때에. 신사를 돌아보던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본오도리는 끝났어요." "이젠 오쿠리비를 피울 차례지요.. 혹시 피우러 오신 건가요?" 단정한 차림새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볼 거라 기대치 않은 꽉 차 있는 것 같은 사람이 고운 유카타를 품에 안고 있는 것을 지켜봅니다.
"이건 유즈키의 유카타에요." 묵은 것을 태우는 것이지요. 라고 말하면서 처음 오셨다면 안내해 드릴게요. 라고 말하며 손을 내미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마지못해 잡는 것처럼 손을 내밀었고. 따뜻한 손 덕택인지. 손에 온기가 퍼지었으니. 나는 무심코 이끌렸습니다.
탑을 돌며 나는 어설픈 이야기를 건넸고. 그는 들어주었습니다.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걸까요? 묘한 떨림과 한번도 인식해본 적 없던 곳을 강하게 인식하게 되어버린 날이었습니다.
어제 스즈주 진단 정리~! Q: 바다를 선호하는 쪽인지, 워터파크를 선호하는 쪽인지! 그리고 바다던 워터파크던 놀러간다면 수영복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 A: 아미카가 선호하는건 바다 쪽일 것 같네요! 바다라면 꼭 수영은 안해도 가만히 누워서 잘 수 있으니까요! 워터파크도 가능은 하겠지만 바다 쪽이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수영복은 반팔에 반바지 조합! 하지만 썬크림은 절대 안잊는답니다!
Q: 상황은 왕게임! 몰래몰래 술도 조금 마시면서 왕게임을 하는데 분위기가 잔뜩 달아올랐어! 왕님의 명령은 " 1번이 3번을 꼬셔봐! " 라는건데 여기서 1번이 시트캐라면 어떻게 꼬셔볼래~? A: 아미카가 그래도 술을 마시는데 끼어들 쪽이 아니긴 한데 어쨌든 if니 꼬시라고 한다면 아마 조용히 다가가 껴안아주...지 않을까요?
Q: 왕게임은 계속 진행되는데~ "1번이 3번한테 가볍게 뽀뽀하기!! " 라는 벌칙이 떨어졌으면 시트캐의 선택은~~?? 엄청엄청 강하고 독한 벌주 마시기 vs 빠르게 끝나는 뽀뽀하기! A:이건.. 아마 눈 딱 감고 볼뽀뽀? 아마 그러곤 뒤돌아서 후회하며 자신의 상황을 곱씹다가 잠들겠죠..
Q: 건드리면 호감도 -500찍게되는 역린하고 반대로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 두 가지를 알려줘😃 A: 아미카에게 호감도 -500 찍는 법: 자는 아미카에게 끓는 물을 붓거나 얼음물을 붓는다. 아니면 프로레슬링은 다 가짜인데 왜 보냐고 폄하한다. 아미카 호감도 상승법: 같이 프로레슬링 보면 3일 안에 절친 단계까지 올려줄 가능성이 높다.
Q. 상황은 왕게임! 몰래몰래 술도 조금 마시면서 왕게임을 하는데 분위기가 잔뜩 달아올랐어! 왕님의 명령은 " 1번이 3번을 꼬셔봐! " 라는건데 여기서 1번이 시트캐라면 어떻게 꼬셔볼래~? >얼굴로 밀어붙이면 되는게 아닌.. (안됨) 평소처럼 웃는 표정으로 다가가서 끌어안을듯이 팔을 뻗었다가 목을 살짝 끌어안고선 귓가에 작게 속삭이지 않을까싶네요. 무슨 말일지는 비밀~
Q. 왕게임은 계속 진행되는데~ "1번이 3번한테 가볍게 뽀뽀하기!! " 라는 벌칙이 떨어졌으면 시트캐의 선택은~~?? 엄청엄청 강하고 독한 벌주 마시기 vs 빠르게 끝나는 뽀뽀하기! >그냥 뺨에 한번하고 끝내겠네요. 뽀뽀하고서 어쩔 수 없던거 알지? 하고 윙크해주는건 덤.
Q. 건드리면 호감도 -500찍게되는 역린하고 반대로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 두 가지를 알려줘😃 >코로리 괴롭히는건 거의 호감도를 순식간에 최하최저로 처박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 타인이 아니라 본인에게만 한정한다면 3일동안 일하는 카페에 와서 진상짓하기. 의외로 코세이 자신에겐 어떤 말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고 하네요. 호감도 올리는건 꾸준히 레몬사탕 공물을 바치도록.
"TRPG- 보기는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영어를 잘 몰라서요. 에-? 말 이해하기 어려워. 함정카드는 뭐고 차원 유폐는 무슨 의미? 요즘 과학 기술로 그런 것도 가능해요?"
나왔다... 오타쿠를 향한 일반인의 잔인한 질문....
평소에 인간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지금 너의 말은 유독 더 어려운 것 같다. 나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서 대충 넘기기로 했다. 아무튼 저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이 부는...
"아- 곧 폐부될 예정인 건가요? 큰일이네요!"
아. 너무 솔직했나. 나는 뒤늦게 입을 막고 너의 눈치를 살핀다. 이러다 화내면 큰일이다. 일단 인간과 관계 어그러지고 싶지도 않는데다가 또 이 인간을 내쫓고 -본인이 내쫓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다- 싶지도 않았다. 나는 후다닥 고개를 돌려 뱀의 생식 파트를 마저 보기로 했다.
음... 좋았다.
이 장면은 어제나 봐도 감동스럽다. 특히 마지막에 아기 뱀이 첫 사냥을 성공하고 석양을 바라보며 결심을 굳히는 장면은 과연 장관이었다. 중간에 커다란 쥐와 마주해서 깜빡하면 배가 터져 죽을 뻔한 것도 마음 졸이며 봤다. 나는 핸드폰을 덮고 명작을 본 여운에 젖어있었다.
"있죠- 그런데 여기는 진짜 뭐하는 부서? 티 라이크 파티 그룹(Tea Like Party Group)? 여기서 티파티도 하고 그래요?"
나는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뒤로 돌려 너를 본다. 아까의 너는 잔뜩 지쳐있는 표정이었는데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금방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이 상황에서는 대화를 더 이어나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상황은 왕게임! 몰래몰래 술도 조금 마시면서 왕게임을 하는데 분위기가 잔뜩 달아올랐어! 왕님의 명령은 " 1번이 3번을 꼬셔봐! " 라는건데 여기서 1번이 시트캐라면 어떻게 꼬셔볼래~? - 후미카가 누굴 꼬셔봤던 건 약 1천년 전이 마지막이라서...ㅋㅋㅋㅋㅋㅋ 잘 하는 밀당 방법은 즉석으로 와카 읊기.......... ,... 응 역시 가망 없지 ( ◠‿◠) 본인도 이건 에바라는 걸 알고 있어서 역시 별 생각 안 나니까 대충 카베동 해보지 않을까? 근데 힘조절 실패해서 벽에서 빠직 소리 남... 설레는 게 아니라 3번 친구 겁먹을 것 같지...
Q. 왕게임은 계속 진행되는데~ "1번이 3번한테 가볍게 뽀뽀하기!! " 라는 벌칙이 떨어졌으면 시트캐의 선택은~~?? 엄청엄청 강하고 독한 벌주 마시기 vs 빠르게 끝나는 뽀뽀하기! - 아무리 놀이래도... 거...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뽀뽀하는 건 남사스러운 일 아닌가???? 하고 벌주 마셔~ 후미카는 유교에 묶인 영혼이었던 거야~(아님)
Q. 건드리면 호감도 -500찍게되는 역린하고 반대로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 두 가지를 알려줘😃 - 고인모독/패드립? 이건 일반적으로 당연한 거긴 한데 후미카는 아무래도 특수성이 있다 보니까... 옛날 가족을 모욕했다면 음... 죽일듯 ❛˓◞˂̵ 호감도는 잘 모르겠어~ 기본적으로 자기랑 잘 맞는 사람이 조금 더 잘 오르긴 하겠지만 격차가 크진 않을 거구.... 그냥저냥 평범하게 잘 지내는 관계면 천천히 오르지 않을까?
렌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신명이 없는 거구나. 렌은 그 말에서 그 의미를 캐치했지만 그 부분을 이야기하면 칭찬받아서 들떠하는 모습이 축 쳐질까봐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걸까?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순수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하는 오해가 또 쌓여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 저는 2-B반이고, 방과후에는 수영부 활동을 하고요. 어, 잠은 10시 정도에 드는 편인데 12시 정도에는 확실히 잠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꿈에 찾아오실 때는 그 쯤이 편하실 것 같아요. 아,”
렌은 코로리의 말에 자신도 자신의 신상정보를 나열하다가-중간에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코로리가 휴대폰을 꺼내자 익숙하게 번호를 교환한다. 주소록에 이름을 적으면서 그제야 얼떨결에 요비스테를 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정신없는 상황이었던 데다가 코로리라는 이름이 조금 강렬했던 편이라 그래서 그랬던 모양이었다. 지금와서 이자요이 씨라고 부르면 조금 섭섭해 할 것 같은 느낌이라 결국에는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자, 얼른 가요. 잘 자는 것만큼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니까. 연락 드릴게요.”
렌은 얼른 나가자며 코로리를 재촉하듯 등을 살며시 밀었다. 뭔가, 방금 있었던 일련의 일들이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보건실을 나서면 없던 일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렌은 계속 오늘의 상황을 곱씹으며 회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믿을 수밖에 없으리라, 방금 있었던 일들이 정말로 있었던 일이었고 이 세상에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그 존재가 이 까만 정수리 머리꼭지가 보이는 작은 신이라는 것도. 그리고 렌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들었던 어머니의 그 말이, 사실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함께 싹트었다.
Q. 상황은 왕게임! 몰래몰래 술도 조금 마시면서 왕게임을 하는데 분위기가 잔뜩 달아올랐어! 왕님의 명령은 " 1번이 3번을 꼬셔봐! " 라는건데 여기서 1번이 시트캐라면 어떻게 꼬셔볼래~? > 꼬셔보라 한다면 늙은이라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정석대로 할지도 모르겠네.😶 "나랑 여기서 나가서 대화하지 않겠습니까?" 하면서.
Q. 왕게임은 계속 진행되는데~ "1번이 3번한테 가볍게 뽀뽀하기!! " 라는 벌칙이 떨어졌으면 시트캐의 선택은~~?? 엄청엄청 강하고 독한 벌주 마시기 vs 빠르게 끝나는 뽀뽀하기! > 벌주 마시기. 재앙신의 신체에 닿게 할 수는 없지.
Q. 건드리면 호감도 -500찍게되는 역린하고 반대로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 두 가지를 알려줘😃 > 역린의 경우: 비녀를 건드려서 망가질 경우, 몸에 함부로 손 대기(특히 오른쪽 허리), 재앙신이라고 무조건 경계하기.. 손바닥에 있는 눈 신기하다고 꾹꾹 눌러보기 호감도 올리는 방법?: 자가비나 가리가리군 사주기..😶
>>929 아하 그렇구나~~ 하지만 코로리가 이 상황을 코세이에게 이실직고 할 것 같아서! 분명 금방 알게될 것 같지. 코세이주 생각은 일상을 돌린다면 코로리가 이실직고 한 후의 상황이 좋을 것 같아, 아니면 코로리가 이실직고하기 전에 서로 모르는 사이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939 아미카주 진단! 스읍 하면서 매워하고 열이 나고 땀도 나겠지만 잘 먹을 것 같아. 매운 것 잘 먹는 편? 하지만 그렇게 찾아 먹지는 않는다~ 너무 자극적이라서. 평소 식습관은 좀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야. 고기 많이.
>>961 좋아~ 상황은 어떤 게 좋으려나. 으으음.... 코세이는 낮에는 학교에서 거의 자고 있으니까 저녁이 좋으려나? 사실 봄이 가기 전에 벚꽃잎이 잔뜩 떨어져서 물 위를 꽃잎이 가득 채운 천을 보고 싶었는데 어렵다면 스루해줘도 괜찮고. 아 코세이는 저녁에 카페 알바를 하니 어려울 수도 있겠다. 역시 학교에서 마주치는 것으로 하는 게 좋으려나~~(맷돌 굴리는 중)
책상 위에서 하는 게임이라 하니 떠오르는 것은 다만 장기두기나 마작, 스고로쿠, 카루타 따위의 것들 밖에 없다.
나는 이곳이 실로 마음에 들었다. 문 열면 바람 솔솔 부는 것도 좋았고 1층이라 굳이 돌아가지 않아도 창문 넘어 기숙사를 향하면 된다. 와이파이가 잘 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도 사람 오갈 일 적은 한적한 공간이라는 것도 좋았다. 이 곳이라면 차마 교실에서 보지 못한 영상도 마저 다 볼 수 있겠다. 넷플X스 보면서 인간 문화 공부하기도 좋아보인다. 나는 몸을 쭉 내밀고 너에게 제안한다.
"있죠. 저 여기 자주 와도 돼요?"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복도에 앉아 영상을 보는 것도 나는 좋다. 비록 콘크리트 바닥은 차갑고 갈 곳 없는 몸은 서럽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너를 원망할 일은 결코... 더운 여름이 된다면 내 심경이 다소 날카로워지는 터라 또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나는 고양이 귀 달린 여자가 없다는 말에 핸드폰을 톡톡 두드렸다. 금세 결과를 보여주는 인터넷은 인간의 역작이다.
"여기여. 여기. 트윈테일 검정 머리에 고양이 귀 한 애. 아까 화면에 있던 애 아니에요?"
...
아닌가? 나는 사실 인간의 얼굴을 잘 구분 못하는 신이었다. 머리카락과 목소리 톤, 행동 양식, 냄새, 옷차림 따위의 것들로 대상을 구분할 때가 더 잦았다. 내가 오래간 인간대신 자연물에 관심을 두어 생긴 문제였다. 그런 나에게도 네가 오타쿠가 아니라는 말에 다소 놀란지라 하마타면 눈을 번쩍 뜰 뻔 했다.
"네? 아, 네... 그러면 현실 여자 취향은 어떻게 되는지..."
나는 몰래 '오타쿠' 이 세자를 인터넷에 검색해본다. 오타쿠.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만화, 게임, 소설 등을 좋아하여 소비하는 사람. ...아닌데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연신 너를 훑는다. 눈꺼풀 한 겹으로 겨우 덮은 불신하는 눈이 어쩌면 너에게는 노골적일 수도 있겠다.
Q. 상황은 왕게임! 몰래몰래 술도 조금 마시면서 왕게임을 하는데 분위기가 잔뜩 달아올랐어! 왕님의 명령은 " 1번이 3번을 꼬셔봐! " 라는건데 여기서 1번이 시트캐라면 어떻게 꼬셔볼래~? 그런 거 못하는데요.. 라고 하면서 어.. 제가 영화 티켓을 두 장 얻었는데요. 시간이 되신다면.. 이라는 둥..을 말할지도.
Q. 왕게임은 계속 진행되는데~ "1번이 3번한테 가볍게 뽀뽀하기!! " 라는 벌칙이 떨어졌으면 시트캐의 선택은~~?? 엄청엄청 강하고 독한 벌주 마시기 vs 빠르게 끝나는 뽀뽀하기! 볼에 살짝 하고 빠르게 떨어질 것 같네요~
장기와 같은 취급이라니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정말로 그냥 영상을 볼 만한 장소를 찾아서 온 거구나. 다른곳도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여기로 온 이유가 있는걸까? 아니, 신경쓰지 말자. 내가 더 피로하게 될 뿐이다.
"글쎄."
일단 trpg를 하기위해 여기를 빌린거기도 하고, trpg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뱀 영상을 보는 여자아이가 그걸 지켜본다니 그건 어떻게보면 하나의 지옥이 아닐까?
"사람이 없을때는 괜찮아. 아마도."
얼마나 갈 곳이 없었으면 이런곳에 와서 보나 싶어서 일단은 승낙했다. 적당히 있다가 뭐 일주일 안에 다른 장소를 찾지 않을까? 굳이 이런 곳에 오래 있을 필요는 없을테니까 그때까지만 참으면 될 일이다.
"현실에는 없잖아. 그럼 없는거지!"
핑크색 투사이드업은 있었지만 지금 그걸 원하는건 아니다. 아니, 나중에도 원하지는 않을 것 같아. 왜 갑자기 여성취향을 물어보는거지. 게다가 아예 눈빛으로 관통해주겠다는 듯 뚫어지게 쳐다보는게 보통이 아니었다. 보나마나 놀리려고 하는걸거야. 영상도 보는김에 옆에있는 사람도 놀리면 일석이조, 재미가 두배.
그러니 여기서는 의외성을 추구하기로 크게 마음먹었다. 여기에서 '후지모리 테츠야' 는 선택을 했다. 그것이 나중에 어떤 일을 초래할지는 역시 모르는채로.
오후 수업 중 쉬는 시간, 당시 반의 주번이었던 렌은 수업 시간 마치고 선생님이 수행평가 공책 모아둔 것을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는 것에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내려와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시 반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한 선생님이 렌을 불렀다.
“저기 세이 군. 혹시 안 바쁘면 3-A반의 이자요이 군 좀 불러다 주지 않을래?” “네?”
렌은 조금 당황해서 되물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봤던 사람, 아니 신님의 이름이 이자요이 코로리였다. 그런데 그 선배는 C반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여자였었고.
“아, 이자요이 코세이 군이야. 부탁할게.” “네. 알겠습니다.”
뭔가 자연스럽게 다시 말을 해주는 것이 다들 헷갈려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렌은 자세히 물어보지 못한 채 교무실을 나섰다. 보통 다른 학년에 같은 성이 있으면 형제자매이거니 생각하지만 같은 학년에 같은 성이라는 게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다. 이자요이라는 성이 그렇게 흔한 성은 아닌 것 같은데. 렌은 형제가 없다보니 차마 쌍둥이 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렌은 걸음을 옮기며 3-A 교실 앞으로 가 똑똑 노크하고 뒷문을 슬며시 열었다.
“저, 이자요이 씨 계시나요?”
이자요이 코세이 본인 혹은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선배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물었다.
/당일 오후라면 코로리가 코세이에게 이야기하기 전이겠지…! 틈틈히 들어올 건데 텀이 조금 느릴 수 있어! 미리 양해 구할게!!
놀란 것 같은 반응에 요조라는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걸 말했나, 하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체질은 다 다르니까, 요조라에겐 이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뭐가 그리 대수일까 싶다. 적당히 말을 맞춰주기 위해 한 말일 뿐이다. 그런 표면적인 말 쯤은. 잠깐 시선이 느껴졌지만, 굳이 돌아보지는 않는다. 시선이 사라지면 흘낏 돌아보긴 했을지도 모르지만.
코세이의 말은 요조라가 그림 그리는 걸 보거나 아는 사람이 꼭 한번씩은 하던 말이다. 진부한 말이다. 사람들은 왜, 뭔가를 하는 걸 보면 그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해서 하니까? 아닌 사람도 있다는 걸,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왜 먼저 생각해주지 않을까. 요조라는 이미 한참전에 답을 내린 자문자답을 조용히 접는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그것 뿐... 이니까요... 저한테는..."
자기 자신을 상징할 수 있는 건 그림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요조라는 그림을 그린다. 잘 그리니까 그리는게 아닌, 유일하게 자신을 담을 수 있는 수단이 그림 뿐이기 때문에. 타인의 이해는 내려놓은지 오래였다. 요조라는 그저 앞만 보고 꾸준히 걷고 있었다.
그 때, 툭 하고 어깨에 걸쳐지는 것이 있었다. 움찔 하며 만져보니 옷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 코세이의 말로 보아 이건 조금 전 코세이가 벗었던 외투였다. 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의문이 담긴 시선이 코세이에게 꽂힌다. 그러나 의문은 말로는 나오지 않고, 요조라는 시선을 돌려 앞을 보았다. 외투 따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듯이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한다.
요조라의 발은 시내로 가는 길을 조금 더 나아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길을 꺾는다. 번잡한 상점들이 있는 방향이 아니라 그 뒤쪽, 외곽이라고 할까, 그런 방향이다. 그렇다고 음습한 건 아니고 이쪽은 이쪽대로 잘 꾸며진 문화의 거리 같은 곳일까. 전시관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랄까. 요조라는 길을 헤메이는 기색도 없이 그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코세이에게 물었다.
인식하게 되면 그 때부터 보인다. 여기저기에 QR코드가 숨겨져있다는 걸 알게된 그 시점부터 왜인지 모르게 여기저기서 QR코드가 잔뜩 보이는 기분이었다. 복도에서도 교실에서도 보인다. 스즈는 별 생각없이 눈을 돌린 곳에서 QR코드를 찾았고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부터 꺼내들었다.
"와- 그럼 자주 올게요. 자주 볼 사이인데 저희 통성명이라도 할까요? 저는 C반의 사이카와 미즈미-! 그쪽은... 에... 후지모라 테츠야군이죠?"
나는 명찰을 봐서 안다. 다만 너의 반만은 의문이라 너의 대답을 기다린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뭍으로 올라온 물뱀의 눈을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상 너를 C반에서 본 기억이 없으니 -놀랍게도 같은 반이다...- 아마도 다른 반이 아닐까 추측 중이다.
"에이, 혹시 몰라요? 고양이 신이 있다거나 네코 미미 머리띠를 취미로 끼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거나-"
나는 놀랍게도 널 놀릴 마음이 없었다. 반응이 즉각적인지라 즐겁다는 감상은 있지만, 그게 내가 널 놀리고 있다는 뜻은 못 된다. 나는 다만 평소처럼 인간의 흉내를 내고 즐겁게 소통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당당하다. 나는 너의 여성 취향이 내가 추구할 수 있는 모습이라면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었다.
다만 이어지는 답변은 놀랍기 그지없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입꼬리가 미묘하게 꿈틀거렸던 것 같다. 말을 조금 모호하게 하기는 했지만 뭐 어때. 농담이었다고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겠다.* 나는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아- 얘도 나 좋아하네. 바로 식을 올리자 하는 건 아무래도 그렇지? 나는 성인이 되면 결혼할 예정인지라 급하게 갈 필요 없다 스스로 다독인다.
"에-? 진도 너무 빠르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나는 아직 사랑, 그래, 애달프고 울렁거리는 그 감각을, 아름답다가도 불연듯 전부 부셔버리고 싶어지는 그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으니 갈 길이 멀다.
"저한테 첫눈에 반한 건 좋지만 그렇게 티내는 건 좋지 않아요. 무드 없잖아요. 이럴때는 얼굴 붉히면서 '흐, 흥, 딱히 네가 취향인 건 아니라고! 뭐... 너도 아주... 나쁘진 않지만...'이라고 말해야 좀 귀엽지 않겠어요?"
나 참. 인간 세상 온지 6개월 안된 나도 이정도는 아는데, 너는 일평생 인간으로 살아놓고 이렇게 서툰지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나에게 고백(*아님)을 한 용기만큼은 갸륵하게 여긴지라 그에게 응원의 말을 남겼다.
"분발하세요. 저는 인기가 많은 편인지라 좀 더 어필하지 않으면 안돼요. 그래. 저랑 같이 로맨스 드라마 보면서 연애 공부를 하는게 어때요?"
벌써 나랑 썸타고 있는 사람만 해도 벌써 열 손가락으로 세기 힘들 정도다. 이제 이쪽이랑도 썸을 타고 있으니 정확히 13명이 되겠다. 이렇게 많은 썸을 탈 수 있는 것도 전부 매일매일 각종 로맨스 영화와 드라마를 두루 익힌 덕택이었다.
>>998 ㅋㅋㅋㅋ 이잉 코로리가 사주는거지? 나중에 놀이동산 갈 것 같은데 일상으로 코로리랑 사진도 왕창 찍고 싫다는 코로리 끌고 (자고 싶어 힝) 자유로 드롭 30번 타게 해줄거지? 마지막으로 인형도 사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동물귀 머리띠도 살거지? 응응 난 다 알고 있어